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외교부 장관.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3일 오전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전화 통화를 하고 “최근 북한의 장거리 탄도미사일 등 일련의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북한의 미사일 능력 고도화에 강한 우려를 표명하고 북한이 조속히 대화로 나오도록 한미 간 긴밀한 공조를 바탕으로 지속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외교부가 밝혔다.

 

외교부는 이날 정 장관과 블링컨 장관은 통화에서 “한반도 문제는 대화를 통해 외교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고 전했다.

 

두 장관은 “한미일 협력 및 우르카리아, 미얀마 등 주요 지역의 최근 정세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코로나19 대응 등 글로벌 현안 관련 협력을 확대하는 방안도 논의했다”며 “특히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 미측은 한국의 기여와 역할을 평가했고 우리측은 백신 및 의료물자 생산 역량 등을 기반으로 미측과 긴밀히 협력해나가기로 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한미 외교장관의 전화 통화는 1월15일 이후 3주 만이다. 블링컨 장관은 전날에는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과 전화통화를 하고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문제 등을 협의했다. 이제훈 기자

 

정의용, 일 외상과 첫 통화…“사도광산 등재 추진에 깊은 실망” 항의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3일 오후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과 전화 통화를 하고 ”일본 정부가 한국인 강제노역의 아픈 역사를 외면한 채 ‘사도광산’을 세계유산으로 등재 추진키로 결정한 데 대해 깊은 실망과 함께 항의의 뜻을 표했다”고 외교부가 밝혔다.

 

정의용 장관은 이날 통화에서 “올바른 역사인식이 한일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한 근간임을 지적”하고 “지난해 7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2015년 ‘일본 근대산업시설’ 등재 때 일본 스스로 약속한 후속 조처부터 충실히 이행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이어 정 장관은 “이러한 후속 조치를 이행하지 않으면서 오히려 일본 정·관계에서 일본 정부가 스스로 표명해온 과거사 관련 사죄와 반성의 정신에 역행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일본 정부가 이에 동조한 데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고 한다.

 

아울러 정 장관은 강제징용 및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등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피해자들이 수용할 수 있는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일본 쪽의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촉구하는 한편, 일본 수출규제·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 등 두 나라의 현안과 관련한 한국 정부의 입장을 거듭 전달했다.

 

정 장관과 하야시 외무상은 북한의 1월30일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에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명하고 한반도 상황의 안정적 관리와 조속한 대화 재개를 위해 한일, 한미일 사이 협력을 지속해나가기로 했다고 외교부가 밝혔다.

 

정 장관과 하야시 외무상은 지난해 12월 영국 리버풀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외교·개발장관 회의에서 만나 잠깐이지만 직접 대화를 나눴는데, 전화 통화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제훈 기자

 

일본 언론 “미국, 한-일 갈등이 북한 대응 방해…개선 촉구”

   일본 <닛케이> 보도… ‘사도광산’ 문제로 더 악화

   2일 미 · 일 외교장관 전화회담서 한-일 관계 언급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달 21일 밤 10시부터 약 80분 동안 화상으로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일본 총리 관저 누리집 갈무리

 

미국이 계속 악화되는 한-일 갈등이 대북 대응에 지장을 줄 수 있다며 일본에 관계 개선을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은 2일 전화회담을 갖고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하야시 외무상은 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지역 정세를 이야기하면서 한-일 관계에 대해서도 (의견을) 주고 받았다”며 “상세한 내용은 외교상의 일이라 삼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튿날인 3일 “한-일 사이에 엇박자는 조 바이든 정부에 걱정거리다. 한-일 대립이 계속되면 북한이 이 틈을 노려 도발 수위를 높일 수 있다”면서 “미국이 한-일 관계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 본격화될 때마다 한·미·일 세 나라의 긴밀한 공조를 강조해 왔다. 북한은 연초부터 잇따라 미사일을 발사하고,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의 유예 조처(모라토리엄)의 철회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이를 보여주듯 지난달 30일엔 일본 전역과 미국 영토인 괌까지 타격할 수 있는 중거리 탄도미사일 ‘화성-12’을 2017년 이후 4년여만에 발사했다. 미국 입장에선 우크라이나 위기로 인한 대러시아 대응과 대만 해협을 둘러싼 중국과 갈등 등 ‘두 개의 전선’에서 고된 힘겨루기를 하는 상황에서 북한까지 급박한 과제로 부상한 셈이다. 이런 가운데 한-일 관계가 나아지기는커녕 더욱 악화되고 있어 이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으로 관측된다.

 

한-일 관계는 일본군 ‘위안부’와 강제동원 피해자 등 역사문제 등이 이어지며 최악의 상황이 장기화되고 있다. 이에 더해 일본 정부가 지난 1일 일제강점기 때 조선인 강제동원이 대규모로 이뤄졌던 니가타현 사도광산에 대한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신청을 강행하면서 갈등의 골이 한층 깊어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듯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달 28일 사도광산 추천 결정을 발표하기 전에 주일 미국대사관 레이먼드 그린 수석 공사에게 사전에 설명을 했다는 일본 언론 보도도 나왔다.

 

한편, 미국의 요청으로 이달 12일 하와이에서 한·미·일 외교장관 대면 회담 일정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만남에선 북한에 대한 대응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도쿄/김소연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