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사드 추가” 근거, 박근혜 정부도 일축했다

 

대선 TV토론 팩트체크

중장거리 미사일 90도 가까운 ‘고각 발사’ 근거로 추가배치 주장

북, 한국 겨냥할 수 있는 ‘가성비’ 단거리 미사일 1천발 이상 보유

2016년 당시 국방장관도 “북 제정신이면 고각 발사할 이유 없어”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이재명 “브룩스 전 주한미군 사령관도 추가 사드가 필요 없다고 말했는데, 안보불안 조성해서 표 얻으려다 경제 망친다는 지적이 있다.”

 

윤석열 “브룩스 전 사령관 얘기는 성주에 있는 사드를 패트리엇이라든가 저층 방어 시스템하고 연계를 했을 때 효과적이라고 한 것이지, 그분이 사드 추가배치가 필요 없다는 얘기를 한 사실이 없다.”

 

지난 3일 대선 후보 4자 토론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추가 배치 문제를 놓고 이렇게 충돌했다. 두 후보는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의 똑같은 발언을 놓고 이렇게 해석을 달리했다.

 

사드 추가 배치 필요하다? 필요 없다?

 

‘한국에 사드 추가 배치 불필요하다’는 브룩스 전 사령관의 2020년 11월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 인터뷰 내용은 다수 국내 언론들이 인용 보도했다.

 

브룩스 전 사령관은 2016년 4월부터 2018년 11월까지 주한미군사령관이었다. 한국과 미국이 사드 배치를 결정(2016년 7월8일)하고 경북 성주에 사드 발사대가 설치되는 시기(2017년 4월)의 주한미군사령관이었기 때문에 한국에 배치된 사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인물이다.

 

브룩스 전 사령관의 발언은 2020년 11월2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이 보도했다. 브룩스 전 사령관의 육성 인터뷰 내용은 다음과 같다.

 

“사드는 한국에 (저고도 미사일용인) 패트리엇 미사일 방어체계 레이더와 (탄도탄 조기경보 레이더인) 한국의 그린파인(Green Pine) 레이더 등 다른 미사일 방어 시스템과 통합해 북한의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한국을 방어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더 나은 통합방어시스템이 될 것입니다.”

 

<자유아시아방송>은 브룩스 전 사령관의 이 발언을 전하며 “브룩스 전 사령관은 2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한국에 사드를 추가로 배치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기존 사드 포대를 다른 미사일 방어시스템과 통합시키면 북한의 미사일 공격으로부터 한국을 방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브룩스 전 사령관의 발언을 전하며 그 뜻을 더 분명히 해설한 것이며, 기사의 제목도 “브룩스 전 사령관 ‘한국에 사드’ 추가배치 불필요”였다. 다수의 국내 언론들이 이 기사를 인용 보도하기도 했다.

 

기사를 쓴 기자가 자의적인 해석을 한 게 아니라면 브룩스 전 사령관의 발언은 ‘한국에 사드를 추가 배치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에 가까울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인터뷰에서 ‘사드와 패트리엇, 그린파인 레이더 등을 통합하면 더 효과적’이라고 한 것이지, 사드 추가 배치에 대해 언급한 사실이 없다”며 거듭 주장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국방장관도 “북 제정신이면 고각발사 불가능”

 

윤 후보는 지난 3일 토론회에서 “북한에서 수도권을 겨냥할 경우 고각으로 (미사일을) 발사하는 경우가 많아서 당연히 (사드가) 수도권에 필요하다”며 사드 추가 배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우리 군의 미사일 방어체계 중 패트리엇2·3, 천궁II 등은 20㎞ 내외 저고도와 30㎞ 내외 중고도 대응이라서, 이보다 높은 고고도로 미사일이 날아오면 사드(50~150㎞)로 대응해야 한다는 논리다.

 

통상 탄도미사일은 30~45도 각도로 쏘는데 고각 발사 때는 90도 수직에 가까우며 이는 사거리를 줄이기 위해 일부러 발사 각도를 높이는 것이다. 북한이 지난달 30일 발사한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은 원래 사거리가 4500~5000㎞인데 고각으로 발사해 비행거리가 약 800㎞로 줄었다.

 

북한은 “지상 대 지상 중장거리탄도미사일 ‘화성-12형’ 검수사격시험을 30일 진행“했다고 &lt;노동신문&gt;이 지난달 31일 보도했다. 이 미사일은 사거리가 4500~5000㎞인데 고각으로 발사해 비행거리가 약 800㎞로 줄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은 미국령 괌이나 하와이, 일본 등을 사거리 안에 두는 중장거리 미사일을 시험 발사할 때 고각 발사를 해서 의도적으로 비행거리를 줄여왔다. 중장거리 미사일 개발 능력을 키우되 미국을 너무 자극하지 않겠다는 의도였다.

 

땅덩어리가 좁은 한반도 안에서 북한이 사거리 1000㎞가 넘는 중장거리미사일로 한국을 공격하려면 고각 발사를 해야 한다. 하지만 북한이 한국을 겨냥한 값싼 단거리 미사일을 1천발 이상 보유하고 있는데, 굳이 비싼 중장거리 미사일을 고각 발사할 이유는 없다. 북한 입장에서 고각 발사는 ‘가성비’가 너무 낮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 국방부도 ‘고각 발사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2016년 7월20일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국회에 출석해 북한이 사거리 3000㎞ 이상인 무수단 미사일을 고각 발사해 수도권을 타격할 가능성을 일축한 것이다.

 

당시 한 장관은 “북한이 미사일의 고각 발사 말고도 서울을 공격할 화력과 자산이 있다. 스커드 미사일만 해도 수백 발”이라며 “북한이 제정신을 갖고 있다면 무수단 미사일을 고각으로 발사할 이유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저고도, 중고도, 저고도로 나뉜 미사일 다층방어체계 개념도. 국방부

 

박근혜 정부가 발행한 <2016년 국방백서>에서도 “수도권에 위협이 되는 북한의 탄도미사일은 스커드 계열로 비행고도가 낮고 비행거리가 짧기 때문에 사드보다 패트리엇이 더 유용한 요격무기 체계”라고 평가했다. <동아일보> 2월4일치 사설도 “야당도 사드 추가 배치를 내세웠지만, 당장 단거리미사일 대응이 시급한 터에 중장거리용 요격미사일을 도입하자는 것은 현실성이 의문시되는 주장이 아닐 수 없다”고 주장했다.

 

수도권을 겨냥한 북한의 미사일 고각발사는 이론상으로는 가능하지만 가능성은 매우 낮다. 윤석열 후보 주장처럼 ‘북한이 수도권을 겨냥해 고각 발사할 경우가 많다’고 보긴 어렵다. 권혁철 기자

 

질문 이해 못한 윤석열, 감싸는 국힘…“RE100, 비전문가는 몰라”

   기업들 재생가능에너지 2050년까지 100% 활용 ‘RE100’

   정미경 최고 “전문가 아니면 몰라…공부하면 알 순 있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3일 대선후보 첫 티브이(TV) 토론회에서 ‘RE100’(재생가능에너지를 2050년까지 100% 활용하자는 기업들의 약속)을 몰랐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국민의힘이 “전문가가 아니면 잘 모르는 것”이라며 엉뚱한 엄호에 나섰다.

 

정미경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4일 <문화방송>(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전날 티브이토론회에서 가장 돋보였던 장면이 뭐냐’는 질문에 “RE100 이런 거 얘기하는데 사실 저도 그렇지만 그건 전문가 아니면 잘 모른다. 공부해서 알 순 있는 것”이라며 “그런 식으로 내가 이만큼 많이 안다고 조금 외워서 오셔서 상대방한테 얘기하는 것, 저는 이건 굉장히 국민들에게 어떻게 보면 불쾌감을 준다”고 비틀었다.

 

전날 티브이 토론회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일자리·성장·경제’를 주제로 한 주도권 토론에서 윤 후보에게 “RE100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고 묻자 윤 후보는 “그게 뭐죠?”라고 되물었다. RE100은 기업들이 ‘2050년까지 풍력·태양광 등 재생가능에너지(Renewable Energy)를 100% 활용하는 자발적 약속’을 의미한다. 이 후보가 이 용어의 뜻을 설명하자 윤 후보는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고 답했다.

 

정 최고위원은 전날 토론회 한줄평을 요구하자, 대선 주자로서 경험이 있던 이재명·안철수·심상정 후보를 ‘재수생’, 윤 후보를 ‘재학생’에 비유하며 “재수생 세분에 우리 재학생 한분. 제가 봤을 때는 우리 생각 외로 재학생이 참 잘했다”고 두둔했다. 오연서 기자

 

이재명 “국가경제 설계해야 하는데 RE100 모른다? 상상 어렵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4일 오전 서울 광진구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를 방문, 이용훈 마티아 주교와 면담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차 대선후보 티브이(TV) 토론을 통해 회자된 ‘RE100(2050년 이전까지 100% 재생에너지 전기만 쓰는 것을 목표로 하는 기업들의 캠페인)’에 대해 “국민들이 일상적 삶 속에서 모르는 건 있을 수 있지만, 전환시대와 국가경제를 설계해야 하는 입장에서 이걸 모른다는 건 상상하기 어려웠다”고 4일 말했다. 전날 토론회에서 이 후보는 윤 후보에게 “RE100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고 묻자 윤 후보는 “그게 뭐죠”라고 되물으며 논란이 일었다.

 

이 후보는 이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우리동네공약 언박싱데이’ 발표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RE100 문제는 단어 문제가 아니라 국가 산업과제의 핵심과제”라며 “전세계적으로 350개 이르는 글로벌 기업들이 RE100을 선언하고 재생에너지 100%로 생산되지 않은 물품은 공급받지도 않겠다고 결의했기 때문에 수출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의 가장 강력한 중대 과제”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선대위 기후위기탄소중립위원회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RE100도 EU택소노미(지속가능한 금융 녹색분류체계)도 모르는 윤 후보에게 어느 국민이 나라를 맡기겠냐”며 “애플·구글 등은 이미 (RE100) 목표를 달성했다. 이들 글로벌 기업들은 한발 더 나아가 자신들에게 납품하는 기업에도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 후보는 부인 김혜경씨의 갑질의전 논란과 관련해선 “다시 한 번 사죄 말씀드린다”며 허리 숙여 사과했다. 이 후보는 “참 면목이 없다”며 “논란이 되고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다시 한 번 국민 여러분에게 사과드린다. 다 제 불찰”이라고 했다. 이 후보는 “제가 좀 더 세밀하게 살피고 경계했어야 마땅한데 그러지 못했다는 점에서 다시 한 번 사과드리면서 감사 결과에 따라 상응하는 책임을 충분히 지겠다”며 “향후 이런 일 재발되지 않도록 조치는 물론 엄정하게 관리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이 후보는 ‘여야가 합의해도 추경 증액에 동의하지 않겠다’는 홍남기 경제부총리를 향해 “월권”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후보는 “임명 권력은 국민이 직접 선출한 선출권력의 지휘를 받는 게 정상적”이라며 “그런데 행정부 소속의 한 개 부처 책임자가 여야가 합의해도 수용하지 않겠다고 미리 단언하는 건 대의 민주주의 체제에서 매우 부적절하다. 책임을 물어야 할 정도로 심각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서영지 기자

 

당신은 몰라도, 대선 후보는 알아야 할 'RE100'과 '택소노미'

 

윤석열 후보 ‘기후·에너지’ 토론 모습에 “우려”

RE100 참여는 세계적 흐름…기업들 미래 달려

택소노미는 녹색채권 등 향후 자본 흐름 결정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공개홀에서 열린 &lt;방송 3사 합동 초청 2022 대선후보 토론에서 후보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의당 심상정 후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RE100? 유럽 뭐시기? 그딴 거 국민 90%가 모른다. 기자가 이런 글이나 쓰고 참 한심하네.”

 

20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주요 후보 4명의 방송 토론회가 열린 3일 늦은 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짧은 기후·에너지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이 후보가 기후·에너지 정책에 대해 윤 후보의 견해를 묻는 질문을 하자 윤 후보가 RE100(2050년 이전까지 100% 재생에너지 전기만 쓰는 것을 목표로 하는 기업들의 캠페인)·유럽연합 택소노미(지속가능 금융 분류체계) 등 에너지 관련 용어를 다시 질문하는 모습이 여러차례 방송됐습니다.

 

이날 밤 <한겨레>는 <“RE100이 뭐죠? EU 뭐요?”…‘원전 전사’ 윤석열은 되물었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적었습니다. 다른 언론들도 윤 후보가 되묻는 상황을 상세히 적었습니다.

 

기사 도입에 소개한 위 글은 기자에게 직접 메일을 보낸 한 독자의 의견이었습니다. 기사를 읽고 비슷한 댓글을 적은 독자들도 많았습니다. RE100이나 EU택소노미 용어가 워낙 전문적인 용어라 생소하기도 하고, 상대 후보에게 “모르겠다”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윤 후보의 모습이 대범해보이기도 합니다. 저 정도 몰라도 대통령 잘 할 수 있어 보입니다. 그러나 전세계적으로 각국 정부의 향후 5~10년의 기후·에너지 정책이 미래를 결정지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기후위기 시대’를 책임질 대통령 후보라면 이 정도의 용어는 알아야 한다는 탄식과 우려가 흘러나옵니다. 왜 일까요?

 

RE100 몰라도 돼? 먹고 사는 문제이자 새로운 무역 장벽

 

“RE100 선언한 전세계 349개 기업에 부품 납품하는 국내 기업들 어떻게 하라고….”

 

토론회가 끝난 뒤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페북에 글을 올렸습니다. 양이원영 의원의 말처럼, 애플, 구글, 나이키, 스타벅스 등 세계적인 기업들이 RE100을 선언한 것은 그들 기업의 자율적 결정이지만 파장은 전세계 기업 전반에 미칩니다.

 

쉽게 말해, 이들 기업이 앞으로는 재생에너지를 사용해 만든 제품이 아니면 자신들의 완제품에 사용되는 부품 혹은 원료 등을 수입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입니다. RE100이 확산되면서 재생에너지 사용 여부 자체가 무역장벽으로 작용하게 되는 것이지요. 탄소 감축 문제를 넘어 기업의 생존,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미래가 걸린 문제입니다.

 

이때문에 지난해 10월 한국전력공사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한 장성대 삼성전자 DS부문 지속가능경영사무국 전무는 “RE100과 탄소중립 선언 모두 적극 검토하겠다”고 답변했습니다. 세계적 흐름에 동참하지 않으면 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기 때문에 탄소 감축이라는 ‘선의’가 아닌 ‘실익’을 챙기기 위해서라도 변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을 삼성도 알고 있는 것이지요.

 

윤 후보의 반응에 선생님처럼 바른 개념을 설명하는 데 그쳐 ‘잘난 체’했다는 평가를 받은 이 후보에 대한 아쉬움도 흘러나왔습니다. 기후위기 시대 기업들에게는 시급한 과제로 인식되고 있는 RE100을 모른다는 것은, 국민의힘이 중요하게 여기는 경제발전과 산업경쟁력에서도 뒤쳐지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고 역공할 기회였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지적입니다.

 

지상파 방송 3사가 공동주최한 대선후보토론회

 

‘원전 전사’가 택소노미 논쟁을 모른다는 의미

 

윤 후보가 원전에 진심인 것은 분명해보입니다. ‘친원전’은 원전을 점진적으로 줄여 2080년대 중반까지 ‘탈원전’에 도달하기로 한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맞서는 정책입니다. 문 정부와의 차이, 그 선명성을 보이기 위해서 윤 후보 쪽은 이 에너지 정책을 주요 공약으로 더욱 강조하고 있습니다. 윤 후보 캠프 내 에너지 정책을 주도하는 이 역시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입니다.

 

택소노미 또한 RE100처럼 어렵게 들리지만 원전에 진심인 대통령 후보라면 모르기 어려운 용어입니다. 어려운 개념일 수는 있어도 기후·에너지 분야에서는 산업계에 미칠 파장이 큰 뉴스이기 때문이지요. 특히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최근 2~3년 사이 새로 생겨난 개념으로, 전 세계 25개국이 자체적으로 만들고 있는 택소노미 기준의 최대 쟁점은 원전을 포함할지 였습니다. 한국 정부도 금융계, 환경부, 산업계 등이 지난 2년 동안 녹색 산업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를 고민했고 지난해 12월 원전을 제외한 69개 세부 경제활동을 이에 포함시켜 확정했습니다. 이 택소노미에 따라 녹색채권 등 수십조원의 자산 투자 방향이 영향을 받습니다. 최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원전을 포함시킨 택소노미 최종안을 발의하면서 한국 정부의 택소노미에도 원전을 추가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견해가 전달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때문에 윤 후보가 ‘택소노미’ 용어 자체를 낯설어하는 모습은 원전 정책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의심으로도 이어집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석탄화력발전이나 석유, 천연가스 등 탄소(온실가스)를 배출하는 화석연료를 줄이자는 사회적 합의가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줄어드는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에너지원의 양대 산맥으로 꼽히는 것이 재생에너지와 원전입니다. 각 정부가 사회적 합의를 통해 최선의 에너지를 찾아야 하는데 문재인 정부와 이재명 후보는 재생에너지를, 윤 후보는 원전을 내세우는 상황입니다.

 

이날 윤 후보는 “재생에너지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원론적 답변을 반복하며 문재인 정부와의 차별성을 강조했지만 진짜 맞붙을 쟁점은 따로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원자력업계에서조차 이날 토론이 원전의 친환경성이나 원전산업 지원 정책에 대한 방향과 철학 등 원전을 둘러싼 핵심 쟁점들에 대한 발전적 논의로 이어지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기후 대선’은커녕…관심이 없어도 너무 없네

 

윤 후보는 지난해 여름 주최쪽이 나눠주는 ‘탄소중심’ 마스크를 쓴 덕분에 문재인 정부가 강조한 ‘탄소중립’ 개념을 홍보하는 역할을 해냈습니다. 이번에는 RE100과 택소노미 등 어려운 기후변화 용어를 많은 시민들에게 또 한번 알리게 되었습니다.

 

생산적 토론이 이어지지 않고 ‘퀴즈’ 논란에 그친 것은 두 시간을 들여 후보들의 말에 귀를 기울인 시민들에게는 큰 손해입니다. 반면 지난해 11월 새로운 총리를 선출한 독일의 총선에 대해 외신들은 ‘기후 총선’으로 명명했습니다. 보수~진보 성향의 주요 6개 정당 모두 기후위기 대응을 주요 과제라고 했고, 이들 중 5개 정당이 재생에너지 확대에 찬성했습니다. 독일에서도 보수정당일수록 목표 시점과 설정 등 구체적 계획이 불분명하고 미래 과제로 남겨두었지만, 기본적으로 기후·에너지 공약 수준이 높았다는 평가가 있었습니다.

 

한국에서도 대선을 맞아 각 정당들이 기후·에너지 공약을 발표한 상황입니다. 그러나 실현 가능성·후보의 철학 등 심도깊은 논의가 진행되지 않는다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이에 청년기후단체들은 지난달 20일 기후위기 공약만을 두고 각 후보들의 원포인트 토론회가 필요하다며 각 후보들의 토론회 참여를 촉구했습니다. 그러나 윤 후보 쪽이 불참 의사를 전하면서, 대선을 한 달여 남겨둔 현재로서는 성사가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토론회를 통해 윤 후보의 미진한 학습 상황을 목격한 기후단체 소속 한 청년은 “너무 수준이 낮다”라며 현 상황을 아쉬워했습니다. 최우리 기자

  

[팩트체크] 윤석열의 최저임금, 이재명의 공공주택, 심상정의 종부세 “잘못“

 

지상파 방송 3사가 공동주최한 대선후보토론회가 열린 3일 서울 KBS 스튜디오에서 정의당 심상정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 국민의힘 윤석열 ·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왼쪽부터)가 토론회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여야 대선 후보들은 지난 3일 팽팽한 긴장 속에 첫 대선 후보 토론회를 마쳤다. 후보들은 철저한 준비를 하고 토론에 임했지만 2시간의 날 선 공방 속에 사실이 아니거나 오해를 낳을 만한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한겨레>가 팩트체크했다.

 

윤석열은 최저임금, 주 52시간제 철폐 발언 부인

 

“저는 최저임금제 폐지 (얘기)해본 적도 없고요, 주 52시간 폐지를 이야기한 적도 없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자신의 노동정책을 추궁하는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의 물음에 이렇게 반박했다.

 

하지만 윤 후보는 지난해 11월30일 충북 청주시 2차전지 기업인 ‘클레버’를 찾은 자리에서 “최저시급제나 주 52시간제라고 하는 게 중소기업에서 창의적으로 일해야 하는 경우에 비현실적이고, 기업 운영에 정말 지장이 많다는 말씀을 들었다”며 “비현실적인 제도는 철폐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반노동적’이라는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보름 뒤 윤 후보는 관훈클럽 토론회에 나와 “현재의 최저임금, 주 52시간제는 이미 정해져 강행되는 근로조건이어서 후퇴하긴 불가능하다”고 해명했다.

 

윤 후보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추가 배치 관련 발언도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그는 “북한에서 수도권을 겨냥할 경우 고각으로 (미사일을) 발사하는 경우가 많다”며 사드 추가 배치 필요성을 강조했다.

 

북한이 사거리 1천㎞가 넘는 중장거리 미사일을 압록강 부근에서 고각으로 쏘면 비행거리가 줄어 남쪽에 떨어진다. 그러나 값싼 단거리 스커드 미사일을 1천발 이상 지닌 북한이 굳이 비싼 중장거리 미사일을 고각 발사하기에는 가성비가 현격히 떨어진다.

 

‘고각 발사는 현실성이 낮다’는 판단은 박근혜 정부 때도 나왔다. 2016년 7월20일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국회에서 “북한이 미사일의 고각 발사 말고도 서울을 공격할 화력과 자산이 있다. 스커드 미사일만 해도 수백발”이라며 “북한이 제정신을 갖고 있다면 (사거리 3천㎞ 이상인) 무수단 미사일을 고각으로 발사할 이유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재명은 공공주택 공급 주체 기초단체 간과

 

“공공주택은 기초(자치)단체에서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중앙정부에서 만드는 거니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대장동 사업을 보면 성남시 임대아파트를 한채도 안 지었다”는 심상정 정의당 후보의 비판에 이렇게 응수했다.

 

그러나 ‘기초자치단체가 공공주택을 공급할 수 없다’는 이 후보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그가 성남시장 시절이었던 2013년에 제정된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에도 “공사는 주택 및 일반건축물의 건설·개량·공급·임대 및 관리 등의 사업을 한다”고 돼 있다. 기초자치단체도 임대주택을 건설, 공급할 수 있는 것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현행법상 공공주택은 기초자치단체도 만들 수는 있다. 다만 이 후보 발언의 취지는 재정 여건 등으로 광역자치단체가 아닌 기초자치단체에서 현실적으로 공공주택을 만들기 어렵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심상정은 종부세 축소 착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종합부동산세 액수를 잘못 말했다. 심 후보는 종부세 폐지를 시사한 윤석열 후보에게 “시가 25억원 (집에) 사는 분이 (종부세로) 연 50만원 세금 내는 것을 폭탄이라고 이야기하니까 제가 다 부끄럽다”고 말했다.

 

그러나 “25억원 주택의 종부세가 50만원”이라는 발언은 사실이 아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11월 “전체 1세대 1주택자 인원 중 72.5%는 주택 가격이 시가 25억원(공시가격 17억원) 이하로 평균 세액은 50만원 수준”이라고 밝혔다. 공시가격 11억원(시가 16억원) 주택부터 종부세 과세 대상이므로 50만원은 시가 16억~25억원 주택의 평균 종부세인 셈이다. 시가 25억원 주택의 종부세는 300만원 남짓으로 추정된다. 정의당 핵심 관계자는 “심 후보가 (정부 통계를 인용하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혼동해 잘못 말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장나래 조윤영 권혁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