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인권운동가 "창피하고 터무니없으며 충격적"

 

여성 성폭행 사건과 관련해 인도 뉴델리에서 벌어진 항의 시위. [EPA=연합뉴스]

 

인도 법원이 여자 어린이를 추행한 남성에 대해 옷을 벗기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해 논란이 거세다.

26CNN 방송 등 외신과 현지 일간지 타임스오브인디아 등에 따르면 인도 뭄바이 고등법원의 푸슈파 가네디왈라 판사는 지난 1939세 남성의 아동 성폭력 혐의와 관련해 무죄 판결을 내렸다.

이 남성은 20161212세 여아를 집으로 데려와 가슴을 더듬으면서 속옷을 벗기려 한 혐의를 받았다.

가네디왈라 판사는 남성의 범행은 인정했지만 옷을 벗기지 않아 피부와 피부가 맞닿지 않았다는 이유로 성폭력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는 "더 엄격한 증거나 중대한 혐의가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대신 재판부는 성희롱 혐의만 인정,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이 남성은 하급심에서는 징역 3년을 선고 받았다.

이에 인권단체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재판부의 판결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여성인권운동가인 란자나 쿠마리는 이번 판결에 대해 "창피하고 터무니없으며 충격적"이라며 "사법적 신중함이 결여됐다"고 지적했다.

인도에서는 2012'뉴델리 여대생 버스 성폭행·살해 사건' 발생 후 성폭력 근절 목소리가 커지고 처벌도 강화됐지만, 관련 범죄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실정이다.

인도국가범죄기록국(NCRB)에 따르면 2018년 경찰에 집계된 성폭행 사건은 33977건에 달한다. 신고되지 않은 사건은 더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주거지 침입 땐 치명적 무력사용 정당방위"

 법원 "법조인의 윤리적 문제에 대한 경고"

 


미국의 한 변호사가 사람을 죽이고도 법적으로 처벌받지 않는 방법을 조언했다가 자격 정지 처분을 받는 일이 발생했다.

26ABC 방송에 따르면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에 사는 변호사 윈스턴 브래드쇼 시톤은 2017년 페이스북에서 "남자친구와 격한 다툼 끝에 헤어졌다"며 고민을 토로한 한 여성에게 이 같은 조언을 건넸다.

시톤은 '차량에 총기를 두고 다녀도 법적 문제가 없느냐'는 질문을 받고는 "만약 그를 죽이고 싶다면 집 안으로 들어오게끔 유인해라. 그가 당신을 신체적으로 해치려고 침입했고,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고 진술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리 새로운 정당방위 법이 생긴다 해도, 치명적인 무력 사용에는 '캐슬 독트린'(castle doctrine)을 적용하면 안전하다"는 자세한 설명까지 덧붙였다.

캐슬 독트린이란 타인이 본인의 주거 영역을 침범했을 경우 목숨을 빼앗는 무력을 가해도 정당방위로 인정하는 미국 형법상 원칙이다.

그러나 과거 미국 일부 지역에서는 집주인들이 자택 침입을 유도한 뒤 타인을 사살한 사건이 잇따라 발생해, 이를 악용한 것이 아니냐는 논쟁이 불거진 바 있다.

변호사인 시톤은 자신의 조언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는지, 페이스북 친구인 여성에게 "조언 내용을 평생 비밀로 유지해야 하고, 페이스북의 조언 글도 바로 삭제하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여성이 문제의 글을 삭제하기 전 여성의 헤어진 남자친구가 먼저 페이스북 글을 보고 화면을 캡처했다.

여성의 전 남자친구는 변호사를 통해 테네시의 '직업적 책임위원회'(BPR)에 알렸고, 시톤은 4년간의 자격 정지 처분을 받았다.

테네시 대법원 재판부는 "변호사가 소셜 미디어를 이용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윤리적 문제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라며 징계 사유를 설명했다.

시톤과 그의 변호사 사무실은 논란이 일자 페이스북을 통해 "냉소적으로 비꼬아 답한 것이었으나, 그런 답변을 한 것을 후회하고 있다"며 반성과 사죄의 뜻을 나타냈다.

정당방위 살인 조언한 변호사의 반성의 글.

테이 켈러 '호랑이를 잡을 때'한국 전래동화서 영감 얻어

모녀 문학가족엄마는 소설 '군 위안부' 쓴 노라 옥자 켈러

 

2021 뉴베리 메달 수상자 테이 켈러 [테이 켈러 홈페이지]

 

20대 한국계 미국인 작가가 어릴 적 외할머니에게 들은 한국 전래동화에서 영감을 받아 쓴 장편 동화책으로 미국의 아동·청소년 문학계 최고상을 받았다.

미국도서관협회(ALA)25, 지난해 출간된 아동·청소년 도서 중 분야별로 가장 뛰어난 작품을 선정해 소개하면서 테이 켈러(27)'호랑이를 잡을 때'(When You Trap a Tiger)'2021 뉴베리 메달'(John Newberry Medal) 수상작으로 발표했다.

1921년 처음 제정돼 이듬해부터 매년 수상자를 내는 뉴베리 메달은 '아동·청소년 도서계의 노벨상'으로 불린다.

뉴베리상 100번째 수상작이 된 '호랑이를 잡을 때'는 만 8세부터 12세 대상의 총 304쪽 분량으로, 작년 1월 펭귄 랜덤 하우스에 의해 출판됐다.

심사위원단은 이 책에 대해 "한국 전래동화에 생명을 불어넣은 마술적 사실주의(magical realism)의 걸작"이라며 "사랑과 상실, 희망을 생각해보게 한다"고 평했다.

이어 "할머니의 옛날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과거를 공유하고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음을 배운다"라고 부연했다.

켈러는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주인공) 릴리의 가족이 병든 할머니의 집으로 이사 들어가면서 벌어지는 일"이라며 "할머니가 들려준 한국 전래동화 속의 신비한 호랑이가 나타나 릴리로 하여금 가족의 비밀스러운 역사를 밝혀내게 한다"고 소개했다.

또 자신을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김치와 흑미밥, 이야기를 양분으로 자랐다"고 소개했다.

켈러는 앞서 2018년 소설 '깨지기 쉬운 것들의 과학'(The Science of Breakable Things)을 펴낸 후 "인종과 자아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를 쓰고 있다"고 말했다.

켈러의 어머니는 소설 '군 위안부'(Comfort Woman·1997)'여우 소녀'(Fox Girl·2002) 등을 쓴 노라 옥자 켈러(54).

2021 뉴베리 메달 수상작 '호랑이를 잡을 때' 표지

어머니 켈러는 한국인 어머니와 독일계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 태어나 세 살 때까지 서울에 살다가 하와이로 이주했다.

한편 시카고에 본부를 둔 ALA는 이와 함께 '칼데콧 메달'(Randolph Caldecott Medal), '코레타 스콧 킹 상'(Coretta Scott King Award), '마이클 프린츠 상'(Michael L. Printz Award) 등의 수상자를 엄선해 발표했다.

그림동화 부문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칼데콧 메달''우리는 물의 수호자'(We Are Water Protectors)의 그림을 그린 알래스카 출신 일러스트레이터 미카엘라 고드(30)에게 돌아갔다.

1937년 칼데콧 메달이 제정된 이래 미국 원주민이 이 상을 받은 것은 처음이라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ALA가 마틴 루서 킹 주니어 목사의 부인 코레타 스콧 킹을 기리기 위해 흑인작가를 대상으로 제정한 '코레타 스콧 킹 상'의 작가 부문 수상자는 '비포 더 에버 애프터'(Before the Ever After)를 쓴 재클린 우드슨, 삽화 부문 수상자는 '리스펙트'(R-E-S-P-E-C-T)의 그림을 그린 프랭클린 모리슨이 각각 선정됐다.

청소년 작가 대상 최우수 작품에 주어지는 '마이클 프린츠 상'은 대니얼 네이예리의 '에브리싱 새드 이즈 언트루'(Everything Sad Is Untrue)에게 돌아갔다.

국제구호기구 옥스팜, ‘다보스포럼보고서

빈곤 인구 2030년엔 5억명까지 늘 것

경제학자 87% “코로나로 소득 불평등 심화

 


억만장자들은 코로나19 손실을 1년 채 안 돼 메운 반면 빈곤층은 10년이 걸려도 회복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억만장자들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손실을 회복하는 데 단지 9개월이 걸린 반면, 빈곤인구는 10년이 지나도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제시됐다.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은 25일부터 닷새 동안 온라인으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 연례회의(다보스포럼)를 맞아 발표한 <불평등 바이러스> 보고서에서 지구 상에서 가장 부유한 1천명은 9개월 만에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손해를 되돌렸다고 밝혔다.


옥스팜 분석팀은 에스&500지수가 최고치를 기록한 지난해 219일 상위 부유층 1000명의 재산을 100으로 놓고 이후 재산 추이를 비교했다. 억만장자들의 부는 3월에는 70.3까지 떨어졌으나 1130일에는 99.9 수준으로 원상복귀했다. 세계 부호 10명의 재산은 지난해 318일 연간 포브스 억만장자 순위 발표 이후 연말까지 5400억달러(600조원)가 늘어났다.

보고서는 하지만 코로나19는 대공황 이후 가장 심각한 경제 충격을 발생시켜 수억명이 일자리를 잃고 빈곤과 기아에 직면하고 있다빈곤층은 10년이 넘어도 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지 못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세계은행(IBRD)은 현재의 불평등이 심해지면 하루 5.5달러 미만으로 생활하는 빈곤 인구가 2030년에는 51천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옥스팜은 보고서에 제프리 삭스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 가브리엘 주크먼 유시버클리 교수, 자야티 고시 인도 자와할랄 네루대 교수 등 79개국 295명의 경제학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도 실었다. 응답자의 87%는 코로나19로 자국 소득 불평등이 심해지거나 극도로 심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또 성 불평등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데 56%, 인종 불평등 심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66%가 동의했다. 이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