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썰] 박상용 검사, 보완수사권에 종지부 찍었다

● COREA 2026. 4. 4. 13:54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수사 · 기소 독점 폐해 재입증한 ‘대북송금 사건’
나라별 비교, ‘몇명이 작당해야 사건조작 가능할까’

 
[논썰] 박상용 검사, 보완수사권에 종지부 찍었다 한겨레TV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을 수사한 박상용 검사가 변호인과 나눈 대화 녹취가 공개되면서 파문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이화영 전 경기도 부지사에게 이재명 대통령 관련 진술을 회유·압박하는 정황이 검사의 육성으로 드러난 것입니다.

박상용 검사 “좀 지나면 이 부지사는 나갈 겁니다. 뭐 보석도 마찬가지고, 그렇게 되면 나가셔 가지고 도모하시고. 이제는 완전 검찰 편에서 이재명 재판에 참고인 돼버리는 상황인 거고. 법카 한 것도 그 무렵되면 그렇게 중요할까 생각이 들어요. 그렇게 되면 만족할 수 있는 결과가 그게 제일 아니시겠습니까?” ―4월3일 국회 국정조사특위에서 공개된 음성 녹취

 

박상용 검사는 이화영 부지사에게 원하는 진술의 대가로 각종 혜택을 제안합니다. 또 이 부지사의 지인들에 대한 수사 내용도 언급하며 압박합니다. 여기엔 고 이해찬 총리도 포함돼 있었다고 합니다. 검찰의 온갖 비열한 수사기법을 검사의 고백으로 듣게 된 셈입니다.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표를 기소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려놓고 그 결정에 맞는 진술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이화영을 회유·협박하고 서민석 변호사를 상대로 애걸복걸합니다. 참으로 비루합니다. 이렇게 해도 되는 겁니까?” ―4월3일 국회 국정조사특위

 

앞서 이화영 부지사와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 등이 2023년 5월17일 박상용 검사실에서 술과 연어초밥 등을 먹은 정황이 법무부 조사로 확인했고, 김성태 전 회장이 2023년 3월 구치소 접견을 온 지인에게 검찰의 허위진술 압박을 하소연한 발언도 드러났습니다. 김 전 회장은 지인에게 “이재명 대통령에게 돈을 준 게 있으면 줬다고 하고 싶다. 검사들이 하는 짓들이, 수법들이 똑같네. 정직하지 못해. 더러운 놈의 ××들”이라고 말했습니다. 사건조작의 진상이 거의 재구성되는 듯합니다.

 

[논썰] 박상용 검사, 보완수사권에 종지부 찍었다 한겨레TV

 

“이러니 검찰 직접수사 폐지 얘기 나오는 것”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은 두가지 이유입니다. 첫째, 검찰의 권한이 지나치게 많기 때문입니다. 수사권과 함께 기소권, 즉 누구를 어떤 혐의로 기소할지 결정하는 권한, 또 재판에서 형량을 제시하는 구형권도 갖고 있습니다.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이 소셜미디어에 쓴 ‘검사가 가지고 있는 너무 많은 권한들’을 한번 보시죠.

누구를 주범으로 공소사실을 작성할 권한, 추가 영장을 하지 않을 권한, 주변 인물에 대한 수사를 하지 않을 권한, 보석을 신청하면 (법원에) 석방 의견낼 권한, 회유 증인을 공익제보로 인정할 권한, 구형을 확 줄여줄 권한, 구속을 취소할 권한, 불기소할 권한, 기소를 천천히 또는 빨리 해주는 권한, 수많은 죄명 중 줄이거나 늘리는 권한, 재판 중 공소사실을 철회하고 증인도 부를지 말지 결정하는 권한 등등 ―3월30일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 페이스북

 

두번째는 검사가 한 수사는 외부의 통제를 받지 않기 때문입니다. 형사소송법을 보면 경찰 수사에 대해 이런 규정이 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197조의3 ⑧ 사법경찰관은 피의자를 신문하기 전에 수사과정에서 법령위반, 인권침해 또는 현저한 수사권 남용이 있는 경우 검사에게 구제를 신청할 수 있음을 피의자에게 알려주어야 한다.

 

그러나 검사의 수사에 대해선 이런 규정이 없습니다. 경찰 수사는 검사가 한번 더 들여다 보지만, 검사는 사건을 조작해도 일사천리로 기소까지 해버리면 끝입니다. 나중에 무죄나 공소기각 판결을 받는다고 한들 이미 상처받은 정의를 회복할 수는 없습니다.

이런 점에서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은 검사의 수사권 폐지 필요성을 다시 한번 깊이 각인시킵니다.

 

[논썰] 박상용 검사, 보완수사권에 종지부 찍었다 한겨레TV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 “이런 식으로 얘기하면 이건 ‘부당거래’에나 나오는 악역 검사가 하는 짓이지…그러니까 직접수사 폐지해야 된다는 얘기가 나오는 겁니다.” ―4월1일 ‘이정주의 질문하는 기자’

최강욱 변호사 “이렇게 할려고 보완수사가 필요하다고 하는 거예요. 실제 목소리가 들리니까, 야, 이렇게까지 하는구나라는 공포심과 분노를 느끼실 텐데, 저런 사건을 많이 본 제 입장에서는 하던 대로 또 똑같이 하는구나, 저 어린 평검사도 저렇게 하는구나….” ―4월1일 팟빵 ‘매불쇼’

 

정치적 사건이 아닌 일반 민생 사건이라고 다를까요? 쿠팡풀필먼트서비스(쿠팡CFS)가 취업규칙을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해 퇴직금을 미지급했다는 의혹에 대해 고용노동부 부천지청이 수사해 회사 대표를 검찰에 넘겼지만 검찰이 무혐의 처분한 사건이 있죠. 특검 수사 끝에 지난 2월 엄희준 전 부천지청장 등이 담당 검사에게 무혐의 처분을 압박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내부에서 폭로가 나오고 특검이 출범하지 않는 한 이같은 검찰의 사건 덮기는 통제할 방법이 없습니다. 이 사건에 대해 한가지 더 짚을 대목이 있습니다. 공소청법 제정 과정에서 검찰은 특별사법경찰관(특사경)에 대한 지휘·감독권을 삭제하는 데 반발했는데요, 이 사건을 처음 수사한 게 바로 고용노동부 특사경입니다. 특사경이 수사한 사건을 이렇게 왜곡해놓고 특사경 지휘·감독권을 달라고 주장하는 게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더욱 분노하게 되는 대목은 박상용 검사도, 엄희준 검사도 반성은커녕 반발만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검찰조직 전체도 반성의 기미조차 없습니다. 진술 회유 의혹을 조사 중인 서울고검 ‘인권침해 점검 태스크포스(TF)’는 조사 시작 180일이 넘도록 감감무소식입니다. ‘제 식구 봐주기’가 재연될 조짐입니다. 검찰이 과거를 청산하고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보완수사권을 달라고 해도 모자랄 판인데, 과거와 한치도 달라지지 않은 태도로 일관합니다. 이런 검찰에게 수사권을 남겨줄 수 있겠습니까.

 

검찰 단독으로 사건조작 가능한 나라

 

검찰개혁의 목적은 바로 무소불위 검찰의 사건 조작 또는 사건 덮기(암장)가 더 이상 가능하지 않게 만드는 것입니다. 이를 검사의 양심이 아니라 제도로써 담보해야 한다는 건 누구나 동의할 겁니다.

 

세계 각국의 수사·기소 제도도 바로 이 지점, 즉 사건 조작(또는 사건 덮기)을 막기 위해, 최소한 ‘어렵게 만들기 위해’ 설계되고 발전돼 왔다는 게 너무나 명확합니다.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고 외국의 제도들을 살펴보면 이 점이 더욱 확연히 보일 것입니다.

‘과연 몇명이, 몇개의 기관이 작당해야 사건조작(또는 사건 덮기)이 가능할까?’

 

■ 영국

 

 

수사와 기소가 완전히 분리돼 있습니다. 경찰, 그리고 우리나라 중수청과 비슷한 국가범죄수사청(NCA) 등이 수사를 한 뒤 사건을 넘기면 공소청(CPS)이 기소 여부를 결정합니다. 필요하면 보완수사를 요구합니다. 공소청은 수사 과정에서부터 수사기관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지만, 조직적으로는 서로 독립돼 있습니다.

 

이런 시스템에서 사건을 조작해 기소하려면 적어도 수사기관과 공소청이라는 서로 독립된 두 기관이 작당을 해야 합니다.

 

■ 미국

 

 

영국과 비슷합니다. 경찰과 연방수사국(FBI) 등 수사기관은 검찰과 대등한 관계 속에서 협력하며 수사를 합니다. 검찰은 대부분 직접 수사를 하지 않고, 수사기관이 넘긴 사건의 기소를 담당합니다.

 

그런데 미국 검찰은 기소의 최종 결정권도 갖지 않습니다. 일반 시민들로 구성된 대배심 또는 법관이 주재하는 예심 절차를 통해 기소 여부가 최종 결정되는 구조입니다.

 

미국에서는 수사기관과 검찰이 작당을 하고, 대배심 또는 예심 법관까지 속여야만 사건 조작이 가능합니다.

 

■ 프랑스

 

 

사건의 성격에 따라 두 가지 수사·기소 경로가 있습니다. 우선 경미한 사건은 경찰이 수사하고 검찰이 기소합니다. 검찰은 경찰 수사를 지휘하지만, 직접 수사하지는 않습니다.

 

중범죄 사건, 그리고 압수수색·구속 등 강제수사가 필요한 사건은 경로가 완전히 다릅니다. 검찰이 ‘예심판사’에게 수사(예심)를 청구합니다. 사법부에 속한 예심판사는 독자적으로 경찰을 지휘해 수사하고 그 결과를 검사에게 통보합니다. 검사가 이를 바탕으로 기소할 내용을 정하고 기소합니다.

 

이렇게 권한이 분산돼 있으니 프랑스에서 중요한 사건을 조작하려면 검찰, 예심판사, 경찰 등 3자가 작당해야 합니다.

 

■ 독일

 

 

프랑스처럼 검사가 경찰을 지휘해 수사한 뒤 기소 여부를 결정합니다. 검사가 직접 수사를 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참고로, 베를린 자유대학 법학 교수를 지낸 우베 베젤이 저서 ‘거의 모든 법-시민들을 위한 법 안내서’에 서술한 독일의 검찰-경찰 관계를 소개하겠습니다.

검찰은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기소절차의 주관자”로서 경찰에 대해 지시·명령권한을 갖는데, 그러나 대부분은 경찰 측이 단독으로 여러 단서를 좇아서 수사하고, 증인들을 찾아내고, 신문절차를 진행하고, 마지막에는 그간의 수사서류들을 검찰 측의 책상 위에 올려둔다. 이제부터는 비로소 검찰이라는 관청의 시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데, 20세기 초반에 베를린의 부장검사였던 이젠비엘은 검찰이 “이 세상에서 가장 객관적인 관청”이라고 말한 바가 있다.

―우베 베젤, 이종수 옮김, ‘거의 모든 법-시민들을 위한 법 안내서’, 푸블리우스, 2026

 

독일 검사는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까지 수집해 법정에 제출해야 하는 ‘객관의무’를 집니다. 그런 검사가 기소를 해도 재판이 시작되려면 하나의 단계를 더 거쳐야 합니다. 법원이 ‘중간절차’라는 제도를 통해 검사의 기소가 타당한지 여부를 최종 심사하는 것입니다. 이중·삼중의 견제장치입니다.

 

이런 구조에서 사건 조작은 수사기관과 검찰이 작당해야 할 뿐만 아니라, 중간절차에서 법원도 속여야 가능합니다.

 

■ 이탈리아

 

 

이탈리아는 검찰이 사법부에 소속돼 있는 등 검찰권이 매우 강한 나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역시 검찰이 경찰을 지휘해 수사합니다.

 

그런데 이탈리아에서는 ‘수사판사’가 수사 과정에 개입합니다. 수사 대상자가 수사의 적법성에 이의제기를 하면 수사판사가 이를 심사합니다. 수사판사는 변호사가 피의자에게 유리한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 정부기관의 문서를 취득하거나 사건 관계인을 면담할 수 있도록 허가하는 등 피의자 방어권을 돕는 역할도 합니다. 또 최종적으로 검사의 기소 여부 판단을 수사판사가 승인합니다. 검사에게 보완수사를 요구하기도 합니다.

 

사건을 조작해 기소하려면 경찰과 검사에 더해 수사판사까지 작당해야 가능한 구조입니다.

 

■ 우리나라

 

 

현행 제도를 기준으로 보면, 두 가지 경로가 있습니다. 우선 경찰이 수사해 검찰에 송치하는 경우입니다. 검찰이 사건을 다시 들여다보기 때문에 사건을 조작해 기소하려면 경찰과 검찰이 작당해야 가능합니다.

 

 

그러나 검찰이 직접 수사하는 경우는 다릅니다. 검찰이 직접 보완수사를 하는 경우도 여기에 포함됩니다. 말이 보완수사이지 처음부터 다시 수사할 수 있고 ‘직접 관련성’을 매개로 수사를 확장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되면 검찰이 수사·기소를 모두 담당하는 만큼 검찰만 마음먹으면 다른 기관과 작당할 필요도 없이 사건을 조작해 기소하는 게 가능한 구조입니다.

 

 

외국 수사·기소 제도의 공통점은 수사·기소 권한과 절차를 여러 기관에 분산시키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에 견줘 검사가 직접 수사·기소하는 우리나라는 다른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너무나 단순하고도 위험한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바로 이 구조를 깨자는 게 검찰개혁입니다.

 

세계 유례없는 검찰 타락, 그만큼의 검찰개혁 필요

 

외국의 제도를 살펴보는 이유는 어느 제도가 우월하다거나 이런 제도를 당장 수입하자는 차원이 아닙니다. 여러 나라 제도에 공통적으로 반영되고 있는 원칙과 가치를 확인하기 위한 것입니다.

 

외국은 왜 이렇게 중층적인 수사·기소 제도를 두었을까요? 범죄 대응의 효율성을 추구하지 않아서일까요? 권한을 남용하는 나쁜 검사들만 득시글거려서일까요? 아닙니다. 외국도, 우리나라도 대부분은 정상적인 검사들일 겁니다. 그러나 권한이 집중되면 남용될 개연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구조적인 방어벽을 쳐놓은 것입니다. ‘일부 검사의 잘못 때문에 전체 검사의 수사권을 빼앗아야 하느냐’는 주장은 이 점을 간과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양심이 아니라 제도로’ 권한 남용을 방지해야 한다는 전제를 부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대부분의 민생 사건은 수사·기소권 남용 가능성이 적으니 검사에게 수사권을 줘도 된다’는 주장도 맞지 않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쿠팡 사건만 봐도 그렇습니다.

 

[논썰] 박상용 검사, 보완수사권에 종지부 찍었다 한겨레TV

 

구조적 방어벽은 다름아닌 ‘기관간 견제’입니다. 위에서 살펴본 어느 나라도 한 기관이 수사·기소의 전 과정을 독단적으로 지배하도록 허용하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 수사에 참여한 주체에게 완전한 기소권을 주지 않습니다. 수사에서 어느 정도 거리를 둔 주체에게 기소의 최종 결정권을 줍니다. ‘수사권도 없이 어떻게 기소 여부를 결정하느냐’는 주장은 국제적 상식과 완전히 동떨어진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기소는 수사를 통해 얻은 객관적 증거를 평가·검토해 이뤄지는 것입니다. 증거가 수사에 참여하지 않은 제3자를 설득할 정도에 못 미친다면 기소하지 않는 게 맞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수사 주체의 ‘감’이나 ‘감정’에 의존해 기소하는 셈이기 때문입니다.

 

각 나라의 형사사법 제도는 고유의 역사적 경험을 반영해 형성돼 왔습니다. 프랑스는 200년도 더 된 혁명기에 이미 ‘수사·기소권을 모두 주면 폭군이 나온다’는 인식 아래 수사-기소권 분리를 이뤘습니다. 영국은 150년이나 이어져오던 제도를 일거에 뒤집어 1986년 수사-기소권 분리를 단행했습니다. 그 계기는 10대 소년 세명이 억울하게 살인 누명을 쓰고 옥살이를 했던 ‘맥스웰 콘페이트 사건’이었습니다. 물론 이 사건 하나만으로 수사-기소 분리의 필요성을 깨달은 건 아닐 겁니다. 누적된 문제의식이 이 사건을 통해 폭발한 것이겠지요. 영국의 사회적 이성과 양심이 작동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영국은 이처럼 급격한 개혁을 했지만 이 때문에 형사사법체계가 대혼란에 빠졌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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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고유한 역사적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바로 세계 어디에서도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정치검찰의 전횡, 검찰공화국의 해악입니다. 지금 문제되고 있는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을 비롯해 검찰이 수사·기소권을 남용해 저지른 패악은 일일이 세기도 어려울 정도입니다. 급기야 비정상적 검찰권을 발판삼아 대통령에 오른 윤석열이 12·3 내란으로 치달아 나라가 망가질 뻔했습니다. 세계 어느 나라보다 강력한 검찰개혁을 단행해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입니다. 미래에 외국 법학자들은 검찰의 극단적 타락과 그에 대응한 강력한 개혁의 사례로 우리나라를 거론하게 될 것입니다.

 

정부안 신속히 내놓고 사회적 숙의 본격화해야

 

그렇다면 검찰 수사권의 완전 폐지가 불가피한 결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대해 경찰·중수청 수사를 통제하는 기능이 너무 약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기관 간에 감시·견제가 필요하다는 건 당연하고, 앞에서도 누차 말씀드렸습니다. 그러나 검사의 ‘직접 수사권’만이 유일한 실효적 통제 수단이라는 데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검사가 수사기관에 대한 감시자 역할에 충실하고자 한다면 현행 제도에서 검사가 독점하는 영장청구권·기소권 등을 통해, ‘보완수사 요구권’을 통해, 그리고 경찰관 징계·직무배제 요구권 등을 통해 수사기관 통제가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나아가 그 실효성을 더욱 높이기 위해 검사의 관련 권한을 강화·보완할 수 있습니다. 사건 당사자의 이의신청 제도도 확대할 수 있습니다. 또 검경 협력을 체계화·의무화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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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한겨레 인터뷰에서 “감찰 기능 강화라든지, 검사가 보완수사 요구를 할 때 요구의 실질을 살펴볼 내부의 기구라든지, 피해자나 고소인 등이 이의신청을 할 때 이의신청을 다루는 기구 같은 것들을 별도로 구성해야 한다. 창조적으로 설계한다면, 경찰 수사 결과에 불만스럽다고 이의신청이 나오면 그것을 중수청에서 다루고, 중수청 사건에 이의신청이 나오면 경찰청에서 다루고, 이런 식으로 기관 간의 견제를 하는 등의 창의적 발상이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조국혁신당도 검경 협력에 관한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앞으로는 이런 논의에 사회적 지혜를 더 모으고 집중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보완수사권 유지가 필요하다는 의견 중에서도 경청할 대목은 있습니다. 극히 일부의 불가피한 상황에서만 보완수사를 허용하자는 견해입니다. 이재명 대통령도 이를 언급한 바 있습니다.

 

[논썰] 박상용 검사, 보완수사권에 종지부 찍었다 한겨레TV

 

이재명 대통령 “(검찰이) 보완수사를 안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필요한 경우가 있다. 공소시효가 이틀밖에 안 남은 상황 송치됐는데 보완수사가 전면 금지되면 사건이 경찰과 검찰을 오가다 남은 시효가 끝나 버린다. 공소청(검사)의 남용 가능성을 봉쇄하고, 아주 예외적인 경우 안전장치를 만든 다음에 보완수사권 정도는 갖게 해주는 게 국가 업무를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방안이기도 하지 않으냐.” ―1월21일 신년 기자회견

 

보완수사권이 어떤 경우에 왜 필요한지 구체적 제안을 내놓고, 그 경우 보완수사권의 불가피성과 남용 가능성에 대해 토론해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공소시효나 구속기간 임박 등 ‘물리적 불가피성’이 없는 한 보완수사권의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이 경우도 검사와 수사기관의 사전 소통과 신속한 협력체계가 갖춰진다면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는 불필요할 것입니다.

 

보완수사권 제한적 허용론과 달리 보완수사권 행사 여부를 검사의 판단에 맡기자는 주장도 있습니다. 여기엔 결코 동의할 수 없습니다. 검찰을 공소청·중수청으로 분리한 검찰개혁을 무위로 되돌리고, 공소청을 또 하나의 수사기관으로 만드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앞서 누차 이야기한 권한 집중의 구조적 문제점이 온존되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시민들이 참여하는 심의위원회, 법원의 재정신청 활성화 등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이런 제도는 물론 필요하지만, 검사의 ‘기소권’을 견제할 수단일 뿐입니다. 검사가 수사까지 하게 되는 경우는 사정이 다릅니다. 경찰 수사를 온전히 믿을 수 없으니 공소청이 감시·견제해야 한다는 논리를 그대로 적용하면, 검사의 수사도 온전히 믿을 수 없으니 이를 감시·견제하고 기소 여부를 독립적으로 판단할 또다른 기관이 필요합니다. 이는 앞서 살펴본 외국 제도에서도 공통된 구조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복잡한 구조를 도입하기보다는, 공소청이 수사권을 내려놓고 수사기관에 대한 감시·견제에 충실한 공소기관으로 자리매김하는 게 훨씬 바람직한 방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우리사회의 검찰개혁 논쟁을 보면서 애초의 출발점을 잊어버리고 표류하는 느낌을 받습니다. 검찰이 막강한 권한을 남용해 정치적 표적 수사, 조작 수사, 제 식구 감싸기 수사 등으로 우리 사회의 정의와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일을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는 분명한 원칙 위에서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반드시 전제돼야 할 개혁의 구조는 무엇인지를 다시 돌아봐야 합니다. 검찰에 직접 수사권을 주는 게 얼마나 위험하고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운 것인지 분명히 인식해야만 그 바탕 위에서 생산적인 토론과 숙의가 이뤄질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정부가 신속히 형사소송법 개정에 관한 입장을 내놓고 사회적 공론화가 본격화하기를 바랍니다.                             < 박용현 기자 >

 



 

이종석 원장, '조작기소 국정조사' 특감 결과 공개

2022년 7월 현안대응TF 한 달간 운영
쌍방울과 경기도 연관성 밝혀내지 못해
감찰 결과 보고서에는 이 내용 빠져
2023년 2월 국정원 감찰부서 은닉 지시


수원지검, 미리 특정된 13건만 압수수색
공직기강 비서관실 관여 시도한 사실도
쌍방울 주가조작 의혹·불법 도박 첩보 등
2023년 3월 이화영 등 재판에 제출 안해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이종석 국가정보원장이 3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정권 정치검찰조작기소 의혹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2026.4.3 연합
 

이종석 국가정보원 원장이 윤석열 정부 당시 국정원이 수원지검의 대북송금 사건 수사를 지원하고, 국정원에 파견된 검사를 통해 대북송금 수사에 불리한 자료를 숨겼다는 내용이 담긴 특별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당시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이 대북 송금 사건에 관여하려 한 흔적도 파악됐다고 했다. 

 

이 국정원장은 3일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윤석열 정부 당시 국정원이 감찰부서에 고위직을 신설해 이창현 전 검찰 수사관을 임명했고, 쌍방울 사건을 기획 감찰한 사실이 파악됐다"고 밝혔다.

 

이 원장의 설명에 따르면 이창현 전 수사관은 임명된 직후인 2022년 7월부터 한달동안 '쌍방울 남북교류협력사업에 관한 국정원의 불법적인 개입을 점검한다'는 명목으로 현안대응TF를 주도했다. 이 원장은 "이 TF가 쌍방울 관련 보고서와 작성자 등을 대대적으로 감찰했지만, 쌍방울과 경기도의 연관성 여부는 감찰 결과 보고서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 원장은 또 "유도윤 부장검사가 2023년 2월 국정원 감찰 부서장에 임명돼, 북한 수집 부서에 수원지검에 제출한 보고서 목록 66건 원문을 요구했고 이 중 13건을 특정한 후 압수수색에 대비해 (나머지는) 미리 비닉(몰래 감춤) 조치하라고 (같은 해) 5월 10일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후 "수원지검은 압수수색을 통해 유도윤 부서장이 사전에 특정한 13건만 압수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압수수색 과정에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을 균형 있는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국정원 내부 자료들은 누락됐다"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또 "감찰 부서가 수원지검의 긴밀한 창구 역할을 했다"며 "쌍방울과 경기도의 연관성을 확인하지 못한 감찰 기획 결과보고서는 검찰에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당시 국정원이 쌍방울 대북송금 수사에 관한 자료를 선별 제출하고, 당시 이재명 경기 도지사와 이화영 부지사를 수사하던 검찰에 불리한 자료를 숨기는 데 관여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이 국정원장은 또 "윤석열 정부 공직기강비서관실이 대북 송금 사건에 대한 관여를 시도한 사실도 파악됐다"고 밝혔다. 당시 북한 통일전선부와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위)가 조선노동당과 달리 금융제재 대상이 아니라는 기획재정부의 유권 해석이 보도되자, 인사검증과 대통령실 내부 감찰을 담당하는 공직기강비서관실이 관여했다는 것이다. 

 

이 원장은 "이시원 당시 비서관이 노동당 산하 조직이 제재 대상이 아니라는 게 납득되지 않는다고 언급했고, 공직기강비서관실의 요청에 따라 황원진 당시 국정원 차장은 제재 대상에 포함된다는 의견을 개진했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또 "2023년 3월 수원지검이 국정원에 쌍방울 대북송금 수사 협조 의뢰 공문을 보내면서 쌍방울, 김성태, 안부수 등의 활동내역 2년 치를 요청했지만 그 시기에 대한 여러 첩보가 재판에 제출되지 않은 점을 발견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쌍방울이 북한 노동자를 고용한 정황, 김성태와 안부수가 대북사업을 빌미로 주가 조작을 시도했다는 의혹, 김성태가 2019년 7월 해외 불법 도박을 한 정황에 대한 첩보 등이 제출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을 수사했던 박상용 인천지방검찰청 부부장검사가 3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정권 정치검찰조작기소 의혹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증인 선서를 거부한 뒤 서영교 위원장의 대기 장소 이동 조치에 따라 떠나고 있다. 2026.4.3 연합
 

국정원 문건, 검찰 신문조서와 박상용-서민석 전화 통화에 등장

 

국정원의 보고 문건은 2023년 5월 26일 박상용 검사가 이화영 전 경기 평화부지사를 신문한 제7회 조서에도 등장한다. 박 검사는 "국정원의(에서) 안부수가 진술한 사실이 보고된 문건이나, 김OO이 당시 김성태 회장과 회의한 회의록을 보면, 쌍방울이 경기도 스마트팜 지원 대금을 북한에 대신 납부해준 것으로 인정할 수 있는 내용이 나옵니다. 그러면 경기도 스마트팜 지원 대금 부분을 김성태 회장이 해결해주기로 했다는 부분도 2019. 1. 17. 경에는 얘기가 나왔을 것으로 보이고,  그곳에 참석한 여러 사람들도 그렇게 진술하는데 어떤가요"라고 묻자, 이 전 부지사는 "그 부분은 제가 국정원 문건 등을 보고 좀 말씀드리겠습니다"라고 답한다.

 

이에 박 검사가 "이재명 지사의 방북을 위해 그 방북 비용을 김성태가 북한에 지급한 사실을 알고 있냐"고 묻자 이 전 부지사는 "저희 경기도가 이재명 지사의 방북을 추진한 사실이 있지만, 방북 비용에 대해서는 전혀 모릅니다"라고 답해 5월 17일 연어회 술파티로 이재명 지사를 엮으려던 박 검사의 기대를 무너뜨렸다. 

 

전날인 5월 25일 박 검사와 이 전 부지사를 변호하던 서민석 변호사의 전화 통화 녹취록을 보면, 서 변호사는 "나는 국정원 문건 나오기 전까지는 800만 달러는 다 무죄라고 생각했어요"라고 말하자 박 검사가 "저도 뭐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일단 국정원 문건하고 (쌍방울 작성) 회의록 보면 또 생각 많이 달라지실 겁니다. 그건 제3자 뇌물까지 거의 메이드 시켜버리거든요"라고 답하는 대목이 있다.

 

그런데 이종석 원장의 이날 발언은 전반적으로 박 검사의 신문, 통화 내용과 정반대되는 사실을 가리킨다. 박 검사는 전날 유튜브 채널 '장르만 여의도'에 나와 "수사와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에 입법부가 관여하는 것은 삼권분립 원칙에 반하는 위법한 조치"라면서도 "진실이 호도되는 것을 막기 위해 증인으로 출석해 적극 반박하겠다"고 말했는데 이날은 증인 선서를 거부해 파행의 빌미를 제공한 뒤 30분 남짓 만에 떠나버렸다.

 

국가정보원법 위반, 직무유기, 위증 등의 혐의를 받는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이 11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2025.11.11 연합 자료사진
 

특검, 조태용 전 원장 징역 7년 구형…"국정원을 내란에 동원"

 

한편 12·3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알았음에도 국회에 보고하지 않은 혐의 등으로 기소된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에 대해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이 징역 7년을 구형했다. 1심 선고는 다음 달 21일 이뤄진다.

 

특검팀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류경진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조 전 원장의 국정원법상 정치 관여 금지 위반, 직무유기 등 혐의 사건의 결심공판에서 이같이 요청했다.

 

특검팀은 조 전 원장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을 막기 위해 자신의 지위를 동원해 비상계엄 상황을 은폐했다고 지적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의 정치인 체포 지시는 위헌·위법성이 명백하고 변명의 여지가 없는 내란의 징표"라며 "윤 전 대통령의 탄핵이 결정되면 국정원장에서 물러나야 하고, 본인에 대한 수사가 예상돼 사실을 은폐할 필요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은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을 거짓말쟁이로 만들기 위해 진술의 신빙성을 공격했다"며 "윤석열과 내란 동조 세력에 유리한 여론을 형성시켰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또 "국가 최고 정보기관 수장으로서 국정원을 내란 은폐에 동원해 기관의 신뢰를 훼손했다"며 "사안의 중대성과 죄질이 불량한 점을 고려해 징역 7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조 전 원장 측은 "특검의 공소사실은 사후적 관점에서 판단한 것"이라며 "직무유기 등 주요 혐의에 대한 고의성이 입증됐다고 보기 어려워 무죄를 선고해달라"고 밝혔다. 조 전 원장은 최후진술에서 "국정원이 비상계엄과 관련해서 전혀 부끄러운 일을 하지 않았다"며 "국정원 직원 누구도 재판받고 있지 않다는 점도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면서 "비상계엄 당일 밤에 알고도 책임을 회피했다는 점이 가장 답답하고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객관적 사실에 따라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시길 간곡히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조 전 원장은 비상계엄 당시 국정원장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혐의 등으로 지난해 11월 구속기소됐다. 조 전 원장은 계엄 당시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의 동선이 담긴 국정원 폐쇄회로(CC)TV 영상을 국민의힘 측에만 제공하고, 자신의 동선이 담긴 영상은 더불어민주당 측에 제공하지 않아 국정원법상 명시된 정치관여금지 의무를 위반한 혐의도 받는다. 국회와 헌법재판소에서 거짓 증언을 하고 국회 내란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위 등에 허위 답변서를 제출한 혐의, 윤 전 대통령과 홍 전 차장의 비화폰 정보 삭제에 관여한 혐의도 있다. 

                                                                                               < 임병선 기자 >

제주 4·3의 진실과 정의,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 COREA 2026. 4. 4. 13:35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대통령의 ‘서훈 취소’ ‘시효 폐지’ 재추진은 큰 의미


가해 주체도 ‘국가폭력’도 새기지 못한 ‘백비’
가해·피해 유족들 ‘향쟁론’ 여부로 첨예하게 맞서

4.3을 ‘사건’으로 둘 것인가, ‘정명’ 찾아 줄 것인가
출범 6년인데도 파행 중인 추가 진상조사 보고서

관계자들 반성과 함께 살아있는 자의 책무 다해야

 

이재명 대통령은 오늘 제주4·3 78주년 추념식에 참석하지 못하는 것을 전제로, 미리 제주를 방문하여, 3월 29일 제주4·3 피해 유가족들과 만난 자리에서 주목할 만한 이야기를 했어요. 4·3 진압의 공로로 받았던 서훈을 취소할 수 있는 법적 근거의 마련과 민·형사 시효의 완전 폐지를 재추진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내용은 유족들의 오랜 바램이었지만, 대통령이 이런 언급을 하리라고는 아무도 예상치 못했어요.

 

그동안 제주4·3을 비롯한 과거사 문제의 처리에 있어서는 대체로 ‘진실과 정의’가 아니라 ‘진실과 화해’를 지향해 왔습니다. 진실을 명확히 규명하지만, 가해자를 색출하여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화해라는 이름으로 회피했던 것이지요. 가해자들이 국가유공자로 인정받고 있는 현실에서, 그들에 대한 법적 처벌은 사회의 근간을 뒤흔드는 것으로 인식되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인 것이지요.

 

군경에 쫓기다 눈보라 속에 스러져간 모자를 형상화한 '비설'

 

‘정의’ 대신 ‘화해’ 택한 제주 4·3 특별법

 

이러한 모델은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아파르트헤이트 시기를 끝내고 민주주의 시대로 나아가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받는 ‘진실과 화해위원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첫 위원장이었던 데스몬드 투투 대주교는 그의 저서 『용서 없이 미래 없다』 중에서 이렇게 말했어요.

 

“진실과 화해위원회의 활동을 통해 범죄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우리 각자가, 아니 우리 모두가 끔찍한 악행을 저지를 만한 능력이 있음을 깨달았다. (…) 그 범죄자들과 똑같은 영향을 받고 똑같은 세뇌를 당하더라도 나는 절대 그들처럼 되지 않았을 거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이가 있을까?

 

그들의 잘못을 너그럽게 용서해 주거나 못 본 체하자는 말이 아니다. 그저 하느님의 자비로 마음을 가득 채우고, 하느님께서 사랑하시는 사람 중 한 명이 그렇듯 서글픈 처지에 이르렀음을 한탄하며 함께 울어 주자는 것이다. 우리는 값싼 동정심이 아닌 깊은 신앙심을 가지고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해야 한다. ‘하느님의 은혜가 아니었다면 나도 저들과 같은 처지였을 것이다’라고.”

 

2000년에 제정된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제2조는 제주4·3을 "1947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1948년 4월 3일 발생한 소요사태 및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충돌과 그 진압 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으로 정의합니다. 여기에는 가해의 주체도 없고 국가폭력이라는 의미도 나타나지 않아, 당시의 시대적 조건에서 이루어진 타협의 산물이었던 것이 분명한데요.

 

그 결과 개인별 보상을 포기한 대가로 집단보상의 형태로서 평화공원이 설립되었습니다. 그러나 2020년의 특별법 개정을 통해서 다시 개인별 보상으로 나아갈 수 있었어요. 하지만 4·3을 규정하는 법조문은 전혀 달라지지 않은 채 ‘사건’으로 남았습니다. 여전히 가해자는 국가유공자로 서훈을 받고 국립묘지에 안장되었으며, 그들을 추종하는 세력들은 틈만 나면 제주4·3을 좌익폭동으로 몰아 공세를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제주평화공원 홈페이지

 

‘백비’에 새겨질 화해와 상생을 위한 ‘정명’

 

제주 4·3과 인연을 맺고 다양한 활동을 해 오는 가운데, 가장 어려운 문제 가운데 하나는 정명(正名)이었어요. 4·3평화기념관 전시실 입구에 누워 있는 백비(아무 것도 새기지 않은 비석)에 ‘항쟁’이라는 비문을 새겨 세워야 한다는 염원이었습니다. 그런데 목소리만 높았지, 왜 항쟁이라고 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떤 근거에서 그렇게 주장하는 것인지를 학문적, 논리적으로 제시하는 경우는 별로 보지 못했어요. 따라서 정명은 결국 미완으로 남고 말았습니다.

 

제주4·3은 다른 사건에 비해서 기간도 길었고, 시기별로 성격도 다양했어요. 당장 어느 하나로 규정하는 것은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더구나 제주 지역공동체 내부에서의 살상행위도 이루어졌어요. 특히 무장대나 우익 단체 구성원들은 같은 제주도 지역 주민을 이념적으로 다르거나, 상대 측에 협조한다는 이유로 살상을 했습니다. 공동체 내부의 문제이기 때문에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가 더욱 어려웠어요.

 

예를 들어 1948년 4월 3일 남로당 제주도당 무장대에 의해 경찰지서와 함께 경찰 가족들이 공격을 당했습니다. 그러니까 4·3을 그날로 국한시켜 본다면 그것은 좌익 세력들의 무장봉기였던 것이지요. 따라서 보수 인사들은 여전히 4·3에 대해서 극단적으로 부정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2003년 진상조사보고서는 그러한 논란을 피하기 위해 그 기원을 1947년 3.1절 행사에서 찾는 우회로를 찾은 것인데요.

 

현재 유족회 내부에는, 무장대에 의해 피해를 입은 경찰 및 민간인 유족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그들이 ‘항쟁’을 과연 수용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드는데요. 만약에 항쟁을 밀어 붙이게 되면 유족회의 분열 갈등이 예상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유족회는 아마도 가장 나중에 항쟁론을 받아들이게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는 것이지요. 정명은 화해와 상생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명을 기다리며 기념관 전시실 입구에 누워있는 백비. 필자 촬영

 

4.3의 최종 책임자는 이승만

 

사실 4·3을 국가가 공식적으로 어떻게 명명하느냐는 것이 중요하긴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지요. 다른 항쟁의 경우를 보더라도 연구자 및 활동가들이 자신의 판단에 따라 자유롭고 다양하게 사용하면 되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 자연스럽게 사람들 입에서 오르내리는 명칭이 정명이 될 텐데요. 비록 국가에 의한 명명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해서 쉽게 포기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대통령의 선언이 구체적으로 이행되기 위해서는 수많은 과정이 따라야 할 것인데요. 무엇보다 제주 4·3의 진상이 명확하게 규명되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2003년의 진상조사보고서는 처음으로 국가적 차원에서 작성되었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지만, 군경 측의 비협조와 사료의 부족 등으로 인해서 미완성으로 남았어요. ‘경찰 등 주요기관의 관련문서 폐기와 군 지휘관의 증언거부, 미국 비밀문서 입수 실패 등은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했습니다.

 

보고서는 “집단인명피해 지휘체계를 볼 때,중산간마을 초토화 등의 강경작전을 폈던 9연대장과 2연대장에게 1차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 이 두 연대장의 작전기간인 1948년 10월부터 1949년 3월까지 6개월 동안에 전체 희생의 80% 이상을 발생시켰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종책임은 이승만 대통령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이승만 대통령은 계엄령을 선포하고, 강경작전을 지시한 사실이 밝혀졌다”고 결론을 내렸어요.

 

추가진상조사보고서 작업의 파행과 살아남은 자들의 책무

 

그런데 2020년의 특별법 개정에 따라 시작된 추가진상조사보고서가 아직도 나오지 않고 있어 지역 사회의 우려와 불만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원래 예정대로라면 2024년 말까지 추가진상조사분과위원회의 심의를 거친 보고서가 국무총리가 위원장인 중앙위원회에 보고되고 국회의결을 거쳐 지금쯤에는 이미 모든 절차가 마무리되어야 마땅했는데요. 중간에 위원들이 교체되면서 6개월을 연장했다 하더라도 그렇습니다.

 

그런데 추가진상조사분과위원회의 심의도 거치지 않고 행정안전부에 곧바로 제출해 버리는 파행을 겪었지요. 30억 원이 넘는 국고가 투입되었음에도 그마저 아직 미완성인 상태의 보고서를 제출하면서 ‘초안’이라고 주장을 했습니다. 절차와 결과물에 대한 일부 추가진상조사분과위원들의 문제제기에 대해 행정안전부 측에서는 제대로 수용하지 않았어요. 그로부터 9개월이 지났지만, 초안에서 진전된 결과물을 전혀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이 제시했던 4·3 진압의 공로로 받았던 서훈을 취소할 수 있는 법적 근거의 마련과 민·형사 시효의 완전 폐지 재추진이라는 과제는 대단히 엄중한 사실확인과 근거의 제시를 필요로 하지요. 그러기 위해서는 책임있는 추가진상조사보고서가 반드시 선행되어야만 합니다.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이 제주도민들에게 국가를 대표하여 사과를 했을 때에도, 진상보고서에 근거했던 것이지요.

 

78주년 4.3 추념식. 필자 촬영 

 

오늘 ‘4·3의 역사는 평화를 품고 역사의 기록은 인권을 밝히다’라는 주제로 열린 제주 4·3 78주년 추념식에 참석했습니다. 어느 때보다 대통령이 제시한 국가폭력의 희생자였던 제주의 희생자들과 행방불명자의 기대를 느낄 수 있었어요. 원래대로 한다면 추가진상조사보고서를 완성하여 오늘 추념식에서 제단에 봉헌하는 절차가 진행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대통령이 발언을 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주진오 역사학자·상명대 명예교수

 

부디 내년에 열리는 추념식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추가진상조사보고서에 입각한 보다 진전된 언급이 나오기를 소망해 보는데요. 이를 위해서는 책임을 맡은 관계자들의 처절한 반성과 확실한 마무리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것이 살아남은 자들의 책무이니까요.

[편집인 칼럼] "난세 광인의 무덤이 궁금하다"

● 칼럼 2026. 4. 4. 13:23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편집인 칼럼- 한마당]   

 

   난세 광인의 무덤이 궁금하다

 

굿모닝충청이 게재한 만평

 

지금 중동에서의 전쟁으로 전 지구촌이 몸살을 앓고 있는데, 회심의 미소를 감추며 득을 보고 즐기는 일부가 있다. 러시아 푸틴은 최대 수혜자이고, 중국 시진핑도 그에 못지 않다. 미국을 끌어들여 ‘차도살인(借刀殺人)’을 저지르고 학살을 서슴지 않으면서 자기 범죄를 가리고있는 이스라엘의 네타냐후는 어쩌면 가장 질이 나쁜 인물이 아닐까.

 

이들은 “남의 손 빌어 코를 푸는” 행운에 신나서 칭송을 보낼지도 모르지만,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 현재 전 세계인의 원망과 지탄을 한몸에 받고 있는 사람이 누구인가. 바로 미국의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일 것이다.

 

도대체가 무슨 전략과 목적과 후과를 염두에 두고 느닷없이 이란을 전면 공격하고 나선 것인지, 전쟁과 살상을 재미로 아는 듯한 막말과 오락가락 전황대처, 전쟁기밀 악용한 사익편취 논란 등도 겹쳐지면서 중동파고의 장본인에게 세계인의 손가락질과 욕설이 쏟아지고 있다. 초등학생 170여명 폭살을 시작으로 수많은 무고한 인명 살상도 개탄스러울 뿐더러, 원유공급이 막혀 그렇지 않아도 침체에 빠진 세계경제가 유가 폭등에 휘청대면서 민생과 기업, 각국 정부 모두 고달픈 상황에 처한 때문이다.

 

 

지난해 6월14일 트럼프의 79번째 생일날 미국 전역 2,100개 이상의 도시에서 5백만명이 모여 외친 “No Kings!” 시위는 이란전쟁이 딜레마에 빠진 지난 3월28일에는 무려 3,300곳으로 늘어나 8백만명 이상 참가하는 미국 역사상 최대규모의 반 트럼프, 반전(反戰) 시위로 폭발했다. 미국인들이 자국의 대통령에게 “당신은 왕이 아니다. 당장 물러나라!”고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무모하고 반인륜적인 전쟁을 벌여 국력을 소진하고 생활고를 가중시킴은 물론 국제적인 배척대상이 되고있는 ‘막가파’ 대통령을 좌시할 수 없다는 분노의 외침이 미 전역에 확산일로이고, 전세계로도 번지고 있다.

 

최근 세계 각국의 수학자들은 오는 7월 필라델피아에서 열릴 ‘국제 수학자대회’ 거부와 개최 장소 변경을 요구하고 나섰다. 유명 수학자 5천명 안팎이 모이는 이 대회는 국제 수학자연맹(IMU)이 주관해 4년마다 개최하는 최대규모 학술대회로 ’수학 올림픽‘이라고도 불린다. ’수학 노벨상‘이라고도 하는 필즈상(Fields Medal)을 수여하는데, 지난 2022년 대회 때 한국인 허준이(June Huh) 교수가 수상해 큰 관심을 모은 바 있다. 그런데 올해 미국 대회를 앞두고 각국의 수학자들과 초청연사 등이 현재 미국 상황을 지적하며 ’보이콧‘ 운동에 돌입, 다른 나라로 옮기라는 청원에 3월 말까지 2천명이 서명했고, 프랑스는 아예 불참을 선언했다.

 

이들은 청원서에서 “트럼프 정부는 미국 내에서 뿐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기본적인 인간성을 저버리는 조처들을 하고 있다”며 “수학자들 간의 국제적 연대감을 고취하는 게 대회의 목적인데 이것이 불가능하다. 현재 미국은 개최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민세관집행국(ICE)의 무차별 단속과 시민 살해, 미 대법원의 검문 허용 등 현재 미국 정부는 이민자에 대한 노골적인 혐오감을 명백히 드러냈다”고 지적, “전세계 수학자들은 ICE 요원에게 무차별적인 괴롭힘과 신체적 폭력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연맹(IMU)이 위험을 조장하는 것은 무책임한 행위”라고 IMU에 미국 아닌 곳으로 옮겨 열라고 요구했다.

 

청원서에서 수학자들은 “미국이 광범위한 공격을 통해 세계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다”며 구체적인 사례도 제시했다. “이민자에 대한 노골적인 혐오와 ICE 무차별 단속, 가짜 ‘마약과의 전쟁’을 명분으로 베네수엘라 지도자를 불법적 납치한 사건, 이란에 대한 파렴치하고 무모한 전쟁, 팔레스타인에서 진행 중인 대량 학살을 방조하고 조장하는 행위, 쿠바에 대한 강압적이고 징벌적인 봉쇄, 거주민 의사에 반해 그린란드를 식민지화하려는 시도” 등이다.

한마디로 불안하고 위험한 ‘불한당 미국’엔 가기 싫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집권 1기에도 무수한 거짓말과 허풍으로 국제사회에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그런데 2기에는 증세가 더 위중해졌다. 그는 지구촌을 지탱하고 유지해 온 국제질서를 멋대로 깨부셨다. 대표적으로 유엔과 나토, 기후협약 등을 무력화하고 관세전쟁에 집착했다. 전통적으로 내걸었던 미국식 자유 민주주의와 인권외교의 기조를 아예 무시했다. 이민자와 사회적 약자, 약소국을 짓밟는 무지막지한 힘의 논리에 취했다. 태생적인 장사꾼 탐욕 기질이 뒤엉킨 권력의 교만과 과시적 자만에 독선과 아집, 종잡을 수 없이 튀는 몰지각한 저질 언동 등 파시스트 괴물군주화 했다. 국정이 난관에 봉착하고 이른바 앱스타인 스캔들에 몰리며 ‘면피성 발광’은 증세가 심해졌다, “No Kings!” “No Dictators!”라는 미국시민들 외침이 그걸 증명한다. 차츰 그의 실상과 폐해를 체감한 미국인들이 자격없는 지도자를 뽑은 걸 후회하며 옐로우카드에 그치지 않고 레드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지금 트럼프를 ‘광인(狂人)’이라고 부름에 주저함이 없는데, 나중 역사가들은 그를 어떤 단어들로 기록할까. 글자의 본 뜻이 으뜸이고 승자라는 ‘Trump’의 오만과 기고만장은 언제까지 이어질까. 그는 여전히 “전쟁은 평화를 위한 것”이라고 믿으며 노벨평화상을 꿈꾸고 있는지도 모른다.

 

한 인간의 기행과 괴벽은 개성의 영역일 수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치부 욕망을 나무랄 수는 없다. 엄청난 거부가 자기 배 두드리며 떵떵거리고 산다해서 누가 뭐랄 수 있나. 다만 개인적 전횡에 그치지 않는 인류적 난동질이라는 데 심각성이 있는 것이다. 초강국 미국을 추락시키고 국제사회에 풍파를 일으켜 세계인을 심적·물적 고통에 몰아 넣은 것은 분명 ‘패악질’에 다름 아니다.

 

한국사회를 수십년 후퇴시킨 윤석열이 자승자박, 제 발등을 찍더니 마침내 몰락한 것처럼, 사악한 권력자들은 제 꾀에 제가 넘어가고 결국은 제 무덤을 파는 게 인류역사의 굴곡진 단면이기도 하다. 트럼프의 대통령직은 미국은 물론 세계의 불행일 뿐만 아니라 그 자신의 잘못된 선택이고 불운이다. 미국민들의 울분지수 상승과 이란전쟁 패착에, 중간선거 폭망론 등을 앞에 둔 ‘난세 광인’의 향후 인생행로가 궁금하다.                   < 편집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