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협상 며칠 내로 벨라루스-폴란드 국경서 열기로"

 

회담하는 러·우크라 대표단 (벨라루스 리아노보스티=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처음으로 벨라루스에서 28일(현지시간) 열린 러·우크라이나 간의 협상이 약 5시간 만에 끝났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회담에 참여한 한 인사는 우크라이나 북부 국경에 가까운 벨라루스 고멜주(州)에서 열린 양측 회담이 이날 오후 7시(한국시간 29일 새벽 1시)께 끝났다고 전했다.

 

구체적 회담 결과에 대해선 즉각 알려지지 않았으나 다음 회담 일정이 잡힌 점으로 볼 때 최소한 파탄은 면한 것으로 보인다.

 

회담에 참석한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고문 미하일로 포돌랴크는 양국 대표단이 귀국해 협의를 거친 뒤 다음 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러시아 대표단 단장인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보좌관 블라디미르 메딘스키는 회담 뒤 "우리가 합의를 기대할 수 있는 사안들을 찾았다"며 "다음 회담이 벨라루스-폴란드 국경에서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벨라루스 벨타 통신은 다음 러·우크라이나 협상이 며칠 내로 열릴 것이라고 러시아 대표단을 인용해 전했다.

 

이날 메딘스키 보좌관이 이끈 러시아 대표단에는 알렉산드르 포민 국방차관, 안드레이 루덴코 외무차관, 레오니트 슬추츠키 하원 국제문제위원회 위원장 등이 포함됐다.

 

우크라이나 대표단은 대통령실 고문 포돌랴크, 국방장관 올렉시 레즈니코프, 집권당 '국민의 종' 당 대표 다비드 하라하미야, 외무부 인사 등으로 구성됐다.

 

 

앞서 우크라이나 대표단은 이날 오후 폴란드를 경유해 헬기로 회담장에 왔고 곧이어 회담이 시작됐다.

 

회담은 당초 전날 열릴 예정이었으나 우크라이나 대표단이 안전을 이유로 러시아군이 장악한 자국 북부 국경을 통해 곧바로 벨라루스로 오지 않고 폴란드를 경유해 오기로 하면서 몇 차례 연기됐다.

 

러시아 측은 앞서 회담에서 우크라이나의 중립국화 방안을 중점적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측은 회담 주요 의제가 즉각적 휴전과 러시아군 철수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맞섰다.

 

푸틴의 핵위협 앞에서…러시아와 마주앉은 우크라 “즉각 철군을”

 

전쟁 닷새만에 첫 고위급 협상.. 양쪽 입장 차 커 성과는 없을 수도

벨라루스, 러 핵무기 반입 허용, 미 “오판 마라” 러 핵위협에 경고

 

28일(현지시각)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고위급 협상 장소인 벨라루스의 고멜에 도착한 우크라이나 대표단이 헬리콥터에서 내리고 있다. 고멜/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쟁 닷새째인 28일 사태 수습을 위한 첫 협상을 벌였다. 만남을 앞두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962년 쿠바 핵 위기 이후 처음으로 서구에 핵 위협을 가했다. 침공의 전진기지가 된 벨라루스는 자국에 러시아 핵무기를 들여올 수 있도록 헌법을 바꿨다. 큰 충격을 받은 독일은 전후 70여년 동안 유지해온 외교안보정책을 전환해 무력 증강에 나서기로 했다. 푸틴 대통령의 침공이 신냉전으로 가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젖힌 형국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고위급 협상단은 28일 낮 우크라이나-벨라루스 접경 지역에서 만나, 24일 러시아의 침공 개시 이후 처음으로 대화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협상에 앞서 러시아에 즉각적인 휴전과 철군을 요구했다. 대통령실은 “대화의 핵심 이슈는 즉각적인 휴전과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 군대의 철수”라고 밝혔다. 러시아 협상단인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대통령실 보좌관도 협상에 앞서 “우리는 가능한 한 빨리 합의에 도달하는 데 관심 있다”고 말했다.

 

즉각 철군을 요구한 우크라이나와 달리 러시아는 구체적인 요구 사항을 공개하진 않았다. 러시아는 그동안 우크라이나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 포기와 중립화를 요구해왔고, 개전 후엔 사실상 항복을 뜻하는 ‘무기를 내려놓을 것’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정권의 제거를 뜻하는 ‘비나치화’를 내걸었다. 결사항전하고 있는 우크라이나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들이다.

 

양쪽의 큰 견해차를 반영하듯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날 밤 연설에서 “이 만남의 결과를 믿진 않지만 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드미트로 쿨레바 외교장관도 “우리는 항복하지 않을 것이다. 영토의 단 1인치도 포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핵 위협에 미국은 강경한 반응을 쏟아냈다. 젠 사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27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핵무기 운용 부대에 특수 경계 태세를 지시한 것에 대해 “추가 침략을 정당화하기 위해 위협을 지어내는” 패턴의 반복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미 국방부 고위 당국자도 “(러시아가) 오판할 경우 사태를 매우 위험하게 할 수 있다”며 “미국은 국토, 동맹, 파트너를 지켜낼 능력이 있다. 이는 전략적 억지를 포함한다”고 말했다. 전략적 억지란 핵 사용을 뜻하는 것으로, ‘핵에는 핵으로 맞서겠다’는 결의를 밝힌 것이다.

 

서구와 러시아의 골은 점점 더 깊어가고 있다. 러시아의 동맹인 벨라루스는 27일 개헌 국민투표에서 “영토를 비핵화하고 중립국가화를 목표로 한다”(18조)는 조항을 삭제하는 개헌안을 통과시켰다. 독일은 위협에 맞서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2%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고 선언했다. 올라프 숄츠 총리는 러시아의 침공이 독일의 방위정책을 근본적으로 전환해야 하는 “새로운 현실을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황준범 기자

 

우크라 “핵시설 2곳 러 공격으로 피해”…방사능 유출 확인 안돼

국제원자력기구 “건물 파손, 방사성 물질 유출 보고 없어”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방사성 물질 경고 표지판. A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가 자국 내 핵시설 2곳이 러시아의 공격으로 피해를 봤다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보고했다. 피해 시설에서 건물 파손이나 방사성 물질 유출 등은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27일 자료를 내고 우크라이나 정부가 수도 키예프와 제2의 도시 하르키우(하리코프)에 위치한 핵폐기물 저장소에 미사일이 떨어졌다고 통보해왔다고 밝혔다. 국제원자력기구는 이들 핵시설에 대한 조사를 하고 있다며 주요 건물이 파손되거나 방사성 물질 유출은 보고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은 “방사성 물질이 있는 시설이 훼손될 경우 심각한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며 “이들 시설에 대한 군사적 행동을 자제해 달라”고 호소했다.

 

우크라이나는 원자력 발전소 4곳에서 15개의 원자로를 가동하고 있다. 지난 24일 침공한 러시아군은 1986년 폭발 사고로 가동이 중단된 체르노빌 원전 인근에서 우크라이나와 교전을 벌여 위험이 가중되기도 했다. 러시아는 체르노빌 원전 시설 통제권을 장악한 상태다. 국제원자력기구는 오는 2일 우크라이나 핵시설 안전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긴급회의를 열기로 했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우크라 침공 전진기지’ 벨라루스, 핵무기 배치 가능 개헌안 통과

 

“영토 비핵화 중립국가 목표” 조항 삭제, 러 핵무기 배치 현실화될 수도

 루카셴코 2020년 시위 뒤 러에 밀착  러시아-서방 대립 격화 우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27일 수도 민스크에서 헌법 개정 국민투표를 한 뒤 발언하고 있다. 민스크/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진기지로 이용되고 있는 벨라루스에서 핵무기 배치 금지 조항을 삭제하는 개헌안이 통과됐다. 벨라루스로 러시아 핵무기 배치가 전진 배치되면, 서구와 러시아의 대립이 격화될 수 있다. 전세계가 ‘신냉전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는 또 다른 징후로 읽힌다.

 

벨라루스 선거관리위원회는 28일 전날 이뤄진 개헌 국민투표(투표율 78.63%)에서 65.16%의 찬성으로 개헌안이 통과됐다고 밝혔다. 이번 국민투표가 관심을 모은 것은 개헌안에 “영토를 비핵화하고 중립국가화를 목표로 한다”(18조)는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이 들어 있기 때문이었다. 이는 러시아의 핵무기가 서유럽을 더 노골적으로 위협할 수 있도록 벨라루스로 전진 배치될 수 있음을 뜻하는 것이다.

 

‘독재자’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도 이런 속셈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투표 당일 방문한 투표소 앞에서 “당신들(서구)이 우리와 국경을 맞댄 폴란드와 리투아니아에 핵무기를 들여온다면, 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가서 조건 없이 줬던 핵무기를 돌려달라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벨라루스에는 소련 시절 핵탄두가 탑재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배치돼 있었다. 하지만 소련의 해체로 독립한 뒤인 1994년 ‘부다페스트 각서’를 통해 우크라이나·카자흐스탄과 함께 주권과 영토 보전을 약속받고 핵무기를 포기했다.

 

이번 개헌을 이끈 루카셴코는 소련 집단농장 관리자 출신으로 1994년부터 28년간 집권 중이다. 2020년 1월엔 러시아가 벨라루스를 합병하려고 한다며 푸틴 대통령에게 날을 세운 적도 있다. 하지만 그해 8월 6번째 대통령에 당선될 당시 전국적인 부정선거 규탄 시위가 일어나고 서방이 제재를 가하자 급격히 러시아에 밀착했다. 유일한 ‘비빌 언덕’인 푸틴 대통령의 비위를 맞추며 생존하는 길을 택한 것이다.

 

이번 개헌안에는 루카셴코의 장기 집권을 뒷받침하는 내용이 대거 들어 있다. 대통령 3연임 금지 조항이 있긴 하지만, 2025년 대선에서 선출되는 새 대통령의 임기부터 적용된다. 그로 인해 루카셴코는 2035년까지 대통령으로 머물 수 있다. 러시아가 2020년 푸틴 대통령 기존 임기를 백지화하는 내용의 개헌을 통해 2036년까지 집권할 수 있게 한 것을 참고한 듯한 내용이다. 또 최고 국정자문기구인 ‘전 벨라루스 국민회의’의 권한을 강화해 퇴임 뒤에도 상왕처럼 군림할 수 있게 했다. 평생 형사 소추를 받지 않는다는 내용도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벨라루스인들 상당수가 이번 국민투표도 부정선거로 보고 있으며 26일에도 반전 시위가 일어나 100명 이상이 체포됐다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이 지난 24일 전쟁을 일으키기 전에 벨라루스엔 연합훈련을 명목으로 러시아군 3만여명이 파병돼 있었다. 이들이 우크라이나 북쪽 국경을 넘어 키예프를 포위 공격하고 있는 러시아의 주력이다. 벨라루스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국인 리투아니아·라트비아·폴란드와도 국경을 접하고 있다. 이 때문에 나토는 벨라루스를 경계하며 이 지역에 전력을 강화하는 중이다. 장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교장관은 25일 벨라루스 개헌을 비판하며 “나토의 방어 태세 적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키어 자일스 영국왕립국제문제연구소(채텀하우스) 러시아·유라시아 프로그램 선임연구원도 최근 <포린 폴리시>에 “러시아군의 벨라루스 영구 주둔은 사실상 정해졌다. 그들은 러시아의 공격용 전초기지로 쓰이지 않을 것이라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조기원 기자

 

[우크라 침공] "'젤렌스키 암살조' 러 용병 400명 키예프 대기 중"

영 매체 "살생부에 총 24명…'복싱영웅' 클리치코 키예프 시장도 포함"

영 정부가 첩보 입수해 우크라이나에 통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A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제공]

 

러시아 연계 용병 400명 이상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 등 우크라이나 정부 요인을 암살하라는 크렘린궁의 명령을 받고 키예프에서 대기 중이라고 영국 언론 더타임스가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의 세력 확장을 위해 아프리카와 중동 등 해외 분쟁지에서 용병을 동원하는 사기업 와그너그룹은 이런 '특명'을 받고 5주 전 아프리카에서 우크라이나로 용병들을 침투시켰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요리사 출신으로 알려진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운영하는 이 회사는 젤렌스키 대통령을 비롯한 우크라이나 주요 인사를 암살하는 대가로 두둑한 상여금을 받기로 했다는 것이다.

 

영국 정부는 26일 오전 이런 정보를 입수해 우크라이나 정부에 전달했다.

 

더타임스는 몇 시간 뒤 수도 키예프시에 36시간 동안 엄격한 통행금지령이 발효됐는데 러시아 공작원들을 색출할 목적이었다고 전했다.

 

키예프시 당국은 시민들에게 러시아 공작원으로 오인될 소지가 있다면서 통금 시간에 바깥출입을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와그너그룹의 활동과 긴밀한 연결고리를 지닌 한 소식통은 이와 관련, 모두 합쳐 용병 2천∼4천명이 지난달 우크라이나에 들어왔다고 말했다.

 

또 이들 중 일부는 친러 분리주의 조직이 장악한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와 루간스크에 배치됐고 다른 용병 400명은 벨라루스에서 키예프로 잠입했다고 밝혔다.

 

와그너 그룹의 고위 관계자들과 가까운 또 다른 소식통은 푸틴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과 협상을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차원에서 잠깐의 휴지기를 원하지만 협상은 결국 결렬될 것이라는 내용이 이들 용병에게 사전에 전달됐다고 말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28일 벨라루스의 국경 도시 고멜에서 협상할 예정이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의 진정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고 밝힌 바 있다.

 

더타임스는 용병단이 푸틴에게서 신호가 떨어지기를 기다리고 있다면서 이들이 향후 며칠 동안 '살생부'를 처리한 뒤 사례금을 챙겨 이번 주말 전에 우크라이나를 안전하게 빠져나갈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전했다.

 

헤비급 세계챔피언 출신인 비탈리 클리치코 키예프 시장 [AP 연합뉴스]

 

이 살생부에는 젤렌스키 대통령 외에 총리와 내각 장관 등 23명의 이름이 올랐고 비탈리 클리치코 키예프 시장과 러시아 침략에 맞서 싸우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그의 동생 블라디미르도 포함돼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들 용병은 또한 젤렌스키 대통령과 측근들이 키예프 정확히 어느 곳에 있는지를 알고 있다고 떠벌렸으며 휴대전화 통해 암살 대상자의 위치를 추적할 능력을 확실히 갖춘 것으로 보인다고 더 타임스는 덧붙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4일 러시아의 침공 직후 한 대국민 연설에서 러시아 특수부대가 자신을 '1호 표적'으로 겨냥해 찾고 있다고 주장했다.

 

와그너그룹은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한 2014년 우크라이나 동부에서도 분열을 조성하는 작업을 한 것으로 지목된다.

 

더 타임스는 이 조직이 러시아 정규군보다 푸틴 대통령의 신뢰를 더 많이 받는 것처럼 보인다고 평가했다.

 

또 이들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계획에 대해 브리핑을 받은 것은 러시아 군대보다 훨씬 이른 작년 12월이라는 소문도 전했다.

 

리처드 배런즈 전 영국 합동군사령관은 "와그너그룹은 색출하기 매우 어려운 까닭에 아주 효과적"이라며 "어둠 속에서 슬며시 나타나 아주 심한 폭력을 저지르고 다시 사라져 누가 책임이 있는지 확실치 않도록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또한 러시아 정부와 직접 연결되지 않기 때문에 러시아 정부는 쉽게 책임을 부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