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어둠 뚫은 맘다니의 반격과 두 번의 기적

● WORLD 2025. 11. 7. 02:06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기존 정치문법이 무너진 시대의 새로운 가능성
기득권 연합의 벽을 뚫고 일어난 첫 번째 기적
트럼프·쿠오모 연합전선 넘어선 압도적 대승리

다인종 노동자 연대와 좌파적 포퓰리즘의 결합
팔레스타인 연대로 드러난 용기와 새로운 희망
세 번째 기적을 향한 연대와 투쟁의 과제들

 

“이민자든, 트랜스젠더 공동체의 일원이든, 트럼프가 연방 정부 직책에서 해고한 수많은 흑인 여성이든, 식료품 가격이 내려가기를 기다리는 싱글맘이든, 혹은 벽에 등을 기대고 있는 누구든 여러분의 투쟁은 우리의 투쟁입니다. … 우리는 도널드 트럼프의 ‘파시즘’을 거부할 것이며, ICE 요원들이 우리의 이웃을 추방하는 것을 막고, 노동하는 사람들을 위해 싸울 것입니다. … 트럼프는 우리 중 누구를 건드리려면 우리 모두를 뚫고 지나가야 합니다. … 저는 무슬림이고, 민주적 사회주의자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모든 것에 대해 사과할 생각이 없습니다. … 우리가 함께 꾸었던 꿈들이 우리가 함께 실현해 나갈 의제가 되게 합시다. 이 힘은 당신의 것이고 이 도시는 당신의 것입니다."(조란 맘다니의 당선 연설 중에서)

 

트럼프 시대의 미국을 지켜보며 우리는 거듭된 충격 속에서 '저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어떻게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던져왔다. 기존의 정치 문법이 무너지고 상식이 조롱당하는 듯한 현실은 많은 이들에게 냉소와 무력감을 안겨주었다. 그러나 어제 뉴욕에서 바로 그 '말도 안 되는 일'이 정반대의 방향에서, 희망의 이야기로 펼쳐졌다.

 

올해 초, '젊은 급진좌파 무슬림'이라는, 주류정치에서 '실패 보증수표'처럼 여겨지는 정체성을 가진 조란 맘다니(Zoran Mamdani)가 뉴욕시장 도전을 선언했을 때, 그의 지지율은 여론조사 오차범위에도 미치지 못하는 1%에 불과했다. 그 누구도, 심지어 낙관적인 진보 논객들조차 그의 당선을 전망하지 못했다. 

 

맘다니는 치열함, 강렬함, 열정을 뜻하는 "intensity"의 정치인이다. 2023년 백악관 앞에서 단식하면서 가자 전쟁에 대한 바이든 정부의 책임을 지적하고 영구적인 평화 협정을 촉구하는 맘다니. (Instagram, zohrankmamdani)

 

그는 뉴욕의 억만장자들과 뿌리 깊은 이슬람포비아라는 두 개의 거대한 벽에 동시에 맞서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맘다니는 불과 반년 만에, 기성 정치의 거대한 장벽을 뚫고 민주당의 뉴욕시장 후보로 당선되는 첫 번째 기적을 일으켰다. 그것은 수십 년간 뉴욕 정치를 지배해 온 기득권-부동산-금융 복합체에 대한 정면 도전의 신호탄이었다.

 

충격을 받은 기득권 카르텔의 공포는 즉각적으로 '반(反) 맘다니 전선' 연합체를 만들어냈다. 맘다니의 본선 당선을 막기 위한 이 연합에는 정치적 스펙트럼을 초월한 세력들이 집결했다. 도널드 트럼프와 공화당의 극우 세력, 척 슈머를 비롯한 민주당 주류 지도부, 일론 머스크와 월스트리트의 억만장자들이 그 주축이었다.

 

그리고 '안정'과 '현상 유지'라는 공동의 이익으로 묶인 '뉴욕 타임스'와 '월스트리트 저널' 같은 주류언론까지 크고 작게 맘다니를 막아서기 위해 힘을 보탰다. 맘다니가 위협하는 것은 트럼프와 공화당뿐 아니라, 민주당과 사회의 주류 엘리트들이 안주해 온 신자유주의적 합의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이들의 연합은 전방위적이며, 극도로 악랄한 '마녀사냥'의 형태로 이어졌다. 맘다니를 향한 네거티브 캠페인은 정책 비판의 수준을 넘어섰다. '맘다니는 서류 미비 불법체류 이민자', '반유대주의적 무슬림 지하디스트', '공산주의적 테러리스트'라는 원색적인 비난과 날조된 정보가 타블로이드 신문과 소셜 미디어를 뒤덮었다.

 

이러한 공격이 특히 더 비열했던 이유는 뉴욕이라는 도시의 특수성 때문이었다. 뉴욕은 9.11 테러의 상처가 그 어느 곳보다 깊게 새겨진 곳이며,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유대인이 거주하는 도시 중 하나다. '무슬림 지하디스트'라는 프레임은 9.11의 트라우마를, '반유대주의자'라는 낙인은 뉴욕의 유대인 유권자들을 직접적으로 자극하는 무기였다.

 

이런 상황에서도 민주당 주류 지도부는 맘다니를 도와줄 생각이 별로 없어 보였다. 그들은 마지못해, 뒤늦게야 소극적인 지지 의사를 표명했을 뿐이다. 특히 민주당의 상원 원내대표이자 뉴욕의 유력 정치인인 척 슈머는 선거 막판까지 맘다니에 대한 지지를 거부했다. 맘다니의 급진적인 정책 노선이 기득권 후원자들의 이익에 반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미 곳곳에 군대를 투입해 온 트럼프는 맘다니를 공산주의자라고 비난해 왔고 뉴욕에도 군대를 투입하고 비상사태를 선포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 관련 방송 갈무리

 

반면 가장 앞장서서 맘다니를 "공산주의자"라고 공격하던 트럼프는 막판에 이르러 기상천외한 '역사표' 논리까지 펴면서 결사적으로 맘다니 낙선에 매달렸다. '공화당 후보 슬리와를 찍으면 어차피 맘다니가 된다. 차라리 민주당 출신이지만 그나마 정상적인 앤드류 쿠오모를 찍으라'며 민주당 출신 무소속 후보인 쿠오모를 지지한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거대한 장벽과 집요한 방해 공작에도 불구하고, 조란 맘다니는 다시 한번, 1년 만에 뉴욕시장으로 당선되는 두 번째 기적을 만들어냈다. 이번 선거 결과는 단순한 승리가 아니다. 그것은 민주당의 전통적 주류와 기득권 세력을 상징하는 쿠오모 후보와 공화당의 슬리와 후보의 득표 합계를 뛰어넘는 압도적인 '대승리'였다.

 

당파를 뛰어넘은 반대 세력의 연합된 힘, 쿠오모를 지지한 억만장자들의 사상 최고 수준의 막대한 자금력, 그리고 집요한 마녀사냥도 뉴욕 시민들의 변화에 대한 열망을 막을 수 없었다. 맘다니의 승리는 무엇이 이 거대한 반격을 가능하게 했는지 명확하게 보여주었다.

 

첫째, 트럼프의 극우 인종주의와 반이민 정책에 맞선 선명한 '다인종 민주주의'의 비전이었다. 맘다니는, 인종과 젠더에 대한 자유주의적 정체성 정치를 강조하면서도 이민 정책과 경제적 불평등 문제에서는 거듭 타협하고 후퇴하던 민주당의 기존 주류들과 명확히 선을 그었다. 그는 "우리는 트럼프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라는 구호뿐 아니라, 월스트리트의 이익을 대변하는 민주당의 '무지개 신자유주의'와도 싸워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미국의 좌파 매체 <자코뱅Jacobin>은 이렇게 지적한다. "맘다니는 '흑인 CEO'나 '여성 억만장자'를 늘리는 자유주의적 포용이 아니라, 브롱크스의 흑인 노동자와 퀸스의 라티노 이민자, 맨해튼의 가난한 백인 예술가가 '서류 미비 이웃'과 함께 공동의 적(부동산 자본과 억만장자)에 맞서 싸우는 '다인종 노동계급 연대'를 호소했다."

 

이슬람포비아 마녀사냥에 맞서 무슬림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하던 맘다니 - 관련 방송 화면 갈무리

 

둘째, 맘다니는 이처럼 자유주의적 정체성 정치를 넘어서는 급진적인 '좌파적 포퓰리즘' 정책을 제시했다. 그의 핵심 공약은 민주당이 고수해 온 자유시장 정책과는 거리가 멀었다. 전면적인 임대료 동결 및 인하, 대규모 공공주택 공급, 지하철과 버스 등 공공교통 무상화, 보편적 공공 보육, 그리고 이를 위한 재원 마련으로서의 '부유세' 도입과 법인세의 급격한 인상.

이러한 정책들은 기득권 언론으로부터 "사회주의적", "비현실적"이라는 맹비난을 받았지만, 수십 년간 천정부지로 솟은 임대료와 망가진 공공 서비스에 고통받아 온 뉴욕 시민들에게는 '새로운 희망' 그 자체로 받아들여졌다. 맘다니는 "뉴욕은 소수의 억만장자들을 위한 놀이터가 아니라, 일하는 다수를 위한 도시가 되어야 한다"라고 분명히 말했다.

 

셋째, 맘다니는 이슬람포비아적 공격에 굴복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반유대주의자'라는 낙인을 정면으로 돌파하며 팔레스타인 연대를 분명히 했다. 이는 미국 주류정치, 특히 민주당 내부에서 가장 피해 가는 문제였다. 맘다니는 '지하디스트'라는 비난에 "나는 테러리스트가 아니라, 폭격으로 가족을 잃은 이들의 편에 서는 평화주의자"라고 응수했다.

 

더 나아가 그는 바이든 행정부의 확고한 시오니즘과 이스라엘 지원 정책에 확고히 반대하며, 공개적으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점령과 '집단학살(Genocide)'을 규탄하고 팔레스타인에 연대했다. 이는 이스라엘을 비판하면서도 '집단학살'이라는 용어 사용을 피하던 버니 샌더스보다도 한발 더 나아간 태도였다.

 

맘다니의 이러한 용기와 선택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한 미국 내 여론, 특히 젊은 세대와 유색인종 유권자들의 변화하는 정서를 정확히 포착했다. 그는 이 문제를 '유대인 대 무슬림'의 갈등이 아닌, '식민주의 대 피식민주의', '인권'의 문제로 접근하면서 기존 정치인들이 외면했던 잠재적 지지층을 결집하는데 성공했다. 

 

평범한 일상을 감당할 수 있는 뉴욕을 만들자는 맘다니의 메시지에 환호하는 지지자들. (Zohran for New York City)

 

맘다니는 자신이 '민주적 사회주의자(Democratic Socialist)'라는 것을 결코 숨기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자본주의가 낳은 불평등과 부조리'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리고 이런 맘다니의 선거 캠페인에는 무려 10만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결합했다. 이들은 대부분 다인종 이민자나 청년들이었다. 물론 DSA(미국 민주사회주의자들) 회원들도 많았다.

 

이들은 뉴욕의 곳곳을 문자 그대로 '누비고' 다녔다. 그들은 집집마다 방문해서 문을 두드리고 맘다니의 급진적 정책과 주장을 끈질기게 알렸다. 동시에, 인스타그램과 틱톡 등 기성 언론이 장악하지 못한 새로운 플랫폼에서 온갖 기발하고 재미있는 영상과 밈(meme), 게시물로 맘다니의 메시지를 가장 효과적으로 퍼트렸다.

 

이는 최근 몇 년간 미국 사회에서 나타났던 세 가지 중요한 여론조사의 흐름과 정확히 일치했다. 1.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는 트럼프의 지지율  2.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에서 이스라엘보다 팔레스타인에 더 공감한다는 여론  3. '자본주의'보다 '사회주의'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젊은 세대의 급격한 성장.

 

맘다니와 그의 동료들은 이러한 여론의 흐름을 정확히 포착하고 조직해냈지만, 기존의 민주당 주류는 이 흐름을 전혀 감지하지 못하거나 애써 외면하고 있었다. 트럼프라는 심각한 위험 앞에서도 지금 민주당의 지지율이 여전히 공화당보다 더 낮게 맴도는 기현상은 바로 이 '시대착오적 안일함' 때문이었다.

 

지난 10월 26일, 맘다니의 대규모 유세장에서 벌어진 한 장면은 이 모든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맘다니 지지 연설을 하러 무대에 올라온 캐시 호철 뉴욕 주지사가 1만 3천 명의 청중으로부터 거대한 야유와 "부자에게 세금을!" 구호 속에 파묻혀 쫓겨나듯 무대를 내려가던 장면은, 민주당 기득권 세력의 시대가 끝나가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와도 같았다. 

 

올해 초, 트럼프의 당선을 보며 많은 이들이 '미국 사회가 전반적으로 우경화하고 있다'라고 일면적으로 진단했다. 하지만 미국의 더 많은 사람들은 자신들의 고통과 불만을 해결해 줄 기존과는 다른 '더 나은 대안'을 절박하게 찾고 있었던 셈이다. 맘다니의 승리는 '트럼피즘'이 아닌 '맘다니즘'이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거대한 가능성을 열어젖혔다. 

 

지역의 주요 노동조합들도 맘다니를 지지하고 나섰다 - 출처: 맘다니의 트위터

 

이번에 뉴저지와 버지니아의 지방선거에서도 민주당이 승리했지만, 그것은 '트럼프가 싫어서'가 낳은 결과였다. 반면 맘다니의 승리는 적극적 열망의 결과였다. 이는 내년 미국 중간선거와 3년 후 대선을 위해 민주당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보여주는 시금석이다. 민주당은 근본적 변화를 요구받고 있으며, 이를 눈치챈 버락 오바마도 '맘다니를 돕겠다'며 나서고 있다.

 

트럼프의 핵심 전략가였던 스티브 배넌조차 맘다니가 제기하는 가능성에 대해서 이렇게 경고한 적이 있다. "전통적인 민주당은 죽었다. 맘다니가 그들의 낡은 당을 완전히 부숴버렸다. 맘다니는 사람들을 거리로 끌어낼 수 있는 힘을 가졌다." 물론, 맘다니가 뉴욕시장으로서 직면할 도전들은 선거 과정에서 겪었던 것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렵고 험난하다.

 

트럼프는 일찌감치 "급진 좌파 시장이 장악한 뉴욕에 대한 연방 자금 지원을 전면 중단하겠다"라고 선포했다. 나아가 트럼프는 분명히, 이민자들의 도시인 뉴욕에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들을 대대적으로 투입해 폭력적인 충돌을 유도하고 도시를 혼란에 빠뜨리려 한다. 억만장자들은 자본과 투자를 철수하는 '자본 파업'으로 맘다니의 정책을 마비시킬 수 있다.

 

같은 민주당 소속인 뉴욕 주지사와 연방상원 의원들조차 맘다니의 급진적 정책 실현을 돕기보다는 주 의회와 연방 의회 차원에서 교묘하게 방해하고 가로막을 가능성이 높다. 주류언론들의 공격은 더욱 교묘해질 것이다. 그들은 진작부터 '맘다니는 명문대 교수 아빠와 유명 영화감독 엄마 사이에서 태어난 금수저 출신의 위선적 내로남불 좌파' 프레임을 구축해 왔다. 정책 자체의 난관도 존재한다.

 

예컨대 임대료를 급격하게 동결하거나 인하할 경우, 대출에 의존해 주택을 소유한 중소형 주택소유주들이 파산할 수 있으며, 이는 다시 지역 은행과 그 은행에 맞물린 기업에 타격을 가해 경제적 혼란을 촉발할 수 있다. 이 모든 공격과 방해, 어려움을 딛고 맘다니가 뉴욕 시민들에게 약속을 지켜내고, 그들의 마음을 계속 모아나가려면, 지혜롭고 효과적인 정책 추진 능력뿐만 아니라 그를 뒷받침할 아래로부터의 기반과 투쟁, 연대가 절실히 필요하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지금 뉴욕의 노동조합과 좌파 단체들의 조직률과 투쟁력은 그다지 높지 않은 상태다. 맘다니의 정치적 승리가 거리와 현장에서의 '사회적 운동'의 성장과 결합하지 못한다면, 그의 개혁은 기득권의 거대한 벽에 부딪혀 좌초될 위험이 크다. 맘다니의 승리는 트럼피즘의 어둠 속에서 우리에게 큰 희망과 영감을 주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러나 불가능해 보였던 1년 동안 두 번의 기적을 만들어낸 맘다니와 그의 지지자들은 다시 세 번째 기적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모른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전 세계와 한국에서 극우적 반동과 혐오 정치의 위험에 맞서 싸우는 모든 이들이, 조란 맘다니의 극적인 승리와 그 경험 속에서 '어떻게 이길 것인가'에 대한 소중한 교훈을 배워야 한다는 사실이다.

                                                                                                        <전지윤 기자 >

심사위원회 “5·18 아픈 역사 되풀이하지 않고 계엄군의 방해와 위협에도 상세한 기록 남겨”

우원식 국회의장 “총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현장 전한 분들의 용기와 연대에 깊은 경의”

 
 
▲12·3 불법 비상계엄 당시 국회 현장. ⓒ연합
 

12·3 불법 비상계엄 당시 긴박했던 국회 현장을 카메라에 담은 국회 출입 영상기자들이 2025년 힌츠페터 국제보도상 뉴스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공동 주최자인 5·18기념재단과 한국영상기자협회는 5일 뉴스상 부문에 ‘한밤의 계엄령-2시간 38분의 기록’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수상자인 국회출입 영상기자 48인은 KBS·MBC·SBS·YTN·MBN·OBS·JTBC·연합뉴스TV·KBC·G1·아리랑TV 등 국내 방송사와 일본 방송사인 NHK·TV아사히·후지TV 소속이다.

 

힌츠페터 국제보도상은 민주주의·인권·평화 발전을 위해 싸우는 현장에서 역사를 기록하는 영상기자를 발굴하는 국제보도상으로, 1980년 5월 계엄군의 시민 학살 참상을 영상으로 기록해 세계에 알린 위르겐 힌츠페터 영상기자의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만들었다.

 

심사위원회(위원장 마리오 슈미트)는 뉴스 부문 심사평에서 “‘계엄’을 내세운 쿠데타 상황에서 용기를 내어, 민주주의의 위기를 현장에서 기록하고, 세상에 알린 한국영상기자들의 기자정신을 높이 평가했다”고 밝혔다. 특히 “한국사회가 직면한 민주주의의 위기, 자유사회의 붕괴 위기를 현장에서 신속하게 취재 보도해 한국은 물론, 전 세계에 알림으로써 시민과 정치인, 쿠데타에 동원된 군인들에게 급박한 민주주의의 위기 상황을 올바로 인식하고 판단해 대응을 할 수 있도록 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고 밝혔다.

 

심사위는 “1980년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한국의 영상기자와 언론인들이 제대로 취재 보도하지 않은 아픈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고, 진실의 전달자, 역사의 기록자로서 자기 사명을 다한 점 등을 들어 뉴스상의 수상자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심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3일 밤 10시23분,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자 국회 출입 영상기자들은 즉시 국회로 향했다. 경찰 봉쇄를 피해 국회 담을 넘고, 동료가 붙잡히는 상황도 겪었다. 이들은 국회 내에 도착한 후 영상기자실 열쇠를 찾아 카메라와 장비를 챙겼고, 단체 채팅방을 통해 상황과 진입 경로를 공유했다.

 

국회영상기자단은 민주주의가 위협받는 초유의 상황에 공동 취재를 결정했다. 취재 영상은 모든 풀단의 송출망을 개방해 동시에 송출했고, 기자들은 본관 안팎으로 흩어졌다. 밤 11시, 계엄사령부가 포고령을 통해 강압적 언론 통제를 예고했다. 국회 취재는 위험을 감수해야 했고, 영상기자들은 계엄군을 막아선 시민과 보좌진, 동료들과 현장을 지켰다.

 

12월4일 자정을 넘어 계엄군의 본관 진입 시도가 본격화되자, 기자들은 현장을 놓치지 않았다. 국회방송 중계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본회의장에는 단 한 명의 영상기자가 남아 긴박한 상황을 전 세계에 생중계했다. 새벽 1시3분, 참석 의원 전원 찬성으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가결되었고 이 소식은 실시간으로 세상에 전해졌으며 계엄군은 철수했다.

 

심사위원회는 “기자들은 군 헬리콥터와 무장한 계엄군을 마주하며 극도의 공포를 느꼈지만, 사명감으로 카메라를 놓지 않았다. 계엄군의 방해와 위협에도 불구하고 상세한 기록을 남겼으며, 이는 추후 계엄 사태를 분석하는 중요한 자료가 되었다”고 평가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당대표는 5일 2025 힌츠페터국제보도상 시상식 축사에서 “수많은 힌츠페터 키즈들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산증인이 되어서 12·3 비상계엄을 막아냈다”며 “만약에 12·3 비상계엄이 성공했더라면 이재명 대통령도 저도 그리고 여기 와 있는 국회의원들도 그리고 많은 기자님들도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수상자들을 향해 “비상계엄이라는 초유의 상황에서도 국민의 알 권리를 지키기 위해 헬기와 탱크, 총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현장을 전한 분들의 용기와 연대에 깊은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우 의장은 “보도 현장에 선 카메라는 가장 강력한 무기이자, 민주주의의 마지막 방어선”이라며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곳곳에서 언론의 자유가 위협받고, 많은 언론인이 목숨을 잃고 있다. 그들의 희생을 잊지 않고 뜻을 이어가는 길은, 우리가 언론의 자유를 지키고 민주주의·인권·평화를 더 넓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 정철운 기자 >

 

대통령실 ‘국유자산 매각 재검토’ 지시로 정조준
한전KDN·마사회 뒤바뀐 매각 방침…초고속 매각
방통위 승인도 졸속…YTN 노조 “공적소유 회복을”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있는 와이티엔(YTN) 본사.

 

김민석 국무총리가 5일 정부 자산 매각 과정을 철저히 조사·감사하라고 지시하면서 와이티엔(YTN) 지분 매각을 예시함에 따라, ‘준공영 방송사’였던 와이티엔의 강제 민영화, 특혜 매각 논란의 진상이 규명될지 주목된다.

 

와이티엔은 윤석열 정부 시절인 2023년 10월, 공기업인 한전케이디엔(KDN)과 한국마사회가 가진 와이티엔 지분 30.95%가 유진그룹에 넘어가면서 강제 민영화 논란이 거셌다. 2022년 8월만 해도 한전케이디엔은 정부에 “현시점 매각 시 투자 원금 대비 손실로 이어지므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보고했고, 마사회 정기환 회장도 그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지분 매각을) 검토한 바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해 11월부터 갑자기 매각 작업이 진행됐다.

 

게다가 와이티엔 주식을 1주에 6555원에 산 한전케이디엔과 5000원에 산 마사회가 주식을 통매각하는 방식이 채택되고, 삼일회계법인이 공동 주관사를 맡으면서 특혜 매각 논란도 불거졌다. 두 회사가 따로 팔면 대주주(21.43% 보유)인 한전케이디엔이 경영권 프리미엄을 붙여 팔 수도 있는데 통매각을 하면서, 한전케이디엔이 손해를 보게 됐다는 얘기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유진그룹 쪽(유진이엔티)의 지분 매수를 승인하는 과정도 의문투성이이다. 방통위는 2023년 11월 유진그룹의 재정 건전성과 와이티엔에 대한 투자 계획 등이 미흡하다며 승인을 보류했으나 석달 만인 2024년 2월 최종 승인했다. 최다액 출자자 변경심사는 통상 수개월~1년이 걸리는데, 유진그룹이 신청한 지 하루 만에 심사기본계획을 의결하고 2주 만에 승인 취지의 보류 결정을 해 졸속 논란도 불렀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와이티엔지부는 김홍일 위원장 등 2인 체제에서 이뤄진 매각 승인 의결은 무효라는 소송을 내어 현재 1심 공판이 진행 중이다.

 

대통령실은 이번 조사를 지난 3일 이재명 대통령이 전 부처에 지시한 국유자산 매각 중지 및 재검토 과정의 일부로 보고 있다. 이 대통령이 직접적으로 와이티엔을 콕 집어 조사를 지시하진 않았지만, 공공부지 매각 등 국유자산 헐값 매각에 문제의식을 가진 이 대통령의 지시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와이티엔 인수 과정도 조사 대상에 올랐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 시절부터 전임 정부의 와이티엔 지분 매각을 거세게 비판해왔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당장은 매각 과정에서의 문제들을 들여다보는 것이고, 조사 이후 어떤 절차를 밟을지까지는 말할 수 없는 단계”라고 말했다.

 

한편 와이티엔지부는 이날 성명을 내어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를 시급히 정상화해, 불법으로 점철된 와이티엔 최다액 출자자 변경 승인을 즉각 취소하고, 와이티엔이 다시 공적 소유구조를 회복해 국민의 보도전문 채널로서 역할을 다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촉구했다.               < 전종휘 엄지원 기자 >

 

김 총리 “정부자산 헐값 매각 전수 조사”…YTN 콕 짚은 까닭

 
             이재명 대통령과 김민석 국무총리가 4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
 

정부가 지난 정부 때 헐값으로 팔았다는 의혹을 받는 와이티엔(YTN) 지분 매각 등 정부 자산 매각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정부 자산 매각을 전면 중단하라고 한 지 이틀 만이다.

 

5일 김민석 국무총리는 “헐값 매각 우려가 제기된 와이티엔 지분 매각 등을 포함해 지난 정부와 현 정부에서 추진된 매각 사례들에 대해 즉각적인 전수조사와 감사를 실시하라”고 지시했다. 김 총리는 “국민의 소중한 재산 가치 훼손이나 특혜 제공 등의 문제가 확인된다면, 검경 합동 수사 등을 통해 엄중히 조처하고 계약 취소 등 원상회복 방안까지도 지체 없이 강구하라”고 밝혔다. 헐값 매각이 확인될 경우 수사 등 법적 과정을 거쳐 원상회복까지 갈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총리가 와이티엔을 콕 집어 언급한 것에 대해 총리실 관계자는 “논쟁적인 매각 사례까지 빼놓지 말고 모두 살펴보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미 관련 조사에 착수했다. 정부 자산을 관리하는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 구윤철 장관은 이날 한국방송(KBS) 라디   오에 나와 “매각 사유가 진짜 불가피한 경우인지 또는 가격이 너무 싼 것은 없는지 전체적으로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3일 헐값 매각 우려가 제기된 정부의 자산 매각을 전면 중단하고, 전면 재검토 후 시행 여부를 재결정하라고 각 부처에 지시한 바 있다. 최근 국감에서 윤석열 정부 때 정부 자산을 헐값에 매각했다는 주장이 잇달아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국유 부동산 가운데 낙찰가율이 100%를 밑돈 비율은 2020~2022년에 4~11% 수준이었지만, 2023년 42.7%, 지난해 58.7%로 급증했다.

 

정부의 국유 자산 매각 전수조사에 대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군부대 이전 등 공공부지 매각 과정에서 제대로 된 심사나 규제도 없이 헐값에 매각돼온 자산이 많다고 보고, 일단 이를 중지한 뒤 전수조사하고 매각의 기준을 다시 마련하라고 지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2022년 민주당 대표 시절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도 “국유재산 특혜 매각 방지법으로 국민 재산 유출을 막겠다”고 밝힌 바 있다.   < 기민도 엄지원 기자 >

 

이 대통령 “공기업 민영화 때 국회 협의·여론수렴 제도 검토하라”

공공자산 매각 제동 설명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이재명 대통령이 “주요 공기업 시설을 민간에 매각하면 국민이 불안해하니 국회와 협의하거나 여론을 충분히 수렴하는 제도를 만들 수 있게 검토해달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4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국민의 의견과 배치되는 공기업 민영화가 너무 쉽게 행정부에서 결정돼 정쟁화되는 경우가 있다. 내가 당대표를 할 때도 공기업 민영화를 못하게 절차적으로 통제 제도를 만들려다 못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 발언은 전날 이 대통령이 ‘정부의 자산 매각을 중단하라’고 지시한 배경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이 대통령은 “공공 자산 매각이 무원칙하게 대량으로 이뤄진다는 지적 있어서 어제 전면 중단하고 꼭 필요한 건 총리가 재가하되 기본적으로 매각을 자제 하도록 지시했다”고 말했다.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윤석열 정부 시절 공공기관 재무건전성 확보를 명분으로 이뤄진 국유재산 매각이 헐값 매각으로 이어졌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을 언급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공식 제기한 문제들은 대체적으로 일리가 있는 것이다. 억지 쓰는 경우도 가끔 있으나 대체적으로 공감 가는 부분이라 합리성이 있을 것“이라며 “야당이 지적했든 여당이 했든 구분 말고 타당한 것은 수용하라”고도 했다.

                                                                                                                              < 신형철 기자 >

 

이 대통령 “국유자산 매각 중단” 지시…윤 정부 ‘헐값 매각’ 논란에 대처

 
 

이재명 대통령이 정부의 자산 매각을 전면 중단하라고 부처에 지시했다.

 

최휘영 정부대변인 겸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3일 “이 대통령이 현재 진행·검토 중인 자산 매각에 대해 전면 재검토 후 시행 여부를 재결정하라”며 이같은 긴급 지시사항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불필요한 자산을 제외한 매각은 자제하되, 부득이 매각이 필요한 자산을 매각하는 경우 국무총리의 사전 재가를 받도록 지시했다. 현행 국유재산법상 국유자산 매각은 기획재정부 장관 및 중앙관서장 승인으로 이뤄진다.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서 윤석열 정부의 국유재산 ‘헐값 매각’ 논란이 일자, 대통령이 매각 중단을 지시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지난달 23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국감에서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윤석열 정부는 2022년 8월 활용도가 낮은 국유재산을 향후 5년간 16조원 이상 매각하겠다고 발표했다”며 “낙찰가가 100% 미만인 건이 지난 정권에서 10%대였다면 윤석열 정부 때는 매년 42%, 58%, 51% 등 헐값에 매각됐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박범계 의원 역시 “가장 큰 문제는 낙찰가율이 감정가의 73%까지 떨어진 것”이라면서 “감정가 대비 27%의 이익을 챙긴 사람 혹은 집단이 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정정훈 캠코 사장은 당시 “수의계약은 감정가 100%를 받지만, 공개입찰을 하는 경우 가격이 내려간다”며 “공개입찰 건수가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100% 미만에 해당하는 건수가 많아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대통령 지시에 따라 일단 자산 매각 절차를 중단하고 원점에서 보면서, 꼭 필요한 경우 자산을 매각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 박수지 기자 >

디올 가방 수수 사건, 공식적인 공개 사과 끝내 없어
검사 앞 발언 대리인이 전달…‘사과로 볼 수 없어’ 평가

 
연합뉴스, 샤넬·크리스티앙 디오르 누리집 갈무리

 

통일교 쪽으로부터 현안 청탁과 함께 금품을 수수한 의혹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김건희 여사가 ‘건진법사’ 전성배씨에게 두 차례에 걸쳐 샤넬 가방을 받은 사실을 공개 인정했다. “부적절한 처신으로 국민 여러분께 실망을 안겨드린 데 대해 깊이 반성한다”며 사과까지 했다. 이는 앞서 큰 사회적 논란을 일으켰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 임기 중 검찰에서 불기소 처분을 받은 ‘디올 가방 수수 사건’에 대해 김 여사가 끝내 공개 사과하지 않은 것과 대비된다.

김 여사 변호인단은 5일 오전 입장문을 내어 “김 여사는 전성배씨로부터 두 차례 가방 선물을 받은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김건희 여사 사건과 관련해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김 여사님의 깊은 사과의 마음을 전한다”며 “공직자의 배우자로서 보다 신중히 처신했어야 함에도 부적절한 처신으로 국민 여러분께 실망을 안겨드린 데 대해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변호인단은 “그 과정에서 통일교와의 공모나 어떠한 형태의 청탁·대가 관계도 존재하지 않았음을 분명히 밝힌다”며 “그라프 목걸이 수수 사실은 명백히 부인한다”고 했다.

김 여사는 2022년 4~7월 전씨를 통해 윤 전 대통령 직무와 관련된 통일교의 청탁과 함께 6220만원 상당의 그라프 목걸이와 각각 802만원·1271만원 상당의 샤넬 가방 2개, 천수삼 농축차 등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해당 물품들은 검찰과 특검이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통해서도 행방을 알지 못했는데 지난달 21일 전씨가 특검에 그라프 목걸이와 샤넬 가방 등을 임의제출하면서 실물이 확보됐다. 전씨는 특검에 “김 여사가 수수한 걸 확인했다”는 내용의 의견서도 함께 제출했다. 김 여사의 공개 사과는 이로부터 약 2주 만에 나온 셈이다.

 

이와 달리, 김 여사는 앞선 명품 가방 수수 사건에 대해선 공개적으로 사과한 바 없다. 김 여사는 지난 2022년 9월 재미 통일운동가인 최재영 목사로부터 300만원 상당 크리스티앙 디오르(크리스챤 디올) 백을 받는 영상이 2023년 11월 ‘서울의소리’를 통해 공개돼 국민적 공분을 샀지만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 되레 윤 전 대통령은 2024년 2월 한국방송(KBS)과 대담에서 명품 가방 수수 사건을 ‘정치 공작’이라 규정하며 “대통령이나 대통령 부인이 어느 누구한테 박절하게 대하긴 참 어렵다”고 두둔해 성난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김 여사는 2024년 1월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한동훈 전 대표에게 5차례 메시지를 보내 명품 가방 수수 사건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싶으니 당이 결정을 내려달라는 취지의 의사를 밝혔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한 전 대표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서 대국민 사과는 이뤄지지 않았다. 오히려 문자 내용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공적 권한이 없는 대통령 배우자가 여당 대표와 부적절한 소통을 했다는 논란만 일었다. 반대로 비슷한 시기 김 여사가 ‘사과 불가론’이 담긴 텔레그램 메시지를 지인들에게 보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윤 전 대통령은 2024년 5월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와 관련해 “아내의 현명하지 못한 처신으로 국민께 걱정 끼친 부분이 있어 사과한다”고 밝혔다. 명품 가 수수 사건이 불거진 뒤 나온 첫 공식 사과였지만 역시 당사자인 김 여사가 직접 사과한 건 아니었다.

 

이후 김 여사는 같은 해 7월 서울 종로구 대통령경호처 부속시설에서 검찰 대면조사를 받으면서 “심려를 끼쳐 국민들에게 죄송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내용은 조사 직후 김 여사를 대리한 최지우 변호사가 한 언론사 유튜브 채널에 나와 밝히면서 알려졌다.

다만 이는 김 여사가 자신을 조사하는 검사들에게 한 말로, 대국민 사과라고 볼 수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대통령실도 ‘비공개 사과’란 비판이 일자 “조사 과정에서 김건희 여사가 심정을 드러낸 것을 법률대리인이 전달한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 심우삼 기자 >

 

 

김건희 ‘샤넬백 자백’에 매장 직원 증인신문 취소…“양형 유리할 것”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와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 등으로 구속기소된 김건희 여사의 첫 재판이 지난 9월24일 오후에 열렸다. 사진공동취재단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통일교 쪽의 명품 선물을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하던 김건희 여사가 ‘샤넬 가방 2개를 받은 건 맞다’고 인정했다. 김 여사가 선물을 받았다는 증언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향후 선고될 형량을 줄이기 위해 전략을 바꿨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여사 변호인단은 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우인성) 심리로 6차 공판이 열리기 직전 공지를 통해 “김건희 여사는 전성배씨로부터 두차례 가방 선물을 받은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 현안 청탁과 함께 건넸다는 802만원·1271만원짜리 샤넬 가방을 가리킨다. “저의 부족함에 대해 깊이 사과드립니다”라는 김 여사의 메시지도 전했지만, 6220만원짜리 그라프 다이아몬드 목걸이는 받지 않았다고 했다. 변호인단은 또 “(통일교 쪽의) 청탁은 김 여사에게 전달되지 않았고 대통령의 구체적 직무 권한과 무관”하다며 “특검이 주장하는 ‘청탁’이 알선수재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하지 못함을 명확히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김 여사에게 적용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의 알선수재 혐의는 공무원이 아닌 사람이 공무원의 직무와 관련된 청탁을 받고 금품을 받으면 성립된다. 통일교 쪽에서 건넸다는 선물의 일부를 받았다고 인정하면서 청탁 여부와 대가성은 부인해 무죄를 주장하는 모양새다. 변호인단은 이어 “해당 선물들은 사용한 바 없이 이미 과거에 전성배씨에게 모두 반환했다”고 덧붙였다.

 

특검팀은 김 여사의 진술 변화에 의구심을 나타냈다. 앞서 김 여사 쪽은 지난 9월24일 첫 재판에서 “샤넬 가방 등 물건을 전달받은 사실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지만, 전씨가 선물 전달을 인정하고 실물까지 특검에 제출하자 입장을 바꾼 것이다. 특검팀 관계자는 이날 “그동안 (김 여사가) 특검 수사나 공판에서 보여줬던 그런 것들이 전부 다 거짓이란 소리”라며 “그동안 부인하다가 이제 와서 인정을 하게 된 계기와 경위가 궁금하다”고 말했다. ‘받은 선물을 사용하지 않고 돌려줬다’는 김 여사 쪽 주장도 ‘사용감이 있다’는 특검팀의 설명과는 배치된다. 특검팀 관계자는 “샤넬 가방을 받은 직후 본인 측근을 시켜서 매장에 가서 (신발 등으로) 두번 교환했다”며 “구두는 밑창을 보면 신었던 것인지 알 수 있다”고 했다. 사용하지 않았다는 김 여사 쪽의 주장을 믿을 수 없다는 얘기다.

 

김 여사의 진술 변화를 두고 수도권 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전씨가 명확히 (금품을) 전달했다고 하니까 다툴 여지가 별로 없어졌다”며 “공소사실 일부라도 인정하면 양형에 불리하진 않다”고 짚었다. 특히 그라프 목걸이의 경우 ‘김 여사에게 전달했다가 돌려받았다’는 전씨의 진술밖에 없지만 샤넬 가방은 다르다. 김 여사의 측근인 유경옥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서울 청담동 샤넬 매장을 방문해 김 여사와 영상통화를 하며 다른 가방과 신발로 바꿔 갔다는 매장 전 직원의 증언까지 법정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이날 공판에선 원래 매장 전 직원에 대한 변호인 반대신문이 예정돼 김 여사의 샤넬 가방 수수 사실이 추가로 입증될 수 있었지만, 김 여사의 ‘자백’으로 증인신문은 취소됐다.

 

김 여사가 금품 수수 사실 일부를 인정하면서 재판에는 속도가 더 붙을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오는 14일 증인신문을 마치고 26일 결심 공판을 진행하기로 했다. 김 여사 1심 판결 선고는 다음달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 이나영  장현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