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반대, ‘군함도’ 약속 위반, 강제동원 증거 등 쟁점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기구 내년 5월께 권고안

21개국 참여한 세계유산위원회 최종 결정

 

조선인 강제노동의 한인 서린 일본 니가타현 사도광산

 

일본 정부가 일제강점기에 조선인 강제동원이 대규모로 이뤄졌던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 신청을 강행하면서 유네스코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본 정부는 1일 프랑스 파리에 있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에 사도광산의 2023년 세계유산 등재를 목표로 추천서를 제출했다. 한-일 정부 모두 사도광산 등재와 관련해 태스크포스(TF)를 만드는 등 치열한 외교전이 예상된다.

 

사도광산이 세계유산에 등재되려면 두 가지 관문을 거쳐야 한다. 우선 건축가, 역사학자 등 전문가들로 구성된 유네스코 민간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이코모스)가 오는 4월부터 사도광산에 대해 서류심사와 현지 조사를 진행한다. 내년 5월께 평가 결과를 근거로 등재, 보류, 반려, 등재 불가 가운데 한 가지를 택해 권고안을 결정한다. 이코모스의 의견이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긴 하지만 자문기구인 만큼 최종 등재 여부는 그해 6~7월 열리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결정된다. 이코모스가 보류나 등재 불가 의견을 냈는데도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사례가 있어 일본이 이를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 일본은 중국에 이어 분담금을 많이 내는 나라로 유네스코에서 영향력이 크다. 21개 위원국이 참여하는 세계유산위원회는 만장일치 결정이 관례지만 견해가 다를 경우 3분의 2 이상(14개국)이 찬성하면 등재가 가능하다.

 

 

유네스코 심사 과정에선 크게 세 가지가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7월 새로 도입된 세계유산협약 운영지침이다. 이 규정에는 다른 국가와 잠재적 갈등을 피하기 위해 등재 신청 전에 대화를 충분히 하도록 돼 있다. 한국 외교부 당국자는 “일본 정부가 사도광산 등재에 대해 관련국인 우리와 충분히 협의를 해야 했다”며 “세계유산 위원국들에 이 문제를 제기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 관계자도 <아사히신문>에 “유네스코가 대화를 중시하고 있다. 양국 사이에 갈등이 있는 경우 등재 여부 판단을 피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2015년 ‘하시마’(군함도)가 포함된 ‘일본 메이지 산업혁명유산’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며 조선인 강제동원 등 유산과 관련한 ‘모든 역사’를 전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아 유네스코의 경고를 받은 것도 논란이다. 일본 정부는 올해 12월1일까지 이행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세계유산 분야 전문가인 니시무라 유키오 고쿠가쿠인(국학원)대학 교수는 <아사히신문>에 “(군함도와 관련해) 유네스코 결의에 응하지 않고 다음의 것(사도광산)만 추천하면 이게 무엇이냐는 말을 들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산업혁명유산의 청구서가 사도광산으로 향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사도광산의 조선인 강제동원 여부도 한-일 사이에 공방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베 신조 전 총리는 지난달 26일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역사전(쟁)을 걸어온 이상 피하면 안 된다”고 밝히며 기시다 후미오 총리를 압박했다. 사도광산에선 1939년 2월부터 약 1200여명의 조선인 강제동원이 이뤄졌다는 사실이 구체적인 자료로 입증돼 있다. 특히 사도광산이 있는 니가타현이 1988년 펴낸 <니가타현사 통사편8 근대3>의 ‘강제연행된 조선인’이라는 항목을 보면 “1939년에 시작된 노무동원 계획은 명칭이 모집, 관 알선, 징용으로 바뀌지만 조선인을 강제로 연행한 사실은 동질”이라고 적혀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강제연행은 없었다고 생각하고 싶은 일본 정부에는 불편한 자료”라고 밝혔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이제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