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경 · 김수남 등 감감 무소식…‘제 식구 봐주기’ 비판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의 핵심인물인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지난해 11월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대장동 개발 민간사업자인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구속기소)씨가 정치·법조·언론계 인사들에게 돈을 챙겨주려 했다는 ‘정영학 녹취록’의 구체적 내용이 처음 공개됐다. 정영학 회계사(불구속기소)가 검찰에 제출한 이 녹취록을 근거로 국민의힘은 ‘50억원 클럽’ 명단을 공개한 바 있다.

 

<한국일보>는 19일 정 회계사가 2019~20년 김씨와 나눈 대화를 녹음한 녹취록 일부를 입수했다며 보도했다. 2020년 3월24일치 녹취에는 화천대유가 대장동 일대 공동주택 용지 가운데 하나인 에이(A)12블록을 분양해 420억원을 벌었고, 이를 50억원으로 나눠 법조계 인사 등에게 줘야한다는 김씨의 발언이 나온다고 한다. 김씨가 “최재경(전 청와대 민정수석), 박영수(전 특별검사), 곽상도(전 국민의힘 의원), 김수남(전 검찰총장), 홍선근(머니투데이 회장), 권순일(전 대법관). 그러면 얼마지?”라고 묻자, 정 회계사는 “300(억원)”이라고 답했다는 것이다.

 

2020년 4월4일치 녹취에는 김씨가 곽상도 전 의원과 그의 아들을 언급하며 어려움을 토로하는 내용이 나온다고 한다. 곽 전 의원이 화천대유 직원이던 아들을 통해 ‘돈을 달라’는 말을 전해왔다는 것이다. 이에 정 회계사가 “형님도 골치 아프시겠습니다”라고 말하자 김씨는 “응, 골치 아파”라고 답하는 내용이다. 아들 곽씨는 화천대유에서 퇴직금 등 명목으로 50억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김만배씨 쪽은 당시 대화는 과장된 것이라는 기존 해명을 되풀이했다. 김씨 쪽 변호인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이익금) 정산 과정에서 다툼이 생겨 비용을 부풀린 부분이 있다. 녹취록 내용은 과장된 것으로 사실이 아니다. 녹취록이 증거능력이 있는지 검증이 필요하다. 지금 진행 중인 재판에서 가려야 할 부분”이라고 했다.

 

이름이 다시 거론된 당사자들도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곽 전 의원 쪽은 “법원에서도 녹취록의 문제점이 확인됐다. 녹취록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 해명되는 중”이라고 말했다. 앞서 검찰은 알선수재 혐의로 곽 전 의원의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범죄 성립 여부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기각했다.

 

김수남 전 총장과 최재경 전 수석은 “대장동 사업에 관여한 바가 일체 없다. 따라서 금품을 받거나 약속한 사실도 전혀 없다”고 했다. 이어 “녹취록은 그 내용이 사실과 다름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사실확인이나 검증 절차 없이 녹취록 또는 실명을 보도하는 것은 심각한 법적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이 사건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양철한)도 녹취록만으로는 유무죄를 따질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재판부는 지난 17일 두번째 공판에서 “녹취록이 중요하지만 이것만으로는 피고인 결백이나 공소사실이 입증되기는 어렵다. 객관적 증거가 중요하다”고 했다.

 

다만 50억원 클럽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의 소극적 태도를 두고는 ‘제 식구 봐주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곽 전 의원과 달리 구체적 돈거래 사실은 드러나지 않았더라도 실명이 거론된 검찰 고위직 출신들에 대해서는 단 한 차례 조사도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양홍석 변호사(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운영위원)는 “녹취록에 특정 인물들이 구체적으로 언급됐고 곽 전 의원 등 나머지 인물들은 모두 조사하고도 최 전 수석이나 김 전 총장 등 검찰 고위직 출신은 따로 불러 조사하지 않은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현재 50억원 클럽 등 관련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제기된 여러 의혹을 법과 원칙에 따라 치우침 없이 계속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손현수 강재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