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고율 관세 압박에 대응...최초의 대형 엘엔지 수출 사업

 

 
 
가스 운반선 ‘가스로그 글래스고우’가 지난달 30일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서부 해안 키티맷 항구에서 출발해 한국으로 향하고 있다. 엘엔지 캐나다 제공

 

캐나다가 에너지 수출 시장 다변화를 위해 아시아에 액화천연가스(LNG) 수출을 시작했다. 첫 수송 도착지는 한국이다.

 

7일 미국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캐나다의 대표적인 엘엔지 회사 ‘엘엔지 캐나다’는 가스 운반선 ‘가스로그 글래스고우’가 지난달 30일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서부 해안 키티맷 항구에서 출발해 한국으로 향하고 있다고 밝혔다.

 

캐나다가 야심차게 준비한 엘엔지 캐나다 프로젝트는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주 서부 해안 키티맷에 천연가스 액화플랜트 및 수출 시설을 건설하는 국가 최초의 대형 엘엔지 수출 사업이다. 지난 2018년 최종 투자결정이 이뤄진 이 프로젝트의 총사업 규모는 480억 캐나다달러(약 48조원)에 달한다.

 

에너지기업 셀이 지분 40%를 투자했고, 한국가스공사(5%)와 중국 석유천연가스공사(15%) 등 4곳이 합작투자사로 참여했다. 1단계로 완공된 천연가스 액화플랜트는 연간 총 1400만톤(t)의 엘엔지를 생산할 수 있는 설비 2기를 갖췄다. 2단계 사업이 마무리되면 엘엔지 생산능력도 2배로 늘어날 전망이다.

 

캐나다 정부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미국에 의존해 오던 천연가스 수출 시장을 새롭게 다변화하기 위한 중요한 기회로 보고 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를 상대로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합병 위협을 지속하면서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성명을 통해 “캐나다는 세계가 필요로 하는 것을 보유하고 있다”며 “‘엘엔지 캐나다’의 첫 아시아행 선적과 함께 캐나다는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들에게 에너지를 수출하고, 무역을 다변화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캐나다는 앨버타주를 중심으로 막대한 석유와 천연가스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지만, 에너지 수출은 육상 파이프라인을 통한 미국으로의 수출에 의존해 왔다. 캐나다 천연자원부 산하 에너지 규제 기관(CER)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캐나다 전체 엘엔지 수출량의 99.9%가 미국으로 흘러들어갔다.

 

이 외에도 캐나다는 아시아 지역으로 석유 등 에너지 수출을 확대하기 위해 캐나다 내 석유 산지와 수출기지를 잇는 대규모 파이프라인 건설 프로젝트도 추가로 진행할 방침이다. < 윤연정 기자 >

‘사후 계엄 선포문’ 작성 및 폐기 관련

조사 결과 ‘적극 가담자’ 될 가능성도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지난 2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에 마련된 내란특검 사무실에서 조사를 받은 후 귀가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12·3 불법계엄과 관련한 내란·외환 사건을 수사하는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이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서에 ‘사후 계엄 선포문’ 작성 및 폐기와 관련해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공범으로 적시했다. 특검은 한 전 총리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것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7일 윤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 청구서를 보면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은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 한덕수 전 총리, 김용현 국방부 장관과 순차 공모해 ‘부서란이 부착된 비상계엄 선포문 양식’을 완성해 보관했다”고 적시했다. 계엄 계획에 실패한 윤 전 대통령이 계엄 선포의 위법성을 인지하고, 책임 추궁과 처벌을 피하려고 뒤늦게 사후 문서 작업을 시도한 혐의(허위공문서작성)와 관련해 한 전 총리를 공범으로 규정한 것이다.

 

당시 강의구 전 실장은 계엄 해제 이튿날인 지난해 12월5일 김주현 당시 민정수석으로부터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는 문서로 해야 하며, 국무총리와 관계 국무위원이 부서를 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새 계엄 선포문을 작성해 한 전 총리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서명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선포문에는 대통령, 국무총리, 국방장관 서명란이 포함됐는데, 계엄 선포 당일 국무위원들에게 배포된 최초 비상계엄 선포문에는 총리와 국방장관 서명란이 없었다.

 

특검은 한 전 총리가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서 계엄에 반대했고 관련 문서에 서명한 사실이 없는데도 마치 계엄이 헌법에 따라 총리와 국방부 장관이 서명한 문서에 따라 선포된 것처럼 하기 위해 사후 계엄 선포문에 서명했다고 의심한다. 특검은 한 전 총리가 이후 이 문건을 폐기하는 데도 가담했다고 보고 윤 전 대통령의 대통령기록물법 위반, 공용서류손상 공범으로도 적시했다.

 

한 전 총리는 계엄 관련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지난해 12월8일 강 전 실장에게 전화해 “사후 문서를 만들었다는 게 알려지면 또 다른 논쟁을 낳을 수 있으니, 내가 서명한 것은 없었던 것으로 하자”며 문건 폐기를 요청한 것으로 조사됐다. 윤 전 대통령은 이에 대해 ‘사후에 하는 게 무슨 잘못이냐’고 하면서도 한 전 총리 뜻대로 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지난 2일 한 전 총리를 불러 14시간 동안 조사했다. 당시 특검은 사후 계엄 선포문 작성·폐기 배경, 계엄 선포 전후 국무회의 상황 등을 집중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이 한 전 총리를 윤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 청구서에서 공범으로 적시한 만큼, 한 전 총리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데 무게를 두고 검토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 전 총리는 조사 결과에 따라 직권남용의 ‘피해자’가 될 수도 있지만, ‘내란 방조’를 넘어 ‘적극 가담자’가 될 수도 있는 상황에 놓여있다. 박지영 특검보는 지난 2일 브리핑에서 “통상 직권남용 피해자라 해도 본인이 어떤 범죄를 구성하는 경우에는 별도 범죄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며 “강요에 의해 어떤 행위를 했는데 그 행위가 범죄를 구성하면 양립이 가능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 김희진 기자 >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 특검 출석···‘VIP 격노설’ 조사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이 7일 서울 서초구 순직해병 특검 사무실로 들어가고 있다. 김 전 사령관은 2023년 7월 채상병 사망사건을 수사한 당시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에게 외압을 가한 의혹을 받는다. 정효진 기자

 

김계환 전 해병대 사령관이 7일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특별검사팀에 출석했다. 김 전 사령관은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에게 처음으로 ‘VIP 격노설’을 전해 준 인물이어서, 수사외압 의혹을 밝힐 핵심인물로 꼽힌다.

 

김 전 사령관은 이날 오전 10시20분 서울 서초동 채 상병 특검 사무실로 들어갔다. 김 전 사령관은 ‘윤석열 전 대통령 격노설에 대한 입장’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명시적인 이첩 보류 지시를 받았는지’ 등 기자들 질문에 답변하지 않았다.

 

김 전 사령관은 2023년 7~8월 무렵 박 대령이 이끌었던 해병대 수사단이 특정한 8명의 혐의자가 최종 2명으로 축소되는 데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김 전 사령관은 이 전 장관을 비롯한 국방부 상부로부터 ‘수사대상 축소’ ‘사건기록 이첩 보류’ 지시를 받은 의혹도 있다.

 

정민영 채 상병 특검보는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대통령실의 수사외압 의혹과 관련해 김 전 사령관이 대통령실과 이 전 장관으로부터 어떤 지시를 받았는지 등을 주로 조사할 예정”이라며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의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나 허위보고 관련 내용, 구명로비 의혹과 관련해서도 필요한 내용을 확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 특검보는 “특검의 주요 수사대상인 대통령실 수사외압과 VIP 격노설 관련 핵심 당사자인 만큼 조사 내용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 전 사령관은 이날 오전엔 임 전 사단장의 업무상과실치사 혐의 사건 참고인 신분으로, 오후엔 박 대령에 대한 직권남용 혐의 사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는다.

 

박 대령을 지지하는 해병대 예비역 연대는 이날 김 전 사령관 출석 전 특검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사외압의 주범 윤석열과 그 종범들이 해병대에 외압을 행사했을 때 해병대의 수장, 당시 사령관 김계환은 불의에 순응하며 부하 박정훈을 팔아 넘겼다”며 “지금이라도 진실되게 말해 채 해병과 해병대 현역과 예비역들에게 사죄하라”고 요구했다. < 정대연 강연주 기자 >

 

 
 

중앙지법 남세진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

 
 
지난 5일 내란 특검 조사를 받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 청사를 나서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단

 

윤석열 전 대통령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오는 9일 열린다.

 

서울중앙지법은 7일 윤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 심문을 오는 9일 오후 2시15분 남세진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앞서 내란 특검은 지난 6일 수사 착수 18일 만에 특수공무집행방해, 허위공문서 작성 등 혐의로 윤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전날 윤 전 대통령 2차 소환조사를 진행한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 쪽에 추가 소환 일정을 통보하지 않고 곧바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한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 비상계엄 관련자들의 비화폰 통화기록 삭제 지시 혐의(경호처법의 직권남용 교사) 등 외에도 사후 계엄선포문 작성에 관여한 혐의(허위공문서 작성), 12·3 비상계엄 선포 당시 열린 국무회의와 관련한 국무위원의 심의·의결권을 침해한 혐의(직권남용) 등을 받고 있다. 특검팀은 66쪽 분량의 윤 전 대통령 구속영장 청구서에 구속이 필요한 사유로 △재범 위험성 △도망의 염려 △증거인멸 △범죄 중대성 등을 적시했다.  < 장현은 기자 > 

  

“윤석열 구속 100%”…반바지 활보 내란수괴 그만 봐도 되나

 

 
 
3월8일 석방된 뒤 곳곳에서 포착된 윤석열 전 대통령.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엑스 갈무리, 한국일보 제공, 엑스 갈무리

 

내란 사건을 수사하는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을 청구한 가운데, 법조인 출신 여당 의원들은 “구속영장이 발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검사 출신인 이건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7일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나와 법원의 윤 전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 가능성을 “100%로 본다”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양부남 민주당 의원도 같은 방송에서 “이 영장이 발부가 안 되면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앞서 특검팀은 6일 △특수공무집행방해 △대통령경호처법상 직권남용 교사 △허위공문서 작성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윤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들이 구속영장 발부를 확신하는 배경에는 구속영장 청구서에 담긴 범죄사실과 증거인멸의 연관성이 크다는 점이 있다. 윤 전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 나흘 뒤 계엄에 동원된 군 사령관의 비화폰 내역 삭제를 경호처에 지시한 혐의, 사후 계엄선포문 작성에 관여한 혐의 등을 받는데, 이런 범죄사실 자체가 곧 증거 인멸 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증거 인멸 가능성은 형사소송법상 주요한 구속 사유 가운데 하나다.

 

연합
 

이 의원은 “증거 인멸 우려가 범죄사실에서 입증돼 버렸기 때문에 영장 발부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고 설명했다. 검사 출신으로 같은 방송에 출연한 김기표 민주당 의원도 “보통 (구속영장 청구서에) 범죄사실을 쓰고 증거인멸 우려를 보강하는 건데, 범죄사실 자체가 증거인멸 우려”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특검팀은 구속영장 청구서에 윤 전 대통령 쪽이 중요 참고인을 회유 또는 압박할 가능성이 높다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전해졌다. 에스비에스(SBS)의 6일 단독 보도를 보면,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의 변호인이 강의구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특검 조사에도 입회해 윤 전 대통령에게 유리하도록 강 전 실장의 답변을 유도하고, 검사의 질문을 중단시켰다고 구속영장 청구서에 적시했다고 한다.

 

또 김성훈 전 경호처 차장도 윤 전 대통령 쪽 변호인들의 입회 아래 경찰 조사를 받았는데, 이들이 조사에서 빠지자 윤 전 대통령의 범행에 대해 진술하기 시작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고 한다.

 

양 의원은 “김 (전) 차장이 (윤 전 대통령 쪽) 변호사가 나가니 윤석열의 지시 사항을 시원하게 얘기했다는 것 아니냐”며 “반대로 해석하면 (윤 전 대통령을) 보석하면 진술 및 회유 협박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빠져나갈 구멍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이 구속되면 현직 대통령일 때 1번, 전직일 때 1번 총 2번 구속되는 초유의 기록을 남기게 된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월 현직 대통령 신분일 때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됐었는데 약 두 달 만에 풀려난 바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지귀연)가 구속 기간을 날짜 단위로 따지는 기존 계산법 대신 시간 단위의 계산법을 적용해 구속 기간이 만료된 뒤 기소됐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법원은 윤 전 대통령의 구속 취소를 결정했고, 검찰이 즉시항고를 포기하면서 윤 전 대통령은 3월8일 석방됐다. 윤 전 대통령은 석방 뒤 자택 인근 상가나 음식점, 한강 공원 등을 돌아다니는 모습이 여러 번 포착돼 여론의 공분을 일으키기도 했다.

 

여당 당권주자들은 “윤석열 구속”을 외치며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박찬대 민주당 의원은 6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다시는 윤석열이 감옥 밖으로 나오는 일이 없어야 한다. 애초에 구속취소 자체가 잘못된 것이었다”며 “내란 수괴가 반바지 차림으로 멀쩡히 거리를 산책하고 있는데 어떻게 내란 종식을 논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도 같은 날 페이스북 글에서 “오늘의 죄를 벌하지 않으면 내일의 범죄에 용기를 준다”며 “윤석열-김건희 구속으로 사법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했다.

 

김선민 조국혁신당 당대표 권한대행도 6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국헌을 문란케 하고 국민을 위험에 빠트린 도적 같은 자가 반바지를 입고 상가를 어슬렁거렸다. 정상도 아니고 정의도 아니다”며 “윤석열은 구속돼야 마땅하다”고 적었다. < 심우삼 기자 >

 

 

“지게차 업체까지 소환”…김건희 후원 21그램만 봐준 감사원

유병호, 관저 의혹 출석조사 요구한 감사관 질책
조은석 ‘부당감사’ 문건 작성…이메일 등 물증 있어

 

유병호 감사원 감사위원이 사무총장 시절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불법 증축 업체인 21그램을 직접 조사하려던 감사관들을 질책하고, 대신 서면 조사를 지시한 사실이 확인됐다. 최재해 감사원장은 21그램 직접 조사가 빠진 감사종료보고를 받고도 사실상 묵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런 감사의 문제점을 지적한 조은석 감사위원 작성 문건, 사무총장 지시가 담긴 실무진 이메일 등이 남아있다고 한다. ‘김건희 특검법’에 따라 관저 의혹 수사 과정에서 인지한 직권남용·직무유기 혐의 등도 민중기 특별검사팀의 수사 대상이다.

 

“유병호 지시 따라 21그램에 ‘출석조사 없음’ 메일”

 

참여연대의 국민감사청구로 2022년 12월 시작한 관저 감사의 핵심은 김건희씨 후원업체였던 21그램이 종합건설업 면허가 없는데도 어떻게 증축 공사를 따냈는지였다. 감사 초기 실지감사를 맡은 감사관들은 감사원법 제50조를 근거로 민간업체인 21그램에 ‘출석 조사’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고 한다. 사실관계가 맞지 않는 부분 등을 추가로 묻거나 추궁하기 위해 대상자를 출석시켜 조사하는 것이 감사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최재해 감사원장(왼쪽),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오른쪽 물 마시는 사람). 연합
 

그러나 이를 보고받은 유병호 사무총장이 실무자를 질책하며 출석 조사가 아닌 질문서만 보내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질문서 방식은 통상 감사 대상 기관장에게 의견을 물을 때나 사용하는 방식이라고 한다. 당시 감사 과정을 아는 전직 감사관은 6일 한겨레에 “유병호 사무총장 지시에 따라 실무진이 ‘출석 조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이메일을 21그램에 보낸 것으로 안다”고 했다.

 

관저 실지감사를 총괄하던 과장이 2023년 2월 갑자기 사표를 내자 ‘사무총장과의 갈등’이 이유라는 말이 나왔다. 이후 감사원 내 ‘유병호 라인’이 맡아 1년 가까이 진행한 관저 감사는, 지난해 3월 최재해 감사원장에게 ‘감사종료보고’를 한 뒤 최종 의결을 받기 위해 그해 5월 감사위원회의에 부의됐지만 부결됐다. ‘21그램 등을 직접 조사하지 않은 감사가 말이 되느냐’는 조은석 감사위원(현 내란 특별검사) 반대에 부딪혔기 때문이라고 한다. 주심인 김영신 감사위원은 ‘문제없다’고 했지만, 조 감사위원이 추가 조사 필요성 등을 담은 장문의 문건을 작성해 감사위원들에게 배포하며 부결을 끌어냈다고 한다.

 

2023년 10월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감사원 국정감사에서 조은석 감사위원(현 내란 특별검사)이 답변하고 있다. 최재해 감사원장(가운데)과 유병호 당시 사무총장(오른쪽·현 감사위원). 연합
 

당시 감사원은 21그램의 하청을 받은 설계·감리업체 등은 모두 출석 조사를 했다고 한다. 감사 내용을 잘 아는 다른 인사는 “지게차 업체까지 직접 조사를 했다”고 전했다. 불법 하도급을 준 21그램만 출석 조사가 아닌 서면 조사로 충분하다는 납득할 수 없는 감사 지휘를 한 것이다. 결국 불법 증축 핵심 업체인 21그램과 원담종합건설 출석 조사는 감사위원회의 부결 뒤에야 이뤄졌다. 이후에도 감사원은 ‘21그램을 누가 추천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는 김오진 전 대통령실 관리비서관 진술 등을 근거로 김건희씨 서면 조사도 하지 않았다.

 

21그램 직접 조사가 빠진 감사 진행과 감사 결과 부의에는 최재해 감사원장, 유병호 당시 사무총장, 김영신 감사위원, 최달영 사무총장, 최재혁 행정안전감사국장, 손동신 당시 행정안전1과장 등이 관여했다. 한겨레는 유병호 감사위원에게 여러 차례 통화 시도와 함께 문자메시지를 통해 21그램 서면 조사를 지시한 이유 등을 물었으나 답을 듣지 못했다.

< 김남일  신형철 기자 >

 

민주 “감사원, 고문에 가까운 감사로 ‘문재인 정부 통계조작’ 날조”

‘부동산원 협박성 감사’ 정황에 감사원 개혁 밝혀

 

 
 
                      감사원 전경. 김혜윤 기자 
 

대전지법에서 진행된 ‘문재인 정부 통계조작 의혹 사건’ 재판 과정에서 윤석열 정부 시절 감사원이 전 정권 청와대를 겨냥한 압박조사를 한 정황이 드러난 것과 관련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철저한 조사와 감사원 개혁을 하겠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서 허영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감사원의 정치감사, 조작감사를 일벌백계해야 한다”며 “감사원이 윤석열 정권의 정치 사냥개였음이 재판을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부동산 통계조작이라는 각본을 짜고 감사원은 그 시나리오에 충실히 움직였다”며 “국회와 민주당은 국정조사와 태스크포스(TF) 구성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감사원의 위법적이고 반민주적인 행태를 낱낱이 밝혀내고 책임자를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부동산원 직원들을 새벽까지 붙잡아두고 협조하지 않으면 책임을 묻겠다고 하는 등 협박성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며 “부동산원 직원간 대화에선 감사 목적이 청와대를 겨냥하고 있었음이 드러났다. 감사가 아닌 명백한 정치공작”이라고 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를 통계법 위반 혐의로 몰아세웠지만, 정작 통계를 실제로 다룬 부동산원 실무자는 누구도 기소되지 않았다. 조작된 것은 통계가 아니라 정권의 프레임이었다. 이는 감사원이 중립적이고 독립적인 감시자가 아니라 권력의 하수인이었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라고 강조했다.

 

박경미 민주당 대변인도 관련 첫 보도가 나온 지난달 30일 서면브리핑을 통해 “감사원이 ‘끼워 맞추기’ 감사를 한 정황이 드러났다”며 “‘정치보복 돌격대’ 감사원이 벌인 정치보복의 진상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감사원은 부동산원 직원들을 고문에 가까운 고강도 감사로 괴롭혀서 있지도 않은 문재인 정부의 통계조작을 지어낸 것”이라며 “정권 차원에서 기획된 표적·조작 감사이고 기소임을 뚜렷이 보여준다”고 했다.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박찬대 전 민주당 원내대표 역시 30일 오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그동안 감사원이 얼마나 정권의 사병처럼 움직였는지, 감사원 개혁이 왜 필요한지 명확히 보여주는 증거”라며 “국민의 신임을 배반하고, 헌법이 부여한 책무를 망각한 공직자들에 대해서는 엄벌해야 한다. 최달영 사무총장의 즉시 교체 및 수사, 임기가 보장된 최재해 감사원장과 유병호 감사위원에 대한 공수처의 신속한 수사가 필요하다. 감사원 개혁 또한, 무너진 법치와 헌정질서를 바로 세우는 길”이라고 감사원 개혁에 속도를 내겠다고 약속했다.  < 최예린 기자 >

 

‘부동산원 겁박’ 감사원, 넉달간 대구 직원 서울 ‘수시 호출’

대구 부동산원·세종 국토부 직원 상대
감사기간 종료 뒤에도 ‘출석조사 남용’

 

 
 
감사원 직원들이 점심식사를 마친 뒤 감사원 청사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김혜윤 기자 

 

감사원이 문재인 정부 통계조작 의혹 감사 당시 공식 발표한 감사기간이 끝나고도 4개월 넘게 주요 감사 대상자 여러명을 상대로 집요하게 조사를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기관 통보를 전제한 ‘감사실시’가 종료된 뒤에도 기관 직원들을 수시로 불러 출석조사를 한 건데, 감사 대상의 인권 보호와 업무부담 최소화를 위해 ‘과도한 출석문답‘와 ‘권한 남용’을 금지한 감사원법에 어긋나는 ‘위법 감사’란 지적이 나온다. ‘통계조작 의혹 사건’에서 감사원의 ‘압박조사 정황’과 함께 해당 재판의 주요 쟁점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6일 한겨레 확인 결과, 감사원은 해당 사건의 감사실시 기간(2022년 9월26일∼2023년 3월31일) 이후인 2023년 8월8일까지 다수의 감사 대상자를 서울의 감사원 사무실로 출석시켜 조사했다. 주요 감사 대상 기관인 부동산원 본사는 대구에, 국토교통부는 세종에 있다. 감사원은 한 달여 뒤인 2023년 9월13일 검찰에 수사요청서를 보내면서 감사실시 기간을 넘겨 장기간 추가 조사한 내용은 뺀 채 ‘2022년 9월26일∼2023년 3월31일 감사를 실시한 결과 범죄혐의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 뒤늦게 지난 4월 발표한 감사보고서도 마찬가지였다.

 

앞서 지난달 25일 이 사건 재판 과정에서 주요 감사 대상자이던 ㄱ씨(한국부동산원 전 주택통계부장)가 감사실시가 끝난 뒤에도 2023년 4월12일부터 43일 동안 2∼3일에 한 번꼴로 서울 감사원에 불려가 조사 받은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총 20차례의 ㄱ씨의 감사원 출석조사 중 감사실시 기간 안에 한 건 4차례뿐(1번은 감사준비 기간 진행)이고, 그 이후인 4∼5월 집중적으로 15차례 출석문답이 이뤄졌다. “국토부·청와대 압박으로 통계조작 했다”는 ㄱ씨 핵심 진술도 감사실시 종료 뒤 나온 것이다.

 

지난 재판에서 피고인 쪽은 “이는 감사의 필요성 때문이 아닌 수사요청을 전제로 감사원이 검찰에게 제공할 증거를 수집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감사실시가 종료 뒤 작성된 감사 문답서는 감사원 규정상 위법한 증거로, 이를 토대로 한 감사원의 수사요청과 검찰의 수사·기소 모두 무효”라고 주장했다.

 

실제 감사원 규정은 감사대상의 인권보호와 부담 최소화하기 위해 ‘출석조사 남용’을 제한한다. ‘감사원 감사사무 처리규칙(17조)’은 “출석답변을 요구하는 경우에는 감사목적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쳐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에 앞서 ‘감사기본 원칙’에는 △관계자 등의 인권 존중과 적법절차 준수 △ 감사 목적 달성에 필요한 범위 안에서 감사 △ 권한 남용 금지 △ 감사실시와 자료제출 요구로 인한 감사 대상자의 부담 최소화 등이 적시돼 있다 .

 

그럼에도 감사원은 전혀 다른 개념인 ‘감사실시’와 ‘실지감사’를 맞바꿔 쓰며, 공식 감사실시 기간 뒤에도 멋대로 ‘실질적인 감사’와 다름없는 집중 조사를 벌였다. 감사원 규정상 ‘감사실시’는 감사계획에 따라 감사준비 뒤 대상기관에 조사기간 미리 통지하고 진행하는 ‘실질적인 감사행위’ 자체를 뜻한다. 반면 ‘실지감사’는 ‘감사관을 현지에 파견해 하는 조사’로 서면감사에 반대되는 감사행위 방식에 불과하다. 그러나 감사원은 검찰 수사요청 때엔 ‘감사실시 기간’이라고 밝힌 것을, 1년6개월 뒤 보고서에는 ‘실지감사 기간’으로 바꿔 발표하며 혼동을 일으켰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통상적인 관행”이라며 ‘문제 없다’는 태도다. 감사원 대변인실은 “(추가 출석조사는) 실지감사 뒤 의견청취 과정에서 한 후속조처다. 후속조처이기 때문에 수사요청서와 감사보고서에 따로 기재하지 않았고, 그동안 통상적으로 그렇게 해왔다. 이 건에 대한 추가 조사가 특별히 길어진 건, 조사 대상이 너무 많기 때문”이라며 “출석조사는 ‘필요 최초한도’로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 최예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