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청 “차세대 중형위성 3호, 지상국 초기 교신도 성공”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27일 새벽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한국이 독자 개발한 발사체 ‘누리호’의 발사가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2021년 1차 발사 이후 이날로 4차 발사이며, 최초의 야간 발사다.

 

누리호 발사가 종료된 직후인 27일 새벽 2시40분 윤영빈 우주항공청장은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1시13분 누리호가 발사됐으며, 원격수신정보 초기 분석 결과 누리호가 차세대 중형위성 3호와 큐브위성 12기를 목표 궤도(600㎞)에 성공적으로 분리·안착시켰다”라고 밝혔다.

 

이어 “1시55분 차세대 중형위성 3호와 남극세종기지 지상국 사이 첫 교신을 통해 태양전지판 전개 등 위성 상태가 정상임을 확인했다. 부탑재위성 12기도 일정에 따라 순차적으로 지상국과 교신해 상태를 확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누리호가 이날 궤도에 올린 위성 13기와의 교신 결과는 27일 낮 12시께 발표된다.

 

27일 윤영빈 우주항공청장이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브리핑을 열어 누리호 발사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우주항공청 제공

 

누리호는 애초 이날 0시55분에 발사될 예정이었으나 압력 센서 이상으로 예정된 시각에서 한 차례 연기된 1시13분에 발사됐다. 이륙 뒤 122.3초 시점에 1단 발사체가 분리됐고(고도 65.7㎞), 230.2초엔 페어링(머리 부위 덮개)이 분리됐다(고도 211.1㎞). 이후 263.1초에 2단 발사체 분리(고도 263.1㎞)가 순차적으로 이뤄졌다. 이후 3단 발사체가 741.1초에 목표 고도 600㎞에 이르러 위성이 차례대로 사출됐다.

 

발사 790.9초 뒤에는 ‘차세대 중형위성 3호’가, 이후 약 20초 간격으로 큐브 위성들이 2개씩 분리됐다. 위성들이 다 분리된 뒤 3단 발사체는 분리된 위성과 충돌 방지를 위해 멀리 떨어지는 ‘회피 기동’을 한 데 이어 모든 잔여 연료와 산화제를 우주 공간으로 방출한 뒤 비행을 마무리했다. 비행 자료는 항공우주연구원의 나로우주센터와 제주, 팔라우(남태평양) 추적소 등에서 수집했다.

 

항공우주연구원 유튜브 갈무리

 

이날 나로우주센터에선 각 단계를 이행했다는 음성 안내 방송이 나올 때마다 박수가 터져 나왔다. 누리호 발사 실황을 중계하는 항공우주연구원 유튜브 채널엔 9만명이 넘는 이들이 접속해 누리호 발사 과정을 실시간으로 지켜봤다. 윤 청장은 “오늘 4차 발사까지 성공해 누리호의 신뢰성을 높임과 동시에 우리나라의 자주적인 국가 우주개발 역량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며 “앞으로 2027년까지 누리호를 2차례 더 발사함과 동시에 누리호보다 성능이 향상된 차세대발사체 개발을 추진해 우리나라의 우주 개발 역량을 더욱 키워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 박기용 기자 >

 

우주항공청 제공

 

이재명 대통령 “누리호 발사 성공 축하…한국 우주개발 역사 새로운 장”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5일(현지시각) 튀르키예 앙카라의 한 호텔에서 열린 동포·지상사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이재명 대통령이 27일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II) 발사 성공에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대한민국 우주 개발 역사의 새로운 장을 연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에 “오늘 새벽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실용 위성을 목표 궤도에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가슴이 벅차오른다”며 이렇게 적었다. 이어 “ 밤낮없이 힘을 다해주신 연구진과 관련 산업 종사자분들께 깊은 감사와 격려의 마음을 전한다”고도 밝혔다.

 

누리호는 이날 오전 1시13분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된 뒤, 실어놓은 위성 13기를 모두 우주공간으로 옮기는 데 성공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주항공청,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오전 2시40분 브리핑을 통해 누리호 4차 발사가 성공적으로 임무를 완수했다고 발표했다.

 

이 대통령은 “멈출 줄 모르는 혁신으로 대한민국의 우주 시대를 열어가고 있는 여러분이 참 자랑스럽다”며 “ 발사가 무사히 진행될 수 있도록 힘써주신 고흥 지역 주민분들과 군인, 경찰, 소방 관계자분들께도 깊은 감사를 전한다”고 말했다.

 

또 “이번 4차 발사는 민간 기업(한화에어로스페이스)이 발사체 제작부터 운용까지 전 과정에 참여해 성공을 이끌어 낸 첫 사례”라면서 “우리 과학기술의 자립을 증명해 낸 만큼, 미래 세대가 더 큰 가능성을 향해 과감히 도전할 수 있는 주춧돌이 되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 과학기술로 국민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나아가 대한민국을 글로벌 5대 우주 강국으로 도약시키기 위한 우리의 도전은 계속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정부는 우리 과학기술인들이 자유롭고 당당하게 혁신의 길을 개척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 오늘의 성공을 바탕으로 우주 강국으로 도약할 대한민국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 고경주 기자 >

 

32층 높이 아파트 8개 블록에 2000가구 이상 거주

45명은 위중.. ‘과실치사’ 혐의 건설사 직원 3명 체포

 

 
 
26일 대형 화재가 발생한 홍콩 고층 아파트. AFP=연합
 

홍콩 고층 아파트 단지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의 사망자가 44명으로 늘었다. 실종자도 279명으로 집계돼, 30여년 만에 홍콩에서 일어난 최악의 화재 참사로 전해지고 있다. 홍콩 경찰은 과실치사 혐의로 건설 회사 직원 3명을 체포했다.

 

27일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북부 신계지구 타이포구에 있는 주거용 고층 아파트 단지인 왕푹 코트에서 난 불로 소방관을 포함해 최소 44명이 숨졌다. 45명은 위중한 상태이며 279명이 실종 상태다. 소방 당국은 밤새 진화 및 구조 작업을 펼쳤으나, 32층 높이의 아파트가 8개 블록에 걸쳐 2000가구 이상이 거주하는 규모 탓에 여전히 많은 이들이 빌딩 안에 갇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통신은 전했다.

 

앞서 이날 새벽 홍콩 행정수반인 존 리 행정장관은 “현장의 화재는 기본적으로 통제됐다”며 “화재로 최소 36명이 사망하고 279명이 실종됐다”고 말했다. 불이 난 7개의 동 가운데 4개 동에서 불이 진화됐으며, 현재까지 3개 동은 진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8개의 대피소에 900여명이 피신해 있다.

 

26일 밤 홍콩 북부 타이포구의 고층 아파트에서 난 불을 대피한 주민들이 진화 작업이 진행 중인 아파트를 올려다보고 있다. 로이터 연합
 

화재의 원인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불은 보수 공사가 진행되던 건물에 설치된 가설 구조물인 대나무 비계에서 시작돼 공사용 안전망으로 옮겨붙으면서 퍼졌다. 홍콩 건설 현장에서 흔히 쓰이는 대나무 비계는 안전 문제로 지난 3월부터 단계적 폐쇄 방침이 세워졌다고 통신은 전했다. 경찰은 건물이 화재 기준에 미달하는 안전망과 플라스틱으로 덮여 있었고, 이에 더해 한 건물의 창문은 건설 회사가 유지 보수 작업을 진행하면서 설치한 폼 소재로 밀봉되어 있었다고 한다. 다행히도 이 건물에는 불이 옮겨 붙지 않았다.

 

홍콩 경찰은 “회사 책임자들이 중대한 과실로 인해 사고가 발생했고 화재가 걷잡을 수 없이 번져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믿을 만한 근거가 있다”고 밝혔다.

이번 화재와 관련해 보수 공사 업체 책임자 3명이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화재 진압과 사상자 및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력을 다할 것”을 촉구했다고 중국 관영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이 전했다.

 

이 주거 단지는 1983년 완공됐고 8개 동으로 구성되어 있다. 약 2000가구가 거주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화재 경보는 전날 처음에는 낮은 단계인 1급으로 분류됐으나 오후 3시34분께 4급으로 격상됐고 저녁 6시22분께 가장 높은 5급으로 다시 올랐다. 홍콩 화재 경보는 1급부터 5급으로 분류되는데 5급이 가장 높은 단계다. 5급 경보는 4명이 숨지고 55명이 다친 2008년 몽콕 나이트클럽 화재 이후 처음이다.                                                        < 김지은 기자 > 

특검 "민주주의 테러…불행한 역사 되풀이 안 돼"
"국정2인자 납득할 수 없는 거짓변명 용납 못해"
"국무회의를 계엄 정당성 부여 위한 도구로 전락"
"비협조적, 개전의 정도 없어…엄히 처벌해야"

한덕수 "국민께 죄송해…부끄럽고 황망한 심정"
"계엄 막지 못했지만 찬성은 안해" 혐의는 부인

"내란음모도 징역 20년 구형했는데 겨우 15년?"
"구형과 달리 선고 가능해…더 강하게 처벌해야"
"상징적 의미에서라도 무기징역 구형 했어야"

 

내란 우두머리 방조 혐의를 받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5.11.26. 연합
 

12·3 내란을 수사하는 조은석 특별검사팀(내란특검팀)이 윤석열 정권의 불법 비상계엄을 '민주주의에 대한 테러'라고 규정하며,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다만 징역 15년은 중형에 해당하지만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등을 고려할 때 사형, 무기까지 선고가 가능한 만큼 구형량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가 여권 내에서 나온다. 특히 내란 관련 혐의로 기소된 국무위원 가운데 사법부 판단이 가장 빠른 한 전 총리의 경우, 이후 내란범들의 양형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구형보다 더 엄하게 처벌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주의 테러…불행한 역사 되풀이 안돼"

 

내란특검팀은 26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진관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한 전 총리의 내란 우두머리 방조, 내란 중요임무 종사 및 위증 등 혐의 사건 결심 공판에서 한 전 총리에게 징역 15년형을 구형했다. 특검팀은 "12·3 비상계엄은 과거 45년 전 내란보다 더 막대하게 국격을 손상시켰고, 국민에게 커다란 상실감을 줬다"며 "그 피해는 헤아릴 수 없고 가늠하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과거 내란 범죄가 권위주의에서 민주주의로 가는 기회를 박탈한 거였다면 본 건 내란 범행은 수십 년간 한국이 쌓은 민주화의 결실을 한순간에 무너뜨리고 국제 신인도와 국가 경쟁력을 추락시켰다"며 "해외 사례를 놓고 보더라도, 내란이 국민 기본권을 중대하게 위해하고 국민 기본질서와 근간을 해하는 범죄라는 점에서 단순 모의에만 참여해도 20년 이상 중한 형이 선고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특검팀은 전두환·노태우의 12·12 군사반란 및 5·18 민주화운동 관련 재판에서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로 징역 7년형을 선고받은 주영복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한 판결을 언급하기도 했다.

 

특검팀은 "당시 법원은 주 전 장관에 대해 '다른 사람의 힘에 밀려 소임을 다하지 못했다고 변명하는 것은 하료(하급 관리)의 일이고, 지위가 높고 책임이 막중하면 변명이 용납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면서 "마찬가지로 국정 2인자인 피고인의 납득할 수 없는 거짓변명은 용납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비상계엄 관련 사건을 수사하는 조은석 특검팀의 김형수 특검보가 27일 열린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청사를 나서고 있다. 2025.8.27. 연합
 

이어 "피고인은 국무총리로, 대통령 제1보좌기관이자 행정부 2인자이며, 국무회의 부의장으로서 대통령의 잘못된 권한 행사를 견제하고 통제해야 할 의무가 있다"면서 "피고인은 이 사건 내란 사태를 막을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사람임에도 국민 전체의 봉사자로서 의무를 저버리고 계엄 선포 전후 일련의 행위를 통해 내란 범행에 가담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가와 국민에 대한 피해가 막대하고, 사후 부서를 통해 절차적 하자를 치유해 12·3 비상계엄의 정당성을 확보하려 시도한 점, 허위공문서 작성 등 사법 방해 성격의 범죄를 추가로 저지른 점, 진술을 번복하는 등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개전의 정이 없는 점이 양형으로 고려돼야 한다"고 했다.

 

특검팀은 "본 사건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에 대한 테러이며 국가와 국민 전체가 피해자"라면서 "피고인을 엄히 처벌해 다시는 대한민국에서 불행한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총리는 특검의 중형 구형에 표정 변화 없이 정면만 응시했다.

 

"내란범행 고의 넉넉하게 인정…적극 가담"

 

앞서 지난 8월 29일 한 전 총리는 국무총리로서 대통령의 자의적 권한 남용을 견제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법 비상계엄 선포를 막지 않고 방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특검팀은 재판부의 권고를 받아들여 만약 우두머리 방조 혐의가 인정되지 않을 경우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도 판단해 달라며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고,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또 한 전 총리는 지난해 12월 5일 최초 계엄 선포문의 법률적 결함을 보완하기 위해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이 작성한 사후 선포문에 윤석열 전 대통령,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과 각각 서명한 뒤 이를 폐기한 혐의도 있다. 지난 2월 헌법재판소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에 증인으로 나와 '계엄 선포문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위증한 혐의도 적용됐다.

 

특히 특검팀은 오전 최종의견 진술에서 한 전 총리의 내란 범행과 관련, "윤석열(전 대통령)이 이상민(전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단전·단수를 지시하고, 국회 기능 정지, 입법기구 창설을 위해 최상목(전 경제부총리)에 국회자금 차단, 비상입법기구 설립을 지시한 것을 모두 인식하고, 문건을 직접 수령하기도 한 점에 비추어, 피고인은 윤석열이 기도한 내란 범행 전모를 알게 됐다는 점이 확인된다"면서 "피고인의 내란 범행 고의가 넉넉하게 인정된다"고 했다.

 

1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 우두머리 방조 혐의 등 2차 공판에서 12·3 비상계엄 당일 대통령실 폐쇄회로(CC)TV 영상 일부가 공개되고 있다. 2025.10.13. 연합
 

내란 우두머리 방조와 내란중요임무 종사 혐의 등과 관련해선 "송미령(현 농림축산식품부)은 만약 피고인이 윤석열을 말릴 생각이었다면 국무위원들에게 말려보자 했어야 할 텐데, 그렇지 않았고 오히려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해 머릿수를 채우기 위해 장관들을 동원해 국무회의를 가장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무력감을 넘어 분노했다고 진술했다"면서 "이처럼 피고인은 국무회의를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도구로 전락시켰다"고 지적했다.

 

또한 "피고인은 (국무위원이) 모두 떠난 자리에서 이상민과 남아 적극 협의할 만큼 대화했는데, 관련 진술에 의하면 이상민이 윤석열로부터 지시받은 것, 국회·언론사 시간대별 봉쇄 계획과 단전·단수 조치인 걸로 보인다"면서 "(이처럼) 피고인은 계엄 선포에 따른 행정각부 지시를 총괄하고 지켜보며 내란범행을 방조하고 가담한 걸로 판단된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기억이 안 난다는 상식에 어긋난 변명을 되풀이했다"고 지적했다.

 

한덕수 "국민께 죄송…계엄 못막았지만 찬성 안해"

 

한 전 총리는 미리 종이에 적어온 최후 진술을 읽었다. 그는 먼저 "작년 12월 비상계엄 선포로 국민이 겪은 고통과 혼란을 가슴 깊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은 제게 많은 기회를 줬고, 전력을 다하는 게 그에 보답하는 길이라고 생각했다"며 "그 길 끝에 비상계엄 선포 사태를 만나리라고는 꿈에도 예상하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면서 "그날 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하겠다고 하는 순간 말할 수 없는 충격을 받았다"며 "땅이 무너지는 것처럼 그 순간 기억은 맥락도 없고 분명하지 않다"고 했다.

 

한 전 총리는 "절대로 (계엄에) 동의할 수 없다고 했지만, 막을 도리가 없다고 생각했다"며 "국무위원들과 다 함께 대통령의 결정을 돌리려 했으나 역부족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혼란한 기억을 복기할수록 제가 부족한 사람이었다는 절망만 사무친다"며 "그동안 저를 믿어주신 국민들과 어려운 순간을 함께 한 가족·동료·공직자에게 부끄러워 얼굴을 들기 어려워 황망한 심정"이라고 자책했다.

 

다만 그는 "비록 비상계엄을 막지 못했지만, 비상계엄에 찬성하거나 도우려 한 일은 결단코 없다. 그것이 오늘 역사적인 법정에서 제가 드릴 가장 정직한 말"이라면서, 혐의를 부인했다.

 

내란 우두머리 방조 혐의를 받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결심 공판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혐의를 수사하는 조은석 내란특별검사팀은 이날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2025.11.26 [공동취재] 연합
 

"내란음모도 징역 20년 구형했는데…겨우 15년?"

 

재판부는 한 전 총리의 선고기일을 내년 1월 21일로 지정했다. 한 전 총리의 선고는 내란 혐의로 기소된 국무위원 중 가장 먼저 이뤄지는 만큼 그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 기소된 윤석열 등 내란범들의 양형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내란 우두머리 재판을 맡고 있는 지귀연 재판부가 윤석열 쪽에 호의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국무2인자인 한 전 총리에 대해 구형한 이상의 형량이 선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권에서 나온다.

 

국회법제사법위원회 여당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이날 한 전 총리에 대한 구형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한덕수 15년 구형은 내란의 중대성에 비해 낮다"며 "법원은 구형과 달리 선고형을 정할 수 있으니 구형보다 더 강한 처벌을 해야 한다"고 적었다. 같은 당 박지원 의원도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 중 특검의 징역 15년 구형 속보를 접했다면서 "15년만 해서 되는가 하는 유감을 표한다"고 발언했다.

 

변호사 출신인 민주당 김한규 의원은 <와이티엔(YTN)> '뉴스 온(ON)'에 출연해 "내란죄의 중요한 업무에 종사한 경우에는 사형, 무기 또는 징역 5년 이상이 선고되도록 되어 있다"며 "과거에 이석기 전 의원의 경우에는 내란음모 사건이었는데, 실제로 집행이 되지 않은 그냥 음모인 경우에도 검찰이 20년을 구형한 적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때하고 달리 한 전 총리는 행정부 2인자로서 국무회의를 통해서 내란을 도우려고 적극적으로 관여했고, 단순히 국회의원이었던 이 전 의원과 달리 행정부의 2인자라는 지위를 고려한다면 훨씬 더 중한 형이 구형됐어야 한다. 적어도 상징적으로 무기징역 정도는 구형이 되는 게 맞지 않았나"라며 "국민 전체가 피해자고 민주주의 후퇴를 초래한 행동이기 때문에 구형은 좀 더 중형이 됐어야 하지 않나 하는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 김성진 기자 >

브라질 대법원, 보우소나루와 측근장관 장군들 20년이상 중형

시민들 환호 “보우소나루가 감옥 갔다!”
교도소 3.6평 감방 구금, 자택 복역 요청도 기각

선거부정 주장 근거없는 것으로 판명
극우 포퓰리스트 보우소나루 공직출마 영구 금지

 

초췌한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 지난 9월 14일 쿠데타 모의 유죄판결을 받은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이 가택연금 상태에 있다 병원진료를 받은 뒤 병원을 떠나는 모습.  가디언 11월 25일 
 

지난 2022년 대통령선거 패배 뒤 부정선거임을 주장하며 당선자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의 집권을 저지하기 위해 그와 러닝메이트 등 측근들을 살해하려는 쿠데타를 모의한 혐의로 지난 9월 브라질 대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극우 포퓰리스트 정치가 자이르 보우소나루(70)가 25일 항소심 기각을 당한 뒤 27년 징역형을 선고받고 브라질리아의 연방경찰 교도소에 수감됐다.

 

연방경찰 교도소 3.6평 감방에 구금

 

알렉상드르 드 모라에스 대법관은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항소기간을 거쳐 정식으로 사건이 종결됨에 따라 형을 선고받아야 한다며, 보우소나루에게 징역형을 선고한 뒤 이날 수도 브라질리아의 연방경찰서의 12제곱미터(약 3.6평) 크기의 감방에서 징역살이를 시작하도록 명했다.

 

이로써 3년 전 대선 패배 뒤에도 이를 뒤집고 정적들을 제거한 뒤 권력을 계속 장악하기 위한 광범위한 음모를 꾸민 보우소나루와 그의 측근 7명에 대한 책임을 묻는 수년간의 법적 절차가 일단 마무리됐다.

 

보우소나르가 구금돼 있는 브라질 연방경찰 청사.  뉴욕타임스 11월 25일

 

자택 복역 요청도 거절

 

보우소나루는 8월부터 가택연금 상태에 있었으나, 발목에 찬 전자발찌를 납땜 인두로 절단하려다 실패한 뒤 22일 예비구금된 상태였다. 선고 뒤 보우소나루 변호인단은 그가 딸국질과 구토를 자주 하는 등 2018년 칼부림 사건으로 인한 합병증으로 건강에 문제가 있다며 자택에서 복역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대법원은 발찌 절단 시도 사건을 이유로 그 요청도 기각했다.

 

보우소나루와 함께 쿠데타를 시도한 그의 측근인 전 국방장관 파울루 세르지우 노게이라 드 올리베이라 장군과 전 제도안보부 장관 아우구스토 엘레누 장군은 각각 19년과 21년 징역형을 선고받고 브라질리아 플라날투 군사령부에 체포, 수감됐다.

 

측근들 7명 대부분 20년 넘는 징역형에 처해져

 

24년 형을 선고받은 전 해군 사령관 알미르 가르니에르 산투스 제독은 해군 관계자들 손에 체포돼 해군기지에 구금된 것으로 알려졌다.

 

26년 형을 선고받은 전 국방장관 왈테르 브라가 네투 장군은 지난해 12월에 체포돼 구금됐다.

 

24년 형을 선고받은 전 법무장관 안데르손 토레스는 브라질리아 파푸지나에 있는 경찰관 및 특수 수감자들을 위한 교도소로 이송됐다.

 

전 정보기관 아빈의 국장 알렉상드르 라마젬은 16년형을 선고받았으나 투옥을 피하기 위해 최근 미국으로 도망쳤다. 라마젬은 24일 소셜 미디어 영상을 통해 “나는 미국에서 안전하다”며 보우소나루 지지자들에게 “우리의 가장 위대한 지도자”를 지키기 위해 거리로 나서자고 촉구했으나 25일 대법원 선고 뒤 시민들이 그의 호소에 귀를 기울일 조짐은 보이지 않았다.

 

그의 아들 카를로스 보우소나루는 24일 보우소나루를 찾아가 만난 뒤 기자들에게 “아버지는 심리적으로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psychologically devastated)”고 말했다.

 

보우소나루는 그런 고통을 자신의 정적인 룰라 대통령에게 먼저 가했다. 그는 2003년부터 2010년까지 브라질 대통령을 지낸 룰라 대통령이 건설회사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를 덮어씌워 2017년에 10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받게 만들었으나, 그 뒤 유죄판결이 취소됐고 룰라는 580일간의 투옥에서 풀려났다.

 

선거부정 주장 근거없는 것으로 판명

 

브라질 대법원은 보우소나루와 그의 측근들이 대선에서 패배한 뒤 몇 개월 동안 자신들이 패배한 선거가 부정선거였다고 선동함으로써 브라질 선거제도에 대한 유권자들의 신뢰를 떨어뜨렸다고 지적했다. 그들은 또 권력을 계속 장악하기 위해 대법원을 해산하고, 선거 결과를 무효화하며, 군부에 광범위한 권한을 부여하는 등의 모의를 획책했고, 보우소나루 사건을 담당했던 대법원 판사를 살해하려는 계획도 짰다고 대법원은 밝혔다. 보우소나루는 이런 혐의를 모두 부인하면서 자신은 브라질 헌법에 따라 부정선거를 바로잡기 위한 방법을 찾았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브라질 군부의 조사 결과 선거부정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룰라 대통령 취임 뒤 보우소나루 지지자들은 2023년 1월 정부 청사를 습격했다. 이는 그 2년 전 트럼프 지지자들이 조 바이든이 당선된 대선 결과를 뒤집기 위해 미국 국회의사당에 난입한 것을 그대로 뒤따른 것처럼 보였다. 보우소나루 지지자들은 그가 구금된 뒤에도 브라질 의회 등 보우소나루 지지 동맹세력이 그를 무죄로 석방하는 법안을 통과시킬 것이라는 믿음을 버리지 않았다.

 

보우소나루 등 공직출마 영구 금지

 

그들은 보우소나루에 대한 소송이 그의 정치경력을 끝장내고 내년 대선에 출마하지 못하게 하려는 시도라고 주장한다. 법적 처리가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보우소나루는 여전히 브라질 정치적 우파의 주요 세력으로 남아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지적했다.

 

그러나 보우소나루는 내년 대선에 출마할 자격이 없다. 쿠데타 음모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고 투옥된 그는 브라질 헌법에 따라 영구적으로 공직 출마가 금지된다.

 

2025년 11월 22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2019~2023)이 체포되자 사람들이 거리에서 환호하고 있다. 지난 9월 쿠데타 시도 실패로 징역 27년형을 선고받았지만 아직 임기를 시작하지 않은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대법원 판결에 따라 도주 위험이 있는 것으로 간주되어 가택연금에서 경찰에 구금되었다. 2025.11.22. AFP 연합

 

시민들 환호 “보우소나루가 감옥 갔다!”

 

보우소나루의 투옥에 진보적인 브라질 국민들은 환호했다고 <가디언>은 25일 전했다. 그들은 보우소나루의 4년 대통령 임기를 환경 파괴와 국제적 고립, 소수자에 대한 적대감으로 점철된 재앙적인 시기로 기억했다. 코로나 바이러스 팬데믹 때 보우소나루는 반과학적인 신념을 앞세워 사실상 무대책으로 일관함으로써 수십만 명의 브라질 국민들이 목숨을 잃게 만들어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리우데자네이루의 한 음반가게 주인 무스타파 바바 아이사는 가게 앞문에 “보우소나루가 감옥에 갔다”는 글귀가 적힌 현수막을 내걸어 역사적인 사건을 기념했다. “그(보우소나루)는 국민 세금으로 먹고 산 것 외에 아무것도 한 게 없는 비열한 인간이다. …나는 그런 인간이 어떻게 당선됐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보우소나루의 몰락을 축하하는 포스터를 직접 제작해 가게 창문에 붙여 놓기도 했다.

 

2025년 11월 22일, 브라질 브라질리아에 있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자택 근처에서 열린 기도회에 참석한 한 지지자들. 2025.11.22. EPA 연합
 

보우소나루에 대한 지지 급감

 

반면에 보우소나루 지지자들은 공수부대 출신으로 2018년 대선에서 당선돼 남미의 도널드 트럼프를 자처했던 보우소나루의 투옥을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정치적 동맹자인 보우소나루에 대한 소송 등 법적 조치를 취하하도록 압박하기 위해 브라질 정부에 50%의 ‘관세폭탄’을 퍼부었다가 브라질 농산물 수입이 막혀 미국 물가가 오르자 최근 이를 취소했다.

 

보우소나루 지지자인 로니 드 수자(43)는 그가 지난 주발 외국 대사관으로 도주하려다 체포된 연방경찰 기지 바깥에서 “그가 납치당했다”며 불만을 쏟아냈다. 보우소나루 지지자들은 그가 체제에 맞서 싸우다 부당하고 불법적으로 투옥된 마녀사냥의 희생자라고 주장하면서 그의 투옥 뒤에도 그를 위한 투쟁을 계속하겠다고 다짐했다. 많은 지지자들은 그의 투옥 뒤 사람들이 대규모 시위에 나설 것이라고 했으나 그가 구금당한 뒤 사흘이 지난 25일까지 연방경찰서 건물 밖에 모인 사람들은 얼마 되지 않았다.

 

정치학자 카밀라 호사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거리와 소셜 미디어 모두에서 보우소나루에 대한 지지율이 뚜렷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보우소나루를 지지하겠다고 응답한 유권자는 전체의 13%에 지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지난 달 브라질리아에서 보우소나루 가족이 주최한 집회에는 약 2천 명이 모였는데, 이는 그의 전성기 때 동원했던 대규모 군중에는 비할 수 없을 정도로 소수였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 한승동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