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미국 민주주의는 트럼프를 막지 못하는가

● WORLD 2026. 4. 7. 10:34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미국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②]

무너진 하부 구조, 고장 난 상부 구조
구조화된 무력감, 무능한 민주당 겹쳐
시민저항 정치적으로 전환시키지 못해

트럼프는 위기 원인 아닌 드러난 증상
종신제 연방대법원은 고착된 권력기관
최종적 결정 내리지만 교정할 수단 없어

 

3월 28일 미국 시카고에서 벌어진 반 트럼프 시위. 게티이미지 AFP 연합
 

오늘의 미국을 보며 많은 사람들은 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도대체 왜 아무도 이 상황을 막지 못하는가. 법원은 어디에 있습니까. 의회는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언론은 왜 이토록 무력합니까. 그리고 미국 민주당은 왜 늘 원칙과 절차를 말하면서도, 정작 눈앞의 권력 폭주를 제어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입니까. 이 질문은 과장이 아닙니다. 오히려 오늘의 미국을 이해하려면 바로 이 질문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문제는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개인이 너무 강해서가 아닙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그를 제어해야 할 구조가 이미 오래전부터 약화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트럼프는 미국 민주주의 위기의 원인이라기보다, 그 위기를 가장 노골적으로 드러낸 증상입니다.

 

오늘의 미국은 여전히 헌법을 가지고 있고, 선거를 치르며, 의회와 법원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겉으로 보면 민주주의의 형식은 멀쩡합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제도가 존재하느냐가 아니라, 그 제도가 실제로 민주주의를 방어할 수 있느냐입니다. 오늘의 미국은 바로 그 지점에서 무너지고 있습니다. 민주주의가 약해서가 아닙니다. 미국 자본주의의 하부구조가 먼저 침식되었고, 그 위에 세워진 정치제도와 시민의 감정 구조가 함께 흔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 먼저 무너진 것은 미국의 경제적 하부구조

 

오늘의 미국 위기를 트럼프 개인의 언행이나 정당 간 양극화만으로 설명하면 핵심을 놓치게 됩니다. 더 깊은 곳을 봐야 합니다. 미국 민주주의를 떠받쳐야 할 경제적 하부구조 자체가 이미 오래전부터 침식되어 왔기 때문입니다. 2000년대 이후 미국 자본주의의 선택은 분명했습니다. 자국 산업의 재건이 아니라, 금융수익과 주주가치의 극대화였습니다. 미국 기업과 자본은 ‘세계화(Globalization)’와 ‘글로벌 경영(Global Management)’이라는 이름 아래, 미국 내 제조업의 경쟁력을 혁신과 생산성 개혁으로 끌어올리기보다 더 싼 임금과 더 느슨한 규제를 찾아 생산기지를 해외로 이전했습니다. 그 결과 미국은 금융의 중심을 유지했지만, 정작 자기 사회를 떠받칠 생산의 토대는 스스로 허물어 왔습니다. 미국 노동통계국 자료가 보여주듯, 미국 제조업 고용은 장기적으로 구조적 감소세를 보여 왔고, 특히 2000년대 이후 그 하락은 훨씬 더 가팔라졌습니다(미국 노동통계국, 2018; 미국 노동통계국, 2025.9.19).

 

이것은 단지 산업구조 조정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미국 자본주의가 더 이상 자기 사회를 재건하는 방향이 아니라, 자기 사회를 비워가며 수익을 챙기는 방향으로 재편되었다는 뜻입니다. 공장이 사라졌고, 마을이 쇠락했으며, 노동의 자부심이 무너졌습니다. 러스트벨트(Rust Belt)의 몰락은 단순한 지역경제의 후퇴가 아니라, 미국 민주주의의 사회적 토대가 허물어지는 과정이었습니다. 그런데 미국의 지배 엘리트는 이 문제를 생산 재건이나 산업 민주화의 방향으로 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미국 경제는 쌍둥이 적자를 안은 채 군비를 계속 키우고, 제조업은 해외로 내보내며, 금융자본(financial capital)을 중심축으로 유지하는 구조를 더 깊게 굳혀 왔습니다.

 

이 점에서 미국의 재정 상태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체제의 병리입니다. 미국 재무부 집계상 국가부채는 이미 38조 달러대 후반에 접근했고, 의회예산국(CBO)은 2026 회계연도 재정적자를 1조 9천억 달러로 전망했습니다. 같은 전망에서 2026년 순이자 지출은 1조 달러를 넘고, 총지출은 7조 달러를 웃돌 것으로 제시됩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미국의 일반정부 총부채를 GDP 대비 120%대 후반으로 제시하고 있어, 미국은 이미 주요 선진국 가운데서도 매우 높은 부채 부담 구조에 들어와 있습니다(미국 재무부 Fiscal Data, 2026; 미국 의회예산국, 2026.2.11; 국제통화기금 IMF, 2026.2.25).

한마디로 말해, 오늘의 미국은 더 이상 생산국가라기보다, 부채를 굴리며 군사비를 키우는 금융패권국가의 말기 증상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미국의 2024년 군사비는 9,970억 달러로 다시 늘어났습니다(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 2025.4.28).

 

이 구조는 단지 경제 문제가 아닙니다. 그것은 민주주의의 사회적 토대를 갉아먹는 정치 문제입니다. 민주주의는 결국 “이 사회가 나를 먹여 살리고 지켜줄 수 있다”는 최소한의 집단적 신뢰 위에서만 작동합니다. 그런데 미국의 정치·경제 엘리트는 그 신뢰를 스스로 파괴해 왔습니다.

 

더구나 미국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비교적 빠르게 회복할 수 있었던 배경에도 아이러니하게 중국의 성장과 중국 제조업에 대한 의존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미국은 자국의 생산 기반을 비워가면서도 값싼 중국산 상품과 글로벌 공급망을 통해 소비와 금융 팽창을 유지해 왔습니다. 다시 말해 미국은 한동안 중국의 제조업 역량 위에서 자국 금융질서의 연명을 이어온 셈입니다. 패권국가로서는 기이하고, 장기적으로는 지속 불가능한 구조였습니다.

 

■ 월가의 시대 뒤에 빅테크 올리가르히가 올라탔다

 

그러나 미국의 문제는 단지 제조업 붕괴에 그치지 않습니다. 오늘의 미국은 금융자본의 나라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제 미국을 움직이는 핵심 권력은 점점 더 빅테크(Big Tech)–AI–방산 자본의 올리가르히(oligarchy)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20세기 후반과 21세기 초 미국 자본주의의 중심축은 월가로 상징되는 금융자본이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미국에서는 금융자본 위에 다시 플랫폼 권력, 데이터 권력, 감시 권력, 군사기술 권력이 결합한 새로운 지배블록이 형성되고 있습니다.

 

안두릴(Anduril), 팔란티어(Palantir), 스페이스X(SpaceX) 같은 기업들이 보여주는 것은 단순한 기술혁신이 아닙니다. 이 기업들은 국가안보, 감시, AI 전장, 우주 인프라, 미사일 방어체계와 결합하며 국가의 군사·정치 기능 자체를 민간 독점자본과 접합시키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안두릴과 팔란티어는 미국의 차세대 미사일 방어체계 소프트웨어 개발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고, 트럼프 2기 들어 AI·과학기술 국가전략 자문 구조에도 주요 빅테크 수장들이 직접 포진하고 있습니다(Reuters, 2026.3.24; Reuters, 2026.3.25). 즉, 오늘의 미국은 더 이상 단지 금융자본이 지배하는 사회가 아닙니다. 이제는 금융–빅테크–방산–AI 자본이 국가를 공동 경영하는 체제로 이동하고 있는 것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 100일 연설을 듣기 위해 미국 미시간주 머콤 카운티 현장을 찾은 지지자들이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트럼프의 선거 구호)라는 문구가 새겨진 전광판 아래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2025.4.30 연합
 

이러한 변화는 미국 민주주의에 치명적입니다. 왜냐하면 이 새로운 지배세력은 단지 시장을 독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정보, 전쟁, 감시, 여론, 플랫폼, 국가계약, 안보담론까지 함께 틀어쥐기 때문입니다. 민주주의는 이제 선거의 차원에서만 약해지는 것이 아닙니다. 민주주의는 경제구조의 차원에서, 정보구조의 차원에서, 국가권력의 차원에서 동시에 포획되고 있습니다. 트럼프는 이 구조의 바깥에서 난입한 파괴자가 아닙니다. 그는 오히려 이 구조가 낳은 가장 공격적이고 가장 노골적인 정치적 형상입니다.

 

■ 미국 민주당은 노동과 서민의 정당에서 체제관리 정당으로 이동했다

 

그렇다면 미국 민주당은 왜 이 위기를 막아내지 못했을까요.흔히 나오는 답은 미국 민주당이 무능해서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게만 보면 핵심을 놓치게 됩니다. 미국 민주당의 더 큰 문제는 미국 사회를 지배해 온 구조 자체와 충분히 결별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미국 민주당은 오랫동안 러스트벨트(Rust Belt)로 상징되는 공업지대의 노동조합과 도시 산업노동계층에 강한 기반을 두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제조업이 붕괴하고 금융화가 심화되면서, 그 재정적·정치적 기반은 점차 노동조합 중심 구조에서 금융자본, 전문직 엘리트, 실리콘밸리 후원 네트워크 쪽으로 이동했습니다.

 

이 변화는 단순한 후원금 변화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미국 민주당이 더 이상 “노동의 언어”로 사회를 읽기보다, 시장과 기술과 제도를 관리하는 언어로 사회를 읽기 시작했다는 뜻이었습니다. 2000년대 이후 미국 민주당은 빌 클린턴(Bill Clinton),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조 바이든(Joe Biden)으로 이어지는 상당한 집권 경험을 가졌지만, 그 시간 동안 미국 시민 다수는 “미국의 방향이 근본적으로 바뀌었다”는 감각을 거의 얻지 못했습니다.

 

신자유주의는 멈추지 않았고, 군비는 줄지 않았으며, 적자는 누적되었고, 제조업의 쇠퇴도 되돌려지지 않았습니다(미국 의회예산국, 2026.2.11). 특히 2008년 금융위기는 결정적이었습니다. 그 위기는 미국식 신자유주의 질서의 실패가 노골적으로 드러난 사건이었지만, 오바마 행정부는 그것을 체제 전환의 계기로 만들지 못했습니다. 많은 시민이 체감한 것은 단 하나였습니다. 월가는 구제되었지만, 시민의 삶은 그대로였습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미국 민주당의 친금융자본적 성격은 대중에게 선명하게 드러났습니다. 금융개혁의 단호한 전환보다 국가재정과 유동성을 동원한 체제 봉합이 앞섰고, 그 선택은 장기적으로 미국 대중의 분노를 미국 민주당으로부터 떼어놓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이후 미국 민주당은 한동안 실리콘밸리의 대규모 후원과 기술낙관주의의 수혜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이 또한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피터 틸(Peter Thiel)을 비롯한 테크 우파와 다수의 빅테크·벤처 자본가들은 점점 더 공화당과 트럼프 진영으로 이동하거나, 최소한 거래 가능한 권력으로서 트럼프를 선택하는 길로 돌아섰습니다. 그것은 단순한 보수화가 아니라, 규제보다 독점, 민주주의보다 기술귀족정, 공공성보다 올리가르히를 선택한 이동이었습니다(Reuters, 2025.10.9; Reuters, 2026.3.25). 즉, 미국 민주당은 노동의 정당에서 금융과 기술 엘리트에 더 가까운 정당으로 변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대중의 상실감과 굴욕감, 분노와 불안을 정치적으로 번역하는 능력을 잃었습니다. 정치는 사실만으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정치는 사람들이 무엇을 체감하느냐에 의해 움직입니다.

 

그런데 미국 민주당은 오랫동안 이 감정의 층위를 읽는 데 실패해 왔습니다. 그래서 미국 민주당은 옳은 말을 하면서도, 많은 시민에게는 점점 더 멀고 느리고 차가운 정치처럼 보이게 되었습니다. 결국 문제는 단순한 선거기술이 아니었습니다. 미국 민주당은 트럼프를 비판했지만, 트럼프를 낳은 구조와는 끝내 결별하지 못했습니다.

 

■ 미국 연방대법원은 견제장치가 아니라 고착장치가 되었다

 

이제 상부구조를 봐야 합니다. 오늘의 미국 민주주의가 더 심각한 이유는 단지 제도가 느리다는 데 있지 않습니다. 더 큰 문제는 고장 난 제도를 고치는 일 자체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데 있습니다. 가장 상징적인 것이 미국 연방대법원입니다. 미국 연방대법원 판사와 연방판사는 사실상 종신직입니다. 미국 헌법과 의회 해설에 따르면, 이들은 중대한 위법이 없는 한 정해진 임기 없이 자리를 유지합니다. 다시 말해, 잘못된 인선의 정치적 효과가 짧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수십 년 누적됩니다. 한 번 기울어진 사법지형은 선거 한두 번으로는 거의 되돌릴 수 없습니다(미국 의회 헌법해설, 2026).

 

미국 연방대법원은 헌정질서의 최후 보루로 여겨져 왔지만, 오늘날에는 민주주의의 자기교정을 가로막는 고착 장치로 비판받고 있다. 민주주의를 지켜야 할 최후의 기관이, 오히려 권력구조의 장기 고착을 떠받치는 장치로 변하고 있다.
 

그래서 오늘의 미국 연방대법원은 단지 보수화된 기관이 아니라, 한 시대의 정치적 편향이 장기 고착된 권력기관에 가깝습니다. 문제는 이 종신제가 더 이상 안정 장치로만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오늘의 미국에서는 그것이 민주적 책임성의 부재와 정치적 면책의 제도화로 기울고 있습니다. 판사들은 선출되지 않지만 사회 전체의 방향을 좌우하는 결정을 내립니다. 그러나 시민이 그 판단을 직접 교정할 수단은 거의 없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9년의 루초 대 커먼코즈(Rucho v. Common Cause) 판결입니다. 연방대법원은 노골적인 정당형 게리맨더링(gerrymandering) 문제에 대해, 그것이 부당할 수는 있으나 연방 법원이 개입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민주주의의 대표성 자체를 훼손하는 구조적 왜곡을 보고도 법원이 한 발 물러선 것입니다(미국 연방대법원, 2019.6.27). 이 흐름은 2024년 트럼프 대 미국(Trump v. United States) 판결에서 더 노골화되었습니다. 대법원은 전직 대통령의 공적 행위에 대해 광범한 형사상 면책을 인정했고, 그 결과 “권력자도 법 위에 있지 않다”는 헌정질서의 핵심 원칙은 심각한 타격을 입었습니다(미국 연방대법원, 2024.7.1).

 

이것은 단지 판결 몇 개의 문제가 아닙니다. 더 본질적인 문제는 미국 연방대법원이 점점 더 민주주의 방어 장치가 아니라, 민주주의적 교정이 거의 불가능한 권력의 상층 보호막처럼 기능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탄핵도 마찬가지입니다. 미국에서 대통령이나 연방 고위공직자에 대한 탄핵은 존재하지만, 실제로는 극도로 어려운 제도입니다. 하원에서 탄핵소추는 가능해도, 상원에서 유죄와 파면을 위해서는 3분의 2라는 높은 장벽을 넘어야 합니다(미국 상원, 2026). 헌법개정은 더 어렵습니다. 양원 3분의 2, 그리고 주(州) 4분의 3의 동의를 요구하는 구조 아래에서는, 선거인단 개혁이든 대법관 임기제든 구조개혁은 거의 봉쇄 상태에 놓이게 됩니다(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 2025).

 

이 점에서 미국은 한국과 결정적으로 다릅니다. 한국은 두 차례 대통령 탄핵을 통해, 큰 비용을 치르면서도 최소한 헌정질서의 자기교정 능력을 보여준 경험이 있습니다. 반면 미국 시민사회와 미국 민주당이 느끼는 무력감의 더 깊은 바닥에는, “우리가 분노하고, 투표하고, 거리로 나와도, 구조 자체는 잘 안 바뀐다”는 현실인식이 깔려 있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 점이 오늘의 미국 민주주의를 더 무력하게 만듭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이제 권력을 견제하는 기관이 아니라, 한 번 기울어진 권력구조를 세대 단위로 고착시키는 장치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 민주주의는 느리고, 권력은 빠르다

 

오늘의 위기를 더 깊이 이해하려면 정보환경과 시민의 감정 구조까지 봐야 합니다. 민주주의는 본질적으로 느린 체제입니다. 사실을 확인해야 하고, 토론해야 하며, 심의하고, 표결하고, 판결해야 합니다. 원래 그래야 합니다. 그것이 민주주의가 폭주를 막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오늘의 권력은 완전히 다른 속도로 움직입니다. 플랫폼은 숙고보다 반응을, 설명보다 자극을, 맥락보다 분노를, 사실보다 속도를 보상합니다. 최근 연구는 소셜미디어 알고리즘 구조가 정치적 적대감과 양극화를 증폭시키고, 자극적·적대적 콘텐츠 노출을 통해 정서적 분열을 심화시킬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Science, 2026).

 

바로 여기서 트럼프식 정치는 강해집니다. 그는 늘 설명보다 자극을 선택하고, 논증보다 적을 설정하며, 복잡한 현실보다 음모론적 단순화를 택합니다.

이 방식은 민주주의에는 해롭지만 오늘의 정보환경에는 매우 잘 맞습니다. 그래서 시민은 점점 더 많은 정보를 접하면서도, 실제로는 더 적은 현실을 이해하게 됩니다. 정보는 넘치지만 맥락은 사라지고, 뉴스는 많지만 공적 판단 능력은 약해집니다. 그렇게 되면 민주주의의 전제 조건인 공유 가능한 현실 자체가 무너집니다. 그리고 시민은 점점 더 강하게 체감합니다. 민주주의는 왜 이렇게 느린가. 왜 저쪽은 당장 움직이는데, 이쪽은 늘 절차만 말하는가. 이 순간 민주주의는 가장 위험해집니다. 시민이 민주주의의 느림을 신중함이 아니라 무능으로 체감하기 시작할 때, 권위주의는 이미 절반쯤 성공한 것입니다.

 

■ 그럼에도 미국 사회는 아직 굴복하지 않았다

 

미국 전역에서 열린 ‘No Kings’ 시위는, 고장 난 제도 속에서도 민주주의를 포기하지 않으려는 시민사회의 저항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미국 민주주의의 위기는 제도의 무력화에서 드러나지만, 동시에 그것은 거리로 나선 시민들의 저항 속에서도 확인된다.3월 28일 벌어진 미국의 반 트럼프 시위. AFP 연합
 

그러나 여기서 글을 멈추면, 우리는 오늘의 미국을 절반만 보게 됩니다. 미국의 하부구조는 침식되었고, 정치제도는 고장 났으며, 미국 민주당은 체제를 바꾸지 못했고, 정보환경은 독성화되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미국 사회 전체가 이미 굴복한 것은 아닙니다.

한국 시간으로 3월 29일, 미국 현지 3월 28일에는 미국 전역에서 트럼프에 반대하는 대규모 ‘노 킹스(No Kings)’ 시위가 열렸습니다. 주요 보도에 따르면 이 시위는 미국 50개 주 전역 3,200건이 넘는 장소에서 진행되었고, 미국 현대사에서 가장 큰 규모급 항의 행동 가운데 하나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특히 8백만 명 이상 참여라는 수치는 현재로서는 주최 측 추산으로 보아야 하지만, 이번 행동이 미국 사회의 깊은 저항 에너지를 보여준 것은 분명합니다(Reuters, 2026.3.28).

 

이 장면은 매우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오늘의 미국에서 무너지고 있는 것이 시민의 저항 능력 그 자체는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여전히 거리로 나옵니다. 여전히 분노합니다. 여전히 저항합니다. 여전히 민주주의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합니다.

 

문제는 다른 데 있습니다. 오늘의 미국에서 더 심각한 것은, 그 저항을 정치적·제도적 전환으로 번역하는 능력이 약화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거리의 분노는 존재하지만, 그것이 의회 개혁과 정당 재편, 사법 통제와 정보환경 개혁으로 이어지지 못합니다. 시민의 힘은 존재하지만, 그 힘을 제도 변화로 연결해줄 매개 장치가 낡고 약해져 있습니다. 오늘의 미국이 보여주는 비극은 저항이 없다는 데 있지 않습니다. 저항이 아직 충분히 번역되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 결론: 오늘의 미국은 이중 붕괴 속에 있습니다

 

오늘의 미국 민주주의 위기를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하부구조는 무너졌고, 상부구조는 고장 났으며, 시민은 그 사이에서 구조화된 무력감을 학습하고 있습니다.

조금 더 풀어 말하면 이렇습니다. 미국은 제조업을 버리고 금융을 택했습니다. 쌍둥이 적자를 누적하면서도 군비를 키웠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금융자본 위에 빅테크–AI–방산 올리가르히가 올라탔습니다. 그 위에 놓인 정치제도는 종신직 연방대법원과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탄핵, 거의 봉쇄된 헌법개정 구조, MAGA화된 의회와 체제관리 정치에 머문 미국 민주당 때문에 스스로를 고치기조차 어려운 상태에 빠져 있습니다.

미국의 연방재정 전망과 국가부채, 군사비 증가, 그리고 연방대법원의 장기 고착 구조는 바로 그 현실을 보여줍니다(미국 의회예산국, 2026.2.11; 미국 재무부 Fiscal Data, 2026;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 2025.4.28).

 

그리고 그 결과 시민은 민주주의의 느림을 문명의 신중함이 아니라 무능과 패배의 감각으로 체험하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이 비대칭이 오늘의 위기입니다. 민주주의는 느리기 때문에 무능해 보이고, 권위주의는 빠르기 때문에 유능해 보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민주주의의 느림은 본래 무능의 증거가 아니라 폭주를 막기 위한 문명의 장치였다는 사실입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민주주의를 포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민주주의가 다시 시민에게 “실제로 나를 보호하고 있다”는 감각을 회복하게 만드는 일입니다. 그 감각이 사라질 때, 민주주의는 헌법책 속에서는 살아 있어도 현실에서는 패배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오늘의 미국이 우리에게 던지는 가장 무거운 경고는 아마 이것일 것입니다. 민주주의는 하루아침에 무너지지 않습니다. 대개는 먼저, 사람들이 그것을 더 이상 믿지 않게 되는 방식으로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바로 여기서 다음 질문이 생깁니다. 이처럼 하부구조는 무너지고, 상부구조는 고장 나며, 시민의 신뢰까지 침식된 미국은 이제 어디로 가고 있는가. 이 위기는 일시적인 정치 혼란에 그칠 것인가. 아니면 미국은 민주주의의 외피를 남긴 채, 더 노골적인 권위주의와 과두적 지배, 그리고 대외적 폭력에 의존하는 체제로 더 깊이 기울어 갈 것인가. 이제 문제는 왜 미국 민주주의가 트럼프를 막지 못하는가를 넘어서, 이런 미국이 앞으로 어떤 국가로 변해갈 것인가에 있습니다.                   <  이병권 인문연구가 >

 

<참고문헌>

1. 경제구조·제조업 붕괴·금융화

노동통계국(Bureau of Labor Statistics).

「Forty Years of Falling Manufacturing Employment」, 2020.

노동통계국(Bureau of Labor Statistics).

「Employment Situation News Release」, 2025.9.5.

연방준비은행(Federal Reserve Bank of St. Louis), FRED.

「All Employees, Manufacturing (MANEMP)」, 2026.

2. 미국 재정위기·국가부채·군비증강

미국 의회예산국(Congressional Budget Office).

『The Budget and Economic Outlook: 2026 to 2036』, 2026.2.11.

미국 재무부(U.S. Department of the Treasury), Fiscal Data.

「Debt to the Penny」, 2026.

국제통화기금(International Monetary Fund, IMF).

「World Economic Outlook Database: United States」, 2025/2026.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tockholm International Peace Research Institute, SIPRI).

「Trends in World Military Expenditure, 2024」, 2025.4.28.

3. 미국 사법·정치제도·교정불능성

미국 의회 헌법해설(Constitution Annotated, Congress.gov).

「Judicial Tenure and Good Behaviour」, 2026.

미국 연방대법원(Supreme Court of the United States).

『Rucho v. Common Cause』, 2019.6.27.

미국 연방대법원(Supreme Court of the United States).

『Trump v. United States』, 2024.7.1.

미국 상원(U.S. Senate).

「Impeachment」, 2026.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tional Archives and Records Administration).

「The Constitutional Amendment Process」, 2025.

4. 정보환경·알고리즘 정치·시민저항

Science.

「소셜미디어 알고리즘과 정치적 양극화 관련 연구」, 2026.

Reuters.

「Anti-Trump ‘No Kings’ rallies pop up in thousands of U.S. cities」, 2026.3.28.

The Washington Post.

「No Kings protests fill streets at over 3,300 rallies in all 50 states」, 2026.3.28.

The Guardian.

「Third No Kings protest draws millions from across U.S. to push back on Trump administration」, 2026.3.28.

 

 

재판은 내용도 공정하고 외관도 공정해 보여야

유력 대선 후보 배제하려던 ‘희대의 파기환송’
법 절차 판례 모조리 무시한 초고속 졸속 판결

외관과 국민 시선 무시하는 판사들 오만과 독선
조희대 사퇴가 사법부 신뢰 회복의 첫걸음

 

                                                            송요훈 편집위원(전 MBC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금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윤석열-김건희 부부 덕분에 주문자가 원하는 대로 이기는 여론조사를 해주는 ‘고객 만족’ 여론조작 서비스로 유명해진 명태균 씨에게 여론조사를 부탁하고 후원자에게 비용을 대납하게 한 혐의입니다. 물론 오 시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혐의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오세훈 재판에서 새삼 떠올린 ‘희대의 파기환송’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유죄가 선고되면, 공직선거법과 마찬가지로 시장직을 잃는 것은 물론이고 향후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됩니다. 선거에 출마할 수 없는 거죠. 지난 1일에 열린 재판에서 오 시장은 6월 3일에 지방선거에 있으니 5월 초에는 선고를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습니다. 그러자 재판부는 선거 이후에 선고를 하겠다며 오 시장의 요청을 거부했습니다. 판결로 선거에 개입하는 인상을 주지 않겠다는 것이 그 이유였습니다. 그 소식을 들으면서 ‘희대의 파기환송’이 또 떠올랐습니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오세훈 서울시장이 법원에 출석하는 모습. 연합>
 

'시저의 아내는 의심받아서도 안 된다’는 서양 속담이 있다고 합니다. 공인은 도덕적으로 결백해야 할 뿐만 아니라 ‘의심받을 만한 상황을 피해야 한다’는 의미로 쓰인다고 합니다.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끈을 고쳐매지 말라는 우리 속담의 서양 버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람 사는 세상의 이치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똑같습니다. AI에게 물어보니 ‘나쁜 일처럼 보이는 착한 일을 하지 마라’는 격언도 있답니다. 선한 의도로 한 행동이라도 남들이 보기에 오해의 소지가 있다면 하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는 의미라는 건 굳이 설명이 없어도 알겠습니다.

 

그러니까 오세훈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을 맡은 1심 재판부는 법 이전에 인간 세상의 이치에 따른 판단을 한 겁니다. 그런 걸 우리는 ‘상식적인 판단’이라고 합니다. 재판은 내용도 공정해야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외관’도 공정해 보여야 합니다. 세상의 모든 일이 그렇지만 재판은 특히 그러해야 합니다. 판결이 사람의 목숨은 물론이고 나라의 운명까지 좌지우지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윤석열 임명장 받은 대법관들의 초고속 졸속 판결

 

조희대 대법원장과 9명의 대법관은 그러한 이치를 부정했습니다. 이재명 선거법 사건에서 1심 재판부는 유죄라고 했지만, 2심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선거에서의 정치적 발언은 표현의 자유와 선거운동의 자유를 폭넓게 인정해야 한다는, 2020년과 2024년에 나온 대법원의 최신 판례를 충실하게 따른 판결이었습니다. 그런데 대법원은 뭐가 그리 급했는지 법으로 규정한 절차를 무시하며 초고속에 졸속으로 재판을 진행하여 유죄 취지의 파기환송 결정을 내렸습니다. 대법원의 판례를 대법원이 부정한 결정이었습니다. 그런 결정을 내린 10명의 대법관은 모두 공교롭게도 대통령 윤석열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대법관들이었습니다.

 

선거 전에 선고를 내려달라는 오세훈 시장의 요청에 1심 재판부는 난감했을 겁니다. 조희대 대법원장과 9명의 대법관은 ‘유권자들의 올바른 선택을 위하여’ 선거 전에 이재명 사건의 선고를 한다며 ‘초고속 결정’을 옹호했습니다. 그런데 오세훈 사건의 1심 재판부는 ‘유권자들의 선택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서’ 선고를 선거 뒤로 미뤘습니다. 1심 재판부가 몇 달 전에 나온 대법원의 결정을 정면으로 부정한 것이지요.

 

판사 감별 가능하게 해 준 내란 재판 직관

 

TV로 중계되는 내란 재판을 보면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여러 번 했습니다. 언론이라는 중간 매개체가 없이 직접 재판을 볼 수 있었으니까요. 피고인석에 앉은 전직 대통령 윤석열의 말과 행동을 보면서 어쩌다가 저런 인성의 소유자가 대통령이 될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에 빠지곤 했습니다. TV로 중계하지 않고 언론의 보도로만 접했어도 그랬을까요? 아닐 겁니다. 대선후보 윤석열을 영웅으로 미화하며 불량품을 우량품으로 호도한 재래식 언론은 법정에서 있었던 일을 있는 그대로 전하는 ‘사실 보도’를 하지 않았을 것이고, 여론은 사분오열되어 하루도 맑은 날이 없었을 겁니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선고 공판 TV 생중계 장면.. 연합
 

백 마디의 말이 한 번 직접 보는 것만 못하다고 했습니다. 재판을 끌어가는 재판장의 태도를 보면서 판결을 예상할 수도 있었습니다. 재판을 이상하게 끌고 가더니 역시나 수상한 판결을 내리는 판사도 있었습니다. 재판의 독립은 누가 뭐라든 판사 맘대로 하라는 의미가 아닐 텐데, 재판의 독립을 국민으로부터의 독립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인가 하는 의구심이 드는 판사도 있었습니다.

 

재판에서 외관은 중요합니다. 여동생을 어릴 적부터 상습적으로 성폭행해온 의사에게 무죄를 선고한 판사가 있었습니다. 누가 봐도 의아한 판결이었습니다. 2심 판사는 그 의사에게 징역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습니다. 이쯤 되면, 1심 판결에선 전관예우든 재판 거래든 부정한 일이 있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도 그 판사에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후에 전 국민의 관심이 쏠린 재판을 맡았고, 역시나 존중할 수 없는 판결로 법원의 신뢰에 큰 상처를 남겼습니다.

 

국민 시선 따위 안중에 없었던 판사들의 출세길, 그 정권의 말로

 

김태규 판사가 있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하는 유인물을 배포한 시민단체 활동가들에게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항소심은 반대로 ‘민주주의 국가에서 대통령은 비판과 풍자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김학의 출국 금지는 미친 짓이다,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은 잘못된 판결이다 등등의 튀는 언행으로 법원의 신뢰에 먹칠을 하다 법원을 떠났는데, 윤석열 정권은 방통위 부위원장에 발탁했습니다. 외관은 나쁜 일을 나쁘게 한다고 말하고 있었지만, 윤석열도 김태규도 개의치 않았습니다. 외관 따위는 개의치 않고 국민의 눈치를 살피지 않던 윤석열 정권은 그렇게 무너져 내렸습니다.

 

버스요금 800원을 횡령한 버스기사에게 노사 간의 신뢰를 깨뜨렸다며 유죄를 선고한 판사가 있었습니다. 그 판사는 변호인에게서 85만 원 상당의 접대를 받은 검사에 대한 면직 처분은 수위가 가혹하다며 징계 취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그 판사는 윤석열 정부에서 대법관이 되었습니다. 국민의 시선은 따가웠지만, 외관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외관을 중시한다는 것은 남들의 시선을 의식한다는 겁니다. 이럴 때의 남이란 국민이고, 외관에 개의치 않는다는 것은 국민의 시선 따위는 안중에 없다는 의미가 됩니다.

 

12.3 계엄의 밤에 대법원에서는 긴급 간부회의가 열렸습니다. 조희대 대법원장의 지시로 소집된 회의였고, 그 자신도 참석했습니다. 다음 날 출근길에 조 대법원장은 계엄의 불법성을 묻는 기자들에게 ‘어떤 절차를 거쳤는지 지켜봐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12.3 계엄은 명백한 불법인데 대법원장의 입에서 나온 말은 엉뚱했고, 탄핵을 피할 수 없게 된 대통령 윤석열을 감싸는 발언으로 해석됐습니다. 외관은 그랬습니다. 심야의 간부회의도 계엄에 협조하려는 회의가 아니었냐는 의심이 뒤따랐습니다. 대법원에선 아니라고 했지만, 외관이 준 의심은 해소되진 않았습니다.

 

<

12.3 계엄 다음날 출근길에 조희대 대법원장은 12.3 계엄의 불법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어떤 절차를 거쳤는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출처: KBS 뉴스
 
 

다수의견이 되어야 마땅했던 소수의견

 

대선을 불과 한 달 앞두고 대법원은 2심에서 무죄로 판결한 이재명 선거법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했습니다. 대법원의 최신 판례에 따른 2심 판결이고, 그 판례를 남긴 대법관이 현직에 있는데도, 대법원은 대법원의 판례를 부정했습니다. 후보자에게 출마의 자격이 있는지 명확히 하여 당선 후에 생기는 헌법적 논란과 국가적 손실을 미연에 방지한다는 것이 이유였지만, 외관부터 그렇지 않았습니다.

 

전례 없는 초고속이고 법과 규정을 무시한 졸속이었습니다. 국가적 위기 상황을 가장 잘 헤쳐나갈 것이라는 국민의 기대감으로 인하여 당선 가능성이 가장 높은 후보자의 대선 출마를 판결로 봉쇄하려는 결정이었습니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나라가 큰 혼란에 휩싸이게 될 것이 명약관화한데도 조희대 대법원장은 사법부를 기꺼이 정치의 한가운데로 밀어 넣었습니다. 그런데도 조희대 대법원장은 법과 양심에 따른 결정이었다고 주장합니다. 대법원이 민주주의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로 기능했다면, '희대의 파기환송'에서 열두 명의 대법관 중에 두 명의 대법관(오경미·이홍구)이 낸 소수의견이 대법관 모두가 만장일치로 찬성한 다수의견이 되었어야 했습니다.

 

“역동적인 선거운동의 과정에서 펼쳐지는 각 정치집단의 다양한 정치적 공방 중에서 검사가 기소편의주의를 내세워 일부 표현만 임의로 선정하여 기소하는 상황을 가정하게 되면, 법원은 두루 이루어진 정치적 공방 중 기소된 당사자의 발언만을 법의 심판대에 올려놓고 재판할 수밖에 없다. 법원이 아무리 객관적이고 공정한 절차로 법에 충실하게 재판한들 국민으로부터 검사의 자의적 법집행에 동조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말만 번지르르한 콩가루 집안의 가장, 물러나야 마땅하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올해 1월 2일에 있었던 대법원 시무식에서 내란 재판은 TV로 중계된다는 점을 언급하며 “작은 언행 하나에도 유의해 불필요한 오해를 초래하지 않도록 각별히 유념하라”고 판사들에게 당부했습니다. 몇 달 전에 있었던 ‘희대의 파기환송’을 기억한다면 자기 얼굴에 침을 뱉는 당부인데, 조희대 대법원장은 ‘외관’을 중시하라는 말을 태연하게 했습니다.

 

대법원의 판례에 따른 판결을 대법원이 부정하고, 대법원의 결정을 1심 재판부가 부정합니다. 외관으로 보면 콩가루 집안이 따로 없습니다. 이게 다 사법부의 수장인 조희대 대법원장이 자초한 비극입니다.

지금부터라도 ‘외관’을 중시하는 사법부가 되면 좋겠습니다. 국민이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국민의 눈치를 살피는 사법부가 되면 좋겠습니다.

 

그러려면 투명해야 합니다. 국민이 법원에서 벌어지는 일을 투명하게 볼 수 있어야 합니다. 판결문 공개도 그중의 하나입니다. 성범죄나 이혼 등 가정사가 아닌 모든 판결문을 즉시 공개하면 좋겠습니다. 사법개혁에 반대하기 전에 사법부 스스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려 애쓰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습니다.

외관을 무시하고 국민의 시선을 무시하는 오만과 독선으로 사법부 신뢰를 무너뜨린 조희대 대법원장이 스스로 물러나는 것도 사법부가 신뢰 회복을 위해 애쓴다는 것을 보여주는 첫걸음이 될 겁니다.

판결문은 공개되어야 하고 법원은 투명해져야 하고 조희대 대법원장은 물러나야 합니다.

 

민주 최고위, 교도관들 질의응답 영상 음성 들어

"연어회덮밥 수사관과 받아와 영상녹화실에"
"창고 공간서 검사 없이 공범들 장시간 얘기"
5월 17일 말고도 같은 장면 본 날 있다 증언
김동아 의원 "수원지검 위증죄 기소에 참담"

리호남 필리핀 없었고, 불리한 문건은 누락
정청래 "조작기소 특검 통해 책임 묻겠다"
수사팀 단체대화방 만들어 국정조사 대비
수사하던 검사들 교도관 1~5분 전화 조사

 

미디어오늘 동영상 화면 갈무리
 

“이 내용을 듣는 순간 진짜로 피가 거꾸로 솟았다. 이럴 수가 있나? 검찰이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고 그랬는데 지금 교도관들의 증언으로 다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일 오전 수원의 경기아트센터 소극장에서 현장 최고위원회를 열어 지난 3일 김동아 민주당 의원이 정치검찰 조작기소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위 증인으로 출석한 교도관들과 질의 응답을 나눈 동영상 음성을 마이크에 대고 들려준 뒤 이렇게 말했다. 쌍방울 그룹의 대북송금 수사 과정에 이른바 연어회 술 파티가 검사실에서 있었고 진술 회유가 있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고 강조한 것이다.

 

김동아 특위 위원은 3일 국정조사 특위에서 “우선 구치소에서 오신 김현창, 전진걸, 김동규, 황성준 증인님, 열악한 환경 속에서 수용자의 처우와 계호 업무로 인해 고생하신다는 점 잘 알고 있다”며 “여러분께서 직접 현장에서 목격하신 내용을 사실대로 진술해 주시기를 부탁드리겠다”고 질의를 시작했다.

 

김 의원이 “먼저 전진걸 증인께서는 아까 증언하시기로는 외부 음식이 반입된 것을 목격한 적이 있고 공범끼리 함께 얘기를 나누는 장소를 검사가 마련해서 편의를 봐준 게 있다는 것을 목격했다고 말씀하셨는데 그게 사실입니까”라고 묻자, 전진걸 교도관은 “네 맞습니다”라고 답했다.

 

이어 김동아 의원은 김현창 교도관에게 “전진걸 증인께서 아까 답변하신 내용 그대로 목격하시고 경험하셨습니까”라고 묻자, 김현창 교도관은 “(전진걸 증인과) 같이 근무한 적이 없지만 저도 본 적은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김 의원이 “혹시 여기 나오신 증인 분 중에 수사관이나 검사 없이 공범끼리 모여 있는 걸 본 적 있으시냐”고 묻자 전진걸 교도관은 “그 1313호(박상용 검사실) 맞은편 창고라는 공간에서 수사관, 검사 없이 장시간 얘기하면서 대기하는 걸 본 적이 있는데 당시 제가 그 당시에 요구해서 그 이후부터는 아마 검사관 그 검찰청 직원이 거기 상주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김동아 의원이 김동규 교도관에게 “(2023년) 5월 17일 직접 연어회덮밥을 받아오셨다고 하는데 맞느냐”고 묻자, 김 교도관은 “네 제가 검찰 1층 청사에서 같이 있던 수사관이랑 가서 받아왔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외부 배달업체로부터 받아온 거냐”는 질문엔 “정확히 누구한테 받았는지는 모르겠는데 바깥에서 받아왔습니다”라고 답했다. 김 의원이 “그것을 받아 영상 녹화실에서 김성태와 이화영 등등이 먹은 거죠”라고 캐묻자, “네 맞습니다"라고 증언했다.

 

정청래 대표는 최고위원들과 함께 교도관들과의 질의 응답 영상 음성을 들은 뒤 곧바로 김동아 의원과 전화 통화를 진행했다. 정 대표는 "김동아 의원님. 국조특위에서 한 발언, 지금 듣고 제가 천인공노할 일이라고 했는데, 본인은 이 질문하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어요”라고 물었고, 김 의원은 “사실 저희가 연어 술 파티가 있었다는 것을 다 알고 있었지만, 생생한 교도관들의 목소리로 증언이 나오는 순간, 정말 검찰의 조작 날조가 너무너무 많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특히 지금 수원지검은 이화영 부지사가 연어 술 파티가 있었다는 증언을 했다는 이유로 위증죄로 기소까지 했는데, 이렇게 한 사람의 인생을 수사로서 망치는 거에 대해서 정말 참담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이화영 평화부지사의 개인 인생을 망친 것뿐만 아니라 이것은 대한민국의 사법 정의를 말살한 국가폭력”이라며 “야당의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후보에 대한 야당 탄압, 정적 죽이기였다는 것이 지금 백일하에 다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국정조사 특위를 통해 이런 범죄 행위가 드러난 것은 조작기소 특검을 통해서 확실하게 법적인 책임을 묻도록 하겠다”고 했다.

 

정 대표는 또 “천인공노할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의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며 “북한의 리호남은 필리핀에 오지 않았다는 사실은 결정적 증거”라고 주장했다. 이어 “돈을 줬다는데 돈을 받은 사람이 필리핀에 안 간 것”이라며 “조작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건태 민주당 의원은 지난 3일 국조 특위의 관련 기관보고에서 “김성태(쌍방울 전 회장)가 2019년 7월 필리핀에서 리호남에게 이재명(당시 경기 도지사) 방북 비용을 줬다고 하는데 국가정보원과 통일부 보고서에 따르면 리호남은 그때 (필리핀에) 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경기도 스마트팜 사업과 관련해서도 “국정원장이 보고한 내용에는 이재명 대통령과 이화영 전 부지사에게 유리한 사실이 충분히 있었지만, 이런 부분이 누락됐다”며 “이 역시 조작 의혹을 뒷받침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민주당은 박상용 검사에 이어 당시 수사팀이었던 수원지검 형사6부부터 수원지검장까지 국정조사 대상으로 삼았다. 특위 위원장인 서영교 위원은 5일 기자간담회에서 “박상용 위에 있던 홍승욱 수원지검장, 김영일 2차장, 김영남 형사제1부장이 조작 수사에 어떻게 개입되어 있는지가 드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국조특위 소속 한 의원은 한 신문에 “박 검사가 증인 선서를 거부한 건 사실 미묘한 스탠스 변화”라며 “윗선에서의 지시를 밝혀내는 게 다음 목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혼자 십자포화를 맞고 있는 박 검사의 입장을 역이용해 검찰 내 지시 하달 과정까지 밝혀내겠다는 취지다.

 

박 검사와 함께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을 수사했던 수원지검 형사6부 검사들도 민주당 국조특위의 타깃이 됐다. 지난 3일 진행된 국조특위 기관보고에서 당시 대북송금 수사팀이 단체대화방을 만들어 국정조사에 대비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수사팀이었던 고두성 검사는 단체대화방 개설 사실을 묻는 이용우 민주당 의원 질의에 “송민경 부장, 박상용 부장, 김성훈 부장, 함석욱 검사 이렇게 있다”고 답했다.

 

송민경·박상용·김성훈·함석욱·고두성 검사는 2023년 당시 수원지검 형사6부 소속이었다. 송 검사는 2023년 6월 조사 당시 이화영 전 경기부지사로부터 ‘쌍방울그룹의 대북송금 비용 대납에 대해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에게 보고했다’는 진술을 직접 들은 검사로 알려져 있다.

김 검사는 지난 2월까지 대검찰청 감찰부에서 박 검사에 대한 감찰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박 검사와 절친한 사이로 파악됐다. 

 

국조특위 민주당 간사인 박성준 의원은 “김 검사는 서울고검 인권침해 조사TF의 감찰 내용을 ‘조작’이라며 묵살해야 한다는 주장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며 “조작 수사 가담 의혹이 있는 검사가 박상용과 관련한 대검 감찰에 관여하는 것은 그 자체로 이해충돌”이라고 주장했다.                                                           < 임병선 기자 >

 

김승원 의원실이 만든 표, 춘천MBC 화면 갈무리

 

피가 거꾸로 솟을 만한 장면은 하나 더 있다. 위 사진은 김승원 민주당 의원이 3일 국조 특위에서 질의한 내용인데 연어회 술파티 의혹이 큰 파장을 일으킨 뒤 수원지검이 어떻게 감찰 조사를 진행했는지를 요약한 표다. 당시 이 사건을 수사하던 송민경 부부장검사와 고두성 검사가 각각 김동규와 전진걸 교도관 등을 전화로 조사한 사실을 보여준다. 김현창, 황성준 교도관들도 수원지검 조사관들이 이렇게 전화로 짧게는 1분, 길어야 5분 조사해놓고 그것을 감찰 결과로 발표했다니 어안이 벙벙해지기까지 한다.               < 임병선 기자 >

법무부, 이제야 '대북송금 수사' 박상용 직무정지

● COREA 2026. 4. 7. 09:53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구자현 총장대행이 요청,정 장관 곧바로 수용

연어회 술파티로 허위자백 회유 특별감찰
직무상 의무 위반, 수사 공정성 의심할 만
2023년 두 차례 전화 통화 녹취록 공개 후

방송과 소셜미디어 통해 자신의 주장 강변
"대검과 법무부 왜 지켜만 보느냐" 원성 사
서민석 변호사, 고검 TF에 통화 녹취록 제출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을 수사했던 박상용 인천지방검찰청 부부장검사가 3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정권 정치검찰조작기소 의혹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서영교 위원장의 대기 장소 이동 조치에 따라 엘리베이터에 오르고 있다. 2026.4.3 연합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6일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수사 과정에 제기된 '연어·술파티 회유 의혹'의 당사자인 박상용 검사의 직무를 정지시켰다.

 

법무부는 정 장관이 대북송금 사건 수사 과정에서의 직무상 의무 위반, 수사 공정성에 의심이 가는 언행 등의 비위로 감찰 중인 박상용 인천지검 부부장검사에 대해 직무 집행의 정지를 명했다고 밝혔다. 구자현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찰청 차장검사)이 검사징계법 8조에 따라 박 검사의 직무 집행을 정지해줄 것을 정 장관에게 요청한 것을 곧바로 받아들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사징계법 8조에 따르면 검찰총장은 해임, 면직 또는 정직 사유에 해당한다고 인정되는 사유로 조사 중인 검사에 대해 징계 청구가 예상되고, 그 검사가 직무 집행을 계속하는 것이 현저히 부적절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법무부 장관에게 그 검사의 직무 집행을 정지하도록 명해 줄 것을 요청할 수 있다.

 

법무부 장관이 그 요청이 타당하다고 인정한 경우 2개월의 범위에서 직무 집행의 정지를 명해야 한다. 법무부는 정 장관이 비위 사실의 내용에 비춰 박 검사가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현저히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직무집행을 정지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검은 현재 2차 종합특검에 이첩된 진술 회유 의혹 사건과 별개로 서울고검 인권침해점검 태스크포스(TF)를 통해 박 검사에 대한 감찰을 진행 중이며 감찰 결과에 따라 신속하고 엄중히 조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박 검사는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과 관련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등을 조사하면서 '연어 술파티'를 벌여 회유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법무부는 작년 9월 이에 대한 자체 조사 결과 '2023년 5월 17일 '연어 술파티' 정황이 있었다'며 감찰을 지시했다.

 

이후 출범한 서울고검 인권침해점검 TF는 감찰 과정에서 범죄 혐의점을 발견해 수사로 전환했다. 다만, 앞서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장 및 쌍방울 임원 등에 대해 횡령 등 혐의로 청구한 구속영장은 법원에서 모두 기각됐다.

 

한편 법무부 설명에 빠졌지만, 박 검사는 2023년에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를 변호하던 서민석 변호사와 나눈 전화 통화 녹취록이 지난달 말부터 폭로되면서 커다란 논란에 휩싸였다. 두 사람이 2023년 5월 25일과 6월 19일 두 차례 나눈 전화 통화 녹취록이 20분 안팎씩 분량이 공개되면서 박 검사는 허위 자백을 회유하거나 압박했다는 의혹이 일었다. 

 

이 과정에 박 검사는 방송 출연, 소셜미디어에 자신의 의견을 여과하지 않고 발표하거나 비아냥거리는 등 검찰 공무원으로서 아주 이례적인 행보를 했다.

 

박 검사는 또 지난 3일 조작기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증인으로 소환돼 출석했으나 증인 선서를 거부했다.  증인 선서를 거부한 이유를 설명하겠다며 마이크를 든 채 발언을 했고, 이에 서영교 특위 위원장이 마이크를 잡으면 안 된다고 하는데도 계속 발언하는 등 오만불손한 행동으로 공분을 샀다. 

 

지난달 말부터 대검찰청과 법무부가 왜 박 검사의 직무를 정지시키지 않고 그대로 지켜보고만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서민석 변호사가 6일 서울고등검찰청 앞에서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수사와 관련해 박상용 검사와의 통화 녹취 파일 등을 제출하는 소회를 밝히고 있다. 그의 왼쪽은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 2026.4.6 연합
 

한편 서민석 변호사는 이날 '연어·술파티 회유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고검 인권침해점검 TF에 출석해 박상용 검사와의 통화 녹취 파일 등을 제출했다. 서 변호사는 고검 청사에 출석하면서 "이 사건의 본질은 검사가 피의자와 그 변호인에게 때로는 압박하는 방법으로, 때로는 회유하는 방법으로 거짓 진술을 끌어내려 했던 것"이라며 "서울고검에 통화 녹음 파일을 증거로 제출하고 직접 녹음한 원본임을 분명히 진술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제가 공개한 녹음 파일을 공천뇌물이라 주장했고, 야당은 짜깁기 조작이라며 고발까지 언급하고 있다"며 "만약 이 녹음파일이 저의 이익을 위해 조작·재구성된 것이라면 저는 청주시장 예비 후보직을 즉시 사퇴하고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강조했다.

 

함께 출석한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박상용 검사의 통화녹취를 통해 검찰이 이재명 대통령을 겨냥해 결론을 미리 정해놓고 진술을 꿰맞추려 했던 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더 확실하게 생기고 있다"며 "수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기소의 방향이 이미 정해졌던 건 아닌지 의심까지 드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서 변호사는 이번에도 박 검사와의 통화 녹취 전체를 제출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기왕에 공개된 2023년 5월 25일과 6월 19일 통화 녹취록 파일만 제출했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 임병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