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방송으로 지지자 달래기 나서

‘다당제, 결선투표’ 등 정치개혁 약속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유튜브 채널 갈무리

 

“손가락 자르시겠네요.”

 

4일 유튜브 방송 카메라 앞에 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채팅창에 올라온 댓글들을 읽으며 “제 가슴을 찌른다”고 말했다. 그는 지지자들에게 “제가 모자란 탓에 보답을 못 해드린 것 같아 죄송하다”고 거듭 사과한 뒤 “제 모든 걸 바쳐서 어떻게든 국민을 통합시키는 일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이날 오후 6시 ‘안철수 소통 라이브’ 방송을 통해 지지자들과 만났다. 그는 지난달 23~28일에 자신에게 투표한 재외국민 지지자들에게 사과부터 했다. 안 대표는 “해외에서 그 먼길을 찾아서 저에게 투표해주셨던 분들, 그리고 또 제 딸도 해외에서 제게 투표를 했다”며 성난 지지자들을 달랬다. 안 대표는 “돌아가신 손평오 위원장님 등 정말 많은 응원을 해주셨다. 제가 모자란 탓에 보답을 못해드린 것 같다”고도 했다. 고 손평오 위원장은 지난달 15일 충남 지역에서 유세차량 사고로 숨졌다. 안 대표는 지난달 18일 그의 영결식에서 “어떤 풍파에도 굴하지 않고 최선을 다함으로써 동지의 뜻을 받들겠다. 결코 굴하지 않겠다”며 완주 의지를 거듭 확인했다. 안 대표는 그러나 윤석열 후보 지지를 위해 후보직을 사퇴하면서 ‘유지를 받든다는 말도 거짓이었냐’는 비판에 직면한 상태다.

 

안 대표는 방송 중 채팅창에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댓글들을 읽으며 “힘내라고 말씀드린 분 감사드리고, 그리고 또 비판의 말씀들 제가 제대로 마음에 새기겠다”고 했다. 또 ‘악성 소문을 퍼뜨리겠다’는 국민의힘 쪽 협박으로 단일화에 응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전부 가짜뉴스다. 제가 협박당할 일이 어딨겠나. 지난 10년간 양당에서 공격했는데 새로 나올 게 뭐가 있겠나”라며 강하게 반박했다.

 

이날 유튜브 스튜디오에는 안 후보의 오랜 지지자 2명이 출연해 쓴소리와 격려를 함께 전달했다. 이지혁씨는 “5년 후에 2027년 대선이 있다. 꼭 21대 대통령에 당선이 되셨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향순씨는 “(유세 팻말에) ‘안철수는 깨끗하다’는 사진과 함께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 두당을 흙탕물 사진으로 표현했다. 그 흙탕물을 어떻게 정화시키면서 나가실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지지자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안 대표는 “지난 다섯번 티브이(TV) 토론을 통해서 (대선 후보들로부터) 두가지 합의를 이끌어냈다. 연금개혁을 하자는 것과 정치보복 하지 말자는 것”이라며 “저는 앞으로 또 5년 이렇게 국민이 분열된 상태로 우리나라가 가면 우리나라 미래가 없다고 생각한다. 제 모든 걸 바쳐서 어떻게든 국민을 통합시키는 일에 앞장서려고 한다”고 했다.

 

또 정치개혁을 위한 “중재 역할”을 자임하며 “다당제, 대통령선거 결선투표제, 대통령 권한 축소 이 세가지를 반드시 이루겠다”고 했다.

 

성난 지지자들 달래기를 이날까지 이어간 안 대표는 5일부터 윤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선다. 안 대표는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캠프 해단식을 진행하고 사전투표를 할 예정이다. 이어 오후 2시 30분께 경기도 이천에서 진행되는 윤 후보 유세에 합류할 예정이다. 오연서 기자

 

안철수 자필편지로 지지층 달래기? “정권교체 안 되는 상황 막아야…”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선 후보 페이스북 갈무리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4일 “단일화가 안 된 상태에서 자칫하면 그동안 제가 주장했던 정권교체가 되지 못하는 상황만은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는 내용의 자필편지를 페이스북에 올렸다. 전날 후보 사퇴에 따른 지지자들의 거센 반발을 다독이려 나선 것이다.

 

안 전 후보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자필편지는 A4 2장 분량이다. “저의 완주를 바라셨을 소중한 분들”이라는 문장으로 시작해 종이 2장을 빼곡히 채웠다. 안 대표는 “제가 저의 길을 가기를 바라는 많은 지지자분이 계신다. 특히 저의 독자 완주를 바라셨던 분들의 실망하시는 모습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다”며 “저를 지지하고 사랑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죄송한 마음을 전한다. 부족한 저에게 무한한 사랑과 끝없는 지지를 보내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적었다. 자신의 중도 사퇴에 허탈감을 느낄 지지자들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을 전한 것이다.

 

그는 이어 “세상을 바꾸고 싶어 시작한 정치였지만, 여전히 국민의 고통의 크기는 줄어들지 않음에 번민했고 고통스러웠다. 단일화 결단의 고민은 거기에서 비롯됐다”고 했다. 정권교체를 위해 자신의 결단이 불가피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안 대표는 “이렇게 제가 완주를 하지 못한다고 해서 결코 저의 길을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저를 지지해주시고 사랑해주신 성원을 잊지 않고, 더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제 모든 것을 바치고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했다.

 

안 대표는 “저는 분명하게 약속했다. 지금까지 여러분들과 손잡고 함께 걸어온 길을 초심을 잃지 않고 계속 함께 걸어갈 것이다. 지지해주시고 사랑해주신 분들이 꿈꾸는 나라, 더 좋은 대한민국을 만드는 일을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며 “우리 국민들의 더 나은 삶, 더 행복한 삶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덧붙였다. 곽진산 기자

  

이재명 지지단체 "윤-안 단일화로 국민 배반, 투표장 가자"

들불 시민 의병단, 이재명 지지 선언하며 투표 독려

 

공식 선거 운동 첫날인 지난 15일 발족한 '들불 시민 의병단원' 등이 사전투표 첫날이 4일 오후 국회 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투표를 독려했다.

 

박승흡 들불 의병단장 등에 따르면, 이날 지지 선언에 이름을 올린 이는 보건의료인연대와 교육혁신연대, 에코문화연대, 문화예술연대 등 시민·사회·문화단체 회원 20만여 명이다.

 

선언식에는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 최향순 무형문화재(승무), 이범헌 한국예총 회장, 정인대 중소상공인단체 중앙회 회장, 강무홍 어린이청소년책문화연대 대표, 임미령 사교육걱정없는 세상 영유아 사교육포럼 대표 등 500여 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비열한 정치 야합으로 국민을 배반하고 민심을 왜곡하며 우리 사회를 위기에 빠트리는 참혹한 상황에 우리는 놓여 있다"라고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후보 단일화를 힐난했다.

 

이어 "무도한 부패 카르텔과 국민을 배신한 정치 야합에 맞서 깨어 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으로 이들을 무너뜨리고, 이재명 후보와 국민과의 단일화로 필승의 길을 열고자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기회주의 정치세력을 넘어 진정한 시민 시대로의 대전환을 이룰 것이고, 손에 손잡고 부패 기득권 세력과 기회주의 정치세력을 심판할 것"이라며 "국민이 모두 손에 손을 잡고 투표장으로 달려가자"고 외쳤다.

 

선언식을 마친 뒤 박승흡·김문호 시민의병단장은 지지자 20만여 명의 서명 명부를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측에 전달했다.

 

김병욱 선대위 직능본부장은 "깨어 있는 조직된 시민들만이 대한민국의 위기를 타개하고 진정한 평화, 민생이 살아 있는 경제를 만들 수 있다"면서 "시민의 위대한 힘으로 오는 9일 이재명 후보가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과 단일화 반대' 권은희 "안철수 결정 존중…누군가 책임져야"

"어떻게 책임질지 고민"…일각 탈당·의원직 사퇴 등 관측도

 

국민의당 최고위원회의의 안철수 대표와 권은희 의원

 

국민의당 권은희 원내대표는 4일 안철수 대표가 대선후보 직을 사퇴하고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 단일화한 것과 관련, "황무지에서 함께해준 동료와 지지자들에 대한 책임을, 국민들에게 한 약속을 누군가는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윤 후보와의 단일화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해온 권 원내대표는 이날 페이스북 글에서 "언제, 어떤 방법으로 책임질지에 대해서는 좀 더 고민하고 말씀드리겠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다만 "안철수 후보의 결정을 존중한다. 불모의 땅에서 최선을 다했으나, 싹을 틔울 수 없는 현실임을 제가 누구보다 잘 알기에 돌을 던질 수 없다"며 "안 후보에게도 후보가 오롯이 정치적 책임을 지기 때문에, 후보의 결정에 대해서는 존중한다는 입장을 말해왔다"고 밝혔다.

 

권 원내대표는 지난해 11월 안 대표가 대선 후보 출마 선언을 한 뒤 언론 인터뷰와 유세 등에서 "야권 후보 단일화는 국민에 대한 배신으로 절대 없다"고 줄곧 단언해 왔다.

 

그는 최근에도 윤석열 후보와의 단일화에 대해 "안 후보를 사퇴시키겠다는 그런 진정성을 가진 사람과 안 후보가 무슨 만남을 가질 수 있고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겠는가"라며 반대 입장을 고수한 바 있다.

 

그러나 안 후보가 윤 후보와 결국 단일화를 하면서 결과적으로 자신이 언급한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는 차원에서 권 원내대표가 '책임'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비례대표인 권 의원의 탈당 내지 의원직 사퇴 등의 가능성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윤-안 단일화에 뒤흔들린 광주 민심 “안철수의 새정치는 죽었다”

 

4일 오전 광주시 북구 전남대 안 용봉동 사전투표소에 투표를 기다리는 유권자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야권 두 당의 단일화가 물건너간 줄 알았는데 놀랐지요. 선거 판세가 박빙이었는데 조금 서운하지요.”

 

4일 오전 11시께 광주 전남대 안 용봉동 사전투표소에서 투표한 박규호(63·매곡)씨는 “캐스팅보트를 쥔 안철수(대표)가 (판이) 기우는 쪽으로 움직여 표심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역풍이 불 수도 있다. 선거는 뚜껑을 까봐야 안다”고 말했다. 이날 용봉동 사전투표소엔 출입구부터 줄이 50m 정도로 길게 늘어설 정도로 유권자들이 몰렸다. 사전투표 뒤 선거를 독려하는 펼침막 앞에 서서 인증샷을 찍는 20대 청년들도 눈에 띄었다. 친구 2명과 함께 사전투표를 마친 김아무개(23·전남대 4)씨는 “안철수 후보가 완주하겠다고 말한 것을 지키지 않았다고 본다. 하지만 단일화가 후보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광주 97곳 사전투표장에선 순조롭게 투표가 진행됐다. 이날 4시 기준 광주의 사전투표율은 19.23%, 전남은 23.3%, 전북은 20.84%로 전국 평균 14.11%보다 5%포인트 이상 높았다.

 

광주의 경우 지난 대선 사전투표 첫날 투표율 12.61%보다 꽤 높아졌다.

 

윤석열-안철수 단일화가 이뤄진 뒤 광주 많은 유권자들은 ‘안철수의 철수 정치’를 화제로 삼아 이야기를 나눴다. 시민들은 안 후보가 지난달 27일 광주에서 과거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을 합쳐 바른미래당을 창당한 것과 관련해 “급하게 할 일이 아니었다. 광주시민과 호남에 계신 분들에 진정한 진심과 의도를 설득하는 시간이 부족한 것이 평생의 한”이라고 말한 것을 떠올리며 고개를 갸우뚱하기도 했다. 2016년 4월 총선에서 국민의당은 호남 28석 가운데 23석을 석권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국민의당은 비례대표 13석을 포함해 38석을 확보해 3당 체제 시대를 연 바 있다.

 

두 당 후보의 단일화 이후 호남 표심의 행방을 두고선 의견이 다양했다. 동물병원을 운영하는 김재경씨는 “두 후보의 지지율이 아슬아슬했는데 기가 막힌 타이밍에 민주당이 야당 단일화라는 허를 찔린 셈이다. 그런데 단일화 이후 오히려 민주당으로 결집하는 모양새를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문상희(46·도서관장)씨는 “이재명 후보에 대해선 좋아하는 쪽과 싫어하는 쪽이 많이 나뉘었다. 그런데 어제 단일화한 것을 보면서 허탈해하며 마음을 바꾼 사람들이 많아 놀랐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시민은 “야권 단일화를 통해 윤석열 후보가 포용적인 모습을 보여줘 호남에서도 지지층이 느는 시너지효과가 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병근 조선대 교수(정치학)는 “윤석열-안철수 후보단일화로 이제 ‘안철수의 새 정치’는 죽었다. 안철수 후보는 다당제 등 정치개혁의 드라이브를 걸 수 있는 중요한 시점에서 오히려 역행했다”며 “어쨌든 후보단일화는 윤석열 후보에게 더 유리한 판을 제공한 것 같지만, 이번 대선이 워낙 네거티브전으로 가면서 내놓고 지지한다고 밝히지 못한 ‘샤이 표심’의 향배가 막판까지 어디로 갈지 예측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정대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