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6000 대기록에 엇갈리는 여야 풍경
민주당 지도부, 박수치며 "코스피 8000까지"

상법 반대 국힘에 "국민 돈 버는게 못마땅한가"
국힘, 텅 빈 본회의장에서 20시간 넘게 필버

이재명 "한시라도 빨리 처리…갈 길 멀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최고위원들이 2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코스피 6천 포인트 돌파를 축하하는 박수를 치고 있다. 2026.2.25. 연합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또다시 갈아치우며 역사상 처음으로 6000선을 돌파하는 대기록을 세운 가운데, 기업의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이른바 '3차 상법 개정안'을 두고 여야의 풍경이 극명하게 갈렸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코스피 6000 달성을 박수로 축하하며, 주식시장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이 코스피 지수 상승을 이끈 만큼 상법개정안 등 관련 입법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고, 국민의힘은 투자위축과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며 반발했다.

 

25일 오전 9시 30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는 박수 소리로 시작됐다. 정청래 대표는 "모두발언 하기 전에 현황판을 봐주시라"며 "코스피가 지금 6000을 넘었다"고 말했다. 이에 지도부들이 모두 몸을 돌려 코스피 지수가 나온 현황판을 보며 박수를 치고 함박 웃음을 지었다.

 

정 대표는 "12·3 비상계엄 내란을 극복하고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한 이래 국가가 정상화되니까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되었던 주식시장도 정상화의 길을 걷고 있다"며 "오늘 역사적인 코스피 6000으로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어제 써놓은 모두발언에는 6000이란 말이 없고, '종합주 지수의 종가가 역대 최대치인 5969로 마무리되었고' 이렇게 썼다. 근데 지금 보니까 6000을 돌파했다. 이제 주가지수가 6000을 넘어 7000, 8000까지 훨훨 날아오를 수 있도록 주식 시장의 효율성을 더해야 한다"면서, '민생·개혁 슈퍼위크'로 불리는 2월 임시국회를 '필리버스터 정국'으로 몰고가는 국민의힘을 향해 쓴소리를 날렸다.

 

25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 회의장에 코스피와 코스닥지수 등 경제 종합 정보가 표시되는 연합인포맥스 모니터에 코스피 6천 포인트가 표시돼 있다. 2026.2.25. 연합
 

정 대표는 "(주식시장의 효율성을 더하기 위한) 3차 상법 개정안이 현재 국회 본회의에 상정됐고 오늘 처리될 예정이지만, 국민의힘은 이를 막고자 필리버스터를 하고 있다"면서 "국민의힘에게 묻는다. 주식시장이 활성화되고 주가 6000, 7000, 8000 되는 것이 배가 아픈가? 혹시 국민들이 돈을 버는 것이 못마땅한가? 국민들이 주식시장이 뛰는 것을 보면서 좋아하고 기뻐하는데 그것이 못마땅한가? 국민의힘 왜 이러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당장 필리버스터를 중단하고 상법개정안에 협조하시기 바란다"며 "그것이 애국의 길"이라고 했다.

 

그는 "국민의힘이 아무리 반대를 위한 반대를 일삼으며 사사건건 필리버스터를 걸어 훼방을 놓아도 민생·개혁 입법 기차는 힘차게 달려 나갈 것"이라며 "국회 본회의에서 3차 상법 개정안을 처리한 이후 법 왜곡죄 신설을 위한 형법개정안, 재판소원제를 도입하기 위한 헌법재판소법 개정안, 대법관 증원을 위한 법원조직법 개정안, 재외국민 투표권을 보장하기 위한 국민투표법 개정안, 전남·광주 행정통합특별법 등을 우리의 시간표대로 차질 없이 처리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전날부터 기업의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3차 상법 개정안을 두고 이날 낮 12시 기준 약 20시간째 필리버스터를 진행하고 있다. 본회의장은 텅 빈 수준이다.

국민의힘은 자사주 소각이 중소·벤처기업의 투자 위축과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국민의힘 조승환 의원이 25일 국회에서 열린 2월 임시국회 8차 본회의에서 3차 상법개정안에 대해 무제한 토론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여야 의원석 대부분이 비어 있다. 2026.2.25. 연합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수석대변인은 오전 논평을 내고 "중소·벤처기업은 외부 투자로 인해 창업자의 지분이 낮아지는 경우가 많아, 자사주가 경영권을 지키는 마지막 안전벨트와 같다"며 "그 안전벨트를 강제로 풀어버리면 기업은 이른바 '기업사냥꾼'의 적대적 공격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다. 자본금 감소와 신용도 하락, 금융 부담 증가라는 연쇄적 부작용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최 원내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은 실질적 대안도 내놓지 못한 채, 획일적인 소각 의무화를 강행한 것이다. 포이즌필(신주인수선택권)이나 차등의결권과 같은 경영권 방어 장치라도 함께 검토한 뒤 제도를 설계하는 것이 순서"라며 "기업을 옥죄는 입법은 결국 투자 위축과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그 피해는 중소·벤처에 도전한 청년과 근로자에게 돌아간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필리버스터 개시 24시간이 되는 오후 4시쯤 표결로 토론을 종결한 뒤 법안을 처리할 계획이다. 상법 개정안 처리 직후엔 형법 개정안(법왜곡죄·간첩죄)을 상정해 처리할 계획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2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2.24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연합
 

이재명 대통령도 엑스(X)에 글을 올리고 상법개정안 통과를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자사주 소각 입법이 한 시라도 빨리 되면 좋다"며 "기업들도 대다수 수용하고, 국민도 주주도 환영하는 이런 개혁입법을 왜 밤까지 새며 극한반대하는 지, 나름의 사정이 있겠지만 쉽게 납득되지는 않는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해는 짧은데 갈 길이 멀다"며 "주가누르기 방지법 등 해야 할 일이 산더미"라고 덧붙였다.

 

상법 개정안은 기업이 자사주를 취득할 경우 1년 이내 소각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미 보유한 자사주는 법 시행 후 6개월의 유예기간을 둬 최대 1년 6개월 이내에 모두 소각해야 한다. 다만 임직원 보상, 우리사주 제도 실시 등 일정한 사유가 인정돼 이사 전원이 서명·날인한 보유 처분 계획을 매년 주총에서 승인받는 경우는 예외로 했다.                                                                                                                        < 김성진 기자 >

 

 

계엄 모의 시점· 정치인 수거 계획 등 의혹 밝혀야
2차 특검 "법률·증거가 제시하는 방향 따르겠다"

17개 의혹 규명 위해 최장 150일 수사 착수
여러 의혹 중요하지만 핵심은 '노상원 수첩'

내란 특검의 기소 내용에 허술한 점 없는지
"귀찮아서" 다문 노상원의 입 여는 비책 필요

정치인 사찰 방첩사 리스트 실체 규명도 중요
조희대·심우정 기소 필요한지도 결론 내려야

 

12·3 비상계엄을 모의했다는 의혹을 받는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8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사건 속행 공판에서 증언을 거부하고 있다. 2025.12.8 서울중앙지방법원 제공 연합
 

3대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 특검)이 수사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거나 실체에 다가가지 못한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2차종합특검(권창영 특별검사)이 25일 경기 과천시 우리은행 과천금융센터 건물에서 현판식을 갖고 최장 150일의 수사에 착수했다. 2차종합특검은 17개 의혹을 파헤치게 되는데 그 중 가장 사활이 걸린 것이 '노상원 수첩'의 실체 규명이다. 특검의 사활이 걸렸다 해도 지나치지 않다.

 

권창영 특별검사는 이날 현판식에서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오로지 법률과 증거가 지시하는 방향에 따라 성역 없이 철저히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다짐했다.

 

2차종합특검은 ‘노상원 수첩’과 방첩사령부의 민간인 사찰 및 블랙리스트 작성, 대북심리전에 따른 북한 공격 유도 등 12·3 내란·외환 사건과 ‘김건희 여사 봐주기 수사’ 및 관저 이전 의혹 등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관련 사건 등이다. 

 

당연하게도 권 특검은 일찌감치 내란 사건에 가장 많은 인력을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입을 열게 하는 것이 관건이다. 그는 지난해 12월 8일 변론 과정에 "귀찮아서 답변 안하겠다"고 발언해 많은 국민들의 분노를 샀다. 내란 준비사항 등을 꼼꼼하게 자백한 것이나 다름없는 ‘노상원 수첩’은 노 전 사령관이 내란 특검 수사 과정에 제대로 진술하지 않아 충분히 진상이 드러나지 않았다. 

 

그동안 노 전 사령관은 윤석열 전 대통령,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보좌해 수거대상 처리, 부정선거 수사 등 구체적인 계엄 실행 계획을 수립한 ‘비선 핵심’으로 지목됐다. 수첩에는 “헌법 개정(재선~3선)” 등 계엄 성공 이후의 구상을 적은 것으로 의심되는 문구나 “NLL(북방한계선) 인근에서 북의 공격을 유도” 등 수거대상으로 체포한 정치인의 처리 계획을 기획한 흔적도 나왔다.

 

이 수첩을 근거로 조은석 내란 특검은 불법계엄의 모의 시기가 최소한 계엄 선포 시점으로부터 1년 전이었다고 주장하며 이를 공소장에 기재했다.

 

'노상원 수첩' 일부. SBS 화면 갈무리

 

그러나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지난 19일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며 1133쪽의 판결문에 “검사는 윤석열이 약 1년 전부터 국회를 제압해 장기독재를 하려는 의도를 갖고 내외적 여건을 조성하다가 여의치 않자 이 사건 비상계엄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주장하나 장기간 준비해 계엄을 선포했다고 보기에는 준비가 지나치게 허술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국민담화 및 포고령 내용, 각종 진술을 종합하면 적어도 12월 1일 무렵 ‘더는 참을 수 없다. 무력을 동원해서라도 국회를 제압해야겠다’고 결심한 것으로 보는 것이 이 사건 실체에 부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또 ‘여의도 봉쇄’ ‘수거팀 구성’ 등 문구가 기재된 ‘계엄 책사’ 노 전 사령관의 수첩이 계엄 선포 1년 전인 2023년 10월 이전에 작성됐다는 주장도 “막연하고 추상적”이라며 배척했다. 공소를 책임진 내란 특검은 그의 수첩에 기재된 ‘박안수’ ‘여인형’이 2023년 10월쯤 장군 인사에서 육군참모총장과 국군방첩사령관에 임명된 점을 감안할 때 수첩이 그 전에 작성됐고, 노 전 사령관이 군 인사에까지 개입한 정황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비슷한 시점에) 곽종근, 이진우도 육군특수전사령관, 수도방위사령관으로 보직됐는데 이들에 대해 아무런 기재가 없는 점에 관해선 납득할 만한 설명이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노 전 사령관의 행적에는 이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계엄 한 달 전인 2024년 11월 8일 서울 방배동에서 딸이 차디찬 주검으로 발견됐다는 소식을 듣고도 그는 방배동으로 가지 않고 경기 안산시 봉오동으로 갔다. 손에는 수첩이 들려 있었다. 

 

그리고 노 전 사령관은 같은 해 8월부터 계엄 당일까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공관을 무려 21차례나 들락거렸다. '보안 손님'으로 방문 기록을 남기지 않았다. 이렇게 수상쩍은 노 전 사령관의 행적 역시 지귀연 재판부는 모두 외면해 버렸다. 

 

수첩의 실체를 제대로 규명하기 위해선 내란 특검의 기소 내용을 면밀히 검토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지귀연 부장판사의 안이한 역사인식과 정보기관의 생리에 대한 몰이해도 문제지만, 내란 특검의 기소 내용에 허술한 점이 없었는지를 정밀하게 해부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여기에다 노 전 사령관의 굳게 다문 입을 열게 할 비책을 다각도로 찾아야 한다.

 

'여인형 리스트' 일부. SBS 화면 갈무리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지시로 국민의힘 강선영 의원 등 군 출신 의원들의 성향을 파악해 문건을 작성했다는 정치인 사찰 의혹이 있다고 JTBC의 이날 보도가 눈길을 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해당 문건을 입수해 내란특검으로 넘겼고, 내란특검은 수사를 미처 마치지 못했지만 의미있는 진술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나승민 전 방첩사 신원보안실장은 지난해 2월 4일 재판 증언에 나서 "12·3 계엄 당일까지 여 전 사령관의 지시로 군판사 4명의 동향을 파악했다"고 진술했다.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방안에 대한 보고서를 방첩사가 작성해 지난해 4월 윤 전 대통령에게까지 보고했다는 의혹을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폭로한 일도 있었다. 이런 일 모두 계엄에 대비해 차근차근 진행된 일이었음은 물론이다. 

 

2차종합특검의 수사 대상에 방첩사 블랙리스트가 포함된 만큼 특검은 해당 문건들이 왜 만들어졌는지, 윤 전 대통령에까지 보고된 과정에 다른 인물이 개입됐는지 등을 규명할 것으로 보인다.

 

종합 특검이란 특성 때문에라도 여러 갈래의 수사를 제한된 시간 안에 마무리해야 하기에 상당한 압박감을 느낄 것이다. 그래서 오히려 사활이 걸린 '노상원 수첩'에 모든 역량을 투입해 돌파구를 찾는 노력이 더욱 강조될 수 있다. '수첩'을 가리려는 이들과 그 세력을 찾아내야 한다. 모든 수사를 완벽하게 마무리하겠다는 욕심보다 어떤 의미에서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할지 모르겠다. 

 

일부 언론은 앞선 특검 수사에 미진했거나 기소 여부를 판단하지 않은 사건, 예를 들어 조희대 대법원장과 심우정 전 검찰총장 사건 등에 우선하는 것도 좋겠다고 주문하고 있다. 조은석 특검팀은 12·3 내란 당시 대법원 수뇌부가 진행한 심야 긴급회의에 대한 수사를 벌여왔다. 조 대법원장이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을 졸속 심리하고 윤 전 대통령의 구속취소 결정에 관여했다는 혐의 등도 수사했으나 한 차례도 소환 조사하지 않고 불기소로 처분했다. 윤 전 대통령 구속취소 결정에 대해 즉시항고하지 않은 심 전 총장에 대한 수사는 종결하지 않았다. 심 전 총장은 김 여사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명품백 수사를 부실하게 한 의혹으로도 수사 대상에 올랐다.

 

언론들은 이미 3대 특검 수사로 핵심 피의자들이 구속돼 재판이 진행 중인 만큼 종합특검이 중복수사 우려를 안고 출범하는 점을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런 취지에서 새로운 수사에 욕심을 부리지 말고, 기존 특검이 규명하지 못한 사건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기도 한다. 

위 두 가지 주문과 조언에 대해선 2차종합특검도 충분히 인식하고 유의할 것이다. 

                                                                                                             < 임병선 기자 >

 

내란전담재판부, 헌법이 살아있음을 보여줘야

누구도 법 위에 설 수 없다는 원칙 세우는 계기로
'내란사범 과도한 배려' 1심 문제 바로 잡고
내란의 본질 꿰뚫고 법리의 정합성 취하길
헌정 질서 침해한 행위에 단호한 응징 필요

 

윤석열 전 대통령이 19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사진=연합
 

12·3 내란 관련 사건의 항소심을 담당할 서울고법 내란전담재판부가 23일 사건을 배당받으며 본격 업무를 시작했다. 윤석열의 체포방해 사건과 이상민의 단전단수 지시 사(형사 1부 윤성식 부장판사)과 한덕수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사건(형사 12-1부 이승철-조진구-김민아 대등 재판부)이 이 재판부에 배당되었고, 1심에서 무기징역이 선고된 윤석열의 내란우두머리 사건 2심 역시 이 재판부에서 다뤄진다. 

 

이 재판부의 출범은 단순한 사법 행정의 조정이 아니다. 그것은 대한민국 헌정 질서가 입은 상처의 깊이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12·3 내란은 특정 정치인의 일탈이나 돌발적 충동이 아니었다. 그것은 헌법 질서를 무너뜨리고 국가 권력을 사유화하려는 집단적 시도였으며, 민주공화국의 근간을 흔든 중대한 범죄였다. 국민은 지난 1년 넘게 분노와 불안 속에서 사법적 판단을 기다려 왔다. 그 기다림은 단순한 처벌의 욕구가 아니다. 그것은 헌법이 실제로 작동하는지, 권력자 역시 법의 심판을 피할 수 없는지를 확인하고자 하는 절박한 물음이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사법부에 대한 신뢰는 심각한 시험대에 올랐다. 조희대 체제의 사법부는 스스로의 독립성과 권위를 지켜내야 할 책무가 있음에도, 일부 판결과 재판 운영은 국민에게 혼란을 안겼다. 특히 지귀연 재판부의 1심 판단은 앞뒤가 맞지 않는 어설픈 법리 해석이라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내란의 구성 요건을 인정하면서도 그 의미와 위헌성을 충분히 천명하지 못한 채, 피고인의 주장과 요구를 일방적으로 받아들이는 듯한 논리를 전개함으로써 판결의 설득력을 스스로 약화시켰다는 지적이 제기되었다.

 

형사재판은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하는 절차다. 그러나 방어권 보장은 곧 피고인의 주장에 논리적 균형 없이 기울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법원은 증거와 법리에 기초해 공정하게 판단해야 하며, 특히 헌정 질서를 침해한 중대 범죄에 대해서는 더욱 엄밀한 논리 구조와 치밀한 법 해석이 요구된다. 만약 법리가 일관성을 잃고, 판단의 기준이 명확히 제시되지 않는다면, 판결은 형식적 결론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신뢰를 얻기 어렵다.

 

내란전담재판부는 바로 이러한 한계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자신의 존재 이유가 기존 재판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것임을 직시해야 한다. 판결은 단지 결과가 아니라 과정과 논리의 산물이다. 앞뒤가 맞지 않는 법리 구성, 결론을 정해 놓고 이유를 끼워 맞춘 듯한 서술, 피고인의 주장에 과도하게 기대는 해석은 또 다른 분열과 불신을 낳을 뿐이다.

 

12·3 내란의 본질과 법리의 정합성

 

12·3 내란은 윤석열 개인의 문제를 넘어선 집단적 헌정 유린이었다. 국가 권력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가 얽혀 있었고, 명령과 실행, 방조와 침묵, 선동과 정당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따라서 항소심은 단순히 1심의 형량을 조정하는 절차가 아니라, 내란의 본질을 더욱 명확히 규명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특히 체포방해 사건은 법치주의의 핵심을 건드린 사안이다. 적법하게 발부된 영장의 집행을 조직적으로 방해한 행위는, 국가 권력의 정당한 행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다. 누구도 법 위에 설 수 없다는 원칙은 민주공화국의 출발점이다. 그 원칙을 훼손한 행위에 대해 모호하거나 이중적인 법리 해석이 제시된다면, 그 자체가 또 다른 왜곡을 낳는다.

 

1심에서 드러난 문제는 바로 그 지점이었다. 내란의 중대성을 인정한다고 겉으로 내세우면서 그 의미를 축소하거나 피고인의 정치적 동기와 상황을 과도하게 참작하는 듯한 논리는 판결의 일관성을 해쳤다. 법리는 감정이나 정치적 고려에 따라 흔들려서는 안 된다. 법률의 적용은 동일한 기준과 원칙 위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특히 최고 권력자에 대해서는 더욱 엄격해야 한다.

 

항소심은 이러한 법리의 정합성을 회복해야 한다. 내란의 구성요건, 공모 관계, 실행 행위의 구체성, 헌정 질서에 미친 영향 등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그 결론이 왜 도출되는지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 판결문은 논리적 구조를 갖추어야 하며, 판단의 기준과 전제가 분명히 드러나야 한다. 그래야만 사회는 그 결론을 받아들일 수 있다.

 

또한 피고인의 요구를 일방적으로 수용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재판 운영은 지양되어야 한다. 방어권 보장은 철저히 이루어져야 하지만, 그것이 공정성의 균형을 깨뜨려서는 안 된다. 법정은 정치적 협상의 장이 아니라, 증거와 법리에 따라 판단하는 공간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원칙을 분명히 보여주어야 한다.

 

사법 신뢰 회복과 헌법 수호의 결단

 

이번 항소심은 사법부 전체의 신뢰 회복과 직결된다. 정의가 지연되고, 판결의 논리가 설득력을 잃을 때 사회적 갈등은 증폭된다. 법원이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면, 그 빈 틈은 정치적 선동과 왜곡된 서사가 채운다.

 

내란전담재판부는 엄정함과 신속함을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 충분한 심리와 치밀한 검토는 필수지만, 불필요한 지연은 또 다른 불신을 낳는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판결의 일관성과 설득력이다. 앞뒤가 맞는 법리 해석, 증거에 기초한 사실 인정, 헌법적 가치에 대한 분명한 선언이 결합될 때, 비로소 사법부는 권위를 회복할 수 있다.

 

내란을 방조·옹호해 온 세력에 대해서도 헌법적 책임의 경계를 분명히 해야 한다. 민주주의는 관용을 전제로 하지만, 스스로를 파괴하려는 시도까지 허용하지는 않는다. 헌정 질서를 침해한 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한 법적 평가가 필요하다. 그것이 자유와 권리를 지키는 길이다.

 

‘내란 단죄’는 복수가 아니다. 그것은 민주공화국의 자기 방어다. 법 앞의 평등은 특히 권력자에게 더 엄격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권한이 클수록 책임도 크다는 원칙이 분명히 확인될 때, 공화국은 건강해진다.

 

서울고등법원 내란전담재판부는 이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기존 재판이 보여준 어설픈 법리 해석과 균형을 잃은 논리를 반복할 것인가, 아니면 헌법 수호의 책무에 따라 정합성과 엄정함을 갖춘 판결로 새로운 기준을 세울 것인가. 국민은 그 답을 기다리고 있다. 헌법은 추상적 선언이 아니라, 구체적 판결을 통해 살아 움직인다. 이번 항소심이 그 사실을 분명히 증명해야 할 것이다.                                                         < 박철 기자 >

 

권창영 종합특검, ‘3대 특검·국수본’ 만나 수사 협조 논의한다

 

권창영 2차 종합특검이 26일 3대 특검(내란·김건희·채상병)팀과 경찰 국가수사본부를 방문한다.

 

권 특검은 이날 오전부터 내란 특검팀과 김건희 특검팀, 채 상병 특검팀 및 경찰 국가수사본부에 각각 방문할 예정이다. 권 특검은 각 특검팀에게 수사 관련 협조 및 수사 방향 등과 관련해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종합 특검 출범 전 3대 특검 잔류 사건을 담당했던 경찰 국가수사본부에는 수사 진행 상황 및 사건 이첩, 경찰 인력 파견 요청 등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2차 특검팀은 전날 경기 과천 특검팀 사무실에서 현판식을 열고 본격적인 수사 개시를 알렸다. 권 특검은 현판식에서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오로지 법률과 증거가 지시하는 방향에 따라 성역 없이 철저히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2차 특검 수사 대상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수첩 등과 관련한 내란 기획 의혹, 김건희 여사의 대통령 관저 이전 의혹 및 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의혹 등 17가지다.                    < 강재구 기자 >

 

3대(내란·김건희·채상병) 특검팀의 미진한 수사 부분과 새로운 의혹을 수사하는 2차 종합특검에 임명된 권창영 변호사가 6일 서울 중구 소속 법률사무소로 출근해 소감을 밝히고 있다. 연합

 

권창영 ‘2차 종합’ 특검 “내란 가담, 못 밝힌 사실 많아…성역 없이 조사”

 

 
3대(내란·김건희·채 상병) 특검의 미진한 부분과 새로운 의혹을 수사하는 2차 종합특검에 임명된 법무법인 지평 소속 권창영 특검이 6일 서울 중구 소속 법률사무소로 출근해 취재진의 질문을 경청하고 있다. 연합
 

3대 특검(내란·김건희·채상병) 이후 이른바 2차 종합특별검사로 임명돼 약 반년간 수사를 지휘할 권창영 특검이 “3대 특검이 출범하고 열심히 노력해서 소기의 성과를 거뒀으나 여전히 국민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며 “(2차 특검을 통해) 철저한 사실 규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권 특검은 6일 서울 중구 법무법인 지평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내란이나 계엄에 가담한 행위에 대해 밝히지 못한 사실이 많다”며 “공소제기가 아니라 공소유지를 통해 유죄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최선을 다해서 정의를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겠다”고 밝혔다.

 

2차 종합특검은 3대 특검이 규명하지 못한 부분을 수사하게 된다. ‘윤석열·김건희에 의한 내란·외환 및 국정농단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을 보면, △노상원 수첩 △평양 무인기 침투 △방첩사령부 블랙리스트 등 사건(이상 내란 특검 관련) △불법 선거사무실 운영 △김건희 관저 이전 개입 △양평고속도로 특혜 △김건희 수사 무마 등 사건(이상 김건희 특검 관련) △구명 로비 의혹(채 상병 특검 관련) 등이 주요 수사 대상이다.

 

권 특검은 “수사기관에서 확보된 증거 자료를 통해 수사가 미진했던 것인지 아니면 수사가 진행되다가 도중에 멈춘 것인지 아니면 애초에 개시조차 되지 않은 것을 면밀하게 판단해서 수사를 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수사에 성역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지위나 직무에 상관없이 범죄에 가담했다면 가리지 않고 철저히 조사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2차 재탕 특검 아니냐’는 지적에 권 특검은 “부적절한 표현이다. 이번 특검은 독립된 특검이고 기존의 가치판단 결과를 답습하지 않고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검토해서 새로운 기준을 통해서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조국혁신당이 추천한 권 변호사(사법연수원 28기)를 2차 종합특검에 임명했다. 민주당 추천이자 검찰 출신인 전준철 변호사(연수원 31기)가 아닌, 판사 출신인 데다가 조국혁신당 추천 인사를 특검으로 지명했다는 점에서 예상을 깬 선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권 특검은 서울대 물리학과 출신으로 18년 동안 판사로 일했다. 법무부 고위직 출신 한 인사는 “전·현직 검사 수사를 고려해 검찰 출신이 아닌 사람을 임명한 것으로 보인다”며 “권 특검은 내부에서 무난하다는 평가가 많았고 서울대 법대 출신도 아니라서 (법조계 관계를 고려해) 수사를 망설일 가능성도 적다”고 평가했다.

 

권 특검 본인도 ‘수사 경험이 없다’는 우려에 대해 “형사재판만 8년을 담당했고 형사 관련 판결문만 4천건에 달한다. (수사) 경험이 없다고 얘기할 필요는 없다”며 “특검보나 파견 검사들이 수사능력이 출중할 테니 그들이 역량을 잘 발휘할 수 있도록 지휘·감독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권 특검은 전날 저녁 9시께 임명이 결정된 직후부터 몇몇 인사들에게 연락을 돌리는 등 곧바로 특검보 인선에 나섰다. 권 특검이 6~10명의 특검보 후보자를 추천하면 5일 이내에 대통령은 5명의 특검보를 임명해야 한다. 2차 종합특검은 특검보 5명을 비롯해 파견 검사 15명, 파견 공무원 130명 규모로 꾸려진다. 특검은 준비 기간 20일을 보낸 이후 이달 중 현판식을 열고 본격적으로 수사를 개시할 것으로 보인다. 준비 기간을 뺀 수사는 총 90일이고 30일씩 두 차례 연장이 가능해 최대 150일 수사가 가능하다.

 

수사 기간 동안 완료하지 못한 사건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넘겨야 한다. 다만, 권 특검은 “혐의가 없다면 무혐의 처분도 해야 하고 그게 특검의 목적”이라며 “공소제기가 가능한 부분에 대해서만 처리하고 부득이하게 인력이나 시간 문제 때문에 처리하지 못한 사건에 대해서 국수본에 이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곽진산 기자 >

 

우 의장 "3·1절에 국민 투표법 통과시킬 수 있어"

"12·3 막은 건 5·18 정신 때문…헌법에 넣어야"
정청래 "5·18 수록 반대하면 우리 국민 아냐"

조국 "국민투표 1200억…지선 때 한번에 해야"
용혜인 "5·18 수록 못한 건 절윤 못한 국힘 때문"

개헌 의결정족수 200명 필요… 국힘이 변수

 

2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5·18정신헌법전문수록개헌국민추진위원회와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실이 연 에 참석한 김영록 전남도지사(왼쪽 두번째부터), 감기정 광주시장, 우원식 국회의장, 이부영 자유언론실천재단 명예이사장, 민주당 정청래 대표,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진보당 전종덕 원내부대표, 기본소득당 용혜인 대표 겸 원내대표가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6.2.25. 연합
 

우원식 국회의장과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 광주광역시장·전남도지사, 5·18단체 등 시민·사회단체들이 오는 6월 지방선거 때 5·18 정신 헌법 전문수록 포함한 개헌을 촉구했다.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법이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둔 가운데, 국회의장과 민주·개혁·진보 성향 정당들이 함께 나서면서 '원 포인트' 개헌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다만 개헌 의결정족수는 재적 의원 3분의 2인 만큼 국민의힘의 협조가 필요하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5·18 정신 헌법전문수록 개헌 촉구 국민결의대회'에서 "(우리가) 12·3 비상계엄을 어떻게 막았나"라며 "장갑차와 총구가 향하고 있는 국회로 국민들이 모이고 국회의원들도 잽싸게 담을 넘고 모여서 의사봉으로 비상계엄을 해제하는 그 역사를 5·18 정신이 만들어낸 것이기 때문에, 이제 헌법 전문에 5·18 정신을 확실히 넣어야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우 의장은 "1만 2000명 조사하고 2000명 대면 면접을 했더니, 낡은 헌법을 바꾸고 민주주의 방벽을 더 확실하게 세워야 한다는 게 거의 65%였고, 90%의 압도적인 우리 국민들이 5·18은 반드시 (헌법전문에) 넣자고 대답했다"면서 "민주주의 방벽을 확실하게 세우고 5·18 정신을 넣어서 다시는 이런 비상계엄은 꿈도 못 꾸게 만들어야 된다. 이것이 바로 내란 극복을 완성하는 길"이라고 외쳤다.

 

우 의장은 "(안건을 상정하면) 2월 28일 토론하고 역사적인 3·1절 날 국민투표법을 통과시킬 수 있다"며 "같이 합시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각 정당에도 "힘든 시간 거쳐왔는데 앞으로 남은 시간은 쉽지 않을 수 있다"면서 "각 당이 개헌을 논의하는 단위를 만들고, 거기에서 숙의를 통해서 안들을 잘 제출해달라"고 당부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12·3 비상계엄 내란을 우리가 막아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헌법의 힘이었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노상원 수첩대로 계엄 쿠데타가 성공했다면, 이 자리에 서 있지도 못했다. 그런 의미에서 헌법은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것이고. 국가의 경제 발전에도 기여하는 일이기 때문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며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수록하자는 것을 반대하는 국민이 있다면 그건 아마도 대한민국 국민이 아닐 것"이라고 했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국민 투표를 한 번 하는데 1200억 원이 든다는 추산이 있다. 이번 6월 3일에 투표를 같이 하면 그 1200억 원이 들지 않는다"면서 "6·3 지방선거 외에 원포인트 개헌 투표용지가 하나 더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5·18 정신이 헌법 전문에 들어갈 때 망월동에 잠드신 영령들은 이제 영원한 안식을 누리실 것"이라며 "우리가 죽고 난 뒤에도 우리의 다음 세대, 그다음 세대도 5·18이야말로 우리 민주주의의 정신이고 대한민국의 근간을 이루는 정신이라는 걸 잊지 않게 되고 배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가 2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5·18정신헌법전문수록개헌국민추진위원회와 민주당 민형배 의원실이 연 5·18정신 헌법전문수록 촉구 결의대회에 참석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6.2.25. 연합
 

진보당 전종덕 원내부대표는 "(12월 3일) 불법계엄의 총칼이 다시 민주주의를 겨눴을 때 국민들은 거리로 주저없이 나왔고 서로의 손을 굳게 잡았다"며 "그 두려움을 이겨낸 용기, 공동체를 지켜온 연대의 힘 어디서 나왔겠나. 바로 우리 안에 살아있는 5월의 기억, 5월의 정신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5·18은 박제된 과거의 유산이 아니다. 국가 폭력에 맞서 시민이 주권자임을 선언한 민주공화국의 뿌리이자 위기의 순간마다 대한민국을 일으켰던 힘"이라며 "이제 더 이상 나중은 없다. 해묵은 약속을 되풀이할 것이 아니라 헌법에 당당히 새겨야 한다"고 말했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대표는 "(5·18정신 헌법수록은) 국민의힘도 지난 대선 때 공약으로 약속을 했고 개혁신당도 이미 오래 전에 찬성을 했던 사안이다. 그런데 안 되고 있는 이유는 하나"라며 "12·3내란을 아직도 부정하고 윤 어게인 세력 눈치만 보고 있는 비겁한 국민의힘 때문"이라고 말했다. 용 대표는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향해 "5·18 정신 헌법 수록은 국민의힘이 극우 세력과 절연하고 윤석열과 함께 몰락하지 않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며 "역사에 죄를 짓지 마시기 바란다"고 경고했다.

 

사회민주당 한창민 대표는 "아직도 87년 항쟁 이후에 헌법이 개정되지 않았던 이유는 딱 하나다. 그게 중요하지 않아서도 아니고 필요하지 않아서도 아니고 결국은 정치인들이 대한민국과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걱정하지 않고 주춤하고 막아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것은 논의의 문제가 아니라 결단과 실행의 문제"라며 "국힘이 윤 어게인 세력과 절연하지 못하고 주춤거릴 때 다시 한번 그들에게 경고하고, 함께 대한민국 미래를 열어가자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밀어붙여달라"고 했다.

 

광주·전남 지방자치단체장들과 오월단체에서도 개헌을 함께 촉구했다.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은 "윤석열의 내란을 완전히 청산하는 길은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확실히 박아 넣는 것"이라고 했고,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오는 6월 지방선거가 바로 이런 5·18 정신을 헌법에 담아낼 절호의 기회"라며 "헌법 전문에 5·18 정신을 새기는 일에 반대하는 세력이 있다면은 엄중히 경고한다"고 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2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5·18정신헌법전문수록개헌국민추진위원회와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실이 연 5·18정신 헌법전문수록 촉구 결의대회에 참석해 이부영 자유언론실천재단 명예이사장과 대화하고 있다. 2026.2.25. 연합
 

신극정 5·18 부상자회 회장은 "5·18은 헌법이 말하는 인간의 존엄과 국민 주권을 목숨으로 지켜온 숭고한 희생이며, 민주주의의 위대한 가치로서 5·18의 의미는 크다고 생각한다"며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5·18을 왜곡하고 폄훼하고 정치적 논쟁으로 이용하고 지금까지도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을 특정 집단에 특혜를 베푸는 것처럼 호도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제는 근절돼야 한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국회를 향해 "시급성을 이유로 졸속 처리해서 먼 훗날 헌법 수록 이후에 아쉬움이나 뒤늦은 후회가 없도록 좀 더 세심하고 심도 있는 연구가 있어 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부영 자유언론실천재단 명예이사장은 특별강연을 통해 "(5·18 이후) 많은 젊은이, 노동자, 민주화 운동가들이 남영동 '칠성판'(고문 도구)에서 물고문과 전기고문을 당했다. 박종철이 죽어가고 김근태가 (고문)후유증으로 죽었다. 그들은 모두 광주에서 희생당한 그 영령들을 생각하면서 민주화 투쟁을 하고 고문을 견뎌냈다"며 "이 사실을 우리는 명백히 가슴 속에 간직해야 된다"고 말했다.

 

이 명예이사장은 "광주 이후의 한국 민주화 운동은 광주에 진 빚을 갚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그 정신이 오늘 우리를 여기까지 밀고 왔고, 지난 윤석열의 계엄을 물리치고 다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이렇게 굳건히 지켰다. 그리고 이 민주주의는 전 세계에 빛나고 있다"면서 "광주 정신, 5·18 정신의 연장이라는 것을 우린 똑똑히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김성진 기자 >

 

조희대 대법원장 소집으로 전국법원장 회의
법원행정처장 "숙의에 사법부 의견 반영돼야"

여당 이번 주 3법 입법 드라이브에 저항
'뾰족수' 없자 법원장회의로 반전 노린듯

노태악 대법관 후임 지난 1월 후보 압축
조 대법원장, 34일째 제청 안한 것도 문제

 

조희대 대법원장이 24일 입을 꾹 다문 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에 출근하고 있다. 연합
 

불법과 반헌법으로 가득 찬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제대로 된 입장 표명 하나 하지 않던 조희대 대법원장이 전국법원장회의를 소집해 25일 열린다. 오후 2시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에서 박영재 법원행정처장 주재로 전국법원장회의 임시회의를 열어 더불어민주당이 이번 주에 본회의 상정 및 처리를 공언하는 ‘사법개혁 3법’(법왜곡죄, 재판소원, 대법관 증원)에 반대 의사를 표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론은 이미 정해져 있다. 이들 법안의 위헌성을 제기하며 입법을 반대한다는 위력 시위를 벌이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것이다. 박영재 법원행정처장은 이날 회의에 들어가며 "사법개혁 숙의 과정에 사법부 의견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계엄 선포 이후는 물론이고, 서울서부지법 난동을 잠자코 바라보기만 하고 내란 척결에 관건이 되는 사안들이 불거질 때마다 침묵으로 일관한 조희대 대법원장이 “국민에게 직접 피해가 갈 수 있는 문제”라고 비판한 것에 전국 법원장들이 얼마나 같은 목소리를 낼지 관심이 갈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동안의 법원장들 태도를 보면 조 대법원장의 저항에 동조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 뻔하다.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이번 회의가 사법개혁 3법과 관련해 법원 내부 의견을 모으려고 소집됐다고 24일 밝혔다. 전국법원장회의는 사법행정 사무에 관해 대법원장 또는 법원행정처장이 부의한 안건에 의견을 내는 기구다.

 

법왜곡죄는 판검사가 법령을 의도적으로 잘못 적용하는 경우를 처벌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으로, 법조계는 ‘판·검사 겁박법’이라며 반대한다. 재판소원제는 법원 재판을 헌법재판소의 심판 대상에 포함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으로, 대법원은 ‘법원은 최고법원인 대법원과 각급 법원으로 조직된다’는 헌법 제101조에 위배된다는 태도다. 대법관 수를 기존 14명에서 26명으로 늘리는 대법관 증원법에 대해선 증원 규모에 대한 반론과 함께 하급심 부실화를 우려한다.

 

하지만 조 대법원장을 비롯한 사법부 수뇌부의 이런 대응은 그동안 사법부 불신을 자초한 자신들의 허물을 제대로 깨닫지 못하고 제대로 반성도 하지 않는 일이라고 많은 국민들이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뾰족수'를 찾지 못한 조 대법원장과 수뇌부가 전국법원장회의 소집을 통해 난국을 돌파하려는 것이란 해석이 가능하다. 끝까지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는 점을 많은 법관들에게 보여주려는 의도라고 볼 수도 있겠다.  

 

법원행정처는 지난해 9월과 12월에도 각각 전국법원장회의를 열어 대법관 증원이나 법왜곡죄 등 여당의 사법개혁 추진에 대해 논의했다. 지난해 12월 회의 뒤에는 법왜곡죄 신설 법안의 위헌성이 크다는 법원장들 공식 입장을 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원안 그대로 법안을 국회 본회의에 올렸다. 당시에도 많은 국민들은 '내란 과정에 입도 벙긋하지 않던 이들이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들에 대해선 득달같이 집단행동에 나선다'는 식의 차가운 시선을 보냈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 23일 출근길에 기자들을 만나 사법개혁 3법을 두고 “80년 가까이 이어져 온 사법제도의 틀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이라며 “헌법 개정 사항에 해당할 수 있는 중대한 내용”이라며 정치권에 숙의를 요청했다. 하지만 사법개혁 3법은 이런 숙의 요청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해 이번 주 국회 본회의 상정 및 처리를 앞두고 있다. 조 대법원장은 24일 출근길에는 입을 꾹 다문 채, 취재진에게 아무런 입장 표명도 하지 않았다.

 

아래 견해에 고개를 끄덕이는 국민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박영재 법원행정처장 주재로 열린 이번 임시회의는 개혁 입법에 맞서 기득권을 지키려는 법원장들의 '세 과시' 장으로 전락했습니다. 사법행정의 최고위직들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야 할 것은 입법부와의 대립이 아니라, 왜 국민이 이토록 강력한 사법개혁을 요구하고 있는가에 대한 통찰이어야 합니다. 이미 수차례 반복된 반대 입장을 공동 성명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내놓는 행위는 입법권을 가진 국회와 그 국회를 구성한 주권자를 무시하는 처사입니다. 사법부가 진정으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싶다면, 집단적인 입법 저지 행동을 멈추고 개혁의 파도에 겸허히 동참해야 마땅합니다."  (네이버 블로그 '여기 조금의 기적')

 

또 한 가지, 조 대법원장이 자신의 직무를 유기하거나 지체한 사례가 있다. 3월 3일 퇴임하는 노태악 대법관의 후임 임명 제청을 최종 후보가 4명으로 압축된 지 한 달이 넘도록 미루고 있는 것이다. 노 대법관의 퇴임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와 청문회 일정 등을 고려하면 대법관 공백이 현실화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과 법원 안팎에서는 후임 대법관 임명 제청을 둘러싸고 청와대와 대법원 사이에 이견이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흘러 나온다. 통상 대법관 임명 제청은 청와대와 대법원 사이에 물밑 의견 조율을 거쳐 이뤄진다.

 

조 대법원장은 24일까지 노 대법관의 후임 최종 후보자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하지 않았다. 헌법 제104조 제2항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관 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1월 21일 노 대법관의 후임 후보로 손봉기(22기) 대구지법 부장판사, 윤성식(24기) 서울고법 부장판사, 박순영(25기) 서울고법 고법판사, 김민기(26기) 수원고법 고법판사 4명을 조희대(13기) 대법원장에게 추천했다. 내란전담재판부인 형사 1부를 책임지고 있는 윤성식 부장판사가 대법관 후보로 지명돼 상당한 혼선이 초래될 가능성도 있다.  

 

법률신문이 노태악 대법관 이후 임명된 대법관들의 '최종 후보 압축일'과 '대법원장의 제청일'을 비교한 결과, 노태악 대법관 11일, 이흥구 대법관 18일, 천대엽 대법관 10일, 오경미 대법관 13일, 오석준 대법관 14일, 서경환·권영준 대법관 10일, 엄상필·신숙희 대법관 8일, 노경필·박영재·이숙연 대법관 14일이 소요됐다. 노태악 대법관 후임 후보자의 경우, 24일까지 34일이 흘렀지만 임명 제청이 이뤄지지 않았다. 여느 대법관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한참 늦었다.

 

현재로선 귀책 사유가 청와대와 대법원장 어느 쪽에 있는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사법개혁 3법 입법 갈등과 별개로 시급히 해소돼야 할 문제란 점도 명백하다.     < 임병선 기자 >


법원장회의, 작년 재탕 수준… 사법개혁 3법 모두 반대

 

공론화 부족, 부작용 등 언급하며 "심각한 유감"
'사법 신뢰 위기' 인정했지만 원론적인 수준
보도자료 대부분 사법개혁 3법 우려로 채워

"대법원장도 4명만 증원"…작년 의견 그대로
민주 "신뢰 위기 인정하고도 흥정 시도하나"
"조희대가 책임 져야…거취 분명히 하길"

법 왜곡죄 수정안 상정…법사위원들 반발
"의총 1시간 전에 갑자기 수정한다고 통보"

 

박영재 법원행정처장을 비롯한 법원장들이 2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국법원장회의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2026.2.25 [공동취재] 연합
 

전국 법원장들이 25일 여당의 '사법개혁 3법'(법왜곡죄·재판소원제·대법관 증원) 입법 추진을 두고 "사법부의 우려 표명에도 공론화와 숙의 없이 본회의에 부의된 현 상황에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사법부 멋대로 법을 해석해 내란 우두머리를 풀어주고, 대선에 개입하려고 했던 과오에 대한 구체적인 반성은 없었고,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수준이었다.

 

박영재 법원행정처장(대법관)과 전국 각급 법원장들은 25일 오후 2시부터 6시 40분까지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청사 대회의실에서 전국법원장회의 임시회의를 열고 사법개혁 3법을 논의했다. 회의에는 박 처장을 포함해 모두 43명이 참석했다.

 

회의 직후 공개한 대법원 보도자료에 따르면, 법원장들은 우선 "사법부는 국민의 신뢰를 통해서만 존립할 수 있음에도, 국민의 충분한 신뢰를 받지 못해 현 상황에 이르게 된 점에 대해서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국민을 위한 사법제도를 만들고 공정하고 신속한 재판을 구현하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함을 깊이 인식한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사법부 스스로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한다는 현실에 대해 시인했지만, 구체적인 문제 의식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지귀연 부장판사의 '윤석열 구속취소',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 국민 법 감정과 괴리된 내란범 선고 등 사법부 스스로 불러온 '신뢰 훼손'에 대한 반성이나 성찰로 보기는 어려운 수준의 입장이었다.

 

2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전국법원장회의가 열리고 있다. 2026.2.25 [공동취재] 연합
 

대신 보도자료 대부분은 '공론화 부족'  '부작용 발생' 등을 이유로 들며 사법개혁 3법에 대한 우려로 채웠다.

 

법원장들은 사법부가 신뢰받지 못한 데 대해 원론적인 수준의 입장을 밝힌 뒤, "그럼에도 사법제도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와 국민들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법안들이, 사법부와 사회 각계의 우려 표명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공론화와 제도 개편의 부작용에 대한 숙의 없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된 현 상황에 대해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법원장들은 먼저, 판검사가 법령을 의도적으로 잘못 적용하는 경우를 처벌하는 내용을 담은 법 왜곡죄에 대해선 "국회에서 논의 중인 법왜곡죄 수정안을 고려하더라도 범죄 구성요건이 추상적이어서 처벌 범위가 지나치게 확대될 수 있고, 처벌조항으로 인해 고소·고발이 남발되는 등 심대한 부작용이 발생한다"며 "이는 재판의 신속과 국민의 기본권 보장에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반대 입장을 냈다.

 

이는 지난해 12월 5일 전국법원장 회의 정기회의에서 나온 입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수준이다. 당시 법원장들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법안과 법 왜곡죄 신설 법안을 싸잡아서 "재판의 중립성과 국민의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고, 종국적으로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본질적으로 침해해 위헌성이 크고, 향후 법안의 위헌성으로 인해 재판 지연 등 많은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힌 바 있다.

 

박영재 법원행정처장이 2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국법원장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2.25 [공동취재] 연합
 

이날 법원장들은 대법관 수를 기존 14명에서 26명으로 늘리는 대법관 증원에 대해서도 단 4명만 증원하라는 의견을 냈다. 이 역시 지난해 9월 법원장 회의에서 나온 의견의 반복이다. 5개월 여만에 열린 회의에서도 전혀 입장 변화를 보이지 않은 셈이다.

 

법원장들은 "상고심제도 개편과 대법관 증원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한다"면서도 "단기간 내 다수의 대법관을 증원하는 것은 사실심 부실화 등 부작용으로 인해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갈 우려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대법관 증원은 현 상황에서 가능한 범위인 4인 증원을 추진하고, 사실심에 미치는 영향이나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가지 않는지 살펴서 추가 증원을 지속적으로 논의함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재판소원 도입에 대해선 "재판 확정의 실질적 지연으로 인한 국민의 피해가 우려된다"며 "소송 당사자들은 반복되는 재판으로 고통받고, 법적 불안정으로 인한 사회적 손실이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법원, 헌법재판소, 국회, 정부 등 관계기관과 이해관계인이 참여하는 폭넓은 논의와 조율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여당은 법원장 회의 결과에 대해 "지금 필요한 것은 숙의가 아니라 즉각적인 사법개혁"이라고 반박했다.

 

문금주 원내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법원장회의는 '공론화 부족'을 핑계로 국회 논의에 '심각한 유감'을 표했고, 법왜곡죄·재판소원·대법관 증원에 대해서는 온갖 '우려'와 '부작용'을 나열하며 개혁의 발목을 잡았다"면서 "신뢰 위기를 인정해놓고도 개혁에는 조건을 달고 흥정을 시도하는 모습은 국민 눈높이에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사법부가 할 일은 개혁을 늦추기 위한 논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며 "특히 사법부 수장인 조희대 대법원장은 이번 사태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조희대 대법원장은 국민 앞에 책임 있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며 "그 첫걸음은 스스로 거취를 분명히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원내대변인은 "국민이 위임한 사법권은 국민의 신뢰가 무너지면 그 정당성도 함께 흔들린다. 사법부는 더 이상 독립성을 방패로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면서 "독립은 특권이 아니라, 더 무거운 책임을 전제로 한 권한"이라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한병도 원내대표가 25일 국회에서 열린 2월 임시국회 8차 본회의 도중 심각히 대화하고 있다. 이날 본회의에는 법사위에서 통과시킨 '법왜곡죄' 개정안을 처리하기로 했었지만, 민주당 의원총회를 통해 이 법안에 대한 수정안이 당론으로 채택돼 본회의에 상정됐다. 이에 민주당 법사위 김용민 간사를 비롯한 의원들은 수정안 상정을 당론으로 결정한 당 지도부의 결정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2026.2.25. 연합
 

법 왜곡죄 수정안 상정…추미애·김용민 등 반발

 

한편 국회는 이날 오후 법 왜곡죄법을 본회의에 상정했다. 국민의힘은 '사법 파괴 악법'이라며 즉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에 나섰다. 법안은 필리버스터 개시 24시간 뒤인 26일 오후 처리될 전망이다. 법 왜곡죄에 이어 재판소원제 도입법, 대법관 증원안 등도 같은 방식으로 순차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본회의 상정에 앞서 의원총회를 열고 법 왜곡죄에 대한 '위헌' 비판을 의식해 법 적용 대상을 형사재판으로 한정하고 위법 행위를 구체화 등 법안 내용을 수정했다. 당초 법사위안으로 상정하기로 했다가, 갑자기 방침을 바꿔 수정안을 내기로 하면서 법사위원장인 추미애 의원과 법사위원인 김용민 의원 등이 강력 반발했다.

 

추 의원은 의원총회 뒤 페이스북에서 글을 올리고 "법 왜곡죄를 형사재판에 한정해서 적용하는 것에 반대한다"며 "불특정다수에 피해를 야기하는 공익소송, 집단소송, 주주이해관계 소송 등에서도 법 왜곡이 우려되는데 민상사 행정소송 등을 제외할 합리적 이유가 무엇이냐"고 따졌다.

 

김 의원은 "지난 12월 3일 법사위에서 통과한 법 왜곡죄는 당시 원내대표단 등과 충분히 상의해서 대안을 마련한 것"이라며 "이렇게 마련된 대안을 처리하기 직전인 오늘, 당 정책위는 법사위와 아무런 상의 없이 의총 1시간 전에 수정하기로 했다고 일방적인 통보만 하고, 해당 상임위인 법사위의 의견을 듣지도 않고 의총에서 보고를 했다"고 밝혔다.

 

이어 "저는 법사위와 소통이 없었음을 의총에서 발언하고 수정안에 대한 의견도 제시했다"며 "여러 의원님들이 의견을 제시해 정리가 되어가고 있는데, (한병도) 원내대표가 쟁점에 대한 의원들의 의견을 정리하겠다고 나와 거수를 시키더니 갑자기 당론으로 결정됐다고 발표를 해버린 것"이라고 했다. 의원총회에선 참석 의원의 과반을 넘는 70여 명이 수정에 찬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의원은 "법 왜곡죄는 지난 21대 국회에서 법안이 발의되고 논의가 됐는데 법원의 재판 전체에 대해 법 왜곡 행위를 처벌하는 방안으로 추진되다가, 오늘 수정안은 형사재판에만 국한해 법 왜곡죄를 처벌하는 것으로 축소시켰다"며 "법 왜곡죄는 판사가 헌법, 법률 그리고 양심에 따라 판결하지 않는 경우를 예방하는 최소한의 제도다. 형사판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수많은 국민들이 오늘도 법원의 민사, 행정 등 판결에서도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 법 왜곡죄의 원조격인 독일도 형사재판에 국한하지 않고 모든 재판에 대해 법 왜곡을 처벌하고 있다"면서 "(당 지도부는) 지금이라도 법사위와 다시 상의해 대안을 마련하고 재수정을 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 김성진 기자 >

 

‘그들만의 리그’ 전국법원장회의…조직 지킬 때만 단호

홍순구 만평작가의 '동그라미 생각'
내란 위기 땐 침묵하다 개혁 저항엔 기민
사법독립이 외부 감시 막기위한 철갑인가
기득권 옹호 계속되면 개혁요구 더 거세져

 

사법의 독립은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신성한 권한이지, 비판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한 은신처가 되어서는 안 된다.

 

조희대 사법부 출범 이후 네 차례 열린 전국법원장회의 중 세 차례가 사법개혁 안건이었다. 국가 전체가 비상계엄이라는 초유의 사태와 내란 위기로 몸살을 앓을 때도 고요함을 유지하던 사법부가, 자신들의 권한에 영향을 미치는 이슈 앞에서는 이토록 기민하고 단호하게 움직이는 모습은 참으로 수상하다. 사법부가 정의하는 ‘위기’가 일반 국민의 상식적인 판단과 궤를 달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최근 발의된 ‘사법개혁 3법’(법왜곡죄·재판소원제·대법관 증원)에 대해 사법부는 일제히 ‘사법 독립 침해’를 외치고 있다. 그래서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이 말하는 독립이 국민의 기본권을 수호하기 위한 방어벽인지, 아니면 외부의 정당한 감시를 차단하기 위한 철갑인지 말이다. 사법부가 위기감을 느끼고 집결하는 시점은 늘 국가의 안위보다 조직의 권위가 도전받을 때였다.

 

대통령의 국무회의가 중계되며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지듯, 사법부 역시 독립의 필요성을 국민에게 설득하고자 한다면 그 논의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사법부의 존엄은 스스로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공감대 위에 세워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밀실에 모여 ‘사법 독립’이라는 주문을 되뇌기보다 그 논의 과정을 국민 앞에 숨김없이 드러내는 것만이 국민의 신뢰와 납득을 얻는 지름길이다.

 

사법부에 대한 존중은 정의롭고 합리적인 판결에서 나온다. 독립성 침해를 운운하기에 앞서, 사법부는 독립을 말하기에 앞서, 국민이 자신들을 얼마나 신뢰하고 있는지부터 냉정하게 돌아봐야 한다. 국민 법감정과 동떨어진 판결과 기득권 옹호 관행이 계속되는 한 사법개혁의 요구는 거세질 수밖에 없다.

 

사법의 독립은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신성한 권한이지, 비판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한 은신처가 되어서는 안 된다. 사법부가 진정한 존엄을 되찾고자 한다면, 법원장실의 문을 닫고 모의할 것이 아니라 국민의 상식이 흐르는 광장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 홍순구 기자 >

 

내란 청산 미적대면서 점점 깊어지는 세상의 죄

세상이 내게 준 죄의 무게를 느껴야

 

                                                   김근수 갈릴래아 편지

 

도대체 조희대 탄핵은 언제 할 건가

내란의 밤, 민주 시민들은 총칼과 장갑차로 무장한 반란군들을 맨몸으로 막아서며 민주주의를 지켰다. 그리고 뒷수습을 정치권에 맡기며 생업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지금 내란청산은 잘 되고 있는가?

추석 전에 마친다던 내란 청산의 약속은 허공으로 흩어졌다. 추석을 몇 번 더 기다려야 하는가. 민주당은 조희대를 언제 탄핵할 것인가. 조희대를 탄핵할 생각이 있기는 한가.

조희대 사법부 해체는 내란 단죄와 사법 개혁의 일부이다. 조희대 사법부를 해체해야 내란 단죄와 사법 개혁이 비로소 가능하다. 민주당을 비롯한 민주 개혁 범여권 정당은 조희대 탄핵과 내란 단죄를 빨리 서둘러라. 시간이 없다. 민주당에게 주고 싶은 말이 문득 생각났다.

“우리가 경계해야 할 한 가지 유혹이 있다면, 특권과 호의를 잃을까 봐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방치하고 관심을 갖지 않는 유혹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 2023.2.4).

판사 개인이 악한 건가, 판사 집단 전체가 악한 건가

“검사는 뇌물 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어느 집회에서 울려퍼지던 노래 가사 중 하나다. ‘판사는 재판을 개판 만들기 위해 태어난 사람.“ 그런 노래 가사도 어디 있지 않을까? 지귀연의 윤석열 1심 판결문을 듣고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은 사람이 있었을까?

윤석열 내란은 성경 읽으려고 촛불을 훔친 것이 아니다. 윤석열과 그 일당은 민주주의를 압살하고 장기집권을 꿈꾸지 않았던가. 다시는 이 땅에서 군사 쿠데타가 발생하지 않도록 선례를 만들기 위해 지귀연은 윤석열에게 사형을 선고했어야 했다. 그러나, 지귀연은 신성한 법정을 실성한 법정으로 만들고 말았다.

여기서 질문이 나올 수 있다. 대한민국 모든 판사는 조희대나 지귀연처럼 나쁜 사람인가. 판사 하나하나는 예외없이 선하고 정의롭지만, 판사들의 집단은 악하고 불의하다는 말인가. 도덕적인 개인과 비도덕적인 사회라는 표현이 떠오른다. 도덕적인 개인들만 모여서 집단을 이룬다 하더라도, 그 집단은 도덕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만일 그렇다면, 도덕적이지 않거나 사악한 개인들이 모여 집단을 이룬다면, 그 얼마나 불의한 집단이 출현할 수 있을까.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판사들이 어쩌다 저렇게 온 국민의 지탄을 받는 불의한 집단이 되어버렸을까. 슬프고 또 슬프다.

 

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회의실에서 열린 전국법원장회의에서 참석자들이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2025.12.5 연합뉴스

우리 사회 전체의 죄 감각이 크게 사라진 이유

판사들만 사악해진 것은 아니다. 판사 검사들만 죄에 대한 감각이 없어진 것이 아니다. 평범한 우리들도 죄에 대한 감각이 크게 사라졌다. 너나 할 것 없이 자기 죄에 대한 비통한 자각이 많이 줄어들었다. 왜 그럴까. 우리 사회와 종교 안팎에 여러 원인이 있다.

1. 들키지 않은 죄는 죄가 아니라는 생각이 퍼져 있다. 경제 범죄는 죄가 아니라는 생각도 유행하고 있다. 경제 범죄는 죄가 아니라 정당한 경제 활동의 일부라는 것이다.

2. 구조악에 대한 사람들의 무관심으로 정치와 경제 분야의 죄를 알아내거나 뉘우치기가 갈수록 더 어려워지고 있다. 정치인과 경제인의 범죄는 범죄라고 여겨지지도 않는 실정이다.

3. 죄에 대한 처벌을 돈과 권력으로써 줄이거나 피할 수 있는 법률 장치가 다양하게 마련되어 있다. 그런 장치는 유전무죄 무전유죄, 유권무죄 무권유죄라는 말을 유행하게 했다.

4. 싸구려 믿음과 값싼 용서를 선전하고 팔아먹는 그리스도교의 풍토도 자기 죄에 대한 자각을 훼방하고 있다. ‘하느님이 내 죄를 용서하신다 해도, 나는 내 죄를 결코 용서하지 않겠다’라는 바람직한 태도는 여간해서 보기 어렵다.

5. 부자와 권력자에게 자비로운 종교 지배층의 처신은 그들이 자기 죄를 진지하게 반성하고 회개하지 못하도록 교묘하게 방해하고 있다.

6. 종교 지배층의 죄와 부패는 죄가 아닌 것처럼, 일상적인 관행처럼 통용되고 은폐되고 합리화되고 있다.

7. 내란 수괴 윤석열과 그 일당에 대한 엄정한 처벌을 방해하는 언론, 사법부, 국회의 태도가 죄에 대한 감각을 무디게 만들고 있다.

자기 죄 뉘우치고 세상의 죄 똑바로 보아야

나는 여기서 두 가지를 말하고 싶다. 누구나 자기 죄를 뉘우쳐야 한다. 동시에 세상의 죄를 똑바로 보아야 한다. 내 죄도 똑바로 보아야 하고, 세상의 죄도 똑바로 보아야 한다. 내 죄를 보느라 세상의 죄를 못본 체 하면 안된다. 세상의 죄를 보느라 내 죄를 못본 체 하면 안된다.

내 죄를 보면서, 세상의 죄를 증가시킨 나 자신을 반성해야 한다. 세상의 죄를 보면서, 내게 영향을 준 세상의 죄 무게를 느껴야 한다. 남들은 내 죄 때문에 고통받고 있고, 나는 남들의 죄 때문에 고통받고 있다.

왜 자기 죄를 반성하고 뉘우쳐야 한다고 설교하는 사람은 훌륭한 인간이라고 칭찬받고, 세상의 악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고 강조하는 사람은 빨갱이라고 비난받는가. ‘너 자신을 알라’는 말은 남에게 기꺼이 해주고 싶은데, 나 자신에게 그 말은 필요 없는가.

“사람은 흙이니, 흙으로 돌아가리라” (창세기 3,19). 라틴어 humus는 ‘흙’, 라틴어 humanus는 ‘인간의’ ‘인간적인’이란 뜻이다. 인간과 흙은 단어뿐 아니라 존재로 연결되어 있다.

흙에 불과한 인간들이 뭐 그리 죄도 많고 욕심도 많은가. 착하게 살자. 오늘은 너, 내일은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