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한국 노동자 체포의 정치경제학적 의미

 

                                                                   강수돌 고려대 명예교수, 전 마을이장

 

지난 8월 26일의 한미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트럼프를 ‘피스 메이커(peace maker)’, 자신은 ‘페이스 메이커(pace maker)’라고 하며 화기애애한 장면을 연출했다. 미국 대통령 앞에 기죽지 않고 ‘선수’를 친 것은 매우 잘한 일이며 회담 성공을 자축할 만했다. 그런 식으로 한미관계의 궁합이 잘 맞아들어 갈 듯했다. 그런데 그 뒤 10일도 채 지나지 않은 9월 4일, 현대차그룹과 엘지(LG)에너지솔루션이 합작,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배터리 공장 현장에서 미국 당국이 느닷없이 한국인 350여 명을 포함, 약 470명의 ‘불법체류’ 노동자를 체포했다. ‘뒤통수’를 맞은 셈!

 

필요한 비자 발급수 제한하면서 비자 없다고 체포

 

미국 주류·담배·총포 담당국(ATF) 애틀랜타 지부는 이날 엑스(X·옛 트위터) 공식 계정에 올린 글에서 “국토안보수사국(HSI), 이민세관단속국(ICE), 마약단속국(ICE), 조지아주 순찰대와 함께 조지아주 서배너에 위치한 현대차그룹-엘지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HL-GA) 건설 현장에서 대규모 이민 단속 작전을 벌였다”며 “불법 체류·노동자 475명을 체포했으며 이는 우리 공동체의 안전을 지키려는 우리의 확고한 의지를 보여준다”고 밝혔다. 미 당국 관계자는 영상물에서 “우리는 국토안보부다. 우리는 현장 전체에 대한 수색영장을 가지고 있다. 모든 공사를 즉시 중단해야 한다”고 외쳤다.

 

이들이 ‘불법’ 노동자인 이유는 원래 단기 사업용인 B1비자나 전자여행허가(ESTA)를 통해 입국한 관광객 신분으로 임금노동을 했기 때문이다. 만일 국내 기업이 미국 내 공장 건설을 위해 전문가를 현지에 파견하려면 전문직 비자인 ‘H-1b’ 비자가 필요하다. 그런데 이 비자는 연간 8만 5000명 수준으로 제한된다.

 

이미 한국은 지난 7월 3500억~60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등을 조건으로 상호관세율을 25%에서 15%로 낮추는 합의를 체결한 바 있다. 그에 따라 미국이 요구하는 대대적 투자를 위해 한국 기업이 움직이려면 ‘H-1b’ 비자가 발급돼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현실이다. 그러니 울며 겨자 먹기로 ‘불법’ 내지 ‘편법’ 노동자를 쓸 수밖에 없었다는 것!

 

미국 이민 단속 당국이 지난 4일(현지시간)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에서 벌인 불법체류·고용 단속 현장 영상과 사진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2025.9.6. 연합뉴스 (ICE 홈페이지 영상 캡처)

 

이번에 체포된 이들은 단기 체류 목적 무비자협정에 따른 전자여행허가(ESTA)를 통해 여행객처럼 미국에 들어와 단순한 관광이나 방문 목적이 아닌 임금 노동을 했기에 ‘불법’이 됐다. 한 관계자는 “해당 공장은 내년 초 가동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체포된 상당수가 공장 건설을 위해 고용된 협력·하청 업체 관계자들이고 한국인이다”라고 했다. 또 다른 이는 “미국 당국이 전자여행허가(ESTA)를 받고 입국해 단순노무 등 노동을 하는 것을 엄격하게 단속하긴 했는데, 이번처럼 전면적으로 문제 삼으면서 공장에까지 진입해 체포 작전을 벌일 줄은 몰랐다”고 했다.

 

기울어진 협상 테이블에서 벌어진 폭력과 약탈

 

그런데 사실 이런 일은 처음이 아니다. 2020년 9월엔 에스케이(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인 에스케이배터리아메리카(SKBA)의 미국 조지아주 커머스시 공장 건설 현장에서 한국인 노동자 13명이 전자여행허가를 받고 일하다 체포된 뒤 자진 출국한 바 있다. 한국 기업들이 불법적인 관행을 계속해온 셈이다. (2021 바이든 정부와 2025 2기 트럼프 정부 이래 ‘인플레이션방지법(IRA)’이라는 강제 아래 한국 기업은 눈물을 머금고 미국에 공장을 세우고 있는데, 지금까지 22곳, 총투자액 138조 원 규모다. 미국 요구대로라면 지금보다 3배 이상 더 투자해야 한다. 약탈적 수준!) 물론 이는 한국 기업만의 경우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번처럼 대대적인 단속과 체포 사태는 사상 초유의 일이다. 합법을 빙자한 폭력, 그리고 기울어진 협상 테이블과 사실상의 약탈, 이것이 이번 사태의 본질이다.

 

이번 사태는 미국에나 한국에서 상당한 충격파를 던진다. 이른바 ‘불법 노동자’를 단속한다면서 군헬기, 무장 병력, 장갑차, 총기류 등을 동원한 500여 군단이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이 사태와 관련, 몇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지점을 정리해 본다.

 

첫째, 이번 단속의 직접적 계기는 트럼프와 동일한 정당인 공화당 소속 극우 성향 정치인 토리 브래넘(Tori Branum)이 이민세관국(ICE)에 조지아 주 내 한국 기업들이 ‘불법체류 노동자’를 대거 고용하고 있다고 제보한 데서 비롯되었다. 이는 토리 브래넘이 페이스북에서 스스로 밝힌 바다. 브래넘은 트럼프 지지를 선언한 미 해병대 출신의 여성으로 알려졌다. 그녀의 논리는 “기업이 비용 절감을 위해 불법 노동력을 착취하고 있다”는 취지다. 얼핏 반자본의 논리 내지 불법 근절의 논리를 보여주지만 평소 그녀의 성향으로 볼 때 본심은 다르다는 해석이 많다. 그것은 그녀가 조지아주 제12지역구 연방 하원의원 예비후보로 출마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한 시민은 SNS에서 “선거 캠페인에 더 많은 관심과 돈을 끌어들이려는 어리석은 시도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 워싱턴D.C. 성경 박물관에서 열린 백악관종교자유위원회 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5. 09. 08 [AP=연합]
 

쇼비니즘적 보호주의 정책 펴는 ‘피스 브레이커(peace breaker)’

 

둘째, 그러나 이번 사태를 토리 브래넘과 같은 특정 개인의 이익과 관련해서만 볼 순 없다. 트럼프의 국가 경영 방식 자체가 문제다. 그것은 트럼프 정부의 쇼비니즘적 보호주의 정책이 한편으로 불법 이주나 불법 노동을 규제하면서도 다른 편으로는 미국 내 제조업의 부활을 꾀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트럼프는 지구온난화나 기후위기 같은 글로벌 이슈 자체를 원천적으로 ‘부정’하는 입장이기에 이번 단속 대상 기업이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는 것은 ‘꼴도 보기 싫은’ 짓일지 모른다. 나아가 정치가라기보다 비즈니스맨에 가까운 트럼프는 이번 단속을 계기로 돈이나 기술 전수를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한국 전문가를 불러들여 미국 노동자를 훈련해 직접 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가 바로 그것이다. 자본 약탈과 고용 약탈에 이어 기술 약탈을 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여기서 트럼프는 ‘피스 메이커’라기보다 ‘트러블 메이커(trouble maker)’ 내지 ‘피스 브레이커(peace breaker)’다.

 

게다가 트럼프 정부의 ‘국경차르’로 통하는 톰 호먼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앞으로도 조지아 현대차 공장에서 한 것처럼 사업체에 대한 대규모 이민 단속을 많이 할 건가”라는 질문에 “간단히 말씀드리면, 그렇다”고 단호히 말했다. “우리는 직장 단속 작전을 더 많이 할 것”이라는 것! 이런 맥락에서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급히 미국으로 건너가 협상을 한 끝에 “자진 출국 형식으로 귀국하기로 합의”했다며 “이번 주 안에(9월 10일) 전세기를 띄운다는 계획”을 말할 수 있었던 것도 실은 눈에 보이지 않은 거래를 암시한다. (과연 체포, 구금된 노동자들의 ‘전세기 귀국’으로 사태가 완결된 것인가?)

 

셋째, 이런 현실의 기저에 깔린 자본의 논리를 꿰뚫어 볼 필요가 있다. 세계를 무대로 가치증식 운동을 하는 자본은 경향적으로 일국 국경을 넘어 세계로 향한다. 자본은 늘 이윤을 추구하기에 이윤율이 높으면 지옥까지 달려갈 판국이다. 따라서 자본이 이윤을 버는 원천인 노동력의 가치가 낮을수록 자본에게는 유리하다. 자본은 경향적으로 노동력의 가격이 싼 쪽으로, 동시에 이윤율이 더 높은 쪽으로 움직인다. 그러나 그 이윤을 가능하게 해주는 인간 노동은 어떤가? 인간 노동을 제공하는 노동자들은 그 노동력의 가치를 더 많이 인정받고 싶어 한다. 따라서 노동자들은 노동력의 가격을 더 많이 인정받는 쪽으로 이동하려는 경향이 있다. 자본운동의 방향과 노동이동의 방향이 서로 같거나 조화롭다면 별 문제 없지만, 방향이 다르거나 조화가 깨진다면?

 

‘세계 전쟁’까지 준비할지 모르는 자본의 ‘대리인들’

 

이 경우에 국가라는 이름의 공권력(폭력)이 동원된다. 이 공권력은 노동 쪽보다는 자본 쪽을 더 경청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원리가 가진 일차적 문제는 노동자 즉, 사람이 능멸을 당한다는 점이다. 이번 사태에서도 체포 당시 수백 명의 노동자들은 마치 엄청난 범죄를 저지른 흉악범이나 도망 노예처럼 손발이 쇠사슬로 묶여 어거정어거정 걸어야 했다. 수치심이나 모욕감에 치를 떨어야 했다.

 

이차적 문제도 있다. 이런 식으로 움직이는 자본과 국가의 대응은 중장기적으로 자기 자신에게도 해롭다는 점! 미국 당국이 말하듯, 불법 체류나 불법 고용은 범죄로 규정된다. 그러나 모든 불법 고용을 일거에 근절한다면 미국 경제나 사회가 제대로 작동할 것인가? 게다가 이렇게 보호주의 내지 자국이기적 정책들을 편다면 국가 간, 민족 간, 인종 간 분열과 갈등이 증폭될 위험이 크다. 그간 ‘세계화’란 이름으로 ‘세계 평화’를 부르짖던 위선마저 (그것이 더 이상 미국 자본주의에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되자) 헌신짝처럼 던져 버리는 이 고약한 행태가 향후 (자본의 이윤 위기가 더욱 고조될 때) ‘세계 전쟁’을 준비하는 과정이 되지 않을까 두렵다. 이미 구미 각국에서는 나치 히틀러를 부활시키려는 극우들의 준동이 심각한 수준이지 않은가? 설사 비자 문제 등이 ‘합리적’으로 해소된다 하더라도 이런 문제들은 여전히 남는다.

 

이런 맥락에서 미국이 (‘트러블 메이커’가 아니라) 진정 ‘피스 메이커(peace maker)’가 되려면 세계를 압도하는 헤게모니(패권) 위에서 사람과 자연의 생명력을 무한정 뽑으려는 패러다임 자체를 포기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미국 정부에서 그런 기대는 불가하다. 설사 트럼프가 (일각의 기대나 예측처럼) 10월의 경주 APEC 회담에 오기 전에 북한을 방문, ‘평화협정’을 맺는다 할지라도 그것이 진정한 세계 평화를 위한 조치가 될 리 만무하다. 차라리 그런 평화협정은 미국 자본의 새로운 이윤 공간을 위한 수단(예: 원산갈마-마식령 관광지구 개발 등)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공화당의 트럼프도, 민주당의 바이든도 궁극적으로는 자본의 ‘대리인’에 불과하다. 그리고 작금의 행태는 ‘파쇼적 약탈’ 모양을 띤다.

 

‘탈(脫)자본, 진(進)생명’ 기치 내건 아래로부터의 국제 연대

 

바로 이런 눈으로 이번 사태를 읽어 낸다면, 이재명 정부의 과제도 달라진다. (우리들 다수가 꼭 성공하길 바라는) 이재명 정부가 단순히 미국의 ‘하위 파트너’로서의 ‘페이스 메이커(pace maker)’가 아닌, ‘패러다임 메이커(paradigm maker)’가 되려면 정치경제적 지도급이 주도하는 ‘위로부터의’ 형식적 만남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과거의 제3세계 비동맹 운동을 넘어서는) ‘세계생명평화동맹’ 같은 새로운 연대관계를 ‘아래로부터’ 하나씩 구축해 나가야 한다. 더 이상 자본주의 성장과 착취, 약탈과 파괴가 아닌, ‘탈(脫)자본, 진(進)생명’의 길이 인류가 공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따라서 이런 철학을 먼저 전 세계에 공표하고 그 방향에 공감하는 나라들을 광범위하게 모아 나가야 옳다. 그리하여 그간 세계자본이 초래한 세계적 불평등과 기후위기, 사회경제적 위기 등을 범지구적 차원에서 진지하게 극복하려는 새로운 접근방식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은 ‘내란당’ 별칭을 가진 야당 대표와도 회담을 갖고 여야 공동으로 ‘민생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함으로써 ‘하모니 메이커(harmony maker)’가 됐다. 동일한 맥락에서 세계를 무대로, 자본주의와 비자본주의 진영을 막론하고 ‘글로벌 민생협의체’ 구성이 필요하다. 그 철학적 기초가 곧 ‘탈(脫)자본, 진(進)생명’이다. 왜냐하면 지금처럼 세상이 ‘생산, 소비, 성장’에 대한 맹목적 질주를 계속할 때 총체적 파국이 필연적으로 오기 때문이다.

 

정직한 절망’의 힘으로 죽임의 패러다임 넘어서야

 

지구와 인류가 ‘정상적으로’ 공존할 마지노선인 1.5도(산업화 이전에 비해 지구 평균 온도가 1.5도 상승)를 이미 작년에 넘어섰다는 보도가 있다. 실제로 세계기상기구(WMO)도 “2024년은 산업화 이전 대비 전 지구 평균 온도 상승 폭이 1.5도를 초과한 첫해로 기록됐다”고 연초에 밝힌 바 있다. 이제 2도를 넘는 건 시간문제이고, 그 이후는 마치 높은 산에서 바위가 굴러 떨어지듯 지구 위 인류 문명이 급속히 파국으로 치달을 것이다. 올해 봄 곳곳의 산불사태, 그리고 여름의 홍수와 산사태를 겪으면서도 ‘강 건너 불 구경’만 하다간 바로 우리 자신이 참사의 희생자로 전락할 것이다. 지혜를 가진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여, 범지구적 파국에 빠지기 전에 (자본주의 황금기의 부활만 생각하는) ‘국익’ ‘성장’ 경쟁‘ ’이윤‘ 등 죽임의 패러다임을 넘어 진정 ‘함께 살 길’을 모색하는 것이 슬기롭지 않은가? 과연 이런 경고에 누가 얼마나 귀 기울일까? 차라리 우리는 참된 ‘패러다임 메이커’가 되기 위해서라도 먼저 ‘정직한 절망’부터 해야 할지 모른다.

[편집인 칼럼] 언제까지 비굴한 혈맹인가

● 칼럼 2025. 9. 12. 12:06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편집인 칼럼- 한마당]   언제까지 비굴한 혈맹인가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현대-LG 배터리 공장 근로자들에 대한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모욕적인 폭거는 우리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민간인을 무차별 포박한 대테러 작전 혹은 전쟁같은 상황이었다니. 미국 내에 살면서 그렇잖아도 과도한 단속에 불안해 하던 우리 동포들은 얼마나 큰 수치와 공포감을 느꼈을까.

 

일제 치하 강제동원으로 극심한 고초를 겪은 민족적 상처 이후로, 한국인이 해외에서, 더구나 최고의 동맹국에서 4백명 가까이 굴욕적으로 강제 연행돼 포로처럼 감금시설에 내동댕이쳐진 일이 있었나 싶다. 엄청난 중범죄자들도 아닐진대, 아무런 예고도 없이 들이닥쳐 쇠고랑을 채우고 휴대폰도, 접견도 금지되고 비위생적 시설로 소문난 외딴 감방에 쳐넣은 비인간적 처우에 우리 한인동포들이 내몰린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이번 사태를 통해 우리는 미국의 이중성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 대규모 투자를 강박해놓고, 필수 인력의 합법적 비자 발급은 외면해 왔다. 다급한 기업들을 단기비자 인력 충당이라는 '관행적 편법'으로 내몬 게 미국정부였던 것이다. 한국측이 해마다 통사정을 해도 매몰차게 거절하는 취업비자(H-1B) 만 보아도 얼마나 박대하는지를 보여준다. 매년 추첨하는 8만5천개의 쿼터 중 한국은 1%에 불과하다. 이는 싱가포르와 칠레에도 미치지 못하며, 인도 70%, 중국 10%에 비하면 없는 거나 마찬가지라 한다.

 

트럼프의 집요한 MAGA 압박에 순응한 한국의 투자액은 일본에 버금가는 거액이다. 더구나 ‘혈맹’이라 부르는 세계전략의 핵심 우방이다. 자기들이 도와달라 아쉬운 말을 꺼낼 정도인 맹방에, 돌연 ‘깡패나 다름없는’ 반 동맹적 난동을 부린 저의는 무엇인가. 단순한 단속기관의 한건주의 산물인가, 트럼프의 ‘교활한 거래술수’에서 나온 충동요법의 하나인가. 아니면 미국의 속성 그 자체인가?

 

이번 사태는 한미동맹의 본질에 대한 재인식과 대미 외교자세 재정립 등 획기적인 전환이 필요함을 역설적으로 웅변해주었다.

 

트럼프 비위 맞추다 뒷통수 맞아 허둥대는 외교에 머물러선 안된다는 경종이다. 합의를 휴지조각으로 만드는 동키호테 변덕에 장단맞추다 보면, 재미붙인 ‘호구 이지메’ 농간버릇은 끝이 없을 것이다. 냉정하게 챙기며 단호히 선을 그어야 한다. 나무랄 것은 호되게 꾸짖어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도 받아내야 한다.

 

 

한국인들에게 미국은 여전히 최고의 우방이다. 6.25 남침으로 곤경에 처했을 때 도와준 은인의 이미지에 기인한다. 하지만, 엄밀히 짚어보면 짝사랑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한국과 인연을 맺은 140여년 동안 미국은 예나 지금이나, ‘한국 사랑’이 아니라, 철저히 자국의 이익을 위해 활용하는 한반도 정책을 펴왔기 때문이다.

 

간단히 예를 보자. 조선말 1882년 미국이 한국과 역사적 ‘통성명’을 한 얼마 후, 일제 군국주의의 강탈위기에 처했을 때 카스라-태프트 밀약으로 국권상실을 재촉한 게 미국이다. 태평양전쟁 종결 당시는 38선을 그어 분단의 길을 열었다. 패망 일본이 우리 땅 독도의 영유권을 주장하게 만든 것도, 6.25 직전 애치슨 선언으로 북의 남침을 초래한 것도 미국이다. 친일 반민족행위자들을 기용하며 처벌을 막고 이승만 독재와 양민학살을 두둔한 사실, 박정희 쿠데타와 전두환의 권력찬탈, 광주학살을 묵인한 것도 미국이었다.

 

전시작전권을 거머쥐고 통제하는 미국이 이젠 한국민 뜻과는 무관하게 북의 남침 제어보다 중국을 견제하고 대만을 방어하는데 한국군을 끌어들이려 한다. 그러면서 천문학적인 미군 주둔비를 요구하고, 이제는 제조업 조선업을 망라한 기업이전과 무리한 투자를 강요하고 있다. 비단 트럼프 뿐만이 아니라, 변함없는 미국의 ‘혈맹 한국’을 대하는 방식인 것이다.

 

그런데 전작권 환수 이야기만 나오면 나라가 망할 듯이 호들갑 떠는 장군들이 수두룩하다, 미국의 극우인사들을 떠받들며 이재명 정부를 헐뜯는 자들은 ‘윤 어게인’을 외면했다는 이유로 트럼프를 좌파라 부른다고 한다. 내란사태 와중에 범죄혐의가 드러난 한 ‘원로’목사는 미국 요로에 호소하며 특검출석을 거부한다는 소문도 나돈다. 일제 침탈과 한국전쟁으로 폐허가 된 땅의 미국식 재건과 인재양성을 지원하며 치밀한 그루밍 작업을 벌여 온 친미와 숭미 효과의 단편들이다.

 

한국은 지정학적으로 주변 강국들의 영향과 그 역학관계를 외면할 수 없다. 특히 미국과의 강한 유대를 저버려서도, 버릴 수도 없는 현실이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미국 그늘에 머물 것인가. ‘인지부조화’ 좌충우돌의 이기적 횡포와 신뢰도 의리도 없는 ‘안면몰수’의 본성을 여지없이 드러낸 친구를 마냥 짝사랑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시야를 넓히고, 보다 담대하며 자주적인 외교행보가 긴요해졌다. 계제에 대등과 호혜를 강단있게 밀고 나가 국익과 국민적 자존을 세우는 명분과 실리의 결단이 필요하다. 더이상 약소국 열등의식에 사로잡혀 있을 시대가 아닌 것이다.

 

K문화, K기술, K국방에, 나아가 K국력과 K민주주의가 세계의 선망을 받는 열강의 반열에 들어섰다면, 그에 맞는 처신과 외교를 강구해야 한다. 양복입고 갓쓰고 짚신을 신은 우스꽝스런 모습에 언제까지 자족할 것인가. 이제 그 낡은 의식적-무의식적 열등과 사대의 옷을 서둘러 벗어던지지 않으면 만년 미숙아, 약소국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다.

[목회칼럼- 박원철 목사] "위선자들"

● 교회소식 2025. 9. 12. 11:06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목회칼럼- 기쁨과 소망]  위선자들

 

박원철 목사(늘사랑교회 담임)

 

      지난 1988년 서울올림픽 복싱 라이트 미들급 결승에서 올림픽 복싱 역사상 최악의 오심으로 남았던 편파 판정이 일어났다. 한국 대표 박시헌과 미국 대표 로이드 존스 주니어의 결승전에서 존스가 유효 펀치 수에서 86대32로 앞서는 등 경기 내용은 압도적으로 우세했지만 결과는 박시헌의 3대2 판정승이었다. 당시 결과가 발표되자 존스는 말할 것도 없고 박시헌 선수조차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경기 후에 엄청난 폭풍이 몰려 왔고, 결국 뇌물을 받고 편파 판정을 하였던 3명의 심판은 모두 징계를 받았다. 박시헌 또한 국내외에서 많은 비난을 받았고, 선수 생활을 이어가지 못한 채 결국 은퇴했다. 박시헌은 은퇴 후에도 계속해서 죄책감에 시달리며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왔다고 한다. 반면 존스는 프로로 전향한 후 34년을 더 활동하며 명예의 전당에 오르는 등 복싱계의 전설적인 인물로 남았다. 그런데 지난 9월 3일, 박시헌 선수가 존스 선수를 직접 찾아가 "내가 금메달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제 당신에게 돌려주고 싶다. 금메달은 당신의 것이다"라고 말하며 불의하게 얻었던 금메달을36년 만에 돌려 주었다. 거짓과 불의를 저지르고도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 차고 넘치는 이 시대에 박시헌 선수의 정직한 고백과 용기있는 참회는 전 세계 사람들에게 감동과 찬사를 불러 일으켰다.

 

      구약의 율법은 거짓 증언을 아주 심각한 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출20:16; 신19:16-18). 그런데 열성적인 정통 율법주의 유대인들은 스데반 집사를 율법의 규례를 범한 신성모독죄로 고소하여 즉결 처형을 하기 위해 거짓 증언자들을 매수하여 산헤드린 공회 앞에서 거짓 증언을 하게 하였다 (행6:11, 13). 그 결과 스데반 집사는 돌에 맞아 처형당하므로 기독교 역사상 최초의 순교자가 되었다. 그런데 율법에 목숨거는 정통 유대인들이 모세의 율법을 보호하기 위해 율법에서 심각한 범죄로 규정하고 있는 위증을 조작하고 있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거짓 증언은 악인들이 하는 짓이며 (시27:11) 모세의 율법이 중범죄로 규정하는 죄인데 정통 율법주의 유대인들은 율법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들이 열성적으로 추종하는 율법이 중범죄로 규정한 죄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한마디로 말해 ‘위선’이다.

 

      말과 행동이 틀린 것을 ‘위선’이라고 하고, 입으로는 선한 일을 말하면서 실제 행동은 악하게 하는 사람을 위선자(hypocrite)라고 한다. 그러므로 입으로는 정의를 외치면서 실제로는 불의을 행하는 자는 위선자이다. 입으로는 개혁을 외치면서 실제로는 기득권을 지키려고 거짓과 부정을 행하는 자는 위선자이다. 입으로는 약자를 위한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강자를 위해 사는 사람은 위선자이다. 이렇게 겉과 속이 틀린 사람, 말과 행동이 틀린 사람을 위선자라고 부른다. 그래서 예수님은 겉으로는 거룩한 척, 백성들과 하나님을 섬기는 척 하면서 속으로는 자신의 부귀와 탐욕만을 추구하는 (눅16:14) 바리새인들을 “위선자들”이라고 부르며 책망하셨다. 최근에 한국에서 발생한 어느 개혁 정당에서의 성범죄 은폐 축소 사건을 바라보면서 소위 말하는 지도자들이 얼마나 위선적일 수 있는가 하는 사실을 다시 한번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성경은 “선생이 되려고 하지 말라. 선생된 자가 더 큰 심판을 받을 것이다”(약3:1)라고 경고한다. 그래서 때로는 목사라는 직분이 너무 두렵고 그 무게가 한없이 무겁게 느껴진다.

큰빛교회, 9월19일~21일 홍민기 목사 초청집회

● 교회소식 2025. 9. 12. 11:01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어둠 속에서 빛을 발하라' 주제로 사흘간

홍 목사, 라이트하우스 운동 30교회 개척 

 

 

큰빛교회(담임 노희송 목사: 6965 Professional Crt.,Mississauga, L4V 1Y3)는 ‘라이트 하우스 무브먼트’를 주도하고 있는 홍민기 목사 초청집회를 9월19일(금)부터 21일 주일까지 개최한다.

 

‘어둠 속에서 빛을 발하라’는 주제로 여는 이번 집회는 홍 목사가 19일 저녁 7시30분 첫날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 23: 1~6)라는 제목으로 말씀을 전하는 것을 시작으로 토요일인 20일은 오후 7시30분에 ‘좌우를 살펴’(출 2:11~14), 주일인 21일은 ‘나의 뽕나무’(눅 19: 1~10)라는 제목으로 1부 오전 7시30분, 3부 오전 11시30분 예배와 다운타운 캠퍼스 1부 오후 2시, 2부 오후 4시30분 예배시간에 각각 말씀을 전할 예정이다.

 

큰빛교회는 이번 집회에 대해 “침체에 빠진 성도들을 위한 영적 돌직구”라며 “잠든 영혼을 깨우는 명확하고 강력한 메시지를 통해 우리 모두 하나님의 은혜를 깊이 경험하는 시간이 되기를 소망한다”고 밝혔다.

 

강사 홍민기 목사는 미국 고든 칼리지(BA)와 웨스트민스터 신학교(M.Div.), 아세아연합신학대학원(Th.M.)에서 수학했다. 호산나교회 담임목사를 역임한 후 초대교회를 모델로 한 '모이는 교회'와 '흩어지는 사명'을 비전으로 교회개척 운동인 ‘라이트하우스 무브먼트’를 시작해 2019년 5월 라이트하우스 해운대, 방배(현 서울숲), 해외에서 달라스교회를 개척한 이후 현재는 캐나다 에드먼튼을 포함 30개 교회(해외 7곳)를 세워 사역 중이다.

 

라이트 하우스는 ‘Lordship’(오직 주님) ‘Inspiration’(성령의 강한 임재) ‘Generate’(교회는 성도,성도 교회를 세움) ‘Hope’(긍휼과 선교) ‘Transformation’(변화와 변혁)을 강조한다.

 

홍 목사는 ‘탱크목사 중고등부 혁명’ ‘하나님의 에이스’ ‘정면승부’등 다수의 저서도 펴냈다. .                                              <문의: 905-677-7729, www.lkpc.or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