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이 경기 지배하면 안 돼…정확히 판단해야”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에게 직접 항의 계획도

 

최용구 쇼트트랙 대표팀 지원단장이 8일 중국 베이징 메인 미디어센터(MMC)에서 열린 쇼트트랙 판정 관련 긴급 기자회견에서 판정 문제와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쇼트트랙 편파 판정 논란과 관련해 한국 선수단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강력하게 항의했다. 재발방지를 위해 쓸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는 방침이다.

 

윤홍근 선수단장, 유인탁 선수촌장, 최용구 쇼트트랙 대표팀 지원단장, 이소희 쇼트트랙 코치는 8일 중국 베이징 메인 미디어센터(MMC)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젊은 청년들이 4년의 청춘을 바쳐가며 피땀 흘려 이 자리를 준비해왔다”라며 “가능한 방법을 모두 찾아 절차에 맞게끔 즉각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쇼트트랙 대표팀은 전날 베이징 서우두체육관에서 열린 쇼트트랙 남자부 1000m 준결승에서 황대헌(23)과 이준서(22)가 잇달아 뒤늦은 레인 변경 반칙 등을 이유로 페널티를 받아 실격됐다. 이어진 결승에서도 1위로 통과한 헝가리 류 샤오르 샨도르가 역시 페널티를 받아 실격되고 중국이 금·은메달을 차지하자 편파 판정 논란이 일었다. 중국은 이날 한 차례도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하지 못했다.

 

이날 경기가 끝난 뒤 한국 선수단은 즉각 황대헌·이준서에 대한 판정에 이의를 제기했다. 다만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은 “심판 판정에는 이의제기할 수 없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윤 단장은 “과거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 제소 경험을 살펴 변호사단을 즉시 선임했고, 현재 제소 절차를 확인하고 있다. (검토) 결과가 나오는 대로 즉시 제소를 하겠다”고 밝혔다.

 

국제빙상경기연맹 국제심판이기도 한 최 지원단장은 “황대헌 실격 상황은 중국 선수가 몇 번에 걸쳐 추월을 방해했고, 황대헌 선수가 인으로 파고 들어가는 작전을 썼다. 코너 입구에서부터 충분히 공간이 있어서 무리 없이 들어갔고, 어떤 충돌도 없었다. 중국 선수가 제스처 취하는 걸 심판이 잘못 보고 판단한 것 같다. 접촉이 없었기 때문에 실격이 아니다”라고 했다.

 

또 “이준서 선수는 정상적으로 인코스 출발을 해서 두번째 자리 코너로 들어왔고, 같은 코너에서 정상적인 주로 활주를 했다. 세번째에 헝가리, 네번째에 중국 선수가 있었는데 심판진은 이준서 선수가 안으로 급격하게 들어왔기 때문에 실격이라고 판단했지만, 영상을 보고 판단한 바로는 헝가리와 중국 선수가 문제가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 황대헌이 7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승 1조 경기에서 중국 선수들을 인코스로 추월하고 있다. 심판은 이 상황을 황대헌의 반칙으로 인정해 실격 처리했다. 베이징/연합뉴스

 

최 지원단장은 “심판 판정이 경기를 지배하면 안 된다”라며 “심판은 경기 조력자로 잘못된 부분을 정확히 판단해야 한다. 결승 경기 때는 다섯명 모두 실격 상황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 피니시 라인(결승선)에선 (중국 선수가) 팔을 벌린 상태에서 양손을 이용해 잡아당긴다. 헝가리가 실격당한 부분은 심판으로서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오심이 반복되면 고의”라고도 했다.

 

다만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에 제소한다고 해도, 판정이 번복되긴 현실적으로 어렵다. 재판소에선 과거 명백한 오심인 경우에도 심판 매수 등 명백한 부정이 아닌 실수라면 판정을 바꿀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하지만 체육회는 남은 경기 등에서 부당한 판정을 막기 위해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에게 직접 항의하는 등 강력한 조처를 할 계획이다. 베이징/이준희 기자

 

‘빙속 괴물’ 김민석 1500m 동메달…“한국 선수들에게 힘 됐으면”

 

11조에서 나위스와 접전 1분44초24

평창서 ‘깜짝 메달’ 이어 연속 입상

베이징올림픽 한국 첫 메달 ‘물꼬’

 

김민석이 8일 중국 베이징 국립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500m 경기에서 역주하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빙속 괴물’ 김민석(23·성남시청)이 한국 선수단에 첫 메달을 선사했다. 개인적으로 올림픽 두 대회 입상의 기쁨도 만끽했다.

 

김민석은 8일 베이징 국립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1500m에서 1분44초24로 동메달을 따냈다. 김민석은 평창 대회에 이어 올림픽 두 대회 연속 메달을 획득했다. 김민석은 이번 베이징겨울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에 첫 메달을 안긴 주인공이 됐다.

 

김민석은 이날 11조에서 평창 대회 2관왕(1000m, 1500m) 키얼트 나위스(35·네덜란드)와 각축을 벌였다. 인코스에서 출발한 김민석은 초반부터 힘있게 치고 나갔지만, 중반 이후 나위스의 가속에 밀렸다. 나위스는 1분43초21, 올림픽 기록을 세우며 평창에 이어 두 대회 연속 금메달을 차지했다.

 

김민석은 300m 구간을 23초75로 주파했고, 700m까지 49초13을 기록했다. 이후 1100m 구간을 1분15초74로 통과한 뒤 마지막 구간에서 스퍼트하며 입상권에 골인했다. 올 시즌 자신의 최고기록(1분43초05)에 미치지 못했지만 극한의 힘을 발휘했다.

 

김민석은 4년 전 19살 때 출전했던 평창겨울올림픽에서 ‘깜짝 메달’을 안기는 등 큰 경기에 강한 선수다. 스피드스케이팅 1500m에서 아시아 선수 최초의 동메달이었다.

 

김민석은 코로나19로 오랜 기간 실전 훈련 기회를 잡지 못했지만, 지난해 11월 시즌 월드컵 1차 대회에서 1500m 금메달을 땄고 2차 대회에서 동메달을 일구는 등 막판 몸상태를 끌어 올렸다. 올 시즌 월드컵에서 메달을 딴 국내 선수는 김민석이 유일하다.

 

김민석은 지난 4년간 웨이트 훈련을 통해 힘과 근력을 보강하는 등 부족한 부분을 개선했다. 이번 대회 전에는 “평창 때보다 기량이 확실히 올라왔다. 다시 한번 나 자신을 증명할 때가 오지 않았나 싶다”고 강조했다. 이날 관중석에는 한국 여자컬링 대표팀이 찾아와 응원전을 펼치기도 했다.

 

김민석은 앞으로 스피드스케이팅 1000m, 팀추월에서도 또 다른 메달 도전에 나선다. 김민석은 평창 대회에서는 이승훈(IHQ), 정재원(의정부시청)과 함께 팀추월에서 은메달을 합작하기도 했다.

 

김민석은 경기 뒤 방송 인터뷰에서 “챔피언을 향해 열심히 준비했다. 긴장을 많이 했지만 후회없는 레이스를 편 데 만족한다. 한국 선수단의 첫 메달을 내가 딸 줄은 몰랐다. 저의 메달이 다른 선수들에게 힘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김민석과 함께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1500m에 출전한 박성현(23·한국체대)은 최선을 다해 레이스를 펼쳤지만 1분47초59로 21위에 그쳤다. 박성현은 지난달 21일 남자 1500m에 결원이 생기면서 극적으로 출전권을 얻었다. 박성현은 “좋은 기록은 아니지만 월드컵 때 나를 이겼던 선수들을 이겨 만족한다”고 했다. 김창금 기자

 

이상호, 안타까운 0.01초…예선 1위 통과에도 8강서 패배

 

베이징올림픽 스노보드, 러시아 빅토르 와일드에 밀려

“스노보드는 30살 넘어서 전성기 많아…기회 더 있다”

 

‘배추보이’ 이상호가 8일 중국 허베이성 장자커우 겐팅 스노우파크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스노보드 남자 평행대회전 8강전에서 러시아의 빅토르 와일드에 0.01초 차로 진 뒤 아쉬워하고 있다. 장자커우/연합뉴스

 

0.01초 차이의 명암. 평창의 영웅 ‘배추보이’가 이번엔 불운에 아쉬움을 삼켰다.

 

스노보드의 세계적 스타인 이상호(27·하이원)가 8일 중국 허베이성 장자커우의 겐팅 스노우파크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스노보드 알파인 남자 평행대회전 8강전에서 러시아의 빅토르 와일드에 0.01초 차로 뒤져 탈락했다.

 

2018 평창 대회에서 한국 설상 종목 사상 처음으로 메달(은)을 수확한 이상호의 올림픽 연속대회 입상 꿈도 물거품이 됐다. 올 시즌 월드컵에서 이 종목 종합 1위에 올라 우승후보로 지목됐던 이상호로서는 아쉬움을 남긴 대회가 됐다. 이날 예선에서 최고의 성적으로 토너먼트에 올랐던 만큼 아픔은 더 컸다.

 

이상호는 이날 32명이 치른 예선 1차 시기에서 39초96로 결승선을 통과해 1위를 차지했다. 30초대에 들어온 선수는 그가 유일했다. 예선 2차 시기(40초58)에서도 상위권에 든 이상호는 1~2차 합계(1분20초4) 성적 1위로 16강에 진출했다.

 

이상호는 토너먼트로 이뤄진 16강전에서 예선 16위로 올라온 이탈리아의 다니엘라 바고차를 0.92초 차로 따돌리며 8강에 진입했다. 일대일 대결이어서 이상호는 상대방을 살피며 여유 있게 골인했다.

 

하지만 8강전에서 와일드에 의외의 일격을 당했다. 이상호는 예선 성적 우위자에 주어지는 코스 선택권에 따라 16강전 때와 마찬가지로 8강전에서도 레드코스를 택했다. 정신력과 균형감이 뛰어난 이상호는 583m의 코스 전반부에 와일드와 대등한 경쟁을 펴면서도 앞서는 듯했다. 하지만 결승점을 향해 갈수록 둘의 간극은 좁혀졌고, 결국 결승점을 통과한 뒤 나온 계측에서 0.01초 차의 패배를 당했다.

 

강원도 정선의 고랭지 배추밭에서 스노보드를 타 ‘배추보이’라는 별명을 얻은 이상호는 4년 전인 평창 올림픽 4강전에서는 슬로베니아의 잔 코시르를 0.01초차로 제치면서 결승에 진출했다. 하지만 두번째 올림픽 8강전에서는 야속하게도 0.01초 차로 무너졌다.

 

스노보드 평행대회전은 일대일 스피드 대결이 묘미다. 담력과 정신력은 가장 중요하다. 스노보드의 양쪽 면 가운데 하나(에지)로 급경사를 회전하면서 내려가야 하는 만큼 무게중심을 잘 잡으면서 자연스럽게 미끄러져 나가야 한다. 이상호는 이 예민한 스노보드에서 기술적으로는 세계 최고 반열의 선수로 꼽힌다. 또 멘털도 강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평창겨울올림픽에서 이상호의 은메달 성취를 도왔던 이상헌 전 감독은 “스노보드에서는 30살을 넘어 전성기인 선수들이 많다. 이상호는 실력 면에서 최정상급이다. 앞으로도 기회는 더 있다”고 말했다.

 

한편 팀 동료이자 주장 김상겸(33·하이원)은 이날 1차 시기에 삐끗해 블루코스 14위(42초40)로 들어왔고, 2차 레드코스에서 41초41로 당겼으나 1~2차 합계 24위로 16강에 오르지 못했고, 여자부의 정해림(27·경기도스키협회) 역시 1~2차 합계 18위로 결선에 나서지 못했다. 김창금 기자

한국 선수단 긴급회견

“심판이 경기 지배하면 안 돼…정확히 판단해야”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에게 직접 항의 계획도

 

최용구 쇼트트랙 대표팀 지원단장이 8일 중국 베이징 메인 미디어센터(MMC)에서 열린 쇼트트랙 판정 관련 긴급 기자회견에서 판정 문제와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쇼트트랙 편파 판정 논란과 관련해 한국 선수단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강력하게 항의했다. 재발방지를 위해 쓸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는 방침이다.

 

윤홍근 선수단장, 유인탁 선수촌장, 최용구 쇼트트랙 대표팀 지원단장, 이소희 쇼트트랙 코치는 8일 중국 베이징 메인 미디어센터(MMC)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젊은 청년들이 4년의 청춘을 바쳐가며 피땀 흘려 이 자리를 준비해왔다”라며 “가능한 방법을 모두 찾아 절차에 맞게끔 즉각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쇼트트랙 대표팀은 전날 베이징 서우두체육관에서 열린 쇼트트랙 남자부 1000m 준결승에서 황대헌(23)과 이준서(22)가 잇달아 뒤늦은 레인 변경 반칙 등을 이유로 페널티를 받아 실격됐다. 이어진 결승에서도 1위로 통과한 헝가리 류 샤오르 샨도르가 역시 페널티를 받아 실격되고 중국이 금·은메달을 차지하자 편파 판정 논란이 일었다. 중국은 이날 한 차례도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하지 못했다.

 

이날 경기가 끝난 뒤 한국 선수단은 즉각 황대헌·이준서에 대한 판정에 이의를 제기했다. 다만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은 “심판 판정에는 이의제기할 수 없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윤 단장은 “과거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 제소 경험을 살펴 변호사단을 즉시 선임했고, 현재 제소 절차를 확인하고 있다. (검토) 결과가 나오는 대로 즉시 제소를 하겠다”고 밝혔다.

 

국제빙상경기연맹 국제심판이기도 한 최 지원단장은 “황대헌 실격 상황은 중국 선수가 몇 번에 걸쳐 추월을 방해했고, 황대헌 선수가 인으로 파고 들어가는 작전을 썼다. 코너 입구에서부터 충분히 공간이 있어서 무리 없이 들어갔고, 어떤 충돌도 없었다. 중국 선수가 제스처 취하는 걸 심판이 잘못 보고 판단한 것 같다. 접촉이 없었기 때문에 실격이 아니다”라고 했다.

 

또 “이준서 선수는 정상적으로 인코스 출발을 해서 두번째 자리 코너로 들어왔고, 같은 코너에서 정상적인 주로 활주를 했다. 세번째에 헝가리, 네번째에 중국 선수가 있었는데 심판진은 이준서 선수가 안으로 급격하게 들어왔기 때문에 실격이라고 판단했지만, 영상을 보고 판단한 바로는 헝가리와 중국 선수가 문제가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 황대헌이 7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승 1조 경기에서 중국 선수들을 인코스로 추월하고 있다. 심판은 이 상황을 황대헌의 반칙으로 인정해 실격 처리했다. 베이징/연합뉴스

 

최 지원단장은 “심판 판정이 경기를 지배하면 안 된다”라며 “심판은 경기 조력자로 잘못된 부분을 정확히 판단해야 한다. 결승 경기 때는 다섯명 모두 실격 상황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 피니시 라인(결승선)에선 (중국 선수가) 팔을 벌린 상태에서 양손을 이용해 잡아당긴다. 헝가리가 실격당한 부분은 심판으로서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오심이 반복되면 고의”라고도 했다.

 

다만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에 제소한다고 해도, 판정이 번복되긴 현실적으로 어렵다. 재판소에선 과거 명백한 오심인 경우에도 심판 매수 등 명백한 부정이 아닌 실수라면 판정을 바꿀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하지만 체육회는 남은 경기 등에서 부당한 판정을 막기 위해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에게 직접 항의하는 등 강력한 조처를 할 계획이다. 베이징/이준희 기자

 

‘빙속 괴물’ 김민석 1500m 동메달…“한국 선수들에게 힘 됐으면”

 

11조에서 나위스와 접전 1분44초24

평창서 ‘깜짝 메달’ 이어 연속 입상

베이징올림픽 한국 첫 메달 ‘물꼬’

 

김민석이 8일 중국 베이징 국립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500m 경기에서 역주하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빙속 괴물’ 김민석(23·성남시청)이 한국 선수단에 첫 메달을 선사했다. 개인적으로 올림픽 두 대회 입상의 기쁨도 만끽했다.

 

김민석은 8일 베이징 국립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1500m에서 1분44초24로 동메달을 따냈다. 김민석은 평창 대회에 이어 올림픽 두 대회 연속 메달을 획득했다. 김민석은 이번 베이징겨울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에 첫 메달을 안긴 주인공이 됐다.

 

김민석은 이날 11조에서 평창 대회 2관왕(1000m, 1500m) 키얼트 나위스(35·네덜란드)와 각축을 벌였다. 인코스에서 출발한 김민석은 초반부터 힘있게 치고 나갔지만, 중반 이후 나위스의 가속에 밀렸다. 나위스는 1분43초21, 올림픽 기록을 세우며 평창에 이어 두 대회 연속 금메달을 차지했다.

 

김민석은 300m 구간을 23초75로 주파했고, 700m까지 49초13을 기록했다. 이후 1100m 구간을 1분15초74로 통과한 뒤 마지막 구간에서 스퍼트하며 입상권에 골인했다. 올 시즌 자신의 최고기록(1분43초05)에 미치지 못했지만 극한의 힘을 발휘했다.

 

김민석은 4년 전 19살 때 출전했던 평창겨울올림픽에서 ‘깜짝 메달’을 안기는 등 큰 경기에 강한 선수다. 스피드스케이팅 1500m에서 아시아 선수 최초의 동메달이었다.

 

김민석은 코로나19로 오랜 기간 실전 훈련 기회를 잡지 못했지만, 지난해 11월 시즌 월드컵 1차 대회에서 1500m 금메달을 땄고 2차 대회에서 동메달을 일구는 등 막판 몸상태를 끌어 올렸다. 올 시즌 월드컵에서 메달을 딴 국내 선수는 김민석이 유일하다.

 

김민석은 지난 4년간 웨이트 훈련을 통해 힘과 근력을 보강하는 등 부족한 부분을 개선했다. 이번 대회 전에는 “평창 때보다 기량이 확실히 올라왔다. 다시 한번 나 자신을 증명할 때가 오지 않았나 싶다”고 강조했다. 이날 관중석에는 한국 여자컬링 대표팀이 찾아와 응원전을 펼치기도 했다.

 

김민석은 앞으로 스피드스케이팅 1000m, 팀추월에서도 또 다른 메달 도전에 나선다. 김민석은 평창 대회에서는 이승훈(IHQ), 정재원(의정부시청)과 함께 팀추월에서 은메달을 합작하기도 했다.

 

김민석은 경기 뒤 방송 인터뷰에서 “챔피언을 향해 열심히 준비했다. 긴장을 많이 했지만 후회없는 레이스를 편 데 만족한다. 한국 선수단의 첫 메달을 내가 딸 줄은 몰랐다. 저의 메달이 다른 선수들에게 힘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김민석과 함께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1500m에 출전한 박성현(23·한국체대)은 최선을 다해 레이스를 펼쳤지만 1분47초59로 21위에 그쳤다. 박성현은 지난달 21일 남자 1500m에 결원이 생기면서 극적으로 출전권을 얻었다. 박성현은 “좋은 기록은 아니지만 월드컵 때 나를 이겼던 선수들을 이겨 만족한다”고 했다. 김창금 기자

 

이상호, 안타까운 0.01초…예선 1위 통과에도 8강서 패배

 베이징올림픽 스노보드, 러시아 빅토르 와일드에 밀려

“스노보드는 30살 넘어서 전성기 많아…기회 더 있다”

 

‘배추보이’ 이상호가 8일 중국 허베이성 장자커우 겐팅 스노우파크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스노보드 남자 평행대회전 8강전에서 러시아의 빅토르 와일드에 0.01초 차로 진 뒤 아쉬워하고 있다. 장자커우/연합뉴스

 

0.01초 차이의 명암. 평창의 영웅 ‘배추보이’가 이번엔 불운에 아쉬움을 삼켰다.

 

스노보드의 세계적 스타인 이상호(27·하이원)가 8일 중국 허베이성 장자커우의 겐팅 스노우파크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스노보드 알파인 남자 평행대회전 8강전에서 러시아의 빅토르 와일드에 0.01초 차로 뒤져 탈락했다.

 

2018 평창 대회에서 한국 설상 종목 사상 처음으로 메달(은)을 수확한 이상호의 올림픽 연속대회 입상 꿈도 물거품이 됐다. 올 시즌 월드컵에서 이 종목 종합 1위에 올라 우승후보로 지목됐던 이상호로서는 아쉬움을 남긴 대회가 됐다. 이날 예선에서 최고의 성적으로 토너먼트에 올랐던 만큼 아픔은 더 컸다.

 

이상호는 이날 32명이 치른 예선 1차 시기에서 39초96로 결승선을 통과해 1위를 차지했다. 30초대에 들어온 선수는 그가 유일했다. 예선 2차 시기(40초58)에서도 상위권에 든 이상호는 1~2차 합계(1분20초4) 성적 1위로 16강에 진출했다.

 

이상호는 토너먼트로 이뤄진 16강전에서 예선 16위로 올라온 이탈리아의 다니엘라 바고차를 0.92초 차로 따돌리며 8강에 진입했다. 일대일 대결이어서 이상호는 상대방을 살피며 여유 있게 골인했다.

 

하지만 8강전에서 와일드에 의외의 일격을 당했다. 이상호는 예선 성적 우위자에 주어지는 코스 선택권에 따라 16강전 때와 마찬가지로 8강전에서도 레드코스를 택했다. 정신력과 균형감이 뛰어난 이상호는 583m의 코스 전반부에 와일드와 대등한 경쟁을 펴면서도 앞서는 듯했다. 하지만 결승점을 향해 갈수록 둘의 간극은 좁혀졌고, 결국 결승점을 통과한 뒤 나온 계측에서 0.01초 차의 패배를 당했다.

 

강원도 정선의 고랭지 배추밭에서 스노보드를 타 ‘배추보이’라는 별명을 얻은 이상호는 4년 전인 평창 올림픽 4강전에서는 슬로베니아의 잔 코시르를 0.01초차로 제치면서 결승에 진출했다. 하지만 두번째 올림픽 8강전에서는 야속하게도 0.01초 차로 무너졌다.

 

스노보드 평행대회전은 일대일 스피드 대결이 묘미다. 담력과 정신력은 가장 중요하다. 스노보드의 양쪽 면 가운데 하나(에지)로 급경사를 회전하면서 내려가야 하는 만큼 무게중심을 잘 잡으면서 자연스럽게 미끄러져 나가야 한다. 이상호는 이 예민한 스노보드에서 기술적으로는 세계 최고 반열의 선수로 꼽힌다. 또 멘털도 강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평창겨울올림픽에서 이상호의 은메달 성취를 도왔던 이상헌 전 감독은 “스노보드에서는 30살을 넘어 전성기인 선수들이 많다. 이상호는 실력 면에서 최정상급이다. 앞으로도 기회는 더 있다”고 말했다.

 

한편 팀 동료이자 주장 김상겸(33·하이원)은 이날 1차 시기에 삐끗해 블루코스 14위(42초40)로 들어왔고, 2차 레드코스에서 41초41로 당겼으나 1~2차 합계 24위로 16강에 오르지 못했고, 여자부의 정해림(27·경기도스키협회) 역시 1~2차 합계 18위로 결선에 나서지 못했다. 김창금 기자

 

중국텃세 과하다… 쇼트트랙 최강 한국선수들 잇단 실격

황대헌 중국 선수들 제치던 이순간…‘황당 실격’ 판정

남자 쇼트트랙 황대헌·이준서 1000m서 애매한 판정에 실격

박장혁, 손가락 부상으로 기권…여 500m 최민정 ‘빙질’의 저주

 

윤홍근 선수단장, 8일 오전 10시 긴급 기자회견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 황대헌이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 사흘째인 7일 오후 중국 베이징 캐피탈 실내 경기장에서 열린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승 경기에서 레이스를 펼치며 중국 리원룽(94번), 렌지웨이를 피해 인코스로 파고 들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애매한 판정과 ‘꽈당’… 우려했던 일이 모두 현실이 됐다.

 

쇼트트랙 국가대표팀이 7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쇼트트랙 경기에서 단 한개의 메달도 따지 못했다. 이날 에이스 최민정(24)과 황대헌(23)을 비롯해 이준서(22), 박장혁(24)이 경기에 나서 모두 고배를 마셨다. 문제는 단 한명의 선수도 정상적인 레이스를 펼친 뒤 얻은 결과로 탈락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남자부에선 판정이 문제가 됐다. 남자부 1000m에 출전한 황대헌과 이준서가 모두 준결승에서 반칙 판정을 받아 탈락했기 때문이다. 개막 전부터 “옷깃만 스쳐도 반칙패를 당할 수 있다”(대표팀 곽윤기)는 경계심이 있었는데, 설마 했던 일이 현실이 된 것이다.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 박장혁이 7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준결승 1조 경기에서 충돌로 부상을 입어 왼 손에 피를 흘리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가장 억울할 만한 선수는 1000m 세계 2위 황대헌이었다. 황대헌은 준결승 1조에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하지만 경기 뒤 심판 판정으로 페널티를 받으며 탈락했다. 레인변경 반칙을 범했다는 판정이었다.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 황대헌이 7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승 1조 경기에서 역주하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이날 중국 선수 2명(리원룽, 런쯔웨이)과 함께 경기를 펼친 황대헌은 초반 3위로 질주를 시작하며 앞에 선 중국 선수들의 집중 견제를 받았다. 같은 조에 속한 박장혁이 손가락 부상으로 기권한 터라, 더욱 어려움이 컸다.

 

하지만 황대헌은 이날 경기 막판 부드러운 움직임과 함께 중국 선수 2명을 모두 제치며 선두로 치고 나갔다. 이후 황대헌은 안정적으로 선두를 유지했고, 1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그러나 경기가 끝난 뒤 심판들의 논의가 길어졌고, 황대헌은 레인변경 반칙을 범했다는 이유로 페널티를 받아 탈락했다.

 

준결승 2조 1000m에서도 페널티로 경기 결과가 바뀌었다. 2조 경기에 나선 이준서는 최종 2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심판진은 이번에도 그가 레인변경 반칙을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황대헌과 이준서는 이날 경기 뒤 인터뷰도 거절하고 돌아갔다.

 

남자 선수들에 앞서 최민정을 울린 것은 혼성 계주에서도 문제가 됐던 빙질이었다. 최민정은 이날 여자부 500m 준준결승 3조 경기에서 1분04초96을 기록해 4위로 들어와 탈락했다.

 

이날 최민정은 두 바퀴째에서 선두권 진입을 노리던 중 넘어지며 뒤로 처졌다. 최민정이 넘어진 코너 구간은 훈련 때 다른 쇼트트랙 선수들도 여러차례 넘어졌던 ‘마의 구간’이다. 최민정은 손으로 빙판을 강하게 치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최민정은 경기 뒤 “빙질에는 문제가 없었던 것 같다. 체크를 좀 해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이날 경기장에선 최민정 외에도 많은 선수들이 빙판의 저주에 눈물을 흘렸다. 4∼5명이 레이스를 벌이는 대부분의 경기에서 1∼2명이 넘어졌고, 심할 땐 3명까지 넘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특히 양쪽 끝 코너 ‘마의 구간’이 문제였다. 이들 코스는 훈련 때도 많은 선수가 넘어졌던 곳인데, 이날 경기에서도 대부분의 선수가 이 두곳에서 넘어졌다. 쇼트트랙 경기에서 선수가 넘어지는 건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지만, 이처럼 많은 선수가 같은 구간에서 넘어지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남은 경기가 많은 만큼 앞으로도 주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윤홍근 선수단장은 쇼트트랙 선수들이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탈락한 상황 등과 관련해 8일 오전 10시 메인 미디어센터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연다고 대한체육회가 밝혔다. 황대헌, 이준서, 박장혁은 9일 남자 1500m 예선에 다시 나서며, 최민정은 같은 날 1000m 예선을 치른다. 베이징/이준희 기자

 

탈락 뒤 울먹인 최민정 “한국 500m의 힘 보여주고 싶었는데”

 

최민정이 7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쇼트트랙 여자부 준준결승 3조 경기에서 넘어진 뒤 아쉬워하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쇼트트랙 최민정(24)이 500m 탈락 뒤 아쉬움을 내비쳤다.

 

최민정은 7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쇼트트랙 여자부 준준결승 3조 경기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준비가 잘됐다고 생각했는데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못해서 아쉽다. 1000m와 3000m가 남아있다. 속도나 컨디션은 이상 없어서 다음 종목 준비를 잘하겠다”고 했다.

 

최민정은 이날 경기 도중 접촉 없이 넘어지며 4위로 결승선을 통과해 탈락했다. 최민정은 “초반에 괜찮았는데 타다가 넘어졌다. 빙질에는 문제가 없었던 것 같다. 체크를 좀 해봐야할 것 같다”고 했다.

 

500m가 주 종목은 아니지만, 최민정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취재진이 한국 여자 500m가 약하다는 인식을 깨고 싶었던 것이냐고 묻자 최민정은 울먹이며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주변에서도 많이 도와주셨는데 아쉽다”고 했다.

 

한편 이날 남자부 1000m 준준결승에 나선 박장혁(24)은 레이스 도중 넘어진 이탈리아 피에트로 시겔에 걸려 함께 넘어졌다. 박장혁은 한동안 경기장에서 일어서지 못했고, 들것에 실려나가기도 했다. 왼쫀 손가락 위쪽이 찢어진 박장혁은 이날 심판판정으로 구제를 받아 준결승에 올랐지만, 부상으로 기권했다. 베이징/이준희 기자

 

성화 주자에 일부러 신장 출신을?…“공격적 행위” 비판 이어져

 

중 위구르족 20대 디니거얼 등장에

중국 내부 반기지만 미국 등은 ‘비판’

“세계적 압력에 대한 시진핑의 저항”

 

4일 중국 베이징 국가체육장에서 열린 베이징 겨울올림픽 개막식에서 디니거얼 이라무장(21·왼쪽)과 자오쟈원(21)이 성화를 점화하고 있다. 베이징/타스 연합뉴스

 

중국이 베이징 겨울올림픽의 성화 점화 주자로 신장위구르 자치구 출신 선수를 내세운 데 대한 후폭풍이 그치지 않고 있다. 위그르족 인권 침해 논란으로 서방 국가들과 극심한 마찰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일부러 신장 지역 선수를 선택해 올림픽의 의의를 흐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4일 올림픽 개막식의 성화 점화 주자는 위구르족으로 신장 알타이 출신의 크로스컨트리 스키 선수 디니거얼 이라무장(21)과 한족으로 산시성 타이 위안 출신 스키점프 선수인 자오쟈원(21)이었다.

 

특히 위구르족으로 무명에 가까운 디니거얼이 최종 성화 주자로 나서자 중국에서도 의아하게 생각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디니거얼은 개막식 다음 날 치러진 크로스컨트리 스키 경기에서 65명 중 43위에 그치는 등 실력도 월등한 편이 아니었다.

 

디니거얼의 고향 알타이는 1년에 6개월 이상 눈이 오는 곳으로, 1만년 전 구석기 시대에 그려진 것으로 추정되는 스키 타는 모습의 벽화가 발견되는 등 스키의 발상지로도 알려져 있다. 디니거얼의 아버지 역시 크로스컨트리 스키 선수 출신으로, 디니거얼은 아버지의 지도를 받았다.

 

중국 내에서는 긍정적인 반응이 많았다. ‘미래를 향해’라는 올림픽 개막식 구호에 맞춰 높은 연령대에서 낮은 연령대로 성화가 전달됐는데, 20대이자 소수 민족인 디니거얼이 최종 점화 주자로 뽑힌 게 이상할 게 없다는 것이다. 베이징에서 3000㎞ 떨어진 디니거얼의 고향 알타이에서는 그의 엄마가 “국가가 중요한 임무를 딸에게 맡겨 너무 감사하다. 딸은 잘해낼 것”이라고 말했다고 중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그러나 미국, 영국 등 일부 서방 국가들은 최종 성화 주자 선정에 정치적 의도가 깔렸다고 보고 있다. 미국, 영국, 오스트레일리아 등이 신장 지역의 인권문제를 이유로 이번 대회를 외교적으로 ‘보이콧’했는데, 이에 대한 중국의 대응이라는 것이다. 미 <엔비시>(NBC) 방송의 앵커 서배너 거스리는 “위구르족 선수를 선택한 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뜻”이라며 “미국을 포함한 서방 국가들이 위구르족 집단 학살을 주장하는 것에 대해 맞대응이다. 매우 도발적”이라고 말했다.

 

해외에 있는 위구르족 단체는 “널리 알려진 운동선수가 아닌 디니거얼을 선택하고 그녀를 중국 다수인 한족 남자 선수와 함께 성화 주자로 결정한 것은 세계적 압력에 대한 시진핑의 저항 행위로 해석된다”며 “공격적”이라고 비판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전했다.

 

1949년 중국 인민해방군이 신장에 진주한 뒤 중국 전체 영토의 6분의 1에 달하는 지역이 중국 땅이 됐다. 중국은 이곳을 신장위구르 자치구로 지정해 관리해 왔지만 분리 독립 투쟁이 지속됐다. 특히 2009년 위구르인들의 반한족 시위로 촉발된 민족 간 유혈 충돌 이후 중국 정부의 억압 강도가 세졌다.

 

유엔(UN) 등 국제기구는 전체 위구르인의 10%에 달하는 100만명의 위구르인이 강제 수용소에 수감돼 있는 것으로 추정하며, 신장 지역에 위구르인 비율을 줄이기 위해 위구르 여성에 대해 강제 임신중지 정책 등을 펴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중국 정부는 “전혀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비판하며 신장 지역의 경제 발전 등을 홍보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최현준 기자

눈꽃에서 초록 새싹까지…겨울스포츠에 ‘봄’이 오다

장이머우 영화감독 개막식 총연출

HD LED 활용 웅장한 무대 선보여

 

4일 오후 중국 베이징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개회식에서 ‘눈송이 만들기'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24, 23, 22…3, 2, 1. 겨울올림픽 개막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그런데 겨울 종목과 어우러진 계절의 변화 영상과 함께 하나씩 드러나는 숫자 밑 두 글자가 꽤 익숙하다. 24 우수, 14 대서, 8 한로…. 24절기였다. 4일 저녁 9시(한국시각) 베이징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개막식은 이렇게 우수부터 시작해 24절기를 돌아 입춘에 방점을 찍었다. 이날은 공교롭게도 입춘이었다.

 

입춘이 보통 양력 2월4일께라는 점을 고려할 때 중국이 2015년에 베이징겨울올림픽 개막식 날짜를 정할 때 춘절(2월1일·음력 설)과 함께 입춘 또한 염두에 뒀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입춘은 봄의 시작을 알리는 절기이기 때문이다. 새해 첫 절기인 입춘을 내세워 새로운 시대, 새로운 세대의 도래를 알린 셈이다. 카운트다운이 끝나고 민들레 씨에서 힘차게 생명의 싹이 돋아나는 모습을 초록 복장의 아이들이 연기한 점도 이런 해석을 뒷받침한다. 이번 개막식 공연자 95% 이상이 10대 청소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화 봉송 마지막 주자도 2000년대 태어난 현역 선수 디니걸 이라무장과 자오자원이었다.

 

중국은 개막식 참가자 의상 등에 호랑이 얼굴을 새겨 ‘호랑이의 해’임을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선수단 입장 때 국가명 팻말을 든 자원봉사자들은 호랑이 얼굴이 다채롭게 그려진 모자를 썼고 올림픽 기 게양 때 올림픽 주제곡을 부른 아이들의 옷 가운데에도 호랑이 얼굴이 새겨져 있었다. 식전에 경기장에 새겨진 ‘복(福)’이라는 글자와 24절기, 그리고 호랑이의 해. 모두 서양에는 낯설고 신비한 동양의 문화였다.

 

이번 개막식은 2008 베이징올림픽에 이어 장이머우 영화감독이 총연출을 맡았다. 코로나19 시국이라서 2008년과 비교해 개막식 시간이 대폭 축소(4시간→2시간20분)되고 개막 공연자도 3000명(2008년 1만5000명)으로 5분의 1 수준으로 줄었으나 1만1600㎡에 달하는 무대에 에이치디 엘이디(HD LED) 스크린을 설치해 푸른색, 흰색의 청명한 색채로 얼음과 눈을 구현해냈다.

 

4일 오후 중국 베이징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개막식에서 73번째로 대한민국 선수단이 입장하고 있다. 기수는 곽윤기와 김아랑. 베이징/연합뉴스

 

유명 가수나 배우 등을 배제하고 공연자 전부를 평범한 보통의 사람들로 꾸린 것도 이색적이었다. 공연 막바지에는 팩데믹 이전의 평범한 일상을 보여주며 ‘함께하는 미래’를 표현해내기도 했다. 코로나19의 종식, 즉 ‘입춘’의 열망을 담았다고 하겠다. 특히 장이머우 감독은 고정 성화대 없이 91개 참가국 이름이 적힌 하얀 푯말이 모여 만든 눈꽃 가운데 성화를 배치하는 ‘파격’을 선보였다.

 

4일 오후 중국 베이징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개회식에서 보통 사람들에게 보내는 헌사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개막식 선수단 입장 순서는 중국 간체자 획수 기준을 따랐다. 우리나라는 중국명 첫 글자 한(韓)의 간체자(韩)가 12획이어서 73번째로 입장했다. 쇼트트랙 남녀 대표팀 선수인 곽윤기와 김아랑이 기수를 맡았고 39명의 선수단(선수 11명, 임원 28명)이 개막식에 참가했다. 원래 20명 선수가 함께할 예정이었으나 추위와 이동거리 때문에 축소됐다. 도쿄올림픽 개막식이 무관중으로 치러진 데 반해 이번 개막식에는 50%가량의 관중이 들어차 이번 대회 처음 겨울올림픽에 출전한 사우디아라비아, 아이티 등의 선수들에게 큰 박수를 보냈다.

 

‘입춘’으로 시작을 알린 베이징겨울올림픽. 중국은 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여름, 겨울 올림픽을 치러내면서 ‘입춘대길’을 꿈꾸고 있고 개막식은 그 첫걸음이었다. 이번 대회에는 전세계 91개국 약 5000여명이 참가했으며 7종목에서 109개 금메달을 두고 경쟁을 벌인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1~2개, 종합 15위를 목표로 한다. 베이징/이준희 기자 김양희 기자

 

시진핑이 왜 나와…어색함 자아낸 ‘1분 함성’

  올림픽 개막식 초반에 개최국 정상 등장 이례적

  대개 행사 중간 환영 연설 하거나 개회 선언만 해

 

4일 베이징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개막식에서 시진핑 주석이 등장하자 관중이 환호하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정치 논란’을 겪는 베이징 겨울올림픽이 유례를 찾기 어려운 방식으로 대회 시작을 알렸다. 개막식 시작과 함께 시진핑 국가주석이 약 1분가량 등장하고, 관중은 이에 환호하는 장면이 연출된 것이다.

 

시진핑 주석은 4일 베이징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개막식이 시작된 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장과 함께 나타났다.

 

국립경기장에 들어선 중국 관중들은 시진핑 주석이 경기장 측면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 등장할 때마다 환호를 보냈다. 식전 사전행사에 나섰던 어린 출연자들도 일제히 두 팔로 응원솔 등을 흔들었다. 시 주석은 환호하는 관중을 바라보며 손인사와 함께 웃기도 했다. 이런 장면은 약 1분 정도 지속됐다.

 

올림픽 개막식 초반에 이처럼 개최국 정상이 등장하는 일은 흔하지 않다. 대체로 행사 중간에 환영 연설을 하거나 개회를 선언하는 역할 정도만 맡는다. 베이징/이준희 기자

 

“팀코리아, 우리 자부심”…문 대통령, 베이징올림픽 선수단 응원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오후 청와대 충무실에서 열린 주한대사 신임장 제정식을 마친 뒤 신임 주한대사들과 접견장으로 향하고 있다. 오른쪽은 정의용 외교부 장관.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베이징 겨울올림픽이 개막한 4일 “여러 어려움을 딛고 대회를 준비해온 우리 대표팀 모두, 멋지고 아름다운 시간을 만들어주길 기대한다”며 한국 선수단을 응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우리는 2018년 평창에서 하나 된 힘으로, 평화와 인류화합의 장을 만들어냈다. 스포츠가 만들어낸 놀라운 기적을 보았다”며 “베이징 동계올림픽도 스포츠를 통한 평화와 화합의 축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어려운 상황을 이겨낸 ‘팀 코리아’는 이미 우리의 자부심”이라며 “우리 국민들은 대표팀 선수들이 그동안 흘린 땀방울을 기억하며 한 명 한 명의 도전에 아낌없는 성원을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코로나 상황 속에서 이번 대회를 위해 쉼 없이 달려온 대표팀 선수들과 코치진 모두 수고 많았다. 선수들의 건강을 세심하게 챙기고 안전을 확보해준 대한체육회와 관계자 여러분께도 각별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했다.

 

“안전하고 건강하게 경기를 치르는 게 최우선”이라고 한 문 대통령은 “국민과 함께 우리 대표팀을 힘차게 응원하겠다.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수단 파이팅!”이라며 응원 메시지를 마무리했다.

 

이날 개막식에는 박병석 국회의장과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정부 대표단 단장인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참석해 한국 올림픽 선수단을 응원한다. 오연서 기자

29일 불참 밝혔다가 1일 참석키로

명칭 갈등 불거져…2008년엔 ‘중화’

 

중국과 대만의 대결을 보여주는 일러스트. 로이터 연합뉴스

 

대만이 오는 4일 저녁 열리는 중국 베이징 겨울올림픽 개막식에 불참하려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설득을 받아들여 참석하기로 했다. 대만이 애초 개막식 불참을 결정한 데는 중국과 예민하게 대립하는 ‘국호’ 문제가 작용한 것으로 알려져, 4일 개막식에서 대만이 어떤 이름으로 등장할지 관심이 쏠린다.

 

대만 <중앙통신>은 1일 “방역과 교통 문제로 개·폐막식에 불참할 방침이었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가 올림픽 헌장을 준수해 참석해달라고 요청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에 협조하고 올림픽 단결이라는 기본원칙 준수를 위해 선수단이 참가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대만 정부는 지난달 29일 베이징 올림픽 개·폐회식에 모두 불참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선수들이 미국과 스위스 등에서 훈련하고 있어 개막식에 맞춰 베이징에 도착하기 어렵고, 경기를 마치면 하루 이틀 뒤 중국을 떠나야 해 폐막식이 열리는 이달 20일까지 남을 선수가 거의 없다는 이유였다.

 

물론, 실제로는 더 예민한 ‘호칭’ 문제가 깔려 있었다. 대만이 불참 결정을 발표하기 직전인 지난달 28일 중국 정부 당국자가 기자회견에서 대만의 호칭을 대만이 원하는 ‘중화 타이베이’가 아닌 ‘중국 타이베이’라고 불렀고, 이것이 대만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것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 규정상 대만의 명칭은 타이베이를 수도로 하는 중국계 국가라는 뜻인 ‘차이니즈 타이베이’(Chinese Taipei)이다. 하지만, 대만은 이를 한자로 표기할 때는 정식 국호인 ‘중화민국’을 반영해 ‘중화 타이베이’라고 해왔다. 하지만, 중국은 대만이 중국의 일부라는 뜻을 담아 ‘중국 타이베이’라고 부른다. 일본 스포츠전문지 <닛칸스포츠>는 29일 ‘중국과 대만이 대만의 호칭 문제로 또 신경전을 벌였다’고 전했다.

 

앞서 2008년 열린 베이징 여름올림픽 때도 중국과 대만은 명칭 문제로 신경전을 벌였었다. 하지만, 결국 대만을 ‘중화 타이베이’라고 불렀다. 당시 중국과 대만의 관계가 현재처럼 나쁘지 않았고, 대만의 개막식 참석을 유도하기 위해 내린 결정이었다.

 

4일 개막식 때 대만이 어떤 이름으로 등장할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대만이 국제올림픽 위원회의 요청에 응하는 모양새이긴 하지만 입장을 바꾼 것을 보면, 이번에도 ‘중화 타이베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할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베이징/최현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