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 유성호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이번 지방선거부터 선거 연령을 16세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라고 제안한 가운데, 당 수석대변인은 "법 통과를 위해서는 민주당이 받아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그럴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내에서도 민주당의 호응 없이는 장 대표의 제안을 실현할 방안이 마땅치 않다는 게 현실이라는 점을 인정한 셈이다.

정의당 "지선 앞두고 청소년 표 얻기? 아니라면 증명하라"

박성훈 당 수석대변인은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당장 이번 지방선거에 이 부분(선거 연령 16세 하향)이 반영되거나 그럴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선거법 개정을 해야 되는 부분이라서"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장 대표는 연설 때 이번 지방선거부터 도입하자고 했다'라는 말에 "더불어민주당에서 동참하느냐에 달려 있다"라며 "본인들에게 불리하다고 생각하면 (민주당은) 안 받을 것이다. 그리고 이미 이 이슈를 우리에게 뺏긴 상황이라 '굳이 (동참)해 줄 필요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선거 연령 하향에 반대하던 자유한국당 시절과 달리 입장이 바뀐 이유'를 묻는 말에는 "그때랑 지금은 당이 지향하는 바가 바뀌었다. (현재는) 청년 중심의 정당이 되어야 한다는 판단이다"라고 답했다.

또 '선거 연령 16세 하향 안이 지방선거 전략 중 하나인가'라는 질문엔 "전반적으로 보면 국민의힘이 청년들을 전면에 내세우는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해 민주당은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고 있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장 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 총평에 대해 서면으로 브리핑했다"라며 "(선거 연령 하향과 관련해서는) 일일이 논평할 필요가 없다"라고 했다.

다만, 정의당은 같은 날 청소년위원회 명의로 낸 성명에서 "장 대표의 만 16세 선거권 추진을 환영한다"라면서도 "그러나 국민의힘은 자격 없다"라는 입장을 냈다.

이어 "국민의힘이 갑작스럽게 청소년 선거권과 인권을 논할 자격이 있는지는 묻지 않을 수 없다"라며 ▲ 그간 보수정당이 청소년의 정치적 기본권 확대에 반복적으로 반대해 온 점 ▲ 국민의힘이 지난해 12월 서울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한 점 등을 나열했다.

특히 "장 대표의 목적이 다가오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청소년들의 표를 얻기 위함이 아니라, 진정으로 청소년의 정치적 기본권 확대와 청소년 인권 증진을 위한 것이라면 행동으로 증명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장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진행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선거 연령을 16세로 낮추는 방안을 선도적으로 추진하겠다"라며 "이번 지방선거부터 선거 연령을 낮출 수 있도록 정치개혁특위에서 논의를 시작할 것을 제안한다"라고 밝혔다.

그 이유로는 "대한민국 청소년들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고 사회적 판단력에 있어서 성인들에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 16세 이상이면 정당의 당원이 될 수 있다"라는 점 등을 들었다.

부작용 우려에 대해서는 "교실의 정치화에 대한 부모님들의 염려도 잘 알고 있다"라며 "보수·진보 교원단체와 학부모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하여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원칙을 확립하고, 주입식 정치 교육을 엄격히 금지하는 가이드라인을 법제화하겠다"고 덧붙였다.                                                                                                        < 박수림 기자 >

박근혜 자택 예정지에 지지자들 발길2022년 2월 12일 박근혜씨가 퇴원 후 머물 것으로 알려진 대구 달성군 사저에 지지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 연합
 


"박근혜 대통령님을 지키겠습니다."

눈물로 호소하며 후원금을 모으고 책을 팔았던 그들이, 이제는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의 집을 가압류했습니다.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아래 가세연)'와 운영자 김세의씨의 이야기입니다.

박근혜씨의 대구 달성군 사저가 가세연과 김세의씨에 의해 가압류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습니다. <주간조선> 보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1월 30일 김씨 등이 박씨를 상대로 낸 부동산 가압류 신청을 인용했습니다. 청구 금액은 총 10억 원(김세의 9억, 가세연 1억)입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대통령님을 위해 목숨을 바치겠다"던 모습과는 사뭇 다른 풍경입니다. 과연 이것이 그들이 말하던 '의리'이자 '애국'이었을까요? 아니면 철저한 '비즈니스'였을까요?

'남은 10억' 두고 갈리는 양측의 주장

사건의 발단은 2022년 1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박근혜씨가 사면 후 머물 대구 사저를 매입할 당시, 자금이 부족하자 김세의씨가 21억 원, 가세연이 1억 원, 강용석 변호사가 3억 원 등 총 25억 원을 건넸습니다.

당시 김씨는 이 돈에 대해 "내 개인 돈이다. 과천 땅이 수용되면서 받은 보상금"이라며 박씨를 돕기 위한 순수한 호의임을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관계가 틀어지자 상황은 급변했습니다. 박씨 측은 이미 15억 원을 갚았지만, 남은 10억 원의 성격을 두고 양측의 주장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습니다.

박씨 측 관계자는 <주간조선>과의 통화에서 "김세의씨가 (옥중서신) 판매이익금 10억 원을 보장하겠다고 구두로 약속했었다"며 "빌린 25억 원에서 이 판매이익금을 제하면 15억 원이 남기 때문에, 박씨는 빚진 15억 원을 가세연에 모두 갚았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이 관계자는 "가세연이 옥중서신으로 7억 원가량을 벌었다고 알려왔었는데, 설령 구두 약속을 없었던 일로 치고 이 계산을 따르더라도 남은 빚은 3억 원"이라며 "그런데 돌연 가세연이 10억 원을 청구 소송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현재 박씨 측은 변호사를 선임해 법원에 답변서를 제출한 상태입니다.

반면 김씨는 "오히려 가세연이 이용당했다"며 "판매이익금으로 10억 원을 변제해주겠다고 약속한 적 없다"고 맞섰습니다. 김씨는 "남은 10억 원에 대한 정산 협의를 위해 유영하 의원과 박씨 측에 내용증명을 두 차례 보냈지만 모두 답이 없었다"며 "박씨의 명예를 훼손하고 싶지 않았지만, 협의 요청이 계속 묵살돼 부득이하게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습니다.

'박근혜 마케팅'으로 번 돈, 그리고 가압류

2022년 당시 가로세로연구소 김세의씨가 SNS에 "박근혜 대통령님 책 판매 현황 공개"라며 올린 게시글 ⓒ SNS 갈무리관련사진보기


쟁점이 된 10억 원은 가세연이 펴낸 박근혜씨의 옥중서신 <그리움은 아무에게나 생기지 않습니다>의 수익금과 직결됩니다.

지난 2022년 보수 언론 등의 보도에 따르면 가세연 측은 박씨의 옥중 서신을 엮은 책 <그리움은 아무에게나 생기지 않습니다>는 그해 2월 25일까지 20만 5194권 판매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매출액은 19억 8288만 5517원입니다. 인쇄비와 기타 비용 등 14억 120만 5007원을 제외하면 순수익은 5억 8168만 510원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이 순수익은 향후 박씨에게 전달될 예정이었습니다.

이는 과거 발언과 묘한 대조를 이룹니다. 2021년 옥중서신 출간 당시 김씨는 "책 수익금은 모두 다 박 전 대통령에게 전달되고, 가세연은 단 1원의 수익금도 가져가지 않는다"며 홍보에 열을 올렸기 때문입니다.

참여연대 보고서에 따르면 가세연은 2018년부터 2021년 11월까지 슈퍼챗으로만 24억 원 넘게 벌어들이며 국내 유튜브 채널 중 압도적 1위를 기록했습니다. 이 수익의 상당 부분은 박씨의 억울함을 호소하고 탄핵 무효를 주장하며 결집한 보수 지지층의 지갑에서 나왔습니다.

한 누리꾼은 "박통(박근혜씨) 팔아서 슈퍼챗 받고 후원금 챙겨 호의호식해 놓고, 이제 와서 빌려준 돈이라며 압류를 거느냐"며 "그때 받은 슈퍼챗부터 토해내라"고 질타했습니다. 또 다른 누리꾼은 "결국 돈 앞에서는 대통령이고 뭐고 없는 것 아니냐. 이것이 보수 유튜버들의 민낯"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이번 가압류 결정이 갖는 의미는 가볍지 않습니다. 가압류는 채무자가 재산을 빼돌리지 못하도록 묶어두는 강력한 법적 조치입니다. 박근혜씨는 본안 판결이 날 때까지 집을 팔 수도, 담보로 잡힐 수도 없게 됐습니다. '박근혜 지킴이'를 자처했던 이들이 박씨를 사실상 길거리에 나앉을 위기로 몰아넣을 수도 있는 칼을 빼 든 셈입니다.

보수 진영 내에서도 "팀킬이다", "보수는 돈 앞에 답이 없다"는 자조 섞인 반응이 나옵니다. 박근혜씨를 앞세워 유튜브 조회수를 올리고 슈퍼챗을 챙기던 '애국 비즈니스'의 끝이 결국 가압류라는 사실은 씁쓸함만 남깁니다.                              < 임병도 기자 >

10월께 마무리…특검법 무시 '침대 재판' 우려


특검팀 "법에 6개월 내 마무리하게 돼 있다"
"내가 알아서 한다"며 준비기일 추가 지정
"박정훈 증언에만 의존 아닌가" 지적하기도

 

 

지난달 28일 김건희씨에 대한 재판을 진행하는 우인성 부장판사
 

지난달 28일 김건희씨의 혐의 다수에 무죄를 인정하고 일부만 유죄를 인정, 징역 1년 8개월을 선고한 우인성 부장판사가 또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는 3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 등에 대한 1차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는데 우인성 부장판사는 4월부터 본격적인 재판에 들어갈 것을 예고했다. 이렇게 되면 이 사건에 대한 1심은 10월께나 나올 것으로 보인다. 

 

특검법에는 "특별검사가 공소제기한 사건의 재판은 다른 재판에 우선해 신속히 해야 하며, 그 판결의 선고는 제1심에서는 공소제기일부터 6개월 이내에 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순직해병특검팀(특별검사 이명현)이 지난해 11월 윤씨 등을 기소했으니 우 부장판사의 말대로라면 1년이 다 돼서야 1심이 마무리되는 것이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모든 사건 재판을 6(개월)-3(개월)-3(개월)으로 하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했는데 윤 전 대통령 등 거물급 피의자들이 다수 법정에 서는데도 1심 자체를 11개월 끌겠다고 공언한 것이어서 국민들의 화를 돋울 것으로 보인다. 윤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 선포를 앞당긴 요인 중의 하나이기도 한데 이토록 일반적인 사건처럼 처리한다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 사건의 발단이 되는 채 해병대원 순직 사고와 수사 외압이 2023년 7월 발생한 것을 생각하면 늦어도 너무 늦다. 국민들의 법감정에서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지연될 정의'다.

 

우 부장판사 "여섯~일곱 달이면 될 것 같다"

 

우 부장판사는 이날 재판을 마무리하며 다음달 18일 공판준비기일을 한 차례 더 진행한 뒤 오는 4월부터 정식 재판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특검팀은 우 부장판사를 향해 "죄송하지만 좀 빠르게 기일을 잡을 순 없냐"라고 말했다. 이에 우 부장판사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제 생각에는 10회 기일이면 끝날 거 같다"면서 "3월(2차 공판준비기일)부터 여섯~일곱 달이면 될 거 같다. 4월부터 (1차 공판을) 진행해도 여섯 달에서 일곱 달이면 가능하다"고 답했다.

 

우 부장판사는 이어 "그런데 검사님은 그건 왜 물어보는 겁니까?"라고 물었고, 특검팀은 "신속한 재판 가능하실까 싶다"라고 답했다. 우 부장판사는 "저희가 이것만 하는 게 아니"라면서 "양해를 부탁한다"라고 말했다.

 

이에 특검팀이 재차 "특검법상 6개월"이라고 덧붙이자 우 부장판사는 "아, 네 그건 충분히 알고 있다"며 "다른 이유가 없으면 알아서 진행한다. 3월 18일 오전 10시에 속행할 것"이라며 재판을 마쳤다.

 

왼쪽부터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 윤석열 전 대통령,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연합 자료사진
 

수사외압 의혹은 2023년 7월 19일 경북 예천 수해복구 작전 중 발생한 해병대원 채수근 순직사건 수사결과를 보고받은 윤씨가 격노한 이후 대통령실과 국가안보실, 국방부와 해병대가 개입해 수사 결과를 은폐하고 이를 수정하려 했다는 내용이다. 윤 전 대통령과 함께 이름을 올린 피고인은 조태용 전 국가안보실장,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 박진희 전 군사보좌관, 김동혁 전 국방부 검찰단장,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 등 12명이다.

 

이 전 장관은 2023년 7월 31일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수사결과를 보고 받고 격노한 윤씨로부터 전화를 받은 직후 김계환 당시 사령관에게 ▲사건 이첩 보류 ▲국회 설명 및 언론브리핑 취소 ▲주요 피의자 임성근 전 해병대1사단장의 휴가 처리 및 업무 복귀 등을 지시했다.

 

또 이 전 장관은 2023년 8월 2일 해병대수사단이 사건 이첩을 강행하자 유재은, 박진희, 김동혁 등을 통해 사건기록 회수, 박정훈 당시 해병대수사단장의 입건, 수사기록 재검토 등을 지시해 수사결과를 바꾸도록 한 혐의를 받는다. 이 전 장관과 김 전 단장은 박 전 단장 항명 혐의 수사 기밀을 대통령실에 보고하고, 수사과정에서 박 전 단장에 대해 부당한 구속영장을 청구해 감금한 혐의도 받고 있다.

 

"공소사실 자체가 박정훈 진술로만 된 거 아닌가"

 

이날 윤씨 측을 비롯해 피고인들은 혐의를 일체 부인했다. 특히 피고인 측은 반복적으로 이 사건의 핵심 관계자인 박정훈 준장의 진술 신빙성을 문제 삼았다.

 

윤 전 대통령 변호인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피혐의자에서 제외하라는 지시나 의도가 전혀 없었다"며 "기록 회수, 박정훈 보직 해임, 수사결과 변경 등 공소장에 기재된 사건과 관련해 어떠한 지시를 한 바 없고 공모한 바도 없다"고 말했다.이어 설령 그런 지시를 했더라도 군 통수권자로서 법리적으로 정당한 권한 행사였으므로 직권남용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신범철 전 차관의 변호인은 "한 사람(박정훈)의 진술을 근거로 모든 사람 진술을 거짓으로 의율하고 있다"며 "항명 사건 수사 과정에서 나온 박정훈의 진술이 믿을 수 있는지 의문이다. 이것을 바탕으로 특검이 출범하고 기소됐는데 객관적 진실이 무엇인지에 대해 재판부가 판단하길 바란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김동혁 전 단장의 변호인은 한걸음 더 나아갔다. "헌법과 법률 따라 대통령은 개별적 구체적 사건 관련 수사 지시 권한이 있다"며 "윤석열의 개입은 부당한 수사지시로 볼 수 없다. 특검의 기소는 부당하고 이첩을 보류한 박정훈은 전형적 항명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이날 공판준비기일에서 피고인과 특검 모두 박정훈 준장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박 준장에 대한 증인신문 순서를 놓고 양측이 갈렸다.

 

이 전 장관 측은 "박정훈 전 단장이 채해병 사건 이첩 보류의 목적이나 의도를 완전히 왜곡해 '수사외압이 있었다'는 자극적·일방적 주장을 언론에 발표하면서 의혹이 불거졌다"며 "그 과정에서 마치 삼인성호(三人成虎)와 같이 근거 없는 주장이 사실처럼 받아들여졌다"고 말했다. 세 사람이 모이면 호랑이도 만들어낸다는 뜻으로, 몇몇이 모여 거짓을 되풀이하면 진실처럼 소문난다는 뜻이다.

 

이 전 장관 변호인들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특정인을 피혐의자에서 제외하라는 구체적 지시를 받은 게 없고, 지시를 한 사실도 없다"면서 "핵심 인물인 박정훈에 대한 증인신문은 다른 신문 이후에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특검팀은 "박정훈을 가장 먼저 해야 전체 흐름을 볼 수 있다"며 "다른 증인신문을 할 때 대질신문하는 것도 제안한다"라고 말했다.

이에 우 부장판사는 "그렇게 하면 굉장히 많이 출석하셔야 한다"고 지적했고, 이에 이 전 장관 측은 "그렇게 할 필요는 없다. 먼저 (다른 증인들을) 한 다음, 박정훈을 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재차 주장했다.

 

그런데 이 순간 우 부장판사가 특검팀을 향해 "공소사실 자체가 박정훈 진술로 된 거 아니냐"라고 물었다. 특검팀은 다소 당황한 듯한 모습을 보이며 "일부 있을 뿐이다. 공소사실 2, 3, 4, 5 등은 (다른) 피고인들의 진술 등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피고인 측에서) 박정훈과 관련해 실체가 없는 주장이라고 하는데 가장 먼저 증인신문을 하는 것이 실체 발견에 도움이 된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입장을 확인한 우 부장판사는 특검 입장을 받아들여 첫 증인으로 박 전 단장을 소환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진정성립을 진행한 후 다른 증인들을 신문하고 다시 박 전 단장을 부른다고 밝혔다. 진정성립은 문서 작성자가 직접 작성했음을 인정하는 절차다.

                                                                                                    < 임병선 기자 >

 

유럽, 트럼프 맞서 무역 다변화 · 자주국방 추진
미ㆍ중ㆍ러 규칙 기반 세계 질서 무시 따라
민주주의 중견국들 '유라시아 블록' 구상도

잠재력서 미ㆍ중ㆍ러 능가…문제는 '단결 부족’
미 신뢰 상실땐 자체 핵 억지력 보유 나설 수도
부트 "트럼프 위협을 고려하면 이해할 만 해"

 

"나는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만들길 원한다. 그린란드는 52번째 주가 될 것이다. 베네수엘라는 53번째 주가 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1일 워싱턴D.C.에서 열린 사교모임 알팔파 클럽의 비공개 연례 만찬 연설에서 "우리는 그린란드를 침공하지 않고 구매할 것이다"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1일 워싱턴 포스트에 따르면 미국 정‧재계 거물들이 참석하는 이 클럽에선 전통적으로 다양한 농담들이 오갔던 만큼 트럼프의 이번 발언도 '농담성'일 수도 있지만, 작년 1월 백악관 복귀 이후 캐나다 51번째 주 발언과 그린란드 합병 발언을 반복했던 터여서 예사롭지 않다. 특히 베네수엘라를 불법 침공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납치, 기소한 뒤 베네수엘라를 직접 '운영'하겠다고 한 적도 있어 그의 이날 발언이 단지 농담으로만 들리지 않는 게 사실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에서 열린 백악관 부비서실장 댄 스카비노와 국무부 에린 엘모어 국장의 결혼식에 참석하고 있다. 2026. 02. 01 [로이터=연합]
 

트럼프 "캐나다, 그린란드, 베네수엘라
미국의 51, 52, 53번째주로 만들고파"

 

트럼프는 2기 행정부 출범 직후부터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만들겠다면서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를 "주지사"라고 부르고 고율 관세로 위협해 누구보다 가까웠던 양국 관계를 역사상 최악의 국면으로 내몰고 있다. 이에 참다못한 카니 총리가 1월 20일 스위스 다보스 포럼 연설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힘'에 의한 일방주의와 약육강식 질서를 정면으로 비판하고 '중견국들의 연대'를 통한 새로운 국제 질서의 구축을 호소하고 나서 엄청난 반향을 불렀다.

 

카니는 연설에서 "우리는 전환이 아닌, 파열의 한복판에 있다"며 "지난 20년 금융, 보건, 에너지, 지정학 분야에서 터진 일련의 위기들은 극단적 글로벌 통합의 리스크를 드러냈고, 더 최근에는 강대국들이 경제 통합을 무기로, 관세를 지렛대로, 금융 인프라를 강압으로, 공급망을 착취할 취약점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캐나다와 같은 중견국들은 무력하지 않다...인권 존중, 지속 가능한 발전, 연대, 각 국가의 주권과 영토 보전이라는 우리의 가치를 포괄하는 새 질서를 구축할 역량이 있다"면서 "중견국들이 함께 행동해야 한다. 우리가 식탁에 앉지 않으면 메뉴로 오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역설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9월 1일 중국 톈진의 메이장 컨벤션 및 전시 센터에서 열린 상하이 협력 기구(SCO) 정상회의 2025를 앞두고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과 환담을 하고 있다. 2025.9.1. 로이터 연합
 

"초강대국 미ㆍ중ㆍ러, 규칙 기반 질서 무시"
민주주의 중견국들의 '유라시아 블록" 제안

 

이에 미국의 역사학자이자 외교정책 분석가인 맥스 부트 미국 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미국은 초강대국이 될 수 있는 세력을 소외시키고 있다'란 2일 자 워싱턴 포스트 칼럼에서 '중견국 연대'를 호소했던 카니의 다보스 연설을 언급하면서 "유럽과 아시아의 민주주의 국가들이 공조한다면, 글로벌 균형을 다시 만들 수 있다"고 동조하고 나섰다.

 

부트 연구원은 초강대국들이 '규칙 기반의 국제 질서'를 무시하는 최근의 사례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뿐 아니라, 트럼프 미 행정부의 그린란드 합병 위협과 유럽, 한국, 일본 등 가장 가까운 동맹국들에 대한 고율의 징벌적 관세 등을 들었다.

 

카니의 호소의 연장선에서 부트는 "강력한 중견국들의 집단적 잠재력은 거의 무한하다"며 동서양의 민주주의 중견국들이 참여하는 '유라시아 블록'을 제안했다. 그 대상으로 미국의 동맹인 나토 회원국들(유럽과 캐나다), 동아시아와 오세아니아의 거대 민주주의 국가들인 호주, 일본, 뉴질랜드, 한국, 대만을 지목했다. 그러면서 "이들의 관점엔 강력한 중첩이 있다. 이들 나라가 함께 행동할 수 있다면, 그 자체로 하나의 초강대국이 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부트가 보기에, 이 '유라시아 블록'의 잠재력은 엄청나다. 인구 약 9억 명, 국내총생산(GDP) 39.5조 달러, 국방비 8300억 달러, 병력 310만 명이다. 미국의 인구 3억3800만 명을 압도하고 GDP 31조 달러를 넘어서며, 국방비도 올해 미국의 8500억 달러에 육박한다. 중국의 경우 인구가 더 많지만 다른 모든 부분에서 뒤처져 있고, GDP는 유라시아 블록의 약 절반 수준이다. 러시아는 훨씬 더 뒤처져 있으며, GDP 2.5조 달러에 불과하다. 세계를 '삼분'하려는 미‧중‧러에 견주어 볼 때 잠재력 면에선 또 다른 초강대국의 체급을 갖출 수 있다는 얘기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20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례 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6. 01. 20 [AFP=연합]
 

유라시아 블록, 잠재력서 미ㆍ중ㆍ러 능가
유일한 문제는 중견국들 간의 '단결 부족'

 

이는 어디까지나 잠재력이고, 실현 가능성은 별개의 문제다. 부트는 이런 방향으로 가는 데 중견국들을 가로막는 유일한 요인으로 '단결의 부족'을 꼽았다. 러시아, 중국, 미국은 모두 단일 국가인 데 비해, 나토(북대서양 조약기구)는 32개국, 유럽연합(EU)은 27개국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는 "유럽의 자원은 느슨하게 결집해 있을 뿐이며, 아시아 민주주의 국가들과 조율도 거의 없다. 그리고 아시아 국가들 역시 미국과 동맹으로 연결돼 있지만 서로 간에는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지정학적 현실이 곧 바뀌지는 않겠지만, 이들 나라가 더 광범위한 협력 속에서 행동할 수 있도록 취할 작지만 실질적인 조치들이 있다"고 썼다.

 

'작지만 실질적인 조치들'과 관련해 그는 ▲ 영국의 EU 재가입 ▲ 정신적으로는 유럽의 일부인 캐나다와 우크라이나의 EU 가입 허용 ▲ 헝가리나 슬로바키아 같은 소국들의 의사 결정 방해를 막기 위한 '만장일치 폐지' ▲ 나토의 세계화 또는 아시아판 나토 창설로 이어질 유럽‧호주‧일본‧한국 간 새로운 '쿼드(4자)' 대화체 창설 ▲ EU의 '유럽군' 창설 노력 등을 제안했다. 현재 노르딕-발틱 8개국인 덴마크, 에스토니아, 핀란드, 아이슬란드,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노르웨이, 스웨덴이 추진 중인 '국방 통합' 작업이 그 선례가 될 수 있다고 그는 봤다.

 

트럼프의 그린란드 합병에 반대한 유럽 지도자들. 1월 6일 베를린에서 촬영. (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총리, 조르지아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도날드 투스크 폴란드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이들은 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덴마크의 북극 자치령 그린란드에 대한 영향력을 다시 한번 언급하자 덴마크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이들은 주권, 영토 보전, 그리고 국경 불가침은 "보편적인 원칙이며, 우리는 이를 수호하는 것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2026.1.6. AFP 연합
 

서방국들, 대미 의존도 낮추고자 동분서주
경제무역 다변화, 자주국방 역량 구축 모색

 

관세와 군사 행동 등 종잡을 수 없는 트럼프의 제국주의 위협에 특히 동맹인 서방 국가들은 미국 아닌 나라들과 자유무역협정 체결 등 적극적으로 다변화를 시도하며 대미 의존도를 낮추려고 동분서주하고 있다. EU는 인도, 남미 5개국과 무역 협정을 체결했고, 캐나다는 다소 제한적이긴 하지만 중국, 카타르와 무역 파트너십을 맺었다. 이 합의는 캐나다에 100% 관세를 매기겠다고 트럼프의 위협을 불렀다.

 

부트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EU 사이에 다리를 놓아 15억 인구의 새로운 무역 블록을 만들고 싶어 한다"고 했던 카니 총리의 발언을 소개하면서 "유럽과 아시아 간 무역 강화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훨씬 더 많다"고 했다.

 

국방 분야에서도 이들 유라시아 국가가 대미 의존 축소 차원에서 국방 역량을 확대하는 게 급선무라고 부트는 지적했다. 물론 트럼프의 압박 등에 따른 것이긴 하지만, 유럽의 국방비 지출은 지난 10년간 약 두 배로 늘어났으며 계속 증가 추세에 있다. 그는 "조만간 한 독일 기업은 미국 전체보다 더 많은 155mm 포탄을 연간 생산하게 될 것이다"라고 기대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2.3 연합
 

유럽의 한국산 무기 구매, 대미 의존 탈피?
"트럼프 위협을 고려하면 이해할 만하다"

 

이 대목에서 부트는 유럽의 한국산 무기 구매 확대를 대미 의존 탈피 측면에서 해석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유럽은 선진적인 방위 산업을 보유하고 있지만, 유럽 국가들은 한국의 공장에도 크게 의지하고 있다"며 "폴란드는 한국산 탱크, 자주포, 전투기를 구매하고 있으며, 노르웨이는 1월 30일 한국 다연장 로켓포 구매에 20억 달러를 쓰기로 결정했다"고 소개했다. 또한 캐나다는 미국의 F-35 구매를 줄이고 스웨덴의 그리펜 전투기를 더 많이 구매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이날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노르웨이 국방물자청(NDMA)은 이재명 대통령의 전략 경제협력 특사인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과 마르테 게르하르센 노르웨이 국방차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다연장 로켓포인 한국산 천무 16문과 유도미사일, 종합군수지원 등을 포함하는 풀패키지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이런 움직임들을 두고 부트는 "트럼프의 위협을 고려하면, 미국의 동맹국들이 미국산 무기 체계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려는 건 이해할 만하다"고 촌평했다. 물론 스텔스기, 장거리 미사일, 위성 정찰 등 동맹국들이 미국에 크게 뒤처지는 핵심 역량들이 여전히 존재하고, 그 중 가장 중요한 건 핵무기이지만, 만일 미국이 동맹국들로부터 신뢰를 완전히 상실하게 된다면, 더 많은 나라가 자체 핵 억제력 보유 쪽으로 나아갈 우려도 있다고 봤다.

 

건군 76주년 국군의날 시가행진이 열린 1일 서울 광화문 광장 일대에서 다연장 천무가 이동하고 있다. 2024.10.1 연합
 

유럽과 아시아의 미국 동맹국들이 '각자의 길'을 간다면 미국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부트는 "미국 우선주의자들은 개의치 않을 수도 있다"면서 "그러나 미국의 동맹국들이 무역과 안보 면에서 미국에 덜 의존하게 된다면, 그들을 마음대로 휘두르기 훨씬 어려워질 것이고 미국과 비즈니스를 할 가능성도 낮아질 것이다. 미국은 힘을 투사하기 위해 사용하는 해외 기지들을 잃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경제적 영향력 축소와 해외 기지 상실의 대가를 치를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부트는 "만약 '강력한 중견국들'이 뭉칠 수 있다면, 그들은 미국의 지배 시대를 그리워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미국인들은 아마 그리워하게 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 이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