세차례 연쇄회의 간극만 확인…미국 대사 “전쟁 북소리” 발언

러 외무차관 “아무것도 배제못해” 쿠바 위기 연상시키는 발언

 

지난 12일 러시아군 탱크들이 우크라이나오의 접경 지역인 로스토프주에 있는 사격장에서 군사훈련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위기를 해소하기 위한 러시아와 미국·유럽의 연쇄 회담이 뚜렷한 성과 없이 끝났다. 미국 대사는 “전쟁의 북소리가 크게 들리고 있다”고 우려했고, 러시아 외무차관은 미국과 근접한 쿠바나 베네수엘라에 군사력 전개 같은 사태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13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러시아와 서방 사이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회의가 끝났다. 이로써 지난 10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렸던 미국과 러시아의 고위급 실무회담인 ‘전략안정대화’(SSD), 1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개최됐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러시아 위원회(NRC) 회의에 이은 이 문제 관련 연쇄 회의가 모두 종료됐지만, 러시아와 서방은 시각 차이만을 확인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나토 가입 금지를 법적으로 보장하라고 요구했으나, 미국과 유럽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우크라이나의 주권 문제라고 맞서고 있다. 러시아는 자국과 국경을 맞댄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금지를 요구하며 10여만명에 이르는 병력을 우크라이나와의 국경 지대에 배치해 둔 상태다.

 

유럽안보협력기구 회의 뒤 마이클 카펜터 유럽안보협력기구 미국 대사는 “유럽 안보에 위기가 닥쳤다. 전쟁의 북소리가 요란하게 들리고, 수사도 날카로워졌다”고 말했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전했다. 유럽안보협력기구 러시아 대사 알렉산더 루카쉐비치는 13일 트위터에 “국가안보에 대한 받아들일 수 없는 위협”에 대한 러시아의 인내가 점점 끝나가고 있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이후 “러시아는 평화를 사랑하는 나라다. 하지만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평화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지난 10일 미-러 전략안정대화 때 러시아 협상 팀을 이끌었던 세르게이 럅코프 외무차관은 13일 러시아 방송 <아르티브이아이>(RTVI)와의 인터뷰에서 베네수엘라와 쿠바의 러시아 군사 기반 시설 관련한 질문을 받고 “아무것도 확인할 수 없고 아무것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헀다. 이어서 그는 “그건 미국 동료들의 행동에 달렸다”고 말했다. 소련이 쿠바에 미사일 기지를 건설하려다가 핵전쟁 위기까지 번졌던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를 연상시키는 발언이었다. 그는 서방이 나토 확장 중지에 대한 “법적 구속력 있는 보장”을 해야 한다는 러시아 기존 주장도 반복했다.

 

제이크 설리반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럅코프 외무차관의 발언에 대해 “엄포”라고 말한 뒤, “엄포로 대응하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설리반 보좌관은 미-러 전략안정대화에서 이 주제가 논의된 적은 없다고 전제한 뒤 “만일 러시아가 그런 방향으로 나간다면, 우리도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설리반 보좌관은 “러시아가 (협상 외) 다른 길을 선택해도 우리는 똑같이 준비가 되어 있다”며 “우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추가 침공에 대한 대응으로 취할 엄중한 경제 제재 조치에 대해 파트너들과 계속 집중적으로 조율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미국과 러시아의 공방은 계속되고 있지만 협상 길을 여전히 열어 놓고 있다. 럅코프 차관은 “대화를 지지한다”고 거듭 말했다. 설리반 보조관은 추가 협상 일정이 정해진 것은 없다면서도 “유럽·대서양의 안정과 안보를 진전하기 위한 외교를 계속한다는 점에서 우리는 준비가 되어있다”고 말했다. 조기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