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 11개 은메달 8개, 동메달 7개 획득 메달 순위 5위
금메달 21개 중국과 19개 따낸 미국, 치열한 선두 경쟁

 
 
금메달 획득하고 환호하는 안세영 = 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 라 샤펠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중국 허빙자오를 이기고 우승을 차지한 한국 안세영이 환호하고 있다. 2024.8.5 [연합]
 

안세영(삼성생명)이 2024 파리 올림픽 한국 선수단에 11번째 금메달을 선물했다.

안세영은 5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포르트드라샤펠 경기장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에서 허빙자오(중국)를 2-0(21-13 21-16)으로 꺾었다.

한국 배드민턴이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것은 2008년 베이징 대회 혼합복식 이용대-이효정 조 이후 16년 만이다.

단식 올림픽 금메달은 1996년 애틀랜타 대회 방수현 이후 28년 만이자 두 번째다.

2021년에 열린 2020 도쿄 올림픽에서는 단식 8강 탈락한 안세영은 3년 만에 다시 열린 올림픽에서는 시상대 맨 위에 올랐다.

우리나라는 전날까지 양궁 5개, 사격 3개, 펜싱 2개를 합쳐 이른바 '활·총·칼' 종목에서만 금메달 10개를 합작했다가 이날 처음으로 '활·총·칼'이 아닌 라켓 종목 배드민턴에서 금메달을 수확했다.

다만 안세영은 경기를 마친 뒤 인터뷰에서 "제 부상은 생각보다 심각했고 너무 안일하게 생각한 대표팀한테 실망했었다"며 "이 순간을 끝으로 대표팀이랑은 계속 가기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대표팀에 대한 비판 발언을 했다.

깜짝 은메달 획득한 조영재 = 5일(현지시간) 오전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사격 25m 속사권총 결선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조영재가 시상식을 마친 뒤 은메달을 들어 보이고 있다. 세계랭킹 37위를 기록 중이던 다크호스 조영재는 생애 첫 올림픽서 은메달을 따내는 기염을 토했다. 2024.8.5 [연합]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사격 남자 25m 속사권총 결선에 나간 조영재(국군체육부대)는 25점을 쏴 은메달을 따냈다.

한국 사격이 속사권총 올림픽 메달을 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로써 한국 사격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3개와 은메달 3개를 획득해 역대 올림픽 최고 성적을 냈다. 종전 최고 성적은 2012년 런던 대회 금메달 3개와 은메달 2개였다.

우리나라는 이날 오후 9시 30분 현재 금메달 11개와 은메달 8개, 동메달 7개를 획득해 메달 순위 5위를 달리고 있다. 금메달 21개의 중국과 19개를 따낸 미국이 치열한 선두 경쟁을 벌이는 중이다.

역대 하계 올림픽에서 한국이 가장 많은 금메달을 따낸 대회는 2008년 베이징과 2012년 런던의 13개다. 1988년 서울과 1992년 바르셀로나에서는 금메달 12개를 획득했다.

이도현 '아쉽다'

(파리=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5일(현지시간) 프랑스 르브루제 클라이밍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스포츠클라이밍 남자 콤바인 볼더링 준결승에 출전한 한국 이도현이 코스를 마친 뒤 아쉬운 표정을 보이고 있다. 2024.8.5 hwayoung7@yna.co.kr

이날 경기를 시작한 스포츠클라이밍 남자 콤바인 볼더링 경기에 출전한 이도현(서울시청)은 34.0점을 받아 20명 중 10위에 올랐다.

7일 열리는 리드 경기 성적을 더해 상위 8명이 9일 결선에 진출한다.

사격 스키트 혼성 경기에 나간 김민수(국군체육부대)-장국희(KT) 조는 본선에서 144발을 적중해 7위를 기록, 4위까지 주는 결선 티켓을 놓쳤다.

다이빙 여자 10m 플랫폼 예선에 출전한 김나현(강원도청)은 1∼5차 시기 합계 250.00점으로 29명 중 26위에 머물렀다. 이 종목은 상위 18위까지 준결승에 올라간다.

북한 김미래는 287.70점으로 10위에 올라 준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 파리=연합 김동찬 기자 >

총 2개·활 2개·검 1개…유도·태권도·배드민턴서 추가 금메달 기대

 

올림픽 10연패의 10, 10, 10 = 올림픽 10연패를 달성한 한국 여자양궁 대표팀의 남수현(오른쪽부터), 임시현, 전훈영이 2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 양궁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양궁 여자단체전 시상식에서 손가락과 금메달로 숫자 10을 만들며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4.7.29 [연합]

 

2024 파리 올림픽에 48년 만의 최소 인원을 보낸 대한민국 선수단이 26일(이하 현지시간) 개막 후 본격적인 경기 일정이 시작된 27일 이래 사흘 연속 금메달 행진을 벌이며 목표치를 벌써 달성했다.

우리나라는 29일 현재 금메달 5개, 은메달 3개, 동메달 1개를 획득했다.

사격에서 깜짝 금메달 2개가 나와 한국 선수단의 사기를 끌어올리는 일등 공신 노릇을 했다.

전통의 메달밭인 양궁은 남녀 단체전을 동반 석권해 세계 최강이라는 간판에 걸맞은 성과를 냈다.

펜싱은 남자 사브르의 간판 오상욱(대전광역시청)의 개인전 금메달로 한국 선수단의 금맥을 뚫었다.

애초 양궁 3개, 펜싱 2개를 확실한 금메달로 제시했던 대한체육회는 사격이 금메달 2개와 은메달 2개를 수확하며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내자 목표치를 상향 조정했다.

파리에서 남쪽으로 기차로 3시간 이상 떨어진 샤토루 사격장을 성지(聖地)로 바꾼 한국 사격은 28일 여자 공기권총 10m의 오예진(IBK기업은행), 29일 여자 공기소총 10m 반효진(대구체고)의 금메달로 그야말로 귀가 입에 걸렸다.

확실한 금메달을 기대한 종목은 아직 시작하지도 않았다는 장갑석 사격 대표팀 총감독의 말에 금맥 캐기는 이어질 참이다.

제대로 일낸 한국 사격…대회 이틀차에 벌써 금1·은2 = 28일(현지시간) 프랑스 샤토루 슈팅 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사격 공기권총 10m 여자 결선에서 금·은메달을 차지한 오예진(오른쪽)과 김예지가 시상대에서 웃음을 짓고 있다. 2024.7.28 {연합]

 

세계를 호령하는 한국 여자 양궁 대표팀은 올림픽 단체전 10연패라는 굳건한 아성을 쌓았다.

남자 양궁 대표팀도 29일 일본, 중국, 프랑스를 손쉽게 따돌리고 3회 연속 우승의 금자탑을 쌓았다.

대한체육회 고위 관계자는 "애초 금메달 획득 종목으로 공개하지 않았던 사격이 금메달 2개와 은메달 2개를 획득하며 한국 선수단 전체 일정의 첫 단추를 너무나 잘 끼웠다"며 "선수촌 내에서 우리 선수단의 사기가 크게 올랐다"고 전했다.

대한민국의 첫 금메달 = 2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경기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오상욱이 손을 흔들고 있다. 2024.7.28 [연합]

 

 

목표치를 조기에 달성한 만큼 폐회일인 8월 11일까지 어떤 종목에서 금메달을 보탤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먼저 양궁 남녀 개인전과 혼성전에 걸린 3개가 우리 몫이 된다면 대한민국 선수단의 파리 올림픽 전체 금메달은 두 자릿수에 이를 수도 있다.

펜싱에서 1∼2개, 유도와 태권도에서 각각 1개를 따내 힘을 보탤 수 있으며 사격에 버금가는 또 다른 깜짝 금메달 종목으로 근대5종이 거론된다.

단식, 복식, 혼합복식에서 순항 중인 배드민턴이 최소 2개 이상 금메달을 획득하면 21개 종목 143명의 출전 선수로 구성된 소수 정예 대한민국 선수단은 극적인 반전을 쓰고 2012년 런던 대회 이래 최고의 성적표를 쥘 수 있다.  < 파리=연합 장현구 기자 >

32개 종목에 329개의 금메달 놓고 경쟁, 열전 17일…한국 기적에 도전

100년 만에 파리서 열리는 최대 스포츠 축제… 한국, 100번째 금 기대

27일부터 본격 메달 레이스…첫 메달·첫 금맥 어디서 터질지 관심 집중

 

2024 파리올림픽 개막 D-1 2024 파리올림픽 개막을 하루 앞둔 2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센강 인근에서 개막식 막바지 준비가 한창이다. 2024.7.25 [연합]

 

예술과 문화의 세계 수도를 자부하는 프랑스 파리가 100년 만에 파랑, 검정, 빨강, 노랑, 초록의 오륜 색깔로 물든다.

2024 파리 하계 올림픽이 한국시간 27일 오전 2시 30분(현지시간 26일 오후 7시 30분) 센강 수상 행진 개회식으로 17일간 열전의 성대한 막을 올린다.

개회식을 하루 앞둔 25일, 프랑스 경찰은 트로카데로 광장과 개회식 무대가 마련될 센강 주변의 차량 통행을 전면 통제하고 막바지 준비에 안간힘을 쏟았다.

100년만의 올림픽 준비 완료된 파리 = 100년 만에 올림픽을 다시 개최하는 파리의 상징 에펠탑과 개회식의 주요 행사가 열릴 트로카데로 광장 일대가 불을 밝힌 채 전 세계에서 올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다. 2024 파리올림픽은 26일 오후(현지시간) 올림픽 사상 최초로 경기장이 아닌 센강과 트로카데로 광장 일대에서 성대한 개회식을 열고 16일간의 열전을 시작한다. 사진은 크로스 필터를 사용해 촬영한 에펠탑 일대 모습. 2024.7.25 [연합]
 

올림픽 개막이 가까워질수록 전 세계에서 온 관광객과 참가자들로 파리시에 생기가 돌고 있다.

파리는 1900년, 1924년에 이어 세 번째로 하계 올림픽을 개최한다.

1992년(바르셀로나), 2008년(베이징), 2012년(런던) 하계 올림픽 유치전에서 거푸 헛물을 켰다가 2017년 유치 4수에 성공해 100년 만에 올림픽 성화를 다시 가져왔다.

경기장을 벗어난 사상 최초의 야외 개회식, 역사적인 문화 유적에서 올림픽 경기를 치른다는 프랑스만의 독창성이 파리 올림픽의 보는 재미를 더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이 종식된 뒤 처음으로 열리는 하계 올림픽이며 남녀 참가 선수의 성비가 균형을 이루는 최초의 올림픽이라는 점에서 파리 올림픽의 의미는 각별하다.

올림픽 개막 이틀 앞으로, 분주한 파리 = 2024 파리올림픽 개막을 이틀 앞둔 24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앵발리드 다리 인근 센강에 개막식 수상 퍼레이드 관련 배가 설치돼 있다. 2024.7.24 [연합]
 

205개 국가올림픽위원회(NOC) 소속 선수와 IOC가 조직한 난민팀 선수들은 일찌감치 프랑스로 넘어와 시차와 적응 훈련으로 개막을 별러왔다.

이들은 32개 정식 종목에서 329개의 금메달을 놓고 경쟁한다.

앞서 열린 두 번의 파리 올림픽 때 발자국을 찍지 못한 대한민국은 정부 수립 후 처음으로 출전한 파리 올림픽에서 기적에 도전한다.

파리올림픽 선수단 인터뷰 = 2024 파리올림픽 높이뛰기에 출전하는 우상혁이 21일(현지시간) 오전 프랑스 퐁텐블로 프랑스국가방위스포츠센터(CNSD)에 마련된 대한민국 선수단의 사전 캠프 '팀코리아 파리 플랫폼'에서 열린 선수단 인터뷰에서 한국의 남자 주장 구본길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7.21 [연합]
 

여자 핸드볼을 제외한 단체 구기 종목의 집단 부진 탓에 대한민국 선수단은 21개 종목에 선수 143명만 파견했다. 1976년 몬트리올 대회 이래 48년 만의 최소 인원이다.

비록 소수이지만, 정예로 멤버를 꾸린 한국 선수단은 대한체육회가 12년 만에 국외에 마련한 사전 캠프 및 급식 센터인 팀코리아 파리 플랫폼에서 마지막 땀 한 방울까지 쏟고 지난 18일 개촌한 선수촌으로 이동했다.

금메달 5개 이상 획득해 종합 순위 15위에 오르겠다는 목표를 세운 한국 선수단은 진인사대천명의 겸허한 자세로 3년간 흘린 땀의 결실을 묵묵히 기다린다.

임시현, 개인 랭킹 라운드에서 세계 신기록= 2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에 마련된 양궁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여자 개인전 랭킹 라운드에서 임시현이 694점으로 세계신기록을 세운 뒤 점수판을 들고 엄지를 들어 보이고 있다. 임시현의 기록은 지난 2019년 한국의 강채영이 세운 기록을 2점 넘은 것이다. 2024.7.25 [연합]
 

대회 개회 전 사전 경기로 25일 열린 남녀 양궁 랭킹 라운드에서 한국 대표팀은 남녀 개인, 단체, 혼성전 5개 종목 모두 1위를 석권하며 금메달 독식 가능성을 키웠다.

또 8강 진출을 목표로 내건 여자 핸드볼 대표팀도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버거운 독일에 짜릿한 한 점 차 역전승을 거둬 한국 선수단의 산뜻한 출발에 보조를 맞췄다.

한국 선수단의 사기가 오른 만큼 목표를 초과 달성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묻어난다.

미국 데이터업체 그레이스노트는 한국이 금메달 9개를 획득해 종합 10위에 오를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약체 평가 뒤엎은 한국의 승리=2024 파리하계올림픽 개막을 하루 앞둔 2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사우스 파리 아레나 6에서 열린 핸드볼 여자 조별리그 A조 1차전 독일과의 경기를 23대22로 승리한 대표팀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2024.7.26 [연합]
 

양궁, 펜싱, 배드민턴, 수영, 탁구, 육상, 체조, 사격, 유도, 태권도는 세계와 겨뤄 밀리지 않는 한국의 대표 메달박스다.

개회식 다음날인 27일부터 펜싱 사브르 남자 개인전, 에페 여자 개인전, 기대주 김우민의 수영 경영 남자 자유형 400m 경기가 시작되는 가운데 한국 선수단의 첫 메달이 어느 종목에서 나올지, 우리나라 하계 올림픽 100번째 금메달의 주인공은 누가 될지도 관심사다.

1976년 몬트리올 대회 레슬링 자유형 62㎏급에서 양정모가 최초로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건 이래 대한민국은 2020 도쿄 올림픽까지 금메달 96개를 획득했다.

파리가 다시 세계의 중심으로 서는 33회 하계 올림픽은 8월 11일에 폐막한다. < 파리=연합 장현구 기자 >

기존 경기장 활용·대회 분산 등
예산 절감하며 이전 올림픽과 대비
성평등·친환경 올림픽에도 초점

 
 
2024파리올림픽 개막을 앞둔 21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 에펠탑 앞에서 경찰이 경계 근무를 서고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2024 파리 여름올림픽(7월26일~8월12일, 패럴림픽 8월29일~9월8일) 이 7월26일 개막한다.
이번 대회에는 남북한을 포함해 전세계 206개국에서 1만 714명의 선수가 참가할 예정이며, 이들이 32개 종목을 놓고 기량을 겨뤄 금 은 동메달을 향해 경쟁한다.

개막을 앞두고 프랑스 정부는 전 세계 200곳 넘는 나라가 참여하는 이번 올림픽이 자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직전 도쿄 여름올림픽이 코로나19 세계적 대확산 영향으로 예정보다 1년 늦은 2021년에 관중도 없이 열렸지만, 파리올림픽에는 그런 어려움이 없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5월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의뢰한 조사에서 파리올림픽을 통해 프랑스가 장기적으로 120억달러(약 16조7천억원)에 이르는 경제 효과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됐다”고 보도했다. 앞서 2016년 프랑스 스포츠법률 및 경제센터는 파리올림픽 경제 효과가 관광산업을 중심으로 최대 107억유로(약 16조1500억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또 국제올림픽위원회는 프랑스가 본격적으로 올림픽 준비에 돌입했던 2019년부터 2024년 사이 일자리 15만개가 새로 생길 것이라는 기대도 내놓은 바 있다. 특히 대회 조직(8만개), 관광(6만개), 건설(1만개) 분야가 올림픽 특수를 누릴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올림픽처럼 국가 역량을 총동원해 치르는 초대형 행사에 대한 걱정은 여전하다. 이른바 ‘메가 스포츠 이벤트’의 대표 격인 올림픽과 월드컵을 치른 나라들에서 애초 예상됐던 거대한 경제 효과라는 ‘장밋빛 기대’는 온데간데없이 대회 뒤 큰 손실을 남겨온 선례들이 숱하기 때문이다.

2022년 스위스 로잔대 연구팀이 내놓은 논문 ‘올림픽과 월드컵의 구조적 적자’를 보면, 1964년부터 2018년 사이 열린 올림픽과 월드컵 43개 총비용은 1200억달러(약 166조5천억원)에 이른 반면 이익은 700억달러(약 97조1천억원)에 그쳤다. 연구팀은 “메가 스포츠 이벤트에 들어가는 많은 비용과 개최 도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며 “이런 대회가 국제올림픽위원회나 국제축구연맹(FIFA)에는 확실한 수익성이 있지만, 개최 도시와 정부에는 이익이 거의 없다”고 꼬집었다.

특히 막대한 기반시설을 새로 만드는 경우가 많았던 여름올림픽 상황은 심각한 수준이다. 유럽 뉴스 전문채널 유로뉴스는 지난 1월 ‘올림픽 개최로 경제가 활성화될까’라는 기사에서 1964년 일본 도쿄올림픽부터 13개 여름올림픽 가운데 10개 대회(1968년 멕시코 대회는 자료 부족으로 제외)에서 모두 212억달러(약 30조원) 규모의 손실이 났다고 보도했다. 1976년 캐나다 몬트리올 대회(약 57억달러), 2012년 영국 런던 대회(약 52억달러), 2004년 그리스 아테네 대회(약 43억달러) 손실액은 개최국에 말 그대로 ‘재앙’을 안겼다. 캐나다 정부는 1976 몬트리올올림픽 대회 때 애초 계획한 예산을 훌쩍 넘겨 새 경기장을 우후죽순 지었고, 이때 생긴 빚을 2006년까지 갚아야 했다. 심지어 이때 지어진 주경기장 별명이 막대한 빚(Owe)을 뜻하는 ‘빅 오’(Big O)인데, 지금도 일부에선 이 별명으로 부른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2015년 스위스 취리히대의 마르틴 뮐러 교수는 주로 스포츠와 관련된 초대형 행사를 열었던 나라들이 사회 전체에 악영향을 끼치는 일곱가지 나쁜 증상을 겪게 된다고 풀이했다. 이른바 ‘메가 이벤트 증후군’이다. 가장 심각한 증상은 정부가 ‘메가 이벤트’의 효과를 과장해 천문학적인 사회적 비용을 쏟아부은 뒤, 정작 본전은 찾지 못하는 경우다. 2004년 그리스 아테네에서 올림픽을 치르기 위해 국가 국내총생산(GDP)의 3.4%를 쓴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리스는 이후 유로존 전체를 흔드는 경제위기에 휩싸이다가 2015년 디폴트(채무불이행) 선언을 했는데, 배경으로 올림픽 개최도 지목됐다.

막대한 비용을 들였는데 막상 처치 곤란한 투자나 물건을 일컫는 ‘하얀 코끼리’들이 올림픽 뒤 고스란히 남는 경우도 많다. 베이징올림픽 주경기장으로 유명한 ‘새 둥지’ 경기장은 건설비로만 4억6천만달러가 투입됐고, 이후 유지 관리비로 매해 1천만달러가 들고 있다. 2004 아테네올림픽 때 건설됐던 거의 모든 시설이 지금까지 방치돼 있다시피 하고, 몬트리올올림픽 때 만들어진 경기장 ‘빅 오’는 최근 경기장 지붕 교체에 8억7천만달러가 지출될 것으로 알려지자 비판론자들이 아예 철거를 요구하고 있다.

개최 전에는 비용을 최소 규모로 잡은 뒤, 실제로는 막대한 비용을 써서 나라 살림에 부담을 주는 경우도 흔하다. 미국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2020 도쿄올림픽을 준비하면서 73억달러를 쓸 것이라고 밝혔지만, 대회 준비가 마무리되던 2019년 정부 감사에서 실제 지출(280억달러)이 예상치의 4배에 이른 것으로 확인됐다. 2012 런던올림픽(예상 50억달러, 지출 180억달러)이나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예상 140억달러, 지출 200억달러)도 사정이 비슷하다. 겨울올림픽으로 범위를 넓히면, 러시아는 2014 소치올림픽 당시 예산 103억달러를 책정했다가 실제로는 이보다 5배 가까이 많은 510억달러 이상을 지출했다.

올림픽에서 ‘승자의 저주’가 대회 때마다 계속되자, 힘겹게 대회 유치전에 뛰어들었다가 손사래를 치고 일찌감치 떨어져나가는 일도 잇따르고 있다. 2017년 헝가리 부다페스트, 독일 함부르크, 이탈리아 로마가 재정 문제 등을 이유로 유치 신청을 포기했다. 이듬해 튀르키예 에르주룸이 썰매 경기장 건설 비용 부담 등을 언급하며 2026 겨울올림픽 유치전에서 떨어져나갔다.

이번 파리올림픽이 ‘메가 이벤트 증후군’의 고리를 끊을 수 있을까? 앞서 뮐러 교수는 ‘메가 이벤트 신드롬’을 치유할 10여가지 방안을 내놨다. 대회 개최 도시를 분산해 잉여 시설을 최소화하고, 대회 뒤 골칫덩이가 될 만한 시설들은 임시구조물로 지으라는 것 등이다. 또 올림픽 대회 개최와 도시 개발 문제를 뒤섞지 말고, 예산을 쓰는 과정을 엄격히 관리할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그룹의 평가시스템을 도입하라는 등의 조언도 포함됐다.

이번에 치러지는 파리올림픽은 아직까지는 ‘적자 올림픽’ 방어에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싱크탱크 미국외교협회(CFR)에 따르면, 프랑스 정부는 2017년 올림픽 유치 이후 예산 80억달러를 배정했다. 이후 수십억달러의 예산 증액이 있었지만 이전 호화로웠던 올림픽들과 견줘 상당히 저렴한 대회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016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를 치르면서 지은 경기장을 최대한 활용하고, 리옹이나 마르세유 등으로 대회를 분산하면서 돈을 아꼈다.

다만, 올림픽 개최 효과를 단순히 경제성으로만 평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파리올림픽 조직위원회 쪽은 “파리올림픽이 성평등, 친환경, 사회통합 등 보편 가치를 강조하는 ‘선도국가형 올림픽’을 지향한다”고 밝히고 있다. 여기에 맞춰 이번 대회에는 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남녀 선수가 50%씩 참가하게 된다. 여자 선수들이 남자 선수들과 같은 수의 출전권을 부여받아 적어도 숫자상으로는 남녀가 동등하게 대표되는 첫 ‘성평등 올림픽’으로 평가받는다. 또 환경 면에서도 파리올림픽과 패럴림픽 모든 경기장에서 100% 재생에너지가 쓰인다. 국제올림픽위원회는 2014년 향후 올림픽의 지향성을 밝힌 ‘올림픽 어젠다 2020’에서 지속가능성을 핵심 가치의 하나로 꼽았다. 국제올림픽위원회는 “올림픽 어젠다 2020에 부합하는 첫 올림픽인 2024 파리올림픽은 개최지에 상당한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주는 동시에 사회적, 환경적 책임을 다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고 짚었다.              < 홍석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