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경기장 활용·대회 분산 등
예산 절감하며 이전 올림픽과 대비
성평등·친환경 올림픽에도 초점

 
 
2024파리올림픽 개막을 앞둔 21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 에펠탑 앞에서 경찰이 경계 근무를 서고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2024 파리 여름올림픽(7월26일~8월12일, 패럴림픽 8월29일~9월8일) 이 7월26일 개막한다.
이번 대회에는 남북한을 포함해 전세계 206개국에서 1만 714명의 선수가 참가할 예정이며, 이들이 32개 종목을 놓고 기량을 겨뤄 금 은 동메달을 향해 경쟁한다.

개막을 앞두고 프랑스 정부는 전 세계 200곳 넘는 나라가 참여하는 이번 올림픽이 자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직전 도쿄 여름올림픽이 코로나19 세계적 대확산 영향으로 예정보다 1년 늦은 2021년에 관중도 없이 열렸지만, 파리올림픽에는 그런 어려움이 없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5월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의뢰한 조사에서 파리올림픽을 통해 프랑스가 장기적으로 120억달러(약 16조7천억원)에 이르는 경제 효과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됐다”고 보도했다. 앞서 2016년 프랑스 스포츠법률 및 경제센터는 파리올림픽 경제 효과가 관광산업을 중심으로 최대 107억유로(약 16조1500억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또 국제올림픽위원회는 프랑스가 본격적으로 올림픽 준비에 돌입했던 2019년부터 2024년 사이 일자리 15만개가 새로 생길 것이라는 기대도 내놓은 바 있다. 특히 대회 조직(8만개), 관광(6만개), 건설(1만개) 분야가 올림픽 특수를 누릴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올림픽처럼 국가 역량을 총동원해 치르는 초대형 행사에 대한 걱정은 여전하다. 이른바 ‘메가 스포츠 이벤트’의 대표 격인 올림픽과 월드컵을 치른 나라들에서 애초 예상됐던 거대한 경제 효과라는 ‘장밋빛 기대’는 온데간데없이 대회 뒤 큰 손실을 남겨온 선례들이 숱하기 때문이다.

2022년 스위스 로잔대 연구팀이 내놓은 논문 ‘올림픽과 월드컵의 구조적 적자’를 보면, 1964년부터 2018년 사이 열린 올림픽과 월드컵 43개 총비용은 1200억달러(약 166조5천억원)에 이른 반면 이익은 700억달러(약 97조1천억원)에 그쳤다. 연구팀은 “메가 스포츠 이벤트에 들어가는 많은 비용과 개최 도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며 “이런 대회가 국제올림픽위원회나 국제축구연맹(FIFA)에는 확실한 수익성이 있지만, 개최 도시와 정부에는 이익이 거의 없다”고 꼬집었다.

특히 막대한 기반시설을 새로 만드는 경우가 많았던 여름올림픽 상황은 심각한 수준이다. 유럽 뉴스 전문채널 유로뉴스는 지난 1월 ‘올림픽 개최로 경제가 활성화될까’라는 기사에서 1964년 일본 도쿄올림픽부터 13개 여름올림픽 가운데 10개 대회(1968년 멕시코 대회는 자료 부족으로 제외)에서 모두 212억달러(약 30조원) 규모의 손실이 났다고 보도했다. 1976년 캐나다 몬트리올 대회(약 57억달러), 2012년 영국 런던 대회(약 52억달러), 2004년 그리스 아테네 대회(약 43억달러) 손실액은 개최국에 말 그대로 ‘재앙’을 안겼다. 캐나다 정부는 1976 몬트리올올림픽 대회 때 애초 계획한 예산을 훌쩍 넘겨 새 경기장을 우후죽순 지었고, 이때 생긴 빚을 2006년까지 갚아야 했다. 심지어 이때 지어진 주경기장 별명이 막대한 빚(Owe)을 뜻하는 ‘빅 오’(Big O)인데, 지금도 일부에선 이 별명으로 부른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2015년 스위스 취리히대의 마르틴 뮐러 교수는 주로 스포츠와 관련된 초대형 행사를 열었던 나라들이 사회 전체에 악영향을 끼치는 일곱가지 나쁜 증상을 겪게 된다고 풀이했다. 이른바 ‘메가 이벤트 증후군’이다. 가장 심각한 증상은 정부가 ‘메가 이벤트’의 효과를 과장해 천문학적인 사회적 비용을 쏟아부은 뒤, 정작 본전은 찾지 못하는 경우다. 2004년 그리스 아테네에서 올림픽을 치르기 위해 국가 국내총생산(GDP)의 3.4%를 쓴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리스는 이후 유로존 전체를 흔드는 경제위기에 휩싸이다가 2015년 디폴트(채무불이행) 선언을 했는데, 배경으로 올림픽 개최도 지목됐다.

막대한 비용을 들였는데 막상 처치 곤란한 투자나 물건을 일컫는 ‘하얀 코끼리’들이 올림픽 뒤 고스란히 남는 경우도 많다. 베이징올림픽 주경기장으로 유명한 ‘새 둥지’ 경기장은 건설비로만 4억6천만달러가 투입됐고, 이후 유지 관리비로 매해 1천만달러가 들고 있다. 2004 아테네올림픽 때 건설됐던 거의 모든 시설이 지금까지 방치돼 있다시피 하고, 몬트리올올림픽 때 만들어진 경기장 ‘빅 오’는 최근 경기장 지붕 교체에 8억7천만달러가 지출될 것으로 알려지자 비판론자들이 아예 철거를 요구하고 있다.

개최 전에는 비용을 최소 규모로 잡은 뒤, 실제로는 막대한 비용을 써서 나라 살림에 부담을 주는 경우도 흔하다. 미국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2020 도쿄올림픽을 준비하면서 73억달러를 쓸 것이라고 밝혔지만, 대회 준비가 마무리되던 2019년 정부 감사에서 실제 지출(280억달러)이 예상치의 4배에 이른 것으로 확인됐다. 2012 런던올림픽(예상 50억달러, 지출 180억달러)이나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예상 140억달러, 지출 200억달러)도 사정이 비슷하다. 겨울올림픽으로 범위를 넓히면, 러시아는 2014 소치올림픽 당시 예산 103억달러를 책정했다가 실제로는 이보다 5배 가까이 많은 510억달러 이상을 지출했다.

올림픽에서 ‘승자의 저주’가 대회 때마다 계속되자, 힘겹게 대회 유치전에 뛰어들었다가 손사래를 치고 일찌감치 떨어져나가는 일도 잇따르고 있다. 2017년 헝가리 부다페스트, 독일 함부르크, 이탈리아 로마가 재정 문제 등을 이유로 유치 신청을 포기했다. 이듬해 튀르키예 에르주룸이 썰매 경기장 건설 비용 부담 등을 언급하며 2026 겨울올림픽 유치전에서 떨어져나갔다.

이번 파리올림픽이 ‘메가 이벤트 증후군’의 고리를 끊을 수 있을까? 앞서 뮐러 교수는 ‘메가 이벤트 신드롬’을 치유할 10여가지 방안을 내놨다. 대회 개최 도시를 분산해 잉여 시설을 최소화하고, 대회 뒤 골칫덩이가 될 만한 시설들은 임시구조물로 지으라는 것 등이다. 또 올림픽 대회 개최와 도시 개발 문제를 뒤섞지 말고, 예산을 쓰는 과정을 엄격히 관리할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그룹의 평가시스템을 도입하라는 등의 조언도 포함됐다.

이번에 치러지는 파리올림픽은 아직까지는 ‘적자 올림픽’ 방어에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싱크탱크 미국외교협회(CFR)에 따르면, 프랑스 정부는 2017년 올림픽 유치 이후 예산 80억달러를 배정했다. 이후 수십억달러의 예산 증액이 있었지만 이전 호화로웠던 올림픽들과 견줘 상당히 저렴한 대회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016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를 치르면서 지은 경기장을 최대한 활용하고, 리옹이나 마르세유 등으로 대회를 분산하면서 돈을 아꼈다.

다만, 올림픽 개최 효과를 단순히 경제성으로만 평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파리올림픽 조직위원회 쪽은 “파리올림픽이 성평등, 친환경, 사회통합 등 보편 가치를 강조하는 ‘선도국가형 올림픽’을 지향한다”고 밝히고 있다. 여기에 맞춰 이번 대회에는 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남녀 선수가 50%씩 참가하게 된다. 여자 선수들이 남자 선수들과 같은 수의 출전권을 부여받아 적어도 숫자상으로는 남녀가 동등하게 대표되는 첫 ‘성평등 올림픽’으로 평가받는다. 또 환경 면에서도 파리올림픽과 패럴림픽 모든 경기장에서 100% 재생에너지가 쓰인다. 국제올림픽위원회는 2014년 향후 올림픽의 지향성을 밝힌 ‘올림픽 어젠다 2020’에서 지속가능성을 핵심 가치의 하나로 꼽았다. 국제올림픽위원회는 “올림픽 어젠다 2020에 부합하는 첫 올림픽인 2024 파리올림픽은 개최지에 상당한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주는 동시에 사회적, 환경적 책임을 다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고 짚었다.              < 홍석재 기자 >

선제 실점에 후반 이영준 퇴장 수적 열세…

연장까지 2-2, 승부차기 10-11

'준비기간 2년 6개월여' 황선홍, 신태용과 지략대결서 참패

파리행 좌절로 '10회 연속 올림픽 출전' 무산

                    파리행 좌절된 한국 축구 [대한축구협회 제공]

 황선홍호가 신태용호 인도네시아와 승부차기까지 가는 혈투 끝에 패하며 10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의 대업 달성에 실패했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한국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은 26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8강전에서 신태용 감독이 지휘하는 인도네시아와 연장전까지 120분 동안 2-2 무승부에 그치고 승부차기에서 10-11로 졌다.

2024 파리 올림픽 남자축구 아시아 최종예선을 겸하는 이번 대회에서 1∼3위에는 파리행 직행 티켓을 얻고, 4위는 대륙 간 플레이오프를 거쳐 본선행 여부를 가린다.

1988년 서울 올림픽부터 매번 본선 무대에 올랐던 한국은 이날 8강에서 탈락하면서 10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한국 축구가 올림픽 무대에 오르지 못한 것은 1984년 로스앤젤레스(LA) 대회 이후 40년 만이다.

황선홍호 선수들은 세계 축구계에 자신의 이름을 알리는 것은 물론 메달을 따면 병역 혜택까지 받을 수 있는 올림픽 무대에 도전도 해보지 못하게 됐다.

2021년 9월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더불어 이번 파리 올림픽을 준비하는 U-23 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된 황 감독은 2년 6개월여의 시간이 주어졌는데도 올림픽 본선행에 실패하며 지도자 경력에 큰 오점을 남겼다.

돌파 시도하는 홍윤상 26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아시안컵 8강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경기. 한국 홍윤상이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한국이 인도네시아와 U-23 대표팀 간 대결에서 승리하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종전까지 5전 전승을 기록 중이었다.

A대표팀 성적만으로 매기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 인도네시아는 134위로 23위인 한국보다 111계단이나 아래에 있다.

2017∼2018년 한국 A대표팀을 이끌었으며 2020년부터는 인도네시아 A대표팀과 U-23 대표팀을 지휘해온 신태용 감독은 한국이라는 아시아의 '거함'을 침몰시키며 지도력을 과시했다.

인도네시아축구협회는 이날 경기에 앞서 신 감독과 2027년까지 재계약을 맺으며 힘을 실어줬다.

인도네시아는 1956년 멜버른 올림픽 이후 68년 만의 본선 진출에 도전한다.

한국은 조별리그 3차전과 마찬가지로 스리백 전술을 들고나왔다.

조현택(김천)과 이강희(경남), 변준수(광주)가 스리백을 구성했고 골키퍼 장갑은 백종범(서울)이 꼈다.

돌파 시도하는 정상빈 26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아시안컵 8강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경기. 한국 정상빈이 인도네시아 선수의 수비를 피해 드리블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좌우 윙백으로는 이태석(서울)과 황재원(대구)과 나섰고 중원에는 백상훈(서울)과 김동진(포항)이 배치됐다.

팀 내 최다 득점자인 이영준(김천)이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한 가운데 엄지성(광주)과 강성진(서울), 홍시후(인천)가 스리톱 공격진을 형성했다.

황선홍호는 예상과 다르게 시작부터 인도네시아에 크게 밀렸다.

전반전 점유율에서 48%-52%로 뒤졌고, 슈팅 수에서 1-7, 유효슈팅 수에서도 0-3으로 열세를 보였다.

한국은 전반 9분 프리킥 상황에서 나온 이강희의 벼락같은 중거리 슛이 골망 흔들면서 앞서나가는 듯했으나 주심이 비디오판독(VAR) 온필드리뷰를 한 결과 앞서 한국 공격수가 오프사이드 위치에 있던 것으로 확인돼 득점이 취소됐다.

정상빈, 극적 동점골 26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아시안컵 8강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경기. 한국 정상빈이 2-2 동점골을 성공시킨 뒤 환호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이후 계속 밀리던 한국은 전반 15분 만에 라파엘 스트라위크가 페널티아크 왼쪽에서 때린 중거리 슛에 선제골을 내줬다.

이번 대회 첫 실점을 내준 한국은 걷잡을 수 없이 흔들렸다.

전반 32분 마르셀리노 퍼디난이 스트라위크와 공을 주고받으며 골 지역 정면까지 파고들어 와 때린 슈팅이 골대 오른쪽으로 빗나갔다.

한국은 전반 45분 상대 자책골로 동점골을 넣는 행운을 누렸다.

엄지성이 오른쪽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헤더로 연결한 것이 인도네시아 수비수 코망 테구의 머리와 골키퍼 에르난도 아리의 손을 차례로 맞고 골대로 들어갔다.

겨우 한숨 돌리는 듯했던 한국은 불과 3분 뒤 스트라위크에게 수비진 실책에서 비롯된 어이없는 골을 내주고 말았다.

인도네시아 후방에서 한 번에 넘어온 공을 이강희와 백종범이 충분히 처리할 수 있었으나 호흡이 맞지 않았고, 결국 스트라위크에게 슈팅을 허용했다.

헤더 시도하는 변준수  26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AFC U-23 아시안컵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8강전 경기. 한국 변준수가 헤더슛을 시도하고 있다. 2024.4.26 [대한축구협회 제공]

패배 위기에 몰린 황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 카드 3장을 쓰며 공격적인 방향으로 큰 폭의 변화를 줬다.

홍시후, 이태석, 김동진이 빠지고 이영준, 정상빈(미네소타), 강상윤(수원FC)이 투입됐다.

이후 공세의 수위를 높이며 분위기를 가져가는 듯했던 한국은 이영준의 퇴장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상대 센터백 저스틴 허브너와 계속 신경전을 벌이던 이영준이 경합하던 허브너의 발목을 걷어찼다.

처음에 경고를 줬던 주심은 온필드리뷰를 하더니 후반 25분 레드카드로 고쳐 들었고, 한국은 수적 열세에 놓였다.

황 감독은 후반 30분에는 엄지성 대신 홍윤상(포항), 35분에는 강성진 대신 장시영(울산)을 그라운드로 내보냈다.

한국 선수들은 포기하지 않고 상대 진영을 몰아치더니 후반 39분 정상빈의 천금 같은 동점골로 2-2를 만들어 승부를 연장전으로 끌고 갔다.

역습 상황에서 홍윤상이 정상빈에게 패스했고, 정상빈은 골 지역 왼쪽에서 침착하게 오른발로 슈팅해 골대를 갈랐다.

10회 연속 올림픽 본선행 도전하는 황선홍 감독  26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AFC U-23 아시안컵 8강전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경기에 앞서 황선홍 감독이 선수들을 독려하고 있다. 2024.4.26 [대한축구협회 제공]

한국에는 황 감독이 후반 추가시간 항의하다가 레드카드를 받고 퇴장당하는 겹악재까지 찾아왔다.

연장 후반부터 한국은 처절하게 '두 줄 수비'를 펼쳤고, 결국 경기는 승부차기로 향했다.

양 팀 모두 6번 키커만 나란히 실패했을 뿐 모두가 승부차기에 성공해 나갔고, 12번 키커까지 페널티스폿에 서야 했다.

한국의 12번 키커 이강희의 슛이 골키퍼에게 막혔고, K리그1 수원FC에서 뛰는 인도네시아 측면 수비수 아르한의 마지막 슈팅이 오른쪽 골대에 꽂히면서 한국의 파리행 불발이 확정됐다. < 연합뉴스=안홍석 기자 >

‘근육 강직 증후군’ 투병 근황 전해

 

2019년 9월 캐나다 퀘벡주에서 공연 중인 셀린 디옹의 모습. [AP 연합]
 

희귀질환을 앓고 있는 캐나다 퀘백 출신의 유명 팝가수 셀린 디옹(55)이 “아무것도 나를 막을 수 없다”며 재활 치료에 전념 중인 근황을 전했다.

셀린 디옹은 22일(현지시각) 보그 프랑스와의 인터뷰에서 “일주일에 5일을 운동과 치료로 보내고 있다”며 투병 중에도 바쁜 일상을 전했다. 영화 ‘타이타닉’ 주제곡 ‘마이 하트 윌 고 온’(My Heart Will Go On)을 부른 디옹은 2022년 12월 희귀질환인 ‘근육 강직 증후군’(Stiff-Person Syndrome·SPS)을 앓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며 활동을 취소하고 치료에 전념해 왔다. 근육 강직 증후군은 신경 질환의 하나로 심한 근육 경직과 경련, 통증을 유발한다. 치료제는 아직 없으며 약을 통해 증상만 개선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디옹은 “기적이 있기를, 질환을 치료할 방법을 찾기를 바라지만 일단 지금은 질환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며 “자신에게 묻지 말아야 한다. 처음에는 ‘왜 나야?’, ‘왜 이런 일이 일어났지?’, ‘내 잘못인가?’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삶은 당신에게 어떤 답도 주지 않는다. 나에게는 두 개의 선택지가 있다. 운동선수처럼 열심히 훈련을 받고 일하거나, 스위치를 꺼버리고 그만두는 것이다. 나는 의료진과 온몸과 영혼을 다해 해보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질환과의 싸움에서 무엇이 가장 큰 힘이 되느냐’는 질문에 디옹은 “무엇보다 가족과 아이들의 사랑, 팬들의 응원”이라고 답했다. 그는 “같은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 가운데는 좋은 의사로부터 좋은 치료를 받기 어려운 사람도 있을 수 있다”며 “나에겐 수단이 있고 이건 선물이다. 게다가 내 안에는 힘이 있다. 아무것도 나를 막을 수 없다는 걸 안다”고 덧붙였다.

디옹은 다시 무대에 설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확신하지 못했다. 다만 그는 “그냥 기다리고 싶지는 않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게 힘들지만, 절대로 열정, 꿈, 결심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사람들은 항상 내가 노래하는 것을 보러 왔다. 그건 내가 ‘진짜 가수’라는 증거였다. 죽는 날까지 그 느낌을 사랑할 것”고 강조했다.

한편, 디옹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아이 엠: 셀린 디옹’이 올해 말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시엔엔(CNN)은 “투병 중에도 진정한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는 전설적인 가수의 여정을 1년 넘게 담았다”고 23일 전했다.  < 조해영 기자 >

 

64년만의 아시안컵 우승 물거품

유효슈팅 '제로'에 연이은 수비 실수 '와르르'…요르단에 사상 첫 패배

허무하게 끝난 우승 도전…6경기서 10실점 허술한 수비 조직력 노출

 

한국, 아시안컵 결승 진출 실패

6일 카타르 알라이얀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4강전 한국과 요르단 경기에서 0-2로 패배한 대표팀 선수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연합]

 

클린스만호가 요르단에 충격패하며 64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 도전을 멈췄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7일(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준결승전에서 요르단에 0-2로 완패했다.

한국은 '아시아 최강'을 자처하면서도 1956년 제1회 대회와 1960년 제2회 대회에서 2연패를 이룬 뒤로는 한 번도 아시안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했다.

이번에는 손흥민(토트넘),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김민재(뮌헨) 등 유럽 빅리거들이 공수에 포진해 역대 최강 전력이라는 평가까지 받아 우승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높았으나 64년 만의 우승 도전은 결국 실패로 끝났다.

 

희비교차

요르단 무사 알타마리에게 두번째 골을 허용한 대표팀 선수들이 허탈해 하고 있다.

 

한국은 이번 대회 6경기에서 10골이나 내줄 정도로 수비 조직력에 문제를 보였다.

한국은 준우승한 2015년 호주 대회와 8강까지 간 2019년 아랍에미리트(UAE) 대회를 합쳐 모두 4골을 내줬는데 이번 대회에서 그 두 배를 넘는 실점을 기록했다.

클린스만호는 지난해 9월 웨일스와 평가전부터 이어온 무패 행진을 12경기(8승 4무)에서 마감했다.

한국(23위)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 요르단(87위)보다 64계단이나 위에 있다.

아울러 요르단과 상대 전적에서 3승 3무를 기록 중이었는데 이날 사상 첫 패배를 당했다.

 

전방부터 압박하는 한국

 한국 김태환, 이강인, 이재성이 전방에서 마흐무드 알마르디를 압박하고 있다.

 

한국은 요르단과 조별리그 E조 2차전에서 역전당했다가 겨우 상대 자책골로 2-2 무승부를 만들더니, 이날은 지난 졸전을 '반변교사'로 삼지 못하고 완패하고 말았다.

특히 두 실점 장면 모두 한국 선수의 실수에서 비롯된 점이 뼈아프다.

이번 대회 최대 돌풍의 주인공이 된 요르단은 다음날 열리는 이란-카타르 경기 승자와 오는 11일 오전 0시 결승전을 치른다.

동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생존한 한국이 탈락하면서 이번 대회 우승 경쟁은 중동 팀들 간의 대결로 압축됐다.

 

VAR 판독 기다리는 손흥민

손흥민이 페널티킥 관련 주심의 VAR 판정을 기다리고 있다. 

 

클린스만호는 손흥민이 최전방에 서고 황희찬(울버햄프턴), 이강인이 좌우 공격을 맡는 삼각편대를 가동했다.

황인범(즈베즈다)과 이재성(마인츠), 박용우(알아인)가 중원에 포진했다.

경고 누적으로 출전하지 못하는 김민재(뮌헨) 대신 김영권과 정승현(이상 울산)이 중앙수비를 맡았다.

좌우 측면 수비는 설영우(울산)와 김태환(전북)이 책임졌고 골키퍼 장갑은 조현우(울산)가 꼈다.

한국은 슈팅 수에서 7대 17로 요르단에 밀렸다. 특히 유효슈팅은 하나도(요르단 7개) 시도하지 못했다.

한국은 전반 18분 누라 알라와브데가 역습 상황에서 시도한 슈팅, 전반 42분 발재간이 좋은 야잔 알나이마트가 수비진을 제치고 골지역 정면까지 들어가 왼발로 때린 슈팅을 모두 조현우의 선방으로 막아냈다.

한국은 전반 32분 황인범의 크로스에 이은 이재성이 헤더가 오른쪽 골대를 맞은 게 득점에 가까웠던 유일한 장면이었다.

 

누구 슛?

시저스킥을 시도하는 이강인 뒤로 이재성이 헤더를 시도하고 있다. 

 

앞서 전반 29분에는 설영우가 야잔 알아랍의 파울로부터 페널티킥을 얻어내는가 싶었으나 주심은 비디오판독(VAR)을 거쳐 알아랍의 파울이 아닌 것으로 결론 내렸다. 중계 화면으로는 오히려 설영우가 알아랍의 발을 밟은 것으로 보였다.

결국 선제골은 요르단의 차지였다. 요르단의 에이스 무사 알타마리와 가장 위협적인 움직임을 보이던 알나이마트가 첫 골을 합작했다.

후반 8분 부정확한 박용우의 백 패스를 탈취한 알타마리가 침투 패스를 찔러주자 알나이마트가 조현우를 넘기는 오른발 칩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선제골에 더욱 기세를 올린 요르단은 지속해서 한국 진영을 몰아치더니 후반 21분 추가골까지 넣었다.

 

항의하는 이강인

이강인이 요르단 페널티 박스에서 모하마드 아부 하쉬쉬의 태클에 넘어진 뒤 심판이 파울을 불지 않자 항의하고 있다. 

 

이번에도 한국이 실수를 범해 실점의 빌미를 내줬다.

센터서클 부근에서 황인범이 어설프가 공을 소유하다 빼앗겼고, 이를 가로챈 알타마리가 50여m를 홀로 드리블하더니 왼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한국은 후반 43분 문전으로 돌파해 들어간 조규성(미트윌란)이 바라 마리의 발에 걸려 넘어져 페널티킥을 얻어내는가 싶었으나 심판은 오히려 조규성의 시뮬레이션 파울을 선언하며 옐로카드를 내밀었다.  < 안홍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