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무당 싫어한다” 했지만…주변 어른대는 ‘도사’와 ‘법사’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가 지난 12월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자신의 허위 이력 의혹과 관련해 입장문 발표를 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17일 이른바 ‘김건희 7시간 통화 녹음’ 공개에 포함한 김씨의 ‘캠프 개입’ 논란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이다. 김씨가 공식직함 없이 캠프 운영에 개입한 정황이 있고 무속신앙을 언급한 것이 자칫 2016년 ‘최순실 국정개입 사건’을 연상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이다.

 

김씨는 전날 <문화방송>(MBC)이 공개한 통화 녹음에서 국민의힘을 “아마추어”라고 비판하며, 통화 상대방인 인터넷언론사 이아무개 기자에게 “캠프로 데려왔으면 좋겠다” “(캠프에서) 내가 시키는거 해야지” 등 영입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그는 또 “캠프를 움직이는 사람이 있을 거 아니에요, 예를 들어서 우리 오빠라든지 몇 명 있어요. 여기서 지시하면 다 캠프를 조직하니까” “선거전략본부장으로 와달라” 등 자신이 캠프를 실질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점도 시사했다. 이어 김씨가 이 기자를 자신의 회사(코바나컨텐츠)로 불러 캠프 운영 등과 관련된 강연을 요청한 뒤 105만원을 지급한 사실도 드러났고, 여러 무속인을 언급하며 이들에게 주요 의견을 구한 듯한 발언도 이어갔다.

 

김은혜 선대본부 공보단장은 “그 분(이 기자)이 제대로 된 월급을 받지 못하고 있고 하니, 김건희 대표가 본인이 생각할 때 안쓰러워 말한 부분을 가지고 마치 기자를 매수하려 한 것처럼 방송을 낸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희석 상임공보특보는 “배우자 입장에서는 선거를 비공식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사람들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고, 좋은 부분을 흡수하기 위해서 그런 활동을 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안에선 김씨의 이런 발언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주된 원인이 된 ‘비선 실세의 국정개입’을 떠올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김씨의 무속인 언급 역시 최순실씨가 2013년 박근혜 전 대통령 취임식 당시 ‘오방낭’을 등장시켜 무속신앙을 국가 주요 행사에 동원했던 일을 연상시킨다는 평가다. 비선 실세와 무속 신앙이 결합해 보수 진영의 최대 아킬레스건인 ‘최순실 트라우마’를 떠올리게 한다는 얘기다. 한 중진 의원은 “(김씨가) 도사를 많이 만나고, 그 쪽으로 관심이 있다는 얘기가 농담 이상으로 해석될 경우 최순실을 떠올리게 할 수 있어 우려가 된다”고 말했다. ‘도사’ 등 무속 신앙과 관련된 용어가 거론된 통화 내용에 대해 국민의힘이 “사적 통화 내용”(김은혜 선대본 공보단장) “사적 대화”(윤희석 상임공보특보) 이상의 의미 부여를 경계하는 것도 김씨의 통화 녹취록이 곧바로 국정농단을 연상시킬 수 있음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도 통화에서 “최순실은 대통령이 된 이후에 관여를 한 사람인데, 심지어 선거운동 과정에서 영향력을 미친 게 드러나지도 않은 김씨와 연결을 짓는 건 불편하다. 촛불집회로 (국정농단 세력을) 무너뜨린 경험 때문에 민주당이 과도하게 프레임 화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하지만 선대위가 김씨를 ‘관리’하지 못하는데다, 캠프 안에서도 김씨 활동의 정확한 내용이 공유되지 않아 국민의힘 안에선 구체적 대응방안도 마련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선대위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후속 보도 내용에도 어떤 게 포함됐을지 몰라 일단은 지켜보고만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선대위 관계자는 “중요한 내용은 이미 다 공개됐을 걸로 보인다. 비선 문제로 파장을 일으킬 가능성은 적다”고 말했다. 오연서 기자

 

김건희 “무당 싫어한다” 했지만…주변 어른대는 ‘도사’와 ‘법사’들

‘7시간 통화’ 등 따르면 윤석열 후보와의 결혼, 윤 후보 진로 등

주요 국면서 ‘도사’ 역할…김 “난 무당 싫어”

“건진법사, 윤 선거캠프 활동” 보도 잇달아

 지난해 유튜브채널 보도에 김 “너무 부풀려”

 

지난해 10월1일 <엠비엔>(MBN) 토론회에 출연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 손바닥에 한자로 ‘왕’자가 선명하게 보인다. <엠비엔> 유튜브 채널 갈무리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선거캠프에 무속인이 중책을 맡아 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윤 후보는 경선 과정에서 자신의 대권을 주술하는 듯한 한자어 ‘王(왕)’을 손바닥에 새긴 채 당내 경선토론회에 임해 논란이 된 바 있다. 비과학적 샤머니즘을 가장 투명하고 공적이어야 할 대선 경로에 공식적으로 끌어들여 온 것으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시민들은 박근혜 정권의 ‘오방색’ 최순실씨를 떠올리는 형국이다.

 

<한겨레>가 16일 입수한 김건희씨의 ‘7시간 통화’ 녹취 등을 종합하면, 윤석열 후보의 배우자인 김건희씨가 무속에 대한 상당의 신뢰를 보여온 정황이 곳곳서 확인된다. 부부의 연을 맺는 일부터 그렇다. 김씨는 유튜브채널 ‘서울의소리’ 소속 이아무개 기자와 6개월에 걸친 통화에서 “무정스님이 너는 석열이하고 맞는다”며 주선해 결혼하게 됐다고 밝혔다. 무정스님이 “가교역할”을 하고, 나이 차이 등으로 “결혼을 안 하려고 했”던 김씨를 무정스님이 포함된 모임의 사람들이 도와 결혼에 이르렀다는 얘기(2021년 7월20일 통화)다. 김씨는 무정스님을 두고 “말이 스님이지, 진짜 스님은 아니다”며 강원도 출신 등의 이력도 이 기자에게 설명했다. “점쟁이 그런 게 아니라 진짜 혼자 도 닦는 분”이라며 “세간에 내가 무당 많이 만난다고 이렇게 돼있는데, 전혀 아니고 저는 무당을 원래 싫어해요. 제가 더 (점괘 등을) 더 잘 봐요”라고 부연하기도 했다.

 

김씨 말대로라면, 무정스님은 윤석열 후보 쪽과 30년 이상의 인연을 맺었던 것으로 보인다. 무정스님이 사법고시에 연이어 실패한 20대 시절의 윤석열 후보가 일반 구직을 하려고 하자 “3년 더 해야 한다”고 독려해 “딱 3년 했는데 정말 붙었다. 그래가지고 그분이 우리 남편 검사할 생각도 없었는데 너는 검사 팔자다 해가지고 검사도 그분 때문에 됐다”는 거다. 윤 후보는 32살이던 1991년 사법고시를 통과했다.

 

다음은 지난해 7월20일 김건희씨의 통화 발언 일부다.

 

“무정스님이라고. 그분은 이제 너는 석열이하고 맞는다, 미안하지만 나이 차가 너무 많으니까 말을 안 했는데, 맞는다. 그래서 무슨 말이냐고…”

 

“…중간에 (무정스님과) 의절했어요. 왜냐면 우리 남편 앞에서 한번 문재인 대통령 되고 나서 갑자기 문재인은 망한다 이러는 거예요. 그 스님이 한번 놀러 오더니. 망하면 우리 남편 망한다는 말밖에 더 돼요. 열 받아가지고 다신 보지 말자고 말이야, 그때부터 인연을 딱 끊었어요…. (무정스님 말대로 부부간) 진짜 성격이 반대더라고. 결혼해서, 도사는 도사구나 그랬어요.”

 

“제가 더 잘 봐요, 제가 웬만한 무당 제가 봐줘요. 그래서 소문이 좀 잘못 난 게 있는데 제가 무당을 가서 점 보는 이런 게 아니라 제가 무당을 더 잘 봐요.”

 

16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 걸린 전광판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의 ‘7시간 전화 통화’ 내용을 다루는 방송이 방영되고 있다. 연합뉴스

 

17일 <세계일보>는 ‘건진법사’로 불리는 전아무개(61)씨가 윤 후보의 선대본부 조직인 ‘네트워크본부’에서 고문으로 사실상 상주하며 인재영입, 주요 의사결정 등에 관여해왔다고 보도했다. 김건희씨가 윤 후보에게 소개했을 가능성을 짚었다. 건진법사의 비선 활동설은 지난해 10월 유튜브채널 ‘열린공감TV’에서 제기된 바 있다. 윤 후보 쪽 비공식 캠프에서 이미 선거를 돕고 있다는 의혹이었다.

 

윤 후보는 같은 달 첫날 ‘王(왕)’을 손바닥에 새긴 채 국민의힘 5차 대선후보 경선토론회에 참여한 바 있다. 당시 양강구도를 형성했던 홍준표 후보는 이틀 뒤 페이스북(10월3일)에 “점으로 박사학위 받는 것도 처음 봤고 무속인 끼고 대통령 경선 나서는 것도 처음 봤다”며 “늘 무속인 끼고 다닌다는 것을 언론 통해 보면서 무속 대통령 하려고 저러나 의아했지만 손바닥에 부적을 쓰고 다니는 것이 밝혀지면서 참 어처구니없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고 윤 후보를 비판했다. 김건희씨의 논문 주제(‘온라인 운세 콘텐츠’)와 윤 후보의 무속신앙에 의탁하는 정황을 연결한 것이다.

 

당시 ‘열린공감TV’ 보도에 대해 김씨는 ‘7시간 통화’에서 “(열린공감TV 쪽이) 좀 너무 부풀리더라”며 “스쳐 지나가는 관계는 다 그렇게 연루된 것처럼 얘기를 하면 어떡하냐”고 말했다. 지난해 10월13일 대화로, <세계일보>가 이젠 윤 후보의 공식 선거캠프에서 건진법사 전씨가 주요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추가한 셈이 됐다. 장필수 임인택 기자

 

무속인, 선대본부 온 윤석열 어깨 ‘툭’…“다 이리로” 상황 지휘도

 

‘건진 법사’ 고문 역할 의혹..유튜브 영상 논란 되자 삭제

국힘 “친근감 표현, 거부하지 않은 것”

무속인 딸·처남도 선거운동 의혹

조계종 관계자 “전씨 속한 일광조계종 금시초문”

 

무속인 전아무개씨(왼쪽 두번째)가 지난 1일 선거대책본부 산하 네트워크 본부 사무실을 방문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등에 손을 올리며 자원봉사자들과 인사를 안내하고 있는 모습. 유튜브 화면 갈무리

 

‘건진법사’로 알려진 무속인 전아무개(61)씨가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의 ‘고문’으로 활동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전씨가 친밀한 관계로 보이는 영상이 공개됐다. 국민의힘은 17일 “전씨가 캠프에 몇번 드나든 적이 있다” “윤 후보가 한두차례 만났을 뿐”이라고 선을 그었으나, 영상에선 여의도 선거대책본부를 방문한 전씨가 윤 후보를 잡아끄는 등 가까운 모습을 보여 그의 역할에 대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이날 유튜브에 공개된 ‘네트워크 현장본부’ 영상에는 윤 후보가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대하빌딩 네트워크본부 사무실을 방문한 모습이 담겼다. 이 영상에서 전씨는 윤 후보가 방명록 서명을 마치자 그를 사무실 안쪽으로 이끌며 직원들을 소개했다. 윤 후보와 직원들이 기념촬영을 하도록 자리를 마련하고, 사무실 곳곳으로 윤 후보를 안내하는 모습도 고스란히 찍혔다. 이 과정에서 전씨는 윤 후보의 어깨와 등을 툭툭 치거나 잡아끌었고, “직원들 다 이리로 와. 전부 다 김형준 (네트워크본부) 본부장 옆으로”, “유세팀들 빠지고 다문화 팀들, 동작을 빨리해야 돼”라며 상황 지휘까지 나섰다. 또 “후보님, 딴 거 없어. 여기 와서 빨리 좀 찍어주세요”라고 말하는 등 선대본부 업무에 익숙한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와 함께 전씨의 딸과 처남이 각각 윤 후보의 에스엔에스(SNS) 관리와 후보 수행에 역할을 맡았다는 의혹도 추가로 나왔다. 공식 임명장도 받지 않은 무속인이 선대본부 운영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것이다. 앞서 <세계일보>는 이날 ‘건진법사’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무속인 전씨가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에 상주하며 사실상 업무 전반에 관여했다고 보도했다. 권영세 선대본부장 직속인 ‘조직본부’(본부장 박성민) 산하 조직인 ‘네트워크본부’에 고문이란 직함을 달고 소속된 전씨가 비공식 통로로 윤 후보의 주요 의사결정에 개입하자 복수의 선대본부 관계자들이 ‘비선 실세’로 활동하고 있다는 의구심을 표출했다는 것이다. 전씨는 윤 후보 부부와 친분이 있는 인물로 전해진다.

 

무속인 전아무개씨(맨 오른쪽)가 지난 1일 선거대책본부 산하 네트워크 본부 사무실을 방문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안내하고있다. 유튜브 화면 갈무리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입장문을 내어 “전씨는 네트워크위원회 사무실을 들른 윤 후보에게 해당 사무실 직원들을 소개했고, 후보는 친근감을 표현하며 다가선 전씨를 거부하지 않았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또 전씨 가족의 관여 의혹에 대해서도 “전씨 자녀 역시 수십개 부서 중 하나인 네트워크위원회에서 자원봉사했을 뿐 후보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역할은 전혀 하지 않았다”며 “전씨를 종교단체인으로 인지하고 있을 뿐 고문 직함을 준 사실이 없음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고 했다. 선대본부 관계자는 <한겨레>에 “전씨의 처남 또한 공식 캠프가 꾸려지기 전 자원봉사식으로 활동한 것으로 추측된다”며 “그분들이 활동한 건 전씨의 입김이 전혀 아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세계일보> 보도에 “캠프에 몇번 오갔을 뿐”이라던 국민의힘 해명과 달리, 전씨가 선대본부 내 네트워크본부를 사실상 지휘하는 영상이 공개되면서 전씨가 ‘실세 구실’을 하고 있다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또 국민의힘은 이날 전씨를 ‘대한불교종정협의회 기획실장’이라고 설명했으나, 조계종 관계자는 “전씨가 속해 있는 일광조계종은 처음 들어본 곳이다. 조계종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전씨는 조계종 승적을 가진 적이 없는 무속인으로 2018년 9월 충북 충주에서 ‘수륙대재 및 국태민안 등불축제’를 주관하는 과정에서 동물학대 논란을 빚기도 했다.

 

윤석열 후보는 이날 전씨의 선대본부 활동 논란에 대해 “제가 우리 당 관계자한테 그분을 소개받아서 인사를 한 적 있는데, 스님으로 전 안다. 법사라 들었다”며 “그분은 직책을 전혀 맡고 있지도 않고, 일정과 메시지 (관리는) 황당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배지현 조현 기자

 

“무속인, 윤석열 선대본 활동” 보도…홍준표 “최순실 사태처럼 걱정”

 “고문으로 일하며 선대본부 업무 전반 관여” 보도

  국민의힘 “고문 아냐…몇번 오간 것뿐 개입 여지 없다” 해명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1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대하빌딩에서 열린 국민의힘 여성지방의원 임명장 수여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에 무속인이 ‘고문’으로 활동하며 일정·메시지 등 선대본부 업무 전반에 관여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국민의힘은 “(선대본부에) 몇 번 드나든 것이 전부”라며 해당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세계일보>는 17일 ‘건진법사’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무속인 전아무개(61)씨가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에 상주하며 사실상 업무 전반에 관여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권영세 선대본부장 직속인 ‘조직본부’(본부장 박성민) 산하 조직인 ‘네트워크본부’에 고문이란 직함을 달고 소속된 전씨가 비공식 통로로 윤석열 대선 후보의 주요 의사결정에 개입하자 복수의 선대본부 관계자들이 ‘비선 실세’로 활동하고 있다는 의구심을 표출했다고 전했다. “전씨가 윤 후보의 일정과 메시지 관리, 인사 등이 결정되는 과정에 개입하는 바람에 이미 조율이 끝난 후보의 동선과 메시지가 뒤집히는 일이 다반사”였고, 이 때문에 “대체 누가 이런 일을 벌이는 것이냐”는 불만이 속출해 원인을 추적하다보니 ‘전 고문’이 지목됐다는 것이다. 전씨는 윤 후보 부부와 친분이 있는 인물로, 전씨가 2020년 여름부터 측근들에게 “윤석열 검사가 대통령을 준비하고 있다”며 “내가 윤 검사의 멘토 역할을 하고 있다. 뭔가 결정하거나 결심해야 할 때 윤 검사가 물어오면 답을 내려준다”고 말했다고도 신문은 전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지난해 10월 후보 경선 티브이(TV) 토론에서 손바닥에 ‘임금 왕(王)’자를 적고 나온 게 카메라에 포착되면서 ‘무속인에게 의지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논란에 휘말린 바 있다.

 

홍준표 의원은 윤 후보 부부와 친분이 있는 무속인이 선대본부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는 보도가 나오자 “최순실 사태처럼 흘러갈까 걱정스럽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자칭 국사인 무속인 건진대사가 선대위 인재영입 담당을 하고 있다는 기사도 충격”이라며 “아무리 정권교체가 중하다고 해도 이건 아니지 않느냐라는 말들이 시중에 회자하고 있다”고 적었다.

 

논란이 일자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전국네트워크위원회는 이날 공보단을 통해 “보도에 거론된 전 아무개 씨는 선대본부 전국네트워크위원회 고문으로 임명된 바가 전혀 없다”며 즉각 반박에 나섰다. 다만 “해당 인사가 전국네트워크위원회에 몇 번 드나든 바는 있으나, 선대본부 일정, 메시지, 인사 등과 관련해 개입할만한 여지가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전씨가) 무속인이라는 것도 사실이 아니며, ㈔대한불교종정협의회 기획실장 직책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김해정 기자

 

이재명 “21세기에 샤먼이 국정에 영향 미쳐선 안돼”

 ‘윤석열 선대본에 무속인 고문 활동’ 보도에

 “그런 요소 있다면 철저히 제거해야” 비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7일 오전 서울 강서구 이화여대 서울병원 보구녀관에서 열린 청년 간호사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5200만명의 운명이 달린 국정이라고 하는 건 정말 진지한 고민과 전문가들의 치밀한 분석과 리더의 확고한 철학과 가치 비전에 의해 결정되고 판단돼야 한다”고 17일 밝혔다.

 

이 후보는 이날 이화여대 서울병원에서 청년 간호사들과 간담회를 한 뒤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선대본부에 무속인이 고문으로 근무한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전 사실이 아닐 거라고 믿고 싶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제가 영화를 좋아하는데 샤먼(무당)이 전쟁을 결정하는 그런 장면들 많이 보지 않냐”며 “21세기 현대사회, 핵 미사일이 존재하는 이런 나라에선 샤먼이 그런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일이 절대로 있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 후보의 ‘샤먼’ 언급에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을 염두에 둔 발언이냐’는 질문이 나오자, 이 후보는 “제가 최순실이라는 말을 드리긴 좀 어렵다. 그게 뭐 같은 사안도 아니고 이미 지나간 일”이라고만 말했다. 다만 그는 윤 후보를 향해 “혹시라도 그런(미신적) 요소가 있다면 지금부터라도 철저히 제거하고 본인의 역량을 강화하고 주변 인재를 좋은 사람으로 써서 국정이 안정되고 국민들이 불안하지 않기 위한 실질적 조치를 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건(국정은) 개인 사업도 아니고 한 개인의 운명이 달린 일도 아니어서 그렇게 심심해서 점 보듯이 누군가에게 운수를 맡겨서 결정할 일이 아니라고 간곡한 말씀드린다”고도 덧붙였다.

 

이 후보는 전날 방영된 윤 후보 배우자 ‘김건희씨의 7시간 통화’ 보도에 대해서는 “저도 관심이 있어서 당연히 봤다”면서도 “그냥 봤을 뿐, 국민 민생과 경제에 더 관심을 둘 생각이다. 국민이 먹고사는 문제, 경제와 민생, 나라의 운명이나 미래보다 더 중요한 일이 어디 있느냐”고 말을 아꼈다. 서영지 기자

 

장막 뒤의 김건희? 통화 녹취록 공개 뒤 남는 의문 3가지

 

① 인터넷 매체 기자와 50여차례 접촉, 왜?

② 캠프 운영에 실질적으로 개입했나

③ ‘배우자 리스크’ 계속 이어질까

 

지난 16일 오후 서울 마포구 <문화방송>(MBC) 사옥에 걸린 전광판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의 ‘7시간 전화 통화’ 내용을 다루는 프로그램 ‘스트레이트’가 방영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의 ‘7시간 녹취록’이 공개된 뒤에도 김씨의 발언과 행동에는 의문점이 여전히 남아있다. 여의도 문법과는 거리가 있는 후보 가족의 돌발적 발언, 인터넷 매체 촬영 기자 이아무개씨와 이어온 장기간의 친분 관계에 대해서는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그 배경을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의힘은 17일 해당 녹취 내용을 방송한 <문화방송>(MBC)과 인터넷 매체 ‘열린공감티브이(TV)’, ‘서울의소리’ 등을 향해 “반론권을 보장하라”, “인권과 사생활을 보호하라”고 압박을 이어갔다.

 

특정 기자와 5개월간 통화하며 친분 관계…왜?

 

지난달 허위 이력과 관련한 사과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 석상에 처음 등장하기 전까지만 해도 김씨는 극도로 언론과의 접촉을 피해왔고, 잠행하는 행보를 보여왔다. 경쟁 후보들이 아내와 함께 봉사활동에 나서거나, 지역 지지자들을 만나는 데 힘을 보태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김씨가 언론에 처음 등장한 때는 지난해 6월 당시 ‘윤석열 엑스(X)’파일에 등장한 의혹에 대해 해명했던 <뉴스버스>가 처음이었다. 이후 6개월 뒤인 지난달 자신의 허위 이력과 관련한 <와이티엔>(YTN) 보도에 대해 강한 어조로 반박하는 목소리가 공개되면서 간헐적으로 대중 앞에 나타났을 뿐이었다. 선대위 내부에서는 김씨의 본격 등판 시기를 저울질하며 ‘배우자포럼’ 등 다양한 방식을 따져보며 준비 작업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김씨가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총 50여차례에 걸쳐 7시간45분간 이씨와 전화통화를 했고 직접 만나기도 했다는 것이 드러나자, 국민의힘에서도 난감해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유력 대선후보의 배우자가 친여 성향의 인터넷 매체 촬영 기자와 몇 달간 통화하고 직접 만나기도 한 행보는 상식적이지 않다.

 

국민의힘은 전날 <문화방송> 쪽에 보낸 반론요청서에서 “김건희 대표 어머니가 구속된 직후 이씨가 먼저 접근했고, ‘어머니를 20여년간 온갖 소송으로 괴롭혀 온 정아무개씨에 대한 대응을 도와주겠다’고 했다”며 “이씨는 정씨를 비판하고 최근 근황을 알려주면서 김씨를 위하는 것처럼 해 환심을 샀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한겨레>에 “왜 관계를 유지해왔는지에 대해서는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며 “선대위 관리 없이 직접 결정을 해왔고, 사전 조율 없이 언론 인터뷰에 응하는 등 제어가 안 됐던 부분이 이번 사태로 연결된 것”이라고 말했다.

 

영입·강연 요청도 배우자 활동 영역?

 

공개 석상에서 볼 수 없던 김씨가 선거캠프 운영과 관련 직접 개입한 정황은 녹취록을 통해 여럿 확인됐다. 실제로 당내 경선 과정 때부터 김씨가 윤 후보 선거 업무 전반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관측은 거듭 제기된 바 있다. 지난해 10월 윤 후보의 ‘전두환 망언’ 사과 직후 에스엔에스에 이른바 ‘개사과’ 사진이 게재됐을 때도 김씨 주변인물이 개입했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김씨가 이아무개 기자를 자신의 사업체에서 30분 강연을 하도록 주선한 뒤, 강의료 105만원 지불한 것에 대해선 선거법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씨는 이씨와의 통화에서 “한 번 와서 좀 우리 몇명한테 캠프 좀 구성할 때 그런 것 좀 강의해 주면 안 되냐”면서 제안했고, 이후 실제로 코바나컨텐츠 직원 등과 함께 강연을 들었다고 한다. 또 이씨로부터 윤 후보의 의상, 다리를 벌리고 앉는 자세, 좌우 청중을 번갈아 보며 이야기하는 습관 등을 고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을 들은 것으로 전해졌다. 공직선거법 97조 2항은 ‘후보자 또는 그 가족과 관계 있는 회사 등은 선거에 관한 보도·논평이나 대담·토론과 관련하여 당해 방송·신문·통신·잡지 기타 간행물을 경영·관리하거나 편집·취재·집필·보도하는 자 또는 그 보조자에게 금품·향응 기타 이익을 제공하거나 제공할 의사의 표시 또는 그 제공을 약속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다.

 

당 내에서는 배우자의 정상적인 활동 영역이라고 주장한다. 김은혜 선대위 공보단장은 이날 <시비에스>(CBS)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윤 후보의 그런 대선 선거운동 과정에서 통상적으로 부인으로서 할 수 있는 일 외에는 그 어떤 것도 개입하거나 관여하고 있지 않다”고 못 박았다. 윤희석 상임공보특보도 “배우자 입장에서는 배우자 회사도 운영하고 하니 선거를 비공식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사람들과 어떤 의사소통을 할 수 있고, 뭔가 좋은 부분을 흡수하기 위해 그런 활동을 했다고 본다”며 “그걸 뭐 이해하고 말고의 개념이 아니라, 배우자로서 할 수 있는 활동영역에 속한다, 이렇게 생각하면 편할 것 같다”고 했다.

 

여론 살피는 국힘…‘등판 시점’ 앞당기나?

 

이번 녹취록 공개를 기점으로 김씨가 본격적인 정치권에 등장하는 시기가 언제인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국민의힘은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며 조심스럽게 반응하고 있다. 권영세 선거대책본부장은 이날 선대본부 회의 뒤 기자들이 ‘김씨의 선거운동 시점’에 관해 묻자 “더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고 말을 아꼈다. 권 본부장은 그러면서 김씨가 지난달 26일 자신의 허위 이력 의혹과 관련한 대국민 사과 회견에서 “반성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갖겠다”고 한 것을 언급하며 “어느 정도 시간은 필요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녹취록의 반응이 나쁘지 않다고 자평하면서, 이제는 김씨가 선거운동에 직접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국민의힘 한 중진의원은 “녹취록이 보도되면서 오히려 여당 쪽에 역풍이 불고 있는 모습”이라며 “배우자 리스크의 고비는 넘겼다고 본다. 공개 활동을 검토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미나 기자

 

안희정 성폭력 피해자 “유죄확정 사건에 비아냥”…여성계, 김건희에 분노

  김건희 “안희정 편” 미투 부정 발언

  김지은 “음모론적 태도…사과 요구”

  전문가들 “끔찍한 2차가해…맞서야”

 

안희정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 회원들이 2019년 9월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력 사건 관련 대법원의 상고심 판결을 환영하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안희정은 유죄다’라고 적힌 손팻말을 하늘을 향해 던지고 있다. 대법원은 이날 안 전 지사 상고심에서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인 김지은씨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에게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했다. 김건희씨는 지난해 인터넷 매체 기자와 통화하는 과정에서 “안희정이 불쌍하다”고 발언한 사실이 최근 언론 보도 등으로 알려졌다.

 

김지은씨는 17일 한국성폭력상담소를 통해 낸 입장문에서 “김건희씨의 진심 어린 사과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김지은씨는 “법원 판결로 유죄가 확정된 사건에서조차 음모론과 비아냥으로 대하는 김건희씨의 태도를 보았다. 피해자들의 울부짖음이 담긴 미투를 그렇게 쉽게 폄훼하는 말들도 들었다”고 했다. 안 전 지사는 지난 2019년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등의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3년6개월의 실형을 확정받았다.

 

김지은씨는 “당신들이 생각 없이 내뱉은 말들이 결국 2차 가해의 씨앗이 되었고, 지금도 악플에 시달리고 있다”며 “2차 가해자들은 청와대, 여당 후보의 캠프뿐만 아니라 야당 캠프에도 있다는 사실을 이번에 명확히 알게 됐다”고 했다. 이어 “당신들이 세상을 바꿔줄 것이라 기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변화의 장애물이 되지는 말아달라. 한낱 유한한 권력을 가지고 국민을 나누고, 조종하고, 조롱하는 당신들에게 맞서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건희씨는 지난해 11월 유튜브 채널 <서울의 소리> 이아무개 기자와의 통화에서 “문재인 정권이 먼저 그거(미투)를 터뜨리면서 그걸 (화두로) 잡자 했잖아. 뭐하러 잡냐고 미투를. 사람이 살아가는 게 너무 삭막해”라고 발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난 안희정이 불쌍하더만 솔직히. 난 안희정 편이었거든. 아니 둘이 좋아서 한 걸 갖다가 완전히 무슨 강간한 것도 아니고”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건희씨는 16일 관련 발언을 방송한 <문화방송>(MBC)을 통해 “성을 착취한 일부 여권 진보 인사들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매우 부적절한 말을 하게 됐다.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건희씨의 해명과 사과가 불충분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건의 피해자를 대리했던 김재련 변호사는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잘못된 발언이 공개되었다면 그 잘못을 사실대로 인정하고 실존하는 피해자에게 직접 그리고 제대로 사과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김건희의 발언은 누나 동생으로 칭하는 지간의 사적 대화 공개가 정당한지에 대한 논의와 별개로 피해자에 대한 끔찍한 2차 가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다른 이들이 사실을 왜곡하려 할 때 앞장서서 이를 바로잡아도 모자랄 유력 대선 후보의 배우자가 이렇게 정반대의 부적절한 인식을 암암리에 드러내고 있었다는 사실이 그저 절망적”이라고 밝혔다. 장 의원은 “우리는 세상을 미투 이전으로 돌리는 정치에 함께 맞서 싸워야 한다”며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이야기는 권력형 성폭력의 피해자를 조롱하는 김건희의 이야기가 아니라 더 많은 김지은들의 이야기”라고 썼다.

 

이재명 캠프의 성평등자문단 공동 단장을 맡은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유력한 대통령 후보와 배우자가 타인에게 거리낌 없이 ‘미투 운동이 돈을 챙겨주지 않아 발생한 일이라’고 말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문제”라며 “김건희씨 발언처럼 힘겹게 용기를 낸 피해자가 조롱받고 비난받는 현실은 이제 끝내야 한다”고 밝혔다. 임재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