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성남시민프로축구단(성남FC) 후원금·광고비 지원 의혹 재수사를 박은정 성남지청장이 막으려 했다는 의혹을 두고 대검찰청 진상조사가 진행 중이다. 검찰 일각에서는 박 청장의 깐깐한 수사 검토가 그의 친정부 성향에서 비롯된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반면 경찰 수사가 마무리되기 전부터 박하영 성남지청 차장검사가 수사에 착수하려 한 점, 사표까지 던질 정도로 사안이 엄중하다고 판단한 박 차장이 공식적인 이의제기 절차는 밟지 않은 점 등을 두고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사표 외에 달리 방법 없었나

 

3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박하영 성남지청 차장검사는 성남에프시 광고비 지원 의혹 수사와 관련해 이의제기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2018년 7월 시행에 들어간 ‘검사의 이의제기 절차 등에 관한 지침’(대검찰청 예규)에 따라 상급자의 수사 지휘에 대한 적법성·정당성을 두고 이견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수사검사는 이의제기서를 작성해 상급자(기관장)에게 제출할 수 있다. 이의제기서를 받은 상급자는 이를 상급 검찰청에 보고해야 한다. 이의제기를 했다는 이유로 해당 검사에게 불이익을 줄 수 없다.

 

지난달 25일 박 차장이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이리저리 생각을 해보고 대응도 해봤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며 사직 의사를 밝혔을 때만 해도, 검찰 내부에서는 박 차장이 이의제기 제출 등 수사검사가 할 수 있는 공식 절차를 다 밟고도 본인의 뜻을 관철시키지 못한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왔었다. 서울지역 검찰청의 한 고위 간부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수사 진행 과정에서 하급자와 상급자 사이에 의견이 다를 수 있다. 이를 조율하기 위해서 이의제기라는 절차가 있다. 상명하복 조직문화 때문에 현장 검사들이 이의제기권을 행사하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지만, 상급자와의 갈등을 사실상 드러내며 사표를 쓰는 것보다 이의제기하는 것이 훨씬 쉽다. 어렵게 사표를 쓰면서 그 전에 왜 이의제기는 하지 않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경찰 수사중인 사안에도 금융자료 요청

 

성남에프시 의혹 수사는 2018년 6월 바른미래당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제3자뇌물제공 혐의로 고발하면서 촉발됐다. 이 후보가 성남시장 재직 시절, 성남에프시 구단주로 있으면서 여러 기업으로부터 광고비 명목으로 160여억원을 내도록 했다는 것이다. 3년3개월 수사 끝에 경찰은 지난해 9월 무혐의 결론을 냈지만, 고발인 쪽이 이의제기를 하면서 성남지청으로 사건이 송치됐다.

 

검찰 정기인사로 지난해 7월 성남지청으로 부임한 박하영 차장검사는 얼마 뒤 성남에프시 의혹과 관련해 대검에 금융정보분석원(FIU) 자료를 요청했지만 대검은 이를 반려했다. 국민의힘 등 야권에서는 이를 두고 ‘대검 차원의 수사 무마’ 의혹을 제기한다.

 

대검 설명은 다르다. 박 차장검사 등이 자료를 요청한 시점은 여전히 경찰에서 수사가 진행 중인 때였는데, 수사기록도 넘어오기 전에 검찰이 금융 자료를 요청하는 것은 적법하지 않다는 것이다. 대검은 “성남지청은 수사 중인 범죄사실 외에 경찰에서 별도로 수사 진행 중인 내용(사건 송치 전)까지 포함해 금융정보 자료제공 요청을 해줄 것을 요청했다. 절차상 문제가 있어 재검토해 보라는 취지로 지적한 것이고 성남지청도 이를 받아들였던 사안”이라고 밝혔다. 수도권 검찰청의 한 부장검사는 “검찰에 사건이 넘어온 것이 지난해 9월이다. 두달가량 앞선 지난해 7월에 검찰에 송치되지도 않은 사건의 금융 자료를 요청하는 것은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했다.

 

대선후보 수사를 지청 차장검사 전결 처리?

 

박은정 지청장이 직접 8500여쪽에 달하는 수사기록을 검토한 점, 그가 금융정보분석원 자료 조회 의뢰를 차장검사 전결에서 지청장 전결로 바꾼 점, 경찰이 신청한 압수수색 영장에 대해서도 중요 사안일 경우 지청장에게 결재를 받도록 규정을 바꾼 점을 놓고도 수사 무마를 위한 ‘포석’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반면 검찰 내부에선 대선 후보 관련 수사 진행을 부장검사급인 지청 차장검사 선에서 결정하겠다는 것 자체가 수사 실무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본적으로 전결 처리가 원칙이지만 중요 사건일 경우 결재선이 검사장 등 상급 단위로 올라가며, 대선 후보 관련 수사의 경우에는 검찰총장이 판단해야 할 사안이라는 것이다. 한 검찰 간부는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에 조국 관련 영장을 부장 전결로 진행했겠느냐”고 했다. 다만 이 간부는 “박 지청장은 내부 이견이 있는 데도 사건을 지나치게 오래 검토하다 대검에 늦게 보고했다. 박 차장 역시 이의제기도 안 하면서 사표부터 던졌다. 두 사람 모두 내부 의사결정의 미숙함을 드러낸 것”이라고 덧붙였다.

 

검찰 내부에서는 박은정 지청장이 친여 성향으로 분류된다는 점에서 여당 대선 주자 관련 수사 무마 의혹이 부각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박 지청장은 법무부 감찰담당관 시절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 및 징계 청구 실무를 주도한 인물이다. 이 과정에서 상관인 류혁 감찰관에게 보고 없이 감찰 조사를 시도해 ‘상관 패싱’ 논란을 빚기도 했다. 전광준 기자

 

검찰, ‘황무성 사퇴 압박 의혹’ 이재명 · 정진상 무혐의

  대장동 개발 사업 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사직서 본인이 작성…공모지침서 위조 증거 없어”

 

황무성 성남도시개발공사 초대 사장이 지난해 10월24일 참고인 신분으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황무성 초대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사퇴 압박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정진상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비서실 부실장(전 성남시·경기도 정책실장)을 무혐의 처분했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은 황 전 사장 사퇴 압박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 후보와 정 부실장,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을 무혐의 처분했다고 3일 밝혔다. 검찰은 “사건 관계자들의 진술, 녹취록, 사직서, 관련 공문 등을 종합한 결과 유한기 전 공사 개발사업본부장이 다른 피의자들과 공모하여 황 전 사장의 사직을 강요(협박)했다거나 직권을 남용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황 전 사장 명의의 사직서는 본인이 작성 및 전달한 것이고, 개발사업 공모지침서도 결재 과정에 비춰 볼 때 위조하였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황 전 사장은 대장동 사업 공모지침서가 자신도 모르게 바꿔치기 됐다고 주장한 바 있다. 지난해 12월 경기 고양시 자택 인근에서 숨진 채로 발견된 유한기 전 개발사업본부장에 대해서는 피의자 사망에 따른 ‘공소권 없음’으로 처분했다.

 

앞서 수사팀은 지난해 10월 공사 초대 사장을 지낸 황 전 사장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하며 대장동 개발 사업 초기인 2015년 2월6일 유한기 전 본부장이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과 정진상 부실장 등을 언급하며 황 전 사장의 사퇴를 압박하는 내용이 담긴 40분 분량의 녹취파일을 확보했다. 이 녹취록은 국민의힘 등을 통해 공개됐고, 한 시민 단체는 이 후보와 정 부실장 등이 황 전 사장의 사퇴를 종용했다는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로 이들을 고발했다. 이 혐의의 공소시효는 7년이이서 오는 6일 시효가 만료될 예정이었지만, 지난달 고발인이 재정신청을 해 시효는 중지된 상태였다. 재정신청은 고발인이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불복해 법원에 대신 판단을 내려달라고 요청하는 제도로, 공소시효 만료 30일 전까지 공소를 제기하지 않았을 때도 검찰 처분 전에 재정신청을 할 수 있다. 검찰은 “고발인이 재정신청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의 점에 대해 불기소처분하면서 사건 기록을 법원에 송부하기 위해 오늘 서울고검에 인계했다”고 밝혔다.

 

한편, 검찰은 황 전 사장 사퇴 압박 의혹과 관련해 이재명 후보를 상대로 서면 조사 등을 벌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검 공보검사는 “관계인 진술 등에 비춰 지시, 공모 혐의를 인정할 증거가 발견되지 않은 상황에서 조사를 진행하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강재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