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이권 · 권력 나누는 비즈니스 공동체” 주장

비난강도 높여 지지층 결집·갈라치기로 부동층 공략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지난 19일 오후 경남 김해시 김수로왕릉 앞 광장에서 유세한 뒤 주먹질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주말 유세에서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철지난 좌파혁명이론을 공유하는 비즈니스 공동체”라고 주장하며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을 선거 장사에 이용한다”고 맹폭했다. 선거 초반 기선을 잡겠다는 명목이지만, 주요 유세 발언이 ‘막말 위험수위’에 이르렀다는 비판이 나온다.

 

윤 후보는 지난 19일 울산·양산·김해·거제·통영·진주·창원 등 경남 7개 도시를 방문해 연속 자신의 유세 상징인 ‘어퍼컷’을 날리며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이날 울산에서 유세를 시작한 윤 후보는 “여러분도 지난 5년 동안 이 민주당 정부의 한계를 보셔서 알겠지만, 철지난 좌파 혁명이론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소위 말해서 ‘비즈니스 공동체’”라며 “비밀이 유지되는 사람끼리 이권을 나누고 권력을 유지하는 것이 바로 민주당의 실체”라고 저격했다. 윤 후보는 “민주당의 핵심 지지층이라고 하는 댓글부대 말은 믿지 말라. 다 거짓말”이라며 “지난 5년 민주당 정권을 망가뜨린 사람이 바로 이재명의 민주당 주역들”이라고 목청을 돋웠다.

 

윤 후보의 발언과 행동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더 과격해지고 있다. 지난 17일 민주당을 ‘전체주의 정당’으로 규정지은 데 이어, 특히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인 김해에서는 격앙된 표현을 쏟아내며, 이 후보와 현재 민주당을 고 김대중·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에게서 분리하는 데 집중했다.

 

윤 후보는 김수로왕릉 앞 광장에 모인 지지자들을 향해 “3억5000만원 들고 가서 8500억원 빼 오는 도시개발에, 그런 부패의 주범을 대통령 후보로 선출한 민주당은 노무현의 민주당이냐. 김대중의 민주당이냐”라며 “이들이 노무현 대통령, 김대중 대통령 파는 것을 믿지 말자. 어디다 그런 분들을 내놓고 선거 장사에 이용하나”라고 비판했다. 그는 “김대중 대통령의 철학과 노무현 대통령의 원칙이 100분의 1이라도 있다면 민주당 정권이 이런 오만과 부패를 일상화할 수 있겠나”라며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퇴출돼야 하는 그런 민주당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생가가 있는 거제에서도 “민주당이 과거에는 김영삼 대통령과 김대중 대통령으로부터 정치를 배우고 그 전통을 이어간 훌륭한 사람들이 많이 있다”며 “그러나 이 사람들이 궁궐과도 같은 586 이념세력에 갇혀서 꼼짝도 못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윤 후보는 “저런 부패한 세력들을 26년간 상대해온 제가 국민의힘에 들어오지 않았나. 지금부터는 국물도 없다(경남 진주)”,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대결이 아니다. 이재명 민주당 세력과 대한민국 국민과의 대결(경남 창원)”이라고 날을 세우며 주말 유세를 마무리했다.

 

윤 후보가 막말에 가까운 표현으로 민주당을 집중 타격하는 것은 지지층을 결집하는 동시에, 문재인 대통령은 지지하지만 민주당과 이 후보에게 마음을 주지 못 하는 부동층 표심을 겨냥한 전략으로 보인다. 국정 운영 지지율이 40%를 웃도는 문재인 정부를 공격하는 대신 민주당과 이 후보를 원색 비판하며 압도적인 정권교체론을 띄우겠다는 뜻이다.

 

다만 당 안팎에선 막말 퍼레이드를 이어가는 윤 후보의 ‘격앙된 언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현장 분위기에 고무된 윤 후보가 즉흥 발언을 하다 ‘실언 리스크’에 휘말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과도한 표현이 오히려 중도층의 반감을 일으킬 수 있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현장 지지를 북돋는 건 좋지만 아직 오차범위 내 선두이기 때문에 중도층 표심을 위해 발언 수위를 조절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배지현 기자

 

‘부모 찬스’ 비판? ‘성별 갈라치기’ 아닌가…윤석열 대선광고 논란

  남성 면접자 좌절앞서 ‘밝게 웃는 여성 면접자’ 부각

  국민의힘 “부모 찬스 피해보는 청년 묘사” 설명

 “여성차별 채용 비리 현실 교묘히 왜곡” 지적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TV 광고 갈무리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티브이(TV) 광고 속에서 묘사된 채용 면접 장면을 두고 “채용 시 발생하는 성차별 현실을 왜곡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은 “기득권 자녀들에게 피해 보는 청년을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해당 광고가 여성 면접관과 밝게 웃는 여성 면접자를 부각하며 남성 구직자가 피해를 보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윤 후보가 최근 공개한 ‘국민이 키운 윤석열 내일을 바꾸는 대통령-국민편’ 광고를 보면 한 남성이 채용 면접을 보는 장면이 나온다. 여성 2명, 남성 1명으로 구성된 면접관들이 앞에 있고 남성 면접자는 옆에 있는 다른 남성 면접자를 쳐다보다가 반대쪽에 밝게 웃고 있는 여성 면접자를 바라본다. 이후 이 남성은 탈락을 예감한 표정으로 옷에 붙은 수험표를 뗀다. 이때 ‘무너진 공정과 상식을 바로 세우라고’라는 자막과 내레이션이 나온다.

 

‘성차별 현실을 왜곡했다’는 비판이 나오자 장예찬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청년본부장은 페이스북에서 “(광고 속 남성은) 빽 없고 힘없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청년이다. 옆자리는 부모 찬스로 입시와 취업하는 내로남불 기득권의 자녀들”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집에 여성 혐오 표현 ‘오또케’ 반영’ 등 선거 과정에서 ‘성별 갈라치기’를 선거 전략으로 이어오다 보니 해당 광고도 ‘여성 혐오’를 통한 득표전략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해당 장면이 최근 몇년 사이 여성 지원자들을 대거 떨어뜨린 채용비리가 잇달아 발생한 현실을 교묘하게 왜곡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TV 광고 갈무리

 

해당 광고를 본 직장인 여성 ㄱ(25)씨는 “최근 채용비리만 봐도 여성을 차별하는 비리가 많았다”며 “광고에 다분히 다분히 남녀갈라치기 하는 의도가 드러난다. 평소 윤 후보의 발언기조와도 일맥상통하니까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최근 입사한 ㄴ(25)씨도 취업 준비 과정에서 실감한 ‘유리천장’을 언급하며 “무너진 공정과 상식의 예시로 나온 면접 상황에서 면접관 과반수를 여자로 설정한건 대체 무슨 저의인지 모르겠다. 실제로 면접 가면, 여초 회사조차 열에 아홉이 남성 면접관이었다. 이런 현실에서 대선 후보가 현실을 곡해한 광고를 내놓는 게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기득권 자녀에 의한 채용비리를 보여주려 했다’는 국민의힘의 설명에 대해서도 직장인 여성 ㄷ(25)씨는 “이 장면을 낙하산 채용비리 다루려고 넣었다는 해명을 봤는데 그런 의미를 담고자 했다면 제대로 표현이 안 됐다고 본다”고 했다.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는 페이스북에 “국민의힘은 여성 혐오에 기대어 한쪽 성별의 표를 받으려는 선거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하지만 선거전략이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성차별 현실을 왜곡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여성 면접자들이 구직과정에서 받는 차별은 ‘현실’이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지원자를 탈락시켜 인사관계자가 징역형을 선고받은 곳은 한국가스안전공사, 대한석탄공사, 케이비(KB)국민은행, 케이이비(KEB)하나은행 등이 있다. 2017년 킨텍스에서는 남녀 성비를 맞춘다는 이유로 40여 명의 여성 지원자를 탈락시킨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서울교통공사도 남성을 합격시키기 위해 여성을 부당하게 탈락시킨 사실이 2019년 감사원 감사 결과로 드러났다.

 

여성 면접관이 남성 면접관보다 많은 경우도 드물다.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발표한 ‘2021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 보고서를 보면 공공기관과 지방공사·공단, 500인 이상 민간기업(대규모 기업집단 중 300인 이상 포함) 관리자 가운데 여성 관리자 비율은 20.9%였다. 상장기업의 임원 가운데 여성 비율은 5.2%에 불과했다.

 

여름 채용성차별철폐공동행동 활동가는 “해당 광고는 실제 면접 장면을 반대로 표현했다. 여성 때문에 남성이 힘들다고 드러내고 싶어 하는 것 같다. 대선 후보들이 마치 여성은 투표권이 없다고 생각하면서 혐오를 조장하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이주빈 고병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