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연 등 국제 공동연구팀, 백조자리 X-1 위치·질량 정밀 측정

VLBA 망원경 측정 "지구에서 7천200광년, 질량은 태양의 21배"

 

백조자리 X-1 쌍성계 상상도: 별질량 블랙홀(오른쪽)과 청색 초거성(왼쪽)이 쌍성계를 이루며 서로 공전하고 있는 모습 [국제전파천문연구센터 제공]

 

인류가 처음으로 발견한 블랙홀은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더 멀리 떨어져 있고 무거운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천문연구원이 참여한 국제 공동연구팀은 10개의 전파망원경을 연결한 미국 초장기선 간섭계(VLBA) 망원경을 이용해 백조자리 X-1 블랙홀의 정밀한 위치를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고 19일 밝혔다.

1964년 처음으로 발견된 백조자리 X-1 블랙홀은 X선 선체이다.

블랙홀과 동반성인 청색 초거성(질량은 태양의 최대 100배, 광도는 태양의 최대 100만배에 이르는 높은 에너지를 방출하는 별)이 쌍성계를 이루며 5.6일을 주기로 서로 공전하고 있다.

    백조자리 X-1의 제트 분출 이미지(오른쪽) [한국천문연구원 제공]

청색 초거성의 물질은 중력장이 강한 블랙홀로 유입되는데, 이렇게 유입된 물질이 블랙홀 주변을 빠르게 회전하면서 강력한 X선을 방출하게 된다.

연구팀은 백조자리 X-1 블랙홀에서 나오는 전파 신호를 관측하는 한편 삼각 시차 측정법을 이용해 지구로부터의 거리를 정밀하게 측정했다.

 백조자리 X-1의 위치와 삼각 시차 측정법 [국제전파천문연구센터 제공]

그 결과 지구에서 백조자리 X-1 블랙홀까지의 거리는 그동안 알려졌던 6천100광년보다 먼 7천200광년으로 확인됐다.

블랙홀의 질량은 태양의 21배로,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50% 더 무겁다는 것을 알아냈다.

백조자리 X-1 블랙홀은 별의 진화 마지막 단계에서 탄생하는 '별질량 블랙홀'로, 무거운 별이 진화해 블랙홀이 되기까지의 성장 과정을 밝히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구의 공동 저자인 일리아 맨델 호주 모나쉬대 교수는 "기존 가설보다 질량이 훨씬 무거운 것으로 볼 때 진화 과정에서 질량 손실이 상대적으로 적었을 것"이라며 "이를 토대로 계산하면 백조자리 X-1 블랙홀은 수만 년 전 태양 질량의 60배에 달하는 별이 붕괴해 만들어졌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태현 천문연 박사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4개 주파수 대역을 동시 관측할 수 있는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을 이용해 후속 블랙홀인 백조자리 X-3에 대한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권위 있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 전날 자에 실렸다. 연합뉴스

고 유전자 추출 기록 경신…매머드 훨씬 다양한 계통, 잡종화도

 

털매머드 이전 시베리아를 활보하던 초원 매머드는 이미 혹한 환경에 살아갈 유전적 적응을 갖춘 상태였다. 베트 자이켄, 고 유전학 센터 제공.

 

시베리아 영구동토에서 확보한 100만년 전 매머드에서 디엔에이(DNA)를 추출하는 데 성공했다. 과학자들은 이를 분석해 빙하기 매머드의 상징인 북아메리카 콜롬비아 매머드가 털매머드와 이미 사라진 매머드 계통의 잡종인 사실을 밝혀내는 등 매머드 진화사를 새롭게 조명했다.

톰 반데르 발크 스웨덴 고 유전학 센터 연구원 등 국제 연구진은 18일 과학저널 ‘네이처’에 실린 논문에서 시베리아 동북부에서 발굴한 매머드 3구의 어금니에서 최고 120만년 전 디엔에이를 추출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제까지 가장 오랜 기록은 2013년 캐나다 북극지방에서 78만년 전 멸종한 말에서 디엔에이를 추출한 것이었다.

멸종한 동물 화석에서 유전자의 본체인 디엔에이를 추출하는 것은 진화 역사의 비밀을 밝히는 열쇠를 얻는 셈이다. 어떤 돌연변이가 언제 일어났는지, 어떤 종이 언제 계통에서 갈라져 나왔는지를 디엔에이 분석으로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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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기원 북반구 전역에

마지막 매머드인 털매머드가 이집트의 피라미드가 한창 건설되던 기원전 2500년까지 생존했던 러시아 북극해의 브란겔랴 섬에는 매머드의 잔해가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 러브 달렌 제공.

시베리아 영구동토의 매머드 화석은 고 유전자를 채취할 수 있는 타임머신이다. 그 상한은 260만년 전이라고 연구자들은 말한다. 글렙 다닐로프 제공.

그러나 환경 속에서 쉽게 분해되는 디엔에이를 추출하는 일은 쉽지 않다. 옛 디엔에이를 시베리아와 북미의 영구동토에 묻힌 동물 사체에서 찾는 이유이다.

연구자들은 마스크와 얼굴 가리개를 써 사람 디엔에이로 인한 오염을 막으면서 치과용 드릴로 우유 팩만 한 매머드 어금니 안쪽을 갈아냈다. “어금니에는 소량의 디엔에이밖에 남아있지 않았고 그나마 아주 작은 조각으로 쪼개진 상태였다”고 연구자들은 고 유전학 센터 보도자료에서 밝혔다.

연구자들은 이렇게 얻은 크기 0.05g의 고운 뼛가루에서 일련의 화학물질 처리를 거쳐 35개 정도의 염기쌍으로 이뤄진 디엔에이 조각을 얻었고 이를 컴퓨터를 이용해 일일이 맞춰 약 32억개의 염기쌍으로 이뤄진 멸종한 옛 매머드의 유전체(게놈)를 복원해 냈다.

그 결과는 이제껏 우리가 알던 매머드의 족보를 새로 써야 할 내용이었다. 주 저자인 반데르 발크 박사는 “100만년 전 시베리아에는 단 한 종의 초원 매머드만 살았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 연구로 당시 아디차 매머드와 크레스토프카 매머드 등 2개의 다른 유전 계통이 있었음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매머드는 약 500만년 전 아프리카에서 처음 출현해 이후 북반구의 많은 곳으로 퍼져나갔다. 이 매머드 조상의 유일한 살아남은 후손은 아시아코끼리이다. 흔히 빙하기로 불리는 플라이스토세(260만년 전∼1만2000년 전) 동안 매머드는 다양하게 진화했다. 멸종 당시 털매머드는 유라시아와 북미의 북극과 가까운 곳에 살았고 이들보다 덩치가 더 큰 콜롬비아 매머드는 북미의 더 남쪽인 멕시코에 이르기까지 분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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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머드 아이콘은 잡종

이번에 연구자들이 분석한 시베리아 매머드는 훨씬 더 오래전인 120만년, 110만년, 70만년 전 매머드로 밝혔다. 발견된 지명을 딴 크레스토프카 매머드는 120만년 전 개체로 이제껏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멸종 매머드 계통으로 드러났다.

 고 유전자 분석으로 드러난 매머드 진화 계통도. ‘네이처’ 제공.

110만년 전 아다차 매머드와 70만년 전 추코차 매머드는 모두 털매머드의 조상으로 밝혀졌다. 북미의 콜롬비아 매머드는 털매머드와 멸종한 크레스토프카 매머드가 42만년 전 절반씩 섞인 교잡종으로 나타났다.

콜롬비아 매머드는 매머드 가운데 가장 큰 키 4m 무게 10t에 이르는 거대한 몸집으로 매머드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인류도 고 유전자 분석으로 잡종의 증거가 발견됐다. 인류는 멸종한 고인류인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과 교잡해 그들의 유전자 일부를 유전체 속에 포함하고 있는 사실이 최근 고인류의 이빨 화석 등의 디엔에이 분석을 통해 밝혀졌다.

이번 연구에서는 또 털매머드가 극지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한 형질인 긴 털, 체온 조절, 지방 축적 등이 이미 100만년 전인 초원 매머드 시절부터 대부분 갖추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극한 환경에 대한 적응은 느리고 오랜 과정을 거쳤음이 드러난 것이다.

이번 연구는 고 유전자 연구를 100만년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과거 유전자를 직접 분석해 진화 역사를 해명하는 연구는 과연 어느 시점까지 가능할까.

영화 ‘쥐라기 공원’은 2억년 전 송진이 굳은 화석 광물인 호박 속에 갇힌 공룡 피를 빤 모기에서 유전자를 채취해 공룡을 복원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고 유전자 추출은 영구동토나 동굴 등 매우 특별하고 한정적인 곳에 보관된 화석에서만 가능할 뿐이다.

연구에 참여한 안데스 괴테스트롬 고 유전학 센터 교수는 “고 유전자를 추출할 수 있는 시기는 아마도 200만년 또는 260만년 전까지 거슬러 오를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그보다 이전 시기에는 영구동토층이 없기 때문에 고 유전자가 보존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조홍섭 기자

 

기업가 상속 철학·신념의 근본 전환 ‘현상’?
사회공동체 관심 높아…불평등 문제에 관심
‘사회적 책임’ 제조업 사회기여 방식과 달라

 

      더기빙플레지가 누리집에 소개한 김봉진(오른쪽) 우아한형제들 부부의 서약서

 

국내 배달 앱 시장점유율 1위 업체 ‘배달의민족’ 창업자인 김봉진(45) 우아한형제들 이사회 의장이 재산 절반 이상(5000억원 이상 추산)을 사회에 환원하기로 했다. 이달 초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창업자)이 재산 절반을 기부한다고 공개 약속한 데 이어, 정보기술(IT) 분야 벤처 기업가의 ‘통 큰 기부’로는 두번째다. 부의 대물림에만 매달렸던 과거 ‘굴뚝경제’ 재벌의 행보와는 다른 흐름이 뚜렷해질 지 관심이 쏠린다.

 

한국인 최초 더기빙플레지 가입

우아한형제들은 18일 김 의장이 세계적 기부클럽 ‘더기빙플레지’의 219번째 기부자로 등록됐다고 밝혔다. 더기빙플레지는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과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부부가 2010년 함께 설립한 자선단체다. 재산이 10억달러(1조원)를 넘어야 가입 대상이고, 재산의 절반 이상을 기부해야 한다. 김 의장은 한국인으로서 첫 더기빙플레지 가입자다. 현재 24개국 218명(부부·가족 등 공동명의는 1명으로 산정)이 기부자로 등록돼 있다.

더기빙플레지는 이날 누리집에 김 의장 부부의 사진과 함께 영문·국문 서약서를 공개했다. 김 의장은 서약서에 “저와 저의 아내는 죽기 전까지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에 환원한다”며, 기부를 결심한 이유로 “아주 작은 섬에서 태어나 고등학교 때는 손님들이 쓰던 식당 방에서 잠을 잘 정도로 넉넉하지 못했던 가정 형편에 어렵게 예술대학을 나온 제가 이만큼 이룬 것은 신의 축복과 운이 좋았다는 것으로 밖에는 설명하기가 어렵다”고 썼다. 앞서 지난 8일 김범수(55) 카카오 의장도 재산(주식 평가액만 10조원 이상)의 절반 이상을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기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정주·김택진·이해진 등 관심 쏠려

이제 관심은 두 사람이 일으킨 ‘통 큰 기부’ 바람의 파장에 쏠린다. 기존 재벌 총수 일가가 주로 보여주던 낯익은 모습과는 다른 길을 가느냐가 관건이다. 성공한 벤처 1세대로 꼽히는 김정주(넥슨)·김택진(엔씨소프트)·이해진(네이버) 등 다른 창업자 거부들의 행보에 당장 시선이 모이는 이유다. 10대 그룹의 한 고위 임원은 “기업가의 사회적 책임 측면에서 전통적인 제조산업을 이끌던 경영자와는 확실히 다른 길을 가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지 않겠냐”고 평가했다. ‘개방과 공유’를 특징으로 하는 아이티 산업의 속성상, 기술 기반의 젊은 창업가들은 ‘사회공동체’에 대한 관심이 특히 깊다는 이유에서다.

좀 더 거시적인 틀에서 해석하는 목소리도 있다. 또다른 10대 그룹 고위 임원은 “양극화 등 사회문제가 점점 심각해지는데 국가의 자원과 역량은 상대적으로 취약한 형편”이라며 “기업가들이 좀 더 적극으로 나서는 현상으로도 보인다”고 평가했다. 실제 김봉진 의장은 기부금 사용처를 두고 “교육 불평등 해결, 문화예술 지원 등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고, 김범수 의장도 “격동의 시기에 사회문제가 다방면에서 심화하는 것을 목도하며 결심을 늦추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한 바 있다.

다만 섣부른 평가를 우려하는 지적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더 많은 일자리와 소득을 창출하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한 것도 기업과 기업인이 사회와 국민 경제에 기여하는 방법”이라며 “전통적인 제조업 기업가들의 사회 기여 방식은 단기간에 급성장하고 지분 매각과 보유주식 가치 폭등으로 재산이 불어나는 벤처 창업자들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조계완 김재섭 기자

 

가상화폐의 대장격인 비트코인 가격이 처음으로 5만 달러를 돌파해 역대 최고치를 보였다.

<로이터> 통신은 비트코인 가격이 개당 5만602달러(약 5576만원)를 찍었다고 1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올해 들어 72%나 상승한 수치다.

비트코인의 강세는 주류 금융사나 기업이 새로 투자자로 참여하거나 업무 대상 자산으로 가상화폐를 인정한 것이 영향을 줬다는 평가다. 최근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15억달러 규모의 비트코인을 구매했다고 밝히면서 가격이 뛰기 시작했다.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인 뉴욕멜론은행(BNY 멜론)은 가상화폐의 보유·이전·발행 업무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고, 마스터카드도 올해 중 자체 네트워크에서 가상화폐를 지원하기로 했다. 김소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