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관 진입해 전기 스쿠터와 바퀴를 달아 개조한 들것 타고 약 4일 동안 가스관 통과

 

 
 
지난 10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주 코스탼티니우카의 주거용 건물이 러시아 공습을 받아 파괴된 모습. AP 연합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북동부 하르키우주의 요충지 쿠퍈스크에 지하 가스관을 타고 침투했다. 이 도시가 러시아 손에 떨어지면 우크라이나 제2의 도시인 하르키우와 남동부 도네츠크 등이 더욱 크게 위협 받는다.

 

13일(현지시각) 키이우 인디펜던트는 우크라이나 전황을 분석하는 우크라이나 기관 ‘딥스테이트’를 인용해 이렇게 보도했다. 보도를 보면, 러시아군은 쿠퍈스크에서 동쪽으로 8km 떨어진 점령지 리만 페르쉬이에서 가스관 속으로 들어갔다. 이후 쿠퍈스크 북쪽 마을 라드키우카까지 우크라이나군에 들키지 않고 관을 타고 이동했다.

 

이를 통해 러시아군은 쿠퍈스크와 리만 페르쉬이를 가르는 자연 방어선인 오스킬강을 땅 속으로 우회할 수 있었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도 이날 보고서에서 “러시아군은 가스관에 진입해 전기 스쿠터와 바퀴를 달아 개조한 들것을 타고 약 4일 동안 가스관을 통과했다”고 전했다.

 

라드키우카에서 관 밖으로 나온 이들은 쿠퍈스크 외곽 삼림지대를 통해 이 도시 및 주변 철도 노선으로 진격한 상태다. 이들은 이미 쿠퍈스크 내부에 드론 조종 은신처까지 세워 우크라이나군을 공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군 총참모부는 페이스북을 통해 “쿠퍈스크와 외곽 지역은 우크라이나군의 통제 아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쿠퍈스크 북쪽에 집결한 러시아군이 늘면서 도시 외곽 전투가 치열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쿠퍈스크는 수도 키이우에 이어 우크라이나에서 두번째로 인구가 많은 도시인 하르키우(하르키우주의 주도)로부터 동쪽으로 104km 떨어져 있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 직후 러시아군에 점령됐다가 그해 9월 우크라이나군이 탈환한 바 있다. 이곳이 재차 러시아군에게 넘어가면 하르키우가 받는 군사적 압박이 커진다.

 

또 쿠퍈스크 남쪽으로는 이 전쟁의 격전지인 도네츠크주의 크라마토르스크·슬로우얀스크가 있다. 우크라이나가 쿠퍈스크를 뺏기면 도네츠크주는 남쪽·동쪽에 이어 북쪽으로도 러시아군에 포위된다.

 

한편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군의 드론(무인기)를 피해 ‘지하 침투’를 늘린다는 분석도 나온다. 러시아군은 앞서 2024년 1월 도네츠크주의 요새화된 도시 아우디이우카를 점령할 때도 지하 하수도를 타고 방어선 뒤쪽으로 침투한 바 있다. 지난 3월 쿠르스크주 수자에서도 지하 파이프라인으로 잠입을 시도했다.

 

전쟁연구소 보고서는 “파이프라인을 통한 침투 전술은 우크라이나의 드론 발달에 직면한 러시아 부대들이 현장에서 전술적 혁신과 적응을 한 결과”라며 “파이프라인은 러시아군에게 은·엄폐를 제공해 전진을 가능케 한다”고 분석했다.                    < 천호성 기자 >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 의장 밝혀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이 14일 국회에서 현안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더불어민주당이 14일 내란재판과 관련해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빠른 시간 안에 재판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며 “내란전담재판부에 대해 사법부가 자체적으로 판단해달라”고 요구했다. 사법부 움직임이 없다면 전담재판부 설치를 위한 입법 조처에 나서겠다는 뜻도 밝혔다. 민주당이 설치를 추진해온 ‘내란특별재판부’를 두고 사법부가 거듭 위헌 우려를 제기하며 반발하자, 사법부 스스로 내란재판을 전담할 재판부 구성안을 내놓으라고 공을 넘긴 셈이다.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내란이라는) 사건의 중차대함을 감안할 때 법원이 (전담재판부 설치를) 먼저 주창하고 나섰어야 하는 게 아니냐”며 “사법부가 자체적으로 (경험이 많고 경력이 비슷한 판사들로) ‘경력대등 재판부’를 꾸려서 빠른 시간 안에 제대로 (내란재판을) 진행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이런저런 언급을 하기 전에 사법부 자체적으로 판단해주면 더 좋다”며 “(사법부) 움직임이 전혀 없다고 하면, 결국 입법 부분으로 가야 하지 않나”라고 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달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구속영장 기각을 계기로 ‘내란특별재판부’ 설치를 담은 내란특별법 논의에 본격 착수했다. 해당 법안은 내란 사건의 1·2심 재판을 각각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법에 설치하는 특별재판부가 심리하도록 하고 있다. 민주당은 ‘지귀연 재판부’가 내란재판을 지연하고 있다는 의심 속에 내란특별법 드라이브를 걸며 사법부를 압박하고 있지만, 입법부가 법관 구성과 재판 배당에 관여해 사법 독립성을 침해한다는 반발에 맞닥뜨린 상황이다.

 

일선 판사들은 사건 배당 역시 사법부 고유의 권한이라며 민주당 방안에 대체로 부정적 의견을 내놓았다. 수도권에 근무하는 한 판사는 “조희대 대법원장과 지귀연 판사에 대한 불신이 해소되지 않는 한 특별재판부 주장은 계속될 것”이라면서도 “재판부 구성과 사건 배당은 해당 법원이 결정할 문제”라고 했다.                       < 기민도  이나영 기자 >

 

한국인 구금사태 의식한듯…"우리는 그들을 환영하고 직원들도 환영"

지지층 의식해 '기술전수 위한 외국인 기한부 수용'으로 설명

구매하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EPA=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나는 다른 나라나 해외 기업들이 미국에 투자하는 것을 겁먹게 하거나 의욕을 꺾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서 이같이 밝힌 뒤 "우리는 그들을 환영한다. 우리는 그들의 직원을 환영한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우리는 그들로부터 배울 것이며 그렇게 머지 않은 미래에 그들의 전문 영역에서 그들보다 더 잘하게 될 것이라고 기꺼이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특정 국가나 기업을 언급한 것은 아니지만, 최근 미 이민 당국에 의한 대규모 한국인 구금 사태를 의식한 발언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4일 미 당국은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공장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한국인 317명을 포함해 475명을 체포·구금했다.

 

구금됐던 한국인들은 일 주일여 만에 석방됐지만 이들 중 일부는 합법적인 비자 소지자도 포함돼 있던 것으로 전해지면서 미 당국의 과도한 단속에 대한 반발과 기업들의 투자 위축 우려가 동시에 나오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외국 기업들이 매우 복잡한 제품, 기계, 다양한 '것들'을 만들기 위해 막대한 투자를 가지고 미국에 들어올 때, 나는 그들이 자국의 전문 인력을 일정 기간 데려와서 그들이 미국에서 점차 철수해 자국으로 돌아갈 때까지 미국인들에게 매우 독특하고 복잡한 제품들을 어떻게 만드는지 훈련시켜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또 "우리가 이것을 하지 않는다면, 칩, 반도체, 컴퓨터, 선박, 열차 등과 같이 우리가 다른 나라로부터 만드는 법을 배워야 하거나 많은 경우 우리가 과거에 잘했지만 지금은 다시 배워야 하는 그런 많은 제품에 대한 막대한 투자는 애초에 들어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해외 기업이 미국에 투자할 때 트럼프 행정부로선 전문 인력의 지식 이전 역시 중요하게 보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국인 구금 사태를 계기로 미국에 투자하는 한국 기업들 사이에서 미국에 당장 업무에 투입할 숙련도 있는 기술자가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 데 대한 반박 차원으로도 읽힌다.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SNS 글은 자신의 반(反) 이민 정책에 동조해온 강성 지지층과, 최근 한국인 근로자 300여명 구금 사태를 우려스럽게 보는 한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에 동시에 보내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지지층에 전문기술을 가진 외국 인력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미국의 제조업 기반 재건을 이룰 수 없는 현실을 설명하는 동시에, 한국을 비롯한 각국의 대미투자 기업들에는 전문 기술 인력의 미국 체류를 보장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외국 기술인력을 받아들이는 것은 미국 국민들에게 기술을 전수하기 위함이며, 그 과업이 끝나면 자국으로 돌아간다는 점을 분명히 함으로써 외국 기술인력 유입 허용이 강경한 반이민 정책의 유연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점도 부각했다.

 

한미는 한국인 근로자 구금 사태를 계기로 대미 투자 한국 기업 기술인력의 안정적 미국 체류를 보장하기 위한 비자 제도 개선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 이유미 기자 >

매하기
[그래픽] 미 구금·귀국 한국인 비자 현황 = 미국 조지아주에서 미 이민 당국에 체포·구금됐던 한국인 300여명이 무사히 귀국한 가운데, 업계는 미국 인력 확보와 공장 건설 지연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미국인 고용을 주문하고 있지만, 현장 투입 인력 교육에는 최소 6개월, 많게는 5∼6년이 걸려 업계는 "비현실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방한 미 국무부 부장관 “구금사태 유감…재입국 불이익 없을 것”

구금 사태에 대해 미국 고위 당국자가 유감을 표명한 건 처음

 
박윤주 외교부 1차관이 14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크리스토퍼 랜다우 미 국무부 부장관과 한-미 외교차관 회담을 개최했다. 외교부 제공
 

크리스토퍼 랜다우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한국인 구금 사태와 관련해 유감을 표하며, 유사 사태 재발 방지 약속과 함께 귀국자들의 미국 재입국시 어떤 불이익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번 사태에 대해 미국 고위 당국자가 유감을 표명한 건 처음이다.

 

박윤주 외교부 차관은 14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랜다우 부장관을 만나 한-미 외교차관 회담을 개최했다고 외교부가 밝혔다. 박 차관과 랜다우 부장관은 이 자리에서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엘지(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합작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구금 사태와 이를 계기로 필요성이 제기된 양국 간 비자 제도 개선 협력 등을 논의했다고 한다.

 

박 차관은 이 자리에서 우리 기업 노동자들이 미국 내 구금시설에서 부당하게 감내해야 했던 불편한 처우에 대해 언급하며, 해당 노동자들뿐 아니라 우리 국민이 이번 사태로 인해 깊은 충격을 받았던 것에 유감을 표했다. 또 미국 쪽에 우리 국민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실질적인 재발 방지 및 제도 개선 조치를 취할 것을 강하게 요청했다.

 

박 차관은 특히 “이번 구금 사태 해결 과정에서 한·미 양 정상 간 형성된 유대관계와 양국의 호혜적 협력의 정신이 작용했다”고 평가하면서도 “구금에서 풀려난 한국인의 미국 재입국시 불이익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한국 맞춤형 비자 카테고리 신설을 포함한 다양한 방안 논의를 위한 외교부-국무부 간 워킹그룹 창설과 비자 관련 상담창구 개설 등 후속 조치 이행에 박차를 가하자고도 했다.

 

랜다우 부장관도 이번 사태가 일어난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하고, 이번 사태를 제도 개선 및 한-미 관계 강화를 위한 전기로 활용해 나가자고 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그는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이 문제에 높은 관심을 가진 만큼, 귀국자들의 미국 재입국시 어떤 불이익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한국 기업들의 대미 투자 활동이 미국 경제·제조업 부흥에 대한 기여가 크다는 점을 절감하고 있는 만큼,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한국 노동자들의 기여에 합당한 비자가 발급될 수 있도록 실무협의를 속도감 있게 진행하자고 했다.

 

이 자리에서 양국 차관은 한-미 정상회담 후속 조치와 지역 및 글로벌 정세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박 차관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감한 바와 같이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기 위해 미측이 피스메이커, 한국이 페이스메이커로서의 각자의 역할을 다해 나가자고 했다. 랜다우 부장관은 이에 한국의 대북정책을 잘 이해하고 있다며 향후 대북정책 관련 긴밀한 공조를 지속해 나가자고 했다고 한다.

 

한편 조현 외교부 장관도 랜다우 부장관을 접견하고, 이번 구금 사태가 한국과 미국 모두에게 윈-윈으로 귀결될 수 있도록 후속조처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 서영지 기자 > 

 

서류상 ‘불법 체류’ 인정한 구금 한국인들, ‘불이익 없는 미국 비자’ 과연?

 
미국 이민당국에 의해 조지아주에서 구금됐던 한국인 노동자들이 지난 12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했다. 노동자 귀국에 가족들이 손을 들어 환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크리스토퍼 랜다우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미국 조지아주의 현대차그룹-엘지(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구금 사태와 관련해 유감을 표하며, 유사 사태 재발 방지 약속과 함께 귀국자들의 미국 재입국 시 어떤 불이익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에 대해 미국 고위 당국자가 유감을 표명한 건 처음이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이들 노동자가 다시 정상적으로 비자를 발급받고 미국으로 돌아가 일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윤주 외교부 차관이 14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랜다우 부장관을 만나 한-미 외교차관 회담을 개최했다고 외교부가 밝혔다. 박 차관과 랜다우 부장관은 이 자리에서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한국인 노동자 구금 사태와 이를 계기로 필요성이 제기된 양국 간 비자 제도 개선 협력 등을 논의했다고 한다.

 

박 차관은 이 자리에서 우리 기업 노동자들이 미국 내 구금 시설에서 부당하게 감내해야 했던 불편한 처우에 대해 언급하며, 해당 노동자들뿐 아니라 우리 국민이 이번 사태로 인해 깊은 충격을 받았던 것에 유감을 표했다. 또 미국 쪽에 우리 국민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실질적인 재발 방지 및 제도 개선 조처를 해줄 것을 강하게 요청했다.

 

랜다우 부장관도 이번 사태가 일어난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하고, 이번 사태를 제도 개선 및 한-미 관계 강화를 위한 전기로 활용해 나가자고 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그는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이 문제에 높은 관심을 가진 만큼, 귀국자들의 미국 재입국 시 어떤 불이익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들 노동자가 미국에서 다시 일하기 위해 비자를 발급받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한겨레 취재 내용을 종합하면 귀국한 노동자 330명(외국인 14명 포함) 전원은 미국 현지 교정 시설에서 ‘자진 출국 서류’를 작성해야 했다. 연합뉴스가 14일 보도한 한 노동자의 구금일지에 담긴 자진 출국 서류를 보면, “본인은 이민법에 따라 추방, 송환 또는 입국 거부로부터의 구제 또는 보호를 위한 모든 신청서를 제출할 기회를 포기함을 인정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구금된 한국인들이 이 서류에 서명함으로써 실제 체류 자격을 위반한 노동이 있었는지 등 이민 법원에서 다투는 권리를 잃게 된 셈이다.

 

특히 이 서류에는 “불법으로 미국에 입국하는 것이 범죄임을 인정하며, 출국 후 불법 재입국을 시도하지 않을 것을 서약한다”고 쓰여 있다. 출국자가 자신의 비자와 무관하게 불법 체류 사실에 동의하는 것을 전제로 자진 출국을 신청한 것이다.

 

한·미 당국은 공식적으로 향후 미국으로 재입국 하는 과정에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고 한·미 당국은 밝히고 있지만, 실제로 다시 일하기 위해 비자를 발급 받는 것은 쉽지 않다고 이민 관련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이민법 사건 경험이 많은 한 변호사는 “한국 정부(법무부)도 해마다 불법체류자들을 단속하기 위해서 ‘자진 출국 시 범칙금 미부과’, ‘재입국 시 불이익 없음’을 내세우지만 불법체류 사실 자체는 기록에 남아 있기 때문에 비자를 잘 발급하지 않는다. 앞으로 지켜봐야 하겠지만, 지금까지 미국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했다.     < 이재호  서영지 기자 >

 

구금 노동자들이 전한 ‘인권 침해

 

 
 
미국 이민당국에 의해 구금됐다 풀려난 한국인 노동자들이 12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공동취재사진

 

허리와 손이 한데 묶여 물을 마시려면 고개를 숙여 핥아야 했다. 가림막 없는 화장실에는 하체를 가릴 천 하나가 놓여 있을 뿐이었다. 주먹만 한 구멍 틈새로 햇볕은 거의 들지 않았고, 단 두시간 조그만 마당에 나가는 것만 허용됐다. 여드레를 미국 이민 당국에 구금당한 노동자와 가족들은 2025년, 평범한 한국인으로 살며 상상해본 적 없는 인권침해와 부조리를 전하며 충격을 호소했다.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엘지(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에서 벌어진 불법이민자 단속으로 구금됐던 노동자 330명이 지난 12일 귀환하면서, 구금 당시 겪은 인권침해 상황이 잇따라 전해지고 있다. 14일 이들의 증언 속에 담긴 구금 시설 모습은 위생, 외부와의 연락, 이의 제기, 상황 설명 등 국제사회가 정한 구금자 처우의 최소 규칙(넬슨 만델라 규칙)이 모두 무너진 상태였다.

 

체포 과정부터 황당했다. ‘미란다 원칙’ 고지 등 기본적 설명조차 없어 누구도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40대 엘지에너지솔루션 협력업체 직원 서아무개씨는 “체포를 당하는 상태인 줄도 몰랐다. 신분을 확인하는 절차라고 생각했는데 무슨 문서에 사인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협력업체 직원 ㄱ(48)씨의 가족은 “서류에 ‘어레스트’(arrest·체포)가 눈에 띄어서 하면 안 되는 거 아니냐고 수군거렸는데, 요원들이 총을 들고 있으니 일단은 서명을 하고 말았다고 한다”고 전했다. ‘양파망’ 같은 주머니에 휴대전화 등 소지품을 넣어 수거해 간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 등은 이후 쇠사슬로 노동자들의 팔과 다리를 묶다가, 그마저 부족해지자 ‘케이블 타이’를 이용해 노동자들을 속박했다고 한다.

 

노동자들은 구금 초기, 72인실 임시 시설에 몰아넣어졌다. 이날 연합뉴스가 전한 한 노동자의 구금일지를 보면, 2층 침대가 늘어서 있었고 침대 매트에는 곰팡이가 핀 상태였다. 치약, 칫솔, 담요 등 기본적인 물품들도 구금 이튿날에야 전해진 것으로 보인다. 노동자들은 한기를 견디려 수건을 둘러 몸을 녹였다. 물에서는 냄새가 나 입술만 축이는 노동자가 여럿이었고, 구금 기간 내내 통조림 콩, 토스트 정도가 음식으로 제공됐다.

 

구금 3~4일차에 접어들며 노동자들은 순차적으로 2인1실 방을 배정받았다. 4.96㎡(1.5평) 정도 크기에 2층 침대와 철제 책상이 놓여 있는 형태였다고 한다. 가장 큰 문제는 화장실이었다. 타인과 함께 쓰는 공간에서 변기는 하체를 가릴 천 하나만 둔 채 “오픈”돼 있었다. 협력업체 노동자 조영희(44)씨는 “생리 현상에 있어 특히 인권 보장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 오픈된 화장실에서 해결할 수가 없었다”고 했다. 노동자들에게는 하루 2시간씩 ‘야드’에 나가는 것이 볕을 볼 유일한 시간이었다. 야드는 농구장 절반 크기의 좁은 마당이었다.

 

 ㄱ씨는 가족을 통해 한겨레에 당시 심경을 전하며, 이해할 수 없는 처우 앞에 항의조차 할 수 없는 무력감이 컸다고 토로했다. ㄱ씨 가족은 “무엇을 이렇게까지 잘못한 것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반인권적인 감금을 당하고 있는데, 누구도 사과하지 않는 현실이 크게 다가왔다고 한다”고 전했다. 실제 대한민국 영사 등이 구금자들을 찾은 현장에서도 “우리가 무엇을 잘못한 것이냐, 끝까지 밝혀야 하는 게 아니냐”는 노동자들의 하소연이 이어졌다고 한다. 미국의 투자 요청으로 공장을 지으러 나간 현장에서 맞닥뜨린 예기지 않은 상황이 공포를 한층 키운 셈이다.

 

이성훈 한국인권학회 부회장(성공회대 시민평화대학원 겸직교수)은 “체포 과정, 수십명을 한방에 강제수용하고 열악한 화장실과 음식을 제공하는 등 현재까지 증언들을 보면 구금자 처우 국제 기준에 맞지 않는 부분이 여럿 나타난다”며 “미국이 이런 부분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경향이 있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인권적 차원의 문제 제기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정부는 사건 발생 초기부터 미국 쪽에 유감 표명과 동시에 법 집행 과정에서 우리 국민의 권익이 부당하게 침해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지속해서 제기했다”며 “제한적 외부 통화, 구금시설 상주 의료진의 건강상태 체크 등 우리 쪽 요청을 일부 수용해 개선했지만, 미진했던 부분은 없었는지 등 우리 국민의 인권이나 여타 권익에 대한 부당한 침해 여부 등에 대해 해당 기업들과 함께 면밀히 파악하고, 필요한 조처를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조해영  장종우   이승욱   서영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