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창업자 손녀 등 부호들 촉구

“신뢰 회복하는 지름길은 공평 과세”

 각국 정부에 부유세 도입하라 촉구

 

‘애국적인 백만장자들’ 모임의 회원이 미국 뉴욕에서 부자들에 대한 공정한 과세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뉴욕/로이터 연합뉴스

 

월트디즈니 공동 창업자의 손녀 애비게일 디즈니 등 미국·캐나다·유럽의 부자 102명이 18일(현지시각) 각국 정부에 “우리들에게 세금을 더 물리라”고 촉구하는 공개 편지를 발표했다.

 

이들은 세계경제포럼의 다보스 포럼 개최에 맞춰 온라인으로 공개한 ‘우리는 세금을 믿는다’는 제목의 편지에서 “백만장자들인 우리는 현재의 과세 체계가 공평하지 않다는 걸 안다”고 밝혔다. 이들은 “세계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큰 고통을 겪는 동안 우리의 재산은 늘었다”며 “제 몫의 세금을 공평하게 냈다고 말할 수 있는 이는 우리 가운데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자신들을 ‘애국적인 백만장자’로 지칭하는 서명자들은 또 세계경제포럼 참가자들을 겨냥해 “당신들이 올해의 주제인 ‘어떻게 협력해 신뢰를 회복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억만장자들과 권력자들이 모인 사적인 포럼에서 찾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어 “주의를 기울이면 당신들이 문제의 일부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강력한 민주주의의 근본을 이루는 것은 공평한 과세 체계라고 지적했다. 또 국제 과세 체계에도 불공정이 바탕을 이루고 있다며, 불공정이 이런 체계를 만든 지배계층과 세계의 많은 사람들 사이에 불신을 만들어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부자들에게 세금을 물려야 한다”며 “전세계 각국은 부자들에게 자신들이 내야 마땅한 세금을 내도록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우리, 부자들에게 세금을 물리라. 지금 당장 세금을 물리라”고 촉구했다.

 

이 편지에 동참한 미국 벤처투자가 닉 하나우어는 재산 500만달러(약 60억원) 이상의 부자들에게 부유세를 부과하면 매년 약 2조5300억달러(약 3천조원) 이상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전했다. 이 정도의 재원이면, 세계 인구 23억명을 빈곤 상태에서 벗어나게 하고, 백신을 충분히 공급하며, 36억명의 저소득 국가 시민들에게 보편적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이들은 지적했다.

 

이들은 재산 500만달러 이상자들에게 2%의 부유세를 부과하고, 5천만달러 이상 부자들에게는 3%, 10억달러 이상 부자에게는 5%를 각각 부과하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신기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