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시간 통화’ 녹취 <한겨레> 입수

50여차례 통화한 기자에게 “캠프로 데려왔으면 좋겠다

국정원처럼 몰래 알아보고…”

국민의힘엔 “아마추어” 불만, 인사 등에 적극 개입 모양새

 

윤석열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

 

김건희씨가 남편인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쪽의 인사나 캠프 전략 등에 적극 개입하는 듯한 다수의 발언이 통화 내용으로 확인됐다. 집권을 가정한 상태의 비판 언론에 대한 응징성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김씨는 유튜브 채널 <서울의 소리> 이아무개 기자와 지난해 12월까지 반년 동안 52차례 통화했고, 지난 14일 법원은 해당 통화 내용을 토대로 한 보도가 부분 가능하다고 결정한 바 있다.

 

<한겨레>가 16일 입수한 이른바 ‘7시간 통화’ 녹취에 따르면, 김건희씨는 국민의힘을 “아마추어”라고 비판하면서 해당 기자에게 직접 “캠프로 데려왔으면 좋겠다” “(캠프에서) 내가 시키는 거 해야지” 등의 발언을 지난해 7~9월 거듭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씨는 이 기자에게 “캠프가 엉망이에요. 그래서 다시 재정비를 해야 해” “캠프 사람들이 아직은 아마추어고 예의도 없”다(2021년 7월21일)며 초기엔 “캠프의 정리”나 “캠프의 조직화”를 맡아줄 것을 요청했다. “(캠프를) 움직이는 사람들 있을 거 아니에요, 예를 들어서 우리 (친)오빠라든가 몇명 있어요. 여기서 지시하면 다 캠프를 조직하니까. (이들 상대로) 시스템화, 조직화 이런 강의를 좀 해달라”는 게 그의 구체적인 제안이기도 했다. 이윽고 “옛날에 국정원처럼 몰래 해서 알아오고 그런 것”으로 “정보업”을 맡아달라거나, 더 구체적으로 “선거전략본부장으로 와”달란 제안(2021년 9월19일 통화)까지 하기에 이른다. 김씨가 20여차례 이런 일자리를 제안하면서 “잘하면 1억원도 줄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이 기자는 김씨가 운영하는 코바나컨텐츠에서 30분 특강한 뒤 105만원을 받기도 했다고 <문화방송> 시사프로그램 ‘탐사기획 스트레이트’는 보도했다.

 

김건희씨 말의 무게를 정확히 가늠하긴 어렵다. 다만 지난해 9월은 실제 윤석열 후보가 홍준표 후보와 양강구도의 당내 경선을 치르는 중에 캠프 핵심이었던 장제원 의원이 아들 무면허 음주운전 및 경찰 폭행 사건으로 사퇴하고, 20일 권성동 의원을 종합지원본부장에 새로 임명하는 등 캠프 내 주요 인선의 변화들이 이뤄지던 때였다. 정책조정본부장, 전국시도정책위원장, 수도권 선거대책본부장 등도 인선됐다. 김건희씨가 캠프에서 공식적으로 맡은 역할은 당시는 물론이거니와 현재도 없다. 윤석열 후보의 배우자로, 다각적 측면에서 인사나 일정, 전략 등에 영향을 미쳤음을 짐작하긴 어렵지 않다. 김건희씨의 통화 내용은 김씨의 오빠도 사실상의 비선으로 역할을 했을 가능성을 내비친다.

 

이렇게 자신의 위치를 적극 드러내는 데엔 국민의힘에 대한 불신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국민의힘을) 부득이 선택했다”고 발언하기도 했던 윤석열 후보의 인식과도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국민의힘이 좋은 당도 아니고, 너무 아마추어”라며 “바보같이. (검찰)총장이란 상품은 좋은데, 너무 안 따라준다”며 책망한다. “1등이고 나발이고 빨리 캠프 다시 리뉴얼하자. 지금 그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이라며 “아마추어 정도가 아니고 캠프가 다 망치고 있는 꼴”(모두 7월21일)이라고도 말한다.

 

대선 경선 후보 상대였던 홍준표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에 대해서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윤석열 검찰 고발 사주 의혹이 제기된 직후인 지난해 9월3일 김씨는 “(고발 사주를) 우리 남편(이) 한 적이 없는데 유승민 쪽하고 홍준표 쪽하고 정치공작 하는 거”라고 말했다.

 

김건희씨가 수권을 가정해 드러내는 인식엔 민주주의 체제를 거스르는 것들이 적지 않다. 윤 후보와 김씨를 비판해온 온라인 매체 등에 대한 언론관이 대표적으로, 사실상의 겁박으로까지 해석되는 대목들이 확인된다. 해당 통화 내용에 대해 법원은 ‘언론사 등에 불만을 표시한 발언’으로 구분해 보도하지 말라고 인용한 바 있다. 이밖에도 “만만하지 않아요. 저희를 보호하는 세력이 생겼잖아요. 어쨌든 현재 지지율이 1등이잖아요. 1등. 잘못 건드리면 큰일 납니다”(7월21일)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김씨는 윤 후보가 대선에 출마한 이유에 대해 “끌려서 나온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2021년 10월13일 통화에서 김씨는 “우린 후회할 틈이 없이 끌려 나왔다”며 “총장 때부터 지지율이 30% 나오고 했으니까 안 나올 순 없었다”고 말한다. 다만 김씨는 “대선은 시대정신으로 가는 것”이라며 “언론 하나가 비리 캐낸다고, 예를 들어서 최○○(김씨 모친) 비리 캐내고 이런다고 되는 게 아니다”라며 대선이 지지율만 갖곤 될 수 없다는 인식도 보인다.

 

국민의힘은 이날 <한겨레>에 “윤 후보 정치 행보에 관여하지 않을 뿐 아니라 선거 캠프일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한 “캠프 자리를 알아봐주겠다는 말은 이 기자가 월급이 너무 적어 형편이 어렵다고 하소연해 선거캠프에도 촬영스텝이 필요하니 자리가 있으면 알아봐 주겠다는 취지로 좋은 말을 건넨 것”라고 덧붙였다. 스트레이트 보도와 관련해서 이양수 국민의힘 대변인은 “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한 것으로 대단히 부적절했다”며 “반론권을 보장하겠다며 문자와 전화를 걸어 통화를 유도한 것, 또 방송 내용을 알려주지 않은 것 등으로 볼 때 실질적으로 반론권이 보장됐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한겨레>는 김씨의 반론을 얻기 위해 전화 통화 등을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김완 장나래 장필수 기자

 

김건희 “뭐 하러 미투를 잡냐고…나랑 남편은 안희정 편이거든”

‘김건희 통화 녹취록’ 주요 내용 보니,

미투 부정 노골적으로 드러내 “보수는 확실히 챙겨줘 미투 안 터져

문재인 정부가 윤, 대선후보로 키워”이번 대선, 조국이냐 아니냐의 전선”

 

16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 걸린 전광판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 씨의 ‘7시간 전화 통화’내용을 다루는 MBC 프로그램 ‘스트레이트’가 방영되고 있다. 연합뉴스

 

16일 공개된 ‘7시간 통화 녹음’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배우자 김건희씨는 여러차례 본인이 “남자보다 더 시원한 성격”이란 점을 강조하는데, 이 과정에서 미투를 부정하는 등 ‘반여성적인 시각’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또 문재인 대통령을 “신하 뒤에 숨는 분”이라고 비판하며 윤 후보의 정치적 성향과 대선 출마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다. 정치인 윤석열을 만든 사건이라고 할 수 있는 ‘조국 수사’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김씨는 2021년 11월15일 인터넷 매체 <서울의 소리> 이아무개 기자와의 통화에서 보수와 진보를 비교하며 ‘미투’ 문제를 언급한다. 김씨는 “문재인 정권이 먼저 그거(미투)를 터뜨리면서 그걸 (화두로) 잡자 했잖아. 뭐 하러 잡냐고 미투를. 사람이 살아가는 게 너무 삭막해”라고 말했다. “난 안희정이 불쌍하더만 솔직히. 난 안희정 편이었거든. 아니 둘이 좋아서 한 걸 갖다가 완전히 무슨 강간한 것도 아니고”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김씨 주장과 달리 안 전 지사는 2019년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등의 혐의로 기소돼 대법원에서 징역 3년6개월을 확정받았다.

 

16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 걸린 전광판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 씨의 ‘7시간 전화 통화’ 내용을 다루는 MBC 프로그램 ‘스트레이트’가 방영되고 있다. 연합뉴스

 

김씨는 “보수들은 챙겨주는 건 확실하지, 그렇게 뭐 공짜로 부려먹거나 이런 일은 없지. 내가 봐서는 그래서 미투가 별로 안 터지잖아”라고 말했다. 반면 진보 진영에서 미투가 터졌던 이유가 “돈을 안 챙겨주니까”라고 진단하며, “나랑 우리 아저씨(윤 후보)는 안희정 편이야. 지금도. 왜 미투를 해야 돼?”라고 반문했다. 김씨는 또 미투가 정치적 기획이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문빠가 자기들끼리 싸우다가 안희정을 대통령 후보에서 아예 잘라버리려고 문빠에서 죽인 것”이라고 했다.

 

김씨가 윤 후보의 정치적 성향과 대선 출마 이유를 설명한 대목도 주목할 만하다. 김씨는 이 기자와의 통화에서 수차례 문 대통령을 평가하며 “남편(윤 후보)은 문재인 대통령의 가장 충신”이었지만 문 대통령은 “책임을 지지 않고, 모른 척하며, 참모 기질이 너무 강하고, 신하 뒤에 숨는 분”이었다고 평했다. 또한 윤 후보가 “배신을 당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문 대통령이 남편을 배신하면서 거꾸로 윤 후보를 “문재인 정권이 대선 후보로 키워준 것”이라고도 설명했다. 윤 후보가 “서울지검장 갈 때도 몇 단계 뛰고 (검찰)총장 가서도 몇 단계 뛰어 갔는데 세상에 총장 되고 대통령 후보 될 줄 꿈에나 상상했겠냐?”고 반문한 뒤 “문재인 정권이 키워준 것”이며 “정치라는 것은 항상 자기편에 적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된다”고 말했다.

 

김씨는 윤 후보가 정치인이 된 상황에 대해 “조국 수사를 그렇게 크게 펼칠 게 아닌데, 조국 수사를 너무 많이 (해서) 너무 많이 공격을 했다”며 결과적으로 정권이 “검찰하고 싸움이 됐”고 결과적으로 대선의 전선이 “조국이냐 아니냐 이거”라고 말했다. 김씨는 “사실 조국의 적은 민주당, 보수의 적은 보수”라며 “윤석열의 적은 민주당이 아니라 보수 내부”라고 진단했다. 조국 사태 확장의 책임이 조국을 수호했던 유시민과 김어준에게 있다고 지적한 김씨는 조국 사태를 “유시민이 너무 키웠다”고 말했다. ‘조국 수호’를 외쳤던 김어준(라디오 방송 ‘뉴스공장’ 진행자)씨에 대해서는 “장사가 됐지, 슈퍼챗도 제일 많이 나오고, 자기의 사업을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나는 진보니까 진보 편만 든다 그렇게 해서도 안 되고, 그건 하나의 비즈니스지 정의, 저스티스가 아니라고, 정치적인 저스티스가 아니라고”도 강조했다. 미투를 부정하는 발언은 이러한 진보와 보수를 비교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김건희씨는 ‘7시간 통화’ 음성 공개와 함께 미투 부정 발언을 보도한 <문화방송>(MBC)에 “성을 착취한 일부 여권 진보 인사들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매우 부적절한 말을 하게 되었습니다.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게 생각합니다”라고 해명했다. 김완 장필수 기자

 

[사설] 김건희 육성으로 드러난 부적절한 ‘선거운동 관여’

    MBC ‘7시간 통화’ 내용 일부 공개

   김씨 “관여하지 않았다” 서면 반론

  “돈 안 줘 미투 터져” 왜곡된 인식도

 

  

<문화방송>(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가 16일 밤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가 유튜브 뉴스채널 <서울의소리> 이아무개 기자와 통화한 내용 일부를 보도했다. 김씨는 이 기자와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50여차례 통화를 했으며, 전체 통화 시간은 7시간45분에 이른다고 한다. 스트레이트는 이 가운데서 공적 관심사에 해당하는 발언만 보도했다고 밝혔다.

 

방송을 보면, 김씨는 통화를 한 이 기자에게 지속적으로 윤 후보 선거 캠프로 영입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김씨는 “나는 기자님이 언젠가 제 편 되리라 믿고 난 솔직히 우리 캠프로 데려왔음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시키는 거 해야지. 정보업. 정보 같은 거 우리 동생이 잘하는 정보 같은 거, 뛰어서 안에서 책상머리에서 하는 게 아니라 왔다갔다 하면서 해야지”, “이 기자가 하는 만큼 1억도 줄 수 있지”라며 이 기자에게 맡길 역할과 보수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밝혔다. 김씨가 이 기자에게 이런 식으로 영입 제의를 한 것만 20여차례에 이른다고 스트레이트는 전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김씨는 “우리 동생(이 기자)이 홍준표에게 날카로운 질문 좀 해봐”라거나 “홍준표 까는 게 슈퍼챗은 더 많이 나올 거야”라며 당내 경선에서 경쟁 후보를 흠집내는 취재를 해달라는 부탁까지 했다. 충격적이다. 대통령 후보 배우자로서 해서는 안 될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 아닐 수 없다. 김씨는 자리를 미끼로 자신을 취재하는 기자를 회유하려 한 행동에 대해 분명한 해명부터 내놔야 할 것이다.

 

나아가 윤 후보 캠프에서 아무런 직책도 맡지 않고 있는 김씨가 무슨 자격으로 선거 캠프 인사에 개입할 수 있다고 말했는지도 명확히 가려져야 한다. 국민들은 ‘비선 실세’인 최순실씨가 장막 뒤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을 조종한 국정농단의 실상을 지금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김씨는 윤 후보의 검찰총장직 사퇴와 대선 출마, 선거 운동 전반에 보이지 않는 영향력을 행사해온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씨와 윤 후보가 이 문제에 대해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하지 못할 경우, 만약 김씨가 대통령 부인이 된다면 국정에 사사로이 개입하는 일이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국민적 의구심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김씨는 이 기자에게 “보수는 챙겨주는 건 확실하지. 공짜로 부려먹거나 이런 일은 없지. 그래서 미투가 별로 안 터지잖아. 미투 터지는 게 다 돈 안 챙겨주니까 터지는 거 아니야. (그런데 진보는) 돈은 없지, 바람은 펴야되겠지”라며 이른바 ‘미투’에 연루된 여권 인사들을 비웃기도 했다. 성범죄와 여성 인권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드러내는 발언이 아닐 수 없다.

 

김씨는 스트레이트 방송 전날에야 서면 답변서를 통해 “자신은 윤 후보 정치 행보에 관여하지 않을 뿐 아니라 선거 캠프에도 관여하지 않았다”며 “이아무개 기자에게 캠프 자리를 알아봐주겠다는 말은 이 기자가 먼저 지금 일을 그만 둔다고 해서 도와주겠다는 원론적 수준의 얘기였다”고 해명했다. 또 “성을 착취한 일부 여권 진보 인사들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매우 부적절한 말을 하게 되었다.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런 정도의 형식적 해명으로는 국민을 납득시킬 수 없다. 지금이라도 제기된 의혹에 대해 진솔하게 진상을 밝히고 책임을 지는 것이야말로 김씨가 보여야 할 자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