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중국…혐오정치 또 꺼낸 윤석열

 

“외국인, 건보에 숟가락 얹어”

중국인 겨냥 무임 승차론 펴

2030남성·지지층 표심 잡기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설날인 1일 인천시 강화군 강화평화전망대를 방문, 발언하고 있다. 국민의힘 선대본부 제공.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설 연휴 기간 동안 사실상 중국인을 특정한 이주 노동자 ‘건강보험 무임승차론’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추가 배치 등을 들고 나왔다. 이주 노동자에 대한 혐오 정서를 비롯해 온라인 공간에서 2030세대 일부에 퍼져있는 ‘반중 감정’에 편승한 주장이다. 앞서 여성가족부 폐지 등 젠더 갈라치기로 논란을 빚은 윤 후보가 막판 표심을 잡기 위해 차별과 혐오의 정치를 또다시 꺼내 들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윤 후보는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민이 잘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얹는 외국인 건강보험 문제 해결하겠다”고 썼다. 이어 “2021년말 기준 외국인 직장가입자 중 피부양자를 많이 등록한 상위 10명을 보면 무려 7~10명을 등록했고, 외국인 건강보험 급여지급 상위 10명 중 8명이 중국인으로 특정 국적에 편중되어 있다”며 “우리 국민이 느끼는 불공정과 허탈감을 해소할 방안을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주 노동자들이 건보 재정에 ‘숟가락을 얹어’ 막대한 부담을 지우고 있다는 주장으로, 사실상 중국인을 건보 재정 누수의 ‘주범’으로 겨냥한 것이다.

 

그는 이어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드 추가배치’라는 6글자 메시지를 올렸고, 지난 1일엔 “사드를 포함한 중층적 미사일 방어망을 구축해 수도권과 경기 북부 지역까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으로부터 우리 국민의 안전을 확실히 지키겠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의 외교 정책을 ‘친중 외교’로 규정한 뒤, 중국이 크게 반발하는 사드 추가 배치를 실행하겠다는 주장이다. 중국은 미국의 한반도 사드 배치가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국민의힘 선대본부 관계자는 <한겨레>에 “우리는 집권하더라도 현 정부처럼 중국 눈치만 보지 않고, 할 말은 제대로 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윤 후보의 이런 움직임은 2030세대 일부 남성들에게 퍼져있는 혐중 정서와 보수층이 갖고 있는 이주 노동자에 대한 반감을 자극해 선거에 활용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골수 보수 지지층을 적극 결집시키려는 노력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처럼 이주민을 향해 전선을 치는 것”이라고 짚었다.

 

윤 후보의 ‘혐중 정서’ 자극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적극적이다. 그는 전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페이스북에 ‘고속도로 졸음쉼터 태양광 그늘막 설치’ 공약을 올리자 이 대표는 댓글로 “지금 이 타이밍에 중국 태양광 패널업체들을 위한 공약이 꼭 필요한가요”라고 반문했다. 중국 업체들이 전 세계 태양광 패널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만큼, 이 후보의 공약이 중국 기업 배만 불려줄 것이란 주장을 펼친 것이다. 정치권에서 “어설픈 반중 코인 탑승 시도(이소영 민주당 선대위 대변인)” “재생에너지 현실에 대한 무지를 넘어 기후위기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있는지 의심스럽다(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하지만 제1야당의 대선 후보가 통합은커녕 지지층 결집을 위해 이주 노동자, 중국, 여성 등을 향해 혐오를 조장하는 캠페인을 벌이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앞서 윤 후보는 지난달 28일 주한 미국 상공회의소 간담회에서도 “현 정부가 굉장히 중국 편향적 정책을 썼지만 한국 국민들 특히 청년들 대부분은 중국을 싫어한다. 중국 청년들도 대부분 한국을 싫어한다”고 말한 바 있다. 여성가족부 폐지와 성범죄 무고죄 처벌 강화 등으로 여성 혐오를 부추겨온 행태가 이주 노동자와 중국 등으로 확대된 셈이다. 이는 이대남(20대 남자) 표심 공략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젠더에 이어 ‘주적’이라고 한 북한, 혐중까지 모두 2030 남성을 공략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며 “또한 북·중 관계를 중시하는 문재인 정부와 대비시키려는 전략인데, 혐오 전략이 중도층과 무당층까지 효과적일지는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윤 후보의 ‘혐중 전략’은 외교안보·경제적 측면에서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흥규 아주대학교 미중정책연구소장은 “윤 후보는 중국과 사드 보복 때보다 훨씬 더 강력한 적대관계가 형성될 수 있는 가능성이 큰 공약을 이야기하고 있어 대가가 클 수 있다”며 “아무리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공약이라 할지라도 국익과 실행 가능성을 생각하고, 실행했을 때 야기할 수 있는 부정적 결과에 대한 나름대로의 대응책과 복안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장나래 기자

 

사드 추가 배치해 수도권 지킨다?…“미·중 경쟁관계 무시한 공약”

 

‘사드 추가 배치’ 공약 실효성 논란

윤석열 “수도권 방어 위해 사드 구매해 직접 운용”

북한 단거리미사일 저고도 비행 탓에 요격 어려워

‘중국 봉쇄’ 미국 포위망 동참 신호로 비칠 수 있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지난 1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관련,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포함한 중층적 미사일 방어망을 구축해 수도권과 경기 북부 지역까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으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확실히 지키겠다”고 말했다.

 

윤석열 후보 외교안보 공약을 담당하는 선대본부 산하 글로벌비전위원회 등은 지난달 31일 기자회견을 열어, 1조5천억원으로 미국에서 사드를 구매해 한국군이 직접 운용하겠다고 주장했다. 현재 경북 성주에 배치된 사드는 미국 정부 예산으로 사서 주한미군이 운용한다. 성주 사드 포대는 사거리가 200㎞라 요격 범위가 수도권에 미치지 못하므로 북한의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수도권 주민 2천만명을 지키려면 사드를 추가 배치해야 한다는게 윤 후보 쪽 주장이다.

 

사드 추가 배치 주장의 쟁점은 크게 둘이다. ‘정말 사드가 수도권 주민을 지킬 수 있느냐’라는 군사적 실효성과 미국과 중국이 거칠게 충돌하는 국제관계에서 사드 추가 배치가 국익에 도움이 되느냐는 것이다.

 

자료 국방부.

 

현재 사드 기술수준과 북한 미사일 전력의 질과 양, 북한의 개전초 군사 전략 등을 감안하면 사드를 추가 배치해도 수도권 보호를 확신하기 어렵다. 발사된 북한 탄도미사일은 상승단계-중간단계-종말(하강)단계로 포물선 궤적을 그린다. 북한이 쏜 탄도미사일이 5분 안에 한국에 올만큼 한반도 종심이 짧아 상승-중간단계에서 북한 미사일을 요격하기에는 시간이 빠듯하다. 한국의 미사일 방어망은 3번째 종말단계에 집중해, 고고도, 중고도, 저고도에 걸친 다층방어체계로 짜여있다. 구체적으로 △패트리엇2(20㎞ 내외 저고도) △천궁II와 패트리엇3 (30㎞ 내외 중고도) △사드(50~150㎞ 범위 고고도)로 3중 방공망이다.

 

사드 배치를 찬성하는 쪽은 유사시 북한의 미사일을 패트리엇, 천궁II 미사일 고도 위에서 한번 더 방어 기회를 가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사드는 미사일 종말단계에서 고고도 요격에 쓰인다. 그런데 북한이 가장 많이 보유한 단거리 미사일인 스커드의 경우 고고도가 아니고 대부분 저고도로 비행하므로 사드로 요격하기가 어렵다.

 

북한이 사거리가 긴 중거리 노동미사일을 압록강 부근에서 정상 발사 각도보다 높은 고각도로 발사하면 국내에 떨어지는데, 이 경우에는 고고도여서 사드로 대응할 수 있다. 하지만 값싼 스커드 미사일을 대량 보유한 북한이 굳이 비싼 중거리 미사일인 노동미사일을 한국을 겨냥해 고각 발사할 이유를 쉽게 찾기 어렵다.

 

이런 주장은 미국 내 민간 전문가, 미 의회에서도 꾸준히 나왔다. 미 의회조사국(CRS)이 2015년 4월 발간한 <아태지역에서의 탄도미사일 방어:협조와 저항> 보고서는 사드의 한반도 배치가 일본과 미국을 방어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한국은 도움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 보고서는 한국이 북한과 너무 인접해 있고 북한 탄도미사일이 낮은 궤적으로 비행해 수분 이내에 도착할 수 있다며 이렇게 설명했다.

 

북한이 미사일과 장사정포를 한꺼번에 쏘는 전면전 상황에서 사드가 북한 미사일을 완벽하게 방어하길 기대하긴 어렵다. 사드는 명중 효과를 높이려고 적 미사일을 겨냥해 요격 미사일을 2발이나 4발을 쏜다. 총 48개의 요격미사일로 꾸려진 1조5천억짜리 사드 1개 포대가 막을 수 있는 북한 미사일은 산술적으로 최대 24발이다. 북한은 스커드, 노동 등 1300여발의 탄도미사일을 북한 전역에 배치하고 있다.

 

자료 국방부.

 

일부에서는 ‘사드가 군사적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해도 없는 것보다 낫다’고 주장한다. 이는 사드 추가 배치로 중국의 경제 보복 등 한국에 불이익이 없을 때 가능한 이야기다. 국민의힘 선대본부 글로벌비전위원회 소속 김용현 전 합참 작전본부장은 중국이 반발할 가능성을 낮게 본다. 그는 “2017년 (성주에) 사드를 배치했을 때 중국이 ‘주한미군 사드를 배치해서 반발하는 것’이라고 했다”며 “다시 말해 한국군이 자체적으로 자위권 차원에서 구매하는 사드라면 중국도 반발할 명분이 없다”고 주장했다.

 

한국이 사드를 구매할 경우에도, 이를 운용할 때는 주한미군 미사일 방어체계와 연동되므로 중국이 “한국 사드는 미국 사드와는 별개”로 간주할 지는 불투명하다. 5년전 사드 배치로 한-중 관계가 얼어붙었던 사례에서 확인했듯이 사드 추가 배치는 중국을 봉쇄하기 위한 미국의 포위망에 동참하겠다는 신호를 국제사회에 내는 것이다. 사드 추가배치는 군사적 효용성뿐만 아니라 남북관계, 한미관계, 미-중 전략경쟁 등 국제 정세 등을 아우르는 전략적 판단 능력, 사드 배치 지역 설득 같은 소통능력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외교안보 전문가는 “윤 후보는 극심한 미중 전략경쟁 국면에서 요동치는 국제질서에 어떻게 대응할지 전략적 설계도가 없다”며 “윤 후보가 사드를 둘러싼 미·중 전략 경쟁 같은 국제관계 현실을 무시한 채 보수층 표를 의식해 사드 추가 배치를 꺼낸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권혁철 기자

 

윤석열, ‘국민이 키운’ 슬로건 발표…“정권교체 당위 담았다”

 

‘국민이 키운 윤석열, 내일을 바꾸는 대통령’

“비정치인 윤석열 불러낸 건 국민” 의미 내포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선대본)는 제20대 대통령선거 슬로건으로 ‘국민이 키운 윤석열, 내일을 바꾸는 대통령’을 선정했다고 3일 밝혔다. 비정치인인 윤석열 대선 후보를 불러낸 건 국민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정권교체를 이뤄내겠다는 의미 등을 담았다.

 

국민의힘 선대본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어 윤 후보의 슬로건을 발표했다. 선대본은 슬로건을 뒷받침하고 그 효과를 더할 수 있도록 각종 유세현장 등에서 적절한 캐치프레이즈를 활용해나갈 예정이다.

 

선대본은 이번 슬로건에 담긴 ‘국민이 키운’이라는 표현은 정권교체의 당위성을 내포한다고 설명했다. 비정치인이었던 윤 후보가 지금의 자리에 서게 된 모든 과정이 국민의 뜻이었단 취지다. 선대본은 “국민은 정권교체를 위해 기존 정치권의 인물에서 벗어난 새로운 리더십을 필요로 하고 있다”며 “윤 후보는 국민의 열망인 정권교체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고 밝혔다.

 

또 이번 슬로건이 ‘미래’ ‘나라’, ‘대한민국’ 등의 범위보다는 가장 가까이 마주하고 있는 ‘내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도 부연했다. 보다 현실적이고 실천적인 변화를 이뤄내겠다는 윤 후보의 의지와 약속을 반영했다는 설명이다.

 

슬로건을 활용한 캐치프레이즈의 대표적인 예로는, ‘국민의 선택, 지금 바로 윤석열’을 들었다. 선대본은 “국민이 많은 후보 중 윤 후보를 선택하고 정치의 영역으로 불러낸 것을 ‘국민이 키운’ 과정이라고 한다면 ‘국민의 선택’은 그 결과”라며 “‘지금 바로 윤석열’은 국민의 ‘내일’을 지체 없이 변화시키겠다는 의지”라고 했다. 선대본은 그 밖에 다양한 캐치프레이즈를 사용해 슬로건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방침이다. 김가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