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대통령선거에 프랑수아 올랑드 사회당 후보가 승리를 거뒀다. 프랑스에 좌파 대통령이 선출된 것은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 이래 무려 17년 만이다. 2차 대전 이후 2번째이다. 그만큼 프랑스 국민이 어느 때보다 절박하게 현상 타파를 원했다는 증거일 것이다.
집권세력에 대한 응징 투표는 비단 프랑스만의 일이 아니다. 2009년 유럽 금융위기 발생 이후 이번까지 유럽연합 국가들 중에서 11명의 집권자가 교체됐고,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최근 1년여 사이에 유로존에서 실권한 8번째 지도자이다. 프랑스 대선과 같은 날 실시된 그리스 총선, 독일 지방선거, 세르비아 총선 등에서도 집권당이 줄줄이 패하거나 부진한 성적을 거뒀다. 복지 축소와 무한경쟁을 핵심으로 하는 신자유주의 정책과, 유로 위기 이후 더욱 심화한 복지 축소와 긴축정책이 서민의 삶을 더욱 피폐하게 한 데 대한 반발이라고 할 수 있다.
 
프랑스의 정권교체는 프랑스가 세계무대와 유럽연합에서 차지하는 정치·경제·외교의 비중을 고려할 때 매우 큰 의미를 지닌다. 당장 주목할 대목은 ‘메르코지’(독일의 메르켈 총리와 프랑스 사르코지 대통령의 합성어) 연합으로 불리는 유로존의 긴축정책 수정 여부이다. 이제까지는 독일과 프랑스가 긴축으로 재정개혁을 꾀해 경쟁력을 회복한다는 유로위기 타개책을 주도해왔는데, 이에 대해 프랑스가 ‘아니오’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올랑드 당선자는 이외에도 고율의 법인세와 재산세 부과, 청년과 노인 고용 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 사르코지 연금개혁의 재검토, 2017년까지 재정균형 달성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시장과 얼마나 조화를 이루며 공약을 실현할지가 주목된다.
 
외교정책에는 공공연하게 친미주의를 표방했던 사르코지와 달리, 미국을 견제하고 유럽 중심주의를 강조하는 전통적인 프랑스 외교로 선회할 것이 확실시된다. 오는 20~21일 미국 시카고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와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는 올랑드 프랑스의 외교노선을 가늠할 수 있는 첫 무대가 될 것이다.
사르코지는 이명박 대통령과 너무 닮은꼴이었다. 미국식 경쟁과 효율, 복지 축소와 규제 철폐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신자유주의를 무리하게 도입하고, 친기업·친부자 정책을 밀어붙였다. 대외적으로는 프랑스 사상 가장 친미적인 외교·군사노선을 취했다. 돈 많은 사람과 힘센 사람들을 위한 사르코지 5년이 프랑스에서 ‘레드카드’를 받은 사실은 12월 대선을 앞둔 우리에게도 큰 교훈을 던져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