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율 87.49% 대의원투표 과반 지지 뜻

17대 땐 이명박, 19대 문재인 후보 지지

 

“윤석열, 주120시간 같은 반노동적 발언

한국노총에 보낸 답변에 정책 비전 없어

이재명과 함께 노동의 존엄 세워갈 것”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가운데)이 8일 오후 여의도 사무실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 지지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합원 140만명을 조직하고 있는 한국노총이 20대 대선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지지하기로 결정했다. 대선 때마다 공식 지지후보를 발표하고, 지지후보가 당선된 바 있는 한국노총의 이러한 결정이 한달 앞으로 다가온 대선 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인다.

 

8일 한국노총은 전날부터 이날 오후 1시까지 모바일을 통해 개최한 임시대의원대회 결과, 재적대의원 847명 가운데 741명이 투표에 참여(투표율 87.49%)해 과반수 이상이 이재명 후보 지지의사를 밝혔다고 밝혔다. 한국노총은 이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등 4명을 대상으로 선호투표를 진행했다.

 

한국노총은 공직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어 각 후보별 공식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이 후보가 과반을 넘겼다”는 사실은 공개했다. 앞서 이명박(17대 대선)·문재인(19대 대선) 후보를 지지하기로 한 앞선 두번의 조합원 전체 투표에서 각 후보는 과반을 넘기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후보는 이번 대의원 대회에서 과반을 넘겼다는 점이 특이하다.

 

이러한 선거 결과를 두고, 한국노총 내부에선 윤 후보의 노동 관련 공약과 발언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윤 후보가 ‘주 120시간 노동’ 등과 같은 반노동적 발언을 한 바 있다”며 “한국노총에 보낸 공식 답변에서도 노동사회 정책의 비전을 밝히는 것이 아니라, 사실상 경총(한국경영자총협회)에 가까운 주장을 펼쳐 이러한 태도가 대의원들의 표심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합원 총투표가 아니라 대의원 투표로 진행한 탓에 ‘조직력’이 투표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는 시각도 있다. 한국노총은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현장투표를 열기 어렵고, 전 조합원 모바일 투표를 위해선 조합원 개인정보이용 동의가 필요한데 시일이 촉박해 동의를 구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대의원 모바일 투표’로 지지후보를 결정했다. 이 때문에 지난 대선 때 문재인 당시 후보를 지지하고 정부와 ‘노동정책 파트너’ 관계를 유지해온 한국노총의 대의원들이 이 후보 쪽을 지지했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더욱이 지난달 27일 한국노총이 자체 ‘대선후보 정책검증·평가 결과’를 발표하면서, 국민의힘 정책에 대해 ‘박한’ 평가를 내놓은 뒤 국민의힘이 공식·비공식적으로 한국노총에 거세게 항의했는데 이 역시 투표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김동명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민의힘이 (투표결과에 대해) 항의하는 것은 국민의힘의 자유고, 한국노총은 담담히 갈 길을 가겠다”고 밝혔다.

 

한국노총은 오는 10일 열리는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이 후보와 ‘차기정부 노동정책 협약식’을 열고 조직차원의 대선운동에 돌입할 예정이다. 한국노총은 이날부터 26개 산별연맹과 16개 지역본부 등을 대선 대응체계로 재편하기로 했다. 김 위원장은 “한국노총은 앞으로 이재명 후보 당선을 위해 모든 역할을 다할 것임을 약속한다”며 “3월9일 당선자 이재명과 함께 노동의 존엄이 강물처럼 흘러넘치는 대한민국의 시작을 알리겠다”고 밝혔다. 박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