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믿을 만하냐” 검찰개혁 세부안 “정부가 주도하겠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00일째가 되는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회복을 위한 100일, 미래를 위한 성장’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김창길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검찰개혁 방안과 관련해 “구더기가 싫죠? (그렇다고) 그 장독을 없애면 되겠느냐” “(검찰이 아닌) 경찰은 믿을 만하냐”고 말했다. 특정인을 표적 삼아 과잉수사를 자행한 ‘정치검찰’ 폐해를 없애기 위해 수사·기소를 분리하겠다는 원칙은 인정하면서도, 경찰 등 다른 수사기관의 수사권 남용 방지 및 사건 암장 대책 또한 마련돼야 한다는 생각을 밝힌 것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개혁 세부안 논의를 “정부가 주도하겠다”고 천명하기도 했다. 주무부처인 법무부 등은 검찰의 보완수사권 존치 여부와 전건 송치, 수사지휘권 부활 등 1차 수사기관 통제 방안을 본격적으로 검토할 방침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회견에서 검찰개혁과 관련한 최초 논의가 ‘수사·기소 검사 분리’로부터 시작됐다고 밝히면서도, “그런데 요새는 ‘검사는 아예 사건 수사에 손도 대지마’ 이렇게 됐다. 가다보니까 거기까지 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앞서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지금의 검찰청을 중대범죄를 수사하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기소를 담당하는 공소청으로 쪼개 각각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소속으로 두기로 합의한 사실을 언급하면서 이를 “정치적 결정”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엉뚱한 사람한테 죄를 뒤집어씌우는 것도 나쁜 짓이지만 죄를 지은 사람이 처벌받지 않고 큰소리 떵떵 치게 방치하는 것도 문제”라며 “그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려면 아주 치밀한 장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런 설명을 하면서 “보완수사”를 두 차례 언급하기도 했다.

 

이 발언은 최근 김민석 국무총리와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경찰, 중수청 등 1차 수사기관에 수사 개시권과 종결권을 전면적으로 부여할 경우 발생할 부작용을 막기 위해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등 통제 권한을 주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이 대통령은 ‘수사를 개시·설계하는 권한’과 ‘그 수사를 평가·종결하는 권한’이 일치한 데서 ‘정치검찰’ 폐해가 발생했기 때문에 두 권한을 분리해야 한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하지만 1차 수사기관이 제대로 된 감시와 통제 없이 사실상 수사를 마칠 권한까지 갖게 되면 인권 침해, 사건 암장, 수사 장기화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 또한 크다고 봤다. ‘검찰’이란 이름이 사라지더라도 ‘경찰 수사 통제’라는 검찰 역할을 없애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이다.

 

이에 정부는 우선 1차 수사기관이 송치한 사건의 기소·불기소 판단과 효과적인 공소 유지를 위해 공소청이 직접 보완수사를 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만 민주당 강경파와 강경 지지층 사이에서 보완수사권 부여는 곧 ‘검찰 수사권 존치’란 비판이 나오는 점을 고려해 범죄사실의 동일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만 보완수사가 가능하도록 하는 등 제한 요건을 세밀하게 법안에 담을 방침이다.

 

정부는 검찰개혁 세부안 논의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 수사권 조정 당시 폐지한 전건 송치(경찰의 기소·불기소 판단과 상관없이 모든 사건을 검찰에 송치)와 수사지휘권 부활도 함께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수사지휘권 부활은 경찰과 여당 지지층 등 반발이 커 실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검찰개혁안 논의 상황을 잘 아는 정부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은 ‘검찰의 인지수사 금지와 경찰에 대한 사법통제 강화’라는 대원칙과 반대로 가면서 안 하느니만 못한 결과를 낳았다”며 “검·경 수사권 조정 결과에 대한 엄정한 평가를 기반으로 형사사법체계 전반을 체계적으로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대연 기자 >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을 받는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윤한홍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 남소연
 


권성동·윤한홍 국민의힘 의원, 김창기 국세청장, 김성제 의왕시장, 이성권 부산시 부시장, 문화체육관광부 고위공무원.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공소장에 담긴 고위공직자들이다. 전씨는 20대 대선 직후 윤석열·김건희 대통령 부부와의 친분을 과시하며 이들을 동원해 곳곳에서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오마이뉴스>가 12일 국회를 통해 입수한 전씨 공소장에는 그가 윤석열·김건희 부부 및 고위공직자 인맥을 팔아 현안을 해결해준 대가로 약 2억 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가 적시됐다. 김건희 특검팀(민중기 특검)은 지난 8일 통일교 관련 의혹 외에도 위 혐의(특가법상 알선수재) 등을 적용해 전씨를 구속 기소했다.

희림 대표 아내 "세무조사 막아달라"→윤한홍·김창기 식사 → 4500만 원 수수

김창기 국세청장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특검팀은 공소장에서 "전씨가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희림) 대표의 아내 A씨로부터 희림에 대한 세무조사를 막아달라는 취지의 부탁을 받고 '힘 있는 사람을 소개해주겠다'며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과 김창기 전 국세청장과의 저녁 식사자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희림은 김건희가 대표로 있던 전시기획사 코바나컨텐츠에 세 차례 후원하며 윤석열 정부 들어 대통령실 관저 이전 사업 등을 수주한 바 있다.

특검팀은 "전씨가 윤석열이 제20대 대통령에 당선된 뒤 고위공직자 등과의 친분, 인맥을 통해 여러 청탁을 들어줄 것처럼 말했고, A씨 또한 각종 청탁을 했다"며 "A씨가 ▲ 희림의 공공기관 발주 사업 수주 ▲ 지인의 공공기관 고위직 임명 ▲ 2022~2024년 서울 압구정3구역 재건축정비사업 관련 서울시의 고발 사건 무마를 알선하고 ▲ 본인이 운영하는 여행사를 문화체육관광부 중국전담여행사로 지정해줄 것 등을 청탁했다"고 적었다.

이어 "전씨는 위와 같은 각종 청탁을 하는 A씨에게 '부탁을 맨입으로 하냐', '나는 네가 원하는 대로 해주는데 너는 아무것도 안 해주냐'는 취지로 말하며 대가를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아래는 A씨가 전씨를 위해 제공한 청탁의 대가다.

A씨는 전씨로 하여금 2022년 7월 25일 전씨에게 강남의 한 빌라를 임차하도록 해 임차비용을 대납하는가 하면,
2022년 11월 16일 서울 강남 커피숍에서 전씨에게 현금 100만 원을 수수하는 등 수회에 걸쳐 현금을 보내고,
여행사 명의 법인카드를 제공했다.


그러면서 특검팀은 "전씨가 대통령, 국세청장 등 공무원 직무에 속한 사항에 관해 청탁 또는 알선을 한다는 명목으로 합계 4529만 6323원 상당의 금품과 이익을 수수했다"고 지적했다.

권성동·윤한홍 축사, 의왕무민밸리 조성... 1억 6000만 원 수수

                     ▲김성제 의왕시장. ⓒ 의왕시


뿐만 아니라 특검팀은 전씨가 콘텐츠기업 '콘랩컴퍼니'의 의왕무민밸리 조성사업 등 추진을 위해 경기 의왕시장 등 고위 공직자들을 소개해 용역계약을 맺고, 이 회사가 추진하는 행사에 고위공직자들 참여를 주선했다고 적시했다.

특검팀은 공소장에서 "2022년 7월경 전씨는 자신의 딸을 통해 콘랩컴퍼니 대표로부터 '라이언 홀리데이 인 부산' 오픈식에 김건희 등 유력자나 고위공무원을 초대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며 "전씨는 '여사는 안 돼',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콘텐츠진흥원 대상을 탄 거야?' '대통령실이나 문체부 등 고위공직자들이 행사에 참여하게 해주겠다'는 취지로 대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실제 전씨는 위 사업 오픈식에 문체부 고위공무원, 부산시 부시장 등이 참석하도록 하고 권성동·윤한홍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축사를 보내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특검팀은 "이후 전씨는 콘랩컴퍼니 대표에게 '의왕시에 백운호수를 바꾸는 프로젝트가 있는데 검토해 보라'는 취지로 말하면서 자신과 친분이 있던 김성제 의왕시장을 소개해준 다음 사업이 원만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해줬다"며 "의왕시는 2023년 4월 25일경 이 회사가 지적재산권을 소유하고 있는 만화 무민 캐릭터를 이용해 의왕 백운호수에 의왕무민밸리를 조성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고 적었다.

특검팀은 전씨가 이러한 청탁을 대가로 "콘랩컴퍼니 대표로부터 2022~2023년까지 1억 6702만 8000원 상당의 이익을 수수했다"고 밝혔다. 전씨가 2022년 회사 대표에게 "우리가 이렇게 해주면 너희는 뭘 해줄 것이냐"며 "딸한테 월 400만 원, 내 차량과 운전기사 비용으로 월 800만 원 지급하라"고 요구한 뒤 대가가 지급됐다는 게 특검팀의 수사 결과다.

                                                                                                 < 김화빈 기자 >

김건희 특검팀(민중기 특검)이 지난 8일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기소했다. ⓒ 유성호, 대통령실

권성동 체포동의안 445자…이재명 땐 1만 1252자

● COREA 2025. 9. 12. 12:45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정성호, 1분 26초 간략 설명…동의안 가결
권성동 자신은 결백하다며 '셀프 찬성표' 쇼

이재명 땐 한동훈, 30분간 노골적 피의사실 공표
국회의장 주의도 무시하고 정치행위 일삼아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이 11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동료 의원과 인사하고 있다.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는 김건희 특검이 국회에 송부한 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의원 표결을 통해 처리됐다. 2025.9.11. 연합
 

통일교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11일 가결된 가운데, 과거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재명 대통령(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해 무죄 추정 원칙도 무시한 채 노골적으로 정치 편향 발언을 하며 피의사실을 공표해 파문을 일으킨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의 체포동의 요청 이유 설명 장면이 회자된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고 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을 재석 177명 중 찬성 173명, 반대 1명, 기권 1명, 무효 2명으로 통과시켰다. 투표는 무기명 비밀 방식으로 진행됐다.

표결에 앞서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권 의원의 체포동의 요청 이유를 설명했다.

 

"김건희와 명태균 권진법사 관련 국정농단 및 불법 선거개입 사건 등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는 지난 2025년 8월 28일 권성동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였습니다.

범죄 사실의 요지는 권성동 의원이 2022년 1월 5일 통일교 관계자로부터 윤석열 후보가 당선되면 통일교의 정책을 국가 정책으로 추진하고, 정부 예산 및 조직 인사 등을 통해 통일교의 대규모 프로젝트와 행사를 도와달라는 제안을 받고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식당에서 윤석열 후보에 대한 지원 등 명목으로 현금 1억 원의 정치자금을 기부받았다는 것입니다.

특별검사에 따르면 권성동 의원은 현금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혐의를 부인하고 있으나 공여자의 일관된 진술 및 다이어리, 문자메시지, 사진 등 객관적 증거에 의하여 혐의가 입증되고 사안의 중대성과 도주 또는 증거인멸의 우려 등에 비추어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가 있다고 하고 있습니다.

특별검사 위 구속영장 청구에 따라 서울지방법원 판사 남세진은 2025년 8월 29일 권성동 의원에 대한 체포 동의 요구서를 정부에 제출하였고 이에 법무부는 정부를 대표하여 국회법 제26조에 따라 권성동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를 국회에 요청하는 바입니다. 이상입니다."

 

정 장관이 약 1분 26초에 걸쳐 읽은 체포동의 설명 이유는 문장 부호와 공백을 제외하고 445자였다. 역대 가장 길었던 지난 2023년 9월 21일 한동훈 전 장관의 이 대통령에 대한 체포동의 이유 설명 1만 1252자와 비교하면 무려 1만 자 이상 차이가 났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11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에 대한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는 김건희 특검이 국회에 송부한 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의원들 표결을 통해 처리됐다. 2025.9.11. 연합
 

한 전 장관은 당시 전국에 생중계되는 국회 본회의장에서 약 30분 동안 체포동의 요청 이유를 설명하면서 범죄로 확정되지 않은 내용들을 마치 확정된 것처럼 언급해 파문을 일으켰다. 또 "전례없이 파격적이다" "말도 안되는 청탁을 들어준 것이다" "국제안보까지 위협한 중대 범죄 행위이다" 등 감정이 섞인 사견을 노골적으로 덧붙였다. 법치를 중시해야하는 법무부 장관이 오히려 무죄추정의 원칙을 훼손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민주당 의원들은 "장관이냐 검사냐" "법무부 장관 사퇴하라"며 현장에서 거세게 항의하기도 했지만, 한 전 장관은 발언을 멈추지 않았다.

 

심지어 김진표 국회의장까지 나서서 한 전 장관에게 "지나치게 한쪽 주장을 일방적으로 하는 것은 그동안 관행에 맞지 않고 잘못하면 피의사실 공표 문제와 연결될 수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해서 요약해서 설명해달라"고 주의를 줬지만, 한 전 장관은 의장의 요청도 무시하고 준비한 18쪽을 거의 그대로 읽었다. 사실상 행정부의 일개 장관이 국민의 대의기관인 입법부를 무시한 셈이다.

 

과거 법무부 장관들이 길어야 1100~1400자 안팎으로 체포동의 이유를 설명하며 대략적인 개요를 포괄적으로 언급한 것과 비교했을 때, 한 전 장관의 체포동의 이유 설명은 정치적인 의도가 명백했다.

 

2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두고 한동훈 법무장관이 취지 설명을 하던 중 야당 의원들이 항의하자 김진표 국회의장이 짧은 설명을 주문하고 있다. 2023.9.21. 연합
 

한 정 장관은 그에 앞서 지난 2023년 2월 27일에도 이 대통령에 대한 1차 체포동의 요청 이유 설명하면서 당시 기준으로 가장 긴 5459자를 읽었다. 그러면서 "개발 이권의 주인인 성남시민에게 천문학적 피해를 줬다" "단군 이래 최대 치적이 아니라 단군 이래 최대의 손해라는 말이 어울린다" "변명이 통할 순 없을 것이다" 등의 자위적인 표현을 썼다.

 

2022년 12월 28일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두고 체포동의 요청 이유를 설명할 때에도 피의사실을 낱낱이 공표하면서 "노웅래 의원이 청탁을 받고 돈을 받는 현장이 고스란히 녹음되어 있는 녹음파일이 있다. (중략) 노웅래 의원의 목소리, 돈봉투 부스럭거리는 소리까지도 그대로 녹음되어 있다"고 발언해 파문이 일었다.

 

한편 이날 권 의원은 정 장관의 체포동의 이유 설명 뒤, 신상발언을 통해 "특검이 저에 대해 제기한 주장은 모두 거짓이다. 공여자(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가 1억 원을 전달했다는 그날은 제가 공여자와 처음으로 독대한 자리였다"며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라. 어느 누가 처음으로 독대한 자리에서 불법적인 정치자금을 주고받을 수가 있겠는가"라고 주장했다.

 

권 의원은 "저는 과거에도 불체포 특권을 헌정사 처음으로 포기한 바가 있다. 이번에도 불체포 특권을 포기한다고 밝혔다. 당당하고 결백하기 때문"이라고 거듭 주장하며 "그래서 저는 아무리 억울하더라도 민주당에 무죄를 호소하지는 않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한 분도 빠짐없이 저에 대한 체포동의안에 찬성해달라"고 했다.

 

표결에 국민의힘은 표결에 불참했고, 권 의원 본인은 투표에 참여해 찬성표를 던졌다. 권 의원은 투표 직후 찬성을 뜻하는 '가'라고 적힌 투표 용지를 접지 않고 국회 본회의장 카메라에 잡히도록 의도적으로 내보였다.                               < 김성진 기자 >

 

 

'3대 특검 기간 연장 포기' 국힘과 합의에 발칵
이 대통령 "내가 시켰단 여론, 비난 엄청 쏟아져"
"정부 조직 개편과 내란 규명 어떻게 맞바꾸나"
"그런 건 협치 아냐"…'야합'과 '협치' 철저 구분

민주 의원들과 지지층 격앙…"타협할 사안 아냐"
김병기 "긴밀 소통해…정청래 사과하라" 직격탄
정청래, 비공개 의총서 "부덕의 소치" 결국 사과
당 지도부-원내대표단간 소통에 문제있었던 듯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11일 국회에서 본회의를 앞두고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 입장하고 있다. 2025.9.11. 연합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3대 특검의 수사 기간을 추가로 연장하지 않고 인력 증원도 최소화한다는 내용을 국민의힘과 합의했다고 발표하자 민주당 의원 상당수가 강력 반발하고 지지층도 격앙된 반응을 보이는 등 후폭풍이 거세게 일었다. 이재명 대통령조차 "그건 협치도 아니다"라고 공개적으로 비판하면서 국민의힘과의 합의는 결국 없던 일이 됐지만, 그 과정에서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 사이에 심상치 않은 불협화음과 갈등이 표출되는 등 민주당 지도부의 리더십을 놓고 근본적인 의문이 커지고 있어 상당한 후유증을 남길 전망이다.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 판단으로 이런 무리수를 뒀다고 보기는 어려워 혹시 이 대통령의 '협치' 의중이 반영된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다. 지지층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까지 원망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비판의 화살이 엉뚱한 표적으로 향하자 여론에 민감하고 국민과 소통을 중시하는 이 대통령 본인이 이 사안에 관해 직접 명확한 입장을 밝혔다. '협치'와 '야합'은 다르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한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 '회복을 위한 100일, 미래를 위한 성장'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5.9.11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연합
 

이 대통령은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내란 특검의 연장을 안 하는 조건으로 정부조직법을 통과시켜주기로 했다고 오늘도 좀 시끄럽더라"며 "그런데 이걸 이재명이 시킨 것 같다는 여론이 있더라. (국민의힘과의) 협치, 타협을 얘기한 걸 보니까 분명히 (합의)하라고 뒤에서 슬쩍 시킨 것 같다는 여론이 있어서 저한테 비난이 엄청 쏟아지고 있다"고 말을 꺼냈다.

 

이어 "저는 몰랐다. 그리고 저는 그렇게 하길 바라지 않는다"면서 "정부조직법을 고쳐서 정부 조직을 개편하는 것과, 내란의 진실을 규명해 그야말로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서 다시는 대한민국에서 내란이라고 하는 군사 쿠데타가 벌어지는 않도록 하는 이 당위를 어떻게 맞바꾸냐라는 게 제 생각"이라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또 "더 효율적으로 일을 하자는 거지, 정부 조직 개편 안 한다고 일을 못 하는 건 아니다. 그런데 내란의 진실을 규명해서 철저하게 진상을 규명하고 상응하는 책임을 물어서 다시는 꿈도 못 꾸게 만드는 것은 민주공화국의 본질적인 가치 아닌가? 그걸 어떻게 맞바꾸나?"라며 "그런 건 타협이 아니다. 저는 그런 걸 원하지 않는다. 그런 거는 협치도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11일 국회에서 본회의를 앞두고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 입장하고 있다. 2025.9.11. 연합
 

정청래 대표도 이날 오전 국회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어제 협상안은 제가 수용할 수 없었고 지도부 뜻과도 다르기 때문에 어제 (밤에) 바로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전했다. 사전에 정 대표와 상의 없이 김 원내대표가 결정을 내린 것이냐는 질문에 정 대표는 "원내대표도 고생을 많이 했지만 지도부 뜻과는 많이 다른 것이어서 저도 어제 많이 당황했다"며 "특검법을 개정하자는 것은 핵심 중의 핵심이 기간 연장이기 때문에 연장을 안 하는 쪽으로 협상이 된 것은 특검법 원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김 원내대표를 사실상 대놓고 질타했다.

 

앞서 김 원내대표는 전날 저녁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국회에서 회동을 마친 뒤 3대 특검 수사 기간을 추가로 연장하지 않고, 수사 인력 증원도 특검별로 '꼭 필요한' 10명 미만으로 최소화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합의안을 발표했다. 민주당은 이미 국회 법제사법위에서 내란·김건희 특검은 수사 기간을 현행 최장 150일에서 180일로, 해병 특검은 최장 120일에서 150일로 각각 30일 더 늘리고 인력도 대폭 증원할 수 있도록 한 '더 센 특검법' 개정안을 처리한 바 있다.

 

민주당은 나아가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법사위 간사로 선임되도록 협력하기로 했다. 민주당 법사위원들은 나 의원의 간사 선임을 강하게 저지해왔다. 대신 국민의힘은 특검법 처리를 위한 국회 본회의 때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를 하지 않기로 했다. 또 정부 조직 개편과 관련해 자당 소속 국회 상임위원장 소관인 금융감독위원회 설치 사안에 관해 적극 협조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회동을 갖고 있다. 2025.9.10. 연합
 

이처럼 3대 특검법 개정안에 국민의힘 요구를 대폭 반영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민주당 내부에서 반대 의견이 즉각적으로 분출했다. 법사위원장으로 지난 4일 특검법 개정안의 법사위 처리를 주도했던 추미애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특검법 개정은 수사 인력 보강, 수사 기간 연장 등으로 내란 수사와 권력형 부패 비리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그게 아니라면 굳이 합의가 필요치는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현희 최고위원도 "3대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은 특검 수사 인력 확대와 기간 연장"이라며 "완전한 내란 종식과, 파도 파도 양파 같은 김건희 국정농단 부패범죄를 철저히 수사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라는 글을 올렸다. 한준호 최고위원 역시 "특검 수사 기간 연장은 이번 개정안의 핵심이다. 그 많은 의혹을 짧은 기한 내 수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합의를) 재고해 달라. 부탁드린다"고 썼다.

 

이 밖에 "특검 기간 연장, 인원 증원 사수! 타협은 NO!"(서영교) "내란 종식은 협치의 대상이 아니다. 원내 지도부 발표는 당내 충분한 논의나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박주민) "특검, 특히 내란 특검은 반드시 기간이 연장돼야 한다. 안 그러면 내란 끝장내지 못한다."(박선원) 등의 항의가 빗발쳤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오른쪽)과 김병기 원내대표가 11일 국회 본회의에서 상정된 '더센 특검법(3대 특검법 개정안)' 개정안에 대한 수정안 처리를 지켜보고 있다. 2025.9.11. 연합
 

이에 김병기 원내대표는 당초 방침에서 물러나 합의를 하루 만에 철회하긴 했지만 정청래 대표를 향해 강한 불만을 공개적으로 터뜨렸다. 그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하라"고 '대표' 직함도 붙이지 않은 채 직격탄을 날렸다. 자신이 국민의힘과 '합의'로 발표한 전날 협상을 '1차 협의'라고 표현하면서 '합의 파기'가 아니라는 취지로 주장하기도 했다. 정 대표가 주재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도 불참했다.

 

이어 페이스북을 통해 "3대 특검법 개정 협상은 결렬됐다. 법사위에서 통과된 원안대로 통과시키겠다"며 "그동안 당 지도부, 법사위, 특위 등과 긴밀하게 소통했다"고 공지했다. 지도부를 비롯해 당내 주요 관계자들과 제대로 논의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김 원내대표는 이어 "법안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수사 기간에 대한 여러 의견이 있었다. 그 의견을 국민의힘에 제안했으나 거부했다"면서 "결국 추가 협의는 무의미하다고 판단해서 최종 결렬을 선언했다"고 설명했다.

 

김 원내대표는 정 대표에 대해 격분하고 있는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를 비롯한 원내 지도부는 이재명 대통령이 협치를 주문한 상황에서, 특히 정부 조직 개편의 주요 과제인 금융감독위 설치를 위해서는 특검법 협상에서 양보가 불가피했다는 입장이었다고 한다. 금융감독위 설치를 위해 필수적인 법안을 통과시키려면 국회 정무위원회 문턱부터 넘어야 하는데 윤한홍 정무위원장이 국민의힘 소속이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을 고려해서 정 대표와도 사전에 충분히 상의했는데 막상 협상 결과를 발표한 뒤 의원들과 지지층 반발이 예상보다 거세자 정 대표가 나 몰라라 한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시각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원내대표의 공개 사과 요구에 침묵하던 정 대표는 이날 오후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본인의 부덕의 소치"라고 결국 고개를 숙였다. 의총 뒤 김현정 원내대변인의 브리핑에 따르면 정 대표는 "여야 간 협상 과정에서 협의된 부분 (관련) 의총에서 수정안이 도출되는 과정이 있었는데, 그 과정이 매끄럽지 못한 부분에 대해 당원과 국민, 의원들에게 심심한 사과를 한다"며 "본인의 부덕의 소치로, 앞으로 처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사과 대상에 김 원내대표를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다.

 

11일 국회 본회의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등에 의한 내란·외환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수정안이 여당 주도로 통과되고 있다. 2025.9.11. 연합

 

연합뉴스TV에 따르면 의원총회에서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가 잇따라 발언을 신청해 서로를 겨냥하면서 또 충돌이 빚어졌다고 한다. 의총 말미에 추가 발언에 나선 정 대표는 "특검법 수정안을 원내(지도부)에서 처리하지 않는 게 좋겠다"며 "법사위나 당 정책위에서 만드는 게 좋겠다. 한정애 정책위의장이 성안하는 게 낫겠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에 대한 불신을 나타낸 것이다.

 

이어 발언자로 나선 김 원내대표는 "특검법 수정안 협상이 수사 기간 때문에 문제라고 말씀하시는데, (특검 준비기간을 감안하면) 원안과 합의안의 수사 기간 차이가 15일이다. 15일 때문에 정부조직법 등 합의가 다 깨진 게 맞느냐"고 따져 물었다. 또 기존 법안에 특검 운영 기간을 연장하는 내용이 이미 포함돼 있다는 점을 거론하면서 "기존 법안대로 먼저 연장하고 그때 가서 수사 기간을 연장해 수정 발의하는 방법은 왜 생각을 못하느냐"고 항변했다.

 

이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여야 합의를 통해 먼저 처리하고, 향후 필요에 따라 특검법을 다시 발의하는 전략을 사용하려는 의도가 있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전후 사실관계를 제대로 모르면서 비난하지 말라는 얘기다. 김 원내대표는 전날 국민의힘과의 합의 사항에 반대한다고 페이스북 등에 글을 올린 의원들을 향해서도 "글을 쓰기 전에 원내에 물어보셔야 하지 않느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내에서는 김병기 원내대표가 지도부와 야당과의 협상안을 논의하기는 했지만, 특검의 기간연장 철회와 검사증원 축소 등 국힘쪽과의 합의구상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던 데서 논란의 소지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당초의 특검법안이 크게 후퇴하지 않는 선에서 양보하되 정부조직 개편안 처리를 받아내겠다는 식의 윤곽만을 보고했다가 막상 합의안을 본 당지도부와 법사위원, 당원, 지지자 등이 "이건 아니지 않나"며 강하게 반발하는 바람에 합의를 되돌릴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지도부 간에 마찰은 있었지만 민주당은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수사 기간을 30일 추가로 연장하고 수사 인원도 늘린 3대 특검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다만 전날 여야 합의 내용 중 일부를 반영해 수정안을 상정, 처리했다. 특검 수사 기간이 끝나고 사건을 국가수사본부에 이첩한 뒤엔 특검의 수사 지휘를 배제하는 것으로 고쳤고, 특검이 기소한 사건의 재판 중계도 조건부로 허용하는 것으로 했다. 수사 대상 가운데 자수하거나 타인을 고발할 경우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하는 조항도 추가했다.       < 김호경 기자 >

 

정청래 “우린 동지이자 전우, 함께 뛰자” 화해 손길에…김병기 ‘침묵’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김병기 원내대표가 12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2일 오전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 안의 작은 차이가 상대방과의 차이보다 크겠느냐”고 말했다. 전날 여야가 합의한 ‘3대(김건희·내란·채 상병) 특검법 개정안 수정’ 파기 문제로 불거진 김병기 원내대표와의 갈등 봉합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김 원내대표는 이날 특검법에 대해선 전혀 언급도 하지 않고, 회의가 끝나자마자 먼저 자리를 떠났다.

 

정 대표는 이날 “어제(11일) 3대 특검법 개정안이 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함께 지혜를 모아주시고 당 방침에 협조해주신 의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며 “특검의 수사 기간을 연장하고 수사 대상과 인력을 증원하는 주된 내용은 법사위(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원안대로 유지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장은 우여곡절이 많은 걸로 보여도 역사는 결국 하나의 물줄기로 흘러간다”며 “이재명 대통령도 어제 ‘내란은 나라의 근본과 관련한 것이어서 쉽게 무마하거나, 덮거나, 적당히 타협할 요소가 못 된다’고 강조했다”고 짚었다. 전날 여야 원내대표 합의 파기 논란으로 당내 투톱(당대표-원내대표)이 공개적으로 충돌하는 일이 벌어졌지만, 내란을 제대로 단죄할 수 있도록 특검의 수사 기관을 연장하고 수사 인력 등을 강화한 게 정당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정 대표는 그러면서 “우리 안의 작은 차이가 상대방과의 차이보다 크겠느냐”고 했다. 이어 “우리는 죽을 고비를 넘기며 생사고락을 함께한 전우이자 동지”라며 “당·정·대(여당·정부·대통령실)가 찰떡같이 뭉쳐 차돌처럼 단단하게 원 팀, 원 보이스로 완전한 내란 종식과 이재명 정부 성공을 위해 함께 뛰자”고 했다. 전날의 갈등 상황을 뒤로 하자며 화해의 손길을 내민 것이다.

 

김 원내대표는 정 대표의 이런 발언에 화답하지 않았다. 그는 이날 회의에서 미국 조지아주 한국인 노동자 구금 사태나 이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에 대한 비판을 하면서도, 전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3대 특검법 통과에 대해선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특히 이날 코스피 지수가 사상 최고가를 경신한 것과 관련해 “코스피 5천 시대를 열기 위해 오늘 회의 마무리를 ‘코리아 프리미엄’이라고 외치고 마무리하자”는 박홍배 의원의 제안에도 홀로 웃음기 없이 침묵을 지켰다. 그리고 회의가 끝나자마자 먼저 자리를 떴다.

                                                                                                 < 김채운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