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미리 알고 대비" 주장에 명예훼손 고소 “황대일 사장, 휴대전화 급폐기...행적 밝혀야” KBS와 함께 양대 국가기간언론사 연루 의혹 확산
국가기간뉴스통신사인 연합뉴스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를 사전 인지하고 이에 대비했다는 의혹과 내란 선전·선동을 준비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가운데, 연합뉴스 현직 사장이 이런 의혹을 제기한 언론인에 대해 법적 대응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10일 서울 서초경찰서에 따르면 황대일 연합뉴스 사장은 최근 페이스북 게시글에서 12.3 계엄 전후 연합뉴스 송고 기사에 대한 조사를 주장한 권영석 전 연합뉴스 통일언론연구소장을 정보통신망법과 형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황 사장은 고소장에서 “연합뉴스 사원들이 사장과 그의 육사 선배인 김용현의 관계에 의혹을 제기하며 내란 전후 연합뉴스 송고 기사를 전면 조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표현이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연합뉴스 사장은 육사에 다니다 퇴학당하고 고대를 나온 극우파’라는 표현은 그 진위 여부를 떠나 연합뉴스 사장의 사회적 평가를 현저히 저하시키는 명예훼손적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내란과 관련한 황 사장의 행적에 대해서는 계엄 직후 휴대전화 폐기 교체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해 10월 2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서 ‘12.3 비상계엄 당일 일정과 계엄 직후 휴대전화 폐기 의혹이 일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황 사장은 “휴대전화를 교체한 것은 사실”이라고 시인한 바 있다.
연합뉴스 사옥.
연합뉴스 내부와 언론계에서는 국가기간뉴스통신사를 대표하는 황 사장이 12.3 비상계엄 당시 내란 주도세력으로부터 계엄 선포 관련 사전 통보를 받았는지, 받았다면 어떤 지시를 받았는지 명백히 밝혀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돼 왔다.
내란 주도세력이 일부 비판언론에는 단전·단수 조치를 내려 기능을 무력화시키는 대신 KBS와 연합뉴스 등 공영언론을 이용해 비상계엄 선포를 전파한 뒤 이를 정당화하는 여론을 조성하려 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KBS의 경우 2024년 12월 3일 밤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를 10시 23분에 맞춰 방송했으며 박장범 사장 내정자가 사전에 대통령실로부터 연락을 받고 최재현 보도국장에게 비상계엄 선포 방송을 준비하도록 지시했다는 의혹이 KBS 노조에 의해 제기된 바 있다. KBS 보도국장은 12월 3일 저녁 퇴근 후 돌연 보도국으로 복귀해 특별방송 송출 이상 여부를 점검한 사실도 드러났다.
황 사장으로부터 고소를 당한 권영석 전 연합뉴스 통일언론연구소장은 “내란 성공을 위해서는 공영언론의 선전선동이 필수”라며 “KBS는 물론 국가기간뉴스통신사인 연합뉴스와 자회사인 연합뉴스TV가 어떤 협력을 했는지도 반드시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 전 소장은 “언론은 보통 큰 사건이 일어나고 1주년이 되면 기획기사를 쓰는 게 관례인데 박장범 사장의 KBS도 추적 60분을 통해 윤석열의 장기집권 야욕을 보도했지만 친정인 연합뉴스는 아무런 기사도 나오지 않아 이에 실망해서 올린 글”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황 사장이 12월 3일 당시 자신의 행적을 밝히면 될 일인데도 계엄 직후 휴대전화를 폐기하는 등 누가 봐도 국가기간뉴스통신사 사장으로서 무책임하고 납득하기 어려운 행동을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는 12.3 비상계엄이 시민과 야당의 노력으로 해제되고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소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계엄군이 실탄을 소지하지 않았고 소극적으로 움직였다’는 허위보도로 비상계엄 물타기를 시도해 비판을 받아왔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보도에 대해 ‘명백한 허위보도’라고 지적하고 계엄군의 실탄소지 사실을 공개한 바 있다.
또한 보도채널 자회사인 연합뉴스TV는 비상계엄 직후 친(親) 국민의 힘 성향의 패널만을 출연시켜 비상계엄을 옹호하는 발언을 보도하는가 하면 내란을 옹호하는 극우세력의 발언을 받아쓰기 보도 하고 극우세력 집회를 비중 있게 보도해 비판 여론이 일었다.
특히 황대일 사장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육사 선후배 사이로, 윤석열 정부에서 연합뉴스 사장으로 내정되기 전 극우적인 언론단체로 알려진 '공정언론국민연대(공언련)’ 기관지 ‘미디어엑스(X)’에 기명칼럼을 연재하는 등 친(親) 정부 활동을 해온 것으로 알려져왔다.
공언련은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 김백 전 YTN사장 등이 관계를 맺어온 단체로, 한국기자협회는 황대일 사장 내정 당시 “국가기간뉴스통신사 연합뉴스에 윤석열 정권 언론장악 카르텔인 공언련의 검은 그림자가 뒤덮였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 이명재 기자 >
"참혹한 현실 외면…일방 무력 사용을 자위 조치로" "생명의 가치 국적따라 차별, 전쟁을 게임처럼 소비 " 미국 · 이스라엘의 이란 침공 언론 보도 비판 성명
미국 이스라엘의 이란 침공으로 시작된 중동 전쟁에 대한 한국 언론의 보도가 침략 전쟁의 논리에 기울어져 있다는 비판이 언론인들에 의해 제기됐다.
중견 전현직 언론인들의 모임인 ‘언론탄압 저지와 언론개혁을 위한 시국회의(언론시국회의)'는 11일 ‘침략전쟁을 부추기는 언론은 이미 언론이 아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상당수의 한국 언론은 침략자의 언어를 비판 없이 받아쓰면서 전쟁 도발을 사실상 ‘축하’하는 듯한 태도마저 보이고 반면 그 과정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의 참혹한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명은 “가장 큰 문제는 침략의 언어를 세탁하는 보도”라면서 “미국과 이스라엘이 부르는 대로 이번 군사행동을 ‘선제 타격’ 또는 ‘예방 공습’이라고 받아 써서 명백한 무력 사용을 자위적 조치로 포장해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언론의 역할은 이런 언어가 어떤 의도를 감추고 있는지 분석하고 검증하는 것이지만 일부 주류 언론은 심지어 ‘37년 철권통치의 종식’ 같은 승전 서사를 덧붙여 전쟁을 미화했다. 비판적 검증이 사라진 자리에 선전이 들어선 꼴이다.”
성명은 또 “생명의 가치를 국적에 따라 구분하는 보도를 하고 있다”면서 “이란의 한 초등학교가 미국의 미사일 공격을 받아 170여 명의 여학생이 목숨을 잃은 비극은 상당수 한국 언론에서 단신 처리되거나 구석으로 밀려난 반면 미군 병사의 사망 소식은 크게 보도, 미국 사회의 ‘분노’를 강조했다”고 지적했다.
‘전쟁을 마치 게임처럼 소비하는 보도’에 대해서도 규탄했다. “일부 언론은 B-2 폭격기를 ‘침묵의 암살자’라며 그 위력을 ‘찬양’했고, 이번 전쟁을 ‘K-방산 수출의 기회’라는 경제 기사로 연결했다”면서 “사람이 죽어가는 현실을 무기의 성능, 해당 산업의 수익성으로 환원하는 이런 보도는 저널리즘이라기보다 군수 산업 홍보에 가깝다”고 질타했다.
언론인들은 한국 언론에 대해 침략전쟁을 정당화하는 언어를 그대로 복제하는 보도를 중단하고 전쟁의 참화가 인간에게 어떤 고통과 상흔을 남기는지 균형 있게 보도할 것, 강대국의 국익보다 생명과 평화의 가치를 우선하는 보도를 할 것을 촉구했다. < 이명재 기자 >
다음은 성명서 전문이다.
침략전쟁을 부추기는 언론은 이미 언론이 아닙니다
한국 언론이 최소한의 사명마저 내던졌습니다. 최근 미국의 이란 공격을 둘러싼 일련의 보도는 그 적나라한 실상을 드러냈습니다. 언론은 권력의 행위를 감시하는 게 본령으로, 시민의 판단을 돕는 공론장이어야 합니다. 그러나 지금 상당수의 한국 언론은 침략자의 언어를 비판 없이 받아쓰고 있습니다. 전쟁 도발을 사실상 ‘축하’하는 듯한 태도마저 보입니다. 그 과정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의 참혹한 현실을 외면하고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침략의 언어를 세탁하는 보도입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번 군사행동을 ‘선제 타격’ 또는 ‘예방 공습’이라고 부르는 건 명백한 무력 사용을 자위적 조치로 프레이밍하는 정치적 언어입니다. 정작 언론의 역할은 이런 언어가 어떤 의도를 감추고 있는지 분석하고 검증하는 것입니다. 일부 주류 언론은, 그대로 받아쓰는 데 그치지 않고 심지어 ‘37년 철권통치의 종식’ 같은 승전 서사를 덧붙여 전쟁을 미화했습니다. 비판적 검증이 사라진 자리에 선전이 들어선 꼴입니다.
둘째, 생명의 가치를 국적으로 구분하는 보도입니다. 단적으로 이란의 한 초등학교가 미국의 미사일 공격을 받아 170여 명의 여학생이 목숨을 잃은 비극은 상당수 한국 언론에서 단신 처리되거나 구석으로 밀려났습니다. 반면 미군 병사의 사망 소식은 크게 보도, 미국 사회의 ‘분노’를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은 인간의 죽음 앞에서 국적이나 정치적 이해관계를 따지지 않는 것입니다.
셋째, 전쟁을 마치 게임처럼 소비하는 보도입니다. 일부 언론은 B-2 폭격기를 ‘침묵의 암살자’라며 그 위력을 ‘찬양’했고, 이번 전쟁을 ‘K-방산 수출의 기회’라는 경제 기사로 연결했습니다. 사람이 죽어가는 현실을 무기의 성능, 해당 산업의 수익성으로 환원하는 이런 보도는 저널리즘이라기보다 군수 산업 홍보에 가깝습니다.
더욱이 ‘일등신문’을 자처하는 <조선일보>는 자사의 김수경 기자가 쓴 전문가 칼럼을 통해 “미국은 그럴 수 있고 그래도 된다”고 주장해 많은 사람들을 경악케 했습니다. 국제법이 아니라 힘의 논리가 국제 사회의 규범이라는 인식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겁니다. 문제의 조선일보가, 언론은 과연 권력을 비판하는 존재인지, 아니면 정당화하는 존재인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 셈입니다.
평생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싸워온 언론인으로서 우리는 한국 언론에 요구합니다.
1. 침략전쟁을 정당화하는 언어를 그대로 복제하는 보도를 당장 중단하십시오.
2. 전쟁의 참화가 인간에게 어떤 고통과 상흔을 남기는지 균형 있게 보도하십시오.
3. 강대국의 국익보다 생명과 평화의 가치를 우선하는 보도를 하십시오.
한국 언론이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침공을 어떻게 기록하는지 우리는 국민과 함께 지켜볼 겁니다. 지금 한국 언론이 어느 편에 서는지 후세의 역사는 기억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