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대리처방·음식배달·옷 정리 등

공무원에 사적용무 지시 주장에

김 “배씨와 친분 있어 도움 받아

상시 조력 받은 건 아니다” 해명

 

‘지시자’ 배씨 “약은 내 복용 목적…

잘 보이고 싶어 선 넘어” 사과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와 부인 김혜경 씨가 새해 첫날인 1일 오전 서울 용산구 노들섬에서 열린 ‘2022 글로벌 해돋이 : 지구 한 바퀴' 온라인 해맞이 행사에 참석해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혜경씨가 전 경기도 별정직 공무원(7급)에게 사적인 심부름을 시켰다는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김씨는 2일 “모든 것이 저의 불찰”이라며 사과했지만, 야당은 “허위 해명”이라며 '김건희 리스크' 만회를 위한 물타기 적극 공세를 폈다. 김씨는 경기도 비서실의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이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김씨는 이날 입장문에서 이 후보가 경기지사로 재직하던 당시 비서 ㄱ씨가 전 도청 공무원 배아무개(5급)씨의 지시를 받아 김씨의 사적인 용무를 대신 처리했다는 주장에 대해 “있어서는 안될 일이 있었다. 그동안 고통을 받았을 비서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생각하니 마음이 아린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것이 나의 불찰이다. 공과 사를 명료하게 가려야 했는데, 배씨와 친분이 있어 도움을 받았다”면서도 “상시 조력을 받은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날 배아무개씨도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를 통해 “전 경기도 별정직 비서에게 각종 요구를 하면서 벌어진 일들로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 당사자와 국민 여러분, 경기도청 공무원 여러분께 사과드린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배포했다. 배씨는 2018년부터 3년간 김혜경씨의 수행비서 역할을 하면서, ㄱ씨에게 김씨를 위한 약 대리 처방, 음식 배달, 아들 퇴원수속 처리, 이 후보 집 옷 정리 등을 지시했다고 지목된 인물이다. 그러나 그는 약 대리처방과 음식 배달 등 사적인 용무 처리를 요구한 것은 김씨와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어느 누구도 시키지 않은 일을 ㄱ씨에게 요구했다“며 “이 후보를 오래 알았다는 것이 벼슬이라 착각했고, 이 후보 부부에게 잘 보이고 싶어 상식적인 선을 넘는 요구를 했다”고 했다. 약 대리처방은 자신이 복용할 목적이었고, 음식 배달 등도 “제 치기 어린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김씨가 “공과 사를 명료히 가리지 못했다” “배씨의 도움을 받았다”고 사실을 일부 인정한 것과도 배치되는 대목이다.

 

앞서 배씨는 지난달 28일 ㄱ씨의 주장이 처음 보도됐을땐 “공무 수행 중 후보 가족을 위한 사적 용무를 처리한 적이 없다. 허위 사실 유포로 선거에 개입하려는 시도가 다분하다”고 반박했으나, 관련 의혹이 계속 이어지자 닷새 만에 사실을 인정했다. 민주당도 그간 ‘무대응’ 기조를 고수했으나, 논란이 확산되면서 김씨와 배씨의 입장문을 차례로 공개해 진화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야당은 “공무원에게 특급 황제 서비스를 받았다”며 공세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최지현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수석부대변인은 이날 “민주당 선대위가 (ㄱ씨의 제보가 언론을 통개 공개된 뒤) 침묵을 거쳐 내놓은 입장이 겨우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라니 매우 실망”이라며 “배 사무관이 해당 약이 필요할 이유가 없고, 음식은 이 후보의 집으로 배달되었으며, 옷 정리는 이 후보 집 안에서 이루어졌다. 사진이 증명하고 증인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양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배씨) 본인이 필요한 약이었는데 왜 김씨 집으로 배달이 되나, (배씨가) 알아서 음식을 배달시켰다면 김씨는 시키지도 않은 음식을 경기도 공무원이 사다 줘서 먹었다는 건가”라며 따져 물었다.

 

이동영 정의당 수석대변인도 ”이 후보나 김혜경씨는 책임을 인정하고 진솔하게 사과하기 보다는 공무원의 개인적 일탈로 꼬리자르기에 급급했다”며 “이 후보는 배우자의 ‘공무원 사적 이용’에 대해 시민들에게 책임있게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한편, 이날 <한국방송>(KBS)은 김씨가 도지사 의전에만 사용할 수 있는 비서실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유용했고, 이 과정에서 ㄱ씨 등이 동원된 정황이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4월에 ㄱ씨가 김씨의 찬거리를 구매할 때 개인 카드로 우선 결제한 뒤, 이 후보의 공식행사가 있는 다른 날짜에 맞춰 식당을 재방문해 개인카드 결제를 취소하고 법인카드로 다시 결제를 했다는 것이다. <한국방송>은 지난해 11월까지 9개월간 ㄱ씨와 배씨 간 통화 녹음에 이런 카드 바꿔치기 정황이 열 차례 넘게 등장한다고 보도했다. 최하얀 장나래 기자

  

송영길, ‘김혜경 논란’에 “김건희가 한동훈과 연락한 게 더 큰 문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 <제이티비시>(JTBC) 뉴스룸 갈무리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일 이재명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혜경씨의 이른바 ‘과잉의전’ 논란과 관련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가 한동훈 검사장과 여러차례 연락을 주고받은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주장했다.

 

송 대표는 이날 <제이티비시>(JTBC) 뉴스룸에서 김씨 논란 관련 선대위 입장을 묻는 말에 “제가 그렇게 말할 것은 아닌 것 같고, 저는 이것보다 오히려 김건희씨가 일반 부인인데, 검찰총장의 부인이라는 이유로 한동훈 검사장에게 지난 검언유착 당시 4개월간 9차례 전화하고 332차례 카카오톡을 주고받은 자체가 심각한 문제”라고 답했다. 송 대표는 이어 “개인 신분을 떠나, 검찰총장의 부인이 검사장을 자신의 부하처럼 명령하고 지시하는 관계라면 심각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송 대표는 또 민주당이나 선대위 차원에서 김씨 논란에 대한 사실 조사를 할 계획이 있는지 묻는 말에는 “그 문제에 대해선 본인들이 처리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라며 말을 아꼈다.

 

그는 이날 오후 열린 이 후보와 새로운물결 김동연 대선 후보의 토론이 ‘단일화를 염두에 둔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는 “김 후보는 윤 후보나 최재형 전 감사원장처럼 문재인 대통령에 의해 검찰총장, 감사원장에 임명되었음에도 이를 부정하고 스스로 인간의 도리를 저버리는 모습과 다르다”며 “기본적으로 문재인 정부에 대한 책임과 애정을 가지고 보완하려는 자세를 가지고 있다. 상호 간 협력이 가능하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를 언급하며 “안 후보가 제기하신 과학기술 강국 대한민국의 메시지를 이 후보가 수용해서 과학부총리 도입 등 여러 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이 후보와 윤 후보의 ‘양자토론’이 대장동 관련 자료 반입을 놓고 대립하다가 무산된 것에 대해선 “이 후보는 국정감사 기간 생중계를 통해 대장동 문제에 대해 충분히 설명했다”며 “오히려 지금 필요한 것은 윤 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 장모의 부동산 투기와 주가조작 사건 등의 혐의에 대해 집중 토론을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하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