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들 "한국, 소프트파워의 핵심" "히어로들의 개선문"

BTS 거의 4년 만에 컴백 라이브 공연 'Arirang'
"최대 26만명" 훨씬 못 미친 4만여명 질서정연

AP "지나친 통제로 상징성 훼손됐다는 비판"
외신들 일제히 앨범·공연장소·의상 입체 조명

CNN "관중들, 한복서 영감받은 차림으로 참석"
롤링스톤 "새 앨범 '아리랑', 한국적 뿌리 강조"

모든 수록곡 스포티파이 등 음원 상위권 싹쓸이

 

3년 9개월 만에 완전체로 복귀한 방탄소년단(BTS)의 ‘BTS 컴백 라이브: ARIRANG’ 공연이 21일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펼쳐지고 있다. 이날 공연은 넷플릭스 라이브 스트리밍을 통해 세계 190개국에 생중계됐다2026.321 사진공동취재단 연합
 

3년 9개월 만에 완전체로 복귀한 방탄소년단(BTS)의 21일 컴백 라이브 공연이 당초 예상보다 훨씬 못 미치는 4만여명이 현장 관람한 가운데 큰 사고 없이 마무리됐다. 넷플릭스 라이브 스트리밍 중계로 190개국 '아미'들이 함께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지켜봤다. 

 

철저한 안전 점검 및 대비, 1만 6000명 가까운 경찰과 지원인력 덕분에 별다른 사고없이 끝났지만, 예상했던 최대 26만 명에 못미치는 인파가 모인 것을 두고 “아쉽다”는 시각도 분명 존재한다. 지나친 통제로 즐길 기회를 빼앗은 것이 아닌가 싶은 것이다.  AP 통신도 “지나친 통제로 서울의 정신적 중심지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이번 공연의 상징성이 훼손됐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태원 참사를 겪은 우리 정부와 사회로선 안전한 공연 관리를 우선할 수 밖에 없었다는 반박이 가능하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21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정규 5집 '아리랑'(ARIRANG) 발매를 기념해 무료 공연 'BTS 컴백 라이브: 아리랑'을 열고 있다. 2026.3.21 사진공동취재단 연합
 

아리랑 가락에 감동, 12곡 가운데 8곡을 새 앨범 수록곡으로

 

액자 프레임 형태의 큐브 무대에 50명의 무용수들과 함께 선 방탄소년단은 광화문과 경복궁을 배경 삼아 압도적인 오프닝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조선시대 장군의 갑옷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의상은 한국적인 미와 그들의 역동적인 움직임을 극대화하며 웅장함을 뿜어냈다. 첫 곡 '보디 투 보디'(Body to Body) 중간에 우리 민족의 한과 아름다움이 농축된 '아리랑' 가락이 울려퍼진 것은 감동적이었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공연에 들려준 곡목 목록이었다. 오랜만의 귀환인 만큼 대중적인 메가 히트곡으로 쉽게 갈 법도 했지만, 모두 12곡 가운데 여덟 곡을 전날 공개된 정규 5집 음반 '아리랑'(Arirang) 수록곡으로 채우는 자신감을 선보였다. 퀄리티와 퍼포먼스로 승부하겠다는 오만함(?)도 내비쳤다. 

 

아미들로선 한 시간이 너무 짧게만 느껴질 듯했다. 새 앨범의 타이틀 곡 '스윔'(Swim)을 완벽한 군무와 노래로 들려준 것이 압권이었다. 55분쯤 흘러 다른 멤버들이 뒤돌아 섰을 때 부상으로 계속 의자에 앉아 랩을 하던 리더 RM이 늘 콘서트의 앙코르를 장식했던 '소우주'(Microcosmos)를 들려주자고 제안하자 멤버들은 다시 관람객들을 향해 돌아섰다. 멤버들은 관객들이 휴대전화를 켜도록 유도했다. 광화문을 물들이던 별빛이 북두칠성이 되어 관객들의 눈앞에 띄워졌다.

 

그리고 질서 정연한 퇴장과 쓰레기 정리 등이 이어졌다. 일본인 아미들이 20리터 들이 쓰레기 봉지를 들고 정리하는 데 앞장선 것이 눈길을 끌었다.  

 

동아일보는 공연이 끝난 뒤 엑스(X)에 ‘아미’로 추정되는 해외 팬들의 열렬한 반응이 쏟아졌다고 전했다. 이들은 “정말 최고의 날이었다. BTS 고맙다. 넷플릭스 정말 고맙다”, “실력이 훨씬 늘었다. 정말 멋진 퍼포먼스였다”, “노래도 최고였고, 눈앞에서 보니 눈물이 나왔다”, “우리의 자랑 BTS, 너무 사랑하고 넋을 잃고 바라봤다” 등의 찬사를 보냈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21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정규 5집 '아리랑'(ARIRANG) 발매를 기념해 무료 공연 'BTS 컴백 라이브: 아리랑'을 열고 있다. 2026.3.21 연합
 

당초 최대 26만명, 실제로 4만명…지나친 통제로 흥 깨뜨린 건 아닐까

 

서울시에 따르면 이날 공연이 펼쳐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는 오후 8시 기준, 4만∼4만 2000명이 운집했다. 경찰도 비공식으로 4만 2000명 정도 모인 것으로 추산했다.

주최사인 하이브는 “10만 4000명 정도가 광화문 광장에 모였다”고 전했다. 주최 측의 집계를 기준으로 삼더라도 당초 예상했던 26만 명과는 거리가 꽤 있다.

 

가장 먼저 광화문 광장에 지나치게 많은 인파가 몰려 안전사고의 우려가 높다는 관계당국의 당부에 광화문 방문을 자제한 시민들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교육청은 초·중·고교에 가정통신문을 배포하며 학생들의 광화문 방문 자체를 촉구하기도 했다.

 

아울러 이 공연이 넷플릭스를 통해 실시간 생중계되기 때문에 “‘안방’에서 보는 게 더 합리적”이라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 삼엄한 통제로 광화문 광장 접근성이 떨어지고, 공연 관람을 마친 후 귀가하는 과정에도 적잖은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도 시민들이 광화문행을 꺼린 요소로 꼽혔다. 한 BTS 팬은 “공연 시간이 한 시간 정도라는 소식에 광화문에 가겠다는 마음을 접었다. 입장권을 구하지 못한 상황에 무리해서 광화문을 찾기보다는 넷플릭스를 통해 시청하기로 결심한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 일간 뉴욕 타임스(NYT)는 현장 분위기를 전하며 “관객들은 놀라울 정도로 질서정연했고, 좌석 티켓을 가진 팬들은 대부분 자리에 앉아 있었다”며 “함성 소리는 예상했던 것처럼 귀청이 터질 듯한 수준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좌석 구역이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함성을 제대로 느끼기 어려웠던 것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엄청난 인파가 몰릴 것에 대비해 평소보다 준비 물량을 크게 늘렸던 편의점과 상점 상인 일부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인파에 SNS를 통해 “재고가 많이 남았다”는 식의 볼멘소리를 내기도 했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21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정규 5집 '아리랑'(ARIRANG) 발매를 기념해 무료 공연 'BTS 컴백 라이브: 아리랑'을 열고 있다. 2026.3.21 사진공동취재단 연합
 

"다음달 월드 투어 수익, 스위프트의 '에라스투어' 앞지를 것"

 

미국과 유럽 주요 언론과 전문매체들은 미국 최대 스포츠 연계 음악 이벤트인 슈퍼볼 하프타임쇼나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의 '에라스 투어' 콘서트에 비교하며 일제히 좋은 평가를 쏟아냈다. 새 앨범 제목인 '아리랑', 공연 장소인 광화문광장의 상징성, 무대 의상 선택 등을 두고 세계 무대에서 한국 문화와 정체성이 차지하는 위상이 달라졌음을 선언한 것이란 평가를 내놓았다. 

 

NYT는 홈페이지에 'BTS 복귀' 코너를 별도로 만들어 컴백 공연, 신규 앨범, BTS 음악 가이드, 활동 공백, K-팝 전반에 관한 기사들을 다양하게 심층적으로 다뤘다. NYT는 서울 및 뉴욕발로 공동 작성한 이날 컴백 공연 기사에서 "서울의 역사적 중심부에서 펼쳐진 이번 공연은 한국 소프트파워의 핵심 동력인 BTS의 웅장한 귀환이었다"라고 평가했다.

 

이 신문은 컴백 공연이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됐다며 "BTS의 글로벌 위상과 인기를 입증하는 증거"라고 평가했다. 이어 "82회에 달하는 글로벌 투어 역시 그 파급력과 경제적 영향력을 보여준다"며 BTS의 이번 투어 수익이 테일러 스위프트의 에라스 투어 티켓 수익인 20억 달러에 맞먹거나 넘어설 수 있다고 전했다.

 

2023∼2024년 이뤄진 스위프트의 에라스 투어는 관광 수입만으로 콘서트 개최 지역의 경제가 살아난다는 평가를 받으며 '테일러노믹스'(Taylornomics)라는 용어까지 만들어낼 정도로 미국 안팎에서 사회·문화·경제적 신드롬으로 자리 잡은 바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BTS가 같은 도시에서 여러 번 공연을 열어 자신들의 이동 비용을 절감하고 팬들이 직접 찾아오게 만드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며 "BTS의 이번 투어가 테일러 스위프트의 '에라스' 투어 대비 절반 정도의 공연 횟수에도 불구하고 공연당 수익은 비슷한 수준을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21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정규 5집 '아리랑'(ARIRANG) 발매를 기념해 무료 공연 'BTS 컴백 라이브: 아리랑'을 열고 있다. 2026.3.21 연합
 

유럽 언론도 이번 복귀 무대를 주요 기사로 다뤘다. BBC는 공연이 열린 곳이 서울의 역사적인 도심이라고 소개하며, 14세기 왕궁으로 들어가는 관문인 광화문 광장에 들어서는 것은 마치 BTS에 헌정된 사원에 들어가는 것과 같은 느낌을 줬다고 평가했다. BBC는 아울러 BTS의 복귀 무대는 개선문을 떠올리게 하는 형태였다며 "이는 한국 문화의 '얼굴'이 된 일곱 멤버에게 주어진 흔치 않은 영예"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독일 dpa통신은 2013년 데뷔 이후 한국 대중음악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린 BTS가 멤버들의 군 복무로 인한 4년의 공백 끝에 전 세계 팬들이 고대하던 대규모 복귀 공연을 치렀다고 소개했다.

 

프랑스 AFP 통신은 다음달 시작하는 BTS의 월드투어가 스위프트의 '에라스' 투어 수익을 뛰어넘을 수 있다고 예상하며, 가요를 비롯해 영화, 한식, 화장품 등 한류 전반의 인기 속에 한국 역시 관광과 굿즈 판매 증가로 혜택을 볼 것으로 내다봤다.

 

NYT의 패션 담당 기자는 "BTS가 컴백 무대에서 한국 브랜드 송지오의 의상을 선택했다는 것은 공연장소(광화문광장), 앨범명(아리랑) 선택과 마찬가지로 단순히 스타일에 관한 게 아니라 세계 무대에서 한국 문화와 정체성이 차지하는 위상에 대한 선언"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대중문화 매체 버라이어티도 "한국인 디자이너(송지오)가 멤버들과 협업해 역사적인 콘서트를 위한 캐릭터를 완성했다"라고 소개했다.

 

CNN 방송은 슈퍼볼 하프타임쇼 등 대형 엔터테인먼트 행사 연출자로 유명한 해미시 해밀턴이 총연출을 맡았다는 점을 부각하며 "이는 BTS 컴백 공연의 규모를 가늠케 한다"라고 평가했다. 슈퍼볼 하프타임 쇼는 1억 명이 넘는 미국인이 동시에 시청하는 유일한 행사로, 미국을 넘어 전 세계에서 대중가수들에게 가장 영예로운 공연 무대로 여겨진다.

 

CNN은 공연을 보러 온 BTS 팬들 상당수가 한복에서 영감을 받은 차림이었다고 전하면서 "최근 몇 주간 소셜미디어(SNS)에는 한복 스타일링과 전통 액세서리를 접목한 패션 아이디어들이 넘쳐났다"고 소개했다.

 

 21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정규 5집 '아리랑'(ARIRANG) 발매를 기념해 열린 무료 공연 'BTS 컴백 라이브: 아리랑'을 찾은 팬들이 공연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2026.3.21 사진공동취재단 연합
 

새 앨범 호평 쏟아져, 스포티파이 1~14위 모두 수록곡 

 

앨범에 대한 호평도 이어졌다. 미국의 음악지 롤링스톤은 "이번 블록버스터급 컴백에서 세계 최대 밴드 BTS는 그룹 정체성과 한국적 뿌리를 강조하면서도 음악을 모험적이고 새로운 영토로 밀어붙였다"라고 평가했다.

 

미 공영방송 NPR은 앨범 리뷰에서 "여러 측면에서 볼 때 BTS는 장르 경계를 넘어 기존 음악을 끌어오면서도 한국에서 자생한 한국 대중음악의 궁극적 실현이면서 민족적 자부심의 구현이라고도 할 수 있다"라고 소개했다. 이어 "4년간의 강제됐던 공백 끝에 그룹을 재결합시킨 앨범 아리랑은 그들의 부재 속에서도 성장을 멈추지 않은 산업에 자신들의 존재 의미를 다시 한번 확인시키는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새 앨범 '아리랑'은 세계적인 음원 플랫폼 스포티파이의 글로벌 '데일리 톱 송' 차트에서 타이틀곡 '스윔'이 1위를 차지했으며 수록곡 전곡이 14위까지 싹쓸이했다. 미국 '데일리 톱 송' 차트에서도 '스윔' 1위, '보디 투 보디'(Body to Body) 2위, '훌리건'(Hooligan) 6위 등 30위 이내에 전곡이 진입했다.

 

앨범 판매량도 자체 기록을 경신했다. 소속사 빅히트 뮤직에 따르면 지난 20일 오후 1시 발매된 앨범은 발매 당일 398만장 판매됐다. 이전까지 방탄소년단의 발매 첫 주 판매량 최고 기록은 2020년 2월 정규 4집 '맵 오브 더 소울 : 7'이 세운 337만장이었다. 5집은 하루 판매량으로 이 수치를 가뿐히 뛰어넘었다.

 

5집은 또한 이탈리아, 멕시코, 스웨덴 등 전 세계 88개국(지역) 아이튠즈 '톱 앨범' 차트 1위에도 올랐다. '스윔'은 21일 오전 9시까지 미국, 일본, 영국, 독일, 프랑스 등 90개국(지역) 아이튠즈 '톱 송' 정상을 휩쓸었다.

 

이 곡은 국내 음원차트 멜론, 벅스에서도 실시간 차트 1위로 직행했으며 멜론에서는 앨범 전곡이 '톱 100'에 진입했다.                                                      < 임병선 기자 >

  

경복궁 밤하늘 물들인 BTS ‘아리랑’…전 세계 아미들 보랏빛 환호

‘BTS 컴백 라이브: 아리랑’ 현장

 

 
 
21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정규 5집 ''아리랑''(ARIRANG) 발매를 기념해 열린 무료 공연 ''BTS 컴백 라이브: 아리랑''(BTS THE COMEBACK LIVE|ARIRANG)을 찾은 팬들이 응원봉을 든 채 휴대전화 카메라로 BTS의 공연 모습을 담고 있다. 연합
 

“비티에스(BTS), 비티에스, 비티에스.”

 

21일 저녁 서울 종로구 광화문 월대 앞. 공연 시작 10분 전부터 팬들은 멤버들의 이름을 하나씩 부르며 “비티에스”를 연호했다. 수많은 아미밤(응원봉)이 흔들리는 가운데 광화문의 조명이 꺼지자 현장 공기는 순식간에 팽팽해졌다. 이어 전날 발표된 방탄소년단(BTS) 정규 5집 ‘아리랑’의 인터루드 ‘넘버 29’에 담긴 성덕대왕신종의 종소리가 울렸고, 커다란 나발 소리가 광화문 광장을 가르자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가지런히 손을 모은 검은 옷의 댄서들이 양옆으로 흩어지자 멤버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큐브 형태의 무대는 광화문과 연결되는 거대한 문처럼 보였다. 그 문을 통과해 방탄소년단은 마침내 돌아왔다. “안녕하세요, 위 아 백(We Are Back).” 리더 알엠(RM)의 외침과 함께 공연이 시작됐다.

 

21일 저녁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방탄소년단(BTS) 컴백 라이브: 아리랑’에서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광화문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빅히트 뮤직·넷플릭스 제공
 

이날 무대의 가장 상징적인 장면은 등장 자체였다. 방탄소년단은 광화문 월대를 지나 세종대로로 이어지는 길, 조선의 왕이 궁 밖으로 나올 때 걷던 ‘왕의 길’을 따라 무대에 올랐다. 백성의 노래 ‘아리랑’을 앞세운 이들이 왕권의 상징 공간인 경복궁 앞에서 새 출발을 알린 장면은 아이러니하면서도 선명한 의미를 남겼다. 한국에서 출발한 일곱 청년이 세계적인 그룹이 돼 다시 서울의 심장부로 돌아와, 자신들의 뿌리를 노래한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2022년 10월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의 ‘옛 투 컴 인 부산’ 이후 3년5개월 만의 완전체 무대라는 점에서 이날 공연은 ‘방탄소년단 2.0’의 공식적인 출발선이 됐다.

 

21일 저녁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방탄소년단(BTS) 컴백 라이브: 아리랑’에서 방탄소년단이 공연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오프닝은 ‘아리랑’의 주제의식을 집약해 보여줬다. ‘보디 투 보디’ ‘훌리건’ ‘2.0’이 연이어 펼쳐지며 신보의 전반부가 지닌 강렬한 에너지를 밀어 올렸다. 특히 ‘보디 투 보디’에서는 실제 ‘아리랑’ 선율이 울려 퍼지며 한국적 정서가 공연의 한복판에 놓였다. 붉은 조명 아래 광화문이 거대한 배경막처럼 떠오른 장면은 인상적이었다. 리허설 도중 발목을 다친 알엠은 무대 중앙을 자유롭게 누비지는 못했지만 의자에 앉거나 무대 한쪽에 서서 랩을 이어갔고, 나머지 멤버들은 돌출 무대까지 활용하며 그 빈자리를 메웠다. ‘훌리건’의 복면 댄서들, ‘에프와이에이’(FYA) 때 무대를 가득 채운 댄서들의 군무도 새 앨범 전반부의 공격적 사운드를 시각적으로 밀어붙였다. ‘에일리언스’에서는 제이홉의 강렬한 랩이 단연 돋보였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2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컴백 공연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11분간의 오프닝 무대를 마친 멤버들은 첫 인사에서 벅찬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진은 “몇년 전 마지막 부산 콘서트에서 저희를 기다려달라고 했던 게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는데 이렇게 와주셔서 감사하다”고 가뿐 숨을 쉬며 말했다. 지민은 “이 앞에서 이렇게 말을 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울컥하고 너무 감사하고 7명이서 이렇게 다시 만날 수 있게 돼서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슈가는 “한국에서 가장 역사적인 장소인 광화문에서 무대를 할 수 있게 돼 정말 정말 영광”이라며 “이번 앨범에는 저희의 정체성을 담고 싶었다. 그래서 ‘아리랑’을 (앨범) 타이틀로 정했고 그 마음을 담아서 광화문에서 무대를 하게 됐다”고 전했다. 정국도 영어로 “저희가 가진 걸 쏟아붓겠다”고 했고, 알엠은 “긴 여정이었지만 마침내 여기에 섰다”고 소리쳤다.

 

무대 연출은 광화문이라는 장소성을 적극적으로 끌어안는 방식으로 짜였다. 큐브형 메인 무대 내부의 삼중 엘이디(LED) 구조는 태극기의 건곤감리 문양에서 착안한 그래픽과 색감을 입혀 곡마다 다른 상징을 부여했다. 붉은 조명이 광화문을 뒤덮을 때는 왕궁의 위엄과 긴장이, 푸른 조명이 무대를 적실 때는 물과 밤의 이미지가 강조됐다. 파도, 불꽃, 하늘, 대지 같은 자연의 상징이 화면을 채우며 신보 ‘아리랑’이 담아낸 한국적 정서와 팀의 새 서사를 시각적으로 풀어냈다. 무대 뒤편에 실제 광화문이 프레임처럼 걸리면서, 공연장은 세트가 아니라 서울 도심 전체를 끌어들인 하나의 거대한 야외 극장처럼 작동했다.

 

의상도 이번 공연의 의미를 보강했다. 멤버들의 의상은 전통 한복의 실루엣을 현대적으로 변주한 디자인이었다. 넓은 소매와 여밈선, 갑옷을 연상시키는 절개와 장식이 섞이며 조선시대 장군의 복식 같은 인상을 남겼다.

 

21일 저녁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방탄소년단(BTS) 컴백 라이브: 아리랑’에서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빅히트 뮤직·넷플릭스 제공
 

중반 이후 공연은 과거의 히트곡과 현재의 고민을 교차시키는 방식으로 흘렀다. ‘버터’에서는 노란 조명이 분위기를 환하게 바꿨고, ‘마이크 드롭’에서는 푸른 조명이 차갑고 날렵한 긴장을 만들었다. 초반 다소 굳어 보였던 멤버들은 후반부로 갈수록 농담을 주고받으며 훨씬 자연스러운 모습을 드러냈다. ‘노멀’ 무대를 마친 뒤 “노래 너무 좋은데?”라고 너스레를 떠는 모습에서는 긴장을 풀어낸 멤버들의 여유도 읽혔다.

 

특히 타이틀곡 ‘스윔’ 무대는 멤버들의 고민을 들을 수 있었던 공연의 핵심이었다. 스크린을 수놓은 파도 이미지와 여백을 살린 절제된 안무는, 더 세고 빠른 자극 대신 삶의 파도 속에서도 멈추지 않고 헤엄쳐 나아가겠다는 이번 앨범의 메시지를 선명하게 보여줬다. 노래를 부르기 전 제이홉은 “이번 앨범에는 다양한 곡들이 수록되어 있다. 그중에는 저희의 수많은 고민들도 담겼다”며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 ‘우리가 조금은 잊혀지지 않을까’ ‘여러분들이 우리를 기억해주실까’ 하는 그런 고민들도 사실 없지 않아 있었다”고 털어놨다. 슈가는 “저희가 잠시 멈춰야 했던 시간 동안 우리가 지킬 것은 무엇인가, 또 변화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에 대해서 정말 정말 정말 많이 고민했다”며 “확신할 수 없고 불안하긴 하지만 이런 감정들 또한 저희 감정, 저희 자신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21일 저녁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방탄소년단(BTS) 컴백 라이브: 아리랑’에서 방탄소년단이 공연을 하고 있다. 빅히트 뮤직·넷플릭스 제공
 

메가 히트곡 ‘다이너마이트’를 부르며 열기를 최고조로 끌어올린 이들은 앙코르 곡 ‘소우주’로 컴백 공연을 마무리했다. 멤버들은 관객에게 휴대전화 불빛을 켜달라고 요청했고, 광화문광장은 다시 한번 별빛 같은 불빛으로 물들었다. 어깨동무를 한 채 인사한 멤버들은 “감사합니다, 아미” “안전하게 돌아가세요”를 거듭 외쳤다.

 

꽉 차인 60분의 공연이었지만, 스피커와 조명, 각종 구조물이 관객을 여러 구역으로 분절시키면서 현장의 에너지가 완전히 하나로 응집되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이날 빅히트 뮤직이 밝힌 10만4000명 관람객의 안전한 관람을 위한 조처였지만, 무대가 여러개로 나뉜 듯한 인상이었다.

 

21일 저녁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방탄소년단(BTS) 컴백 라이브: 아리랑’에서 방탄소년단이 공연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그럼에도 이날 광화문에 울려퍼진 것은 단순한 컴백의 환호만은 아니었다. 백성의 노래 ‘아리랑’과 왕의 공간 경복궁, 그리고 세계를 무대로 활동해온 방탄소년단의 현재가 한자리에서 맞물렸다. 그렇게 방탄소년단은 광화문에서 자신들의 뿌리와 현재, 그리고 다음을 함께 꺼내 놓으며 ‘방탄소년단 2.0’의 시작을 알렸다.                   < 이정국  김민제 기자 >

대전 대덕구 문평동 자동차 부품 제조 공장에서 불

 

 
대형 화재가 발생한 대전 대덕구 안전공업 외관을 21일 오전 하늘에서 바라본 모습. 연합

 

대전 자동차 부품 제조 공장 화재 현장에서 실종자 3명이 추가로 발견됐다. 마지막으로 발견된 실종자들도 심정지 상태로 확인되면서 이번 화재로 인한 희생자는 14명으로 늘었다.

 

소방당국은 20일 오후 발생한 대전 대덕구 문평동 안전공업 화재 현장에서 추가 수색을 통해 나머지 실종자 3명을 모두 발견해 수습 중이라고 21일 밝혔다. 이들은 화재가 발생해 무너져내린 동관 2층에서 이날 오후에 차례로 발견됐다.

 

21일 오후 대형 화재가 발생했던 대전 대덕구 안전공업의 건물에서 소방 관계자가 인명 수색에 나서고 있다. 연합
 

앞서 주검이 수습된 9명은 이날 새벽 동관 2층 헬스장 창가에서 무더기로 발견됐다. 전날 밤 최초로 발견된 희생자는 동관 2층 휴게실 앞 계단 쪽에 있었다. 마지막으로 수습된 3명까지 치면 실종자 14명 중 13명이 동관 2층에서 발견된 것이다. 다른 1명은 동관 1층 남자화장실에서 발견됐다.

 

이로써 이번 화재로 인한 희생자는 14명으로 늘었다. 전날 화재 발생 뒤 연락 이 두절된 것으로 파악된 이들이 모두 희생당한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부상자는 중상 25명, 경상 35명이다. 부상자들은 병원 3곳에 나뉘어 치료를 받고 있다. 소방관 2명도 다쳤다. < 박찬희 기자 >

 

20일 밤 대전 대덕구 자동차 부품 제조 공장에서 화재 진압이 진행되고 있다. 김영원 기자

 

대전시청 1층에 ‘화재 참사’ 합동분향소…숨진 14명 신원 확인 중

 

 
 
대전 대덕구의 한 공장에서 대형 화재로 74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이튿날인 21일 오전 국과수와 소방 관계자들이 화재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김영원 기자 
 

지난 20일 대전 대덕구 자동차 부품 제조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숨진 이들을 추모하는 합동분향소가 22일 대전시청에 마련됐다. 정부는 실종자 14명의 주검을 모두 수습해 신원을 확인 중이다.

 

정부는 이날 오전 9시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 주재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3차 회의를 열어 사고 수습과 지원 대책 등을 점검했다.

 

먼저 정부는 유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전담 공무원을 지정하고 심리 상담과 장례, 생계 지원 등을 이어간다. 신원 확인을 앞당기기 위해 경찰의 유전자 분석 장비를 추가 투입하고,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긴급 감정을 의뢰했다.

 

대전시청 1층에는 합동분향소가 설치돼, 내달 4일까지 운영된다. 운영 시간은 매일 오전 8시부터 오후 9시까지다.

 

사고 수습 과정은 정례 브리핑을 통해 공개되며, 사고 원인 조사와 현장 합동 감식에 유가족 참여를 보장하기로 했다. 이날 오후 3시에는 유가족과 피해자를 대상으로 관계기관 합동 설명회를 연다.

 

행안부는 대전시에 재난특별교부세 10억원을 긴급 지원했다. 이 예산은 화재 현장 잔해물 처리와 구호 활동, 2차 피해 예방 등에 쓰인다.

 

정부는 유사 사고의 재발을 막기 위한 점검에 착수했다. 국토교통부에는 이번 화재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된 샌드위치 패널 구조와 불법 증·개축 문제 등 건축물 안전 관리 전반을 재검토하도록 했고, 소방청과 고용노동부에는 유사 사업장 긴급 점검을 요청했다.

 

앞서 지난 20일 오후 1시17분께 대전 대덕구 문평동 자동차 부품 제조 공장에서 불이 나 14명이 숨지고 60명이 다쳤다. 부상자는 중상 25명, 경상 35명이다. 정확한 화재 원인은 현재 조사 중이다.                                                          < 장수경 기자 >

 

국힘 필리버스터 종결 후 표결... 검사 수사개입 차단, 독소조항 제거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중대범죄수사청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이 민주당 주도로 통과되고 있다. 연합
 

국회가 21일 본회의를 열고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법을 의결했다. 전날 처리된 공소청법과 함께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구조가 제도화됐다. 중수청은 수사를, 공소청은 기소를 각각 맡게 된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에서 재석 167명에 찬성 166명, 반대 1명으로 중수청법을 가결했다. 반대표는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이 던졌다. 이날 중수청 법안 통과를 앞두고 국민의힘은 이를 ‘검찰 파괴’라고 부르며 24시간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맞섰지만,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표결이 진행돼 가결됐다.

 

법안에 따르면 중수청은 행안부 장관 소속 기관으로 설치되고, 주요 수사 대상은 6대 범죄인 ‘부패’, ‘경제’, ‘방위산업’, ‘마약’, ‘내란·외환 등’, ‘사이버범죄’가 포함된다. 법왜곡죄 사건, 공소청·경찰·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원 공무원이 재직 중 저지른 범죄도 중수청의 수사 범위에 포함된다.

 

중수청 수사관은 특정직 공무원으로 1∼9급까지 단일 직급 체계를 갖는다. 공개 채용이 원칙이지만, 직무 관련 학식과 경험, 기술 등이 있는 자의 경우 경력 채용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애초 정부가 내놓은 법안에는 중수청이 수사를 개시할 때 공소청에 통보하도록 한 조항이 있었지만, 민주당은 당·정·청 논의 과정을 거쳐 이 부분을 삭제했다.

 

앞서 전날 국회는 본회의에서 공소청의 조직 구조와 공소청 검사의 권한 등을 규정한 공소청법을 처리했다. 공소청법은 수사·기소 분리 원칙에 따라 기소만을 전담하며 공소청·광역공소청·지방공소청 등 3단 체계로 운영하도록 한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여기에 기존 검찰의 특별사법경찰관리에 대한 지휘·감독권은 폐지했고, ‘권한남용 금지’ 조항이 신설됐다. 또, 검사의 징계 사유에 ‘파면’을 명시해 탄핵 절차 없이도 검사를 파면할 수 있게 했다.

 

공소청·중수청법의 국회 입법 절차를 완료한 민주당은 6월 지방선거 이후 형사소송법 개정안 등을 처리하면서 검찰 개혁 작업을 계속할 예정이다. 형사소송법 개정을 놓고는 당내에서 공소청 검사에 보완 수사권을 부여할지 여부가 쟁점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예외적인 보완수사권은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으나 당내 강경파는 보완수사권을 허용해선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 윤연정 기자 >

 

 

중수청·공소청법 ‘최종안’ 매듭... 민주, 당·정·청 ‘최종 수정안’ 당론 채택

 
더불어민주당이 17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검찰개혁 당·정·청 협의안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용민(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간사)·추미애(법사위원장)·한병도(원내대표)·정청래(당대표) 의원. 윤운식 선임기자 
 

더불어민주당이 17일 검찰청 폐지 후속 입법인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공소청 설치법안의 당·정·청 ‘최종 수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수사-기소 분리’ 정부조직 개편 방안 갈등이 일단락되는 모습이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당·정·청이 긴밀한 조율을 통해 하나 된 (중수청·공소청법) 협의안을 도출했다. 국민들이 많이 우려하고 걱정했던 독소조항들을 삭제하고 고쳤다”며 “당·정·청 협의안대로 19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회견장에는 검찰개혁 강경파로 꼽히는 추미애(국회 법제사법위원장)·김용민(법사위 간사) 의원도 함께했다.

 

당·정·청은 최종 수정안에서 “검사가 우회적으로 수사권을 확보할 가능성을 제거”하기로 했다. 수정안은 검사의 직무를 기존 정부안의 ‘법령’이 아닌 ‘법률’로 정하도록 해, 대통령령 등으로 검사에게 수사권을 줄 가능성을 아예 없앴다. 아울러 “기소 전담 기관이라는 본연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기존 정부 안에서 중수청 수사관이 검사에게 수사 개시를 통보하도록 한 의무 조항과 검사가 지녔던 입건요구권·의견제시권도 삭제했다. 검사의 영장 청구·집행 지휘권은 “영장 청구에 관해 필요한 사항”으로 고쳤다. 특별사법경찰에 대한 검사의 지휘·감독권도 없앴다. 검사도 일반 공무원처럼 징계를 통해 파면될 수 있게 했고, 중수청이 ‘법 왜곡죄’ 혐의를 받는 판사·검사를 수사할 수 있게 했다. 당내 개혁파의 수정 요구가 상당 부분 반영된 셈이다.

 

 

다만 공소청법에서 “공소청의 장은 검찰총장으로 한다”는 기존 규정은 그대로 두기로 했다. 공소청의 ‘3단 구조’도 그대로 두되 공소청-광역공소청-지방공소청으로 이름만 바꾸기로 했다. 기존 검사 정원을 해임한 뒤 선별해 재임용하자는 강경파 요구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당·정·청 최종 수정안은 이 대통령이 지난 7일부터 여러차례 에스엔에스(SNS) 글을 띄우고 여당 초선 의원 만찬을 하면서 “안정적 검찰개혁”을 주문하고 정리에 나선 끝에 마련됐다. 전날 오후 정청래 대표와 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 등 당·청 핵심 관계자들은 국회에서 만나 막판 조율을 했다.

 

 민주당은 17일 오후 의원총회를 열어 최종 수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민주당은 1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잇달아 열어 중수청·공소청법을 처리하고, 오는 19일 국회 본회의에서 두 법을 최종 통과시키겠다는 계획이다.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를 예고한 바 있다.                                        < 김채운 기자 >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 “4~5년 안에 금융위기”


달러 지배력 약화 ‘내부 요인’은 정부 부채
정부 부채 이자 지불액 이미 국방비보다 많아
달러 약화 ‘외부 요인’은 중국 위안화 대두
‘플라자 합의’로 일본 1인당 GDP 20% 낮아져
유럽이 러에 취약한 것보다 한·일이 중에 더 취약

 

미국 달러 지폐. 2015년을정점으로 기축통화로서의 달러 지위는 쇠퇴하고 있다.  자료자신. 로이터 연합
 

“미국 달러의 기축통화로서의 지위는 2015년 정점에 도달한 뒤 쇠퇴하기 시작했다. 도널드 트럼프 정권 등장 이후 그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다. 앞으로 4~5년 내에 장기금리 급상승을 수반하는 금융 쇼크(위기)가 올 수 있다.”

 

미국을 대표하는 경제학자들 중 한 사람으로,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는 21일 일본경제신문(닛케이)에 실린 인터뷰 기사에서, 따라서 “일본은 미국 국채에 편중된 투자에서 벗어나고, 은행 시스템 등 금융 인프라를 쇄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이 직면하고 있는 외부상황도 일본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로고프 교수는 트럼프 2기 정권이 시작된 지난해(2025년)에 달러 자산 이탈이 시장의 주요 관심사가 됐을 때 단기적인 시장동향과 거리를 두면서 배경에 있는 큰 흐름에 주목하라고 했다. 지난해에 출간된 그의 새 책 <달러 패권이 끝날 때>(Our Dollar, Your Rroblem)에서 그는 5~10년 안에 금리 상승을 동반하는 ‘쇼크’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과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인도의 액화석유가스(LPG) 운반선 시발릭호가 2026년 3월 16일 호르무즈 해협을 거쳐 인도 구자라트 주 문드라 항에 도착하고 있다. 2026.3.16. 로이터 연합
 

4~5년 안에 금융위기 가능성

 

“지금은 4~5년 안으로 더 앞당겨졌다고 본다. 트럼프 정권 아래서 정부채무 수준이 높아지고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독립성은 낮아졌다. 쇼크에 대한 내성이 약해지고 있다.”

 

그는 “쇼크는 ‘이란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 형태로 이미 와 있는지도 모른다”고 했다. “중요한 것은 이 세계경제의 혼란이 금리를 밀어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리먼 위기(2008년 미국 투자은행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이 촉발한 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화 등에 따른 월스트리트발 금융위기)와 코로나 바이러스 팬데믹 때는 금리가 내려갔다. 만일 이런 상황(금리 상승)이 계속 이어진다면 쇼크는 예상보다 훨씬 빨리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3월 21일 이란 테헤란에서 이란 혁명수비대 대변인 알리 모하마드 나에이니 장군과 그의 동료 아미르 호세인 비디의 관이 실린 트럭을 따라가는 장례 행렬. 2026.3.21.AP 연합
 

트럼프 정권이 추진하고 있는 (금융기관에 대한) 규제 완화를 생각하면 “5년 안에 거대한 금융위기가 일어날 가능성이 없지 않다”면서, 로고프 교수는 그것이 금리 상승 형태를 띨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달러 지배력 약화 ‘내부 요인’은 정부 부채

5년간 3배로 급증, 2035년까지 최대 예산항목

 

그렇다면 10년 뒤 달러는 어떻게 될까?

“주요 통화로서의 지위는 유지하겠지만 지배력은 계속 떨어질 것이다. 중국 위안이나 유로, 그리고 암호자산(가상 통화)이 훨씬 큰 시장 점유율을 갖게 될 것이다. 역사적으로 기축통화의 변천은 수십년간 진행되는 완만한 과정으로, 다극체제라는 중간단계를 거치게 될 것이다.”

 

달러의 지배력이 떨어지는 ‘내부 요인’은 미국의 정부부채다. 이에 대한 이자 지불 부담은 최근 5년간 거의 3배로 급증했다.“미 의회 예산국(CBO)에 따르면 2035년까지 최대 예산항목이 될 것”이란다. 미국 연방예산에서 최대 항목은 의무지출(Mandatory Spending)인 사회보장/의료 부문이 가장 크고, 그 다음이 국방비인데, 재량지출(Discretionary Spending) 중에는 국방비가 가장 큰 항목이다. 미국은 예산에서 이미 1조 달러에 육박하는 국방비(2027년까지 1조 5000억 달러로 늘릴 예정)보다 더 많은 예산을 정부 부채 이자 갚는 데 쓰고 있다. 2035년까지는 사회보장/의료 부문 예산보다 더 많은 돈을 정부 부채 이자로 지불해야 한다는 얘기다.

 

팽창하는 정부 부채 이자 지불로 압박을 받는 미국정부 재정. 2020년대 전반기에 이자 지불액(짙은 선)이 국방비(옅은 회색선)를 넘어섰다.  단위:조 달러, 자료 출처"미 의회예산국(CBO)  일본경제신문 3월 21일
 

‘외부 요인’은 중국 위안화의 대두

 

‘외부 요인’은?

시진핑 중국 주석은 최근 (중국공산당의 정치이론지에서) “위안을 국제적인 준비통화로 만들겠다”고 했는데, “(그가) 그렇게 명확하게 말한 것은 처음”이리고 로고프 교수는 말헸다. 위안화에는 자유롭게 자본이동을 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으나 “중국이 단기 국채시장을 단계적으로 개방하면 중요한 전진이 이뤄져, 중국 투자가가 자금을 해외로 빼돌리는 것에 대한 우려도 없어질 것”이라고 했다.

 

“지금의 중국 최우선 과제는 대만이다. 침공하거나, 봉쇄하거나, 또는 편입으로 가는 장기적인 합의를 모색할 것이다. 미국은 (달러 결제 동결 등의) 대규모 경제제재를 가할 가능성이 있다. 위안을 국제적인 준비통화로 만들겠다는 시 주석의 뇌리에 있는 것은 바로 그 점(경제 제재)일 것이다.”

 

미국정부의 AI규제 철폐는 “역사적 과오”

 

미국정부는 인공지능(AI)을 통한 고성장을 주장한다. AI패권이 달러의 지위를 지켜 줄까?

 

“그럴 수 있지만 AI의 어두운 면을 무시할 수 없다. 화이트칼라 층의 대규모 실업을 부를 가능성이 높다. AI가 만들어내는 이익은 실제로는 세금을 거의 내지 않는 층에게로 흘러간다. 이익의 많은 부분이 투자자에게 회수돼 경제가 성장하더라도 세수가 늘어나기 어렵다. 전쟁의 생산성도 비약적으로 높아져 매우 파괴적인 것으로 될 수도 있다. 중국과의 경쟁을 이유로 삼은 미국정부의 (AI)개발 규제 철폐는 역사적 과오다.”

 

‘플라자 합의’ 없었다면 일본 1인당 GDP 20% 높을 것

 

1985년의 플라자 합의는 달러 강세를 약화시켜 기축통화의 지위 저하를 피한 반면, 그로 인한 엔 강세가 일본경제의 침체를 불러 엔의 국제화도 멀어졌다. 미국의 기축달러 체제가 흔들리는 지금 일본은 어떻게 될까? 일본의 경제, 금융 정책은 어떻게 될까?

 

“물가 상승을 가미한 일본의 실질금리는 앞으로 5~10년간 계속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세계적으로 보더라도 낮아서, 놀라울 정도의 엔 약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조정 프로세스로 금리인상이 진행될 것이다. 새 정권(다카이치 사나에 정권)은 성장률을 끌어올리려 하고 있다.”

 

유감스럽게도 예산에서 점하는 방위비(국방비) 비율도 올라갈 것이다. 지금은 1% 이하인 일본의 실질 장기금리가 2% 가까이로 상승하더라도 로고프 교수는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엔의 국제적인 지위를 향상시킬 수 있을까?

 

“일본은 역사적으로 해외 투자자가 엔 자산을 보유하거나 이용하는 것을 억제하는 정책을 취해 왔는데, 그런 방침은 재고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1980년대의 컴퓨터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는 금융 인프라를 쇄신하는 일이다.“

 

플라자 합의가 없었다면 엔은 더 국제화돼 있을까?

 

”단기간에 환율이 100% 가까이 상승한 것은 대참사였다. 그것이 없었다면 1인당 국내총생산(GDP)는 지금보다 20%는 더 높아졌을 것이다. 플라자 합의는 대단히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만일 그때 연착륙을 할 수 있었다면 오늘날 일본 상황은 크게 달라져 있을 것이다.“

 

유럽이 러에 취약한 것보다 한·일이 중에 더 취약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 위키피디아

 

로고프 교수는 일본은 미국의 안보 우산 아래에 있지만 ”일본과 한국은 (경제규모가 큰) 중국으로부터도 다양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면서 ”유럽이 러시아에 대해 경제, 안보 등의 면에서 취약한 것 이상으로 한국과 일본은 중국에 더 취약하다“며 이는 향후 몇 년간 일본(그리고 한국)이 생각해 봐야 할 일이라고 했다.      < 한승동 기자 >

 

멀어진 연준의 금리 인하…치솟는 단기채금리

 

중동전쟁으로 연준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 ↓
인하는커녕 인상 가능성 높아진 미국 금리
인플레이션과 중동전쟁 여파로 불안 부채질
파월 연준 의장 “전쟁 경제영향 아무도 몰라”
글로벌 경제 최대 위협은 트럼프와 네타냐후

 

인플레이션이 끈적끈적하게 달라붙고 있는 가운데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침공으로 시작된 중동전쟁이 확전일로로 치닫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을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앞다퉈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다. 사실상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사라진 가운데 심지어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까지 급부상 중이다. 만약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한다면 금융시장과 외환시장도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가뜩이나 글로벌 경제가 여의치 않은 가운데 트럼프와 네타냐후가 글로벌 경제를 벼랑 끝으로 몰고 있다.

 

사실상 매우 희미해진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가능성, 영국도 매파적 금리동결

 

연준이 기준금리를 동결한 데 이어 영국 중앙은행 잉글랜드은행(BOE)이 19일(현지시간) 인플레이션 상승 우려를 제기하며 금리를 동결하면서 연준이 연내 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시장 기대가 사실상 사라졌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선물 시장은 이날 잉글랜드은행의 금리 동결 결정 직후 오는 12월까지 미 연준이 현 3.50∼3.75% 금리 수준을 유지할 확률을 약 76%로 반영했다. 나아가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수 있다는 확률을 3%로 새로 반영했다.

 

시장은 전날 연준이 기준금리를 동결했을 때만 해도 연말까지 금리를 동결할 확률을 약 47%로 반영했는데, 불과 하루 새 연내 금리 인하 기대감이 거의 소멸된 것이다.

 

한편 잉글랜드은행은 이날 국제 유가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상승 위험을 제기하며 매파적(통화긴축 선호)으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앤드루 베일리 잉글랜드은행 총재는 “영국 소비자물가에 미칠 더 지속적인 영향에 (통화정책이) 대응해야 한다”며 “어떤 상황에서도 물가상승률을 2%로 되돌리는 것이 우리의 일”이라고 말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금융시장 및 경제 전문가들은 잉글랜드은행이 기준금리를 연내 2차례 추가 인하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다가 전쟁 발발 직후 연내 금리 인상 관측까지 나오기 시작했다.

 

미슐러 파이낸셜 톰 디갈로마 매니징디렉터는 “이 모든 게 잉글랜드은행의 금리 결정에서 비롯된 것으로, 시장은 이제 올해 (잉글랜드은행의) 50bp 금리 인상을 기대하고 있다”며 “유럽 채권시장이 자유낙하 중이며, 미국 채권 금리도 끌어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여성 작가 제인 오스틴 타계 200주기인 2017년 영국중앙은행은 새 10파운드짜리 지폐에 그의 얼굴과 그 아래에 그의 작품 '오만과 편견'에 나오는 글귀 "결국 독서 같은 즐거움은 없다고 선언하노라"(I declare after all there is no enjoyment like reading)를 새겨넣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단기물 국채금리도 폭등하는 중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고개를 들면서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도 이날 장중 3.9%대까지 오르며 금리 인상 기대감을 반영했다. 미국채 2년물 수익률이 전쟁 발발 직전 3.4% 수준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약 3주 새 금리가 0.50%포인트 오른 셈이다. 미·이란 전쟁으로 고유가가 장기화하고 이에 따라 인플레이션이 따를 것이란 우려가 미국채는 물론 글로벌 채권 금리를 밀어 올렸다.

 

유가가 급등하더라도 단기에 안정될 것으로 기대될 경우 중앙은행은 이를 일시적 충격으로 보고 통화정책으로 대응하지 않는다. 그러나 고유가가 굳어질 경우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긴축 정책으로 대응할 수 있다.

 

다코다 웰스매니지먼트의 로버트 파블릭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로이터에 “시장에 인플레이션 압력 탓에 연준이 연내 금리를 올릴 것이란 기대가 생겼다”며 “호르무즈 해협 운항이 재개돼야 유가 상승 압력이 경감될 것”이라고 말했다.

 

2년 만기 미국채 수익률 추이, 자료=연합인포맥스

 

인플레이션과의 전쟁도 버거운데 중동전쟁까지 덮쳐

 

한편 연준이 18일(현지시간) 통화정책 결정 회의체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은 미국·이란 전쟁으로 인한 국제 유가 급등으로 미국의 성장 둔화 및 인플레이션 상승 위험이 동시에 커짐에 따라 향후 경제 여건 변화 추이를 좀 더 기다리며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다수 위원 견해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FOMC 결정에 앞서 시장은 이란 전쟁에 따른 유가 급등과 경제 불확실성 확대로 연준이 기준금리를 현 3.50∼3.75%로 동결할 것을 기정사실로 예상해 왔다.

 

전쟁 개시 후 세계 원유 해상운송량의 5분의 1이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운항이 사실상 차단되면서 국제유가 기준인 브렌트유 가격은 이날 배럴당 107달러에 마감해 전쟁 시작 직전보다 47% 올랐다.

 

유가 상승은 주유소의 휘발윳값은 물론 각종 석유화학 제품, 비료, 운송요금 상승으로 곧바로 반영되고 있다.

 

연준이 통화정책의 준거로 삼는 인플레이션 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상승률이 근원지수 기준 1월 3.1%로, 연준의 물가 목표 수준(2%)을 크게 웃돌고 있는 가운데 유가 상승이 인플레이션을 더욱 밀어 올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11일 이란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의 미사일 공격을 받아 태국 국적 화물선 마유리 나리호에 화재가 발생한 모습. 2026. 03. 11 태국 왕립 해군 제공. [EPA=연합]
 

지난 2월 미국의 생산자물가지수(PPI)는 한 달 전보다 0.7%나 오른 것으로 나타나 전쟁 발발 이전부터 이미 미국에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이 커진 상황임을 보여줬다.

 

경제 전문가들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이상 수준에서 장기간 유지될 경우 미국과 세계 경제의 성장률도 타격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한다.

 

작년 4분기 미국의 성장률은 0.7%(전기 대비 연율 기준)로 작년 3분기 성장률(4.4%)에 비해서 크게 둔화한 상태다.

 

지난 2월 미국의 비농업 일자리는 전월 대비 9만 2천명 감소, 코로나19 팬데믹 직후인 2020년 12월(18만 5000명 감소)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을 보이는 등 시장에서는 고용 약화에 대한 경계감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의 성장세 약화 우려가 커진 가운데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간 이어질 경우 성장률 하락 위험은 더욱 커질 수 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물가가 일차적으로 관세 탓에, 이제는 전쟁 탓에 상승하고 있는 반면 성장세는 둔화하고 있다”며 미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속 경기 침체) 위험에 직면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현 경제 환경은 통화정책 당국인 중앙은행을 딜레마 상황에 놓이게 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금리를 인상하면 경기를 더욱 위축시킬 수 있고, 성장 및 고용 촉진을 위해 금리를 내리면 인플레이션 상승을 가속화할 수 있는 탓이다.

 

중동 전쟁이 언제까지,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하기 어려운 점도 연준의 정책 변화를 신중하게 하는 요인이다.

 

미 연준 기준금리 인상 (PG)[권도윤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

 

글로벌 경제를 절벽으로 몰고 있는 트럼프와 네타냐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금리 동결 후 기자회견에서 중동 전쟁의 영향에 대해 “강조하고 싶은 점은, 아무도 모른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연준이 이날 공개한 경제전망(SEP)은 올해 말 적정 기준금리 수준을 작년 12월 전망에서와 같은 3.4%로 유지했지만, 파월 의장은 이 같은 수치가 위원들이 확신을 가지고 적어낸 결과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는 경제전망에 대해 “뭔가는 적어야 하니까 위원들이 적어낸 것”이라며 “지속 기간이나 경제 영향의 규모에 관해 토론할 수도 없었다”라고 말했다.

 

금융시장은 연준이 상반기는 물론 연내 금리 인하를 하지 못할 것이란 기대를 이미 크게 높인 상태다.

 

파월 의장은 “지난번 회의와 마찬가지로 오늘 회의에서도 다음번 조치가 금리 인상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논의됐다”며 “어떤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지만, 대다수 참석 위원들은 금리 인상을 기본 시나리오로 보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경제 환경 불확실성 속에 이날 FOMC 결정은 투표권을 보유한 12명 위원 중 1명의 제외한 다수의 찬성 속에 이뤄졌다.

 

1월 회의에서 금리 동결에 반대해 인하 의견을 냈던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이번 회의에서 동결 결정으로 돌아섰다.

 

이날 FOMC 결정을 앞두고 일각에서는 1월에 금리 인하 의견을 냈던 마이런 이사와 월러 이사 외에 추가로 미셸 보먼 이사까지 인하 의견에 가세해 연준 내 균열이 커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지만, 전쟁으로 증폭된 경제 불확실성을 앞두고 내부 균열은 오히려 좁혀진 모습이다.

 

제임스 불러드 전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기본 인플레이션 지표가 3%를 웃돌고 잘못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 인하 표를 행사하는 것은 인플레이션을 용인한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며 “논리적으로 정당화하기 어려운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코로나 팬데믹 당시 풀린 천문학적 유동성이 덜 회수된 상태에서 글로벌 벨류체인 공급망이 예전만 못하다보니 인플레이션이 심화됐고 여기에 트럼프발 관세전쟁 여파까지 겹쳐 인플레이션이 여전이 우리를 괴롭히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트럼프와 네타냐후가 이란을 불법침공해 유가를 천정부지로 밀어올리고 있다. 게다가 중동전쟁이 어디까지 전개될지 누구도 모른다. 이쯤되면 글로벌 경제의 최대 위협 요인은 트럼프와 네타냐후라 할 것이다.                                                                                                                            < 이태경 기자 >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