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타리오주 정부가 COVID-19와 관련, 현재 시행중인 봉쇄 3단계 조치의 단계적 완화방침을 밝혔다. 일단 10월25일부터 식당과 체육관 등 백신접종 증명이 필요한 시설과 업소 등의 인원제한을 해제한다. 이어 내년 3월까지 마스크 의무화, 백신 여권 제도 등을 포함한 공중보건 제한을 단계적으로 모두 풀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더그 포드 수상은 22일 오후 퀸즈 파크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공중보건 제한 3단계를 종료하는 점진적 계획을 상세히 설명했다. 하지만 포드 수상은 "우리는 가장 조심스러워야 할 지역 중 하나이지만 온타리오 시민들이 열심히 노력한 것을 고려할 때 혜택이 주어져야 한다“고 햬제계획의 배경을 밝히고 ”하지만 조심스럽다는 단어를 강조하겠다. 우리는 항상 조심해왔고 나도 매우 조심할 것이다. 만약 우리가 안정적인 숫자를 보지 못한다면, 실행하지 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단계적 해제에 따른 개인적 방역지침 준수를 강조했다.
온타리오 주는 공중보건 지표가 긍정적으로 유지되는 한 향후 6개월 동안 남아 있는 공중보건 제한을 모두 해제하는 '점진적 접근'을 한다는 계획이다.
25일(월) 새벽 0시1분부터 시작되는 1단계에서는 식당과 체육관 등 백신 접종 증명이 필요한 대부분의 시설에서 수용인원 제한이 해제된다. 주 정부는 또 각 사업장에서 백신접종 규율을 도입하는 한 25일자로 수용인원 제한을 대폭 해제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는 개인 돌봄 서비스와 박물관 등도 전염병이 시작된 이래 처음으로 개방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혼식, 장례식, 종교 예배도 허용되지만 백신접종 증명이 되는 경우에만 허용된다.
오는 2022년 1월17일부터는 겨울방학에 이어 나타나는 '우려 동향'이 없는 한 예방접종 증명이 필요 없는 경우를 설정해 수용인원 제한을 단계적으로 해제하기 시작한다고 밝혔다. 또한 식당, 술집, 스포츠 및 레크리에이션 시설, 카지노, 빙고 홀 등 일부 환경에 대한 백신 접종 증명도 동시에 해제하기 시작할 수 있다고 보건당국은 전했다.
이어 그 3주 후인 2월7일에는 나이트클럽, 스트립클럽, 목욕탕 등 고위험 시설에 대한 백신접종 요건 또한 해제할 계획이다.
주 정부는 또 내년 3월28일을 개인이 실내 공공환경에 있을 때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하는 등의 남은 공공보건•직장 안전조치를 모두 해제하는 목표일로 정했다.
키런 무어 주정부 보건 최고 의료 책임자는 "3월까지 온타리오에서 백신 접종 전략을 극대화하고 이 바이러스가 번식할 수 있는 숙주가 사라질 정도로 더 많은 온타리아인들이 면역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는 세 번째 접종 전략을 완성할 예정이며 5세에서 11세까지의 어린이들을 위한 백신접종 전략도 완성할 것이다. 아울러 우리는 이 바이러스와 함께 사는 법을 배워야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기준으로 온타리오주에서는 백신 접종 대상 주민의 83.6%가 2회 접종을 완료했고 최소 1회 접종 비율이 87.7%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두환 옹호’ 발언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이번엔 공식 에스엔에스(SNS)에 반려견에게 사과를 주는 사진을 게시해 논란에 휩싸였다. ‘전두환 미화 망언’을 사과한 당일 밤에 ‘사과는 개에게 주라’고 해석되는 조롱성 사진을 올리면서, 사과의 진정성은 물론 대선 후보로서의 자질까지 의심받고 있다.
굳이 이 시점에…24시간 사이 세차례 ‘먹는 사과 사진’ 올린 윤석열
22일 오전 0시10분께 윤 전 총장 개인 인스타그램엔 ‘먹는 사과’ 사진이 게시됐다. 나무에 끈으로 사과를 달아놓은 사진과 함께 “석열이형이 어렸을 적 아버지는 퇴근길에 사과를 하나씩 사 오셨대요. 그러고는 몰래 마당에 있는 나무에 사과를 실로 묶어두었답니다”라는 내용이 게시됐다.
비슷한 시간, 윤 전 총장의 반려견 토리의 사진을 모아둔 인스타그램에도 사진이 올라왔다. 누군가 토리에게 사과를 주는 모습과 함께 “오늘 또 아빠가 나무에서 인도사과 따왔나 봐요. 토리는 아빠 닮아서 인도사과 좋아해요”라는 글이 게시됐다. 두 사진 모두 공개된 뒤 1시간여가 지나 삭제됐다.
윤 전 총장이 만 하루 사이 인스타그램에 사과 사진을 올린 건 총 세 차례다. 윤 전 총장 공식 인스타그램엔 지난 21일 새벽에도 돌잔치 때 그가 사과를 잡고 있는 사진과 함께 “석열이형은 지금도 과일 중에 사과를 가장 좋아한답니다”라는 글이 올라온 바 있다. 지난 19일 오전 윤 전 총장이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는 잘했다”며 ‘전두환 옹호 발언’을 한 뒤 사과 대신 “곡해하면 안된다”며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을 때였다. ‘사과를 좋아한다’는 장난스러운 사진은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한 격이었다.
그는 21일 오전 청년공약 발표 기자회견에서 결국 “부적절했다는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고 유감을 표한다”고 했지만, 그런 뒤에도 “아무리 내가 생각해도 할 만한 말이라고 생각했더라도 받아들이는 국민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하면 그 비판을 수용하는 것이 맞는다는 것”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21일 오후가 돼서야 페이스북을 통해 “전두환 정권에 고통을 당하신 분들께 송구하다는 말씀드린다”는 글을 추가로 올리며 거듭 몸을 낮췄으나, 그날 밤 다시 ‘사과 사진’이 올라온 것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인스타그램 갈무리
윤 캠프 “실무자의 실수”라지만…캠프 난맥상 표출 지적 이어져
‘사과 사진’을 별 문제 아닌 듯 여긴 캠프의 초기 수습 과정도 도마에 올랐다. 캠프에서 종합지원본부장을 맡은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오전 <문화방송>(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인스타그램은 그냥 ‘약간 재미를 가미한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될 것”이라며 “너무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 없다”고 가볍게 응수했다가, 2시간여 만에 “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해 추정해서 말한 것”이라며 “더욱 사려깊게 임하겠다”고 사과했다.
이어 캠프는 입장문을 통해 “반려견 인스타 계정은 평소 의인화해서 반어적으로 표현하는 소통수단으로 활용했다. 실무자가 가볍게 생각해 사진을 게재했다가 실수를 인정하고 바로 내렸다”며 “앞으로 신중하게 게시하겠다. 시스템을 재정비하겠다”고 사과했다. 캠프는 이후 토리 인스타그램 계정 자체를 아예 삭제했다.
그러나 실언 뒤 뒤늦은 사과, 사태의 심각성을 간과한 가벼운 행동이 이어지자 애초 윤 전 총장의 ‘찔끔 사과’ 또한 진정성이 없었던 것이란 비판이 들끓었다. 자중해야 할 시점에 등장한 ‘사과 사진’은 후보 개인과 캠프의 총체적인 난맥상이 터진 것이란 지적이다.
윤 전 총장 캠프 관계자는 사과 사진이 게시된 배경을 두고 “사과가 가을 특산물이기 때문에 주제로 사진을 찍어 게시한 것”이라며 “캠프 내 커뮤니케이션이 원할하지 않은 상황에서 (전두환 발언 이슈를 고려하지 못하고) 기존에 정해둔 콘셉트를 그대로 가져가는 바람에 논란이 확대됐다. 한 표 한 표가 중요한 상황에서 상식적으로 일부러 사과 사진을 올릴 이유가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반려견이 등장한 사진이 촬영·게시된 상황을 윤 전 총장과 가족이 정말 관여하지 않았는지를 두고도 의구심은 커지고 있다. 특히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문제 사진 속 반려견 눈동자에 다리를 벌리고 앉은 윤 전 총장과 여성의 모습이 비친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반려견 계정을 윤 전 총장의 배우자인 김건희씨가 직접 운영해왔다는 뒷말까지 돌아다니면서 윤 전 총장이 사진 게시를 알고 있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이에 캠프 관계자는 “해당 사진은 20일 밤 11시께 촬영했고, 촬영 장소도 집이 아닌 인근 사무실”이라며 “윤 전 총장은 당시 대구에서 토론회를 끝나고 서울로 올라오기도 전이었다. 사진에 등장한 사과를 건네는 손도 윤 전 총장의 배우자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실무자가 편의상 보고 없이 게시해버린 것이다. 통상 게시 내용, 시기를 잡아서 에스엔에스를 활용하는데 그런 판단을 거치지 않고 바로 나가게 된 것”이라며 “캠프가 간과한 게 실수”라고 책임을 캠프 실무자에게 돌렸다.
실언 뒤 뒤늦은 오락가락 사과, 일탈급 행보…반복되는 논란에 당내도 부글부글
당내에서도 도를 넘어섰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준석 대표는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상식을 초월한다”며 “착잡하다”고 글을 올렸다. 홍준표 의원도 페이스북에 “부적선거에 이어 ‘개사과’ 까지 갈데까지 간 야당 경선”이라며 “이쯤 해서 밑천도 다 들통 났으니 결단 하시라. 야당 경선을 국민적 조롱감으로 만들고 모처럼 불기 시작한 야당붐에 찬물 그만 끼얹고 그만 두시고 매일매일 토리와 부인과 같이 인도사과 게임이나 하시라”고 꼬집었다.
유승민 전 의원 캠프의 권성주 대변인은 논평에서 “사과는 개나 주라는 윤석열 후보, 국민 조롱을 멈춰라”라며 “자신의 망언에 대한 사과 요청에 과일 사과 사진을 에스엔에스에 올려 국민을 조롱하더니, 끝내 겨우 ‘송구’하다 말한 그날 심야엔 개에게 사과를 주는 사진을 추가로 올렸다. 누가 봐도 사진의 의미와 의도는 명확했다. ‘사과는 개나 주라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민심을 등 돌리게 한 ‘전두환 망언’, 뒤끝있는 사과, 국민 우롱성 ‘사과 사진’까지 이어진 3연타 악재는 결국 본선에서도 윤 전 총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겨레>에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진위가 왜곡됐다’는 반응이 먼저 나오는 것은 지도자의 기초적 소양인 ‘성찰’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라며 “실무자의 실수라 하더라도 그걸 관리하지 못한 시스템 부재는 후보가 책임질 문제다. 상식을 벗어난 행동이 거듭되고, 열성 지지층 반응에만 몰두한 행보를 보인다면 본선에서는 치명적”이라고 짚었다. 김미나 기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이틀째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다른 정상들과 대화하고 있다.
퇴임을 앞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2일 마지막으로 참석하는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다른 회원국 정상들로부터 기립박수를 받았다.
AFP 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부터 이틀 일정으로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 둘째 날 회의에서 다른 26개 회원국 정상들은 본격적인 현안 논의에 앞서 환송 행사를 열고 기립박수로 메르켈 총리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
이날 회의는 지난 16년간 EU의 가장 영향력 있는 지도자로 역할을 했던 메르켈 총리가 마지막으로 참석하는 EU 정상회의였다.
EU 정상회의서 정겹게 담소하는 메르켈·마크롱=유럽연합(EU) 정상회의 둘째 날인 22일 벨기에 브뤼셀의 유럽의회에서 앙겔라 메르켈(왼쪽) 독일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오른쪽) 프랑스 대통령이 다정히 어깨 위에 손을 얹고 담소하고 있다. EU 정상들은 이틀 일정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에너지 가격 급등, 이민 문제 등을 논의한 뒤 이날 회의를 마쳤다.
메르켈 총리가 재임 기간 참석한 EU 정상회의는 107회다. 그는 이를 통해 유로존 재정 위기, 난민 위기,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경제 회복 기금 설치 등 최근 유럽 역사의 주요 사건들을 논의하며 회원국들과 대응을 조율했다.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메르켈 총리를 위한 비공개 헌사에서 "당신은 하나의 기념물"이라면서 메르켈 총리 없는 EU 정상회의는 "바티칸 없는 로마 혹은 에펠탑 없는 파리와 같다"라고 말했다고 한 관리가 전했다.
다른 회원국 정상들도 메르켈 총리를 향해 찬사를 보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이틀째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 도착하고 있다.
알렉산더르 더크로 벨기에 총리는 메르켈 총리는 "지난 16년간 어려운 시기에 우리 27개국 모두가 인류애를 갖고 옳은 결정을 내리도록 도우면서 유럽에 그의 흔적을 남겼다"라고 말했다.
자비에 베텔 룩셈부르크 총리도 메르켈 총리는 "타협 제조기"라면서 여러 차례 있었던 회원국 간 마라톤협상에서 그는 늘 "우리를 단합시키기 위한 무엇인가를 찾아냈다. 유럽은 그가 그리울 것"이라고 밝혔다.
메르켈 총리는 이번 EU 정상회의에서도 EU의 조약·결정보다 폴란드 헌법이 더 앞선다고 한 폴란드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둘러싼 EU 내 갈등과 관련, 타협과 대화를 강조했다.
EU 회원국 정상들은 전날에는 사회적 거리를 둔 채 모두 모여 단체 사진을 찍기도 했다.
21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회원국 정상들이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
메르켈이 ‘무티’(Mutti)라 불리기까지
동독 여성 과학자 출신이라는 약점이
인내하고 기다려 중재와 합의 끌어내는 장점으로
근거리 관찰과 폭넓은 인터뷰로 조명한 메르켈 정치역정
메르켈 리더십
합의에 이르는 힘
케이티 마튼 지음, 윤철희 옮김 l 모비딕북스
“나는 서독에서 살았다면 교사가 됐을 가능성이 커요.” 루터교 신자가 아니었다면, 여성이 아니었다면, 과학자가 아니었다면, 동서독이 통일되지 않았다면, 무엇보다 동독 출신이 아니었다면, ‘무티’(Mutti·엄마)는 없었을 것이다. 앙겔라 메르켈이 없었다면, 세계는 지금과 다를지 모른다. 최소한, 유럽은 지금의 유럽이 아니었을 것이다. 2005년 11월부터 2021년 9월까지 16년간 4차례에 걸쳐 독일 총리를 지낸 앙겔라 메르켈의 정치 인생을 담은 <메르켈 리더십>은 그의 리더십을 알기 쉽게 정리해놓은 ‘실용서’가 아니다. 메르켈이 동독에서 성장한 여성으로서, 루터교 목사인 아버지에게 영향받은 기독교적 신념과 과학자 활동을 하며 체득한 합리성을 함께 지닌 정치인으로서, 리더십을 형성하고 세계 정치를 이끄는 역정을 그린 대하드라마라 해야 할 것이다. 메르켈이 어떻게 메르켈이 되었는가를 깊고 넓게 살피는 과정은, 메르켈의 정치 인생이 그 자체로 세계사의 중요한 한 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통일 이후 독일을 중심으로 현대 정치사를 들여다보는 작업이기도 하다.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는, 카메라 앞에 설 때 팔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라 난감해하다가 양손을 모으는 자세를 취하기로 했다. 그 이후 카메라 앞에 설 때마다 양손을 마름모 모양으로 모았다. 이를 두고 ‘메르켈 마름모’(Die Merkel-Raute) 또는 메르켈의 다이아몬드라고 사람들은 불렀다. 이 손 모양은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는, 카메라 앞에 설 때 팔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라 난감해하다가 양손을 모으는 자세를 취하기로 했다. 그 이후 카메라 앞에 설 때마다 양손을 마름모 모양으로 모았다. 이를 두고 ‘메르켈 마름모’(Die Merkel-Raute) 또는 메르켈의 다이아몬드라고 사람들은 불렀다. 이 손 모양은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조심성, 통제 의지, 자제력, 인내심, 기다림…. 말하기보다 듣기를 즐기고, 표정을 감추며 정치적 수사를 극도로 자제하는 담백하지만 까다로운 인물. 냉철한 이성과 무욕의 겸손함은 그의 정치 인생을 관통하며 민주주의란 어떻게 가능한가를 역설한다. 그가 동독에서 자라났기 때문일 것이다. 메르켈의 아버지는 동베를린으로 제 발로 걸어 들어갔다. ‘종교를 민중의 아편’이라 여기는 사회로 이주한 목사의 딸은 소수자였다. 메르켈은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고 고발하는 감옥 같은 곳에 안착할 수 없었다. 1985년은 메르켈에게 중요한 해다. 당시 서독 대통령 리하르트 폰 바이츠제커는 종전 40돌 기념식에서 이렇게 연설했다. “우리는 편협하지 않은 시선으로 진실을 바라봐야 합니다. 더 솔직해질수록, 그 결과를 더 자유로이 직면할 수 있습니다. (…) 역사에 길이 기록될 집단 학살로 독일 강제수용소에서 목숨을 잃은 유대인 600만명을 기억하십시오.” 나치에 희생당한 공산주의자들만 주입식으로 배운 메르켈은 충격 속에 눈을 떴다. 메르켈 리더십 중심에 ‘쇼아’(Shoah, 히브리어로 절멸)가 자리잡게 된 사건이다. 독일은 유대인에게 영원히 빚졌다는 메르켈의 확신은, 홀로코스트를 유대인의 언어로 인식하게 했다.
독일인들은 1989년 11월9일 베를린 장벽을 28년 만에 무너뜨렸다. 이미 동독인들의 대탈출과 시위가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었다. 동독에 자유의 바람이 부는 가운데, 메르켈은 1989년 12월 동독 신생정당 ‘민주적 각성’(DA)에 입당하는데, 당수 안드레아스 아펠트는 그를 이렇게 기억했다. “웬만해서는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무척 겸손한 사람이었습니다.” 서른다섯살로 보이지 않았고 펑퍼짐한 코듀로이 치마에 샌들을 신고 독일 남자들 같은 단발머리를 한 채 당사 한쪽에서 사무용 컴퓨터를 조립하는 메르켈은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렇게 당 대변인으로 선임된, 과학자의 성실성과 뒤로 물러나 기다릴 줄 아는 신중한 성품을 지닌 그에게는 이보다 더 큰 기회가 기다리고 있었다. 1990년 10월 통일 직후 기독민주연합(CDU) 소속 헬무트 콜 총리는 동독 출신 여성을 내각에 포함시킬 정치적 이유가 충분했다. 마침 ‘민주적 각성’은 기독민주연합과 합당한 터였고, 동독 출신 남성 정치인들은 과거 동독 정보기관 ‘슈타지’ 행각이 발각되며 줄줄이 나가떨어졌다. 메르켈은 콜의 지명을 받아 최연소 여성 장관으로 입각한다.
콜이 ‘동독 출신의 메트헨(Mädchen·아가씨)’으로 부르던 메르켈은 결코 고분고분하지 않았다. 환경장관으로 교토의정서 체결에 주요한 역할을 해내고, 정치적 부모와 다름없는 콜 총리의 부정부패를 해당 행위로 규정한다. 그렇게 메르켈은 2000년, 콜 총리의 ‘메트헨’으로 독일 정치의 중심에 발을 내디딘 지 10년 만에 당 대표를 차지한다. 보수적인 남성들로 가득한 당을 장악해야 할 과제 앞에서 메르켈은 성실하고 겸손한 태도로 그저 해야 할 일을 묵묵히 수행해나가 5년 뒤엔 총리에 오른다. 이 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메르켈과 미국, 러시아, 유럽 지도자들과의 관계다. 특히 블라디미르 푸틴과 유일하게 맞상대할 수 있었던 메르켈의 활약상은 영화를 보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한다. 메르켈이 없었다면, 푸틴의 각종 도발은 3차 대전의 참화로 이어졌을지도 모른다. 버락 오바마 당선 이후 관계를 맺어가는 메르켈의 모습은 노련함이 어디에서 기원하는가를 잘 보여준다. 도널드 트럼프마저 어렵사리 길들이는 장면에서는 정치인의 책임감이란 무엇인지 절절히 느낄 수 있다.
<메르켈 리더십>이 쉽고 재밌게 읽히는 것은, 저자 케이티 마튼의 힘이다. 헝가리 출신으로 미국 <에이비시>(ABC) 서독 특파원을 지낸 저자는 4년간 메르켈의 집무실을 드나들 자격을 얻었고, 헨리 키신저, 조지프 스티글리츠, 요아힘 가우크, 폴커 슐뢴도르프 등 거물들을 비롯해 100명이 넘는 이들을 인터뷰했다. 메르켈에 대한 상찬만 가득한 책이 아니다. 중동 난민을 대거 받아들이기로 한 메르켈의 결정은 위대했지만, 그의 장점은 또한 단점으로 작용하기도 했음을 명확히 지적한다. 메르켈의 합리적 태도는, 난민 유입에 따른 옛 동독 지역 주민들의 불안감과 박탈감, 불만을 충분히 감싸안지 못했다는 것이다. 메르켈의 낙관주의와 과도한 실용적 관점은 독일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발호하는 위기를 막는 데 한계를 드러냈다. 앞으로 메르켈이 없는 독일은, 유럽은, 세계는 어디로 갈 것인가. 2019년 12월 메르켈은 처음으로 아우슈비츠를 찾아 연설했다. “우리는 믿음과 출신이 다른 사람들을 향해 편견을 조장하고 분노를 선동하는 이들에 맞서야 합니다. (…) 이것은 협상의 대상이 아닙니다.” 김진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