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조중 전통 우호에 새로운 시대적 내용 불어넣기를 원해”

 

 
 
김정은(오른쪽) 북한 국무위원장이 10일 평양 조선노동당 청사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장관)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 누리집 갈무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 외교장관을 만나 “고위급 교류와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자”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는 김 위원장이 10일 평양 조선노동당 청사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장관)을 접견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 대한 안부와 축원을 전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왕 부장에게 “조선(북한)은 노동당 9차 대회에서 확립된 원대한 청사진을 계기로, 중국과 함께 고위급 교류와 전략적 소통을 강화할 용의가 있다”며 “상호 지지를 통해 각자 사회주의 사업 발전을 추진하며 양국 인민의 복지와 세계 평화·안정을 위해 제 역할을 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고 중국 외교부가 전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현재 국제 정세가 급격히 변화하는 가운데 조중(북중) 관계를 부단히 심화·발전시키는 것은 양국 공동 이익에 부합하고, 조선 당·정부의 확고한 의지이자 이미 정해진 정책이기도 하다”며 “조선은 시진핑 총서기가 내놓은 ‘인류 운명공동체’ 이념과 4대 글로벌 이니셔티브를 완전히 지지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대만 등 문제에서 국가 주권과 영토 완전성을 수호하는 정당한 입장과 모든 노력을 굳게 지지한다” 덧붙였다.

 

왕 부장은 김 위원장에게 시 주석의 인사를 전한 뒤 “중국은 조선과 함께 양당 및 양국 최고지도자의 중요한 공감대를 공동으로 실천하고, 교류와 왕래를 밀착하며 실무 협력을 촉진하여 조중 전통 우호에 새로운 시대적 내용을 불어넣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왕 부장은 “시진핑 총서기는 중조가 모두 공산당이 영도하는 사회주의 국가로, 공동의 이상·신념과 분투 목표가 있다고 했다”며 “복잡한 국제 정세를 맞아 중조는 각자의 주권·안보·발전 이익을 지키는 동시에 중대한 국제·지역 사무에서 소통과 협조를 한층 강화하고, 수많은 개발도상국의 공동 이익과 세계 평화·발전 수호에 마땅한 공헌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회담장에는 김성남 노동당 국제비서가 김 위원장 오른편에 배석했고, 중국 쪽은 왕 부장과 왕야쥔 주북 중국대사, 화춘잉 외교부 부부장(차관), 류진쑹 외교부 아주사장(아시아국장)이 마주 앉았다.

 

왕 부장은 이틀 일정으로 전날 북한에 왔다. 북중 관계는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뒤 북한이 러시아와 군사·경제적으로 밀착하면서 얼어붙었으나 지난해 9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전승절 80주년 기념행사에 김 위원장이 참석하면서 해빙기에 접어들었다. 당시 정상회담을 통해 북-중은 고위급 교류 및 전략적 소통과 협력을 강화하자고 뜻을 모았다.

                                                                                      < 최현준 기자 > 

 

 

 

조현 장관 제의에 이란 특사 수용
“우리 국민 안전, 선박 통항 협의”

 

정병하 이란 특사. 외교부 홈페이지
 

외교부는 10일 정병하 극지협력대표를 외교장관 특사로 임명해 곧 이란에 파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외교부는 “이번 파견을 통해 중동정세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우리 국민과 선박·선원의 안전, 우리를 포함한 모든 선박의 통항 문제 등에 대해 협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정 특사는 이미 이란으로 이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번 주말부터 본격적으로 이란 측과 접촉해 업무를 개시할 것으로 보인다. 정병하 특사는 외교부에서 중동1·2과장과 쿠웨이트 대사 등을 역임해 중동 정세를 잘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전날 세예드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과 통화하면서 중동 지역의 평화 회복과 우리 선박의 안전 항행을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하면서 외교장관 특사를 파견하겠다고 밝혔고, 이란은 특사를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정 특사는 이란에서 아라그치 외교장관을 비롯한 고위급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 우리 선박의 호르무즈해협 통과 문제와 함께 전후 한-이란 협력 방안과 중동 정세 등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정부는 호르무즈해협 통항 문제 등과 관련해 영국·프랑스 주도의 40개국 다자협의를 중심으로 외교를 해왔으나, 미국과 이란 휴전 발표 이후 이란과도 더 적극적으로 양자 협의에 나서고 있다.

 

한편 정부는 이란 특사와 별도로 중동 전역의 평화 구상을 위한 ‘중동평화 정부대표’를 신설하고 여기에 이경철 외교부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 특별대표를 임명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 박민희 기자 > 

 

트럼프 “이란 지도자들, 회담 나오면 달라…낙관적”
모즈타바 “전쟁 배상 요구·해협 관리도 새 단계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란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모즈타바 하메네이. AP 연합
 

미국-이란의 종전 협상을 하루 앞두고 양국 최고지도자가 “그들은 정복당했다”, “우리가 승리자”라고 주장했다. 양국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해, 험난한 협상이 예상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9일(현지시각) 미국 엔비시(NBC) 방송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란과의 종전 협상에 대해 “매우 낙관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란 지도자들은 언론에 하는 것보다 회담 자리에서는 훨씬 다르게 이야기한다”며 “그들은 훨씬 더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그들은 동의해야 할 모든 것들에 동의하고 있다. 기억하라, 그들은 정복당했다. 그들에게는 군대가 없다”며 “그들이 합의하지 않는다면 매우 고통스러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군사적으로 승리한 만큼, 종전 협상에서도 확실한 주도권을 쥐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같은 날 이전 최고지도자이자 아버지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사망 40일을 맞아 발표한 성명에서 “이란의 영웅적인 국민인 여러분이 이번 전장에서 결정적 승리자라는 것을 당당히 선언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쟁 기간이던) 지난 40일 동안 해왔던 것처럼 국민들의 지속적 참여가 필요하다”며 “비록 군사적 휴전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하더라도, 거리, 마을, 모스크에서 가능한 모든 시민이 더 강력하게 함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쟁 승리와 국민적 지지를 바탕으로 협상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모즈타바는 한 발 나아가 “이번 전쟁으로 인한 피해 배상금과 순교자(희생자)들의 유족 보상금, 부상자들의 위자료를 요구할 것”이며 호르무즈해협과 관련해서도 “해협 관리를 새로운 단계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종전 협상의 주요 의제인 전쟁 배상과 호르무즈해협 등에 대해서도 요구 사항을 관철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종전 협상의 첫 회담은 오는 11일 오전(현지시각)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린다. 미국은 협상단 대표로 제이디 밴스 부통령이 나서고, 이란은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이 나선다. 이날 밤 갈리바프 의장과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 등 이란의 협상 대표단이 이슬라마바드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단의 숙소로 이슬라마바드의 세레나 호텔이 쓰일 예정이라고 알자지라가 밝혔다. 이 호텔은 외교부 등 주요 정부 청사와 대사관이 밀집한 곳에 있고, 지난 8일부터 투숙객들이 퇴실한 것으로 알려졌다.                                       < 최현준 홍석재 기자 >

 

 

이란 협상단, 파키스탄 집결…‘레바논 휴전·동결 자산 해제’ 선결 조건 제시

 
 
파키스탄 페샤와르에서 시민들이 10일(현지시각) 셰바즈 샤리프 총리의 대국민 연설 티브이(TV) 중계를 시청하고 있다.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는 11일 미국과 이란의 고위급 대표단이 참석하는 종전 협상이 열릴 예정이다. 이번 회담은 파키스탄의 중재로 이뤄진 2주간의 한시적 휴전 합의 이후 진행된다. EPA 연합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협상을 위한 고위급 대표단이 중재국인 파키스탄에 집결하면서 협상이 중대 분수령을 맞고 있다. 양쪽은 11일(현지시각)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첫 회담을 열 예정으로, 협상 개시 조건과 휴전 유지 여부를 둘러싼 신경전도 이어지고 있다.

 

이란 쪽에서는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이 이끄는 대표단이 10일 이슬라마바드에 도착했다. 대표단에는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 알리 아크바르 아흐마디안 국가안보최고위원회 사무총장, 압돌나세르 헴마티 중앙은행 총재 등 안보·외교·경제 핵심 인사들이 포함됐다.

 

이란은 본격적인 협상에 앞서 레바논 내 휴전과 동결된 자산 해제 등을 선결 조건으로 제시하며, 미국이 이를 수용할 경우에만 협상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이란 국영 매체는 이번 협상에 대해 “이란군의 위력 시위와 국민의 단합된 방어 의지에 밀린 미국과 이스라엘이 40일간의 전쟁에서 아무런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채 결국 휴전과 협상을 먼저 제안해 왔다”고 주장하며 협상 주도권을 강조했다.

 

미국 쪽에서는 밴스 부통령이 협상단을 이끌고 파키스탄으로 향했다. 밴스는 출발 전 기자들과 만나 협상 전망에 대해 “긍정적일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히면서도 “이란이 우리를 이용하려 한다면 협상팀이 그다지 수용적이지 않다는 점을 알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재국인 파키스탄은 이번 회담의 성패를 좌우할 ‘운명의 순간’으로 규정하며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셰바즈 샤리프 총리는 티브이(TV) 연설에서 “지금은 운명이 갈리는(make-or-break) 순간”이라며 “이 회담이 성공하고 수많은 생명이 구해져 세계에 평화가 찾아오도록 모두 기도하길 요청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번 회담을 중재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가까운 파키스탄의 실력자 아심 무니르 국방군 총사령관과 이샤크 다르 부총리 겸 외무장관이 “전쟁의 불길을 진압했다”고 칭찬했다.

 

다만 휴전이 여전히 불안정한 상황에서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교전이 이어지고,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제를 유지하는 등 군사적 긴장도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양쪽이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았지만, 선결 조건과 상호 불신이 여전히 큰 만큼 이번 회담이 실제 종전 합의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 신형철 기자 >

 

협상 앞둔 트럼프 또 ‘위협술’…“함선에 최고 무기 싣는 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과 함께 지난 6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 이란 전쟁 종전 협상을 하루 앞둔 10일(현지시각) 이란을 향해 연이어 고강도 압박 메시지를 내놓았다. 오는 11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리는 첫 종전 협상을 앞두고, 협상 결렬 시 전례 없는 수준의 강력한 군사행동에 나서겠다고 위협하는 한편,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징수 움직임에 대해서도 강력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재정비!”라는 짧은 문장을 올렸다. 2주간의 휴전 기간 미군이 전열을 가다듬어 더욱 치명적인 공세를 준비하고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그는 이날 뉴욕포스트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 문장의 의미를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재정비를 진행 중”이라며 “함선에 최고의 탄약, 지금까지 만들어진 최고의 무기를 싣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가 완전한 궤멸을 하는 데 썼던 것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라며 “만약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것들을 매우 효과적으로 사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협상 전망과 관련해서는 “약 24시간 안에 결과를 알게 될 것”이라며 “진실을 말하는지 알 수 없는 상대와 협상하고 있다”고 불신을 드러냈다. 그는 “우리 앞에서는 핵무기를 모두 없앤다고 하면서 언론에는 농축을 원한다고 말한다”고 이란의 이중적 태도를 비판했다.

 

휴전 기간에도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량이 정상 수준의 10% 미만에 머무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해협 통제 방식에 대해서도 날을 세웠다. 그는 같은 날 추가로 올린 트루스소셜 글에서 “이란인들은 국제 수로를 활용해 세계를 단기적으로 갈취하는 것 외에는 아무런 카드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것 같다”며 “그들이 오늘 살아있는 유일한 이유는 협상하기 위해서다”라고 직격했다. 또한 “이란인들은 전투하는 것보다 가짜뉴스 미디어와 ‘홍보’를 다루는 것을 더 잘한다”고 비꼬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협 개방과 관련해 “이란의 도움 없이도 석유가 다시 흐르기 시작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암호화폐로 통행료를 요구할 것이라는 보도에 대해선 “그러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며, 만약 하고 있다면 당장 멈춰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11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리는 협상에는 양국의 핵심 인사들이 총출동한다. 미국 쪽에서는 제이디 밴스 부통령을 필두로 스티브 윗코프 중동 특사, 재러드 쿠슈너 전 백악관 선임고문 등이 파견됐다. 이란은 공식 대표단을 발표하지 않았으나, 현지 매체들은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이 협상단을 이끌 것으로 보도했다.          < 김원철 기자 >

 

트럼프 “호르무즈 꽤 빨리 열릴 것…통행료 용납 못 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버지니아주 샬러츠빌로 향하기 위해 에어포스원에 탑승하기 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AP 연합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을 앞두고 핵심 쟁점인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이 이어지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의 통제 움직임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각) 워싱턴 인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호르무즈 해협은 공해”라며 “이란이 통행료를 징수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해협은 꽤 빨리 열릴 것”이라면서도 “그들이 (통제)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통제하려 한다면 용납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호르무즈 해협 개방 문제는 11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리는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협상의 핵심 의제로 꼽힌다.

 

하지만 휴전 합의 이후에도 해협 상황은 좀처럼 정상화되지 않고 있다. 11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휴전 이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선박은 14척에 그쳤으며, 이 가운데 최소 9척이 이란과 연계된 선박으로 분석됐다. 러시아 선적 유조선 ‘아리메다’ 역시 서방 제재를 피해 이란산 원유를 운송하는 이른바 ‘그림자 선단’과 관련된 선박으로 지목된다. 블룸버그통신도 지난 9일 이후 해협을 통과한 선박이 9척에 불과했다고 전했다. 이 가운데 5척이 페르시아만을 빠져나갔고, 4척이 들어갔다.

 

전쟁 이전 하루 약 140척이 통과하던 것과 비교하면 현재 통행량은 극히 제한적인 수준이다. 페르시아만에는 약 900척의 화물선이 대기 중인데, 일부 유조선은 해협 입구 인근에 정박한 채 상황을 관망하고 있다. 지난 이틀간 원유 200만 배럴을 실은 초대형 유조선들이 해협을 향해 이동했지만, 실제로 해협을 빠져나온 선박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은 휴전 직후 해협 개방을 선언했지만, 실제로는 혁명수비대(IRGC)와의 조율을 요구하며 선박 통행을 통제하고 있다. 일부 선주는 기뢰 설치 가능성 등을 우려해 운항을 미루고 있다. 이란이 한 척당 최대 200만 달러의 통행료 부과를 검토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을 키우고 있다.                                                                    < 신형철 기자 >

 

트럼프, 네타냐후 전화 한 통에 돌변…“레바논 휴전 대상 아냐”

 
 
지난해 12월29일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 클럽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악수하며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다. 로이터 연합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 국면에서 최대 변수로 떠오른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과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태도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전화 통화 이후 돌변했다는 현지 보도가 나왔다.

 

9일(현지시각) 미 시비에스(CBS)는 복수의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당초 레바논을 휴전 대상에 포함하는 데 동의했지만, 네타냐후 총리와의 통화 이후 이를 번복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이란과 중재국 파키스탄은 물론 이스라엘도 해당 조건에 동의한 상태였다고 백악관 당국자가 휴전 발표 당일 시비에스에 전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휴전 합의 다음날인 8일 피비에스(PBS)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에 대해 “휴전 합의에 포함돼 있지 않았다”며 그 이유는 “(레바논 내 친이란 무장정파인) 헤즈볼라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입장 변화는 네타냐후 총리와의 통화 직후 이뤄졌다고 시비에스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월말 이란 공습을 결정하는 과정에서도 네타냐후 총리와의 통화 및 제안이 주요한 계기로 작용했다는 외신 보도들이 나오는 등 미국의 중동 정책 결정에 이스라엘의 영향력이 적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제이디(J.D.) 밴스 미국 부통령도 지난 8일 휴전 조건을 둘러싼 “정당한 오해”가 있었다면서도 협상안에 레바논 내 대리 세력 포함 여부를 오해한 책임은 이란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를 겨냥한 레바논 공습을 이어가고 있으며, 휴전 발표 직후인 지난 8일 이스라엘군의 대공습으로 현재까지 레바논에서 300명 넘게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10일에는 헤즈볼라의 미사일 발사로 이스라엘 텔아비브 등지에 공습 사이렌이 울리는 등 긴장이 다시 고조되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미 국무부의 주도로 다음주 미국 워싱턴에서 이스라엘과 레바논이 참여하는 3자 회담이 열릴 예정이며, 레바논 전선에서의 휴전 모색이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윤연정 기자 > 

지난 8일 레바논 티레에서 이스라엘의 공습 이후 잔해가 흩어진 현장에서 한 남성이 드럼통을 끌고 있다. 로이터 연합

 

 

멜라니아 발언으로 논란 다시 정치 쟁점 떠오를 가능성이 커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가 9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백악관 중앙현관(그랜드 포이어)에서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과의 자신을 연결 짓는 여러 의혹을 부인하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갑작스러운 성명 발표를 통해 죽은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틴과 공범 길레인 맥스웰과의 관련성을 부인했다. 뜬금없는 발표에 워싱턴 정가와 언론은 그 배경과 의도에 의문을 제기했다.

 

멜라니아 여사는 9일 미 워싱턴 백악관에서 약 5분간 생방송으로 진행된 성명 발표를 통해 “나를 그 불명예스러운 제프리 엡스틴과 연관 짓는 거짓말은 오늘 끝내야 한다”고 밝혔다. 멜라니아 여사는 “멕스웰에게 보낸 내 이메일 답장은 그저 캐주얼한(격식 없는) 서신 교환에 불과했다. 그녀의 이메일에 대한 내 정중한 답장은 사소한 메모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앞서 멜라니아 여사가 맥스웰에게 2002년 이메일을 보낸 사실이 드러났고,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의 차남 헌터 바이든은 멜라니아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소개한 사람이 엡스틴이라고 주장했다. 엡스틴은 수십 명의 미성년자를 착취하고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기소된 미국의 금융가다.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유력 정치인 및 유명인들과의 넓은 인맥으로 논란이 됐고, 2019년 수감 중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전쟁으로 엡스틴파일 관심 사그라들었는데…

 

멜라니아 여사는 “나는 엡스틴의 피해자가 아니다. 엡스틴은 나를 트럼프에게 소개해 주지 않았다”며 “나는 내 남편을 1998년 뉴욕시의 한 파티에서 우연히 만났다”고 주장했다. 이어 “뉴욕시와 (플로리다주) 팜비치에서는 사교계가 겹치는 게 흔하다. 도널드와 나는 가끔 엡스틴과 같은 파티에 초대받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분명히 말하자면, 나는 엡스틴이나 그의 공범인 맥스웰과 어떠한 관계를 가진 적이 없다”며 “내가 엡스틴을 처음 마주친 건 2000년 도널드와 함께 참석한 한 행사에서였다. 그전에 엡스틴을 만난 적이 없고, 그의 범죄 행위도 전혀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멜라니아 여사는 의회를 향해 “앱스틴에게 피해를 입은 여성들을 중심으로 공개 청문회를 개최할 것”을 촉구하며 이들이 공개적으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고 의회 기록에 남길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했다.

 

9일(현지시각) 멜라니아 트럼프 미국 영부인이 미국 워싱턴 백악관 그랜드 포이어에서 성명을 발표하기 위해 도착하고 있다. AP 연합
 

“사건 덮으려 해도 정반대 효과 가져올 것”

 

멜라니아 여사가 갑작스러운 발표를 한 배경을 두고 현지 매체들은 의문을 제기했다. 에이피(AP)통신은 멜라니아 여사의 이날 발표가 “갑작스러운 메시지”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사건에서 관심을 떼려 했지만, 이번 영부인의 발언으로 논란이 다시 정치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시엔엔(CNN)도 멜라니아 여사의 돌발행동에 “가장 그럴듯한 설명은 그가 이 사건을 덮으려고 했던 것”이라면서 “그러나 (의도와는) 확실히 정반대의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부인의 발표를 몰랐다고 했다. 그는 미 엠에스(MS)나우 방송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멜라니아 여사의 발언에 대해 “전혀 몰랐다”며 “그녀는 (엡스틴을) 몰랐다”고 말했다. 엠에스나우는 또 멜라니아 여사가 이날 성명 발표를 하게 된 추동력이 불분명하다며 백악관 직원들도 영부인의 발표에 당황해했다고 전했다.

 

멜라니아 여사의 수석 고문이자 영화 제작자인 마크 베크만은 뉴욕포스트에 “멜라니아가 이제야 목소리를 낸 것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기 때문”이라며 “거짓말은 이제 그만둬야 한다. 국민과 여론은 그가 이룬 놀라운 업적과 국가에 대한 헌신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 윤연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