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선대본부 “막장 운영 더는 안돼”

민주당 “검찰주의자의 일방적 주장” 비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8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과학기술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바꿉니다' 정책토론회에서 질문을 듣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8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과 개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이날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정책 토론회 뒤 기자들과 만나 “2019년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때 공수처가 우리나라의 정당한 사정권력을 더 강화한다면 반대하지 않겠다고 말씀드렸지만, 지금의 공수처는 권력 비리를 사정하는 것이 아니고 거의 권력의 시녀가 돼 버렸다”며 이렇게 밝혔다. 그는 “원래의 공수처안이 아니었는데 통과 직전에 민주당이 갑자기 끼워 넣은, 검·경이 갖고 있는 첩보·내사 사건을 공수처가 마음대로 갖고 와서 뭉갤 수 있는 우월적인 권한은 권력 비리에 대한 사정 권한을 강화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권력 비리를 은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후보의 이런 발언은 “공수처법상 검찰·경찰의 내사 첩보를 공수처에 다 보여줘야 한다는 건 독소조항”이라며 “(공수처를) 없앨 이유는 없지만, 공수처법은 정상화시켜야 한다”던 전날 <한국일보> 인터뷰보다 수위가 높아진 것이다.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관계자도 “윤 후보는 공수처와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 지금 제도 그대로 둬서는 국민이 고통받는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이런 ‘막장 운영’을 더 이상 할 수 없도록 정비해야 한다는 (게 윤 후보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핵심관계자는 “출범한 지 얼마 안 된 공수처에 정치적 시비를 거는 것은 검찰주의자의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윤 후보를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공수처가) 아직 여러 역량이 부족하긴 하지만 본래 취지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수사 역량을 강화하는 등 보완할 시기”라며 “검찰 출신인 윤 후보는 이를 뒤집으려고만 하지 말고 공수처가 잘 발전할 수 있도록 협조하는 것이 국회를 통과해 설치된 공수처에 대한 올바른 자세”라고 말했다. 김가윤 송채경화 기자

 

윤석열 ‘포린 어페어스’ 기고…보수표 겨냥 감정만 자극

 

“한국, 중국에 굴복하고 북한에 굴종”주장

“미-중의 미국편서 한미동맹 구축 외교중심”

  외교적 성찰과 국익관점 아닌 대결적 사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기고문이 실린 <포린 어페어스> 누리집. 누리집 갈무리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8일 미국 외교안보 전문지 <포린 어페어스>에 실린 ‘대한민국, 한반도를 넘어 세계를 품는 글로벌 중추국가로’란 제목의 기고문에서 “견고한 한미동맹을 구축하는 것이 곧 한국 외교의 중심축을 튼튼히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포린 어페어스>가 미국 정치권과 학계에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이 기고문은 윤 후보측 외교팀이 만든 것으로 보이며, 국민의힘 당의 외교안보정책을 미국 정계와 여론 주도층에 알렸다는 의미가 있다.

 

윤 후보는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정책에 대해 “정책 기조는 편협하고 근시안적 국익 개념에 좌우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거의 모든 외교력은 대북 관계를 개선하는데 모아졌고 이러한 내향적 외교는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역할을 위축시켰다”며 “특히, 한미 양국 간 대북정책 우선순위에 대한 견해차는 한미동맹을 표류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윤 후보는 “특정 군사위협을 상대로 세력균형을 꾀하는 것은 과거형 동맹”이라며 “한국은 미국과 포괄적 전략동맹을 구축해야 하며, 양국의 협력 관계는 21세기의 시대적 요구에 부합하도록 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와 외교안보 노선 차이를 부각하려고 애썼지만, 한미동맹 관련 주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5월21일 워싱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 뒤 ‘공동성명’으로 정리해 밝힌 동맹 미래 비전과 비슷하다. 윤 후보가 ‘더 깊고 강력한 한미동맹’으로 내세운 내용 (개인정보 보호, 공급망, 공중 보건 협력, 첨단반도체, 배터리, 사이버 장비, 우주여행, 원자력, 제약, 녹색기술 분야 협력)들도 지난해 5월 한미정상회담 내용과 대동소이하다.

 

윤 후보는 “한국은 북한 비핵화 협상의 틀을 구체화해야 한다”며 “북한의 단계별 비핵화 조치에 따른 상응 조치를 명시한 예측 가능한 비핵화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를 추구함에 있어 남북대화는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여러 정책 수단 중 하나인데 문재인 정부 들어 남북대화는 그 자체가 유일한 목표가 돼 버렸다”고 비판했다. 그는 “북한의 지속적인 도발과 남한의 굴종적인 대응으로 지난 몇년간 남북관계가 크게 왜곡됐다”고 주장했다. 윤 후보는 “북한 지도부가 비핵화 결단을 내린다면 대북 경제 지원과 협력 사업을 추진함은 물론 비핵화 이후 시대에 대비한 남북공동경제발전계획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강조하는 대북정책 및 비핵화와 관련한 ‘상호주의’는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추진했지만, 뚜렷한 효과가 없었던 ‘해묵은’ 대북정책이다. 이명박·박근혜 대통령 임기 내내 비핵화는커녕 북한 핵능력은 고도화됐고 남북관계는 단절됐고 연평도 포격전, 비무장지대 목함지뢰 도발 등 남북 군사 긴장이 높아졌다. 반면 윤 후보가 ‘굴종적’이라고 비난한 문재인 정부 때는 남북 접경 지역에서 북한의 도발은 거의 없었다.

 

윤 후보는 지난해 5월 한미 양국이 합의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북한의 비핵화’로 바꿔 한-미관계에서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5월21일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한반도 비핵화’로 용어를 통일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출범 초기에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의 비핵화’를 혼용하다 지난해 5월 한미정상회담 계기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로 용어를 통일했다.

 

윤 후보는 “중국과의 복잡한 관계를 재정비(retool)해야 한다”며 “새로운 한중 협력 시대는 안보 문제가 경제 문제에 영향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원칙에 기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2016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국내 배치 관련해 “한국이 중국의 경제 제재에 굴복하며 안보 이익을 희생시켰다”며 문재인 정부의 ‘3불 입장’(사드 추가 배치, 미국 미사일방어망 참여, 한미일 군사동맹 불추진)을 비판했다. 그는 “중국을 달래기 위해 이른바 ‘3불 입장'을 선언하면서 지나치리만큼 고분고분한 태도를 보였다”며 “이런 조치는 안보 위협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해야 할 정부의 주권적 의무를 저버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사드 문제와 관련하여, 북한 위협에 대한 억지력 확보가 한국의 주권 사항”이라며 “북한의 미사일 위협 증가에 비례해 사드를 추가 배치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한미가 사드의 추가 배치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지난 7일 부승찬 국방부 대변인 정례브리핑)고 밝혔지만, 윤 후보는 사드 논란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이를 두고 ‘사드가 수도권 주민을 지킬 수 있느냐’라는 군사적 실효성과 ‘미국과 중국이 거칠게 충돌하는 국제관계에서 사드 추가 배치가 국익에 도움이 되느냐’는 의문이 끊이지 않는다. 사드 추가배치는 군사적 효용성, 남북관계, 한미관계, 미-중 전략경쟁 등 요동치는 국제 정세를 아우르는 전략적 판단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윤 후보는 보수표를 얻기 위한 감정적 접근에 치중하고 있다.

 

그는 미중 경쟁 와중에서 한국이 미국편을 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후보는 “한국은 변화하는 국제환경에 수동적으로 적응하고 대응하기보다 자유롭고, 개방적이며, 포용적인 인도·태평양 질서를 촉진하는데 앞장설 것”이라며 “한국은 쿼드(중국을 견제하는 미·일·인도·호주 4자 안보협의체) 워킹그룹 활동에 적극 참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한국이 중국을 직접적 위협으로 단정하는 반중국 연대에 참여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아시아판 나토’로 불리는 쿼드 참여는 중국과 불필요한 긴장만 초래하고 미국의 요구도 충분히 수용하지 못하는 불편한 상황만 만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은 미국과 중국 가운데 획일적인 양자택일보다는 사안별로 우리 국익에 맞는 선택을 함으로써 우리 스스로 운신할 수 있는 전략적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권혁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