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조사가 이뤄졌다면 그 결과를 밝혀야 하고,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그 이유를 밝혀야 한다. 이는 대장동 사건을 다루는 검찰의 태도를 보여주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박용현 | 논설위원

 

대장동 사건으로 구속기소된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정영학 회계사와 통화하면서 “윤석열이는 형(김씨 본인을 지칭)이 갖고 있는 카드면 죽어”라고 말한 녹취록이 보도됐다. 아직 일방적인 발언일 뿐이고, 사실일 경우 ‘카드’의 내용이 뭔지도 봐야 한다. 하지만 맥락상 그 자체로 주목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다.

 

우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김씨의 관계는 이미 도마에 오른 바 있다. 윤 후보 부친이 급히 내놓은 단독주택을 김씨 누나가 매입한 사실이 드러났는데, 이에 대한 유일한 해명은 ‘지극한 우연’이라는 것뿐이었다. 개를 키우기 위해 마당 있는 집을 물색했다는 김씨 누나는 그 집에 살지도 않는다. 의문투성이다. 또 윤 후보가 2011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부산저축은행 비리 수사 때 대장동 사업자에게 1천억원대의 불법 대출을 알선한 조아무개씨를 처벌하지 않은 사실도 논란이 됐다(조씨는 이후 수원지검의 재수사로 구속기소돼 실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윤 후보는 주임검사였고, 조씨의 변호인은 윤 후보와 검사 시절부터 친분이 두터운 박영수 전 특검이었다. 조씨에게 박 전 특검을 변호인으로 소개해준 사람이 김만배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박 전 특검은 화천대유가 대장동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직후인 2015년 화천대유에 5억원을 송금하고 화천대유 고문을 지냈으며, 딸이 화천대유에 취직해 대장동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이런 맥락 속에서 김만배씨의 ‘카드’ 발언은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한 또 하나의 판단 자료가 된다. 윤 후보는 김씨와는 “상가집에서 눈인사 한번 한 사이”라고 했다. 이 해명의 진위는 유권자들의 후보 평가에서 중대한 의미를 지닐 것이다.

 

녹취록에서 김씨가 윤 후보를 언급한 짧은 대목의 앞뒤로는 전혀 다른 화제의 대화가 오간다. 정영학 회계사가 화제를 돌려 묻는다. “참, 정신이 없으시지 않으셨나요? 윤석열 특검부터 해갖고. 특검이 아니라, 그 국감.” 녹취 시점인 2020년 10월26일은 검찰총장이던 윤 후보가 그해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크게 주목받은 며칠 뒤였다. 김씨는 당시 언론사에 몸담고 있었다. 근황을 묻는 정 회계사의 말에 김씨는 ‘카드’ 발언으로 답한다. 뜬금없게 들리는 대화다. 이 ‘뜬금없음’이 오히려 평소 갖고 있던 생각을 불쑥 드러낸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키운다.

 

검찰이 녹취록을 검토했다면 ‘카드’의 진위 및 내용을 조사할 필요성을 충분히 느꼈을 법하다. 표현의 수위로 볼 때도 김씨가 말하는 ‘카드’가 사실이라면 심각한 내용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검찰은 조사가 이뤄졌다면 그 결과를 밝혀야 하고,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그 이유를 밝혀야 한다. 이는 대장동 사건을 다루는 검찰의 태도를 보여주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인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지난해 11월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대장동 사건은 업체 선정 및 사업 설계 과정의 특혜 의혹과 정관계·법조계에 대한 로비 의혹을 두 축으로 한다. 검찰 수사는 전자를 중심으로 이뤄진 반면, 이른바 ‘50억 클럽’을 위시한 로비 의혹 수사는 5개월이 넘도록 지지부진했다. 아들이 화천대유에서 퇴직금 50억원을 받은, 누가 봐도 상식 밖인 사실관계에도 불구하고 곽상도 전 의원은 구속영장이 기각되고, 검찰은 두달 만에야 구속영장을 재청구해 4일 영장실질심사가 열린다. 김만배-정영학 대화 녹취록에는 “○○ 아버지(곽 전 의원)는 돈(을) 달라고 그래. ○○ 통해서” 등 금품 요구와 전달에 관한 구체적인 언급까지 나오는데 검찰 수사가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은 수사 의지를 의심케 한다. 박영수 전 특검은 지난해 11월 한 차례 소환조사한 뒤 수사 진척이 감감무소식이다. 비교적 최근까지 검찰에 몸담았던 최재경 전 민정수석이나 김수남 전 검찰총장은 아예 조사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여론에 밀려 수사하는 시늉을 내면서도 ‘검찰 식구’는 최대한 봐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윤 후보 관련 발언을 조사하지 않았다면 검찰 수사가 원칙이 아닌 정치적 고려에 좌우됐다는 뜻이 된다.

 

이와 관련해 녹취록을 내놓지 않으려고 애쓰던 검찰의 태도도 곱씹게 된다. 검찰은 이 녹취록을 결정적인 수사 증거로 사용해놓고, 정작 기소된 피고인 쪽에는 복사를 허용하지 않으려 했다. 수사가 계속되고 있는 데다 복사된 녹취록이 언론에 유출돼 보도된다는 등의 이유였다. 하지만 법원은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이라는 원칙에 따라 복사를 허용했다. 검찰은 왜 원칙을 거스르면서까지 그토록 녹취록을 넘기지 않으려 했는지 궁금하다.

 

녹취록은 검찰의 수사자료를 넘어 이제 국민의 알 권리 대상이 됐다. 대장동 사건이 대선의 최대 쟁점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형사재판의 원칙상 피고인 쪽에 넘겨야 하는 것은 물론, 이 시점에서는 국민에게도 공개해야 마땅하다. 검찰이 선별한 내용만 공개되고, 국민의 판단이 거기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선거라는 정치적 의사 결정 과정에서 무엇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판단하는 것은 검찰이 아니라 주권자인 국민이다. 미국 연방대법원의 유명한 판결이 지적하듯, “언론과 공론의 영역에서는 모든 사람이 스스로 진실의 파수꾼이 돼야 한다. 헌법은 공권력이 우리를 대신해 진실·거짓을 가려주는 것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검찰, ‘황무성 사퇴 압박 의혹’ 이재명 · 정진상 무혐의

 

  대장동 개발 사업 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사직서 본인이 작성…공모지침서 위조 증거 없어”

 

황무성 성남도시개발공사 초대 사장이 지난해 10월24일 참고인 신분으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황무성 초대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사퇴 압박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정진상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비서실 부실장(전 성남시·경기도 정책실장)을 무혐의 처분했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은 황 전 사장 사퇴 압박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 후보와 정 부실장,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을 무혐의 처분했다고 3일 밝혔다. 검찰은 “사건 관계자들의 진술, 녹취록, 사직서, 관련 공문 등을 종합한 결과 유한기 전 공사 개발사업본부장이 다른 피의자들과 공모하여 황 전 사장의 사직을 강요(협박)했다거나 직권을 남용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황 전 사장 명의의 사직서는 본인이 작성 및 전달한 것이고, 개발사업 공모지침서도 결재 과정에 비춰 볼 때 위조하였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황 전 사장은 대장동 사업 공모지침서가 자신도 모르게 바꿔치기 됐다고 주장한 바 있다. 지난해 12월 경기 고양시 자택 인근에서 숨진 채로 발견된 유한기 전 개발사업본부장에 대해서는 피의자 사망에 따른 ‘공소권 없음’으로 처분했다.

 

앞서 수사팀은 지난해 10월 공사 초대 사장을 지낸 황 전 사장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하며 대장동 개발 사업 초기인 2015년 2월6일 유한기 전 본부장이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과 정진상 부실장 등을 언급하며 황 전 사장의 사퇴를 압박하는 내용이 담긴 40분 분량의 녹취파일을 확보했다. 이 녹취록은 국민의힘 등을 통해 공개됐고, 한 시민 단체는 이 후보와 정 부실장 등이 황 전 사장의 사퇴를 종용했다는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로 이들을 고발했다. 이 혐의의 공소시효는 7년이이서 오는 6일 시효가 만료될 예정이었지만, 지난달 고발인이 재정신청을 해 시효는 중지된 상태였다. 재정신청은 고발인이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불복해 법원에 대신 판단을 내려달라고 요청하는 제도로, 공소시효 만료 30일 전까지 공소를 제기하지 않았을 때도 검찰 처분 전에 재정신청을 할 수 있다. 검찰은 “고발인이 재정신청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의 점에 대해 불기소처분하면서 사건 기록을 법원에 송부하기 위해 오늘 서울고검에 인계했다”고 밝혔다.

 

한편, 검찰은 황 전 사장 사퇴 압박 의혹과 관련해 이재명 후보를 상대로 서면 조사 등을 벌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검 공보검사는 “관계인 진술 등에 비춰 지시, 공모 혐의를 인정할 증거가 발견되지 않은 상황에서 조사를 진행하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강재구 기자

 

윤석열 ‘정치 뜻’ 밝힌 나흘 뒤…김만배 “윤석열 죽일 카드 있다” 언급

윤, 2020년 10월 국감서 “정치한다는 뜻이냐”  질문에 즉답 피해

김만배, 나흘 뒤 “윤석열이는 내가 가지고 있는 카드면 죽어” 언급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월23일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열린 ‘국민공약 언박싱 데이’ 행사에서 마스크를 고쳐 쓰고 있다.

 

대장동 개발 민간사업자인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구속기소)씨가 “윤석열이는 내가 가지고 있는 카드면 죽어”라고 발언한 녹취록 내용이 공개되면서 정치권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그간 녹취록 내용을 근거로 “대장동 몸통인 이재명을 수사하라”고 촉구했던 국민의힘은 이번엔 “엄정한 수사를 두려워하는 공범들에게 김씨가 허풍을 떤 것에 불과하다”며 녹취록 신빙성을 깎아내렸다.

 

3일 <한겨레>취재를 종합하면,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은 김씨와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 사이에서 오고 간 대화 내용 중 “윤석열”이 언급된 이유와 맥락 등을 수사하고 있다.

 

앞서 <한국일보>와 유튜브 채널 <열린공감티브이(TV)>가 공개한 2020년 10월26일치 ‘정영학 녹취록’에는 김만배씨와 정영학 회계사가 “윤석열”을 두고 대화를 나누는 대목이 나온다. 정 회계사가 김씨에게 “참, 정신이 없지 않으셨나요? 윤석열 특검부터 해갖고. 특검이 아니라, 그 국감”이라고 말하자, 김씨는 “윤석열이는 형(김만배)이 가지고 있는 카드면 죽어. 지금은 아니지만. 근데 형은 그 계통에 안 나서려고 그래. 무슨 말인지 알지?”라고 말한다.

 

정 회계사가 언급한 “국감”은 두 사람 대화가 이뤄지기 나흘 전에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정감사를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검찰총장이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여론조사에서 대권 후보로 거론된다’는 질문에 “퇴임하고 나면 우리 사회와 국민을 위해서 어떻게 봉사할지 그런 방법을 천천히 생각해보겠다”고 답했다.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이 “정치를 하겠다는 뜻이냐”고 재차 묻자 “그건 제가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즉답을 피했지만, 현직 검찰총장이 정치에 뜻을 둔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왔다. 김씨가 갑자기 “윤석열 죽일 카드”를 언급한 배경에는 윤 후보의 이런 발언 등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윤 후보는 국정감사 5개월 뒤 사실상 대선 출마 뜻을 밝히며 검찰총장직에서 중도 사퇴했다.

 

지난해 윤 후보는 그의 부친이 김만배씨 누나와 부동산 거래를 했다는 의혹이 나오자 “김씨를 알지만 개인적인 친분은 없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2019년 4월 김씨의 누나는 윤 후보 부친인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가 급매물로 내놓은 서울 연희동 단독주택을 19억원에 사들였다. 김씨와 정 회계사 대화에서 ‘윤석열 카드’ 발언이 나오기 1년6개월 전이다. 당시 윤 후보는 서울중앙지검장이었고, 김씨는 <머니투데이> 법조 담당 기자였다. 이로 인해 여권을 중심으로 김씨가 차기 검찰총장으로 거론되는 윤 후보를 보고 매수자를 찾기 어려운 오래된 단독 주택을 누나 명의로 사들인 게 아니냐는 뇌물 의혹이 나오기도 했다. 윤 후보쪽은 “매수자가 누군지도 몰랐다”고 반박했지만, 국민의힘 쪽에서도 “로또 당첨만큼 어려운 우연의 일치”라는 지적이 나왔다.

 

김씨가 언급한 ‘카드’가 부산저축은행 부실 수사 의혹을 의미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도 나온다. 2011년 대검 중수부가 부산저축은행 비리 의혹을 수사할 당시, 대장동 민간사업자에게 1155억원의 불법 대출을 알선한 조아무개씨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혹이다. 당시 이 수사 주임검사는 윤 후보였고, 조씨의 변호인은 윤 후보와 친분이 두터운 박영수 전 특검이었다. 조씨에게 박 전 특검을 변호인으로 소개시켜 준 건 김만배씨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이양수 국민의힘 선대본부 수석대변인은 “윤 후보는 김만배와 어떤 친분이나 관계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했다. 김만배씨 쪽은 ‘50억원 클럽 의혹’ 등에 대한 해명 때와 마찬가지로 “그런 발언을 한 적이 없다” “그런 말을 했다면 일부러 과장한 것일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공보검사는 “어떤 것이라도 녹취록에 나온 내용 중 의혹이 될 만한 부분은 수사팀에서 확인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재구 기자

 

윤석열 잇단 문제-혐오공약…사드배치 · 건강보험 · 여가부 폐지…

이주노동자·중국…혐오정치 또 꺼낸 윤석열

 

“외국인, 건보에 숟가락 얹어”

 중국인 겨냥 무임 승차론 펴

 2030남성 · 지지층표심 매몰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설날인 1일 인천시 강화군 강화평화전망대를 방문, 발언하고 있다. 국민의힘 선대본부 제공.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설 연휴 기간 동안 사실상 중국인을 특정한 이주 노동자 ‘건강보험 무임승차론’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추가 배치 등을 들고 나왔다. 이주 노동자에 대한 혐오 정서를 비롯해 온라인 공간에서 2030세대 일부에 퍼져있는 ‘반중 감정’에 편승한 주장이다. 앞서 여성가족부 폐지 등 젠더 갈라치기로 논란을 빚은 윤 후보가 막판 표심을 잡기 위해 차별과 혐오의 정치를 또다시 꺼내 들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윤 후보는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민이 잘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얹는 외국인 건강보험 문제 해결하겠다”고 썼다. 이어 “2021년말 기준 외국인 직장가입자 중 피부양자를 많이 등록한 상위 10명을 보면 무려 7~10명을 등록했고, 외국인 건강보험 급여지급 상위 10명 중 8명이 중국인으로 특정 국적에 편중되어 있다”며 “우리 국민이 느끼는 불공정과 허탈감을 해소할 방안을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주 노동자들이 건보 재정에 ‘숟가락을 얹어’ 막대한 부담을 지우고 있다는 주장으로, 사실상 중국인을 건보 재정 누수의 ‘주범’으로 겨냥한 것이다.

 

그는 이어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드 추가배치’라는 6글자 메시지를 올렸고, 지난 1일엔 “사드를 포함한 중층적 미사일 방어망을 구축해 수도권과 경기 북부 지역까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으로부터 우리 국민의 안전을 확실히 지키겠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의 외교 정책을 ‘친중 외교’로 규정한 뒤, 중국이 크게 반발하는 사드 추가 배치를 실행하겠다는 주장이다. 중국은 미국의 한반도 사드 배치가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국민의힘 선대본부 관계자는 <한겨레>에 “우리는 집권하더라도 현 정부처럼 중국 눈치만 보지 않고, 할 말은 제대로 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윤 후보의 이런 움직임은 2030세대 일부 남성들에게 퍼져있는 혐중 정서와 보수층이 갖고 있는 이주 노동자에 대한 반감을 자극해 선거에 활용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골수 보수 지지층을 적극 결집시키려는 노력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처럼 이주민을 향해 전선을 치는 것”이라고 짚었다.

 

윤 후보의 ‘혐중 정서’ 자극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적극적이다. 그는 전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페이스북에 ‘고속도로 졸음쉼터 태양광 그늘막 설치’ 공약을 올리자 이 대표는 댓글로 “지금 이 타이밍에 중국 태양광 패널업체들을 위한 공약이 꼭 필요한가요”라고 반문했다. 중국 업체들이 전 세계 태양광 패널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만큼, 이 후보의 공약이 중국 기업 배만 불려줄 것이란 주장을 펼친 것이다. 정치권에서 “어설픈 반중 코인 탑승 시도(이소영 민주당 선대위 대변인)” “재생에너지 현실에 대한 무지를 넘어 기후위기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있는지 의심스럽다(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하지만 제1야당의 대선 후보가 통합은커녕 지지층 결집을 위해 이주 노동자, 중국, 여성 등을 향해 혐오를 조장하는 캠페인을 벌이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앞서 윤 후보는 지난달 28일 주한 미국 상공회의소 간담회에서도 “현 정부가 굉장히 중국 편향적 정책을 썼지만 한국 국민들 특히 청년들 대부분은 중국을 싫어한다. 중국 청년들도 대부분 한국을 싫어한다”고 말한 바 있다. 여성가족부 폐지와 성범죄 무고죄 처벌 강화 등으로 여성 혐오를 부추겨온 행태가 이주 노동자와 중국 등으로 확대된 셈이다. 이는 이대남(20대 남자) 표심 공략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젠더에 이어 ‘주적’이라고 한 북한, 혐중까지 모두 2030 남성을 공략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며 “또한 북·중 관계를 중시하는 문재인 정부와 대비시키려는 전략인데, 혐오 전략이 중도층과 무당층까지 효과적일지는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윤 후보의 ‘혐중 전략’은 외교안보·경제적 측면에서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흥규 아주대학교 미중정책연구소장은 “윤 후보는 중국과 사드 보복 때보다 훨씬 더 강력한 적대관계가 형성될 수 있는 가능성이 큰 공약을 이야기하고 있어 대가가 클 수 있다”며 “아무리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공약이라 할지라도 국익과 실행 가능성을 생각하고, 실행했을 때 야기할 수 있는 부정적 결과에 대한 나름대로의 대응책과 복안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장나래 기자

 

사드 추가 배치해 수도권 지킨다?…“미·중 경쟁관계 무시한 공약”

 

‘사드 추가 배치’ 공약 실효성 논란

윤석열 “수도권 방어 위해 사드 구매해 직접 운용”

북한 단거리미사일 저고도 비행 탓에 요격 어려워

‘중국 봉쇄’ 미국 포위망 동참 신호로 비칠 수 있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지난 1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관련,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포함한 중층적 미사일 방어망을 구축해 수도권과 경기 북부 지역까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으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확실히 지키겠다”고 말했다.

 

윤석열 후보 외교안보 공약을 담당하는 선대본부 산하 글로벌비전위원회 등은 지난달 31일 기자회견을 열어, 1조5천억원으로 미국에서 사드를 구매해 한국군이 직접 운용하겠다고 주장했다. 현재 경북 성주에 배치된 사드는 미국 정부 예산으로 사서 주한미군이 운용한다. 성주 사드 포대는 사거리가 200㎞라 요격 범위가 수도권에 미치지 못하므로 북한의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수도권 주민 2천만명을 지키려면 사드를 추가 배치해야 한다는게 윤 후보 쪽 주장이다.

 

사드 추가 배치 주장의 쟁점은 크게 둘이다. ‘정말 사드가 수도권 주민을 지킬 수 있느냐’라는 군사적 실효성과 미국과 중국이 거칠게 충돌하는 국제관계에서 사드 추가 배치가 국익에 도움이 되느냐는 것이다.

 

자료 국방부.

 

현재 사드 기술수준과 북한 미사일 전력의 질과 양, 북한의 개전초 군사 전략 등을 감안하면 사드를 추가 배치해도 수도권 보호를 확신하기 어렵다. 발사된 북한 탄도미사일은 상승단계-중간단계-종말(하강)단계로 포물선 궤적을 그린다. 북한이 쏜 탄도미사일이 5분 안에 한국에 올만큼 한반도 종심이 짧아 상승-중간단계에서 북한 미사일을 요격하기에는 시간이 빠듯하다. 한국의 미사일 방어망은 3번째 종말단계에 집중해, 고고도, 중고도, 저고도에 걸친 다층방어체계로 짜여있다. 구체적으로 △패트리엇2(20㎞ 내외 저고도) △천궁II와 패트리엇3 (30㎞ 내외 중고도) △사드(50~150㎞ 범위 고고도)로 3중 방공망이다.

 

사드 배치를 찬성하는 쪽은 유사시 북한의 미사일을 패트리엇, 천궁II 미사일 고도 위에서 한번 더 방어 기회를 가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사드는 미사일 종말단계에서 고고도 요격에 쓰인다. 그런데 북한이 가장 많이 보유한 단거리 미사일인 스커드의 경우 고고도가 아니고 대부분 저고도로 비행하므로 사드로 요격하기가 어렵다.

 

북한이 사거리가 긴 중거리 노동미사일을 압록강 부근에서 정상 발사 각도보다 높은 고각도로 발사하면 국내에 떨어지는데, 이 경우에는 고고도여서 사드로 대응할 수 있다. 하지만 값싼 스커드 미사일을 대량 보유한 북한이 굳이 비싼 중거리 미사일인 노동미사일을 한국을 겨냥해 고각 발사할 이유를 쉽게 찾기 어렵다.

 

이런 주장은 미국 내 민간 전문가, 미 의회에서도 꾸준히 나왔다. 미 의회조사국(CRS)이 2015년 4월 발간한 <아태지역에서의 탄도미사일 방어:협조와 저항> 보고서는 사드의 한반도 배치가 일본과 미국을 방어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한국은 도움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 보고서는 한국이 북한과 너무 인접해 있고 북한 탄도미사일이 낮은 궤적으로 비행해 수분 이내에 도착할 수 있다며 이렇게 설명했다.

 

북한이 미사일과 장사정포를 한꺼번에 쏘는 전면전 상황에서 사드가 북한 미사일을 완벽하게 방어하길 기대하긴 어렵다. 사드는 명중 효과를 높이려고 적 미사일을 겨냥해 요격 미사일을 2발이나 4발을 쏜다. 총 48개의 요격미사일로 꾸려진 1조5천억짜리 사드 1개 포대가 막을 수 있는 북한 미사일은 산술적으로 최대 24발이다. 북한은 스커드, 노동 등 1300여발의 탄도미사일을 북한 전역에 배치하고 있다.

 

자료 국방부.

 

일부에서는 ‘사드가 군사적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해도 없는 것보다 낫다’고 주장한다. 이는 사드 추가 배치로 중국의 경제 보복 등 한국에 불이익이 없을 때 가능한 이야기다. 국민의힘 선대본부 글로벌비전위원회 소속 김용현 전 합참 작전본부장은 중국이 반발할 가능성을 낮게 본다. 그는 “2017년 (성주에) 사드를 배치했을 때 중국이 ‘주한미군 사드를 배치해서 반발하는 것’이라고 했다”며 “다시 말해 한국군이 자체적으로 자위권 차원에서 구매하는 사드라면 중국도 반발할 명분이 없다”고 주장했다.

 

한국이 사드를 구매할 경우에도, 이를 운용할 때는 주한미군 미사일 방어체계와 연동되므로 중국이 “한국 사드는 미국 사드와는 별개”로 간주할 지는 불투명하다. 5년전 사드 배치로 한-중 관계가 얼어붙었던 사례에서 확인했듯이 사드 추가 배치는 중국을 봉쇄하기 위한 미국의 포위망에 동참하겠다는 신호를 국제사회에 내는 것이다. 사드 추가배치는 군사적 효용성뿐만 아니라 남북관계, 한미관계, 미-중 전략경쟁 등 국제 정세 등을 아우르는 전략적 판단 능력, 사드 배치 지역 설득 같은 소통능력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외교안보 전문가는 “윤 후보는 극심한 미중 전략경쟁 국면에서 요동치는 국제질서에 어떻게 대응할지 전략적 설계도가 없다”며 “윤 후보가 사드를 둘러싼 미·중 전략 경쟁 같은 국제관계 현실을 무시한 채 보수층 표를 의식해 사드 추가 배치를 꺼낸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권혁철 기자

 

‘사드 추가 배치’ 윤석열에 민주당 “대국민 안보 사기극”

선대위 평화번영위원회 성명

윤 “외국인 건보 문제 해결“에는

“차별·혐오 조장, 시대착오 선동”

 

              

더불어민주당은 1일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 추가 배치’ 주장은 “섣부른 안포 포퓰리즘”이라는 공세를 이틀째 이어갔다. 윤 후보가 건강보험 피부양자로 등록된 외국인에 대해 ‘숟가락 얹기’란 표현을 쓰며 혜택 축소를 공약한 것에 대해서는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는 시대착오적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선대위 후보 직속 평화번영위원회는 이날 ‘윤석열 후보는 북한의 도발에 맞장구치는 대국민 안보 사기극을 즉각 중단하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섣부른 안보 포퓰리즘 주장을 당장 중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위원회는 “사드는 40㎞ 이상에서만 요격이 가능한 상층 방어체계로 수도권 방어에 한계가 뚜렷하다. 최근 북한이 시험 발사한 케이엔(KN)-23처럼 20㎞ 고도 이하로 날아오는 것을 어떻게 사드로 막겠다는 것인가”라고 물으며 “수도권 사드 추가 배치는 국내외적 논란만 불러올 뿐 군사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위원회는 “사드보다 한국형 미사일 방어 체계인 천궁이 더 수도권 방호에 적합하다”고도 했다.

 

위원회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군사적 대응 조처로서 강력한 억제력과 대응 능력을 확보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현 상황에서 대선 후보가 자신의 발언이 미치는 군사 전략적, 외교적, 정치적, 경제 사회적 영향에 대한 치밀한 고민도 없이 불쑥 몇 글자로 선제타격, 사드 추가 배치 등과 같은 매우 중요한 안보 현안을 정략적 차원에서 제기하는 것은 무모하고 위험하다”는 비판도 이어갔다.

 

그러면서 “윤 후보의 이런 행위는 우리 국군의 전력화 계획을 망치고 한반도 안보 상황의 불안정을 고조시켜 코로나로 힘든 국민을 더 불안하고 힘들게 할 뿐”이라며 “그만 자중하고 본인의 말이 국민의 삶과 기업의 생존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지에 대한 최소한의 고민이라도 해주길 요청한다”고 했다. 위원회는 “윤 후보의 발언들이 한반도와 동북아의 긴장 조성을 위한 의도된 행위가 아니길 바란다”는 말도 덧붙였다.

 

해병부대를 방문해 장병들을 격려하는 이재명 후보

 

민주당은 또 윤 후보가 지난달 30일 국민이 잘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엊는 외국인 건강보험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시대착오적인 국수적 선동”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전용기 선대위 대변인은 이날 낸 논평에서 “외국인 건강보험 재정수지는 2017년부터 4년간 약 1조5595억원의 흑자를 내고 있다. 숟가락만 엊는다는 윤 후보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특히 2019년 7월 외국인·재외국민 건강보험 의무가입제도가 시행되면서 2019년 3651억원, 2020년 5715억원의 흑자를 보였다. 흑자 폭도 전년에 비해 1400억원, 2064억원 급증했다”고 밝혔다.

 

이어 전 대변인은 “건강보험을 부당·과다 이용하는 사례가 없지 않아 국민이 허탈감을 느끼는 것은 사실이나 이는 국적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필요한 것은 제도의 개선이지 외국인에 대한 배제와 차별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외국인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는 윤 후보의 주장에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명한다”며 “글로벌 코리아 미래를 망치려는 국수적 선동을 중단하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최하얀 기자

 

“사드 등 중층 미사일 방어망 구축”…설날 안보 행보로 보수 결집 나선 윤석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설날인 1일 인천시 강화군 강화제적봉평화전망대를 찾았다. 국민의힘 선대본부 제공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설날인 1일 “사드를 포함한 중층적 미사일 방어망을 구축해 수도권과 경기 북부 지역까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으로부터 우리 국민의 안전을 확실히 지키겠다”고 밝혔다. 최근 북한의 도발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보수 지지층을 결집하는 안보 행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윤 후보는 이날 인천시 강화군 강화제적봉평화전망대를 찾아 “북한은 올해 들어 벌써 1월 한 달에만 7차례의 미사일 도발을 감행했다. 결국 저는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특단의 조치를 생각하게 됐다”며 이렇게 말했다. 윤 후보는 지난달 30일에도 페이스북에 ‘사드 추가 배치’라는 여섯 글자 공약을 올린 바 있다. ‘안보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이 여권에서 나오는 데 대해 윤 후보는 “(나보고) 전쟁광이라고 얘기를 하는데 사드라고 하는 것은 공격용 무기가 아니지 않나”라며 “방어용 무기를 구축하는 것을 전쟁광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안보를 포기한 것이다. 선제타격이라고 하는 불가피한 자위권 행사와 사드를 비롯한 미사일 중층 방어망을 구축하는 것을 전쟁 도발 행위라고 규정하는 사람들은 국가안보와 국정을 담당할 자세가 안 돼 있다고 본다”고 날을 세웠다. 윤 후보는 또한 “평화통일은 우리에게 힘이 있을 때 가능한 것이다. 힘이 뒷받침되어야 우리가 바라는 자유 평화 번영의 통일 이룩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후보는 또한 “제가 새 정부를 책임지게 되면 남북 관계를 정상화하고 공동 번영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북한 비핵화 진전에 발맞춰 남북공동경제발전계획을 추진하겠다. 국민 합의에 기초한 통일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공약했다. 남북공동경제발전계획의 구체적인 방안을 묻자 “북한이 불가역적인 비핵화 추진으로 제일 먼저 국제 사회의 핵사찰부터 수용한다면, 북한의 사회간접자본(SOC)건설과 경제발전을 위한 협의를 즉각 시작하겠다. 우리 기업들과 함께 북한의 경제발전을 위해 어떤 투자할 수 있는지, 국제사회와 국제 금융기관과 함께 어떤 투자할 수 있는지 정부가 주도해서 그 길을 열겠다”고 답했다. 장나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