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듣고 시민 3천여명이 응원봉을 들고 모여들어 밤샘 대치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남태령 일대에서 막힌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의 트랙터가 경찰 버스로 막혀 있다. 지난 21일 서울 한남동 대통령관저로 향하던 전농 회원과 트랙터 30여대와 화물차 50여대가 서초구 남태령 일대에서 가로막혀 시민들과 함께 밤새 대치했다. 김혜윤 기자
 

“청년들이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물건인 응원봉을 들고 탄핵 집회에 나서듯, 농민들도 자신이 가진 가장 값진 농기계인 트랙터를 끌고 상경한 것뿐입니다. 윤석열 정권은 장갑차도 국회에 끌어 들여놓고 트랙터는 무슨 이유로 막는 겁니까?”

남태령 고개에서 경찰 차벽에 가로막힌 ‘전봉준투쟁단’의 트랙터 행진을 응원하기 위해 22일 오전 서울지하철 4호선 남태령역 부근 시위 현장을 찾은 김은진(60)씨가 외쳤다. 이미 경남과 전남에서부터 상경한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등의 트랙터 행렬이 전날부터 22시간 넘게 밤샘 대치를 벌여온 즈음이었다.

‘전봉준투쟁단’ 행렬이 남태령 고개에서 막혀 경찰과 밤샘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는 소식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빠르게 공유되면서 이날 시민 3천여명(전농 추산)이 응원봉을 들고 모였다. 영하로 떨어진 한파 추위에도 시민들은 남태령역 위 8개 차로 50m가량을 가득 메웠고, 윤도현 밴드의 ‘아리랑’, 이정현 ‘바꿔’, 부석순 ‘파이팅 해야지’ 등의 노래를 따라 부르며 “윤석열은 방 빼라!”, “경찰은 차 빼라!” 등의 구호를 한 목소리로 외쳤다. 여의도와 광화문 집회 때와 마찬가지로 현장에 함께하지 못한 시민들은 따듯한 국밥 등 배달 음식과 방한용품, 음료 등을 보내 마음을 보탰다.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남태령 일대에서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의 트랙터를 막은 경찰을 규탄하는 집회에 방한용품과 음료, 음식 등이 배달된 모습. 박고은 기자
 

시민들은 트랙터를 막고 있는 ‘경찰 차벽’이 부당하다고 입을 모았다. 집회 현장에서 책을 펴고 공부하던 신미영(23)씨는 “노무사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데 이 자리에 함께하지 않으면 스스로 떳떳하지 않을 것 같아 나왔다”며 “트랙터를 막고 있는 경찰들은 집에 돌아가도 떳떳하게 쉴 수 없겠지만 여기 시민들은 떳떳하게 쉴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농민들이 위험한 행위를 한 것도 아닌데 무조건 제재하는 건 민주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구로에서 온 정윤현(22)씨도 “집회는 신고제이지 허가제가 아닐뿐더러, 서울 입구에서 트랙터가 막혔다는 건 여전히 정부기관이 윤 대통령을 엄호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며 “윤 대통령은 소환조차 못 하면서 시민들의 기본 권리는 왜 막느냐”고 꼬집었다.

농민을 향한 연대의 목소리도 잇따랐다. 직장인 송아무개(29)씨는 “윤 대통령이 수차례 (입법) 거부권을 써온 것에 대해 불만이 컸는데,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도 양곡관리법 등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농민들만 잘살겠다고 양곡법을 주장하는 게 아닌데 거부권을 남발하는 건 월권”이라고 지적했다. 군산에서 온 곽학종(55)씨도 “시민들이 따뜻한 쌀밥과 신선한 야채를 먹을 수 있는 건 농민들 덕분인데 당연히 연대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이번에도 청년들이 앞장서 이곳을 지키고 있다는 소식에 미안한 마음이 커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다.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남태령 일대에서 막힌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의 트랙터 행렬에 시민들이 함께하고 있다. 지난 21일 서울 한남동 대통령관저로 향하던 전농 회원과 트랙터 30여대와 화물차 50여대가 서초구 남태령 일대에서 가로막혀 시민들과 함께 밤새 대치했다. 김혜윤 기자 
 

이날 집회에는 농민, 교사, 성소수자, 청년 여성 등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시민들의 자유발언도 잇따랐다. 발언대에 오른 한 도덕교사는 “교사에겐 정치 중립의 의무가 있다”면서도 “그러나 이것(윤석열 탄핵)은 정치 이념의 문제가 아니다. 옳고 그름의 문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학생 허정재(25)씨는 “작년 겨울 성소수자 혐오를 견디지 못하고 한 친구가 세상을 떠났다”며 “국민이 주인인 민주 사회, 소수자 차별과 혐오 없는 사회, 농민분들이 승리하는 사회 우리가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자유 발언에 나선 한 여성 농민도 “농촌에서 살면서 때로는 외로움을 느꼈는데 오늘 모인 시민들을 보며 힘을 얻었다. 건강한 먹거리 농민들이 책임지겠다”고 외쳤다. 시민들은 “농민이 최고다”란 구호로 화답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트랙터를 막아선 경찰을 상대로 한 고발장이 접수됐다. 김경호 변호사는 서울 방배경찰서장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제3자 고발한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피고발인(서울 방배경찰서장) 및 피고발인의 지휘·감독하에 있던 경찰력의 행위가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였음에 대한 문제제기”라며 “수사기관은 즉시 수사에 착수하여 구체적으로 어떤 지시가 어떻게 내려져 집행됐는지 면밀히 조사해달라”라고 요청했다. < 한겨레  박고은 기자 >

3번째 한국 군사정찰위성 우주궤도 진입 성공

● COREA 2024. 12. 22. 14:51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미국 캘리포니아주 밴덴버그 우주군 기지에서 발사

 

 
 
한국의 세번째 군사정찰위성이 21일 오전 3시34분(현지시각) 미 캘리포니아주 밴덴버그 우주군 기지에서 스페이스엑스(X)의 발사체 팰컨-9에 실려 발사되고 있다. 스페이스-엑스 영상 갈무리
 

2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밴덴버그 우주군 기지에서 발사된 한국 군사정찰위성 3호기가 우주 궤도에 진입했다.

국방부는 “이날 오후 8시34분(현지시각 오전 3시34분)에 발사된 군 정찰위성 3호기가 발사 51분 뒤인 오후 9시24분경 발사체와 성공적으로 분리돼 목표궤도에 정상 진입했다”며 “이후 지상국과의 교신을 통해 정상 작동 여부를 확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찰위성 3호기는 미국 우주기업 스페이스엑스(Ⅹ)의 발사체 팰컨-9에 실려 발사됐다.

정찰위성 3호기 발사는 군 당국이 한반도와 주변을 감시하는 정찰위성 5기를 띄우는 ‘425 사업'의 일환이다. 유사시 군 당국이 북한의 도발 징후를 포착하고 타격하려면 정찰위성을 통해 북한 지휘부와 핵·미사일 기지 등의 동향을 파악해야 한다.

군사 정찰위성 1호기는 지난해 12월2일 미 반덴버그 우주군 기지, 2호기는 지난 4월8일 미 케이프 커네버럴에서 발사됐다.

국방부 관계자는 “군 정찰위성은 한국형 3축 체계 가운데 하나인 킬체인의 핵심자산”이라며 “군은 내년까지 정찰위성 총 5기를 띄우고 군집 운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3호기 발사로 1·2호기와 함께 군사정찰위성의 군집 운용이 가능하게 됐다. 군집위성 운용은 여러 개의 위성을 함께 운용하는 것으로, 특정 지역 관측 요청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특정 위성이 고장나도 나머지 위성들이 보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군사정찰위성 1호기는 광학·적외선(EO/IR) 위성이다. 광학 위성은 해상도가 높은 디지털카메라로 선명한 사진을 찍을 수 있으나, 밤이나 안개나 구름이 많이 낀 흐린 날에는 표적이 보이지 않아 촬영이 어렵다. 적외선(IR) 위성은 표적에서 나오는 열을 감지해 추적할 수 있어 밤에도 촬영이 가능하지만 안개나 구름이 짙을 경우 촬영이 불가능하다.

2호기는 레이더가 지상으로 발사한 전파가 반사되어 돌아오는 신호를 수신해 영상을 만드는 합성개구레이더(SAR) 위성이다. 해상도는 떨어지지만 주야간 날씨에 관계없이 지상 정보를 확보할 수 있다. 이날 발사된 3호기도 합성개구레이더 위성이다. 한국이 1·2호기(전자광학·적외선 위성·합성개구레이더 위성)에 이번에 3호기 합성개구레이더 위성을 추가로 확보하면, 낮과 밤, 날씨에 상관없이 북한 지역을 한층 촘촘하게 들여다 볼 수 있다.  < 한겨레 권혁철 기자 >

BBC, ' 2024년 가장 인상적인 이미지 12가지’ 선정

 

제이티비시(JTBC) 중계화면에 잡힌 안귀령 더불어민주당 대변인. 계엄군이 든 총을 손으로 막고 있다. 제이티비시 영상 갈무리
 

영국 비비시(BBC)가 꼽은 ‘올해 가장 인상적인 이미지 12선’에 지난 3일 비상계엄이 선포된 직후 국회 본청에서 안귀령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이 계엄군의 총을 손으로 막은 장면도 포함됐다.

비비시는 21일(현지시각) ‘올림픽 서퍼부터 도널드 트럼프까지: 2024년 가장 인상적인 이미지 12가지’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비비시는 “한 한국 여성이 두려움 없이 총을 움켜잡고 있다”며 해당 장면을 소개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직후 포착된 장면으로 그는 국회의원들이 모이는 것을 막으라는 명령을 받은 중무장한 군인들과 사투를 벌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안 대변인의 굳건한 결단력과 나아가 그의 옷에서 반짝이는 강철 같은 빛은 19세기 영국 화가 존 길버트가 그린 잔 다르크 초상화를 떠올리게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안 대변인은 지난 5일 비비시와 인터뷰에서 “뭔가 머리로 따지거나 이성적으로 계산할 생각은 없었다”며 “순간적으로 그냥 몸을 던져서 (계엄군의 본청 출입을) 막았던 것 같다”고 당시 상황을 돌이켰다. 그는 “총칼을 든 군인들을 보면서 정당인이기 이전에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너무 많이 안타깝고 역사의 퇴행을 목도하는 것 같아서 가슴이 아팠다”고도 했다.

13일(현지시각) 미국 펜실베이니아 버틀러 유세장에서 총격을 당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단상에서 내려오며 주먹을 머리 위로 쥐어 보이고 있다. 버틀러/AP 연합
 

비비시는 이밖에 7월13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대선 유세 중 암살 시도를 당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총알이 스친 오른쪽 귀에서 흘러내린 피가 입술까지 흐른 상태에서도 몸을 일으켜 주먹을 쥔 모습, 같은 달 29일 2024 파리올림픽 남자 서핑 예선 3라운드에서 역대 올림픽 단일 파도 점수로는 최고점인 9.90점(10점 만점)을 기록한 뒤 검지손가락을 치켜들고 보드 위에서 뛰어오르는 세리머니를 선보인 브라질의 서핑 선수 가브리엘 메디나가 공중에 보드와 나란히 떠 있는 모습 등을 꼽기도 했다.

7월29일(현지시각) 폴리네시아 타히티 테아후푸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남자 서핑 예선 3라운드에서 브라질의 가브리엘 메디나가 공중에 몸을 띄우고 세리머니를 선보이고 있다. 타히티/AFP 연합
 
2024 파리올림픽 개막식에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을 패러디했던 장면. 엑스(X·옛 트위터) 갈무리
 

2024 파리올림픽 개막식에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을 패러디했다가 ‘기독교 비하’ 논란이 일었던 장면, 아사드 53년 독재 정권 붕괴로 혼란스러운 시리아에서 지난 9일 시민들이 러시아로 망명한 바샤르 아사드 대통령의 아버지 하페즈 아사드 전 대통령의 동상을 넘어뜨리고 신발로 동상의 머리를 내리찍는 장면 등도 포함됐다. < 한겨레 이유진 기자 >

 

계엄군 총 잡은 안귀령 “막아야 한다, 다음은 없다 생각뿐”

 

 
 
제이티비시(jtbc) 중계화면에 잡힌 안귀령 더불어민주당 대변인. 계엄군이 든 총구를 손으로 막고 있다. 제이티비시 영상 갈무리

안귀령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이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된 직후 국회 본청에서 계엄군의 총구를 손으로 막은 행동에 대해 “그냥 ‘일단 막아야 한다, 이걸 막지 못하면 다음은 없다’라는 생각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비비시(BBC)는 5일 안 대변인의 인터뷰를 공개했다. 안 대변인은 “뭔가 머리로 따지거나 이성적으로 계산할 생각은 없었다”며 “순간적으로 그냥 몸을 던져서 (계엄군의 본청 출입을) 막았던 것 같다”며 “그 과정에서 (계엄군이) 제 팔을 잡고 막고 하니까 저도 밀치기도 하고 그랬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솔직히 처음에는 계엄군을 처음 봐서 좀 무서웠다”며 “(계엄군과 대치하는 다른 시민들을 보고) 나도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소식을 들은 직후 안 대변인은 “공포감이 엄습했다”고 했다. 그는 3일 밤 11시를 좀 넘긴 시각에 국회에 도착했다고 했다. 계엄 선포 1시간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안 대변인은 “헬기 소리가 들리기 시작해 대변인실 불을 껐다. 혹시 밖에서 불이 켜져 있는 걸 보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이었다”고 했다. 이후 달려간 본청에는 이미 계엄군이 와있었고, 그는 계엄군 진입을 최대한 저지하기 위해 다른 더불어민주당 당직자들과 함께 출입구 회전문을 안에서 잠그고 의자 같은 가구나 크고 무거운 물건을 문 앞에 쌓았다고 했다.

안 대변인과 비비시의 인터뷰는 비상계엄이 해제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진행됐다.

안 대변인은 전날 입었던 검은색 목 폴라티와 검정 재킷 차림이었다고 비비시는 보도했다. 안 대변인은 “총칼을 든 군인들을 보면서 정당인이기 이전에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너무 많이 안타깝고 역사의 퇴행을 목도하는 것 같아서 가슴이 아팠다”고 했다. 그러면서 “너무 슬프다”고 눈물을 훔쳤다고 비비시는 전했다.    < 한겨레 최윤아 기자 >

 

대통령 탄핵되면 당 망한다’는 국힘 의원 공유하는 확신은 “착각”

 

유승민 전 의원이 2021년 5월 대선 출마를 앞두고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이 “(지금 국민의힘이) 목사님이 하는 그 당하고 뭐가 다르냐”며 “이런 일(내란)을 저질러 놓고도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당, 그런 당으로 가는 것은 극우적인 그분들하고 궤를 같이하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유 전 의원은 21일 시비에스(CBS) 라디오 ‘이철희의 주말뉴스쇼’에 출연해 “지금 이 당의 모습이 완전히 망하는 코스로 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내란을 일으킨 대통령을 배출하고도 반성하지 않는 국민의힘이 극우 유튜버 전광훈 목사가 주축이 된 자유통일당과 무엇이 다르냐는 성토다. 자유통일당은 12·3 내란사태를 일방적으로 옹호하고, 내란죄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하고 있다.

유 전 의원은 이날 방송에서 “보수가 소멸 위기에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보수 정당이 배출한 대통령이) 두 번 다 연속으로 탄핵됐다. 보수가 진짜 망할 위기”라며 “그런데도 (국민의힘은) 사과 한번 없이 윤 대통령이 ‘난 잘못 없다, 내란 아니다’라고 하니까 당의 다수가 동조하는 식으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역과 진영을 떠나서 이런 생각을 가지고 당으로서 버틸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통령 탄핵되면 우리 당은 망한다’는 국민의힘 의원 일부가 공유하는 확신 역시 “착각”이라고 했다. 그는 “국민의힘이 8년 전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해서 이렇게 된 게 아니라, 탄핵을 당하고 나서도 정신을 못 차리고 혁신을 못 해서 (이후 선거에서) 줄줄이 진 것”이라며 “국민의힘은 지금 똑같은 코스로 그 길을 또 가려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대통령이 탄핵된 것이지 보수가 탄핵된 것이 아니”라며 “(국민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면서 보수가 앞으로 어떤 길로 갈 것인지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유승민 비대위원장론’에 대해서는 “전혀 연락받은 바 없다”면서도 “당을 바꾸고 싶은 열망은 엄청 강하다”고 말했다.                < 한겨레 최윤아 기자 >

 

국힘 대화방색출 ‘한동훈 도라이’ 유출비난 “한심해”

JTBC 물병 세례 녹취록 보도에 권성동 “해당행위” 비난
“결정적 순간 국힘의원 뭐했나 국민 알권리 있어…색출? 못난짓”

 
 
▲한민용 JTBC 앵커가 19일 뉴스룸에서 탄핵가결 직후 국민의힘 의원들이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한동훈 대표에게 물병을 던지며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담긴 녹취록을 확보했다고 소개하고 있다. 사진=JTBC 뉴스룸 영상 갈무리
 

내란죄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선포 당일 국민의힘 의원들의 대화내용 보도에 이어 탄핵 가결 당일 의원총회 때 의원들이 한동훈 대표에 ‘도라이’라며 물병을 던졌다는 녹취록 내용까지 보도되자 국민의힘이 유출자를 ‘해당행위’라고 비판했다. 이를 두고 진중권 광운대 교수는 한심하다면서 결정적 순간에 국민의힘 의원들이 뭘 했는지 국민들이 알 권리가 있는데도 이를 색출하겠다는 태도는 못난 짓이라고 비판했다.

한민용 JTBC 앵커는 지난 19일 ‘뉴스룸’ <단독 탄핵안 가결후 “물병세례” 의총장> 앵커멘트에서 “불법계엄으로 긴박했던 그 밤에는 조용하던 의원들이 탄핵안이 가결되고 열린 비공개 의원 총회에서는 목소리를 높였다”며 “한동훈 당시 대표를 향해 사퇴하라 소리를 치고 물병까지 던졌는데 당시 의총장 상황이 담긴 녹취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JTBC는 리포트에서 “이때, 한 대표에게 물병을 던진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 F의원은 한 대표를 향해 “도라이 아냐 도라이?”라고 말했고, G의원은 “저런 놈을 갖다가 법무부 장관을 시킨 윤석열은 제 눈 지가 찌른 거야”라고 말하는 녹취 육성도 방송했다.

탄핵 찬성에 앞장섰던 김상욱 국민의힘 의원은 20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전화연결에서 “탄핵 찬성한 사람 색출한다, 일어서서 한 명씩 찬반을 얘기해라, 우리 원내에서 무엇을 색출한다, 찾아내자, 반란을 찾아내자. 이것 자체가 아주 전체주의적 발상이고, 반민주적 반보수적 극우적 발상”이라며 “우리 간에 비밀로 하기로 한 방(대화방)을 외부에 공개한 것도 잘못일 수 있지만 본질적으로 국회의원의 일로서 하고 있는 모든 부분은 결국 공적인 일이고, 언젠가는 드러날 수밖에 없는 일인데, 감추려고만 하다 공개했다고 해서 색출해야겠다, 발언을 한다는 것 자체가 실망을 드리고 부끄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0일 백브리핑에서 “JTBC에서 악의적으로 편집된 녹취록이 보도가 되었다”며 “의원 총회라는 중요한 회의 목소리가 그대로 다 유출되는 것은 명백한 해당행위다. 특정한 의도를 갖고 이와 같이 당해 불신과 분열을 촉발시키는 것은 해당 의원에게도 바람직스럽지 않고 당에도 해약을 끼치는 행위다. 모두 자중해 주시기를 부탁드리겠다”고 밝혀, 되레 유출자를 비난했다.

이를 두고 진중권 광운대 교수는 21일 밤 TV조선 ‘강적들’에 출연해 “한심한 거다. 자기들이 한 짓이 드러나니까 문제되는 거 아니겠느냐. 지금 그걸 감추려고 하는 거 아니냐”며 “이게 어떤 사안이냐. 굉장히 중대한 사안이고, 국민들도 알 권리가 있다. 우리 세비를 받아 생활을 영위하고, 모든 권세와 영예를 보는 그 사람들이 그 결정적인 순간에 뭘 하고 있었는지 우리는 알 권리가 있다”고 반박했다. 진 교수는 “이거 바깥으로 알려야 되는 게 당연한 거 아니겠느냐”며 “공익적으로 반드시 알아야 된다”고 강조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0일 국회 본관 원내대표실 앞 백브리핑에서 JTBC의 비공개 의총 녹취록 보도를 두고 유출자를 향해 해당행위라고 비판하고 있다. 사진=MBN 영상 갈무리
 

진 교수는 특히 계엄선포 당일의 모습과 관련해 “그 순간에 얼마나 한심한 모습을 보였는지, 보니까 알겠더라. 60넘은 국회의장이 담 넘어 들어가고, 김예지 의원은 시각 장애인인데도 담 넘겠다고 앞에 갔다. 이제 와서 색출하자? 얼마나 못난 짓이냐”고 비판했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같은 방송에서 “초반에는 그렇게 주장하시는 분들이 몇 분 계셨는데, 나중에 ‘국민들 보시기 어떻겠느냐’는 문제 제기가 많아서 색출하는 논의는 없었던 걸로 정리가 됐다”고 해명했다. 진 교수는 이에 “국민의 입장에서는요 ‘색출하자’는 얘기를 누가 했는지를 색출해야 된다”며 “국민들 보기 부끄럽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진 교수는 “행정부가 깽판을 친 걸 입법부가 견제해야 되는데, 그 역할 안 한 사람들이 이런 짓을 하고 있다는데 분노한다”고 강조했다.

▲진중권 광운대 교수가 21일 방송된 TV조선 강적들에서 계엄선포 당일 국민의힘 의원들의 대화방 내용과 탄핵가결 당일 비공개 의총 내용이 보도되자 유출자를 색출하고 비난하려는 국민의힘의 태도를 두고 한심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사진=TV조선 강적들 영상 갈무리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전대미문의 엄청난 계엄 선포라는 불법 위헌적으로 망해가고 있는 상황에서 마치 탄핵 반대했던 사람들이 점령군처럼 (행동)하는 건 한국정당사, 정치사에 처음 있는 일”이라며 “‘누가 이거 유출 했어’, ‘찬성파들 가만히 두면 안 돼’, ‘솎아내서 징계해야 돼’ 혹은 ‘법 만들어서 기각 되면 이거 처벌해야 돼’ 이래서 점령군처럼 보이는 기괴한 장면이 지금 있다는 게 이해가 안 간다”고 비판했다.    <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

 

비상계엄 찬성 극우 세력만 보고 달려가는 국민의힘

탄핵 압도적 찬성 여론 외면하며 정치적 위기 자초
‘탄핵 공포증’-‘이재명 공포증’으로 판단 능력 마비
극우-영남-고연령층과 결별해야 재기 가능성 열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과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12월2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기념촬영 후 고위 당정협의회 장소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
 

전직 대통령은 법률에 따라 예우를 받습니다. 현직 때의 보수 95%를 연금으로 받습니다. 비서관 3명과 운전기사 1명을 둘 수 있습니다. 경호 및 경비, 교통·통신 및 사무실 제공, 본인 및 가족에 대한 치료도 있습니다.

예우를 박탈할 수도 있습니다. 탄핵으로 퇴임한 경우,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경우, 형사처분을 회피할 목적으로 외국 정부에 도피처 또는 보호를 요청한 경우,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한 경우입니다. 경호 및 경비는 그래도 제공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경우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으로 퇴임한 경우와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경우 두 가지에 해당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어떻게 될까요? 박근혜 대통령처럼 탄핵으로 퇴임한 경우와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경우 두 가지에 해당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이른바 보수 정당 출신 대통령 세 사람이 연달아 전직 대통령 예우를 박탈당하는 것입니다. 이런 경우를 ‘삼진아웃’이라고 합니다.

국민의힘은 다음 대통령 선거에서 표를 달라고 할 수 있을까요? 염치가 있다면 입이 안 떨어질 것 같습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사전에 전혀 알지 못했고 사후에도 찬성하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도 비상계엄 이후 벌이는 행동은 괴이하기 짝이 없습니다.

12월3일 밤 국회 본회의장으로 들어와 비상계엄 해제 결의안에 찬성한 국민의힘 의원은 18명이었습니다. 곽규택 김상욱 김성원 김용태 김재섭 김형동 박수민 박정하 박정훈 서범수 신성범 우재준 장동혁 정성국 정연욱 조경태 주진우 한지아 의원입니다. 비상계엄 해제에 찬성하려고 했지만, 본회의장에 들어가지 못한 국민의힘 의원들도 꽤 많았을 것입니다.

문제는 비상계엄 해제 이후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둘러싸고 벌어졌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와 계엄사령부 포고령으로 국회와 정당의 활동을 금지했습니다. 비상계엄 해제 결의를 막기 위해 의원들을 본회의장에서 끌어내라고 지시했습니다. 명백하고도 중대한 위헌·위법 행위입니다. 비상계엄 해제에 찬성한다면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게 논리적으로 정합성이 있습니다.

민심도 탄핵에 압도적이었습니다. 12월13일 발표한 한국갤럽 정례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75%가 탄핵 찬성, 21%가 반대였습니다. 모든 지역, 모든 연령층에서 탄핵 찬성 여론이 더 높았습니다. 대구·경북에서도, 70대 이상에서도 탄핵 찬성이 더 높았습니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누리집 참고)

그런데 바로 다음 날인 12월14일 국회 탄핵소추 투표에서 국민의힘 의원 108명 가운데 85명이 반대표를 던졌습니다. 기권 3명, 무효 8명까지 포함하면 무려 96명이 반대한 셈입니다. 겨우 12명이 탄핵에 찬성했습니다. 민심과 반대로 간 것입니다.

왜 그랬을까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탄핵 포비아(공포증)입니다.

국민의힘은 비상계엄 뒤 의원총회를 계속했습니다. 여기서 다선 의원들이 “분열하면 망한다” “배신하면 죽는다”는 메시지를 지속해서 주입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던 권성동 나경원 의원이 “내가 해봐서 아는 데 탄핵하면 망한다”고 선동하는 바람에 다수 의원이 넘어갔습니다. 잘못된 주술에 일종의 집단최면이 걸린 것입니다.

보수 정당이 제대로 서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당시 제대로 혁신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바른정당이 무원칙한 통합과 반문재인 연대 형성에 동참해 자유한국당에 흡수되면서 보수 혁신의 기회를 상실했습니다. 탄핵 때문에 망한 것이 아니라 탄핵 이후 혁신을 하지 못해 망했는데도 지금 엉뚱한 처방을 내는 셈입니다.

비상계엄과 탄핵소추 와중에 원내대표로 선출돼 대표 권한대행을 하는 권성동 의원은 12월20일 기자들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 중에는 국가 원수의 권한이 있고 행정부 수반의 권한이 있다. 장관 임명권이나 법안 재의요구권은 행정부 수반의 권한이다. 대법관이나 헌법재판소 재판관 등 헌법기관을 구성하는 권한은 국가 원수의 권한이다. 국가 원수의 권한 행사는 직무정지 중에는 불가능하고 대통령 궐위 뒤에는 가능하다는 것이 우리 당의 의견이다.”

여러분은 이런 주장이 말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입을 벌려서 소리를 낸다고 다 말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수 헌법학자는 대통령의 재판관 임명 권한을 형식적 권한으로 해석해 한덕수 권한대행이 재판관을 임명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권성동 의원의 재판관 임명 불가론은 재판관을 6명 상태로 유지해야 윤석열 대통령 파면을 막을 수 있다고 계산한 얄팍한 꼼수에 불과합니다.

둘째, 이재명 포비아입니다.

비상계엄과 탄핵소추 와중에도 국민의힘 의원들과 열성 지지자들의 최우선 목표는 “이재명 대통령만은 절대로 안 된다”는 것입니다. 정권을 빼앗기는 것에 대한 두려움, 이재명 대표에 대한 거부감 때문일 것입니다. 정서적으로 그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의 반이재명 정서는 합리적이지도 않고 과학적이지도 않습니다.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 지지자 가운데 상당수는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에 대한 극도의 거부감 때문에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을 지지하는 것입니다.

12월20일 발표한 한국갤럽 정례 여론조사 장래 대통령감 선호도에서 이재명 대표는 37%로 압도적 선두였습니다. 그러나 민주당 지지도 48%에는 훨씬 못 미치는 수치였습니다. 대통령감 선호도에서 ‘의견 유보’가 35%였습니다.

우리 국민은 지금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에 극도로 화가 난 상태입니다. 윤석열 파면 이외의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파면되면 민주당에서 누가 대선주자가 될지, 국민의힘에서 누가 대선주자가 될지, 누가 대통령에 당선될지 알 수 없습니다. 여기는 다이내믹 코리아입니다.

국민의힘으로서는 오히려 사법 리스크를 안고 있는 이재명 대표가 그래도 가장 겨뤄볼 만한 상대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만약 민주당에서 바람을 타고 다른 사람이 대선주자가 되면 국민의힘은 힘 한 번 제대로 못써보고 참패할 것입니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표 재판을 신속히 해달라고 사법부에 요청할 것이 아니라 재판을 좀 천천히 해달라고 고사라도 지내야 할 상황입니다.

포비아는 현실을 실제보다 부풀려 두려워하고 불안을 느끼면서 자기 통제력을 잃는 병적 증상입니다. 국민의힘은 지금 탄핵 포비아와 이재명 포비아로 판단 능력이 마비된 중증 환자와 같습니다.

결과적으로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 대통령을 감싸면서 비상계엄에 찬성하는 극우 세력만 보고 달려가는 모양새입니다. 이대로 가면 다음 대선에서 지는 것은 물론이고 2026년 지방선거, 2028년 총선, 차차기 대선에서 패배하며 정치 세력으로서 존립 기반을 상실할 위험이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국민의힘이 보이는 비상식적, 비합리적 행태를 보수 성향 신문에서 오히려 더 강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동아일보는 12월18일치에 “‘대행은 헌법재판관 임명 못 해’…참 구차하고 가당찮은 몽니”라는 사설을 실었습니다. 12월 21일 치에는 “사과도 않고, 탄핵 의원 ‘왕따’, 지지율은 야 절반인 여”라는 사설을 실었습니다.

조선일보는 12월17일치에 “계엄 사태에 사과도 없는 국민의힘, 누구를 보고 정치하나”라는 사설을 썼습니다. 중앙일보는 12월19일 치에 “갈수록 민심에서 멀어지는 국민의힘”이라는 사설을 썼습니다.

국민의힘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결별해야 합니다. 극우와 결별해야 합니다. 영남과 결별해야 합니다. 70대 이상 고연령층과 결별해야 합니다. 민주당에 배워야 합니다. 민주당은 열린우리당을 창당해 호남과 결별하면서 우여곡절을 거쳐 수도권 정당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당장 윤석열 대통령을 버려야 합니다. 탄핵에 앞장서야 합니다.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전이라도 대통령직에서 사퇴시켜야 합니다. 비상계엄 사태에 책임져야 합니다. 다음 대선에서 억지로 이기려고 하면 안 됩니다. 사즉생, 생즉사라고 했습니다.

“원칙을 지키면서 패배하면 다시 일어설 수 있다. 그러나 원칙을 잃고 패배하면 다시 일어서기 어렵다.”

노무현 대통령이 남긴 말입니다. 국민의힘 의원들과 지지자들이 새기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한겨레 성한용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