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대통령으로 죽은 듯 있나”…문 대통령, 윤석열에 강경

  직접 적어온 메모 읽으며 ‘작심 발언’ 꺼내

 “총장 때 적폐 있어도 못 본 척했다는 말인가

  없는 적폐를 기획사정으로 만들겠다는 것인가”

  윤석열 후보 발언 사과 않자 직접 대응 나선 듯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자립준비청년 초청 오찬 간담회에 참석,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향해 이례적으로 “강력한 분노”를 언급하며 초강경 대응에 나선 데는 박근혜 정부의 적폐청산을 내걸고 들어선 문재인 정부의 정체성을 전면 부정당했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윤 후보가 전날 공개된 인터뷰에서 “민주당 정권이 검찰을 이용해서 얼마나 많은 범죄를 저질렀나”라고 언급한 부분에 대해 문 대통령이 크게 분노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이 그동안 ‘검찰을 이용하지도, 검찰에 관여하지도 않았다’는 자부심을 윤 후보가 부정하면서 문 대통령이 ‘모욕감’을 느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참모회의에서 언론 기사들을 확인하던 중 직접 적어온 메모를 꺼내 ‘작심 발언’을 읽어내렸다고 한다. “중앙지검장, 검찰총장 재직 때에는 이 정부의 적폐를 있는 데도 못 본 척했다는 말인가. 아니면, 없는 적폐를 기획사정으로 만들어 내겠다는 것인가. 대답해야 한다”며 윤 후보를 향한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그동안 대선 개입 논란 등을 우려해 윤석열 후보나 검찰 개혁 관련 언급을 하지 않았던 문 대통령이 “적폐” “기획사정” 등의 표현을 써가며 야당의 유력 대선후보를 정면 비판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전날 윤 후보의 인터뷰를 거듭 확인하고는, 이 내용이 청와대가 밝힌 “매우 부적절하고 불쾌하다”는 차원을 넘어 ‘선을 넘었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문 대통령은) 촛불광장에서 ‘개혁임무’를 부여받은 정부이고, 특히 검찰 개혁과 검찰의 독립을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는 자부심이 있다”며 “그런데 민주당 정권이 ‘검찰을 이용해 범죄를 저질렀다’고 하니 부적절한 수준을 넘었다고 본 것”이라고 전했다. 이른바 ‘적폐’라는 윤 후보의 발언도 문 대통령의 ‘역린’을 건드렸다는 해석이다.

 

특히 보장된 검찰총장 임기도 채우지도 않고 대선 출마를 위해 박차고 나간 윤 후보가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위해 노력한 문재인 정부를 폄하한 것에 대해 강한 분노를 느꼈다는 것이다. 청와대 출신의 한 여당 의원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 나가고 권한을 누렸던 사람인데 이제 와서 적폐청산을 하겠다는 게 앞뒤가 안 맞는다”며 “본인이 중앙지검장, 검찰총장할 때 뭔가 안 했으면 그게 직무유기이고, 적폐를 눈감았으면 정치검찰이다. 그러니 대통령이 보기엔 황당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발언이 “선거 중립 위반”이라는 야당의 주장에도 강경한 입장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윤 후보가 대통령을 겨냥해서 한 발언에 대해 문 대통령이 반론권을 행사한 것인데, 거기에 대해서 선거 개입이라고 하면 식물 대통령으로 죽은 듯이 직무 정지 상태로 있어야 되냐”고 맞받았고, “허위 정보를 바로잡는게 정치적 중립이라고 답해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또 “(윤 후보의 인터뷰 발언 중) 정권 초기 적폐청산이 문 대통령의 지령을 받아 정치보복을 한 것이 아니라는 대목이 있다. 그동안 야당은 적폐수사를 대통령이 주도했다고 공격했는데 사실이 아니었던 것”이라며 "대대적 적폐수사를 한 게 오롯이 윤 후보 본인이라는 것을 분명히 확인해 준 셈”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 윤 후보가 ‘보복 수사’를 시사한 것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등 ‘정치 보복’으로 정치를 후퇴시킨다는 점에서 강한 반응을 이끌어 낸 것으로 보인다. 정치 검찰의 기획수사로 노 전 대통령의 ‘비극’이 벌어졌다는 문제의식이 있는 상황에서, 검찰 출신의 윤 후보가 “적폐 수사”를 언급한 것이 발화 지점이 됐다는 해석이다. 문 대통령이 이날 “없는 적폐를 기획사정으로 만들어 내겠다는 것인가”라고 비판한 것도 이와 같은 문제의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 측근이었던 윤건영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월성원전수사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 이름이 세번 등장하고, 대통령이란 명칭이 40여차례나 등장하는 것으로 안다”며 윤 후보가 언급한 적폐청산 수사는 바로 문 대통령을 겨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문 대통령의 의도와는 상관 없이 대선에 미칠 영향은 불가피해졌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지지율이 정체를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민주당 내에선 윤 후보의 이번 발언을 계기로 이른바 ‘집토끼’가 결집하지 않겠느냐고 기대하는 시각도 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보복 정치를 막기 위해 내부가 결집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이 건으로 4~5%포인트는 (지지율이) 올라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도 “문 대통령 지지자들이 윤 후보 얘기를 듣고 화가 안 나겠냐”며 “지지자들 입장에서 대통령을 지켜야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완 서영지 기자

 

유인태 “윤석열, 표 떨어지는 소리…원고 없으면 실언하는 정치 초짜”

“자기가 총장, 요직에 있었으면서 적폐수사가 무슨 소리인지 도대체 납득 안가”

윤건영 “공개적 정치보복 선언…검찰총수인 걸로 착각”

 

 

유인태 전 국회사무총장이 10일 ‘집권 시 문재인 정부의 적폐 청산 수사를 하겠다’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발언을 두고 “선거를 얼마 앞두고 표 떨어지는 소리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유 전 사무총장은 이날 <시비에스>(CBS) 라디오에 출연해 “옛날에 ‘전두환이 정치는 잘 했다’는 소리처럼 이번에도 비슷한 실언을 한 것”이라며 “윤 후보한테는 언제나 정치 초짜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 정권이 검찰을 이용해 범죄를 저질렀다’는 윤 후보의 발언에 대해서도 “자기가 (검찰) 총장, 요직에 있었으면서 그게 무슨 소리인지 도대체 납득이 안 간다”며 “원고 없이 하면, 언제고 저렇게 실언할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초짜의 한계”라고 지적했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에 출연해 “죄도 없는 현직 대통령을 사실상 수사하겠다고 공언한 셈”이라며 윤 후보의 발언을 강하게 비판했다. 윤 의원은 “공개적인 정치보복 선언이다. 역대 대선에서 유례가 없던 초유의 사건”이라며 “심지어 뭐가 잘못이 있는지, (무엇을) 수사하겠다는 근거도 없고, 이유도 없는 무조건 수사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코로나 극복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는 대통령에 대해서 적폐라고 규정하는 것 자체도 온당치 않고, 자기가 권력기관, 수사기관인 검찰의 총수, 수장인 걸로 착각하는 것 아닌가 싶다”며 “검찰출신 대통령이 되면 (전직) 대통령이 죄가 생기는 그런 형국이 된다”고 덧붙였다. 심우삼 기자

 

윤석열 '검찰사유화-정치보복'성 발언에, 문 대통령 “강력한 분노”

문재인 대통령 윤석열 ‘적폐 수사’ 언급에 이례적 작심 발언

윤석열에 "적폐 기획사정 하나" 사과 요구…대선 파장 주목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문재인 정권의 적폐 수사를 하겠다’고 한 것에 대해 사과를 요구했다. 대선 상황과 거리를 두었던 문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직접 “강력한 분노”라는 높은 수위의 표현으로 윤석열 후보를 비판해 파장이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현 정부를 근거 없이 적폐 수사의 대상, 불법으로 몬 것에 대해 강력한 분노를 표하며 사과를 요구한다”면서 윤 후보를 향해 “중앙지검장, 검찰총장 재직 때에는 이 정부의 적폐를 있는데도 못 본 척했다는 말인가. 아니면, 없는 적폐를 기획사정으로 만들어 내겠다는 것인가. 대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브리핑을 열어 “문재인 대통령은 오늘 오전 참모회의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며 이같이 전했다.

 

앞서 윤석열 후보는 전날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민주당 정권이 검찰을 이용해서 얼마나 많은 범죄를 저질렀나. 거기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한다”며 문재인 정부가 범죄를 저질렀다고 기정사실화했다. 이와함께 ‘집권하면 전 정권 적폐청산 수사를 할 것이냐’는 물음에 “해야죠. 해야죠. (수사가) 돼야죠”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윤 후보의 이같은 발언이 보도되자 9일 “매우 부적절하고 매우 불쾌하다”고 밝혔지만, 문 대통령의 직접 언급은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검찰총장을 한 윤 후보가 ‘적폐 수사’라고 말한 것에 대해 ‘실언’이라고 주워담지 않자, 문 대통령이 직접 강력한 분노를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대통령이 작심하고 말씀했다”면서, 야당의 선거 중립 위반 주장에 대해선 “(윤 후보의) 왜곡된 허위정보를 방치하는 것이 선거 중립은 아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10일 공개된 세계 통신사들과 서면인터뷰에서 “아무리 선거 시기라고 하더라도, 정치권에서 갈등과 분열을 부추겨서는 통합의 정치로 갈 수가 없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보였다. 문 대통령은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재임 중 탄핵 후폭풍과 퇴임 후의 비극적인 일을 겪고서도 우리 정치문화는 근본적으로 달라지지 않았다”며 “한편으로 극단주의와 포퓰리즘, 가짜뉴스 등이 진영 간의 적대를 증폭시키고, 심지어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적대와 증오를 키우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완 기자

 

'검찰본색 윤석열', 문 정부 수사 공언…벌써 검찰 사유화, 정치보복 선언?

‘한동훈 중용’ ‘전 정권 수사’ 공언에 법조계 “검찰 본색 드러나”

검찰 편가르기· 줄세우기· 사유화 비판 “검찰 정치적 이용 자인”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9일 한 신문 인터뷰를 통해 ‘집권 시 문재인 정부 수사’를 공언하자 정치권과 법조계에선 대선 직행 검찰총장 출신 후보의 ‘검찰본색’이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전 정권 수사를 지휘하게 될 서울중앙지검장에 검찰 시절 최측근인 한동훈 검사장 임명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는 등 벌써부터 검찰 인사를 언급한 것을 두고는 ‘윤석열 사단 중용’을 통한 검찰 줄세우기, 검찰 사유화를 예고한 것이라는 날선 비판이 나왔다.

 

윤 후보는 인터뷰에서 ‘집권 시 측근 검사들을 중용해 (전 정권) 보복수사를 할 것이란 우려가 있다’는 질문에 돌연 ‘A검사장’을 언급했다. 윤 후보는 “왜 A검사장을 무서워하나. 이 정권에서 피해를 많이 보았기에 서울중앙지검장을 하면 안 되는 건가. 말이 안 된다. (이 정권에서) 거의 독립운동하듯 해 온 사람이다. 일본 강점기에 독립운동해 온 사람이니 나중에 정부 중요 직책에 가면 안 된다는 논리와 뭐가 다르냐”고 했다. <중앙일보>가 이니셜 처리한 A검사장을 두고 검찰 내부에선 한동훈 검사장을 언급한 것으로 본다. 윤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한 검사장이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될 것이라는 얘기가 파다했기 때문이다.

 

두 사람 사이는 각별한 관계 이상이다. 지난해 10월 서울행정법원은 윤 후보가 검찰총장 시절 한 검사장에 대한 수사·감찰을 방해한 것은 징계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면서 둘의 관계를 판결문에 자세히 적었다. 재판부는 두 사람이 2003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대선자금 수사팀, 2006년 대검 중수부 현대차 수사팀, 2016년 국정농단 박영수 특별검사팀, 2017년 서울중앙지검장과 3차장검사, 2019년 검찰총장과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함께 근무한 경력을 거론하며 “윤석열 사단” “대표적 윤석열 라인”이라는 평가를 인용했다. 그러면서 “직연 등 지속적 친분 관계로 인해 일반인 관점에서 공정한 직무수행이 어렵다고 판단될 수 있는 관계에 있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한 검사장 역시 자신과 관련한 정치권 발언 등이 나올 때마다 일일이 반박 입장문을 내며 여권과 각을 세우는 등 사실상 정치 행보를 해왔다. 윤 후보 배우자 김건희씨와 한 검사장이 여러 차례 통화하고 수백 회 카카오톡 메시지를 주고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는데, 이에 한 검사장은 “20년 동안 윤 총장과 공적, 사적 인연을 이어온 사이다. 윤 총장과 연락이 안 될 때 배우자를 통해 윤 총장과 연락한 것이 무슨 문제인지 모르겠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윤 후보가 ‘한동훈 서울중앙지검장’ 가능성을 언급하자, 직전 검찰총이 당선도 되기 전 부터 측근 챙기기를 통한 보복수사, 검찰조직 편가르기를 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수도권 한 검찰 간부는 “한동훈 검사장이 유능하냐 아니냐를 떠나서, 대통령 후보가 벌써부터 ‘네 편 내 편’ 가르기로 측근을 챙기려는 듯한 모습은 부적절해 보인다. 외부에서 보기에 불공정할 뿐만 아니라, 미리 내정해 둔 인사라는 인상을 풍겨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또 다른 검사는 “한 검사장이 현 정권에서 좌천 당했기 때문에 다음 정권에서 주요 보직에 앉아야한다는 것은 빈약한 논리다. 인사는 플러스, 마이너스가 아니다. 인사 당시 그 자리에 가장 적절한 사람이 중용되는 것”이라고 했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문재인 정부 검찰처럼 인사 피바람이 불거라는 얘기다. 완전히 내편 네편 가르기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윤 후보는 인터뷰에서 구체적 사안은 말하지 않은 채 문재인 정부에 대한 “수사를 해야죠. (수사가) 돼야죠”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는 검찰을 누구보다 잘 아는 윤 후보가 검찰에 수사가이드 라인을 던지며 ‘준비’를 지시한 것과 마찬가지라는 평가가 나왔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결국 집권하기 전부터 나한테 칼 쥐어주면 칼부림하겠다는 얘기 밖에 더 되느냐”고 했다. 윤 후보가 “적접 절차, 시스템에 따른 수사”를 언급한 것을 두고는 “적법 절차를 따르더라도 저렇게 대놓고 적폐라고 규정하고 처벌을 얘기하면 수사가이드 라인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수사도 하기 전에 이미 불법이라 규정하고 시작하는 것이다. 윤 후보야 말로 검찰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검찰총장 출신이 ‘우리는 정치적 집단’이라고 자인한 셈”이라고 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에 관여했던 양홍석 변호사는 “(윤 후보) 본인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적폐수사의 도구가 됐었다. 국민들은 정치보복 행태가 반복되는 것으로 보는데, 본인은 법적으로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여전히 검찰총장 윤석열의 시각을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수사와 관련해서는 늘 검찰이 옳다는 검찰 무오류 관념에 사로잡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대통령 후보라면 정권이 정치적 의도를 실행하는 도구로 검사를 활용하는 상황에 대해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민주당 정권이 검찰을 이용해서 범죄를 저질렀다”고도 말했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이런 얘기가 나올까봐 검찰총장 끝나고 곧바로 대선 출마하는 것에 우려가 나온 것이다. 직전 검찰총장이 ‘정치권에서 검찰 이용했다’고 말하면 어느 국민이 검찰을 믿겠나. 그럼 검찰총장 시절 자신이 수사한 부분에 대해서는 국민들이 어떻게 보겠느냐”고 했다. 서울의 한 부장검사는 “과거 검찰의 이중잣대는 인정하지 않은 채, 윤 후보 본인이 스스로 정의를 판별하고 선별하는 사람이라는 오만함이 느껴졌다. 과거사 반성도 제대로 하지 않은 검찰의 과오는 잊은 채, (윤 후보가 이끌었던) 검찰이 잘했다고만 주장하는 모양새”라고 했다. 반면 서울지역 또 다른 부장검사는 “윤 후보의 여러 발언은 대선 후보로서 할 수 있는 정치적 발언이다. 검찰 내부에서 평가할 만한 것이 없다”고 했다. 손현수 전광준 강재구 기자

  

윤석열, ‘문재인 정부 적폐청산 수사’ 뜻…당선 뒤 정치보복 치닫나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집권하면 문재인 정부의 적폐 청산 수사를 하겠다’는 뜻을 나타낸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발언이 파문을 낳고 있다. 국민 통합을 강조했던 검찰총장 출신 대선 후보가 집권하기도 전에 현 정부의 부패를 사실로 단정해 ‘단죄’를 공언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후보는 9일 나온 한 신문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 초기처럼 전 정권 적폐청산 수사를 할 건가’라는 물음에 “할 거다”라며 “현 정부에서 수사한 건 헌법 원칙에 따라 한 거고, 다음 정부가 자기들 비리·불법에 대해 수사하면 보복인가. 시스템에 따라 하는 거다”라고 답했다. 그는 대장동 사건에 대해서도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이재명 당시 성남) 시장인데”라며 재수사 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그는 적폐청산 수사에 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사법연수원 부원장)을 중용할 것이라는 뜻도 드러냈다. 윤 후보는 인터뷰에서 ‘최측근 검찰 간부를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해 검찰공화국을 만들 것’이라는 더불어민주당 주장에 대해 “A검사장에 대해 이 정권이 한 것을 보라. 이 정권에 피해를 많이 입어서 중앙지검장 하면 안 되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해당 신문은 검사장의 이름을 익명 처리했지만 윤 후보는 인터뷰에서 한 검사장의 실명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한 검사장을 “일본 강점기에 독립운동하듯 해온 사람”에 견주며 “왜 A검사장을 무서워하냐”고도 했다. 한 검사장은 윤 후보가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으로 있을 때 각각 3차장과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이명박·박근혜 적폐청산 수사를 같이 했다. 윤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와도 여러 차례 통화하고 카톡 대화도 수백회나 할 정도로 윤 후보 부부와 가깝다.

 

윤 후보의 발언은 대선 후보로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후보는 현 정권과 여권이 부패했다고 미리 규정하고 집권하면 수사할 것이라고 공언해 정치적 상대를 대화나 타협이 아닌 청산해야 할 대상으로 규정했다. 지난해 10월 당내 경선 과정에서 했던 자신의 말과도 모순된다. 그는 당시 경선 토론회에서 ‘법에 따라서 처리를 하는 것과 정치 보복을 하는 (것을 구분하는) 기준은 무엇이냐’는 원희룡 후보의 물음에 “실무적으로 말하면 저절로 드러난 것은 처리해야 한다. 누굴 딱 찍어놓고 1년 12달 다 뒤지고 찾는다면 그건 정치보복”이라고 말했다.

 

윤 후보의 발언은 앞서 7시간 통화파일로 공개된 김건희씨의 발언과도 통한다. 김씨는 인터넷 기자와의 통화에서 자신에게 비판적인 보도를 해온 유튜브 채널 등을 거론하며 “내가 정권 잡으면 거기는 완전히 무사하지 못할 거야 아마. 권력이라는 게 잡으면 우리가 안 시켜도 검찰들이 알아서 입건해요. 그게 무서운 거”라고 말했다. 김씨는 “시키지 않아도 검찰이 알아서 할 것”이라고 했지만 윤 후보는 문재인 정권 비리를 수사하라는 지침을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에 제시한 셈이다.

 

오동석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헌법재판소가 탄핵할 정도로 헌법질서를 위반해 수사에 착수했던 박근혜 정권과는 구분해야 한다”며 “게다가 벌써 수사를 언급하는 것은 통합보다는 대립과 갈등으로 치닫는 것이다. 잘못된 인식”이라고 말했다.

 

윤 후보는 척폐 청산 수사에 “대통령은 관여하지 않는다”며 ‘시스템’을 강조했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국정 최고책임자의 강한 의지를 수사기관 책임자가 절대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는 최측근 검사를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중용하겠다는 뜻까지 밝힌 터라 ‘수사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발언만으로 권력자의 뜻에서 자유로운 수사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사실상 정치보복을 하겠다는 노골적인 선언”이라며 “검찰에 ‘뭐가 있을 테니 주워오라’는 얘기 아니냐. 앞서 배우자 김건희씨의 보복발언과도 일맥상통하는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말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도 “윤 후보가 대선 후보 입장이 아니라 검사 윤석열 입장에서 정무적인 고려 없이 대답한 게 아닌가 싶다”며 “어쨌든 여론조사 1위로 당선 가능성이 높은 후보고, 게다가 검찰 출신이라서 검찰 입장에서 ‘알아서 처리하라’는 신호로 받아들일 여지가 있다. 수사 관련 발언은 특히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청와대는 “매우 부적절하고 불쾌하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정치보복과 검찰공화국 야욕을 드러냈다”고 말했다. 이에 윤 후보는 “새 정부가 들어오면 자연스럽게 전 정부 일이 1, 2, 3년 지나며 적발되고 정상적인 사법시스템에 따라 (수사가) 이뤄지게 돼 있다는 원론적인 말씀을 드린 것”이라며 “스스로 생각하기에 문제 될 것이 없다면 불쾌할 일이 없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배지현 기자

 

청 “윤 발언, 매우 부적절·불쾌”…여당 “노골적인 정치보복 선언”

 

‘문 정권 적폐 수사’ 발언에 격앙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앞 ‘임시 기억공간’ 마당에서 열린 대구지하철참사 19주기 추모식 및 대선 후보 생명안전 국민약속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매우 부적절하고 불쾌하다.”(청와대) “노골적인 정치보복 선언이나 다름없다.”(더불어민주당)

 

집권하면 문재인 정권에 대한 적폐청산 수사를 하겠다는 뜻을 표시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향해 청와대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여당이 강한 불쾌감을 표시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9일 기자들과 만나 “아무리 선거지만 서로 지켜야 할 선은 있는 것”이라며 “(윤 후보 발언은) 매우 부적절하고 매우 불쾌하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그동안 대선과 관련한 언급을 삼가왔지만, 이미 범죄를 저질렀다고 기정사실화한 윤 후보의 발언은 묵과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 쪽도 격앙된 반응을 나타냈다. 이 후보는 “듣기에 따라서는 정치보복을 하겠다고 들릴 수 있는 말씀”이라며 “매우 당황스럽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페이스북에도 “부끄러움도 없이 사적 복수의 야욕을 드러내는 세력에게 국가를 맡길 수는 없다”고 썼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는 일제히 긴급성명서와 논평을 내고 기자회견도 열어 윤 후보의 사과를 촉구했다.

 

우상호 총괄선대본부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문재인 정부를 향해 보복의 칼을 겨누는 것은 국가적 위기 상황을 혼란으로 몰아넣는 망국적 분열과 갈등의 정치다. 윤석열 후보는 정치보복 발언을 취소하고 국민 앞에 사과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윤호중 원내대표도 “윤 후보가 마침내 문재인 정부에 대한 정치보복과 검찰공화국 야욕을 낱낱이 드러냈다. (측근인) 한동훈 검사장 등 친위부대들에 완장을 채워 서슬 퍼런 검찰공화국을 만들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조승래 선대위 수석대변인도 역시 “(윤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도 녹취록에서 집권하면 가만 안 두겠다고 말했다”며 “배우자는 언론보복을 공언하고, 남편은 정치보복을 선언하다니 부부가 공포정치를 예고한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내부는 상당히 격앙된 분위기다. 한 선대위 관계자는 “아침부터 혈압이 확 올랐다”며 “국민의힘은 이미 다 집권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는 ‘이재명 플러스’에 올린 글에서 “정치보복으로 노무현 대통령님을 모해하고 고인께서 운명이라 말씀하시며 우리 곁을 떠나시는 데 일조했던 윤석열 후보가, 이제 와서 감히 그분의 이름을 입에 올리며 악어의 눈물을 흘린 윤석열 후보가, 문재인 정부를 상대로 정치보복을 한다면 도대체 누구에게 무슨 짓을 하겠다는 것이냐”고 썼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윤 후보의 발언이 친문 지지층을 이재명 후보 쪽으로 결집시킬 수 있다는 전망이 있다. 박상병 인하대 초빙교수는 “윤 후보가 역풍을 맞을 수 있다”며 “여권 지지 세력의 70% 정도만 이 후보에게 뭉쳐 있는 상황에서 여권 지지층을 결집시킬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문 대통령 지지층 중 일부는 이 후보가 당선되면 문 대통령이 더 위험할 수 있다고 판단을 하는 분도 있다. 그런데 윤 후보의 발언으로 이들의 마음이 조금 돌아설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채경화 이완 최하얀 기자

  

“윤석열, 문재인 정부에 보복의 칼”…수사 공언에 민주당 반발

 

여당, 윤 “집권하면 문 정권 적폐수사” 발언에 격앙

“김건희씨는 언론보복 발언…부부가 공포정치 예고”

 한동훈 검사장을 ‘독립운동가’ 빗댄 발언엔  “모욕”

 이재명 “유감… 사적 복수 세력에게 국가 못 맡겨”

 

 

더불어민주당은 9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집권 시 문재인 정부 적폐청산 수사’ 발언에 대해 “노골적인 정치보복 선언”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도 “당황스럽다”며 유감의 뜻을 밝혔다.

 

이 후보는 이날 오후 서울시의회 앞에서 열린 생명안전 국민약속식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듣기에 따라서는 정치보복을 하겠다고 들릴 수 있는 말씀이어서 매우 당황스럽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페이스북에도 “부끄러움도 없이 사적 복수의 야욕을 드러내는 세력에게 국가를 맡길 수는 없다”며 윤 후보를 에둘러 비판했다.

 

윤 후보의 발언이 보도된 이날 오전부터 민주당 선대위는 긴박하게 움직였다. 우상호 총괄선대본부장 주재로 회의를 열어 ‘긴급 성명서’를 발표했고 선대위 수석대변인들도 잇따라 논평을 내며 반발했다. 우 총괄선대본부장은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후보의 정치보복 선언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문재인 정부을 향해 보복의 칼을 겨누는 것은 국가적 위기 상황을 혼란으로 몰아넣는 망국적 분열과 갈등의 정치다. 윤석열 후보는 정치보복 발언을 취소하고 국민 앞에 사과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선대위는 윤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가 인터넷 언론 기자와 통화에서 자신을 향한 비판언론을 향해 “무사하지 못할 것”이라고 한 발언을 거론하며 싸잡아 비판했다. 조승래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배우자 김건희씨도 녹취록에서 집권하면 가만 안두겠다고 말했다”며 “배우자는 언론보복을 공언하고, 남편은 정치보복을 선언하다니 부부가 공포정치를 예고한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진 선대위 수석대변인도 윤 후보가 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에 대해 “이 정권이 (그에게) 한 것을 보라”, “거의 독립운동처럼 해온 사람”이라며 중용을 예고한 발언에 대해 “검찰 사무를 주권 잃은 나라를 위해 목숨까지 희생하신 독립운동가들에 빗대다니 경악스럽다. 독립운동을 위해 피땀 흘린 모든 분들에 대한 모욕을 당장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최근 제주 강정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을 높이 평가하며 울먹인 윤 후보의 진정성이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날 ‘이재명 플러스’에 올린 글에서 “적폐는 오랫동안 기득권을 움켜쥐었던 부정부패가 썩고 켜켜이 쌓인 것”이라며 “어찌 5년도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검찰과 감사원, 보수언론에 시달리고 케이(K)-방역과 지(G)10 국가를 향해 여념 없이 달려온 문재인 정부에 적폐가 있을 수 있다는 말이냐”고 적었다. 이 전 대표는 “켜켜이 엉켜 찐득하게 달라붙은 기득권의 부정부패인 적폐를 치우는 것은 청산이지만, 적폐를 쌓을 시간조차 없었던 사람들의 적폐를 만들어 모해하고 탄압하는 것은 정치보복”이라며 “그 정치보복으로 노무현 대통령님을 모해하고 고인께서 운명이라 말씀하시며 우리 곁을 떠나시는데 일조했던 윤석열 후보가, 이제 와서 감히 그 분의 이름을 입에 올리며 악어의 눈물을 흘린 윤석열 후보가, 문재인 정부를 상대로 정치보복을 한다면 도대체 누구에게 무슨 짓을 하겠다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송채경화 최하얀 기자

 

[사설] ‘한동훈 기용해 문재인 정부 수사’ 시사한 윤석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9일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집권하면 문재인 정부의 ‘적폐’를 청산하는 수사를 하겠다고 말했다. 또 ‘집권 시 측근 검사들을 중용해 보복수사를 할 거란 우려가 있다’는 질문에 “왜 A 검사장을 무서워하나. 이 정권에 피해를 많이 입어서 중앙지검장하면 안 되는 건가. 말이 안 된다”고 했다. A 검사장은 최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을 가리킨 것으로 보인다. 한 검사장을 서울중앙지검장에 기용해 문재인 정부 수사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측근 중용, 검찰 장악, 보복 수사 등 국민들의 우려를 키우는 섬뜩한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윤 후보는 ‘(집권하면) 문재인 정부 초기처럼 전 정권 적폐청산 수사를 할 건가’라는 질문에 “할 거다. 그러나 대통령은 관여하지 않는다. 다 시스템에 따라 하는 거다”라고 했다. 만약 다음 정부가 출범한 뒤 이전 정부의 불법·비리 혐의가 드러나면 수사를 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후보 신분에서 전 정권 적폐수사를 하겠다고 말하는 건 전혀 다른 문제다. 수사 방침을 밝혀놓고 대통령은 관여하지 않겠다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다.

 

윤 후보는 또 “현 정부에서 수사한 건 헌법 원칙에 따라 한 거고, 다음 정부가 자기들 비리·불법에 대해 수사하면 보복인가”라고 했다. 어처구니없는 궤변이다. 국민에 의해 탄핵된 정권에서 행해진 국정농단의 실체를 밝혀내고 단죄하기 위한 수사와 전임 정권에 대한 기획 수사의 명백한 차이를 의도적으로 물타기하고 있다. 또 이는 윤 후보 자신이 직접 한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수사를 보복수사라고 자인하는 것이다.

 

윤 후보는 한동훈 검사장에 대해 “거의 독립운동하듯 해 온 사람이다. 일본 강점기에 독립운동해 온 사람이 나중에 정부 주요 직책에 가면 일본이 싫어하니까 안 된다는 논리와 뭐가 다른가”라고 말했다. 한 검사장은 채널A 기자와의 ‘검언유착’ 의혹을 받아 온 인물이다. 1심 법원은 채널A 기자에게 “취재과정에서 저지른 행위를 형벌로 단죄하는 것을 매우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며 무죄를 선고하면서도 “이 판결이 피고인들의 잘못을 정당화하거나 면죄부를 부여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질타했다. 또 무죄 판결이 나온 것은 공범 관계로 의심받은 한 검사장이 채널A 기자와의 통화 내용이 담긴 휴대폰 비밀번호를 감추는 등 수사기법과 법률 지식을 활용해 증거를 숨긴 게 주요한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검사라는 이름이 부끄러운 행태를 보여온 측근을 독립운동가에 비유하다니, 이 또한 무슨 망발인가.

 

게다가 한 검사장은 검언유착 의혹 관련 수사가 진행되던 3개월 사이에만도 윤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와 9차례 통화를 하고, 에스엔에스(SNS)는 332회나 주고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김씨와 한 검사장에 대해 비판적인 보도를 한 언론인들에 대한 ‘명예훼손’ 등 혐의를 적시한 고발장을 검찰이 국민의힘에 전달한 ‘고발 사주’ 의혹에도 이름이 함께 오르내렸다. 윤 후보는 검찰총장의 권한을 남용해 한 검사장에 대한 감찰과 수사를 방해했다가 징계를 받았고, 법원도 이를 ‘중징계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이런 부적절한 특수관계에 있는 사람을 서울중앙지검장에 앉히겠다는 것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허물고 정실 인사를 하겠다는 말과 다를 게 없다.

 

윤 후보의 인터뷰는 ‘반문 세력’의 결속을 다져 당선 가능성을 높이려는 의도로 보인다. 그러나 한쪽 진영의 ‘보복 감정’을 자극하고 편승하는 것은 국가 최고지도자를 꿈꾸는 대선 후보라면 결코 해서는 안 될 정략적 방책이다. 지금 국민들은 어느 후보가 편가르기가 아닌 통합의 비전과 정책을 내놓을 것인지 주목하고 있다는 걸 윤 후보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