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합의점 끝내 못 찾아 1995년 이후 27년 만에 연기

 

롭 맨프레드 메이저리그 사무국 커미셔너가 2일(한국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주피터 로저 딘 스타디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플로리다/AP 연합뉴스

 

올 시즌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정상 개막이 무산됐다. 노사가 합의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인데, 노사 분규로 리그 개막이 연기된 건 1995년 이후 27년 만의 일이다.

 

롭 맨프레드 메이저리그 사무국 커미셔너는 2일(한국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주피터 로저 딘 스타디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희망과 달리 노사 합의에 실패했다. 4월1일 개막을 연기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팀당 162경기 정규시즌 일정을 최대 156경기로 축소한다. 일단 개막 뒤 열릴 두 번의 시리즈(팀당 6경기)를 취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메이저리그는 현재 파행을 겪고 있다. 선수노조와 새 단체협약 합의를 이루지 못한 구단주 쪽이 지난해 12월2일 직장폐쇄를 단행했기 때문이다. 스프링캠프(2월17일 예정)와 시범경기(2월27일 예정)도 모두 연기됐다. 선수들은 구단 훈련 시설을 이용할 수 없고, 자유계약선수(FA) 협상도 멈췄다. 3월2일은 정규시즌 정상 개막을 위한 마지노선이었으나, 결국 합의가 무산되며 일정이 축소됐다.

 

선수노조 쪽에선 구단주가 직장폐쇄를 악용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토니 클락 선수노조 사무총장은 2일 협상 결렬 뒤 기자회견을 열어 “100억달러 규모 업계에서 구단주들이 경제적 무기를 자신들의 가장 가치 있는 자산인 선수들에게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쟁점은 결국 돈이다. 현지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구단주 쪽은 사치세 한도를 2022년 2억1000만달러에서 2026년 2억3000만달러로 높이자고 제안했지만, 선수노조 쪽은 올해 2억3800만달러로 출발해 2026년 2억6300만달러로 올리자고 했다.

 

연봉 조정신청 자격이 없는 젊은 선수들에게 주는 보너스 풀에서도 양쪽 입장은 팽팽히 맞섰다. 구단주 쪽은 기존 안 2500만달러에서 3000만달러로 안을 바꿨고, 선수노조 쪽은 1억1500만달러에서 8500만달러로 입장을 수정했지만, 합의점을 찾을 수 없었다. 이준희 기자

전쟁 발발 6일 만에 러시아 출전 금지 결단

UN 결의안 명분 삼았던 유고·남아공과 달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16년 11월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 궁에서 잔니 인판티노 피파 회장으로부터 선물 받은 2017 피파 컨페더레이션스컵 공인구를 차고 있다. 모스크바/AP 연합뉴스

 

“축구는 현재 완전히 단결했고, 충격에 휩싸인 우크라이나의 모든 이들과 전적으로 연대하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지난 1일 발표한 성명의 일부다. 이날 피파와 유럽축구연맹(UEFA)은 이들 단체가 주관하는 모든 국제 대회에서 러시아 국가대표팀과 클럽팀의 참가를 금지했다. 곧장 러시아는 2022 카타르월드컵 출전 길이 막혔고, 유로파리그 16강에 올라 있던 스파르타크 모스크바는 실격 처리됐다. 전례 없는 속도의 강경책이다.

 

피파는 수시로 회원국에 출전 금지 결정을 내려왔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직전인 지난달 24일에는 케냐와 짐바브웨가, 지난해 4월에는 파키스탄이 국제 대회 활동 자격을 박탈당한 바 있다. 정부나 제3세력이 축구협회에 과도하게 개입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축구 단체 바깥의 정치 상황이 징계로 이어진 대표적인 사례는 두 가지다. 1992년 발칸반도에서 전쟁을 일으켰던 유고슬라비아와 1961년 억압적인 인종분리정책을 펴면서 백인으로만 구성된 팀을 고집했던 남아프리카공화국이 피파의 제재를 받았다.

 

러시아 퇴출 결정은 이 둘과 다르다. 당시에는 유고의 잔학행위와 남아공의 인종차별을 규탄하는 국제연합(UN) 결의안이 먼저 나온 뒤에 이를 근거로 피파의 결정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이번에는 앞서 지난달 26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 이사국인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우크라이나 공격 중단과 철수를 요구하는 결의안이 부결됐음에도 피파는 과감한 정치적 판단을 내렸다.

 

‘제재(Sanction)’이라고 적힌 플라스틱 글자가 피파 로고와 러시아 국기 앞에 놓여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늘 ‘신중파’였던 피파를 움직인 것은 결국 국제 여론이었다. <이에스피엔>(ESPN)은 “피파는 정치 기관이 아니라 스포츠 기관이다. 유엔 지지 없이 정치적인 이유로 한 나라를 몰아내는 일은 차원이 다른 문제”라면서 “피파는 충분한 대중적 지지를 확인하고 싶어했다”고 설명했다. 폴란드와 스웨덴을 비롯한 유럽 10개국 축구협회가 앞장 선 러시아 보이콧과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28일 발표한 러시아 퇴출 권고안이 유엔의 대체재 구실을 했다는 분석이다.

 

다만 한쪽에는 피파의 이중잣대라는 시선도 존재한다. <이에스피엔>은 2003년 미국이 유엔 안보리 승인 없이 영국·호주·폴란드와 연합해 이라크를 침공했던 일, 2015년 사우디아라비아가 예멘을 공습한 일 등을 예시로 들며 당시에는 이들 국가에 대해 피파가 어떠한 제재도 가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스포츠계의 국제적인 러시아 퇴출 움직임은 가파르게 확산하고 있다. 2일 기준 축구를 비롯해 럭비, 테니스, 육상, 사이클, 볼링, 배드민턴, 농구, 스키, 빙상, 아이스하키가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러시아를 몰아냈다. 박강수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17년 1월 25일 러시아 석유회사 로스네프트의 대표 이고르 세친과 함께 있는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28일(현지시각) 러시아와 벨라루스 출신 선수들의 국제대회 출전을 금지하라고 권고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올림픽 훈장(Olympic Order)을 박탈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는 이날 집행위원회 회의 뒤 성명을 내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에 대해 “러시아 정부와 침략을 지지한 벨라루스 정부가 올림픽 휴전을 어겼다”며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데페아>(dpa)가 보도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는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들이 국제대회에 참가한다면 러시아의 침략으로 참가할 수 없게 된 우크라이나 선수들에게 공정하지 않다고 이번 결정의 배경을 밝혔다. 국제올림픽위는 이어 “글로벌 스포츠 경쟁의 진실성을 보호하기 위해, 그리고 참가자 모두의 안전을 위해” 모든 스포츠 종목의 국제연맹과 국제경기대회 주최 쪽에 러시아와 벨라루스의 선수의 참가를 불허할 것을 권고한다고 설명했다.

 

국제올림픽위는 또 푸틴 대통령과 드미트리 체르니셴코 부총리, 드미트리 코자크 대통령실 부실장에 수여된 올림픽 훈장을 박탈한다고 밝혔다. 국제올림픽위는 이에 대해 “상황의 예외적인 환경에 기초한 것이며, 러시아 정부의 매우 엄중한 올림픽 휴전 위반과 또 다른 올림픽 헌장 위반을 고려한 것”이라고 밝혔다. 박병수 기자

 

[우크라 침공] 중립국 스위스, EU의 대러 제재 동참키로

 

26일(현지시간) 스위스 베른에서 열린 반전 시위 [로이터 연합뉴스]

 

중립국 스위스도 28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의 러시아 제재에 동참하기로 했다고 AFP, dpa 통신이 보도했다.

 

이냐치오 카시스 스위스 대통령은 이날 연방 평의회 회의 뒤 열린 기자 회견에서 EU가 이미 러시아에 대해 부과하고 있는 모든 제재를 스위스도 채택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이는 스위스에 있어 큰 진전"이라고 말했다.

 

앞서 EU는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응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포함한 러시아 인사들의 역내 자산을 동결하고 입국을 금지하기로 했다.

 

그러나 EU 회원국이 아닌 중립국 스위스는 이러한 제재에 미온적인 입장을 보였다.

 

스위스는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독립을 승인했을 때 서방의 잇따른 제재 발표에도 동참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스위스는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당시 서방의 제재에 동참하지 않고, 일부 러시아 관리에 대해서만 여행을 금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스위스 내부에서 서방 진영에 동참하라는 여론이 높아졌다.

 

스위스 중앙은행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스위스에서 러시아인이 보유한 자산은 약 104억 스위스프랑(약 13조5천억원)에 달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게르기예프·마추예프 반대 여론 들끓자

독일에 있던 조성진에게 요청해 긴급 투입

 

피아니스트 조성진. 유니버설뮤직 제공

 

‘친 푸틴’ 행보를 해온 러시아 피아니스트의 미국 뉴욕 카네기홀 연주에 제동이 걸리면서 독일에 머물고 있던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긴급 대타’로 투입됐다. 2015년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한 조성진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의 여파로 25일(현지시각) 저녁 세계 최정상급인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빈필)와 갑작스러운 협연을 하게 된 것이다.

 

러시아의 세계적인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는 25~27일 빈필을 이끌고 연주할 계획이었으나, 카네기홀은 공연 하루 전날 이를 전격 취소했다. 빈필과 협연하기로 예정돼 있던 러시아 피아니스트 데니스 마추예프의 공연도 함께 취소됐다. 게르기예프와 마추예프 모두 푸틴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해왔다. 게르기예프의 공연을 앞두고 트위터에 ‘#CancelGergiev’(게르기예프를 취소하라)가 퍼지는 등 부정적 여론이 들끓었다.

 

카네기홀은 “공연은 예정대로 진행한다”며 지휘자를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인 야닉 네제 세갱으로 교체한다고 24일 밝혔다. 그러면서도 협연 피아니스트를 누구로 교체할지는 밝히지 않아 궁금증을 자아냈다. 카네기홀은 공연 당일인 25일에야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나서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조성진은 이번 공연에서 빈필과 함께 러시아 작곡가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연주한다. 이번 연주를 위해 독일 베를린에 머물던 조성진이 긴급히 나서준 데 대해 카네기홀과 빈필이 깊은 고마움을 표시했다고 미국 언론은 전했다.

 

                       러시아의 세계적인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 <한겨레> 자료사진

 

게르기예프는 그동안 노골적으로 푸틴을 지지해왔다.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반도를 침공해 합병하자 러시아 문화예술계 인사 19명과 함께 이를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1998년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우승한 마추예프도 이 서명에 함께했다. 게르기예프는 푸틴이 세번째 대선에 출마했을 때도 방송에서 지지 연설을 했다. 앞서 러시아가 조지아를 침공했을 때도 공공연하게 푸틴을 지지했다.

 

게르기예프에 대한 음악계의 압력도 높아지고 있다. 이탈리아 밀라노의 시장은 우크라이나 사태의 평화적 해결에 대한 지지를 명확히 하지 않으면 예정된 라스칼라 극장 공연을 취소하겠다고 게르기예프에게 통보했다. 게르기예프가 수석지휘자로 있는 독일 뮌헨 필하모닉도 그에게 명확한 의견 표명을 요구했다. 침묵하면 해고하겠다는 통보나 마찬가지다.

 

반면, 체코 필하모닉 음악감독인 러시아 출신 지휘자 세묜 비치코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강력히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체코 필하모닉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의 표시로 입주한 건물에 우크라이나 국기를 내걸었다. 러시아 출신 피아니스트 알렉산드르 멜니코프는 미국의 한 공연에 앞서 “러시아 출신이라는 데 대해 죄책감을 갖게 한 이들에게 화가 난다.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고 미국 언론이 전했다. 퀸엘리자베스 국제콩쿠르와 슈만 국제피아노콩쿠르에서 우승한 그는 한국에서도 몇차례 공연했다. 임석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