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20일 밤 폐막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폐막식

 

지난 17일간 펼쳐진 ‘지구촌 스포츠 축제’가 20일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지난 4일 닻을 올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이 20일 밤 9시 중국 베이징 국립경기장에서 펼쳐질 폐막식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91개국 2천900여명의 선수가 7개 종목에 출전해 109개 메달을 놓고 열띤 승부를 펼친 이번 대회는 봅슬레이 남자 4인승, 컬링 여자 결승, 아이스하키 남자 결승, 크로스컨트리 여자 30km 프리 매스스타트를 끝으로 모든 경기 일정을 마쳤다.

 

폐막식은 약 100분간 진행됐고 총감독은 개막식 때와 마찬가지로 중국의 유명 영화감독 장이머우가 맡았다. 4년 뒤 열리는 겨울올림픽 개최국은 이탈리아다. 폐막식 말미에는 2026년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겨울올림픽조직위원회가 준비한 대회 홍보 공연이 등장해 차기 개최지를 알렸다.

 

환호·감격·아쉬움…겹시름 달래준 ‘눈물 올림픽’ 막내리다

   각양각색 눈물로 돌아본 17일 열전

 최민정 1000m ‘은’ 따고 눈물…1500m 우승뒤 “앞으로 웃겠다”

 피겨 유영도 연기뒤 ‘울컥’…중 주이·러 발리예바 ‘논란의 울음’

 

최민정이 11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000m 결승에서 은메달이 확정된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지난 4일(입춘)에 개막해 ‘입춘대길’의 꿈을 품고 시작한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이 치열했던 17일간 여정을 마쳤다. 코로나19 확산과 국제사회 갈등으로 꽁꽁 언 세계를 녹인 건, 빙판과 설원 위에 흘린 선수들의 뜨거운 눈물이었다.

 

쇼트트랙 에이스 최민정(24·성남시청)의 눈물과 미소는 한국 선수단이 겪은 ‘희로애락’을 그대로 보여준다. 최민정은 11일 여자 1000m 결승 은메달을 확정한 뒤 빙판 위에 눈물을 쏟았다. 내홍과 부진 논란 속에 에이스라는 책임을 짊어진 그였다. 갖은 악재 속에서 최민정은 끝내 은메달을 따냈고, 그제야 마음고생을 털어내는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자신의 눈물이 “주위 사람들을 아프게 했다”며 “앞으론 웃겠다”고 다짐했던 그는 이번 대회 여자 3000m 계주 은메달과 1000m 금메달을 목에 걸며 마지막엔 환하게 웃었다. 평창 대회 때 무심한 표정 때문에 ‘얼음 공주’라는 별명도 얻었던 그였지만, 이번 대회에선 누구보다 많이 울고 웃은 선수가 됐다. 한국은 이번 대회 금2·은5·동2로 종합 14위에 오르며 목표(금메달 1∼2개, 종합 15위권)를 달성했다.

 

한국의 유영이 17일 오후 중국 서우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 출전해 연기하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첫 올림픽 무대를 장식한 신예들이 흘린 눈물은 4년 뒤를 기대하게 한다.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 유영(18·수리고)은 18일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 연기를 마친 뒤 ‘울컥’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연아 키즈’로 10대 초반부터 일찌감치 주목을 받은 그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언론 인터뷰도 모두 사양할 정도로 큰 부담을 느꼈다. 출국 날 새벽 5시에 일어나 훈련을 할 정도로 압박감이 심했다. 하지만 끝내 올라선 올림픽 무대에 그는 큰 실수 없이 경기를 마쳤고, 꿈의 무대에 선 감격을 눈물로 표현했다.

 

아쉬움의 눈물도 빼놓을 수 없다. 일본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다카기 나나(30)는 15일 팀 추월 결승에서 1위로 달리다가 결승선을 코앞에 두고 넘어지는 불운을 겪었다. 은메달을 목에 걸긴 했지만, 그는 팀원들에 대한 미안함과 금메달에 대한 아쉬움에 시상대에서도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그는 19일 열린 매스스타트 결승에서도 금메달을 코앞에 두고 다시 한 번 넘어지며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평창 대회에서 팀 추월과 매스스타트 2관왕을 차지했던 그는 결국 은메달 하나에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지만, 이 또한 스포츠였다.

 

결승선 앞에서 미끄러져 펑펑 울었던 일본 빙상팀의 다카기 나나(오른쪽)가 15일 열린 여자 팀추월 시상대에서 동생 다카기 미호(가운데), 동료 사토 아야노와 함께 또 눈물을 쏟고 있다. 베이징/신화 연합뉴스

 

이번 대회의 얼룩으로 남을 눈물도 있다. 피겨스케이팅 주이(20·중국)는 미국 태생이지만, 미국 국적을 포기하고 중국 대표로 이번 대회에 출전했다. 주이가 단체전 쇼트프로그램에서 넘어지자,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의 일부 누리꾼은 “애국심을 말하기 전에 중국어부터 공부하라”며 그를 공격했다. 부담감을 토로하던 주이는 이어서 열린 프리스케이팅이 끝난 뒤 결국 눈물을 흘렸다. 성적지상주의와 애국주의라는 올림픽의 어두운 면을 보여준 셈이다.

 

'도핑 파문'을 일으킨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의 카밀라 발리예바가 17일 오후 중국 베이징 서우두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 출전해 연기를 마친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약물 선수’로 전락한 카밀라 발리예바(16·러시아올림픽위원회)가 보인 눈물은 올림픽이 처한 곤경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준다. 이번 대회 최고 스타로 꼽혔던 발리예바는 도핑 적발에도 불구하고 강행 출전해 17일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실수를 연발하며 종합 4위에 그쳤다. 침울한 표정으로 나오는 그에게 예테리 투트베리제 코치(48)는 “왜 그렇게 했느냐? 왜 싸움을 멈췄느냐?”라고 질책했고, 발리예바는 울음을 터뜨렸다. 투트베리제 코치가 10대 선수들 몰래 약물을 사용했다는 의혹까지 나오는 상황이라, 아동학대라는 비판과 함께 올림픽 출전 연령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각양각색 눈물로 가득했던 겨울올림픽은 막을 내렸다. 2022 베이징 겨울패럴림픽은 3월4일부터 10일간의 장도에 오른다. 베이징/이준희 기자

백신 3차 접종까지 마쳐…한화 구단 스프링캠프 합류 훈련중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이 한화 이글스 거제 캠프에서 합동 훈련을 하는 모습. 한화 이글스 제공

 

류현진(35·토론토 블루제이스)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17일 류현진의 에이전트사인 에이스펙코퍼레이션과 한화 이글스 구단에 따르면 류현진은 전날(16일) 자가진단키트 검사 결과 양성 반응을 보였고, PCR검사 결과 끝에 최종 확진 판정을 받았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직장 폐쇄가 이어지자 한화 구단 스프링캠프가 열리고 있는 거제에 합류해 훈련을 해왔다. 류현진은 코로나19 백신 3차 접종까지 마쳤으며 현재 특별한 증상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이스펙코퍼레이션은 “류현진은 특별한 외부 일정 없이 훈련장과 숙소만 오갔다. 현재 모든 훈련 일정을 취소하고, 코로나19 방역지침을 따르고 있다”고 밝혔다. 류현진은 앞으로 7일 동안 자가격리를 한다.

 

류현진이 확진 판정을 받음에 따라 한화 구단 또한 17일 오전 자가진단키트를 활용해 선수단 및 캠프 참여 인원 전원에 대해 전수조사를 했고 6명의 선수가 양성 반응이 나와 PCR 검사를 받았다. 검사 결과는 18일 나온다.

 

한편, 엔씨(NC) 다이노스도 이날 소속 선수 5명과 현장 직원 1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김양희 기자

쇼트트랙 여자 1500m 금, 폭풍질주로 압도…2연패 달성

 

최민정이 16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500m 결승에서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금메달을 확정 짓고 태극기를 두른 후 인사하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쇼트트랙은 역시 한국이다.”

 

올림픽 개막을 한 달 앞둔 지난 1월,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서 만난 최민정(24·성남시청)은 이번 베이징 대회를 마치고 이 말을 가장 듣고 싶다고 했다. 한국 쇼트트랙이 부진과 내홍 논란에 힘겹던 시기였다. 어렵사리 4년 만에 돌아온 올림픽 무대 마지막 경기. 최민정은 1500m 여자 결승에서 스스로 금메달을 목에 걸며 이 공식을 다시 증명했다. 2018년 평창과 2022년 베이징. 빙판 위 주인공은 끝내 모두 최민정이었다.

 

그야말로 ‘디펜딩 챔피언’다운 경기였다. 최민정(24·성남시청)은 16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여자 쇼트트랙 1500m 결승에서 2분17초789를 기록하며 1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1위로 레이스를 시작한 최민정은 절반을 지난 시점부터 폭발적인 질주로 상대를 압도했다. 범접할 수 없는 속도였다.

 

11일 여자 1000m 은메달을 확정한 뒤 감격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던 최민정은 이날 금메달을 목에 건 뒤 환하게 웃었다. 2018년 평창 대회에 이은 1500m 2연패다. 이로써 최민정은 모두 5개의 올림픽 메달(금메달 3개+은메달 2개)을 목에 걸게 됐다. 현존 한국 쇼트트랙 최고 에이스다운 위용이다.

 

 

최민정은 이날 작정을 한듯 했다. 금메달로 오는 길목 내내 폭발적 속도로 상대를 압도했기 때문이다. 준준결승 1조에 나선 최민정은 경기장 내 전광판 오류로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가볍게 1위로 준결승에 올랐다. 준결승에선 마지막 3바퀴를 남기고 폭발적인 바깥쪽 추월로 순식간에 선두를 차지하며 12년 만에 올림픽 신기록(2분16초831)까지 새로 썼다.

 

금메달을 추가한 한국 쇼트트랙은 양궁(24개)을 넘어 다시 최다 금메달(25개) 종목이라는 영예를 안았다. 대회 초반 편파 판정 논란 등으로 위기를 겪기도 했지만, 결국 ‘쇼트트랙은 역시 한국’은 물론 ‘한국은 역시 쇼트트랙’이라는 말까지 모두 입증한 셈이다.

 

한편 이날 결승에 출전한 이유빈(21·연세대)은 2분18초825로 6위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이유빈은 올 시즌 월드컵에서 여자 1500m 금메달 2개·은메달 1개를 차지하며 이 종목 세계랭킹 1위에 오른 강자다. 대회를 앞두고 대표팀 선발전 1위를 차지한 심석희(25·서울시청)가 자격 정지로 낙마하며 개인전에 출전하게 됐으나, 다음 기회를 기약하게 됐다. 베이징/이준희 기자

 

끝에 웃는 최민정 “쇼트트랙은 역시 대한민국…지켜서 기쁘다”

 

최민정이 16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500m에서 금메달을 확정한 뒤 환하게 웃으며 인사하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최민정의 질주, 결국엔 해피엔딩이었다.

 

쇼트트랙 국가대표 최민정(24·성남시청)이 16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50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뒤 환하게 웃었다. 평창 때 무심한 표정으로 ‘얼음공주’라는 별명까지 얻었지만, 이번 대회에선 울고 웃으며 더욱 뜨거운 올림픽을 치렀다.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드라마의 끝은 환한 미소였다.

 

최민정은 이날 경기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너무 좋아서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지난달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서 열린 미디어데이 때 “쇼트트랙은 역시 한국이란 말을 듣고 싶다”고 했던 최민정은 “저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가 같이 노력하면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서 역시 쇼트트랙은 대한민국이라는 말을 지킬 수 있었던 것 같다. 응원해주시는 분들에게 감사하다”라며 웃었다.

 

2018년 평창 대회에 이어 1500m 2연패를 달성한 최민정은 “이번 대회 마지막 종목이기도 했고, 2연패 도전이라는 점에서 생각하고 신경 쓸 게 있었는데 좋은 결과로 이어져서 더 기분 좋고 뿌듯하다”고 했다. 그는 또 “평창올림픽 때 처음이어서 힘들지만 잘 이겨냈다고 생각했다. 베이징 때는 경험이 생겨서 괜찮을 거라 생각했는데 역시 올림픽답게 생각 이상으로 힘든 것 같다”며 “어쨌든 마무리가 좋아서 다행”이라고 했다.

 

평창에 이어 베이징에서도 최민정은 쉬자너 스휠팅(네덜란드), 아리안나 폰타나(이탈리아) 등 쟁쟁한 선수와 맞붙었다. 최민정은 “4년 동안 좋은 선수들과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었다는 게 선수로서 너무 좋은 일인 것 같다. 이렇게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서로 발전하는 게 선수로선 기쁜 일”이라고 했다. 이번 대회에선 세 선수가 각각 평창에 이어 각각 500m(폰타나), 1000m(스휠팅), 1500m(최민정) 2연패를 달성했다.

 

올림픽에서 메달 5개(금메달 3개+은메달 2개)라는 고지에 오른 최민정의 다음 목표는 뭘까. 최민정은 “평창올림픽을 준비할 때도 베이징올림픽은 생각을 못했다. 베이징을 준비할 때도 밀라노는 생각을 못했다”라며 “그 부분은 일단 좀 쉬면서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또 “메달을 많이 땄는데 절대 저 혼자 잘해서 많이 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많이 딴 만큼, 많은 분이 도와주셨다. 도와주신 모든 분께 감사를 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이준희 기자

 

부상 박장혁, 속도맨 황대헌 등 혼신의 계주…남자 은메달

 

베이징올림픽 남자 계주 5000m 2위

박장혁, 이준서 첫 출전 시상대에

황대헌과 곽윤기는 막판 폭발적 질주

 

한국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이 16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남자 5000m 계주 결승에서 2위로 들어온 뒤 기뻐하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두 바퀴를 남겨두고 벌어진 막판 각축. 곽윤기의 ‘광속 질주’가 시작됐다. 비록 추월은 이뤄지지 못했지만 한국은 값진 은메달을 챙겼다.

 

황대헌(23·강원도청), 곽윤기(33·고양시청), 이준서(22·한국체대), 박장혁(24·스포츠토토), 김동욱(28·스포츠토토)으로 구성된 한국 쇼트트랙 남자대표팀이 16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남자 계주 5000m 결승전에서 막판 폭발적 질주로 6분41초679의 기록으로 은메달을 따냈다.

 

1500m 금메달리스트 황대헌은 곽윤기와 함께 막판 스퍼트를 이끌었고, 1000m 준준결승에서 스케이트 날에 손등을 찢긴 박장혁은 부상투혼을 발휘했다. 박장혁과 이준서 등은 첫 올림픽 무대에서 메달을 걸어 기쁨이 두배였다.

 

이날 결승전에는 한국을 비롯해 캐나다, 중국, 이탈리아,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 등 5개 나라가 대결했다. 나라별로 4명의 선수가 111.12m의 트랙을 45바퀴 돌아 순위를 가리는 계주 5000m의 특성상 지구력과 정교한 선수 교대, 밀어주기와 체력배분 등이 필요하다.

 

박장혁이 첫 주자로 출발한 뒤 곽윤기, 이준서, 황대헌 순서로 주행한 한국은 초반부터 1위로 나섰고, 그 뒤를 이탈리아와 캐나다가 뒤따랐다. 박장혁은 손등을 11바늘 꿰맨 상태에서 선수 교대 때 다음 주자의 엉덩이를 힘껏 밀어주는 등 온힘을 다했다. 5개팀 20명의 선수들이 붐비는 링크에서는 충돌을 막기 위해 더 긴장해야 했다.

 

한국은 20바퀴를 넘은 시점에 캐나다와 이탈리아의 추격을 받았고, 이후 캐나다에 이어 2위로 달렸다. 한국은 막판 5바퀴를 남겨둔 시점으로 황대헌이 선두 뒤를 바짝 따라 붙었다. 모든 팀들이 마지막 남은 힘을 발휘하는 시점. 황대헌의 추월 시도는 캐나다를 압박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박장혁과 곽윤기의 맹렬한 추격에도 캐나다가 달아나면서 간극을 좁히지는 못했다.

 

분홍색 머리로 염색한 맏형 곽윤기는 이날 준결승 때와 마찬가지로 마지막 두 바퀴를 책임지면서 제몫을 다했다. 곽윤기는 경기 전 인터뷰에서 “개인적으로 마지막 장면일 될 듯하다. 기억에 남은 결과를 내고 싶다”고 했는데 뜻을 이뤘다.

 

올해 4대륙챔피언십 1위를 차지한 캐나다가 6분41초257로 우승했다. 이탈리아가 6분43초431로 3위를 차지했다. 중국은 후반부에 선수가 넘어지면서 최하위에 머물렀다. 베이징/이준희 기자

 

팀 킴, 극적 역전승…오늘 세계 최강 상대로 4강 운명 갈린다

 

덴마크에 8-7 승…현재 4승4패

영국·캐나다와 공동 4위, 스웨덴 이기고 경우의 수 따져야

 

팀 킴의 스킵 김은정이 16일 중국 베이징 국립 아쿠아틱센터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여자 컬링 풀리그 덴마크와 경기에서 하우스로 향할 스톤의 방향을 살피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팀 킴’이 4강 탈락의 길목에서 극적으로 회생했다.

 

팀 킴은 16일 중국 베이징 아쿠아틱센터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여자 컬링 풀리그 덴마크전에서 8-7로 승리했다. 후공이었던 마지막 10엔드 때 2점을 따내며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예선 풀리그 4승(4패)을 거둔 팀 킴은 17일 세계 최강 스웨덴을 상대로 실낱같은 준결승 진출의 가능성을 타진한다.

 

2018년 평창 대회 결승전에서 한국에 패배를 안겼던 스웨덴은 예선 6승2패로 스위스(7승1패)와 함께 4강 진출을 확정지은 상태다. 한국은 자력 진출은 할 수 없고 스웨덴을 이긴 뒤 다른 팀의 경기 결과를 지켜봐야만 한다.

 

베이징겨울올림픽 공식 누리집 갈무리.

 

현재 일본이 5승3패로 3위를 달리고 있고 한국은 영국, 캐나다와 함께 공동 4위에 올라 있다. 중국이 이날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연장 접전 끝에 캐나다를 제압해 준 게 컸다. 러시아올림픽위원회, 덴마크는 이미 탈락이 확정됐고 미국과 중국은 한국, 영국, 캐나다가 최종전에서 모두 패했을 때 극히 희박한 확률로 준결승 진출의 기회가 생긴다.

 

스웨덴과 예선 마지막 경기는 17일 오후 3시5분에 열린다. 다른 경기도 모두 같은 시각에 열린다. 캐나다는 덴마크와, 영국은 러시아올림픽위원회와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일본은 스위스전을 남겨놓고 있다. 김양희 기자

유영 70.34점, 김예림 67.78점

유영 트리플악셀 회전수 부족 판정

17일 프리스케이팅 펼쳐

 

유영이 15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 출전해 루도비코 에이나우디 ‘윌링 윈즈’에 맞춰 연기를 펼치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한국 피겨의 두 미래가 베이징 빙판 위에서 반짝반짝 빛났다. 하지만 회전수 부족 판정 등을 받으며 아쉬움도 삼켰다.

 

피겨 국가대표 유영(18·수리고)은 15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루도비코 에이나우디 ‘윌링 윈즈’에 맞춰 큰 실수 없이 올림픽 데뷔 무대를 마쳤다. 유영은 이날 70.34점을 받아 6위에 올랐다. 개인 최고 점수(78.22점)에 크게 못 미쳤다.

 

이날 유영의 연기에서 가장 큰 관심을 받은 건 트리플 악셀 점프 성공 여부였다. 공중에서 세바퀴 반을 도는 트리플 악셀 점프는 굉장한 고난도 기술로, 피겨 전설인 김연아(32)조차 구사하지 못했던 기술이다. 실제 트리플 악셀의 기본 점수는 8.0점으로 트리플 러츠(5.9점), 트리플 플립(5.3점) 등 다른 점프보다 훨씬 크다.

 

유영이 15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 출전해 루도비코 에이나우디 ‘윌링 윈즈’에 맞춰 연기를 펼치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유영은 베이징에 입국한 뒤에도 공식훈련에서 매번 트리플 악셀을 10차례 가량 시도하며 기술 성공을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유영은 이날 트리플 악셀 시도 뒤 넘어지지 않았지만, 심판진은 회전수 부족 등의 이유로 2.31점밖에 주지 않았다. 더블 악셀 기본점수(3.50)보다 더 낮았다. 유영은 프리스케이팅에서도 트리플 악셀을 시도한다.

 

유영의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 연기 점수. ISU 갈무리 

 

세계 랭킹 3위인 유영은 트리플 악셀을 무기 삼아 이번 대회에서 ‘톱5’ 진입을 노리고 있다. 이미 6위로 목표권에 상당히 근접한 데다, 이날 1위를 기록한 카밀라 발리예바(16·러시아올림픽위원회)가 도핑 의혹으로 향후 성적을 인정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충분히 실현 가능한 목표다.

 

유영은 대표적인 ‘김연아 키즈’다. 6살 때인 2020 벤쿠버겨울올림픽 때 김연아가 금메달을 따는 모습을 보고 피겨스케이팅을 시작했고, 2012년 싱가포르에서 한국으로 돌아와 본격적으로 선수의 길을 걸었다. 특히 유영은 만 11살8개월이던 2016년 종합선수권대회에서 김연아가 세운 최연소 기록(만 12살6개월)을 갈아치우기도 했다. 평창 대회 때는 나이 제한에 걸려 경기에 나서지 못했지만, 이번 대회에선 주인공이 돼 빙판을 누빈다.

 

김예림이 15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 출전해 프란츠 리스트 ‘사랑의 꿈’에 맞춰 연기를 펼치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김예림(19·수리고)도 올림픽에서 성공적인 첫선을 보였다. 세계랭킹 12위인 김예림은 4조 첫 번째 선수(전체 19번째)로 등장해 긴장한 기색 없이 깔끔하게 무대를 마쳤다. 김예림은 이날 준비했던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룹 콤비네이션, 더블 악셀, 트리플 트립을 큰 실수 없이 마무리했다.

 

김예림의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 연기 점수. ISU 갈무리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67.78점을 받아 9위에 오른 김예림은 경기 뒤 기자들과 만나 “마지막 점프에서 회전수 부족 판정인 것 같다. 그게 많이 아쉽다. 그래도 큰 실수 없이 마무리해서 어느정도 만족한다”라며 “올림픽이다 보니 조금 더 경험하고 즐기는 마음으로 하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많이 긴장했다. 다만 너무 힘들거나 적응 못할 정도로 어렵진 않아서 다행이었다”고 돌아봤다.

 

김예림도 2010년 벤쿠버 대회 때 김연아를 보고 피겨를 시작한 대표적인 ‘김연아 키즈’다. 이날 연기도 김연아가 직접 추천한 프란츠 리스트의 ‘사랑의 꿈’에 맞춰 펼쳤다. 김예림은 “(김연아가) 어제 ‘코로나로 힘들었을텐데 끝까지 힘내라’는 응원 문자를 보내주셔서 힘이 된 것 같다”라며 “프리(스케이팅)에선 좀더 만족할 수 있는 경기를 하고 싶다. 홀가분하고 기쁘게 끝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유영과 김예림은 오는 17일 저녁 7시 열리는 프리스케이팅에서 베이징 마지막 무대에 선다. 베이징/이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