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부터 단일화 질문 쏟아져…“실수 반복 않을 것”
‘철수정치’ 프레임에 “이미지 조작” 억울함 밝히기도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대통령 후보 초청 관훈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 양쪽으로부터 단일화 제안을 받고 있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8일 초청 토론회에서 “끝까지 갈 생각으로 시작했다”면서 대선 레이스를 완주하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단, 공식적인 단일화 제안이 있으면 어떻게 할 거냐는 질문에는 “직접적으로 제가 어떤 (단일화) 제안을 받은 적이 없다”며 확답하지 않았다.
이날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안 후보 초청 관훈토론회에는 처음부터 단일화 관련 질문이 쏟아졌다. 안 후보는 그러나 “굉장히 귀중한 시간을 단일화에 거의 한 15~30분 이렇게 쓰는 일은 없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또 “(국민의힘) 내부적으로도 (단일화 의견이) 크게 둘로 나뉘어져 있다고 보고, 그 둘 간에도 서로 공론화, 합의가 되지 않는 걸로 안다. 내부 합의가 되지 않은 그런 상황에서 어떤 제안이 나올 수 있을까”라고 되묻기도 했다.
안 후보는 이어 “더 좋은 대한민국을 만드는 게 목적이고 정권교체는 수단이자 과정”이라고 했고 ‘좋은 정권교체’를 강조하며 “국민의힘 지지자의 경우에는 우리 후보가 너무나 싫은데 상대방 후보가 되는 것만은 막아야 되지 않겠느냐고 하면서 싫은 후보를 찍어야 되는 거의 인질상태에 있는 것”이라고 했다. ‘좋은 정권교체’의 적임자는 윤석열 후보가 아닌 본인이라는 얘기다.
안 후보는 자신을 향한 ‘철수정치’ 프레임에 억울함도 드러냈다. 그는 “시민들을 만나면 ‘이번에는 도중에 그만 두지 마라’ ‘이번에도 단일화할 거냐’는 말을 많이 듣는다”며 “10년 동안 9번의 선거에서 선거를 완주를 하지 않은 적이 한 번도 없다. 잘못된 기득권 정당의 정치세력의 이미지 조작”이라고 했다. 2012년 대선 때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후보를 사퇴한 건 “그때는 정치나 또는 사람에 대해 처음이다보니 ‘너무 선의로 대했구나’ 하고 저 스스로 다시는 그런 실수 반복하지 않아야겠다고 교훈을 얻었다. 그것을 제외하고는 한 번도 도중에 그만 둔 적 없다”고 했다. 이번에 후보 단일화에 응하든, 응하지 않든 자신이 감내해야 할 비판에 사전에 방어막을 친 것으로 풀이된다.
안 후보는 또 양당에서 단일화를 공식적으로 제안할 경우 응할지를 묻는 질문에는 “가정에 대해서 무슨 어떤 답을 미리 드릴 필요는 없다”면서도 “원내 정당 후보 4명 간에 정말 중요한 화두에 대해선 원탁테이블도 좋고 텔레비전 토론도 좋고 (논의하는) 그런 자리를 마련하고 싶다. 그런 과정을 통해 제가 생각했던 걱정되는 문제들에 대해 이야기가 나올 수 있고, 국민적 공감대가 확산될 수 있을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토론회 방식의 정책 경쟁이 필요하다는 얘기로, 이를 통해 경쟁력을 부각시켜 야권 단일화의 지렛대로 삼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계속되는 단일화 질문에 ‘먼저 나설 생각이 없다’는 뜻을 일관되게 유지하자 토론회에 참여한 패널은 “정말 집요하십니다”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안 후보는 의사로서 문재인 정부의 방역 체제 전환을 평가해달라는 요청에 현 정부가 정치방역을 하고 있다며 △3차 접종률을 높이고 △병상 및 의료진을 확보해야 하며 △국민참여형 방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부동산 세제에 대해선 “재산세는 높이고 거래세는 낮추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지만 종합부동산세는 개편하겠다고 했다. 안 후보는 “종부세의 시작은 부유세였다. 그러나 집값이 오르고 공시지가가 오르며 세율과 공시지가가 동시에 오르니 부유세가 아니라 중산층까지 다 내는 세금이 된 게 큰 문제”라며 “다시 예전 원래 취지인 부유세, 대상자가 국한된 세금으로 만들든지 아니면 전체적으로 통합해서 자산세의 일부로 관리를 하든지 그런 방법들밖에 없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지난 3일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국민연금 개혁을 주요 의제로 내세웠던 안 후보는 “소득대체율을 지금보다 더 낮출 순 없다. 이상적 시나리오는 2028년이 되면 소득대체율이 40%가 된다. 그 선을 유지하는 것이 최소한”이라고 말했다. 오연서 기자
‘톱다운 담판’ 띄우는 국힘…국민의당서도 ‘단일화론’ 고개
“백기 투항 전제로 ‘톱다운 담판’ 주장” 안 측 강력히 반발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지도부가 야권 후보 단일화를 둘러싼 치열한 수 싸움에 돌입했다. 국민의힘은 대선 후보간 ‘톱다운 방식’의 단일화 분위기를 띄웠고, 국민의당 내부에서는 안철수 후보의 완주 뜻에도 단일화 요구가 고개를 들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8일 <한국방송>(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소위 단일화라고 얘기하는 것은 좁은 의미에서 여론조사 방식의 단일화를 의미한다”며 “지금 안 후보가 놓인 처지나 이런 것을 봤을 때 그런 방식은 가당치 않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어 “이번 주 금요일 이전에, 주말 이전에 (안 후보가) 어떤 정치적인 판단들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며 안 후보의 ‘결단’을 압박했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이날 <한겨레>에 “안 후보의 지지율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이 대표가 안 후보의 결단을 압박하며 후보 간 담판 가능성을 높이고 있는 전략“이라며 “이 대표가 윤 후보와 단일화와 관련한 역할 분담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도 후보간 담판 가능성을 강조하며 분위기를 잡고 있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우리가 흔히 얘기할 때 ‘안동설’ 이런 말이 있다. 안철수 중심으로 온 우주가 돈다. 상대방인 안 후보가 굉장히 단일화 과정이 힘든 분”이라며 “단일화 논쟁은 벌이지 않고 단일화가 이뤄진다면 그것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여론조사 단일화를 배제하는 데는 ‘역선택’에 대한 경계심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다자 대결 구도에서는 윤석열 후보와 안철수 후보 지지율은 서너배 차이가 나지만, 단일화 적합도 질문에서는 두 후보가 오차범위 안에서 다투는 여론조사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선대본부 관계자는 <한겨레>에 “역선택이니 뭐니 지루한 싸움을 이어가는 것 자체가 단일화 시너지를 깎아 먹는 요인”이라고 했다.
하지만 국민의당은 국민의힘이 내심 안 후보의 백기 투항을 전제로 ‘톱다운 담판’을 주장하고 있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권은희 원내대표는 이날 <시비에스>(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무조건 국민의힘, 무조건 윤석열 후보’로 정해놓고 ‘닥치고 양보하라’는 답을 정해놓고 하는 만남이기 때문에 관련한 움직임이 있을 수 없다”며 윤 후보와 안 후보의 단일화 가능성을 “0%“라고 단언했다. 윤 후보가 ‘조용히 만나서 얘기 좀 나눕시다’라고 제안해도 안 후보가 만나지 않을 것이냐는 질문에 권 원내대표는 “네. 단정할 수 있는 상황이라 단정적으로 말씀드리는 것”이라며 안 후보와도 교감을 나눈 답변이라고 했다.
안 후보도 이날 열린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 “정권교체의 주역이 되려 나왔다”며 거듭 완주 뜻을 나타냈다. 안 후보는 ‘담판 형식은 어떠냐’는 질문에 “단일화에 대해 고민하고 있지 않다 보니 방식에 대해 고민해본 적은 더더욱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국민의당 내부에서는 안 후보를 향한 단일화 요구가 거세지고 있는 분위기다. 안 후보 지지 선언을 했던 인명진 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안 후보가 단일화 논의에 응하지 않을 경우 지지를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인 전 위원장은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나는 안 후보가 야권 대통령 후보가 됐으면 좋겠지만, 정권교체가 우선이 되어야 한다”며 “지금 국민의힘 분위기가 안철수가 굴복하고 들어오라는 분위기인데, 윤 후보가 진정성 있게 손을 내밀어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눠야 한다”고 말했다. 단일화에 부정적이었던 최진석 국민의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도 지난 6일 “정치는 생물이다.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지 가장 중요하게 봐야 한다”며 단일화 가능성을 열어뒀다. 장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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