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을 끝내고 재발을 막는 것이 목표”

“최후통첩과 범죄, 전쟁범죄 위협과 외교적 협상 절대 양립할 수 없다”

 

후제스탄주의 최고지도자가 어깨에 매는 휴대용 대공미사일을 들고 미군 항공기가 다니는 후제스탄 동부 산악 지역에 직접 나선 모습. 이란에선 최고지도자가 각 주에 자신의 대리인을 임명하고, 성직자인 이 각 주 최고지도자는 매주 금요일 설교를 맡는다. 파르스통신
 

이란이 미국·이스라엘과의 전쟁과 관련해 제안된 임시 휴전안을 거부하고, 전쟁의 영구적 종식을 요구했다.

 

6일(현지시각) 이란 외무부 대변인 에스마일 바가에이는 관영 이르나(IRNA) 통신을 통해 “전쟁을 끝내고 재발을 막는 것이 목표”라며, 임시 휴전은 오히려 상대가 전열을 정비해 전쟁을 지속할 시간을 벌어줄 수 있다고 밝혔다.

 

이란은 중재국을 통해 휴전안에 대한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집트 주재 이란 외교 대표부 책임자인 모즈타바 페르도우시 푸르는 에이피(AP) 통신에 “단순한 휴전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다시 공격받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있는 전쟁 종식만 수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은 △전쟁의 완전 종식 △제재 해제 △전후 재건 △호르무즈 해협 안전 통행을 위한 체계 마련 등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미국과 이란이 교전 중단을 위한 제안을 전달받았으며, 이 방안은 이날 발효될 가능성이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또 미국과 이란, 지역 중재국들이 2단계 합의의 일환으로 45일간의 휴전을 논의 중이며, 이는 최종적으로 전쟁의 완전한 종식을 목표로 하는 방안이라고 전해졌다. 다만 바가에이는 이 같은 보도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6일(현지시각) 이란 테헤란 도심에서 이란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의 모습을 그래픽으로 묘사한 광고판 앞을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다. 테헤란/AP 연합
 

그는 미국이 파키스탄을 통해 전달한 15개 항목 요구안에 대해 이란이 대응 방안을 마련했으며, “필요한 시점에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제안에 대해서는 “지나치고 비정상적이며 비논리적”이라고 비판하면서, 미국과의 협상에 대해 “매우 쓰라린 경험이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최후통첩과 범죄, 전쟁범죄 위협과 외교적 협상은 절대 양립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지 않을 경우 주요 인프라를 공격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을 겨냥한 발언이다.

 

이란군 대변인 에브라힘 졸파가리도 민간 시설 공격이 반복될 경우 “보복은 훨씬 더 광범위해지고 피해는 몇 배로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반관영 타스님 통신이 보도했다.

 

이번 휴전 거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을 즉각 개방하지 않을 경우 대규모 추가 타격을 경고한 가운데 나왔다. 미국은 시한을 제시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으며, 중재국들은 45일 휴전을 통해 협상 시간을 확보하려 하고 있지만, 이란은 ‘재공격 방지 보장이 수반된 영구 종전’을 고수하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 김원철 기자 >

협상전략? 주식시장 감안? 시간벌기? ...강온전략 구사

이란 “위협에 굴복한다면 트럼프는 계속 위협 가할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 연합
 

이틀, 닷새, 열흘, 다시 또 하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란을 향한 ‘최후통첩’이 벌써 세 번째 연장됐다.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벼랑 끝 외교’가 변덕스럽게 반복되면서, 신뢰도를 낮추고 압박 효과도 떨어뜨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종의 ‘최후통첩’을 처음 내놓은 건 지난달 21일(현지시각)이다. 그는 이란에 호르무즈해협 완전 개방을 요구하며 응하지 않을 경우 “48시간 안에 이란 발전소를 초토화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틀 만인 지난달 23일 공격을 5일간 유예했다. 이어 새 공격 시한을 하루 남겨둔 지난달 26일 “이란 발전소에 대한 공격 유예를 4월6일 오후 8시(미 동부시각 기준·한국시각으로 7일 오전 9시)까지 10일 연장한다”고 또 늦췄다. 이어 두 번째 마감 시한(6일)을 이틀 앞둔 지난 4일 “지옥문이 열릴 때까지 48시간 남았다”며 몰아붙이더니, 바로 다음날(5일) “화요일(7일) 오후 8시”로 시한을 하루 더 연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거듭되는 ‘최후통첩’을 둘러싼 해석은 크게 세 갈래다. 먼저 이란 지도부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 지상전 병행 위협과 함께 ‘심리전’을 펼치고 있다는 것이다. ‘종전 논의가 아니면 협상하지 않겠다’는 입장의 이란을 상대로 협상을 유리한 국면으로 끌고 가기 위해 위협과 기한 연장을 반복한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5일 이뤄진 ‘하루 추가 연기’의 경우 이란과의 물밑 협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추가적인 시간을 벌기 위해 했던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 백악관 브리핑에서 시한을 하루 연장한 배경에 대해 “부활절 직후 바로 시한을 적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해 시간을 더 줬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 유예가 원유·주식 시장 등의 불안을 진정시키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 미국 방송 NPR은 지난달 26일 이뤄진 트럼프 대통령의 ‘열흘 유예 연장 발표’의 경우 미국 주식시장이 최악의 하루를 기록한 직후였다고 짚었다. 공격 유예 이후 시장은 다시 반등했다. 이튿날인 27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이 이미 중동 일대로 보낸 7천여명의 병력 외에도 보병 및 기갑부대 병력 1만명을 추가로 파병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지상전 준비를 병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란을 상대로 ‘강온 전략’을 쓰는 셈이다.

 

 

시한 연장이 지상군 투입 등 군사적 준비를 위한 시간 벌기라고 보는 해석도 있다. 협상이 무산될 경우를 대비해, 실질적인 전쟁 준비를 진행되고 있을 수 있다는 우려다. 6일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이란은 미군 전투기를 격추하고, 미국은 조종사를 구출하는 데 성공하면서 미국과 이란 양쪽 다 자국이 유리하다는 더욱 대담한 판단을 내리고 있어 확전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쟁 상황이 정체 국면에 접어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을 향해 욕설하는 등 발언이 거칠어지고 있다. 그는 부활절인 지난 5일 트루스소셜에 “그 빌어먹을 해협을 열어라, 이 미친놈들아! 그러지 않으면 지옥 같은 상황을 겪게 될 것이다. 두고 봐라! 알라를 찬양하라”는 글을 적었다.

독실한 기독교인을 자처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종교 기념일인 부활절에 이런 비속어를 쏟아내자, 미국 공화당에서도 “그가 미쳤다”는 반응을 내놓는 등 경악 섞인 반응이 이어졌다. 척 슈머 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도 소셜미디어 엑스(X)에 “여러분이 교회에서 친지·가족과 함께 (예수의 부활절을) 축하하는 동안, 미국 대통령은 소셜미디어에서 정신 나간 미치광이처럼 떠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쟁이 뜻대로 풀리지 않은 채 미국 내 지지율이 취임 이후 최저로 떨어지는 등 궁지에 몰리자 불안한 반응을 내놓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란은 자국의 기반시설 폭격 시 중동 전역을 향한 보복을 다짐 중이다. 테헤란대학교 정치학자이자 이전 이란 정부에서 전략 담당 부통령을 역임했던 사산 카리미는 “이란이 위협에 굴복한다면 트럼프는 계속해 위협을 가할 것”이라며 “기반시설 공격은 국제법 위반이자 사실상 전쟁 범죄이므로 이란은 최대한의 보복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

                                                                                   < 정유경  천호성 기자 >

 

 

 

‘관련 보도로 작전 차질…취재원 밝혀야’
전례 없는 전시 노골적 언론 압박 파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 백악관에서 이란 전쟁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며 이란에 격추된 전투기 조종사의 구출작전을 보도한 언론을 비난했다. 로이터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의해 격추된 미군 전투기 조종사의 구출 작전을 보도한 기자와 언론을 공개적으로 겨냥하며 구속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 기자회견에서 해당 보도가 이란 쪽에 군사 정보를 제공해 구조 작전을 위험에 빠뜨렸다고 주장하며, “누설자를 찾아낼 것”이라고 경고했다.

 

문제가 된 보도는 이란에 의해 격추된 F-15E의 2명의 조종사 중 즉시 구조되지 못하고 이란 영내에 고립된 조종사의 존재와 이를 구출하기 위한 미군의 특수작전을 전한 기사였다. 트럼프는 이런 보도로 인해 이란이 두 번째 실종 요원의 존재와 구조 시도를 명확히 인지하게 됐으며, 이 때문에 작전이 “훨씬 더 어려워졌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우리는 그 누설자를 찾기 위해 매우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다”며, 정보 출처를 제공한 내부 인원을 색출하겠다고 공언했다. 나아가 “해당 언론사에 가서 ‘이건 국가안보 사안이니 취재원을 넘겨라, 그렇지 않으면 감옥에 가게 될 것’이라고 말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취재원을 넘기지 않을 경우 기자 구속을 추진할 수 있다는 위협성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미군은 이 요원을 구출하기 위해 특수부대, 전투기, 폭격기, 공중급유기 등 100대가 넘는 항공 전력을 동원한 대규모 작전을 전개했다. 미군은 이란군을 교란하기 위해 추락한 조종사가 이미 탈출해 지상 차량으로 이동 중이라는 기만 작전까지 병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의 발언은 전쟁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전례를 찾기 힘든 수준의 노골적인 언론 압박이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국가안보를 이유로 특정 보도를 ‘누설’로 규정하고, 언론사를 상대로 취재원 공개를 강제하며 처벌을 시사한 것은 미국 내 기자 보호 관행과 정면으로 충돌한다는 평가이다. 언론계와 법조계에서는 이러한 발언이 국가안보 관련 사안을 취재하는 언론 전반에 위축 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향후 법무부와 수사 당국이 실제로 기자와 언론사에 대한 수사와 기소에 나설 경우, 전시 상황에서 국가안보와 공익적 보도 사이의 경계를 둘러싼 중대한 정치·법적 갈등이 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 정의길 기자 >

 

 

트럼프, NATO, 한국, 일본, 호주 직접 거론 동맹 전반에 불만 노골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25년 8월11일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사태와 이란 군사작전을 둘러싸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포함한 주요 동맹국들의 기여 부족을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한국·일본·호주를 직접 거론하며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등 동맹 전반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나토는 종이호랑이”라며 “필요할 때 도움을 요청했지만 ‘우리는 돕지 않겠다’는 답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나토는 결국 미국이고, 우리가 핵심인데 정작 아무 도움도 받지 못했다”며 “나토는 착륙기지 제공조차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판 대상을 아시아 동맹으로까지 확대했다. 그는 “누가 우리를 돕지 않았는지 아느냐. 한국, 일본, 호주”라며 “일본에는 5만명, 한국에는 4만5000명의 미군이 배치돼 그들을 보호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들은 핵무기를 가진 김정은 바로 옆에서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며 “그런데도 아무 도움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북한 문제와 관련해서도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그는 김정은과의 개인적 관계를 언급하며 “나는 그와 매우 잘 지내고 있고 그는 나를 좋아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과거 어떤 미국 대통령이 제대로 일을 했다면 김정은이 지금 핵무기를 갖고 있지 못했을 것”이라며 전임 행정부 책임론을 제기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일부 중동 국가들의 협력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쿠웨이트 등은 훌륭했다”고 언급하며 동맹 간 ‘기여 격차’를 강조했다. 다만 쿠웨이트의 경우 미군 항공기를 오인 사격한 사례를 거론하며 “우군 사격이 아니라 ‘비우호적 사격’이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 김원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