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 하루 16시간 인스타그램 붙잡고 살아 우울증에 가족과 연 끊고 외모 강박증까지 두 회사 "중독자가 문제" 항소하겠다 밝혀
뉴멕시코 배심원은 메타에 벌금 5614억원 성적 콘텐츠 차단에 실패했다는 이유 들어 저커버그 두 재판 증언 나섰는데 연속 패소
캘리포니아만 유사 소송 3000건 파급 주목
원고인 소셜미디어 피해자 법률센터(SMVLC) 변호인 로라 마르케스개럿(가운데 회색 싱글재킷)이 25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최고법원 바깥에 모여 있다가 배심원단이 메타와 구글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해 600만 달러(약 90억 원)를 지급하라고 평결했다는 소식을 듣고 원고 가족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2026.3.25 로스앤젤레스 AFP 연합
미국의 스무 살 여성 케일리 G. M.은 여섯 살 때 유튜브를 사용하기 시작했으며, 아홉 살 때 처음 인스타그램을 접했다. 어린 아이들의 접근을 막는 시도는 아예 없었다. 그녀는 열 살 때 불안과 우울증을 느끼기 시작해 몇 년 뒤부터 치료사의 진단을 받았다.
외모에 집착하기 시작했고, 코를 작게 하고 눈을 크게 만드는 인스타그램 필터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케일리는 법정에서 "가족과의 교류를 중단한 이유는 모든 시간을 소셜미디어에 쏟았기 때문"이라고 진술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배심원단이 어린 시절 소셜미디어 중독과 관련해 메타와 유튜브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케일리의 손을 들어줬다고 영국 BBC가 25일(현지시간) 전했다. 배심원들은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왓츠앱을 소유한 메타와 유튜브를 소유한 구글이 젊은이들의 정신건강에 해를 끼치는 중독성 있는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의도적으로 구축했다는 케일리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두 회사는 케일리에게 600만 달러(약 90억 원)를 손해배상액으로 지급해야 한다. 현재 캘리포니아에만 3000여 건의 비슷한 소송이 계류돼 있어 LA 법원 배심원단의 평결은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고 방송은 전했다.
특히 주목받는 것은 소송 전략의 변화에 있다. 그동안 소셜미디어 기업들은 플랫폼 에 올라온 ‘콘텐츠’에 대해선 면책해주는 ‘통신품위법 230조’를 근거로 법적 책임을 회피해 왔다. 하지만 원고 측은 이번에 콘텐츠가 아닌 ‘앱 설계’에 집중했다. 즉, 무한 스크롤이나 끊임없는 알림 등 사용자를 앱에 묶어두는 인터페이스 자체에 SNS 중독의 원인이 자리한다는 논리를 펼쳤고, 배심원단은 이를 받아들였다.
메타와 구글은 나란히 판결에 동의하지 않으며 모두 항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메타는 "청소년의 정신건강은 매우 복잡하며 단일 앱으로만 연결할 수 없다"면서 "사건마다 다르기 때문에 계속해서 강력히 스스로를 방어할 것이며, 온라인에서 청소년들을 보호한 기록에 대해 자신감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글 대변인은 "이 사건은 유튜브를 오해한 것으로, 유튜브는 책임감 있게 구축된 스트리밍 플랫폼이지 소셜미디어 사이트가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그러나 배심원들은 메타와 구글의 플랫폼 운영 방식에서 "악의, 억압 또는 사기"가 엿보인다고 판단했다며 케일리는 300만 달러의 보상적 손해배상에 300만 달러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얹어 받아내야 한다고 평결했다. 메타는 케일리의 손배액 가운데 70%를 부담할 것으로 예상되며, 구글은 나머지 30%를 부담할 것으로 예상된다.
케일리의 소송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소셜미디어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다른 아이들의 부모들도 이날 법원 밖에 모였는데 5주간의 재판 기간 며칠 동안 죽 그랬다. 에이미 네빌의 부모 등이 다른 부모, 지지자들을 얼싸안으며 서로를 축하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18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SNS) 중독 소송 증언을 위해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1심 법원에 도착하고 있다. 2026. 2. 18 로스앤젤레스 AFP 연합
메타, 뉴멕시코에 이어 2연속 패배
LA 배심원단의 평결은 뉴멕시코 법원 배심원단이 메타가 노골적인 성적 자료들에 어린이들이 노출되게 하고 성적 포식자와의 접촉에 노출되도록 방치한 것에 대한 책임을 인정한 지 하루 만의 일이었다.
메타가 물어내야 할 벌금은 3억 7500만 달러(5614억 원)이다. 배심원단은 특히 메타가 플랫폼 내 아동 성 착취 위험성과 정신건강 영향을 알고 있었음에도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고, 안전보다는 이익을 우선시했다는 주 검찰 측의 주장에 동의했다. 재판은 6주에 걸쳐 마크 저커버그 메타의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와 내부고발자, 교사, 심리학자 등의 발언을 청취한 끝에 이런 결론을 내렸다. 역시 메타는 즉각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포레스터의 연구 책임자인 마이크 프룰은 법원의 잇단 판결이 소셜미디어 기업과 대중 사이의 "균열점"을 돋보이게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몇 달 동안 오스트레일리아(호주)를 비롯한 여러 나라들은 아이들이 소셜미디어 사용을 중단하거나 제한하도록 제한을 가했다. 영국은 현재 16세 미만의 소셜미디어 이용을 차단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시험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프룰은 "소셜미디어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은 몇 년 동안 쌓여왔고, 이제 마침내 폭발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저커버그는 13세 미만 사용자의 모든 플랫폼 이용 금지라는 회사의 오랜 정책을 배심원들에게 설명했다. 내부 연구와 문서에 따르면 메타가 어린 아이들이 실제로 자사 플랫폼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점이 제시되었을 때, 저커버그는 13세 미만 사용자 식별이 더 빨리 진행되길 "항상 바랐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가 "시간이 지나면서 올바른 위치에 도달했다"고 주장했다.
구글은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의 소유주로서 이 사건의 피고인이기도 했지만, 소송의 대부분은 인스타그램과 메타에 집중됐다. 스냅과 틱톡도 처음에는 피고인이었으나 두 회사 모두 재판 전에 케일리와 비공개 합의에 도달했다.
유튜브 로고 연합 자료사진
스냅과 틱톡은 재판 전 케일리와 비공개 합의
케일리 측 변호인단은 메타와 유튜브가 "중독 기계"를 만들었으며, 아이들이 두 회사 플랫폼에 접근하지 못하게 막는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케일리는 '신체이형장애'(body dysmorphic disorder)를 진단받았다. 누가 봐도 정상적인 자신의 외모를 지나치게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인식해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의 집착을 보이는 증세다.
전문가들과 전 메타 임원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회사는 젊은 사용자가 플랫폼에 더 오래 머무를 가능성이 높고, 그것을 원한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들이 아담 모세리 인스타그램 대표에게 케일리가 하루에 최장 16시간까지 사용했다고 말했을 때, 모세리는 중독의 증거가 아니라고 일축했다. 그는 대신 인스타그램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10대를 "문제적"이라고 불렀다.
변호인단은 이번 배심원단 평결이 "어떤 회사도 우리 아이들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명백한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지적했다. 변호인들은 “오늘의 평결은 배심원단이 전체 산업에 보내는 국민투표다. 이제 책임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메시지를 담은,”
메타와 다른 소셜미디어 플랫폼들이 아동에게 해를 끼친 혐의와 관련해 오는 6월 캘리포니아 연방법원에서 또 다른 사건 재판이 시작된다고 BBC는 전했다. < 임병선 기자 >
김근태 초대 민청련 의장을 고문한 이근안(가운데)씨가 1999년 11월 검찰에 송치되고 있다. 1988년부터 11년 가까이 도망 다니다 자수한 이씨는 7년의 실형을 살고 나온 뒤 목사로 변신했다. <한겨레> 자료사진
군사정권 시절 악랄한 고문 수사를 자행해 ‘고문기술자’로 이름을 떨친 이근안(88) 전 경감이 25일 사망했다.
26일 한겨레 취재에 따르면, 이씨는 건강 악화로 입소해 치료를 받던 서울의 한 요양병원에서 전날 숨졌다.
1970∼80년대 치안본부 대공수사관이었던 이씨는 고문 등 가혹 행위로 허위 자백을 받아낸 이력으로 ‘고문기술자’라는 별칭까지 얻은 인물이다. 이씨는 1979년 남민전 사건 등 주요 공안 사건에서 고문을 주도했고, 1981년에는 ‘서울대 무림사건’을 ‘해결’한 공로를 인정받아 내무부 표창을 받았다.
이씨는 1985년 9월 김근태 당시 민주화운동청년연합(민청련) 의장을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에서 물고문·전기고문한 당사자이기도 하다. 그해 12월 김근태 의장의 변호인단이 고문 경찰들을 고발했으나, 이씨의 신원이 알려지지 않아 고발장에는 ‘이름 모를 전기고문 기술자’로만 기재됐다. 이후 3년만인 1988년 12월21일 한겨레가 이씨의 실명과 얼굴 사진을 보도하면서, ‘고문기술자 이근안’이 처음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1988년 12월 21일 한겨레신문 1면 기사의 일부.
그뒤 11년간 수배를 피해 도피 생활을 하던 이씨는 1999년 자수했고, 고문·불법 구금 혐의로 기소돼 대법원에서 징역 7년과 자격정지 7년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이씨는 2006년 출소한 지 2년 만에 목사 안수를 받고 종교 활동을 했다. 이씨는 종교 활동 중 ‘과거를 반성한다’면서도 자신의 행위를 ‘애국’이라고 두둔하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됐다. 이씨는 2010년 2월 언론 인터뷰에서 “지금 당장 그때로 돌아간다 해도 나는 똑같이 일할 것”이라며 “당시 시대 상황에서는 ‘애국’이었으니까. 애국은 남에게 미룰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2011년 12월 고문 후유증에 시달리던 김근태 민주당 상임고문이 별세한 뒤 이씨에 대한 비판 여론이 들끓자, 이듬해 그가 소속됐던 교단은 이씨의 목사직을 박탈했다.
이씨가 관여한 공안 사건은 최근까지 고문으로 인한 조작 수사로 드러나고 있다. 지난 2024년 6월 서울중앙지법은 이씨와 국가가 고문으로 인한 허위자백으로 억울한 옥살이를 한 납북어부 고 박남선씨의 유족에게 총 7억여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이날 성명서를 내 “그는 고문피해자와 그 가족들에게 진정성 있는 사죄나 반성의 뜻을 밝히지 않은 채 생을 마감했다”며 “가해자의 죽음은 그가 저지른 만행을 지울 수 없으며, 민주주의 역사에 새겨진 피해자들의 고통도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고 밝혔다. 사업회는 “오랜 세월 고통을 견뎌온 피해자와 그 가족들께 깊은 위로와 연대의 마음을 전한다”며 “이근안의 사망을 계기로 우리 사회가 인권과 민주주의의 가치를 더욱 확고히 지키며, 과거의 잘못을 성찰하고 올바른 미래를 향해 나아가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밝혔다. < 임재우 기자 >
‘고문기술자’ 이근안을 이렇게 보낼 순 없다
88세 사망 소식이 안기는 당혹감
이해찬·김근태 고문 후유증 때 이른 죽음 대비 이근안 목사 안수 받고 스스로 용서받았다 말해 전두환 90세 장수와도 겹쳐 …천수는 우연일까
때로는 누군가의 죽음은, 특히 그것이 천수를 누린 자연사라면, 그 죽음이 쉽게 용납되기 힘든 경우가 있다. 죽음은 본래 애도의 대상이지만, 어떤 죽음은 추모를 보내기가 힘들다. 아니, 애도를 보내는 것 자체가 부정의라고 해야 마땅한 일이기도 하다. 한 사회가 그 죽음을 받아들이려면 필요한 선행 조건이 있는 죽음이다. 사죄와 반성, 그리고 합당한 처벌이 있어야만 하는, 그것 없이 천수를 다한 자연사라면 그 인물의 죽음 이상으로 한 사회가 일종의 '죽음'을 겪게 되는 그런 죽음이다. 이를 테면 그런 죽음은 사회의 허락, 정리와 청산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 허락을 구하지 않은 채, 대신 스스로를 용서한 채 한 인물이 '일방적으로' 먼저 가버렸다.
교회에서 신앙 간증을 하는 고문기술자 이근안. SBS 유튜브 화면 갈무리
'고문 기술자' 이근안 전 경감이 25일 숨졌다는 소식이 하루 뒤인 26일 알려진 것을 접하면서 우리 사회가 갖는 복잡한 심경, 적잖은 당혹감이 바로 그렇다.
향년 88세. 이른바 '천수'(天壽)를 누렸다. 88이라는, 인간의 삶의 길이로는 결코 작지 않은 그 숫자의 생애를 보내고 자연사한 인물의 죽음 앞에서 떠올리게 되는 몇몇 인물들이 있다. 두달 전에 별세한 이해찬 전 총리, 그의 향년은 73세였다. 지금의 장수 시대에는 너무도 때 이른 죽음의 주요한 원인 가운데 하나로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겪은 혹독한 구타와 고문의 후유증이 꼽혔다.
그리고 이 전 총리의 별세와 함께 다시 환기됐던 이름 하나를 이근안의 죽음을 맞아 다시 선명히 떠올리게 된다. 김근태 전 의원. 민청련 의장이었던 그야말로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이근안으로부터 23일간의 ‘지옥’을 경험했던 사람이다. 그의 향년은 겨우 64세였다. 고문 후유증으로 오랜 고통을 겪다가 60대 중반, 결코 많다고 할 수 없는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이 전 총리나 김 전 의장처럼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이근안의 고문으로 인해 삶이 파괴되고 결국 일찍 세상을 뜬 이들 중의 하나가 이을호 민청련 상임위 부의장이다. 김 의장과 함께 끌려가 이근안 일당에게 23일에 걸쳐 수십번의 전기고문과 물고문을 당한 그는 후에 이렇게 술회한다.
“잠 안재우고, 물고문 며칠 하면 변이 안나온다. 전기고문과 칠성판이 더해지면 '내가 올빼미'라는 환상이 든다. 죽고 싶다는 것 외에는 아무 생각도 할 수 없게 된다.”
이을호는 결국 김 의장이 사망한 지 10년 여 후에 고문후유증에 따른 복합증세로 세상을 떠나 김 의장이 묻혀 있던 마석 모란 공원묘원 묘역으로 뒤따라갔다.
이근안은 '고문 기술자' 외에도 '인간 백정', '지옥에서 온 장의사' 등의 별칭으로 불렸다. 그의 고문 수법은 잠 안 재우기, 물고문, 전기고문, 날개 꺾기, 통닭구이, 관절 빼기에 이르기까지 실로 ‘현란’했다. 남영동에 끌려갔던 이들이 증언하는 '칠성판' 물고문은 나무판자에 사람을 눕히고 가죽끈으로 묶어 물을 퍼붓는 방식이었다. 뛰어난 고문 기술로 영화 〈1987〉에서 박처원 남영동 대공분실장이 가장 아꼈다는 부하가 바로 이근안이었다. 1981년 '서울대 무림사건'에서도 가혹 행위를 주도했다는 이유로 지목됐던 그는 그해 내무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그래도 난 애국을 한 것이었다"고 2012년 12월 14일 이근안은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한 음식점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종지묵을 댔다. 2012.12.14 연합 자료사진
1999년 10월 28일의 이근안. 연합 자료사진
민주화 이후 수배된 그는 12년간 도피 끝에 자수했고, 받은 형량은 징역 7년이었다. 출소 이후 그는 목사가 됐다. 공개 간증을 통해 과거를 반성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리고 자신이 신앙을 통해 용서받았다고 했다. 자신이 스스로를 사면한 것이었다. 그리고 생전 자서전에는 이런 말도 남겼다. "간첩과 사상범을 잡는 것은 애국이었다." 교회 신앙 간증에서는 "고문도 하나의 예술이다"고 하기도 했다.
이근안의 천수는 또 다른 이름을 떠올리게 한다. 광주 5·18 유혈 진압의 주범 독재자 전두환이다. 그는 호사를 누리며 살다가 2021년 만 90세로 자연사했다. 사죄 없이,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처벌 없이 그는 편안하게 죽었다.
이근안에게 전성기를 안겨준 것이 전두환의 독재였다면, 두 사람의 천수는 우연이 아니라 한국 현대사의 한 부분, 한국 사회의 한 구조적 현실처럼 보인다. 국가폭력에 짓밟힌 몸은 더 일찍 무너지지만 생명과 인권을 유린한 이들은 장수하는 뒤집힌 역사와 현실의 실상을 보여준다.
이근안의 죽음을 이렇듯 그의 사망 뉴스 한 줄로 쉽게 보낼 수 없는 이유다. 고문 후유증으로 사망한 이해찬 전 총리의 이른 죽음과 그 두 달 뒤의 고문기술자의 자연사. 70을 갓 넘기고, 70에 못 미쳐 세상을 떠난 이해찬과 김근태, 두 사람의 몸이 무엇을 증언하는지를 묻는 것. “고문이 애국이고 예술이었다”고, 자신을 스스로 용서한 이의 88년의 장수와 함께 물어야 할 일이다. < 이명재 기자 >
촛불행동 기자회견 "내란 청산에 언론개혁도" "장영하 1심 판사가 바로 김건희 판결 우인성" 박철민 등 판결문 통해 '그알' 방송 영향 지적 언론시국회의 "SBS 노조 성명은 희대의 망발" "한국기자협회와 언론노조도 방관해선 안 돼"
장영하 변호사(왼쪽), 우인성 부장판사. 연합 자료사진
'조폭 연루설' 보도에 대한 이재명 대통령의 사과 요청에 오히려 "반민주적인 언론 길들이기를 중단하라"고 되받아쳤던 SBS 노조 성명의 후폭풍이 좀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정치권뿐만 아니라 시민사회단체도 나서 지난 2018년 7월 SBS 간판급 시사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가 방송한 <권력과 조폭 - 파타야 살인 사건 그 후 1년> 편이 윤석열 정권 탄생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면서 SBS의 오보 및 이후 대응 행태를 '언론 적폐 청산' 의제로까지 삼고 있다. 선배·원로 언론인들 역시 SBS 노조의 '언론 자유' 주장을 두고 무책임한 '망발'이라며 맹성을 촉구했다.
촛불행동은 26일 오후 서울 목동 SBS 방송국 정문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사회를 맡은 촛불행동 하기연 사무처장은 "지난 20대 대선을 앞두고 국힘당에서 SBS 방송과 보도를 바탕으로 이재명 조폭 연루설을 제기하며 유권자들에게 영향을 미친 바 있다. 실제로 SBS 시청자 게시판에는 방송을 보고 이재명을 나쁜 사람으로 생각해 투표 때 윤석열을 뽑았다는 내용이 올라오기도 했다"면서 "그럼에도 반성은커녕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이는 SBS에 대한 분노가 지금 폭주하고 있다. 관련 뉴스를 보도하던 SBS 뉴스 태그에는 '이재명 살인'이라는 말이 해시태그 되면서 민심의 분노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발언에 나선 권오혁 공동대표는 "이재명 조폭 연루설이 유포되기 시작한 것은 2018년 7월 SBS 방송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 방영부터였다. 이후 대선이 본격화하던 2021년 10월 변호사 장영하는 이재명 후보가 조폭과 유착돼 20억 원을 뇌물로 받았다고 주장하고 언론이 이에 대한 보도를 쏟아내면서 대선판을 뒤흔들었다"며 "이재명 조폭 연루설은 이렇게 윤석열 정권 탄생의 환경을 만들었다. 지난 대선 직전 조희대 대법원이 이재명 후보의 자격 박탈을 시도했던 것과 같이 일개 방송사가 대선 판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2018년 6월 경기도지사에 당선돼 유력한 대선 후보로 부각되던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악마화가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의 목적이고 본질이었다. 장영하에게 무죄 판결을 내린 1심 판사는 지난 1월 김건희의 주가조작 범죄에 무죄를 선고한 우인성 판사였다"면서 "이렇게 정치인 이재명을 악마화한 과정에는 SBS라는 언론과 검찰, 정당, 사법부까지 총동원됐다. SBS 방송으로 유력한 대권 주자에 대한 악마화가 시작됐고, 그 방송을 시작으로 검찰이 움직이고, 국힘당이 정치 공세를 벌이고, 언론이 확산하고, 사법부까지 동원된 '검언정판'의 종합 작전이 벌어졌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재명 대통령이 사과를 요구하자 SBS 노조는 규탄 성명을 발표했다. 국힘당도 언론 압박이라며 가세했고 국힘당 이종배 서울시의원은 이재명 대통령을 강요죄로 고발했다"며 "이재명 악마화와 공작의 공범들이 공동 대응을 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하게 된다. 자사의 조작 방송을 성토하기는커녕, 피해자인 대통령의 처벌 요구도 아닌 사과 요구를 언론탄압이라고 주장하는 노조는 제정신인가? 독재 권력에 맞서 국민과 함께 언론 자유 수호 투쟁을 벌였던 선배 언론인들께 부끄럽지도 않은가?"라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내란 청산 과정에서 언론 개혁도 반드시 해내야 한다. 입법, 사법, 행정 외에 제4부로까지 불리는 언론이 진실과 객관성의 원칙을 버리고 또 하나의 막강한 권력 집단 행세를 해온 것이 한국 언론의 실상"이라며 "촛불행동은 오늘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내란 적폐 세력의 한 축이 돼서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는 내란 적폐 언론을 청산하기 위한 언론 개혁 운동에 나설 것이다. 그리고 국민과 함께 SBS의 조작 방송에 대한 책임을 끝까지 물을 것이다. 각계각층의 적극적인 동참을 바란다"고 전했다.
장영하 변호사가 2021년 10월 20일 경기도 성남시의 한 법무법인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하며 박철민의 돈다발 사진을 증거로 들어 보이고 있다. 2021.10.20 연합 자료사진
2025년 5월 18일 국민의힘 장영하 중앙선대위 진실대응전략단장(왼쪽)과 유재호 전 성남시의원이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성남시장 시절 NC소프트와 비공개 MOU를 체결한 것과 관련한 특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2025.5.18. 연합
구본기 공동대표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측은 확실한 근거 없이 의혹을 제기한 것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일이 여기서 끝났다면 우리는 오늘 이 자리에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문제는 사과가 나온 지 불과 4시간 만에 노조가 성명을 발표하면서 '그것이 알고 싶다' 측의 사과에 진정성이라는 게 조금도 없었다는 사실을 드러낸 것"이라며 "노조의 이번 성명은 나쁜 의미로 정말 대단하다. 언론이 절대로 가져선 안 될 최악의 오만함이 무엇인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그러면서 해당 성명의 문제점을 다음과 같이 조목조목 짚었다.
첫째, 노조는 해당 의혹들이 이미 타 언론에서 제기됐기에 자신들은 그저 공론화했을 뿐이라고 강변한다. 헛소리다. 언론 보도는 가능한 최선의 사실에 근거해야 하며 실체적 진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되면 이를 바로잡을 무거운 책임이 있다. 다시 말해 언론의 의혹 제기는 나중에 진실로 갚아야 하는 '외상'이지, 의혹 제기 그 자체가 진실의 '완불'이 될 수는 없다. 외상을 달았으면 그에 상응하는 계산을 치러야 마땅하다. 더 나아가서 남들도 던진 돌이니까 우리도 던졌다는 식의 논리는 지상파 탐사보도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자존심마저 땅바닥에 내팽개친 무책임의 소치이자 국민 기만이다.
둘째, 노조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농담으로나 통하는 속칭 '까방권(까임방지권)' 논리를 공적 성명서에서 사용했다. 노조는 '그것이 알고 싶다'의 제작진이 지난 30여 년간 진영을 가리지 않고 숱한 진실을 공론화해 왔다고 항변한다. 묻고 싶다. 그래서 뭐 어쩌라는 건가? 어제까지 강도를 잡은 경찰은 오늘 강도질을 해도 된다는 말인가?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다. 해당 설명은 본질을 흐리는 비겁한 논점 일탈이다.
셋째, 가장 심각한 문제다. 노조는 특권으로서의 자유만 외치고 공적 책임은 완전히 방기하고 있다. 가해자인 주제에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 언론에는 큰 권력이 있으니 그 권력을 행사할 때는 국민으로부터 엄격한 감시를 받고 그에 따르는 책임을 감내해야 한다. 왜 정당한 사과 요구를 '테러'니 '길들이기'니 하면서 매도하는 것인가? 주권자가 선출한 대통령도 잘못하면 탄핵을 당하고 사법부의 판결도 상급심에서 뒤집힌다. 그런데 왜 유독 언론만은 그 어떤 비판도 허용되지 않는 신성불가침의 영역에 있어야 한단 말인가?
마지막으로 구본기 공동대표는 '언론·출판은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헌법 제21조 4항을 인용한 뒤 "우리 대한민국 헌법은 언론에 무제한의 자유를 준 적이 없다. 타인의 명예와 권리를 침해한 보도는 그 자체로 위헌"이라면서 "이에 우리는 주권자 국민의 이름으로 명령한다. 대한민국 헌법을 조롱하고 우리 사회 민주주의 공론장을 오염시켰으며 또 그에 대한 일말의 반성도 없는 SBS를 탄핵한다"고 밝혔다.
촛불행동이 26일 오후 서울 목동 SBS 방송국 정문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촛불행동 페이스북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염미례 영등포·양천·강서 촛불행동 공동대표가 낭독한 회견문을 통해 "SBS 노조는 당시 '그알'이 장영하 변호사의 주장을 인용 보도한 것이 아니라 '파타야 살인 사건'의 피해자와 재판 기록 등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내용들을 확인해 보도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하지만 국제마피아파 행동대원 출신 박철민과 장영하의 판결문을 보면 공통적으로 이 방송을 허위 주장의 출발점으로 적시하고 있다"며 "두 판결문은 '그알 방송이 허위 사실 유포 범죄의 동기가 됐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심지어 장영하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었는데, 이 판사가 바로 특급범죄자 김건희와 내란범들에게 솜방망이 판결을 한 우인성이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한마디로 내란 적폐 세력들이 야권의 대선 출마 유력 정치인을 제거하기 위해 언론, 정치, 법원 등을 총동원한 정치공작을 벌인 것이다. SBS의 조작 보도는 비단 이번뿐만이 아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인간 사냥식 보도의 대명사인 2009년 소위 '논두렁 시계' 파문도 이명박 정권 시절 국정원과 검찰, SBS가 공조한 결과물이었다"면서 "조작 보도, 정치 공작을 하고도 적반하장의 파렴치한 태도를 보이는 SBS는 존재할 필요가 없다. 촛불행동은 오늘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내란 적폐 언론 척결 투쟁에 돌입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촛불행동은 오는 28일 토요일 오후 4시 대법원 인근 지하철 2호선 서초역 7번 출구에서 촛불대행진을 진행한다. 이번 집회에서는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과 함께 SBS 문제를 비롯한 언론개혁 의제도 집중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권영석 전 연합뉴스 통일언론연구소장이 24일 서울 광화문에서 '오보 후 후안무치 성명, SBS 노조의 적반하장에 분노한다'는 제목의 언론시국회의 성명을 낭독하고 있다. 언론시국회의 유튜브 화면 갈무리
이에 앞서 '언론 탄압 저지와 언론 개혁을 위한 시국회의'(언론시국회의)는 24일 <오보 후 후안무치 성명, SBS 노조의 적반하장에 분노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SBS 측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언시국은 윤석열 정권의 언론 탄압 및 이에 굴종하는 언론 행태에 분노해 2023년 3월 출범한 단체로 동아투위, 조선투위, 80년 해직 기자 출신을 포함해 민주 언론 쟁취를 위해 싸워온 중견 언론인 15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언시국은 성명에서 "언론 자유는 진실이라는 토대 위에 존재한다. 사실을 왜곡하고 개인의 인격을 말살하는 보도에 대해서까지 언론 자유를 주장하는 건 국민이 부여한 공적 신뢰를 스스로 저버리는 행위"라고 전제하고 "최근 이재명 대통령의 '조폭 연루 의혹'이 대법원에서 허위로 확정 판결된 뒤 SBS 노조가 낸 성명은 언론 자유를 위해 싸워온 우리 언론인들의 귀를 의심케 하는 '희대의 망발'이다. 피해자의 고통을 외면한 채 오보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려는 작태가 아닐 수 없다"고 규정했다.
이어 "SBS 노조의 적반하장 성명은, 나아가 언론노조의 존재 이유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게 만든다. 언론 자유는 언론인의 특권이 아니다. 헌법이 보장하는 언론 자유는 권력 감시라는 공적 기능을 수행할 때 부여되는 것"이라며 "확인되지 않은 추측 보도로 시민의 명예를 훼손할 자유까지 보장하지 않는다. 진실을 외면한 채 정치적 목적으로 사실을 왜곡하는 언론인에겐 일반 시민보다 더 큰 책임을 물어 마땅하다. 자유는 맘껏 누리고 책임은 지지 않으려는 자세는 언론인을 '법 위의 특권 계급'으로 여기는 오만 그 자체"라고 질타했다.
또 '잘못된 보도에 대해서는 솔직하게 시인하고 신속하게 바로잡는다'고 명시한 한국기자협회 윤리강령 제8조를 들어 "오보임이 법적으로 확정됐을 때 언론이 할 첫 번째 일은 언론 자유 운운이 아니라 오보에 대한 사과와 정정보도"라면서 "언론 현업 단체인 한국기자협회와 전국언론노동조합도 방관할 일이 아니다. 다수 회원사가 저지른 명백한 오보에 대해 침묵하는 건 오보에 대한 처벌 강화 움직임이 있을 때마다 이들 단체가 입에 올린 '자정 노력'이 빈말이었음을 확인해 준다"고 상급 단체의 책임도 물었다.
그러면서 "평생 언론 자유를 위해 싸워온 우리는 요구한다. SBS 노조는 근거 없는 권력의 '언론 길들이기' 틀 짓기를 당장 멈춰라. 8년여간 허위 보도로 고통받은 피해자에게 진솔하게 사죄하라"며 "기자협회와 언론노조는 회원사의 언론 윤리 위반에 대해 조사한 후 적절한 조치를 취하라. 나아가 무너진 언론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실질적 대책을 내놓으라"고 촉구했다. 언시국은 "언론인 여러분, 오보를 바로잡고 사과하는 것이 곧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라고 다시금 역설했다. < 김호경 기자 >
'논두렁 시계'도 사과 안 하더니…SBS에 쌓인 울분 폭발
이명박 정권 때 원세훈 국정원과 검찰이 배후 "언론에 흘려서 망신 줘라"…SBS 사장도 만나 2년 뒤 하금열 사장은 이명박 비서실장에 발탁 국정원 TF 발표했지만 SBS는 "확인할 수 없다"
'이재명 조폭 연루' 보도에 노조 사과 대신 규탄
정청래 "몰염치하고 사악…당신들도 언론인가" 대변인 명의 당 공식 입장, 의원들 발언 잇따라 조국도 "치가 떨려…정정보도 등 언론개혁해야"
SBS가 2009년 5월 13일 8뉴스를 통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논두렁 시계’를 보도하는 장면. 유튜브 화면 갈무리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인간 사냥식 보도의 대명사로 통하는 2009년 소위 '논두렁 시계' 파문은 이명박 정권 시절 국정원-검찰-SBS로 이어지는 '삼각 공조'의 결과물이었다. 그럼에도 이를 '단독'이라며 대대적으로 전파해 노 전 대통령 명예에 심대한 타격을 주고 당시 여론을 결정적으로 악화시켰던 SBS 측은 보도의 주체로서 지금까지 한 번도 제대로 된 사과를 한 적이 없다. 최근 SBS 노조가 자사의 '이재명 조폭 연루설' 보도를 두고 사과는커녕 오히려 이재명 대통령이 '언론 길들이기'를 한다고 강력 규탄한 것을 계기로 여권에서는 SBS에 대해 그간 쌓였던 분노를 한꺼번에 폭발시키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3일 오전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뒤 강금원 기념 봉하연수원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던 도중 "예고 없이 뉴스 기사를 한 번 들려드리겠다"며 손에 들고 있던 마이크를 자신의 휴대전화에 갖다 댔다. 그리고 지난 2017년 10월 23일 JTBC 뉴스룸에서 첫 번째 꼭지로 보도한 <'논두렁 시계' 배후엔 MB 국정원…"언론에 흘려 망신 줘라"> 리포트 내용을 틀었다.
앞서 2009년 4월 22일 KBS는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이 노 전 대통령 부부에게 2억 원 상당의 명품 시계를 선물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단독 보도했고, 이어 SBS는 5월 13일 "노 전 대통령이 해당 명품 시계를 논두렁에 버렸다'고 단독 보도했는데, 그 배후에는 원세훈 국가정보원이 있었다는 '국정원 적폐 청산 태스크포스(TF)'의 조사 결과를 전하는 내용이었다. 적폐 청산 TF는 문재인 정부 들어 서훈 국정원장이 취임하면서 만들어진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 산하에 설치된 기구였다.
2017년 10월 23일 JTBC 뉴스룸에서 SBS '논두렁 시계' 보도의 배후에 이명박 정권 시절 원세훈 국정원이 있었다는 보도를 하고 있다. 유튜브 화면 갈무리
TF 조사에 따르면 검찰의 노 전 대통령 소환을 앞두고 원세훈 원장 측근인 국정원 모 간부가 4월 21일 수사 책임자인 이인규 대검 중수부장을 만나 "고가 시계 수수 건은 중요한 사안이 아니므로 언론에 흘려서 적당히 망신 주는 선에서 활용하라"고 언급했다. 이처럼 노골적으로 언론플레이를 주문한 뒤 방송사를 통해 실제 보도가 그렇게 나온 것이다. 심지어 국정원 측은 SBS 하금열 사장도 직접 만나 "노 전 대통령 수사를 적극 보도해달라"고 당부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후일담이지만 하금열 사장은 이명박 대통령과 특별한 인연이 없는데도 논두렁 시계 보도 2년여 뒤인 2011년 12월 12일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전격 임명됐다. 당일 청와대 춘추관 기자들이 발탁 이유를 묻자 "그 부분이 애매하다"며 "이명박 대통령 취임 뒤 지난 4년 동안 공식적, 비공식적으로 따로 뵌 적이 없다"고 답해 인선 배경을 두고 의구심이 제기된 바 있다. 논두렁 시계 보도 당시 SBS 보도국 책임자였던 최금락 보도국장 역시 2011년 9월 28일 이명박 청와대 홍보수석으로 영전했다. 두 사람은 2017년 국정원 적폐 청산 TF 발표 이후 SBS에 자체 진상조사위원회가 꾸려졌을 때 조사위 면담에 끝까지 응하지 않았고, SBS는 "논두렁 시계 보도에 대한 국정원 개입은 확인할 수 없었다"는 공허한 결론만 내놨다.
이 같은 SBS 행태에 오랫동안 울분이 누적됐을 정청래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몬 것은 무도한 검찰만이 아니다. 몰염치하고 사악한 언론도 노무현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몬 흉기 같은 보도를 많이 했다"며 "대표적인 것이 SBS '논두렁 시계 버렸다'는 보도"라고 지목했다. 이어 "SBS, 그 이후 논두렁 시계 보도에 대해서 사과한 적 있느냐? 여기 SBS 혹시 와 계신가? 대답 좀 해보라"고 SBS 기자를 찾기도 했다. 급기야 "SBS에게 한마디 한다. SBS, 당신들도 언론인가? SBS 당신들의 몰염치, 그것이 알고 싶다. 참, 생각할수록 열 받는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23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강금원기념봉하연수원 강연장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3.23. 연합
황명선 최고위원도 "도대체 무엇이 언론 길들이기라는 건가? 사과를 요구하는 피해자를 다시 탄압자로 모는 것이 정당한 일인가?"라며 "대통령은 오보로 인한 피해에 진솔한 사과 한마디를 요청했을 뿐이다. 피해를 입은 당사자가 사과를 요구하는 것은 피해자로서의 당연한 권리이고 그 피해자가 대통령이라고 달라질 이유는 없다. 자신들의 잘못은 외면한 채 언론 탄압이라고 덮어씌우는 것이야말로 또 다른 폭력"이라고 SBS 노조 측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또 "진짜 언론 탄압, 언론 길들이기가 무엇인지 말씀드릴까? 윤석열 정권은 공영방송 장악을 위해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을 억지 의혹으로 면직시키고 KBS, MBC, EBS의 이사와 경영진을 해임하거나 교체하려 했다. '도어 스테핑'에서 불편한 질문을 했다는 이유로 순방 전용기에서 MBC 기자를 배제하고 기자단에서도 쫓아내려 했다. 대통령을 비판하는 보도를 이유로 명예훼손 혐의 수사와 압수수색도 자행했다"고 여러 사례를 든 뒤 "이번 언론노조 SBS 본부의 성명은 오히려 언론개혁이 검찰개혁 못지않은 시대적 과제라는 점을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단언했다.
김기표 대변인은 당 공식 입장을 정리해 오후에 국회 소통관에서 브리핑을 가졌다. 김 대변인은 "한 사람의 인격과 명예를 짓밟고 정치적 생명에 치명상을 입히려 했던 오보는 백 번, 천 번의 사과로도 모자란다. 그러나 이 참담한 사태 앞에서도 언론계의 자성은 없다"면서 SBS 노조를 향해 "대법원 판결로 허위임이 확인된 사안에 대한 책임 요구마저 탄압으로 호도하는 것은 진정한 언론의 자세가 아니다. 대한민국 언론이 얼마나 깊은 '자기 면책'의 늪에 빠져 있는지 보여주는 씁쓸한 현주소"라고 지적했다.
나아가 "헌법이 언론의 자유를 보호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수호하라는 뜻이지, 허위사실을 마음대로 유포할 '면책 특권'을 준 것이 아니다. 팩트체크 부실, 익명 취재원의 남용, 포털용 클릭 장사와 자극적인 제목 장사 등 한국 언론의 고질적인 병폐를 이제는 고쳐야 한다"며 "전가의 보도처럼 꺼내 드는 언론 탄압 프레임에 국민은 더 이상 속지 않는다. 스스로 자정할 능력을 상실했다면 이제는 개혁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더불어민주당은 언론의 공정성과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한 제도적·입법적 노력을 멈추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남 조폭 연루설을 보도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2018년 7월 21일자 '권력과 조폭 - 파타야 살인사건 그 후 1년' 방송의 한 장면. 진행자인 김상중 씨가 "이재명 변호사 이름이 등장해 당혹스럽다"며 한숨을 쉬고 손으로 머리를 짚고 있다. '그것이 알고 싶다' 다시 보기 화면 갈무리
이번 SBS 사례를 통해 언론개혁의 당위성과 시급성이 재확인됐다는 당내 폭넓은 공감대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개별 의원들의 발언도 이어지고 있다. 박지원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NYT(뉴욕타임스)는 오보 기사에 대한 정정 기사가 많다. SBS '그알' 보도 이후 2021년 국힘 등 일부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조폭 PJ파로부터 20억을 수수했고, 5만 원권 지폐 등이 언론에 사실인양 보도됐다"며 "의혹을 최초로 보도한 매체는 사과 정정 보도를 해야 당연하다. 그래야 세계적 언론 NYT처럼 존경받는다"고 했다.
이연희 의원은 문제의 SBS '그것이 알고 싶다' 2018년 7월 21일자 방송 <권력과 조폭 - 파타야 살인사건 그 후 1년> 편을 다시 봤다고 한다. 그는 "몇 번을 돌려봐도 노조의 주장은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실제 방송을 다시 살펴보면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이 조직폭력배와 연루돼 있다는 의혹을 충분한 근거 없이 제기한 측면이 분명 존재한다"면서 "이는 공적 검증을 가장한 의혹 부풀리기이며, 결과적으로 특정 정치인에 대한 흠집 내기 의도가 개입됐다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고 짚었다.
이어 "검증도 제대로 하지 않은 허위사실을 보도한 것은 언론의 자유를 일탈한 일종의 테러 행위다. 그리고 근거 없는 보도에 대해 사과도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자유가 아니라 방종이고 폭력"이라며 "윤석열 정권에서는 찍소리하지 못하던 노조가 지금에 와서 언론 자유를 앞세워 조작 보도를 정당화하려는 모습은 이중적이고 개탄스럽다. 지금 SBS 노조가 해야 할 일은 변명이 아니라 성찰과 반성"이라고 강조했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가 23일 국회 본청 앞 정치개혁 천막 농성장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 개혁에 이은 언론 개혁의 필요성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2026.3.23. 연합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전날 페이스북에 관련 글을 올린 데 이어 이날 최고위원회의 공식 석상에서 다시금 강한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그는 "윤석열 내란 즈음에 우리 사회는 대전환기를 맞고 있다. 바로 기득권, 특권층 해체"라며 "이 와중에 유독 개혁을 거부하는 곳이 있다. 언론이다. 특히 SBS 노조의 행태는 개탄스럽다"고 했다. 아울러 "정말 어이가 없어 말문이 막힌다.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면서 "오보를 사과하라는 게 언론 탄압인가? 언론은 어떤 식으로 논평해도 문제가 없고, 공직자는 상대가 허용해야 논평할 수 있다는 것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조 대표는 "더욱이 SBS가 어떤 곳인가? 노무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고 간 '논두렁 시계 보도'를 '단독기사'라고 내보낸 곳이다. 이는 이명박 정권 국가정보원과 검찰이 흘려준 것이었음이 추후 확인됐다. 그 뒤 SBS가 노무현 대통령 유족에 진심 어린 사과를 했다는 말은 들어본 적 없다"며 "이재명 대통령은 좌표 찍기, 허위 보도로 조리돌림 당한 대표적 희생자다. 하이에나식으로 집단 공격을 가했다. 유사한 경험을 했던 저로서는 동병상련을 느끼며, 치가 떨린다"고까지 표현했다.
그러면서 "SBS 노조에 묻는다. 윤석열 독재정권이 대놓고 언론 길들이기를 할 때는 왜 가만히 있었나? 이렇게 이중 잣대를 대고 편향적이니 국민 신뢰가 낮은 것"이라며 "성역 없는 취재와 보도도 중요하지만 언론 스스로 성역이 될 수는 없다. 권리만 주장하고 책임은 나 몰라라 하면 책임은 강제될 것이다. 차제에 명백한 오보가 드러나면 같은 지면에 같은 양으로, 같은 방송 시간대에 같은 양으로 정정 보도하도록 법제화하는 등의 언론 개혁도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김호경 기자 >
수감 중 '그알' 시청한 박철민 '조폭 연루설' 엮을 결심
SBS 노조는 "완전 다르다" 주장하지만 연결된 정황
지난해 11월 박철민 1심 판결문에 상세히 적시 "이재명 낙선시켜 반대 후보 측의 비호 받을 것" 박, 이준석에 함께 폭로하자고 서신 통해 제안
이준석 설득하며 "국민의힘이 돕겠다고 했다" 장영하 무죄 선고 재판부 "언론 통해 뇌물 공여 인식" 박, 이준석 변호사 등에 문자 보내 "10억 정도?"
이재명 대통령의 조폭 연루설을 폭로한 2018년 7월 21일의 SBS '그것이 알고 싶다 권력과 조폭 - 파타야 살인사건 그 후 1년' 한 장면. 진행자인 김상중 씨가 "이재명 변호사 이름이 등장해 당혹스럽다"며 한숨을 쉬며 손으로 머리를 짚고 있다. '그것이 알고 싶다' 다시 보기 화면 갈무리
전국언론노동조합 SBS 본부는 2018년 7월 21일 방영된 '그것이 알고 싶다- 권력과 조폭 - 파타야 살인사건 그 후 1년'이 제기한 이재명 대통령의 조폭 연루설과 3년 뒤 장영하 변호사가 주장한 이 대통령의 조폭 연루설은 "시기도 내용도 전혀 다른 사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20일 밤 10시 37분 처음 SBS 노조 홈페이지에 올라왔다가 23일 오전 9시 31분 수정된 성명 중 해당 대목은 다음과 같다.
'그알'은 장 씨의 주장을 인용 보도한 것이 아니라 그보다 3년 전, '파타야 살인사건'의 피해자와 재판 기록 등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내용들을 확인해 보도한 것이다. 이러한 의혹들은 '그알' 방송 이전부터 이미 타 언론 보도를 통해 제기된 의혹들로, 해당 방송은 이를 공론화하고 검증하는 과정이었다. 이는 언론의 고유한 기능인 공적 인물에 대한 검증으로 장 씨의 주장과는 시기도 내용도 전혀 무관하다. 심지어 해당 피디가 장 씨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그에게 불리할 수 있는 증언을 할 정도로 '그알'의 내용과 장 씨의 주장은 궤가 전혀 다른 사안이다.
국민의힘도 지난 23일 미디어특별위원회 논평을 통해 이번 사안을 "명백한 언론 개입이자 편집권 침해"라면서 해당 방송은 "2015년 파타야 살인사건을 독자 취재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정황을 보도한 것으로, 시기와 내용 모두 장 변호사 사건과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법원의 장 변호사 유죄 판결이 곧바로 그알 보도가 틀렸다는 증거가 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0일에 이어 22일 두 번째로 소셜미디어에 또다시 “권리에는 의무가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 언론의 자유가 언론의 특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비판하고 나섰지만 SBS 사측이나 노조 모두 24일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24일 밤 늦게 엑스(X·옛 트위터)에 “‘그알’을 보고 이재명이라는 사람을 나쁜 사람으로 생각해 윤석열을 뽑았다”는 내용의 SBS 시청자 게시판 글을 공유하며 “진위는 잘 모르겠지만 이 글이 의미하는 바는 매우 엄중하다”고 적었다. 이어 “정치적 목적에 따라 정치인을 악마화한 조작 보도로 주권자의 선택을 바꾼 것은 명예훼손이기도 하지만, 주권자의 국민주권을 탈취하는 선거 방해이자 민주주의 파괴라는 데 심각성이 있다”고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한 걸음 나아가 “방송의 제작·송출 관련자들이 사과할 대상은 정치인 이재명보다, 대통령 선택권을 박탈당하거나 반대의 선택을 강요당한 대한민국 주권자들”이라고 강조했다.
여당이나 시민사회, 진보진영에서는 '그알'의 조폭 연루설과 장 변호사의 조폭 연루 주장이 '한몸'이라고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 봉지욱 기자는 24일 유튜브 '최욱의 매불쇼'에 출연해 '그알'과 박철민을 변호하던 장 변호사의 조폭 연루설이 연결돼 있다고 반박해 눈길을 끌었다.
파타야 살인 사건은 2015년 3월 김형진이 벌인 살인 행각인데 2018년 3월 베트남에서 체포돼 다음달 국내로 송환됐다. '그알'은 석 달 뒤 관련 내용을 처음 폭로했다. '그알'의 조폭 연루설은 성남시장 시절 이재명이 국제마피아파 출신 이준석이 세운 '코마트레이드'에 사업적 특혜를 주고 뇌물을 받았다는 허위 주장을 얼개로 삼은 것이었다. '그알'은 자격기준에 미달하고 회계기록이 부실한 코마트레이드가 성남시 중소기업인대상 장려상으로 선정된 것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과거 국제마피아파 조직원 2명을 변호했던 이재명이 코마트레이드 대표가 이 조직 출신이라는 걸 몰랐겠느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알'이 이재명이 살인사건과 연관됐다거나 이재명이 코마트레이드 등에 관한 특혜에 직접 개입하거나 관여했다고 주장하지 않았다. 하지만 시청자들에게는 도입부에 나온 조폭 영화 '아수라'의 이야기처럼, 폭력 조직과 결탁한 정치인의 이미지를 강하게 덧씌웠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여권에서는 '그알'이 이재명 대통령을 겨냥한 기성 언론의 악마화가 시작된 시점이라고 보고 있다.
봉 기자는 서울중앙지법 재판부의 지난해 11월 9일 박철민의 1심 판결문 가운데 그가 왜 이재명의 조폭 연루설을 주장하게 됐는지를 소상히 밝힌 대목을 소개했다. 2017년 성남 국제마피아파로부터 쫓겨난 박철민은 2021년 3월 경 서울동부구치소에 수용되어 있던 중 '이재명과 성남국제마피아파가 유착되었다는 취지의 의혹을 방송 등을 통해 접하고 자신의 성남국제마피아파 활동 전력을 배경으로 20대 대통령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이재명의 성남국제마피아파와 관련된 구체적 비리를 폭로하여 이재명이 당선되지 못하게 하는 데 기여하게 되면 세간의 주목을 받고 반대 후보 측의 비호를 받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게 되었다'고 판결문에 기재돼 있다.
박철민은 국제마피아파의 일원으로 다른 사건에 연루돼 수감 중이던 이준석 코마 트레이드 대표에게 이재명의 연루설을 함께 폭로하자고 편지를 계속 보내 제안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네 뒤에 누가 있느냐, 그들이 사업 자금을 지원할 수 있는가, 감형도 해줄 수 있는가'를 물었다는 것이다.
박철민은 이 대표를 설득하는 과정에 국민의힘에도 손을 뻗쳤고, '이낙연 캠프', 심지어 윤석열 검찰총장의 이름도 들먹였다는 것이 봉 기자의 전언이다.
박철민의 부친은 국민의힘 소속 성남시의회 의원으로 당시 여당과 각별한 관계를 갖고 있었고, 장 변호사와도 아는 사이였다.
이 과정에 이준석 대표는 박철민과 장 변호사를 고발했고, 검찰이 수사했는데 박철민만 기소하기에 이르렀다. 장 변호사는 빠져나갔다가 나중에 이권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재정신청을 통해 장 변호사도 기소해야 한다고 주장해 검찰의 수사 및 기소가 이뤄졌다.
장 변호사는 지난해 1월 24일 1심 재판부로부터 무죄 판결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박철민의 태도, 박철민과 이준석의 관계, 이준석이 운영하던 주식회사가 자격요건을 갖추지 못하였음에도 성남시로부터 우수 중소기업으로 선정된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는 등으로 이준석과 성남시 사이에 외부로 드러나지 아니한 유착관계가 존재한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었던 점에 비춰, 피고인은 이준석이 박철민을 통하여 이재명에게 뇌물을 공여한 사실이 존재한다고 인식하였다고 보인다'고 결론을 내렸다. 장 변호사의 무죄를 밝히는 증거로 사실상 '그알' 방송 내용이 쓰인 셈이다.
1·2심 재판부 모두 국제마피아파 출신인 박철민이 이재명 낙선을 목적으로 장 변호사에게 허위 제보를 했다고 인정했다. 다만 장영하가 허위임을 몰랐을 수 있다며 무죄를 선고한 1심과 달리, 2심 재판부는 그가 “해당 사실이 허위일 수도 있다고 용인한 채 허위사실을 공표했다”고 봤고 대법원이 지난 12일 이를 확정했다.
특히 법원은 장 변호사가 이재명 낙선을 위해 의도적으로 허위사실을 공표했다고 봤다. 일례로 그는 2021년 10월20일 기자회견에서 '20억 수수설' 근거로 이재명에게 전달됐다는 현금다발 사진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는 이미 이틀 전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김용판 의원이 공개했다가, 허위 제보자 박철민이 자신의 SNS에 올렸던 사진이라는 사실이 드러난 뒤였다.
장영하 변호사가 2021년 10월 20일 경기도 성남시의 한 법무법인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하며 박철민의 돈다발 사진을 증거로 들어 보이고 있다. 2021.10.20 연합 자료사진
재판부는 그뒤에도 장 변호사가 이준석 측에 이재명에게 돈을 건넨 게 맞는지 사실확인을 하지 않고 검증 노력 없이 허위사실을 공표했으며, “20대 대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가 근소하게 낙선한 것을 볼 때 대선에 끼친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박철민은 이 대표를 설득하는 과정에 아버지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이준석 형님께서 만약 이재명 지사님의 비윤리적인 부분에 대하여 명확히 자료 준비를 해주신다면 합리적으로 형량 감축이라든지 어떤 방면에서든 이준석 형님께 확실히 도움을 드릴 수 있는 건가요"라고 묻고 "그것이 명확해야 이준석 형님께 말씀 올릴 수 있습니다"라고 적었다.
그 뒤 박철민은 이준석에게 편지를 보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2021년 8월 19일 편지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다. 박철민이 '국민의힘'과 '캠프', 심지어 'V'란 표현까지 동원해 자신의 뒤에 든든한 뒷배가 있고 금전적 부분, 재판 부분 모두 도움을 주실 것을 약조했다고 큰소리 치는 내용이다.
또 박철민의 지인은 2021년 8월 24일 박철민의 변호사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국민의 힘) 저희 담당자는 이준석이 먼저 조건을 제시하면 그에 맞추겠다'면서 '이준석 측에 이를 전달해달라'고 부탁했다고 전했다.
같은 해 9월 1일 박철민은 문자메시지를 이준석 측 변호사에게 보내 '형량 감축, 변호사 비용 및 변론비용 지원, 사업진행 비용 지원 10억원 지원. 이 정도면 될까요?'라고 묻기도 한다.
심지어 검찰까지 등장한다고 봉 기자는 주장했다. 김형진의 아버지는 봉 기자와 전화 통화를 통해 '걔네(검사)들이 어차피 국제마피아 조직에서 이렇게 돼 가지고, 이런 게 관련돼서 이재명이 하고 옛날 시장 시절과 관련돼 있는데 이런 거 전부 좀 이렇게 좋은 얘기 좀 해주고 그러면 너를 10년 구형으로 상해치사로 마무리할 수도 있다고 말하더라"고 증언했다는 것이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봤을 때 '그알' 제작진이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박철민의 허위 폭로 범행 결심에 상당한 정도로 기여했으며, 장영학 변호사의 1심 무죄 판결에 근거로도 사용된 것을 봤을 때 두 폭로에 상당한 연관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것이 봉 기자의 결론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박철민 부자와 장 변호사의 연결 고리, 국민의힘 관계자, 검찰 관계자 등의 연결 고리에 대한 수사는 하나도 이뤄진 것이 없다는 점이다. 박철민의 허위 폭로는 근거 없음이 드러나기 시작했고, 때마침 대장동 스캔들이 터져 '조폭 연루설'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 임병선 기자 >
'정찰 벌'처럼 언론은 투명한 정보 공유로 나침반 돼야
정찰 벌이 정보 왜곡·사유화하면 꿀벌 사회 몰락 공공재를 사기업이 운영하다 SBS 사태 빚어 공유재인 언론, 사기업이 운영하는 건 모순
공적 기능 띤 권력을 세습하면 봉건제 회귀 언론 광고 무제한 허용땐 사익추구 수단 전락 언론에 공적 자금 배분 '미디어 바우처법'기대
꿀벌이 새로운 집터를 결정할 때는 경이로운 과정이 펼쳐진다. 수백 마리의 정찰 벌들이 각기 다른 방향으로 날아가 후보지를 조사하고 돌아와 '춤'을 춘다. 그 춤은 단순한 유희가 아니라 정보의 공유이자 치열한 설득이다. 동료 벌들은 그 정보를 맹목적으로 믿지 않고 직접 현장에 가서 검증한다. 가장 좋은 장소에 대한 공감대가 일정 수준(임계치)에 도달했을 때에야 비로소 수만 마리의 벌 떼는 이동한다.
여기엔 군림하는 여왕벌도, 정보를 독점하는 사주도 없다. 오직 공동체의 생존을 위한 '투명한 정보의 공유'와 분산된 리더십'이 있을 뿐이다. 인간 사회에서 이 꿀벌의 정찰병 역할을 수행하며 공동체의 나침반이 되어야 할 존재, 그것이 바로 '언론'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의 언론은 공동체의 생존보다 '사주와 자본의 생존'을 위해 춤추고 있지는 않은가.
5년 전 촛불의 시작은 검찰과 언론의 개혁이었다. 우리는 초심을 잊지 말아야 한다. @촛불행동
언론은 왜 '개혁'의 대상인가
최근 SBS사태를 보면서 문득 근원적인 의문이 든다. 언론은 엄연히 사기업이 운영하는데, 왜 우리는 끊임없이 '개혁'이라는 말을 쓰는가? 삼성이나 현대 같은 일반 사기업에 '개혁'을 요구하지 않는 것과 비교하면 이상한 일이다. 사기업은 이윤을 추구하고 주주의 이익에 봉사하는 것이 본질이며, 그 과정에서 위법이 없다면 외부의 간섭을 최소화하는 것이 시장경제의 원칙이다.
그러나 언론은 태생부터 다르다. 언론은 본질적으로 공공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뉴스와 정보라는 '공유재'를 다루는 권력이므로, 이윤이 아닌 공익에 복무하는 존재가 되는 것이 옳은 방향이다.
'공유부(共有富)' 위에 세워진 권력기관
권력은 집단이 의사결정권을 누군가에게 위임함으로써 성립한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올바른 의사결정은 정확한 정보와 지식을 토대로 이루어지는데, 그 핵심에 뉴스가 있다. 뉴스는 공동체와 그 구성원들이 상호작용하며 만들어내는 살아있는 공유재다. 그런데 공동체가 제도를 통해 허가해 준 '언론사'라는 기관이 이 뉴스와 정보를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
이로 인해 언론은 공동체의 의사결정을 좌지우지하는 막강한 권력을 행사한다. 사실상 권력기관인 셈이다. 심지어 때로는 치외법권적 지위까지 누리는 과도한 권력이 되기도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언론사가 누리는 권력과 이윤 창출의 수단인 '전파 기술'과 '정보 네트워크'가 동시다발적인 기술 발달, 즉 공동체 노력의 결과물이라는 점이다. 이는 명백한 '공유부(共有富)'이다.
타인의 노고와 공동체의 자산 위에 세워진 권력이 오직 사주의 이익이나 특정 정파의 영향력 확대를 위해 사용된다면, 이는 사회적 약탈과 다름없다. 헌법이 언론의 자유와 책임을 동시에 명시한 이유는 바로 이 영향력의 막중함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누가 언론을 설립하고 경영할 것인가에 대한 엄밀한 규정 없이, 영리를 추구하는 사기업이 공유재를 운영하도록 방치하고 있다. 이것이 오늘날 대한민국 언론이 마주한 거대한 모순의 구멍이다.
소유 구조의 기형성과 자본권력의 잠식
조선일보와 같이 사기업의 권력이 3대를 넘어 세습되고 있는 것은 언어도단의 기형적인 사건이다. 공적 기능을 수행하는 권력이 세습된다는 것은 중세 봉건제로의 회귀나 다름없다. 한편으로, 국민주주기업으로 출발한 한겨레신문조차 변질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도 결국은 상업 광고를 무제한 허용하는 '이윤 추구의 형태'를 띠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검찰이라는 현실권력에도 영합하고 있다.
구조가 그러하기에 자본 권력에 쉽게 굴복한다. 아무리 창간 정신이 고결해도, 재원의 줄기를 자본에 대고 있는 한 언론은 거대 광고주의 눈치를 보는 '홍보 대행사'로 전락할 위험을 늘 안고 산다. 최근 SBS 사태에서 목격했듯, 언론이 대주주의 사익 추구 수단으로 전락하는 순간 저널리즘은 죽고 경영 논리만 남는다.
그러므로 언론은 적어도 주권자인 국민에 의해 투명하게 관리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단순한 감시를 넘어, 사적 소유가 아닌 시민(국민)이 실질적인 주인이 되는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영리 추구를 배제한 비영리 사회적 기업의 형태로 전환하는 것이 언론 정상화의 올바른 길이다.
내부 권력의 고착화를 막는 '순환과 임기제'
본질적으로 '권력기관'이라는 언론의 속성을 피할 수 없다면, 이 정체성을 합리적으로 제어할 내부적 장치가 필수적이다. 우리는 이미 수많은 사례를 통해 특정 인물이 언론사 내부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논조를 사유화하는 것을 목격해 왔다. 한겨레 같은 국민주주 언론 내에서도 특정 필진이나 간부가 장기간 권력을 독점하며 시민의 목소리보다 자신의 정체성을 우선시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다.
그 핵심 해결책은 내부 구성원, 특히 결정 권한을 가진 이들에 대한 '엄격한 임기제 적용'에 있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다. 권력은 순환해야 건강하다. 편집권과 논설 권력을 특정 개인이 수십 년간 독점하는 것은 민주적 운영 원칙에 위배된다. 영국의 가디언(The Guardian)이 '스콧 트러스트'라는 비영리 신탁을 통해 사주를 없애고, 독일 공영방송이 '방송평의회'라는 시민 거버넌스를 통해 정치를 견제하듯, 우리도 인사와 편집의 권력을 시민과 구성원에게 분산해야 한다.
미디어바우처, 중요한 수단이지만
최근 논의되는 미디어바우처법은 의미 있는 진전이다. 시민이 직접 바우처를 통해 언론사에 공적 자금을 배분하게 함으로써, 광고주로부터 언론을 해방시킬 연료를 제공할 수 있다. 그러나 바우처 제도가 시행된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만약 언론사가 여전히 사적 소유물로 남아 있거나, 내부 권력이 독점된 상태라면 바우처 수익은 또 다른 방식의 '팬덤 저널리즘'이나 '내부 권력 강화'의 수단으로 변질될 것이다. 바우처라는 연료는 비영리 거버넌스'라는 엔진 속에서만 민주주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 수익이 나면 주주에게 배당하는 대신 저널리즘 현장에 재투자하고, 기자는 자본의 눈치가 아닌 주권자의 바우처를 두려워하는 구조, 그것이 우리가 꿈꾸는 언론의 모습이다.
언론의 '주인'을 찾아주는 길
2년 전 국회에서의 언론개혁법안 실패와 최근의 SBS 사태를 보며 다시금 깨닫는다. 곁가지 규제로는 언론을 바꿀 수 없다. 언론은 권력이며, 권력은 사유화될 수 없다는 명제 아래 소유 구조 자체를 수술해야 한다.
꿀벌 사회에서 정보의 사유화는 곧 집단의 몰살을 의미한다. 인간 사회도 마찬가지다. 언론사는 비영리법인이 되어야 하고, 그 운영은 임기제와 시민 참여 거버넌스에 의해 통제되어야 한다. 뉴스를 만드는 것은 기자이지만, 뉴스의 주인은 국민이다. 공유재인 정보를 독점해 사익을 취하는 시대를 끝내고, 언론을 시민의 품으로 돌려주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멈추지 말아야 할 언론개혁의 종착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각) 워싱턴 유니언스테이션에서 열린 전국공화당의회위원회(NRCC) 연례 모금 만찬에서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닷새 연장한 대이란 ‘최후통첩’의 기한이 이번 주말로 다가온 가운데, 미국과 이란은 중재국을 통해 휴전 조건을 교환하면서도 공격 태세를 강화하는 등 양면전술을 이어갔다. 미-중 정상회담 일정이 발표되는 등 트럼프 대통령이 곧 휴전을 선언할 가능성이 제기된 25일(현지시각) 백악관은 이란이 군사적 패배를 인정하지 않을 경우 “지옥 불러올 준비가 돼 있다”고 경고했다. 이란은 “협상 의사가 없다”면서도 자체 요구안을 제시하는 등 협상을 완전히 거부하지 않는 모양새다. 양국의 치열한 힘겨루기가 이어져, 이번 주말이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의 휴전과 확전을 가르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전쟁이 “애초 4~6주로 예상했던 작전 일정보다 앞서가고 있다”며 “이란의 기존 지도부가 제거되면서 정권 지도부에 변화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예상한 일정보다 빠르게 목표 달성에 근접하고 있고, 이란의 정권 교체도 사실상 달성했다는 것이다. 레빗 대변인은 이날 새로 발표된 미-중 정상회담 일정(5월14~15일)이 전쟁 종결 시점을 염두에 둔 것이냐는 질문에 “우리는 항상 전쟁 기간을 약 4~6주로 추정해왔다”며 “그 점을 고려하면 계산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개전 기준으로 4~6주는 3월28일에서 4월11일 사이에 해당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변에 조기 종전 의지를 수차례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측근들에게 장기전을 피하고 향후 몇주 내 전쟁을 끝내고 싶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전쟁이 자신의 다른 정책 우선순위에 “방해가 되고 있다”고 토로했다고 한다. 미군 사상자 증가와 중간선거를 앞둔 정치적 부담이 휴전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조기 휴전 가능성은 주로 이스라엘 쪽에서 제기된다. 이스라엘 방송 채널12는 이날 고위 당국자들을 인용해 미국과 이란이 ‘15개항 종전안’을 놓고 완전히 합의하지 못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이 ‘원칙적 합의’ 수준에서 전투 중단을 선언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조기 휴전을 우려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날 텔아비브 군 지휘부 지하 벙커에서 회의를 열어 ‘향후 48시간 내 이란 방산시설을 최대한 파괴하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이란은 여전히 공식 협상을 부인하고 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은 이날 국영 텔레비전과 한 회견에서 “미국이 제시한 평화안을 검토 중”이나 “지금 협상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로이터 통신은 이란이 중재국들에 이스라엘이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에 대한 공격을 중단할 것을 휴전 조건 중 하나로 내걸었다고 전하는 등 이란 쪽 요구들이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 전쟁을 확장해 끌고 갈 징후도 여전하다. 백악관은 이날 이란이 군사적 패배를 인정하지 않을 경우 “지금까지보다 훨씬 더 강력한 타격을 가하겠다”고 경고했다. 레빗 대변인은 “이란이 군사적으로 패배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점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이 지금까지 겪은 것보다 훨씬 더 강하게 타격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 국방부는 수천명 규모의 병력과 해병대를 중동에 추가 배치하며, 이란 본토나 남부 하르그섬을 겨냥한 정밀 공격 옵션을 준비하고 있다. 미군이 이란 원유 수출의 중심인 하르그섬을 점령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가운데 이란은 대인지뢰 등을 섬 주변에 대거 설치하고 있다. 미군 상륙이 예상되는 해안선에 휴대용 지대공유도미사일 시스템(MANPADS)도 추가 배치했다. < 김원철 기자 >
이란, 미 종전안에 ‘공식답변’…“침략행위 중단, 전쟁피해 배상 보장을”
이란 반관영 언론 보도
26일(현지시각) 이란 테헤란에서 한 여성이 휴대전화로 이란의 새 최고 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의 사진을 들어보이고 있다. 테헤란/로이터 연합
이란 정부가 “협상 의사가 없다”며 미국에 대한 의심을 지우지 않으면서도 15개 항목의 미국의 종전안에 대한 ‘공식 답변’을 전달하고, 상대방의 회신을 기다리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26일(현지시각) 이란 반관영 타스님 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이 미국의 제안에 공식입장이 담긴 답변서를 전달하고, 현재 미국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란 정부는 미국이 제시한 15개 항목의 종전안에 대한 공식 답변에서 침략 중단과 전쟁 피해에 대한 배상 등을 요구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란은 중재국을 통해 전달한 답변서에서 △적대적 침략 및 테러 행위의 즉각 중단 △전쟁 재발 방지를 위한 객관적 여건 조성 △전쟁 피해에 대한 배상 보장 △역내 모든 저항 세력을 포함한 전선에서의 종전 이행 등을 요구 조건을 내걸었다. 특별히 이란은 호르무즈해협에 대한 주권이 이란의 합법적 권리임을 재확인했으며, 미국 쪽의 약속 이행 보장을 강조했다.
소식통은 또 이란이 미국의 종전안 제안을 ‘3중 기만 공작’이라고 규정하며 미국에 대한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고 전했다. 미국이 협상을 내세워 평화를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해 국제 유가를 관리하며 이란 지상 침공을 위한 준비 시간을 벌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주장이다. 소식통은 “이란은 과거 ‘12일 전쟁’과 이번 ‘라마단 전쟁’에서 미국이 협상을 핑계로 전쟁을 시작했다는 점을 기억한다”면서 “미국이 협상이라는 거짓 구실을 내세워 새로운 범죄를 저지를 발판을 마련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6일 새벽(현지시각) 트루스소셜에 종전 논의의 협상 속도를 높이기 위해 이란을 압박하는 듯한 메시지를 내놓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서 “이란 협상단은 매우 이례적이고 이상하다”며 “그들은 우리에게 합의를 맺자고 구걸하고 있다”면서 “군사적으로 초토화돼 재기 가능성이 전혀 없기 때문에, 겉으로 어쩔수 없이 ‘우리의 제안을 검토하고 있다’라고만 한다”고 말했다. < 김태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