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예산 시정연설 "AI시대 하루 늦으면 한 세대 처져"


"한미 관세협상 타결로 경제 불확실성 완화"
"경제 위급상황 벗어났지만 여전히 위기"
"AI 시대 고속도로로 성장과 미래 열어야"
"인공지능 투자 확대로 성장 토대 다질 것"
"취약계층 보호하고 국민 생명·안전 지킬 것"
"AI시대 모두가 주역이고 모든 지역이 중심"
"생애주기별 맞춤 지원 촘촘히…균형발전도"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2025.11.4 [국회사진기자단] 연합
 

이재명 대통령은 4일 국제 무역통상 질서 재편과 인공지능 대전환 '파도'라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내년 인공지능(AI)에 대폭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AI시대를 여는 첫 예산안'이라 명명한 728조 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을 통해 도약과 성장의 토대를 확실하게 다진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취약계층의 생활을 두텁게 하고 더 이상 일터에서 다치거나 목숨 잃는 일이 없도록 국민의 생명과 안정을 굳건히 지키겠다고 했다. 또한 아동부터 청년, 노인까지 생애추기별 촘촘한 지원과 지역균형발전도 약속했다.

 

"APEC 성공, 모든 국민들께 진심으로 감사"
"한미 관세협상 타결로 경제 불확실성 완화"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6년도 예산안 관련 국회 시정연설을 했다. 이 대통령의 시정연설은 취임 직후인 지난 6월 2차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관련 시정연설 이후 두 번째이며, 본예산 시정연설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대통령은 먼저 예산안 설명에 앞서 "경주 APEC의 성공을 위해 힘을 모아주신 모든 국민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고맙습니다"라며, APEC 주간 이뤄진 외교 성과에 대해 보고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APEC 주간에 이뤄진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과 관세 협상을 타결함으로써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을 완화했다"면서 "우리 주력 수출 품목인 자동차와 반도체 분야에서 경쟁국과 동등한 수준의 관세를 확보함으로써 평평한 운동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또 "대미 투자패키지에는 연간 투자상한을 설정해 많은 분들이 우려했던 외환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했고, 투자 프로젝트 선정과 운영 과정에서도 다층적 안전장치를 확보함으로써 투자금 회수 가능성을 높였다"며 "원자력 추진 잠수함 핵연료 공급 협의의 진전을 통해 자주국방의 토대를 더욱 튼튼하게 다지고,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를 위한 획기적 계기 마련으로 미래 에너지 안보를 강화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 힐튼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대통령 주최 정상 특별만찬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영접하고 있다. 2025.10.29. 연합
 

APEC 기간 이뤄진 한·중 정상회담과 관련해선 "한중관계를 전면 회복하고, 양국이 전략적 협력 동반자로서 실용과 상생의 길로 함께 나아가기로 다시 합의했다"면서 "무엇보다 ‘민생이 가장 중요하다’는 공감대 속에, 양국 중앙은행 간 70조 원 규모의 통화스왑 계약과 초국가 스캠 범죄 대응을 비롯한 6건의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최악의 상황에서도 최선의 결과를 만들기 위해 영혼까지 갈아넣으며 총력을 다했다"며 "앞으로도 정부는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를 바탕으로 대한민국의 국력을 키우고 위상을 한층 높여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경제 위급상황 벗어났지만 여전히 위기"
"AI 시대 고속도로로 성장과 미래 열어야"

 

이 대통령은 APEC 성과 보고에 이어 국내 경제 상황과 관련, "불법 계엄의 여파로 심화된 민생경제 한파 극복을 위해 지난 5개월 동안 비상한 각오로 임했고, 다행히 지금 우리 경제는 위급상황을 벗어났다"면서 "소비심리가 살아나고, 올해 1분기 마이너스로 후퇴했던 경제성장률이 3분기에는 1.2%로 반등하며 6분기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주가지수도 4000을 돌파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 대통령은 "여기에서 안주하거나 만족하기엔 우리가 처한 상황이 결코 녹록지 않다"면서 "우리는 지금 겪어보지도 못한 국제 무역 통상질서의 재편과 인공지능 대전환의 파도 앞에서 국가 생존을 모색해야 할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해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변화를 읽지 못하고 남의 뒤만 따라가면 끝없이 도태될 것이지만 변화를 선도하며 한 발짝 앞서가면 무한한 기회를 누릴 수가 있다"면서 "산업화 시대에는 하루가 늦으면 한 달이 뒤처지고, 정보화 시대에는 하루가 늦으면 일 년이 뒤처지겠지만, 인공지능 시대에는 하루가 늦으면 한 세대가 뒤처지게 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안타깝게도 지난 정부는 천금 같은 시간을 허비한 것도 모자라 R&D(연구개발) 예산까지 대폭 삭감하며 과거로 퇴행했다"고 지적하며 "출발이 늦은 만큼 지금부터라도 부단히 속도를 높여 선발주자들을 따라잡아야 우리에게도 기회가 생긴다"고 했다.

 

그러면서 "박정희 대통령이 산업화의 고속도로를 깔고, 김대중 대통령이 정보화의 고속도로를 낸 것처럼, 이제는 AI 시대의 고속도로를 구축해, 도약과 성장의 미래를 열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31일 APEC 정상회의장인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접견에 앞서 정부와 현대차, 엔비디아의 국내 피지컬 AI 역량 고도화 협약 관련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왼쪽부터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젠슨 황 CEO, 이 대통령,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2025.10.31. 연합
 

"내년도 예산안은 AI 시대 여는 첫 예산안"
"인공지능 투자 확대로 성장 토대 다질 것"
"방위산업, AI시대에 주력 제조업으로 육성"
"국방력 획기적 강화 자주국방 확실히 실현"

 

이 대통령은 이러한 문제 인식과 비전 아래 내년도 예산안 세부 설명을 하며, 인공지능 투자와 관련한 부분을 상당 시간 할애했다.

 

이 대통령은 "정부가 마련한 2026년 예산안은 바로 인공지능 시대를 여는 대한민국의 첫 번째 예산"이라면서 "'인공지능 시대'를 열기 위한 투자를 대폭 확대하고 성장의 토대를 단단히 다지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먼저 "'인공지능 3대 강국' 도약을 위한 대전환에 총 10조 1000억 원을 편성했다"며 "이는 올해 예산 3조 3000억 원보다 3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이 가운데 2조 6000억 원은 산업·생활·공공 전 분야 인공지능 도입에 투입하고, 인재양성과 인프라 구축에 7조 5000억 원을 투입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지컬 인공지능 선도 국가 달성을 위해 국내의 우수한 제조 역량과 데이터를 활용해 중점사업에 집중투자하겠다"며 "로봇, 자동차, 조선, 가전·반도체, 팩토리 등 주요 산업 분야를 중심으로 인공지능 대전환을 신속하게 이루기 위해 향후 5년간 약 6조 원을 투입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인공지능) 인재양성과 핵심 인프라 구축에도 과감하게 투자하겠다"며 "인공지능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고급인재 1만 1000명을 양성하고, 세대별 맞춤형 교육을 통해 국민 누구나 인공지능을 주도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했다.

 

또 "인공지능 시대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인 고성능 GPU(그래픽처리장치) 1만 5000장을 추가 구매해 정부 목표인 3만 5000장을 조기에 확보하겠다"며 "엔비디아에서 GPU 26만 장을 한국에 공급하기로 한 만큼 국내 민간기업이 GPU를 확보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인공지능·콘텐츠·방위산업 등 첨단전략산업 분야의 핵심 기술 개발을 위한 R&D 투자도 역대 최대 규모인 35조 3천억 원으로 19.3% 확대 편성했다"면서 "향후 5년간 150조 원의 국민성장펀드를 조성해 미래 성장의 씨앗인 첨단전략산업 육성을 도모하고, 성장의 혜택을 국민께서 함께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2025.11.4 [국회사진기자단] 연합
 

이 대통령은 "인공지능 시대에는 문화의 중요성이 지금보다 훨씬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세계가 주목하는 우리 문화의 힘을 더욱 키우기 위해 K-컬처 투자도 아끼지 않겠다"며 "K-콘텐츠 펀드 출자 규모를 2000억 원 확대해 문화콘텐츠 산업에 투자하고, 청년 창작자가 생계 부담 없이 창작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국방 분야와 관련해선 "인공지능 기술은 방위산업의 판도도 바꾸고 있다"며 "첨단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 발굴과 R&D 투자로 방위산업을 인공지능 시대의 주력 제조업으로 육성하고, 방산 4대 강국의 발판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내년도 국방 예산을 올해보다 8.2% 증액된 약 66조 3000억 원으로 편성했다.

 

이 대통령은 "재래식 무기체계를 인공지능 시대에 걸맞는 최첨단 무기체계로 재편하고, 우리 군을 최정예 스마트 강군으로 신속히 전환하여 국방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고, 우리의 염원인 자주국방을 확실하게 실현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 연간 GDP(국내총생산)의 1.4배에 달하는 국방비를 사용하고, 전 세계 5위의 군사력으로 평가받는 대한민국이 국방을 외부에 의존한다는 것은 국민의 자존심 문제 아니겠는가"라고 했다.

 

"새로운 기술, 격차 커지는 그늘 드리우기도"
"취약계층 보호하고 국민 생명·안전 지킬 것"

 

이 대통령은 '인공지능 시대'를 열겠다면서도 "새로운 기술 발전은 인류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지만 한편으로는 격차가 커지는 그늘을 드리우기도 한다"며 "시대 변화의 충격을 가장 빨리 가장 크게 받는 사회적 약자와 취약계층을 보호하는 것은 국가의 기본 책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저소득층의 안정적 소득기반 마련을 위해서 기준중위소득을 역대 최대인 6.51% 인상하여 생계급여를 4인 가구 기준 매월 200만 원 이상 지원하도록 하겠다"며 "발달장애인 주간활동 서비스 지원 인원을 확대하고, 장애인 일자리를 대폭 확충하여 자립과 사회 참여의 토대를 공고히 하겠다"고 했다.

 

또 이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관심을 기울여온 국민의 생명과 안전 보호도 재차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더 이상 일터에서 다치거나 목숨 잃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근로감독관을 2000명 증원하고, 일터지킴이를 신설하여 산업재해 사고 발생에 적극 대체하겠다"며 "건설·조선업 등의 산재 빈발 업종은 현장을 상시 점검할 것이다. 1만 7000개소의 영세사업장과 건설현장에는 안전시설 확충도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2025.11.4 [국회사진기자단] 연합
 

재해·재난 예방 및 신속 대응에 대해서도 "전년 대비 1조 8000억 원을 증액한 총 5조 5000억 원을 편성했다"면서 "이제는 국민 모두가 생계와 생명의 위기 앞에 홀로 남겨지지 않는, 기본이 튼튼한 사회를 만들어 가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근본적으로는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평화가 흔들리면 민주주의도 경제도 국민의 안전도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면서 "남북 간 신뢰 회복과 대화 협력 기반 조성을 위해 담대하고 대승적인 노력을 기울여 나가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휴전선 일대에서의 군사적 긴장 완화 노력을 지속하고, 교류협력(E), 관계정상화(N), 비핵화(D)를 통한 '이엔디(END) 이니셔티브'로 평화 공존 공동성장의 한반도 새 시대를 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AI시대 모두가 주역이고 모든 지역이 중심"
"생애주기별 맞춤 지원 촘촘히…균형발전도"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인공지능 시대에는 모두가 주역이고, 모든 지역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며 "연령대별 맞춤형 지원으로 인구구조 변화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출생률 반등을 위해 아동수당 지급 연령을 만 7세에서 2026년 만 8세 이하까지 확대하고, 임기 내 12세 이하까지 늘려 나가겠다"며 "청년미래적금을 신설해 저소득 청년이 저축을 하는 경우  정부가 최대 12%를 매칭 적립하여 청년의 자산 형성을 뒷받침하겠다"고 했다.

 

이어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어르신들이 살던 곳에서 불편함 없이 노후를 보내실 수 있도록 '지역사회 통합돌봄'을 전국으로 확산하고, 노인 일자리도 110만 명에서 115만 명으로 확대하여 사회 참여 기회를 넓히겠다"고 설명했다.

 

또 "국민의 생활비 부담을 덜기 위해  대중교통 정액 패스를 도입하여 교통비 부담을 대폭 낮추겠다"며 "경영안정바우처 지급과 24조 원 규모의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으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균형발전을 위해 "정부는 이번 예산안을 편성함에 있어 수도권 1극 체제로 굳어진 현재의 구도를 극복하고 지역이 성장의 중심이 되어 5극 3특의 새 시대를 열도록 지방우대 재정 원칙을 전격 도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수도권 집중 완화와 국토균형발전을 위해 수도권에서 거리가 멀수록 더 두텁게 지원하도록 설계했다"며 "그 일환으로 아동수당과 노인일자리 등 7개 재정사업을 비수도권 지역에서 더 많이 지원받을 수 있게 설계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인구감소지역 주민께는 월 15만 원의 농어촌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며 "지방정부가 여건에 맞게 스스로 사업을 결정할 수 있는 포괄보조 규모도 10조 6000억 원으로 기존보다는 3배 가량 대폭 확대해서 지방정부 행정의 자율성을 확실히 제고했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이 열린 4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송언석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추경호 전 원내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등을 규탄하며 침묵시위를 하고 있다. 2025.11.4 [국회사진기자단] 연합
 

"AI시대 열고 새로운 백년 준비하는 출발점"
"여야, 국민 위한 진심은 같아…초당적 협력"

 

이 대통령은 연설 말미에 "내년은 '인공지능 시대'를 열고, 대한민국의 새로운 백년을 준비하는 역사적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다가오는 미래가 절망과 불안이 넘치는 세상이 아니라 희망과 기회로 충만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저는 우리 국민의 저력을 믿는다. 그래서 자신 있다"면서 "전쟁의 폐허 속에서 한강의 기적을 일궈냈고, 금 모으기 운동으로 아이엠에프(IMF) 외환위기를 극복해 낸 우리 국민들이 힘을 모은다면 못해낼 일이 뭐가 있겠는가"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시정연설을 '보이콧'했음에도 초당적 협력을 마지막까지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정부는 열린 자세로 국회의 제안을 경청하고, 좋은 대안은 언제든지 수용하겠다"며 "비록 여야 간 입장의 차이는 존재하고 이렇게 안타까운 현실도 드러나지만, 국민과 나라를 위하는 진심은 다르지 않다고 믿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예산안이 법정기한 내에 통과되어 대한민국이 새로운 미래로 나아갈 수 있도록 초당적인 협력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 김성진 기자 >

 

"류희림 전 방심위원장은 사실상 정치 모리배였다"

● COREA 2025. 11. 4. 13:57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강상현 전 방심위원장 "사상 최악의 위원장"

"새 방미심위법 심의기구 독립성 저해 우려"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방미심위)의 위원장을 정무직 공무원화해 이 기구를 사실상 행정기구화한 것은 방미심위의 독립성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근본적인 개혁은 아니고, 류희림 전 방송통신심의위(방심위) 위원장 같은 인사의 있을 수 있는 악행에 긴급 대응하기 위한 ‘류희림 방지법’의 성격이 강해요.”

 

문재인 정부 시절 방심위원장을 지낸 강상현 연세대 명예교수는 “방심위가 방미심위로 재출범했지만 해당 법의 일부 조항만 손댔고, 근본적인 손질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강상현 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 

 

지난 1일 방미심위 설치법이 공포됨에 따라 방미심위 위원장(구 방심위원장)은 정무직 공무원으로 신분이 바뀌었다.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고, 국회 탄핵소추의 대상이 된다. 여전히 민간 기구이지만 공무원인 위원장은 국회의 견제를 받게 된 것이다. 류희림 전 방심위원장 시절엔 이렇다 할 통제 수단이 없었다. 9명인 위원 수는 방심위 시절과 변동이 없다. 위원장·부위원장을 포함한 3명이 상임위원인 것도 종전 방심위와 같다. 위원 추천에 작용하는 정치적 후견주의도 완화되지 않았다.

9명 중 3명은 국회의장이 국회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협의해 추천한 사람을, 3명은 국회 소관 상임위가 추천(여당 1명, 야당 2명)한 사람을 위촉한다. 나머지 3명은 대통령이 위촉한다. 위원장 포함해 방미심위 위원은 아직 위촉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현 12만 건이 넘는 온라인 유해 정보가 심의 대기 중이다.

 

과거 류희림 방심위가 의결한 법정 제재는 법원의 1심 선고가 나올 때마다 취소됐다. 방심위 산하 선거방송심의위원회 제재 포함해 23전 23패다.

 

“방미심위는 권력 및 정치권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내용 규제’ 독립기구라야 합니다. 정부는 내용 규제엔 관여하면 안 돼요. 시스템을 그렇게 만들려면 과거 정부로부터 독립돼 있던 방송위원회를 모델로,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 말고 방미심위의 독립성·공정성을 강화할 독립적인 설치법이 따로 있어야 합니다.”

 

강 교수를 만난 건 지난 10월 21일이었다. 그 후 그의 후임으로 위원장을 지낸 정연주 전 방심위원장과 인터뷰했다. 정 전 위원장 역시 “방미심위 위원장의 신분이 정무직 공무원화한 것 자체에 대해선 썩 찬성하는 편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방미심위는 자율적인 심의 기구로 민간 기구이었을 땐 정부가 직접 개입하지 않는다고 설명을 했는데 위원장이 정무직 공무원이 됐으니 검열기관처럼 비친다”는 것이 이유다.

 

강상현 교수는 방미통위와의 관계에선 예산편성의 독립도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설치법도 예산도 방미통위로부터 독립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MBC만 해도 방문진법(방송문화진흥회법)이라는 특별법으로 경영을 감독합니다. 공영방송 MBC 단 하나만 규제하는 법이죠. 권력 측으로서야 민간 심의 기구지만 행정 규제 기구의 바운더리 안에 둬 방미심위를 통제하고 싶어하죠. 방미심위의 독립성을 저해하는 요인입니다.”

 

그는 또 방미심위로 이름을 바꿈으로써 발생하는 경제적 비용도 막대할 거라고 말했다.

 

“기구명에 미디어를 새로 집어넣었는데 그럼 방송과 통신은 미디어가 아닙니까? 기구 이름을 바꾸면 간판뿐 아니라 로고가 찍힌 양식, 설치물 등을 다 바꿔야 돼요. 방통위·방심위의 이름을 바꿔 이미지를 쇄신, 새 출발할 필요성이 있었겠지만 기존 기구를 하부 규정만 고쳐 재활용하는 길도 있어요.”

 

-현재는 방미통위가 방미심위의 예산도 편성하죠?

 

“민간 기구로서 국가 예산을 써야 하니까 관련 부처인 기존의 방통위가 방심위 예산도 짜는 겁니다. 그러나 방심위는 행정 규제 기구인 방통위의 하부 기관이 아니예요. 위원회 내 위원회가 아니라는 거죠. 단적으로 방심위 인사엔 방통위가 일절 관여하지 않습니다. 위원장·부위원장·상임위원도 방심위 내에서 호선에 의해 뽑아요.”

 

강 교수는 위원장은 공무원인데 구성원은 민간인인 방미심위의 구조도 기형적이라고 말했다.

 

“방미심위원장은 정무직 공무원 신분이니 당정협의에도 가야겠죠. 국무회의에도 들어가야 할지 모르죠. 인사청문회는, 정무직 공무원이 아니더라도 방미심위원장이 고위 공직자인 만큼 규정에 어긋나지 않으면 할 수 있습니다.”

 

그는 방심위원장 재직시 문 정부의 당정협의에 가지 않은 이야기를 들려줬다. 가짜 뉴스 규제와 관련한 당정협의에 오라는 연락을 받았지만 민간 독립기구의 장이라는 이유로 가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신 사무총장을 옵저버로 보내겠다고 했습니다. 무슨 논의가 이뤄졌는지는 알아야 관련 업무에 참고할 수 있기 때문이죠. 이 일로 ‘방심위원장 가만두면 안 되겠다’는 말도 나왔어요. 두 번째 당정협의에 오라는 연락을 받고 나선 잘 아는 국회의원을 통해 설득을 했어요. 사실 집권 여당은 가짜 뉴스에 예민할 수밖에 없어요. 가짜 뉴스가 권력을 겨냥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가짜 뉴스를 규제하려는 측은 늘 집권 여당입니다.

 

그런데 행정 규제 기구인 기존의 방통위는 가짜 뉴스에 관여하면 안 되고 내용 규제 기구인 방심위는 규제할 법적 근거가 없습니다. 그래서 방미심위가 가짜 뉴스를 규제하게 하려면 국회가 법을 만들어야 합니다.”

 

-기존의 방심위가 행정 기구냐 아니냐를 둘러싸고도 논란이 있는데요?

 

“행정적 처분을 내린다는 점에서 행정 기구의 성격도 띠고 있죠. 그렇다고 정부 기구는 아닙니다.”

 

-방미심위로의 개편 후에도 여전한 정치적 후견주의는 어떻게 해소해야 합니까?

 

“민간 독립기구로서의 성격에 맞게 정치권 인사의 위원 추천을 최소화해야죠. 또 3권 분립의 정신을 살리고 심의의 전문성을 강화하려면 정치권 추천 몫을 줄이고 법조계 인사를 늘려야 합니다. 방미심위원장이 정무직 공무원이 되면 정치적 후견주의는 더 강화될 거예요.”

(강 교수의 후임인 정연주 전 방심위원장은 정치적 후견주의와 관련해서는 “원론적으로 국민의 대표인 국회에서 방심위원을 추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적 후견주의라는 용어 자체에 대해서도 썩 좋은 표현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방미심위로 개편했지만 정치 권력에 악용될 가능성 등 심의의 공정성 이슈도 잠복해 있는 거 같습니다.

 

“공정성 심의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합니다. 내용 규제로서의 공정성 심의와 심의의 객관성 자체는 별개의 사안입니다. 심의야 당연히 객관적으로 공정해야 하지만, 내용의 공정성에 대한 심의는 자율 심의의 강화로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해요. 다툼의 여지가 있을 땐 법적으로 따지는 게 좋고요.”

 

-류희림 전 방심위원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요?

 

류희림 전 방심위원장

 

“방심위 사상 최악의 위원장이죠. 권력의 하수인이자 친위대로서 언론 특히 방송을 심의를 이용해 통제한 사실상 정치 모리배였어요. 정치 심의, 편파 심의를 했고 특히 전방위적인 이른바 민원 사주의 경우 위원장으로서 마땅히 막아야 할 일인데 그 패악질을 스스로 자행했죠. 몰상식의 극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민원 사주는 형사처벌감이지 않습니까?

 

“직권남용이죠. 그밖에도 규정을 위반한 것들이 많을 거예요. 그런 사람이 방심위원장이 됐다는 것 자체가 수치스러운 일이죠.”

 

강 교수는 언론학자 출신이다.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로 있으면서 이 대학의 언론홍보대학원장·커뮤니케이션대학원장을 지냈다. 학교 밖에서는 언론정보학회장, 방송학회장, 국회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 공동위원장 등을 역임한 참여파 학자이기도 하다.

 

“교수의 세 가지 역할이 연구, 교육 그리고 사회봉사입니다. 사회봉사의 연장에서 우리나라가 디지털 전환을 하는 과정에서 우리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죠.”                                                                                      < 이필재 기자 >

 

[여론조사꽃] 성공적 아펙에 대통령 지지도 3.9%p 상승

‘법 왜곡죄’ 도입 찬성, 전화면접조사 81.6% ARS 72.4%
 극우 혐중 시위는 ‘국익·품격 훼손’ 시각에 65.4% 공감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정상회담에 앞서 트럼프 굿즈 전시품을 관람하고 있다. 2025.10.29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합
 

국민 여론은 아펙 정상회담 기간 중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의 관세 협상이 성공적이었다고 여기고 있으며 특히 미국으로부터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 받은 사실을 압도적으로 환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지지도도 오름세를 탔다.

 

‘여론조사꽃’이 10월 31일부터 11월1일까지 전국 남녀 18세 이상 1004명(진보 262명, 중도 436명, 보수 258명)을 대상으로 한미 정상회담 관세 협상에 대한 국민 인식을 조사한 결과, 전화면접조사 기준 ‘국익을 지킨 성공적인 협상’이라는 응답은 63.9%, ‘국익을 내준 실패한 협상’이라는 응답은 24.6%로 집계됐다. 두 응답 간 격차는 39.3%p로, 국민 10명 중 6명 이상이 이번 관세협상을 ‘성공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나타났다.(표본오차: ±3.1포인트, 95% 신뢰수준. 기타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한미 관세협상, 국민 10명 중 6명 ‘성공적 협상’ 평가
전 지역·전 세대 긍정 우세, ARS조사의 20대만 비판적

 

권역별로는 모든 지역에서 ‘성공적 협상’ 응답이 앞서거나 우세했다. 특히 호남권이 78.4%로 가장 높았으며, 수도권, 충청권, 부·울·경, 강원·제주에서도 ‘성공적 협상’ 응답이 ‘실패한 협상’의 두 배 이상을 기록했다. 대구·경북 역시 ‘성공적 협상’이란 응답이 앞섰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30대부터 60대까지 모든 연령대에서 ‘성공적 협상’이 60%를 넘겼다. 정당 지지층별로는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의 92.4%가 ‘성공적 협상’이라고 평가한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의 61.5%는 ‘실패한 협상’이라고 응답해 대립이 뚜렷했다. 무당층에서는 ‘성공’ 35.7%, ‘실패’ 32.2%, ‘모름’ 32.1%로 팽팽하게 갈렸다. 이념성향별로는 진보층(87.5%)과 중도층(68.0%)은 ‘성공적 협상’이라 응답한 반면, 보수층(50.0%)은 ‘실패한 협상’ 응답이 많았다.

 

같은 시기에 1011명(진보 254명, 중도 436명, 보수 22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ARS조사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확인됐다. ‘성공적 협상’ 57.9%, ‘실패한 협상’ 29.6%로, 두 응답 간 격차는 28.3%p였다.

 

연령별로는 30대 이상 모든 연령대에서 ‘국익을 지킨 성공적 협상’이라고 응답했다. 특히 50대(79.3%)가 가장 높았고 40대(69.9%), 60대(59.4%)가 협상 결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반면 18~29세(47.4%)는 ‘실패한 협상’이라는 응답이 유일하게 앞섰고, 특히 18~29세 남성의 54.5%가 ‘실패한 협상’이라고 응답해 세대 간 인식 차이가 뚜렷했다.

 

핵잠수함 ‘긍정’, 초당적 ‘국방 자주역량 강화’ 공감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 받았다. 이에 대한 국민의 평가를 묻는 전화면접조사에서 ‘긍정적’이라는 응답은 87.2%, ‘부정적’이라는 응답은 9.4%로 집계됐다. 긍부정 격차는 77.8%p로, 국민 10명 중 9명 가까이가 이번 결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이다. 특히 ‘매우 긍정적’이라는 응답은 49.7%로 절반에 육박해, 핵잠수함 건조 승인에 대한 국민적 기대감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모든 권역에서 ‘긍정’응답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호남권(96.9%)은 물론 대구·경북(77.8%)에서도 절반을 훌쩍 넘겼다. 연령별로는 전 세대에서 ‘긍정’ 응답이 압도적으로 우세했다. 정당지지층별로는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의 96.4%, 국민의힘 지지층의 74.0%, 무당층의 76.9%는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이념성향별로는 진보층(95.9%)과 중도층(91.2%) 보수층(75.4%) 모두 ‘긍정’응답이 높아 진영을 초월한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분석된다.

 

같은 시기 ARS조사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나타났다. ‘긍정’은 80.3%, ‘부정’은 15.3%로, 두 응답 간 격차는 65.0%p에 달했다. 특히 ‘매우 긍정적이다’는 응답이 62.1%로 과반을 넘어, 핵잠수함 건조 승인에 대한 국민적 기대감이 뚜렷하게 반영됐다.

 

대통령 국정운영: 중도층과 수도권 중심으로 ‘긍정평가’ 확산
‘더불어민주당’ 54%대 안정세, ‘국민의힘’ 지지도 소폭 하락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운영 평가는 전화면접조사 기준 ‘긍정’ 69.1%, ‘부정’ 29.2%로 나타났다. ‘긍·부정’ 격차는 39.9%p. 지난주 조사에 비해 ‘긍정’은 3.9%p 오르고 ‘부정’은 4.2%p 내렸다.

 

 

권역별로는 대구·경북을 제외한 모든 권역에서 ‘긍정’ 평가가 우세했다. 호남권이 87.5%로 가장 높았고 경인권(74.8%), 강원·제주(70.8%), 충청권(67.1%), 서울(65.1%), 부·울·경(62.8%) 순으로 60% 이상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대구·경북은 ‘긍·부정’평가가 팽팽한 접전을 보였다.

 

정당 지지층별로는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의 96.9%가 ‘긍정’, 국민의힘 지지층의 72.8%는 ‘부정’을 택해 극명한 대비를 보였다. 무당층은 ‘긍정’ 50.0% 대 ‘부정’ 41.9%로 ‘긍정’이 앞섰다. 이념성향별로는 진보층(91.7%)과 중도층(74.9%)에서는 ‘긍정’평가가 높았고, 보수층에서는 ‘부정’평가(60.0%)가 우세했다. 특히 중도층의 ‘긍정’은 2.4%p 상승(74.9%), ‘부정’은 3.4%p 하락(22.9%)해, ‘긍·부정’ 격차가 52.0%p로 확대됐다.

 

같은 기간 ARS조사에서도 ‘긍정’ 62.5%(3.7%p↑), ‘부정’ 35.4%(4.6%p↓)로, ‘긍·부정’ 격차는 27.1%p로 확대됐다. 연령별로는 6.5%p 상승한 50대(79.2%)와 40대(72.2%)가 특히 높았고, 5.5%p 상승한 70세 이상(63.9%) 과 60대(61.9%), 30대(55.3%) 역시 ‘긍정’이 과반을 기록하며 우세했다. 18~29세는 ‘긍정’(36.2%)이 5.4%p 상승, ‘부정’(56.3%)이 12.2%p 하락하며 격차가 크게 줄었다. 성별로는 남성(57.3%)과 여성(67.6%) 모두 ‘긍정’평가가 우세했다.

 

 

정당 지지도 전화면접조사 결과, ‘더불어민주당’은 54.6%(2.1%p↑), ‘국민의힘’은 28.6%(1.6%p↓)로 집계됐다. 양당 모두 횡보세를 유지했으나, 격차는 26.0%p로 전주(22.3%p) 대비 3.7%p 더 벌어졌다.

 

같은 기간 ARS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이 54.1%(2.5%p↑), ‘국민의힘’은 32.6%(3.6%p↓)로 조사되며 양당 간 격차는 21.5%p로 확대됐다. 연령별로는 ‘더불어민주당’이 18~29세, 50대, 70세 이상에서 상승했고, 30대 이상 모든 연령대에서 우세를 보였다. 이념성향별로는 진보층(83.9%), 중도층(52.9%)은 ‘더불어민주당’이, 보수층(66.5%)은 ‘국민의힘’이 우세했다. 중도층은 ‘더불어민주당’이 0.6%p 상승(52.9%), ‘국민의힘’은 3.7%p 하락(30.0%)하며 격차가 22.9%p로 확대됐다.

 

사법 왜곡 판·검사 형사처벌 대상’ 여론 확산…‘법 왜곡죄’ 압도적 찬성

 

‘더불어민주당’은 판사와 검사가 증거를 조작하거나 사실관계를 왜곡할 경우, 형사처벌할 수 있도록 ‘법왜곡죄’를 도입하려 하고 있다. 이에 대한 전화면접조사 결과 81.6%가 찬성(반대 15.8%)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진보층의 93.8%가 찬성(반대 4.5%)하고, 보수층도 69.3%가 찬성(반대 28.4%)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 지지층의 95.9%, 국힘 지지층의 60.9%도 찬성.

 

ARS조사에서도 찬성 72.4%, 반대 21.7%로 찬성이 압도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진보층의 91.8%, 보수층의 53.3%가 찬성하는 등 비슷한 결과를 보였으나 지지 정당별로는 민주당 지지층 96.4%가 찬성한 반면 국힘당 지지층은 37.2%(반대 51.6%만 찬성했다.

 

 

중국과의 관계 개선 필요성 ‘공감’ 72.3% ARS도 66.5%
20대 남성만 유일하게 ‘비공감’ 다수

 

우리나라가 중국과의 경색된 관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에 대한 국민 인식을 조사한 결과, 전화면접조사 기준 ‘공감한다’는 응답이 72.3%, ‘공감하지 않는다’ 26.1%로 나타났다. 특히 ‘매우 공감한다’는 응답은 38.3%로 가장 높았고, 양 응답 간 격차가 46.2%p로 국민 10명 중 7명 이상이 중국과의 관계 개선 필요성에 ‘공감’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령별로는 30대 이상 모든 연령층에서 ‘공감’이 우세했다. 40대(86.8%)와 50대(85.0%)가 특히 높았고, 60대(79.3%), 70세 이상(73.3%), 30대(59.4%) 순이었다. 반면, 18~29세는 ‘비공감’(54.2%)이 ‘공감’(42.6%)을 앞선 유일한 세대였다. 성별로는 남성(74.4%)과 여성(70.2%) 모두 유사한 수준으로 ‘공감’응답을 보였다.

 

정당지지층별로는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의 92.1%가 압도적 ‘공감’을 보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의 55.4%는 ‘공감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다만 ‘공감’응답도 42.7%로 적지 않았다. 무당층은 ‘공감’ 51.5% 대 ‘비공감’ 44.4%로 ‘공감’응답이 앞섰다. 이념성향별로도 진보층(86.9%), 중도층(76.1%), 보수층(55.1%) 모두 ‘공감’ 응답이 앞서거나 우세했다.

 

같은 시기 ARS조사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공감’이 66.5%, ‘반대’는 29.6%로, 두 응답 간 격차는 36.9%p였다. 즉, 국민 3명 중 2명 이상이 중국과의 관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인식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든 세대에서 ‘공감’이 높았으나 18~29세(54.7%)는 ‘비공감’이 유일하게 우세했으며, 특히 18~29세 남성(65.2%)은 ‘공감하지 않는다’고 응답해 세대간 인식 차가 드러났다.

 

혐중 시위에 대해서도 18~29세 남성 71.9%가 ‘괜찮다’

 

극우단체들의 혐중 시위가 우리나라 국익과 품격을 훼손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한 국민 인식에 대한 전화면접조사에서도 ‘공감한다’는 응답은 65.4%, ‘공감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32.0%로 나타났으나 18~29세와 70세 이상은 두 응답이 팽팽하게 갈렸으며 특히, 18~29세 남성과 70세 이상 여성에서 ‘비공감’이 우위를 보였다. 이념성향별로는 진보층(80.2%)과 중도층(73.7%)은 ‘공감’ 응답이 압도적으로 높았으며, 보수층은 ‘비공감’(54.6%)응답이 ‘공감’(42.4%)을 앞섰다.

 

같은 기간 ARS조사 결과 ‘공감한다’는 응답은 64.2%, ‘공감하지 않는다’라는 응답은 31.8%로 나타났다. 이 조사에서도 18~29세는 ‘비공감’ 응답이 더 높았으며 특히 18~29세 남성의 71.9%가 공감하지 않는다고 압도적으로 응답해 젊은 남성층에서만 ‘비공감’ 여론이 두드러졌다. 30대 남성은 공감 48.1% 대 비공감 49.6%이 팽팽했다.        < 강기석 기자 >

 

사법개혁 '마지막 퍼즐'…법원행정처 폐지 추진

인사·예산 등 독점하는 제왕적 대법원장 혁파
사법행정에 민주 통제 도입…재판 독립 강화
이탄희 발의했던 법원조직법 개정안 바탕으로
비법관 다수 참여하는 사법행정위원회 설치
전현희 "가칭 '사법행정 정상화법' 연내 발의"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3일 국회에서 열린 사법불신 극복·사법행정 정상화TF 출범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11.3. 연합
 

여당이 사법개혁의 '마지막 퍼즐'로 불리는 '법원행정처 폐지'를 추진한다.

 

소수 엘리트 법관이 모여 법관 인사 관리까지 손에 쥐는 현행 법원행정처 체제는 대법원장의 제왕적 권력 핵심이자, 폐쇄적이고 수직적으로 사법부를 통제하는 수단으로 여겨졌다.(☞관련 기사 : 법원행정처는 폐지되어야 한다) 대법원장의 막강한 권한을 뒷받침하는 만큼 개혁에 대한 요구가 오랫동안 있었지만, 번번이 불발됐다.

 

여당은 기존 5대 사법개혁 과제(☞관련 기사 : 조희대 사법쿠데타 진압할 개혁안 닻 올렸다)와 함께 법원행정처 폐지를 추진함으로써, 사법행정에도 민주적 통제 장치를 도입하고 법관의 독립적인 재판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대법원장에게 집중된 인사·예산 권한 분산"

 

더불민주당은 3일 사법행정 개혁 논의를 주도할 '사법불신 극복·사법행정 정상화 태스크포스(TF)'를 발족했다.

 

정청래 당 대표는 TF 출범식에서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 농단 및 재판 거래 ▲조희대 대법원장 체제에서 벌어진 사법부의 대통령 선거 개입 등을 비판한 뒤, "공적 권한이 견제 없이 집중될 때 부패가 발생하고, 자정 능력도 없다"면서 "사법부도 예외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사법부 독립'을 강조하는 조희대 대법원장을 향해 "사법부 독립은 작년 12월 3일 비상계엄 내란의 밤 때 지금보다 더 크게 외쳤어야 한다. 계엄이 성공하면 계엄사령부 발밑에 사법부가 들어가게 되고 사법부 독립은커녕 사법부의 존재 자체가 부정당하는 위기 상황에서 대법원은 그때 사법부 독립을 왜 외치지 않았느냐"며 "그러니 사법부가 불신을 받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 13일 국회 법사위 대법원 국정 감사장에서 눈을 감은 채 입을 꾹 닫고 있다. 연합
 

정 대표는 "이런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그 해법은 구조 개혁"이라며 "특정 개인의 도덕성에 기대는 방식으로는 제도적 결함을 해결할 수 없다. 제도의 설계가 곧 공정성을 담보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행 법원행정처 체제는 대법원장의 절대권력 아래, 폐쇄적이고 위계적인 운영 방식으로 판사들의 독립적 판단을 위축시키고 재판에 대한 외부 영향 가능성을 키워 왔다"며 "판사 한 명 한 명은 헌법 기관이고 헌법과 법률, 양심에 따라 재판해야 한다. (그러나) 법원행정처는 너무 수직화돼 있고, 폐쇄적"이라고 지적했다.

 

정 대표는 "그런 점에서 이탄희 전 의원이 제기한 '사법행정위원회' 설치를 심도 있게 재검토하겠다"며 "대법원장에게 집중된 인사·예산 권한을 분산하고 외부 참여자를 포함해 법원 운영에 대한 의사결정 구조를 투명하게 만드는 것이 진정한 사법 독립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법원행정처 폐지…사법행정위원회 설치

 

정 대표가 언급한 '사법행정위원회' 설치는 이탄희 전 민주당 의원이 21대 국회였던 지난 2020년 7월 발의한 법원조직법 개정안에 담긴 주요 내용이다.

 

법안 발의 당시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 농단 및 재판 거래 의혹이 3년이 지났지만, 사법농단에 연루된 판사들은 줄줄이 무죄 판결을 받고 법원 개혁 법안들은 무산되는 상황이었다. 이에 이 전 의원은 제왕적 대법원장, 법관의 관료화 문제 등의 해결을 위해 법원행정처를 폐지하고, 비(非)법관 위원이 다수를 차지하는 사법행정위원회를 신설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국회에 설치된 사법행정위원회 위원 추천위원회를 통해 사법행정위원회 위원들을 선출하도록 함으로써,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시민들의 다양한 의사를 사법행정에 반영하도록 하는 내용 등이 함께 담겼다.

 

21일 국회에서 열린 정치개혁특별위원회 법안심사제2소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이 의사진행 발언을 하고 있다. 2023.11.21. 연합
 

이러한 입법은 당시 대법원의 공감 속에서 추진됐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2018년 9월 "임기 중 법원행정처를 폐지하고 사법행정회의를 설치하겠다"고 밝혔고, 그에 앞서 같은 해 7월 대법원 산하 사법발전위원회도 "주요 사법정책 수립 및 집행에 국민과 법관의 의사를 반영하기 위해 민주적으로 구성된 선진국형 합의제 사법행정 의사결정기구를 둘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나 20대 국회에서 임기 만료로 관련 법안이 폐기됐고, 21대 국회에서 이 전 의원이 발의한 법안도 끝내 결실을 맺지 못했다. 입법이 더딘 상황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은 2019년 7월 규칙 개정을 통해 사법행정 과정에 외부 전문가를 참여시키는 사법행정자문회의를 출범시켰지만, 이마저도 조희대 대법원장 체제에서 폐지를 검토하는 등 유명무실하게 됐다. 

 

이번에 법원행정처 폐지를 골자로 하는 입법이 추진된다면, 대선 개입 의혹을 받고 있고 있음에도 여전히 제왕적 기득권을 유지하고 있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을 대폭 축소할 것으로 기대된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달 20일 발표한 사법개혁안을 통해서도 대법관 추천위원회에 대한 대법원장의 권한을 줄이겠다고 한 바 있다. 여기에 판사가 수사·기소·재판 과정에서 무죄를 유죄로 만들거나 그 반대 목적으로 법령을 왜곡할 경우 처벌하는 '법 왜곡죄'(형법 개정안)까지 도입된다면 사법부에 대한 견제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3일 국회에서 열린 사법불신 극복·사법행정 정상화TF 출범식 후 열린 첫 회의에서 전현희 TF 단장이 발언하고 있다. 2025.11.3. 연합
 

"사법행정 정상화는 개혁 완성하는 마무리 투수"

 

사법불신 극복·사법행정 정상화 TF 단장을 맡은 전현희 민주당 의원은 출범식에서 "재판, 인사, 예산, 행정 등 모든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의 권한을 분산하는 민주적 통제 절차가 필요하다"면서 "재판의 독립은 외부로부터의 독립도 중요하지만, 내부로부터의 독립이 더 중요하다. 그것이 진짜 사법 독립을 보장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전 의원은 "이번에야말로 대법원장이 본연의 업무인 대법원의 재판장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할 때"라면서 "사법행정 정상화 TF를 국민의 명령인 사법개혁을 완성하는 마무리 투수로 규정한다"고 강조했다.

 

전 의원은 거듭 "대법원장을 최정점으로 한 사법 피라미드를 해체하는 것이 사법개혁의 본질이다. 사법행정과 예산, 그리고 판사 3584명 인사권을 쥐고 있는 제왕적 대법원장 제도를 반드시 혁파해야 한다"라고 강조하면서 "사법행정을 정상화하기 위한 모든 경우의 수를 열어놓고 충분한 숙의와 공론화 과정을 거치겠다"고 했다.

 

전 의원은 속도감 있는 개혁을 약속했다. 그는 "개혁은 정교하되 지체되어선 안 된다. 연내 발의를 목표로 오늘부터 가칭 '사법행정 정상화법' 논의에 착수하겠다"며 "사법부가 민주주의와 인권의 최후 보루로서, 진정한 사법 독립을 실현할 수 있도록 무거운 책임감으로 임하겠다"고 말했다.                            < 김성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