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대표 "누구도 피할 길 없는 국민적 요구"
'법사위 강경파 주장' '지도부 온도차' 보도 일축
"지귀연 판사 현 속도로 재판하면 윤석열 또 석방"
"법사위에서 신속히 논의해달라…법원 자업자득"
황명선 최고위원도 "민주당이 반드시 설치할 것"

법사위, 법안1소위에 내란특별법 회부 본격 심사
특검 청구 영장부터 ‘특별영장전담법관’이 맡도록
1·2심 모두 3개월 내 선고…재판 녹음·촬영 허용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9.5. 연합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5일 '내란 전담 특별재판부' 설치를 '피할 길 없는 국민적 요구'라고 표현하며 당 차원의 추진 의사를 비교적 뚜렷하게 표명했다. 지난달 28일 국회 법사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 법원의 한덕수 전 총리 구속영장 기각을 계기로 내란특별재판부를 신속히 설치하기로 결의하자 다수 언론은 이를 '당내 강경파'의 주장 정도로 축소하며 지도부는 이와 거리를 두는 듯 '이견' '온도차' 등의 보도를 해왔다. 이에 정 대표가 직접 나서 법사위원들에게 확실하게 힘을 실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정 대표는 이날 국회 본청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씨의 출퇴근 재판을 막아야 한다. 지귀연 판사가 날짜 대신 시간으로 계산한 해괴한 논리, 말도 되지 않는 이유로 윤석열 씨를 석방한 직후 대통령 경호처가 1분당 1000발의 총알을 발사할 수 있는 자동소총 200정을 구매하려 했던 사실이 밝혀졌다"며 "내란 우두머리 피의자를 위해 국민 혈세 22억 5000만 원을 들여 5.56mm 150정과 9mm 50정 구매 계획을 세웠다는 것인데 총격전이라도 하겠다는 것이었나? 이런 위험천만한 윤석열 씨가 다시 석방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문제의 지귀연 판사는 윤석열 내란재판을 '침대 축구'로 일관하고 있다. 지금 같은 속도로 재판을 한다면 윤석열은 구속 기간 만료로 또 석방돼 감옥 밖으로 나와 출퇴근하며 재판을 받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를 막아야 한다"면서 "어제 법사위에서 3대 특검 개정안이 통과됐고 내란 전담 특별재판부 설치를 골자로 하는 내란특별법이 법안1소위에 회부돼 심사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더 큰 문제는 지귀연 판사의 윤석열 재판이다. 정말 이러다가 윤석열이 다시 석방돼 길거리를 활보하고 맛집 식당을 찾아다니는 광경을 또 목격할까 국민들은 두렵고 법원에 분노하고 있다"며 "내란 전담 특별재판부를 설치하라는 국민적 요구를 어느 누구도 피할 길은 없어 보인다. 법사위에서 신속하게 논의해주기 바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조희대 대법원장의 번갯불에 콩 볶아 먹는 듯한 지난 대선 때의 (이재명 후보) 선거법 파기 재판, 대선 개입 의혹, 지귀연 판사의 윤석열 석방 등을 생각해보면 법원 개혁, 사법 개혁에 대한 국민적 여론은 어쩌면 법원이 자초한 것인지도 모르겠다"며 "다 자업자득"이라고 덧붙였다.

 

지귀연 판사(왼쪽)와 조희대 대법원장. 연합자료사진 편집

 

황명선 최고위원도 지도부의 일원으로서 당의 방침을 명확하게 공언했다. 그는 "내란전담재판부를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 룸살롱 의혹 지귀연 판사는 내란재판에서 즉각 손 떼라"며 "법원행정처는 내란전담재판부가 사법권 침해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목청을 높였다.

 

이어 "우리 헌법 102조는 사법권을 법원에 부여하면서 동시에 법원의 조직을 국회가 만든 법률에 의해 정하도록 하고 있다. 내란전담재판부는 새로운 법원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라며 "헌법의 테두리 안에서 기존 법원 내에 내란 사건만 전담하는 '부(部)'를 설치하는 것이다. 이는 법원조직법이 인정하는 구조이고 대법원장이 임명한 판사들로 구성된다"고 설명했다.

 

황 최고위원은 "따라서 내란전담재판부는 헌법적 문제가 전혀 없다. 오히려 내란 사건의 성격상 피고인인 윤석열이 임명한 법관이 공정성을 훼손할 수 있기에 이를 배제하고 신속하고 투명한 재판을 보장하는 것이 헌법 정신에 더 충실하다"면서 "국민이 요구하는 것은 정의로운 재판이고 헌정질서 회복이다. 내란 사건 재판을 더 이상 지연시킬 수 없다. 민주당은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내란전담재판부를 반드시 설치하겠다"고 확언했다.

 

박찬대 의원이 대표 발의한 내란특별법, 즉 '12·3 비상계엄의 후속 조치 및 제보자 보호 등에 관한 특별법안' 조문 일부

 

정 대표가 언급한 대로 국회 법사위는 전날 전체회의를 열어 박찬대 의원이 대표 발의한 내란특별법, 즉 '12·3 비상계엄의 후속 조치 및 제보자 보호 등에 관한 특별법안'을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주도로 상정한 뒤 대체토론을 거쳐 법안심사1소위원회에 회부했다. 국민의힘은 내란특별재판부를 위헌적인 '인민재판소'라고 규정하며 강력 반발하고 있지만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위헌 요소가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정 대표까지 나서 "법사위에서 신속하게 논의해달라"고 주문한 만큼 이제 본격적인 특별법 심사에 착수해 최대한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 법은 12·3 비상계엄과 관련해 ▲(특검) 수사 단계에서 영장 청구는 서울중앙지법 특별영장전담법관이 전담 ▲1심 재판은 서울중앙지법에 3인 판사로 구성된 특별재판부를 설치해 전담하고 공소제기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선고 ▲항소심 역시 서울고등법원에 특별재판부를 설치해 심리하고 1심 선고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선고 ▲재판 과정의 녹음·녹화·촬영 및 언론 브리핑 허용 ▲특별재판부 구성 및 영장전담법관 임명을 위해 국회, 법원, 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해 총 9인 위원으로 구성되는 특별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 설치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내란특별재판부 도입은 민주당 8·2 전당대회 당시 당권주자였던 정 대표의 공약 사항이기도 하다. 정 대표는 지난 7월 24일 페이스북에서 "법원에 지귀연 판사 같은 류가 있고, 내란 피의자 상습적 영장 기각 판사류가 암약하고 있는 한 내란특별재판부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내란 척결의 훼방꾼들은 또 하나의 내란 동조 세력일 뿐이다. '내란특판'을 도입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 김호경 기자 >

 
 

권성동과 대북송금 사건 조작 모의 작심 폭로
KH그룹 조경식 부회장 국회 청문회 증언대에
"배상윤 귀국시켜 이재명 이름 부르게 하려 해"
"권성동 48억 원 로비하고 사진 찍은 인물 있다"

48억 로비 목격한 제3자, 법무법인 고문 출신
"이화영 끌어넣어야 이재명 잡을 수 있다고 해"
"이철규와 알펜시아 때문에 이 사달 벌어졌어"
알펜시아 골프장 운영권 등도 함께 로비한 듯
조경식 "검찰의 파렴치한 압박에 거짓 진술해"

 

조경식 전 KH그룹 부회장(왼쪽)이 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 1소위원회에서 열린 검찰개혁 입법 청문회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오른쪽)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5.9.6. 국회방송 갈무리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사건에 연루된 KH그룹 조경식 전 부회장이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과 만나 KH그룹 회장 배임·횡령 수사 무마를 논의하고, 이를 위해 이재명 대통령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를 사건에 엮어 검찰에 넘기기로 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KH그룹 쪽에서 권 의원에게 검찰 로비 등을 명목으로 48억 원을 건넨 모습을 목격한 제3의 인물도 지목했다. 조 전 부회장 증언대로 거액의 돈을 받고 정치권과 검찰이 결탁해 사건을 조작했다면 담당 검사 등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가 필요해 보인다.

 

"배상윤 귀국시켜 이재명 거론하게 하려 해"

 

조 전 부회장은 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 1소위원회에서 열린 검찰개혁 입법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지난해 7월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에서 권 의원과 만나 대북송금 사건을 모의한 내용에 대해 폭로했다.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 다시 한번 (권성동과) 대화 나눈 내용을 정리해 주십시오.

▶KH그룹 조경식 전 부회장 (롯데호텔에서) 일단 국제전화 통화를 했습니다, 배상윤과 (권성동이). 배상윤 회장이 그 전에 한국에 있을 때 (국외로) 도망가기 전에 두 번을 '권 박사'(권성동을 지칭)와 식사를 한 경험이 있더라고요.

전화를 바꿔주자마자 의원님하고 서로 얘기를 하는데, 권 박사가 (배상윤 회장에게) 이제 '알았으니까 자네 건강이나 잘 챙겨 그러고 있어' 그리고 '모든 건 조 부회장하고 얘기 다 끝났으니까 그렇게 마무리할 테니까'라고 했습니다. 

그 '마무리'라는 건 뭐냐. 배상윤 회장이 공항을 자진 입국해서 들어오면서 기자 인터뷰를 하는 걸로 시작을 해서 누군가를 이름을 거론을 시키고 (중략) 들어와서 구속이 되면 3개월 정도 구속돼 있다가 병원으로 일단 뺐다가, 불구속으로 재판을 받으면서 너희(KH)가 생각하는 3년의 실형은 살게 해줄게, 그것만 (살게 해줄게). 거기까지 얘기가 그날 대화의 중점 내용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 그날 대화한 중점 내용입니까? 

▶KH그룹 조경식 전 부회장 예, 맞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 충격적이네요. 그러면 배상윤이 들어오면서 누구의 이름을 얘기하는 거였나요, 공항에서? 

▶KH그룹 조경식 전 부회장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 네

▶KH그룹 조경식 전 부회장 이 자, 재 자, 명 자입니다. (그리고) 이화영. (이재명과 이화영) 두 분의 이름입니다.

 

조 전 부회장의 입에서 '이재명'과 '이화영'이라는 이름이 언급되자 잠시 장내가 술렁였다. 서 의원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가 "하…"라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오늘 말씀은 전부 다 사실이냐" 물었고, 조 전 부회장은 "있는 그대로 말씀 드렸다"고 답변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왼쪽)과 KH그룹 부회장 조경식 씨가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호텔에서 만난 모습. 2025.6.30. 시민언론 뉴탐사 보도 갈무리

 

"권성동 48억 원 로비 목격자 있다"

 

조 전 부회장은 권 의원이 대북송금 사건 검찰 로비를 명목으로 48억 원을 건네받았다는 의혹과 관련, 이를 목격한 제3의 인물이 있다고 처음 밝히기도 했다. 제3자가 있다는 것은 로비 의혹의 신빙성을 높이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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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전 부회장의 의혹 제기는 권 의원과 나눈 통화 녹취나 롯데호텔 로비 인근에서 찍힌 사진 등으로 간접 입증됐지만, 권 의원은 그간 자신에게 제기된 의혹에 대해 조 전 부회장이 이 대통령과 민주당 의원들의 정치자금 수수 의혹을 제보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반박해왔다.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 48억은 우리 조경식 회장님이 말씀하신 액수인가요? 

▶KH그룹 조경식 전 부회장 그쪽에서 요구한 겁니다.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 아, 그쪽에서 요구한 겁니까? 그쪽이라고 하시면.

▶KH그룹 조경식 전 부회장 권 박사님의 '베프'(베스트 프렌드, 친한 친구)가 있습니다. 강원도 영월의 황성일이라고요. 그 친구는 저의 사회 친구고요. 그 친구의 소개로 (권 의원을) 만나서 일을 부탁드렸고, 저희 KH회장이 아시겠지만 적색수배자로 지금 캄보디아에 도망가 있습니다. 귀국하는 구명을 위해서 (권성동 의원을) 뵙게 됐고, 거기에 대해서 금전은 원래는 20억에서 마무리 지을라 그랬던 건데 황성일이가 중간에 끼어들면서 (커졌습니다)… (회의장 전광판에 나온) 저 사진이 그 롯데호텔 로비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 롯데호텔 로비에 누군가 찍어준 사진이군요. 

▶KH그룹 조경식 전 부회장 (롯데호텔) 커피숍에서 만났을 때 말씀 내용이 있고 그 당시입니다. 저 사진.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 2024년 7월에 찍어준 사람이 황성일이라고 하는 사람인가요? 

▶KH그룹 조경식 전 부회장 예, 맞습니다.

 

조 전 부회장은 목격자로 지목한 황성일 씨를 통해 권 의원에게 돈을 건네는 사진을 찍으려고 했지만, 해당 사진은 없다고 밝혔다. 돈을 건네는 장면이 아닌 자신의 맞은편에 권 의원이 앉아 있는 모습만 찍혀서 황 씨를 질타했다고도 말했다.

 

다만 사진과는 별개로, 조 전 부회장이 언급한 목격자 황 씨의 과거 이력이나 배경은 권 의원을 통한 로비 정황을 뒷받침한다. <시민언론 민들레> 취재를 종합하면, 조 전 부회장이 '권 의원의 베프'라고 주장한 황 씨는 강원도 영월군을 기반으로 활동하며, 과거 법무법인에서 고문을 지낸 경력이 있다.

 

익명을 요구한 지역 정가 관계자는 "지역에선 황 씨가 염동열 전 의원과 인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권 의원과의 관계는 모르겠지만, 염 전 의원은 권 의원과 고교 동문"이라고 언급했다. 이 관계자의 발언과 조 전 부회장 증언, 황 씨의 이력 등을 종합하면, 황 씨가 권 의원을 통하는 창구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

 

황 씨는 <민들레>와 두 차례 통화에서 "조경식을 모른다"고 거듭 부인했지만, 조 전 부회장와 황 씨가 나눈 문자 메시지에는 "경식아"라고 친근하게 부르거나 "친구야"라고 부르는 등 가깝게 지낸 흔적들이 여럿 나온다. 또 공교롭게 조 전 부회장이 '권성동의 또다른 연락책'이라고 지목한 변호사 ㄱ씨 역시 황 씨와 같은 법무법인 출신이었다. ㄱ씨가 과거 여러 차례 조 전 부회장을 구치소에서 만난 사실도 접견 기록으로 확인된다.

 

조경식 전 KH그룹 부회장과 황성일 씨가 나눈 문자 내용. 2025.9.6. 탐사보도그룹 워치독

 

아울러 조 전 부회장의 통화 녹취에서도 황 씨를 통해 로비하려고 한 정황이 나온다. 지난 2023년 10월 28일 조 전 부회장이 지인 김아무개 씨와 나눈 통화 녹취를 보면, 쌍방울그룹 김성태 전 회장 석방을 논의하던 중 "권성동과 얘기해야 하는데, 황성일이가 (중략) 이화영이랑 했던, 지금 (검찰)조사받은 내용 말고 다른 소스(혐의)가 있냐, 좀 정확하게 그런 거를 좀 해줄 게 있냐고 한다. 그러면은 황성일이가 (권성동 통해 검찰에) 얘기 하겠다고 한다"고 언급하는 대목이 나온다.

☞관련 기사 : [단독]"이화영 정보 주고 권성동 통해 검찰과 협의하자"

 

서 의원은 이와 관련해 "이화영 소스와 쌍방울 수사를 딜(거래)하는 검찰과의 시도가 있었느냐"고 물었고, 조 전 부회장은 "그게(시도한 게) 권 박사 쪽 사람"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조 전 부회장은 "이화영을 끌어 넣어야지만이 쌍방울을 살려준다는 얘기했다"며 "그 윗선(이재명)을 잡을 수 있으니까 단계적으로 이렇게 해야 된다 했다"고 부연했다.

 

서 의원이 거듭 "검찰이 쌍방울 사건을 적당히 봐줄 테니, 이화영을 엮어 넣어야 하고 이것으로 이재명도 엮어 넣어야 한다는 구도가 그려졌고, 그 구도는 권성동 의원, 권성동 의원이 아는 사람 등을 통해서 알게 됐다는 말이냐"고 묻자, 조 전 부회장은 "맞다"고 답했다.

 

국민의힘 이철규 사무총장(오른쪽)과 권성동 의원이 9일 강원 춘천시 강원대학교 백령아트센터에서 열린 강원특별자치도 출범 기념식에서 대화하고 있다. 2023.6.9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연합

 

"이철규와 알펜시아 때문에 이 사달 벌어져"

 

조 전 부 회장은 이러한 로비 원인은 KH그룹이 소유한 알펜시아 골프장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KH그룹의 강원도 평창에 45홀 골프장이 있다"며 "1년에 190억 원 현찰이 들어오는 곳인데 국민의힘 이철규 의원 때문에 (헐값인) 보증금 10억에 5년간 운영권을 (다른 기업에) 줬다. 그것 때문에 지금 이런 사달이 벌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 전 부회장의 주장에 따르면 KH그룹 배상윤 회장은 윤석열 당선 뒤인 2022년 6월 국외로 도피하게 되는데, 그에 앞서 여의도의 한 중식당에서 이철규 의원 등을 만났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배 회장은 이 의원이 검찰 수사 위협을 막아줄 것으로 판단하고, 이 의원과 가깝다고 알려진 기업에 알펜시아 골프장 운영권을 넘기기로 했다. KH그룹 입장에서는 현금이 나오는 '알짜배기' 사업을 일종의 로비 대가로 넘긴 셈이다. 이 의원은 이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전면 부인하고 있다.

 

다만 알펜시아 골프장 운영권을 5년 계약으로 넘겼지만, KH그룹이나 이들의 경제공동체격인 쌍방울그룹 사정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회장들은 국외 도피 중이거나 구속됐고 임원진도 수사를 받아야 했다. 이에 이들은 '현금'을 확보할 수 있는 알펜시아 골프장 사업의 운영권을 되찾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김성태 전 회장은 지난해 1월 수원구치소에서 보석 석방된 뒤, '강원도 패권'을 두고 이 의원과 경쟁하는 권 의원을 새로운 로비 창구로 활용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전 회장과 조 전 부회장이 나눈 문자에는 여러 차례 권 의원에게 접촉한 흔적들이 나온다. 조 전 회장이 김 전 회장에게 "권 박사님이 이용하는 비밀 요정에 왔다"고 보고하는 내용의 카카오톡 문자 메시지 등도 확인됐다.

 

또한 지난해 6월 권 의원과 조 전 부회장이 만난 직후, 알펜시아 골프장 운영권을 이철규 등 '윤핵관'들에 의해 뺏겼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작성하고 논의한 김 전 회장의 텔레그램 메시지도 확인됐다. KH그룹이나 쌍방울그룹 입장에서 권 의원에 대한 로비는 단순한 회장 구명뿐 아니라 기업 이익과 관련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후 이들은 알펜시아 골프장 운영권 등과 관련된 보도자료를 <JTBC>에 제보했지만, 12·3 내란과 제주항공 참사 등으로 보도는 이뤄지지 못했다고 한다.

 

쌍방울그룹 김성태 전 회장(VIP로 표기)과 조경식 전 KH그룹 부회장이 나눈 카카오톡 대화 내용. 2025.9.6. 탐사보도그룹 워치독

 

이날 청문회에서는 쌍방울 그룹의 대북사업과 관련한 언급도 나왔다. 증언 과정에서 통일교에 대한 언급이 나와 눈길을 끌기도 했다.

 

조 전 부회장은 "(북한과 추진하려던 사업이) 제일 처음엔 백두산 카지노 관광호텔이었다. 그런데 그게 바뀌어서 신의주로, 관광특구를 그쪽으로 해달라고 그래서 그쪽에다 관광호텔을 짓기로 했다. 그다음 2차가 광물 쪽이었다"며 "3차가 핸드폰 통신 관계였는데, 통신은 통일교에 40년 전 계약을 해줘서 안 된다는 그런 신빙성 있는 북한 측의 얘기가 있어서 (추진을) 못했다"고 밝혔다.

 

조 전 부회장은 "이 모든 게 안부수(아태평화교류협회장)의 작품이었다"며 "나머지 김성태나 모두 다 이용당하고 사기당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의 파렴치한 압박에 거짓 진술해"

 

조 전 부회장은 청문회 마무리 발언에서 "쌍방울그룹 김성태 전 회장이 귀국할 때 공항에서 인터뷰 일성이 '(이재명은) 모르는 사람'이라고 했다"면서 "진짜 모르는 일이고, 대북에 대한 그룹사업이지 유명 정치인을 끼어넣으려는게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의 파렴치한 압박에 의해서 사기꾼보다 더 못한 치졸한 수사기법으로 협박 받고 가족까지 위협받다 보니까 김 전 회장도 어쩔 수 없이 거짓 진술해서 죄없는 사람들, 특히 이화영 부지사를 엮어넣게 됐다"고 말했다.

 

조 전 부회장은 "(국외로) 도망가 있는 배상윤 회장도 가슴 아파하고 있고 그 점을 너무 속상해하니까 살펴주시라"고 요청하면서 "검찰이 이래서 안된다. 이 정부에서 검찰을 없애겠다는 자체가 너무 박수 치고 좋아할 일이다. 감사하다"고 말했다.   < 김성진 기자 >

김원미 회장 현안추진 설명 “공정함과 결과로 보여드리겠다”

열린학당 개강 강사진 소개 및 인사...다양한 분야 강의 40주

 

 

한카시니어협회(회장 김원미)는 2025년 임시총회 및 열린학당 제3기 개강식을 지난 9월4일(목) 오전 11시 기쁨이충만한교회 (담임 양요셉 목사: 1100 Petrolia Rd, Toronto)에서 140여명의 회원과 자원봉사자 등이 참석해 성황을 이룬 가운데 개최했다.

이날 임시총회에서는 지난 8월1일 제10대 회장으로 취임한 김원미 회장이 첫 공식 인사와 함께 협회의 주요 현안에 대해 회원들에게 직접 설명, 협회의 새로운 방향성과 비전을 제시하고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김 회장은 ▲사무실 문제 해결의 경과와 ▲정관 개정 추진 ▲협회 웹페이지 개설 및 정기 후원 시스템 구축 등 주요 현안과 추진현황을 설명하고, 웹사이트를 통해 소액 후원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마련했다는 사실도 알렸다.

 

 

김 회장은 이어 모든 행사와 재정운용을 투명하고 명확하게 회원들에게 보고하겠다고 약속하면서 “공정과 책임을 기준으로 삼아 말이 아닌 결과로 보여드리겠다. 평가는 2년 후에 해달라”고 강조해 참석 회원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이날 총회에서는 임원과 이사 소개 및 감사 선출 등의 안건도 다뤄 참석자들이 새로운 임원진 구성과 협회의 향후 운영 방안에 기대를 나타냈다.

 

총회에 이어 참가자 모두에게 잔치국수 점심과 간식, 그리고 David Health International이 후원한 영양제도 제공됐다.

 

이어 가진 열린학당 제3기 개강식은 강의 프로그램과 강사진 포함 운영진 소개 및 환영 인사, 그리고 참여방법에 대한 안내도 이어졌다. 한카시니어협회 열린학당은 올해도 시니어 삶의 질 향상과 사회참여 확대를 목표로 문화, 건강, 정보기술 등 다양한 분야의 강의를 40주간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문의: 416-640-8342 >

 

 

2019년 하노이 회담 앞두고 김정은 도청 장치 설치 목적
북한 해안에서 민간 선박에 발각되자 전원 제거
트럼프, “아무 것도 모른다. 처음 듣는 얘기”

 

 
 
지난 2019년 2월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렸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미정상회담. 트럼프 행정부는 북미 대화 도중에 북한에 특수부대를 침투시켜 도청장치를 설치하려다 민간인들을 사살했다. 한겨레 자료사진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1기 때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도청하려고 미 해군 특수부대가 북한에 침투했다가 자신들을 발견한 민간인을 몰살시키고 철수했다고 뉴욕타임스가 폭로했다.

 

뉴욕타임스는 5일 “북한에 침투한 최고 정예인 네비이 실 팀 6의 임무가 어떻게 파탄 났나”라는 기사에서 트럼프 행정부 1기 때인 2019년 초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한 겨울 밤에 김 위원장에 대한 도청하는 장비를 설치하려는 해군 특수부대가 북한 해안에 침투했으나 실패한 과정을 폭로했다. 신문은 이 작전이 트럼프 당시 대통령에 의해 승인받았고, 당시 북미대화에서 미국의 전략적 우위를 얻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가 5일 이 사건의 전말을 보도한 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에 관한 기자들의 질문에 “나는 아무 것도 모른다”며 “처음으로 듣는 얘기이다”고 말했다.

 

신문 보도에 따르면, 당시 투입된 미 해군의 정예 특공대인 실(SEAL) 특수부대의 팀6은 북한 해안에 도착했으나, 민간인이 탄 북한 어선과 조우했다. 이에 특공대는 자신들의 정체가 들킬 우려에 총격을 가해 승선자 전원을 사살했다는 것이다. 이 사건으로 특공대는 도청 장치 설치를 포기하고 철수를 결정했다. 자신들이 사살한 사람들의 사체는 바다에 숨겨서 폐기했다.

 

네이비실 팀6은 9.11 테러를 주모한 오사마 빈라덴 제거 작전에 투입됐던 특공대이다. 이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통신을 감청할 수 있는 전자 장치를 북한 해안에 설치하려고 했다. 이는 2018년부터 진행된 북미정상회담에서 미국의 전략적 우위를 확보하려는 시도였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당시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2018년 싱가포르 정상회담, 2019년 베트남 하노이 정상회담 등을 이어가던 때이다.

 

네이비 실 팀6은 북한 해안에 접근하다 어선의 탐조등에 의해 발각되자, 교전 수칙에 따라 발포했다는 것이다. 사망자는 무장하지 않은 조개잡이 어민들로 추정된다.

 

이 사건 뒤 미 국방부는 비밀 평가를 통해 당시 상황은 교전수칙 상 총격이 정당했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작전은 사전이나 사후에도 의회에 보고되지 않았다. 이런 사건은 의회의 정보 감독 책임이 있는 의원들에게 보고돼야 한다. 이 작전의 사전이나 사후 처리는 법적 요건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결과적으로 작전 실패를 은폐한 것이다. 북한은 이 사건을 공포하지 않았다. 하지만, 북한은 그 뒤부터 미사일 실험을 재개하고 핵 개발을 가속하면서 핵 무력 증간 노선으로 내달았다. 당시 북미 관계는 2019년 6월 트럼프 대통령의 휴전선 비무장지대 방문 등으로 대화가 이어지는 듯했으나, 결국 핵 협상은 결렬되고 북한은 핵무기 개발을 계속해왔다.

 

이 사건은 그 뒤 조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선 2021년에야 독립적 조사와 의회 보고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는 현재 기밀로 유지 중이다.

 

북한에 투입됐던 네이비실 팀6 ‘레드 스쿼드론’은 오사마 빈라덴 제거 작전에 성공하는 등 성과도 올렸으나, 1983년 카리브해 섬나라 그레나다 침투 작전에 실패하고, 2010년 아프가니스탄 인질 사건 때는 오폭 사고, 2017년 예멘 작전에서는 민간인 30명을 사망시키고 대원 1명도 전사하는 등 많은 작전 실패도 저질렀다.                   < 정의길 기자 >

 

섭씨 4도 바닷물 젖은 북 어민…네이비실 야간투시경엔 보이지 않았다

트럼프 1기 시절 북한 침투 공작 파탄 전말
‘고해상도 실시간’ 정보 없는 무모한 침투
야투경 의존한 작전, 찬 바닷물 젖은 어민 놓쳐
어선 접근에 발각 간주…전원 살해 뒤 철수
트럼프, “전혀 모른다. 처음 듣는 얘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1기 때 북한 침투 공작을 벌일 때 사용됐던 미니 잠수정을 가지고 미 해군 대원이 지난 2007년에 훈련하는 장면. 미 해군 제공. 뉴욕타임스 누리집 갈무리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가 트럼프 당시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 와중에서 북한에 특수부대를 침투시켰다가 민간인을 몰살하고 철수한 사건이 뉴욕타임스에 5일 폭로됨으로써, 큰 파문이 일게 됐다.

 

현재 북미 대화나 접촉은 중단된 상태이나, 이 사건이 신문의 보도대로 확인되면 트럼프 현 행정부나 북한 지도부 모두가 곤란한 처지에 빠지게 된다. 이 사건의 배경과 전말을 뉴욕타임스 보도를 바탕으로 재구성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왜 북한에 특수부대를 파견했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2017년에 출범한 이후 미국과 북한은 위험스런 언사를 주고받으면 긴장이 고도됐다. 트럼프 당시 대통령은 북한에 핵위협을 가했고, 북한 역시 괌 기지 인근에 핵 폭탄을 발사하겠다고 맞받아쳤다. 트럼프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리틀 로켓맨’으로 조롱했고, 북한은 트럼프를 ‘늙다리 미치광이’라고 욕했다.

 

그러다가, 미국과 북한은 평창 겨울올림픽을 계기로 문재인 당시 한국 정부의 중재로 관계를 개선하고, 대화에 들어갔다. 트럼프 행정부는 출범 이후 북한 지도자 김정은의 생각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2018년 들어서 북한과 관계가 개선되자, 그 필요성은 더욱 증대됐다.

 

이런 불확실성 속에서 미국 정보기관들은 백악관에 북한에 대한 정보 파악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다는 제안을 했다. 김정은의 통신을 도청할 수 있는 새로 개발된 전자장치가 있다고 보고했다. 문제는 그 장치를 몰래 반입해서 설치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어떻게 준비됐나?

 

김정은의 통신을 도청할 수 있는 전자장치를 북한에 설치하는 임무는 미군의 최정예 특수부대인 네이비 실 팀6의 ‘레드 스쿼드론’에게 주어졌다. 이 팀은 지난 2011년 5월 파키스칸 아보타바드에 은거하고 있는 9.11테러 주모자인 오사마 빈라덴을 제거하는 ‘넵튠의 창 작전’을 수행한 팀이었다.

 

미군의 최정예 특수부대라고 해도 이 임무는 극히 힘들었다. 네이비실 대원들은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라크 등 험지의 특수 작전에 투입되곤 했으나 추운 겨울 바다에서도 몇시간이나 버티야 하고, 지상에서는 북한군을 피해가야 하고, 정밀한 기술이 필요한 장치를 부착하고서 들키지 않고 탈출해야만 했다. 무엇보다도 발각되지 않아야 했다.

 

트럼프 행정부 1기 때 미 국방부의 지도자들은 북한과의 긴장 때문에 북한에 대한 소규모 군사행동도 파국적인 보복을 촉발할 수 있을 것으로 우려했다. 북한이 장사정포를 포함한 8천대의 대포와 로켓으로 한국에 주둔 중인 2만8천명의 미군에 보복하고, 더 나아가 미국에 도달할 수 있는 핵 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네이비실 부대 쪽은 그 작전을 잘해낼 수 있을 것으로 믿었다. 지난 2005년에 네이비실은 소형 잠수함을 이용해 북한 해변으로 가서 들키지 않고 돌아온 적이 있었다. 조지 부시 행정부 때인 2005년 작전 역시 결코 대외적으로 공포되지 않은 비밀이었다. 네비이실은 그런 작전을 다시 하겠다고 제안했다.

 

2018년 가을에 미국과 북한과의 고위급 접촉이 진행되고 있을 때 팀6을 감독하는 합동특수작전사령부는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작전 준비를 시작하라는 승인을 받았다. 트럼프의 의도가 협상 동안에 즉각적인 이점을 얻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좀 더 큰 목적이 있었던 것인지는 불투명했다.

 

해군은 핵추진 잠수함으로 북한에 잠입한 뒤 북한 해역 밖에서 두 대의 미니 잠수정에 네이비실 대원들을 탑승시켜서 은밀하게 북한 해안으로 잠입하는 작전 계획을 수립했다. 미니 잠수함은 범고래 크기였다.

 

대원들이 탄 소형 잠수함은 선체가 밖으로 노출된 잠수정이다. 대원들은 완전히 물 속에 잠긴 상태에서 이동해야 하는 구조이다. 대원들은 당시 섭씨 4도의 차가운 바닷물 속에서 약 2시간 동안 이동해야 했다. 생존을 위해서는 스쿠버 장비와 가열식 잠수복을 착용해야 했다. 저체온증과 체력 고갈을 막기 위한 필수 장비였다.

 

북한 해변 인근에서 침투 대원들은 잠수정에서 하선하고, 8명의 대원들이 수영으로 목표물에 접근해야 했다. 그리고 나서 장비를 설치하고는 바다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하지만, 결정적인 제약이 있었다. 거의 주변을 식별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작전을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특수부대원들은 보통 작전 때 드론의 지원을 받아서 목표물에 대한 고해상 동영상을 제공받는다. 또 드론을 통해서 적의 통신도 엿들을 수 있다.

 

하지만, 북한에서는 어떠한 드론도 탐지되기에 사용할 수 없었다. 이 임무는 궤도에 있는 위성이나 멀리 떨어진 정찰기에 의존해야 했다. 이는 주변 상황에 대한 실시간 탐지가 아니라 몇분이나 늦은 정보를 받는 것이었다. 모든 것이 암흑 상태에서 진행돼야 하는 작전이었다.

 

네이비실 팀6은 미국 해역에서 몇달간 연습했고, 2019년 들어서 몇주 동안까지 연습을 지속했다. 2월 들어서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에서 김정은을 만난다고 발표했다. 네이비실 팀6은 해군의 정예 잠수팀인 ‘실 이동팀 1’의 도움을 받았다. 이 팀은 수년 동안 미니 잠수정 첩보활동을 해왔다.

 

대원들은 핵잠수함에 탑승해 북한으로 향했다. 잠수함이 공해에 도착하자, 통신은 두절 상태로 들어갔고, 트럼프 대통령이 최종 허가를 내렸다.

 

작전은 어떻게 진행됐나?

 

잠수함이 북한에 접근하자, 두 대의 잠수정을 전개시켰다. 잠수정은 해변에서 약 90m까지 기동했다. 아주 낮은 수심이었다. 작전 입안자들은 실시간 통신이 없는 것을 보완하려고 몇달 동안이나 이 해변 인근을 탐색해왔다. 어선의 출몰이나 어민들이 언제 움직이는지를 점검한 것이다. 이를 종합한 정보 평가 결과, 대원들이 겨울 한밤에 은밀하게 침투하면 누구와도 조우하지 않을 것으로 제안됐다.

 

계획대로 그 날 밤은 고요했고, 바다는 잔잔하고 텅 비었다. 잠수정 한대는 예정된 지점에 도달했다. 하지만, 두번 째 잠수정은 예정 지점을 지나쳤고 다시 돌아와야만 했다. 작전은 잠수정들을 나란히 정박해야 했는데, 두번째 잠수정이 지나쳐 돌아오는 바람에 두 잠수정은 반대 방행으로 정박했다. 시간이 제한돼서, 정박 문제는 나중에 교정하기로 했다.

 

대원들이 수영을 하며 해안으로 접근하던 중에 두번째의 치명적 실수가 발생했다. 어둠 속에 떠있는 북한 어선을 발견하지 못한 것이다. 대원들이 착용한 야간 투시경은 열 감지 기능을 갖추고 있는데, 북한 어선의 어민들이 입고 있던 잠수복은 차가운 바닷물에 젖어서 열 감지가 어려웠던 것이다.

 

해안에 투입된 대원들에 목표 지점은 수백미터 앞이었다. 대원들이 목표물에 접근하는 동안 잠수정의 조종사는 잘못 정박된 잠수정을 다시 정렬하기 위해 전기 모터를 작동시켰다. 조종석 문을 열어서 시야 확보 및 대원 사이의 소통도 가능하게 해야 했는데, 그 과정에서 빛이 외부로 새어나갈 수 있었다.

 

전기 모터의 물살과 열려 있던 조종석에서 새어나온 빛이 근처에 있던 북한 어선 승무원들의 시야에 포착되었다. 북한 어선은 플래시라이트를 켜고 미니 잠수정 쪽으로 접근했다. 이에 네이비실 대원들은 작전이 발각되었다고 판단해 총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당시 잠수정의 조종사들은 사후 보고에서 당시의 시야 각도로 봐서, 북한 어선은 안전 거리 밖에 있었고, 잠수정이 발각됐을 지는 의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해변에 있던 네이비실 대원을 다르게 생각했다. 어둠 속에서 바라보던 그들은 북한 어선이 잠수정 위에 있는 것처럼 보였다.

 

통신이 두절된 상태에서 대원들은 어둠 속에서 북한 어선이 플래시라이트를 켜고 주변을 살피는 장면을 목격하자, 작전이 발각됐다는 극도의 긴장감에 사로잡혔다. 대원들은 그 배가 자신을 찾는 순찰선인지, 단순한 조개잡이 어선인지를 판단할 수 없었다.

 

북한 어선에 있던 한 명이 바다로 뛰어들었다. 해변에 있던 침투 대원들은 중대한 결정을 해야 했다. 선임 대원이 선도했다. 그는 말없이 총을 들고는 발사했다. 다른 대원들도 본능적으로 따라 했다.

 

작전은 누구라도 조우하면 즉각 폐기할 것을 대원에게 요구했었다. 장치를 설치할 시간도 없었다. 대원들은 수영을 해서 그 배로 갔고, 모든 북한 어선의 어민들이 죽은 것을 확인했다. 그들은 총도 없었고, 군복도 입지 않았다. 그들은 조개를 잡으려던 민간인이었다. 바다에 뛰어든 사람을 포함해 모든 사람이 죽었다.

 

대원들은 사체를 바다에서 건진 뒤 북한 당국에 발각되지 않도록 숨겼다. 대원들은 어민들의 폐를 칼로 구멍을 내서 사체가 가라앉도록 했다. 대원들은 잠수정으로 복귀했고, 조난 신호를 보냈다. 대원들이 위험에 처한 것으로 생각한 지휘부는 핵잠수함으로 최대한 가까이 접근시켰다. 대원들은 핵잠수함에 무사히 복귀는 했다.

 

작전 실패 이후

 

작전이 파탄난 뒤 미국의 스파이 위성은 그 지역에서 북한군 동향이 증대하고 있음을 파악했다. 북한은 이 사망 사건에 대해 공식 발표를 하지 않았다. 미국 관리들은 북한이 이 사건의 진상과 누구의 책임인지를 파악했는지는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곧 베트남 하노이에서 트럼프와 김정은의 회담이 열렸다. 그러나, 회담은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5월 들어서 북한은 미사일 시험을 재개했다. 트럼프와 김정은은 6월에 판문점에서 다시 만났다. 트럼프는 북한 쪽 지역으로까지 걸어갔다. 그러나, 두 사람의 만남은 악수만 하고 끝났다.

 

몇달 뒤 북한은 더 많은 미사일을 발사하기 시작했고, 미국 본토에 도달할 수 있는 미사일도 발사했다. 그 때 이후로 북한은 50발의 핵 탄두를 축적했고 40개의 핵탄두를 생산할 수 있는 핵물질을 모았다.

 

이 사건은 트럼프 행정부 내내 비밀로 유지되며, 의회에 보고되지 않았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선 뒤 북한에 대한 이 비밀작전을 비로서 검증을 받았다. 로이드 오스틴 당시 국방장관은 독립적인 조사를 명령했다. 2021년에 바이든 행정부는 의회의 주요 의원들에게 이를 보고했다. 그 보고 내용은 기밀로 유지되었다.

 

뉴욕타임스가 5일 이 사건의 전말을 보도한 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에 관한 기자들의 질문에 “나는 아무 것도 모른다”며 “처음으로 듣는 얘기이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이 기사에 관한 기자들에 질문에 즉각 응답하지 않고 있다. 상원 정보위에서 민주당 간사인 마크 워너 의원은 뉴욕타임스 보도에 대해 확인도 부인할 수도 없으나 “의회가 적절한 감독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 지금이 그 때이다”고 말했다.   < 정의길 기자 >

 

트럼프, ‘김정은 도청 작전’에 “아는바 없다…지금 처음 들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5일 트럼프 행정부가 2019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도청하기 위해 특수부대를 침투시켰다는 보도와 관련해 자신은 작전에 대해 알지 못하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진행한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뉴욕타임스’가 보도한 북한 침투 작전에 대해 질문받고서는 “난 아는 바가 없다”고 답했다. 그는 “확인해볼 수 있지만 난 아무것도 모른다”며 “난 지금 처음 듣는다”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북한에 침투한 최고 정예인 네비이 실 팀 6의 임무가 어떻게 파탄 났나”라는 기사에서 트럼프 행정부 1기 때인 2019년 초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한 겨울 밤에 김 위원장에 대한 도청하는 장비를 설치하려는 해군 특수부대가 북한 해안에 침투했으나 실패한 과정을 폭로했다. 신문은 이 작전이 트럼프 당시 대통령에 의해 승인받았고, 당시 북미대화에서 미국의 전략적 우위를 얻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전한 바 있다.

                                                                                      < 박태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