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기 잡지 못한 ‘살얼음판’ 혼전…TV 토론에 올인

 

 

첫 텔레비전 합동 토론회를 하루 앞둔 2일, 각 대선 후보들은 일정을 최소화한 채 토론회 준비에 돌입했다. 대선까지 30여일 남았지만 누구도 뚜렷한 승기를 잡지 못한 만큼, 후보들은 이번 토론회를 핵심 ‘승부처’로 보고 전략에 몰두하고 있다. 특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모두 이번 토론회에서 비호감 극복을 통해 박스권 지지율에서 벗어나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 틈새를 파고들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3강 구도’를,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진보정당 후보로서의 존재감을 각인시키는 게 목표다.

 

이재명 ‘겸손 · 여유’…윤석열 ‘자질시비 탈출’

 

30%대 박스권을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재명 후보는 이번 토론회에서 ‘태도’에 특히 신경쓰는 모습이다. 국정운영 능력을 강조하면서도 ‘잘난 척’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도록 해 호감도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이 후보는 민생 전반에 해박하고 관련된 역량이 탁월하지만 결국 사람들한테 남는 건 이미지이기 때문에 여유롭고 겸손한 게 제일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이번 토론회에 대비해 지난달 28일 저녁 7시부터 9시까지 2시간 동안 ‘리허설’도 진행했다. 조응천 의원이 윤 후보, 채이배 전 의원이 안 후보, 권인숙 의원이 심 후보 역할을 맡아 이 후보에게 대장동·젠더·경제 이슈 등에 대해 공격적인 질문을 던졌다. 이번 토론회는 ‘부동산’과 ‘외교·안보’를 주제로 각각 20분씩 토론이 이어지고, 후보 1인당 질문과 답변을 합쳐 5분만 발언할 수 있는 ‘총량제’가 적용된다. 선대위 관계자는 “말은 핵심만, 상대방 공격에는 흥분하지 않는 게 포인트”라고 했다.

 

윤석열 후보는 ‘대장동 개발 특혜’ 등 이 후보를 둘러싼 의혹 검증에 집중해, 도덕성에 있어 상대적 우위에 있다는 점을 강조할 계획이다. 토론 주제와 할당 시간이 정해져 있는 만큼, 후보당 7분으로 제한된 ‘자유토론’을 적극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국민의힘 선대본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주제별로 후보가 준비한 정책의 장점을 설명하고, 상대 후보 정책의 약점을 공격하는 중심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윤 후보는 지난 31일로 예정됐다가 무산된 이 후보와의 양자토론을 통해 대장동 특혜 등 각종 의혹을 집중 추궁하려던 계획이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자유토론 때는 의혹 검증이 주가 될 것 같다. 정책 부각은 앞으로 법정 토론이 3번 있으니 그때 충분히 보여줄 수 있다”며 “이 후보가 시정 행정을 하면서 빚어졌던 의혹 검증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철수 ‘3강’ 각인…심상정 ‘대안 후보’

 

안철수 후보는 이재명·윤석열 두 후보의 공방이 펼쳐질 것을 염두에 두고, 대통령의 자질과 도덕성을 강조하겠다는 전략이다. 국민의당 선대위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부동산 정책 등은 차별성이 높지 않기 때문에 과학기술, 청년정책, 연금개혁 등 양당 후보들이 미적거리고 불명확하게 의견 표명을 하는 것들에 대해 안 후보가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토론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재명·윤석열 후보의 가족 리스크, 도덕성, 살아온 궤적, 인격 이런 부분들이 토론회에서 자연스럽게 나올 것”이라며 “안 후보가 도덕성이나 대통령의 자질을 강조하는 구도로 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의당은 ‘2강 1중’ 구도에서도 아직 지지후보가 없는 부동층을 향해 대안 세력으로서의 존재감을 새기겠다는 전략이다. 심 후보는 지난달 27일부터 ‘심상정의 1분’을 나눠드립니다’, ‘심상정이 대신 물어드립니다’ 캠페인을 통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국민의힘,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에게 묻고 싶은 말을 받고 있다. 정치에서 배제되고, 지워진 목소리와 비호감 대선에 실망하고 지친 목소리를 대선 한복판에 갖고 오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주4일제, 심상정케어, 시민최저소득 100만원, 모병제 등 심 후보만의 차별화된 공약을 알리겠다는 복안이다. 정의당 핵심 관계자는 “투표 전 사실상 마지막 남은 국민 검증대인 티브이토론에서 두 후보의 사법적 의혹을 분명하게 짚고 검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영지 조윤영 오연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