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방역지침 위반 파티 잇따라 폭로
집권 보수당에서도 불신임 투표 요구 제기
국민 여론조사에서 절반 이상이 사임 요구
사퇴엔 “조사위원회 결과 보겠다”며 즉답 피해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12일 하원에 출석해 2020년 5월15일 총리 관저에서 코로나19 방역지침을 어기고 파티를 한 것과 관련해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의장님 저는 사죄하려 합니다.”
12일 오후 영국 하원. 여느 때처럼 더벅머리를 늘어뜨린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진지한 표정으로 사죄 의사를 밝히자 장내엔 옅은 웅성거림이 흘러나왔다. 평범한 영국인들이 정부가 정한 방역 기준을 지키기 위해 가족 혹은 친구들과 모임을 하지 못하는 동안 존슨 총리와 총리관저 직원들이 거듭해 다우닝가 10번지 정원에서 파티를 즐겼다는 의혹에 대해 입장을 밝히는 자리였다.
존슨 총리는 “수백만명에 달하는 이 나라 사람들이 18개월에 걸쳐 매우 큰 희생을 치르는 동안 그들이 경험했던 고통을 저는 알고 있다. 규칙을 만드는 총리관저의 사람들이 규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을 때 나와 내가 이끄는 정부에 대해 국민들이 느꼈을 분노를 이해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의혹이 불거진 2020년 5월20일 상황에 대해 “그날 오후 6시를 지나 (관저 내) 정원으로 가서 스태프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고 25분 뒤에 사무실로 돌아왔다. 업무상의 일이라고 생각했지만(파티가 아닌 회의라 생각했다는 의미), 모두를 안으로 불러들여야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옥외든 옥내든 사랑하는 사람들과 면회를 금지당한 사람들에게, 그리고 하원에 마음으로부터 사죄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를 바라보는 영국인들의 반응은 차갑기 그지없었다. 야당뿐 아니라 같은 보수당 원로들도 존슨 총리가 사임해야 한다는 의견을 쏟아냈다. 하원 평의원 가운데 가장 원로인 윌리엄 래그 의원 등은 이날 존슨 총리가 사임할 것과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의회가 나서 불신임 투표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른 의원들도 당내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평의원 모임인 ‘1922 위원회’ 의장 그레이엄 브레이디 의원에게 총리에 대한 불신임 투표를 요구하는 서한을 발송했다. <가디언>은 한 전직 각료를 인용해 불신임 투표를 요구한 의원의 25명 정도 된다고 전했다. 총리 불신임 투표가 상정되려면 의원 54명의 동의가 필요하다.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는 존슨 총리가 “부끄러움이 없는 사람”이라며 “품위 있는 일을 하고 사임하라”고 촉구했다. 11일 여론조사 결과를 봐도, 영국인 66%는 “존슨 총리가 사임해야 한다”는 견해를 가진 것으로 확인된다.
영국 언론들은 이틀 전인 10일 존슨 총리의 수석비서 마틴 레이놀즈가 100명이 넘는 총리실 직원에게 2020년 5월20일 총리관저인 다우닝가 10번지 정원에서 파티를 열기 위해 보낸,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며 총리관저 정원에서 파티를 연다. 오후 6시에 (각자 마실) 술을 가져오라”는 내용이 담긴 메일을 입수해 공개했다. 존슨 총리는 이 모임 닷새 전인 5월15일에도 관저 정원에서 참모 몇몇과 와인 잔을 앞에 두고 담소하는 사진이 공개돼 방역지침 위반 논란에 시달렸었다. 이 무렵 영국에선 업무상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 공공장소에선 동거인 외 만남은 1명까지만 허용된다는 엄격한 규칙이 적용되고 있었다. <비비시>(BBC) 방송은 파티가 열린 날을 전후로 800여명이 규칙 위반으로 벌금 부과 대상이 됐다고 밝혔다.
이날 사과를 통해 발등에 떨어진 불 끄기에 나섰지만, 존슨 총리가 살아남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1922 위원회의 부의장인 래그 의원은 <비비시>에 “항상 방어할 수 없는 것을 방어하는데 솔직히 탈진했다”며 “동료들이 공식적으로나 사석에서 말하는 것처럼 나도 총리 직위가 유지 불가능하다는 것을 생각하니 슬프다”고 말했다. 존슨 총리는 사과 발언 말미에서 자신의 향후 거취와 관련해 현재 진행 중인 독립위원회의 “조사 결과가 나오면 성명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위원회 조사 결과와 여론 동향을 보고, 최종 결단을 내리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정의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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