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 2024년 가장 인상적인 이미지 12가지’ 선정

 

제이티비시(JTBC) 중계화면에 잡힌 안귀령 더불어민주당 대변인. 계엄군이 든 총을 손으로 막고 있다. 제이티비시 영상 갈무리
 

영국 비비시(BBC)가 꼽은 ‘올해 가장 인상적인 이미지 12선’에 지난 3일 비상계엄이 선포된 직후 국회 본청에서 안귀령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이 계엄군의 총을 손으로 막은 장면도 포함됐다.

비비시는 21일(현지시각) ‘올림픽 서퍼부터 도널드 트럼프까지: 2024년 가장 인상적인 이미지 12가지’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비비시는 “한 한국 여성이 두려움 없이 총을 움켜잡고 있다”며 해당 장면을 소개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직후 포착된 장면으로 그는 국회의원들이 모이는 것을 막으라는 명령을 받은 중무장한 군인들과 사투를 벌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안 대변인의 굳건한 결단력과 나아가 그의 옷에서 반짝이는 강철 같은 빛은 19세기 영국 화가 존 길버트가 그린 잔 다르크 초상화를 떠올리게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안 대변인은 지난 5일 비비시와 인터뷰에서 “뭔가 머리로 따지거나 이성적으로 계산할 생각은 없었다”며 “순간적으로 그냥 몸을 던져서 (계엄군의 본청 출입을) 막았던 것 같다”고 당시 상황을 돌이켰다. 그는 “총칼을 든 군인들을 보면서 정당인이기 이전에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너무 많이 안타깝고 역사의 퇴행을 목도하는 것 같아서 가슴이 아팠다”고도 했다.

13일(현지시각) 미국 펜실베이니아 버틀러 유세장에서 총격을 당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단상에서 내려오며 주먹을 머리 위로 쥐어 보이고 있다. 버틀러/AP 연합
 

비비시는 이밖에 7월13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대선 유세 중 암살 시도를 당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총알이 스친 오른쪽 귀에서 흘러내린 피가 입술까지 흐른 상태에서도 몸을 일으켜 주먹을 쥔 모습, 같은 달 29일 2024 파리올림픽 남자 서핑 예선 3라운드에서 역대 올림픽 단일 파도 점수로는 최고점인 9.90점(10점 만점)을 기록한 뒤 검지손가락을 치켜들고 보드 위에서 뛰어오르는 세리머니를 선보인 브라질의 서핑 선수 가브리엘 메디나가 공중에 보드와 나란히 떠 있는 모습 등을 꼽기도 했다.

7월29일(현지시각) 폴리네시아 타히티 테아후푸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남자 서핑 예선 3라운드에서 브라질의 가브리엘 메디나가 공중에 몸을 띄우고 세리머니를 선보이고 있다. 타히티/AFP 연합
 
2024 파리올림픽 개막식에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을 패러디했던 장면. 엑스(X·옛 트위터) 갈무리
 

2024 파리올림픽 개막식에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을 패러디했다가 ‘기독교 비하’ 논란이 일었던 장면, 아사드 53년 독재 정권 붕괴로 혼란스러운 시리아에서 지난 9일 시민들이 러시아로 망명한 바샤르 아사드 대통령의 아버지 하페즈 아사드 전 대통령의 동상을 넘어뜨리고 신발로 동상의 머리를 내리찍는 장면 등도 포함됐다. < 한겨레 이유진 기자 >

 

계엄군 총 잡은 안귀령 “막아야 한다, 다음은 없다 생각뿐”

 

 
 
제이티비시(jtbc) 중계화면에 잡힌 안귀령 더불어민주당 대변인. 계엄군이 든 총구를 손으로 막고 있다. 제이티비시 영상 갈무리

안귀령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이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된 직후 국회 본청에서 계엄군의 총구를 손으로 막은 행동에 대해 “그냥 ‘일단 막아야 한다, 이걸 막지 못하면 다음은 없다’라는 생각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비비시(BBC)는 5일 안 대변인의 인터뷰를 공개했다. 안 대변인은 “뭔가 머리로 따지거나 이성적으로 계산할 생각은 없었다”며 “순간적으로 그냥 몸을 던져서 (계엄군의 본청 출입을) 막았던 것 같다”며 “그 과정에서 (계엄군이) 제 팔을 잡고 막고 하니까 저도 밀치기도 하고 그랬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솔직히 처음에는 계엄군을 처음 봐서 좀 무서웠다”며 “(계엄군과 대치하는 다른 시민들을 보고) 나도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소식을 들은 직후 안 대변인은 “공포감이 엄습했다”고 했다. 그는 3일 밤 11시를 좀 넘긴 시각에 국회에 도착했다고 했다. 계엄 선포 1시간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안 대변인은 “헬기 소리가 들리기 시작해 대변인실 불을 껐다. 혹시 밖에서 불이 켜져 있는 걸 보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이었다”고 했다. 이후 달려간 본청에는 이미 계엄군이 와있었고, 그는 계엄군 진입을 최대한 저지하기 위해 다른 더불어민주당 당직자들과 함께 출입구 회전문을 안에서 잠그고 의자 같은 가구나 크고 무거운 물건을 문 앞에 쌓았다고 했다.

안 대변인과 비비시의 인터뷰는 비상계엄이 해제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진행됐다.

안 대변인은 전날 입었던 검은색 목 폴라티와 검정 재킷 차림이었다고 비비시는 보도했다. 안 대변인은 “총칼을 든 군인들을 보면서 정당인이기 이전에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너무 많이 안타깝고 역사의 퇴행을 목도하는 것 같아서 가슴이 아팠다”고 했다. 그러면서 “너무 슬프다”고 눈물을 훔쳤다고 비비시는 전했다.    < 한겨레 최윤아 기자 >

 

대통령 탄핵되면 당 망한다’는 국힘 의원 공유하는 확신은 “착각”

 

유승민 전 의원이 2021년 5월 대선 출마를 앞두고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이 “(지금 국민의힘이) 목사님이 하는 그 당하고 뭐가 다르냐”며 “이런 일(내란)을 저질러 놓고도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당, 그런 당으로 가는 것은 극우적인 그분들하고 궤를 같이하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유 전 의원은 21일 시비에스(CBS) 라디오 ‘이철희의 주말뉴스쇼’에 출연해 “지금 이 당의 모습이 완전히 망하는 코스로 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내란을 일으킨 대통령을 배출하고도 반성하지 않는 국민의힘이 극우 유튜버 전광훈 목사가 주축이 된 자유통일당과 무엇이 다르냐는 성토다. 자유통일당은 12·3 내란사태를 일방적으로 옹호하고, 내란죄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하고 있다.

유 전 의원은 이날 방송에서 “보수가 소멸 위기에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보수 정당이 배출한 대통령이) 두 번 다 연속으로 탄핵됐다. 보수가 진짜 망할 위기”라며 “그런데도 (국민의힘은) 사과 한번 없이 윤 대통령이 ‘난 잘못 없다, 내란 아니다’라고 하니까 당의 다수가 동조하는 식으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역과 진영을 떠나서 이런 생각을 가지고 당으로서 버틸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통령 탄핵되면 우리 당은 망한다’는 국민의힘 의원 일부가 공유하는 확신 역시 “착각”이라고 했다. 그는 “국민의힘이 8년 전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해서 이렇게 된 게 아니라, 탄핵을 당하고 나서도 정신을 못 차리고 혁신을 못 해서 (이후 선거에서) 줄줄이 진 것”이라며 “국민의힘은 지금 똑같은 코스로 그 길을 또 가려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대통령이 탄핵된 것이지 보수가 탄핵된 것이 아니”라며 “(국민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면서 보수가 앞으로 어떤 길로 갈 것인지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유승민 비대위원장론’에 대해서는 “전혀 연락받은 바 없다”면서도 “당을 바꾸고 싶은 열망은 엄청 강하다”고 말했다.                < 한겨레 최윤아 기자 >

 

국힘 대화방색출 ‘한동훈 도라이’ 유출비난 “한심해”

JTBC 물병 세례 녹취록 보도에 권성동 “해당행위” 비난
“결정적 순간 국힘의원 뭐했나 국민 알권리 있어…색출? 못난짓”

 
 
▲한민용 JTBC 앵커가 19일 뉴스룸에서 탄핵가결 직후 국민의힘 의원들이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한동훈 대표에게 물병을 던지며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담긴 녹취록을 확보했다고 소개하고 있다. 사진=JTBC 뉴스룸 영상 갈무리
 

내란죄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선포 당일 국민의힘 의원들의 대화내용 보도에 이어 탄핵 가결 당일 의원총회 때 의원들이 한동훈 대표에 ‘도라이’라며 물병을 던졌다는 녹취록 내용까지 보도되자 국민의힘이 유출자를 ‘해당행위’라고 비판했다. 이를 두고 진중권 광운대 교수는 한심하다면서 결정적 순간에 국민의힘 의원들이 뭘 했는지 국민들이 알 권리가 있는데도 이를 색출하겠다는 태도는 못난 짓이라고 비판했다.

한민용 JTBC 앵커는 지난 19일 ‘뉴스룸’ <단독 탄핵안 가결후 “물병세례” 의총장> 앵커멘트에서 “불법계엄으로 긴박했던 그 밤에는 조용하던 의원들이 탄핵안이 가결되고 열린 비공개 의원 총회에서는 목소리를 높였다”며 “한동훈 당시 대표를 향해 사퇴하라 소리를 치고 물병까지 던졌는데 당시 의총장 상황이 담긴 녹취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JTBC는 리포트에서 “이때, 한 대표에게 물병을 던진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 F의원은 한 대표를 향해 “도라이 아냐 도라이?”라고 말했고, G의원은 “저런 놈을 갖다가 법무부 장관을 시킨 윤석열은 제 눈 지가 찌른 거야”라고 말하는 녹취 육성도 방송했다.

탄핵 찬성에 앞장섰던 김상욱 국민의힘 의원은 20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전화연결에서 “탄핵 찬성한 사람 색출한다, 일어서서 한 명씩 찬반을 얘기해라, 우리 원내에서 무엇을 색출한다, 찾아내자, 반란을 찾아내자. 이것 자체가 아주 전체주의적 발상이고, 반민주적 반보수적 극우적 발상”이라며 “우리 간에 비밀로 하기로 한 방(대화방)을 외부에 공개한 것도 잘못일 수 있지만 본질적으로 국회의원의 일로서 하고 있는 모든 부분은 결국 공적인 일이고, 언젠가는 드러날 수밖에 없는 일인데, 감추려고만 하다 공개했다고 해서 색출해야겠다, 발언을 한다는 것 자체가 실망을 드리고 부끄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0일 백브리핑에서 “JTBC에서 악의적으로 편집된 녹취록이 보도가 되었다”며 “의원 총회라는 중요한 회의 목소리가 그대로 다 유출되는 것은 명백한 해당행위다. 특정한 의도를 갖고 이와 같이 당해 불신과 분열을 촉발시키는 것은 해당 의원에게도 바람직스럽지 않고 당에도 해약을 끼치는 행위다. 모두 자중해 주시기를 부탁드리겠다”고 밝혀, 되레 유출자를 비난했다.

이를 두고 진중권 광운대 교수는 21일 밤 TV조선 ‘강적들’에 출연해 “한심한 거다. 자기들이 한 짓이 드러나니까 문제되는 거 아니겠느냐. 지금 그걸 감추려고 하는 거 아니냐”며 “이게 어떤 사안이냐. 굉장히 중대한 사안이고, 국민들도 알 권리가 있다. 우리 세비를 받아 생활을 영위하고, 모든 권세와 영예를 보는 그 사람들이 그 결정적인 순간에 뭘 하고 있었는지 우리는 알 권리가 있다”고 반박했다. 진 교수는 “이거 바깥으로 알려야 되는 게 당연한 거 아니겠느냐”며 “공익적으로 반드시 알아야 된다”고 강조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0일 국회 본관 원내대표실 앞 백브리핑에서 JTBC의 비공개 의총 녹취록 보도를 두고 유출자를 향해 해당행위라고 비판하고 있다. 사진=MBN 영상 갈무리
 

진 교수는 특히 계엄선포 당일의 모습과 관련해 “그 순간에 얼마나 한심한 모습을 보였는지, 보니까 알겠더라. 60넘은 국회의장이 담 넘어 들어가고, 김예지 의원은 시각 장애인인데도 담 넘겠다고 앞에 갔다. 이제 와서 색출하자? 얼마나 못난 짓이냐”고 비판했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같은 방송에서 “초반에는 그렇게 주장하시는 분들이 몇 분 계셨는데, 나중에 ‘국민들 보시기 어떻겠느냐’는 문제 제기가 많아서 색출하는 논의는 없었던 걸로 정리가 됐다”고 해명했다. 진 교수는 이에 “국민의 입장에서는요 ‘색출하자’는 얘기를 누가 했는지를 색출해야 된다”며 “국민들 보기 부끄럽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진 교수는 “행정부가 깽판을 친 걸 입법부가 견제해야 되는데, 그 역할 안 한 사람들이 이런 짓을 하고 있다는데 분노한다”고 강조했다.

▲진중권 광운대 교수가 21일 방송된 TV조선 강적들에서 계엄선포 당일 국민의힘 의원들의 대화방 내용과 탄핵가결 당일 비공개 의총 내용이 보도되자 유출자를 색출하고 비난하려는 국민의힘의 태도를 두고 한심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사진=TV조선 강적들 영상 갈무리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전대미문의 엄청난 계엄 선포라는 불법 위헌적으로 망해가고 있는 상황에서 마치 탄핵 반대했던 사람들이 점령군처럼 (행동)하는 건 한국정당사, 정치사에 처음 있는 일”이라며 “‘누가 이거 유출 했어’, ‘찬성파들 가만히 두면 안 돼’, ‘솎아내서 징계해야 돼’ 혹은 ‘법 만들어서 기각 되면 이거 처벌해야 돼’ 이래서 점령군처럼 보이는 기괴한 장면이 지금 있다는 게 이해가 안 간다”고 비판했다.    <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

 

비상계엄 찬성 극우 세력만 보고 달려가는 국민의힘

탄핵 압도적 찬성 여론 외면하며 정치적 위기 자초
‘탄핵 공포증’-‘이재명 공포증’으로 판단 능력 마비
극우-영남-고연령층과 결별해야 재기 가능성 열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과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12월2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기념촬영 후 고위 당정협의회 장소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
 

전직 대통령은 법률에 따라 예우를 받습니다. 현직 때의 보수 95%를 연금으로 받습니다. 비서관 3명과 운전기사 1명을 둘 수 있습니다. 경호 및 경비, 교통·통신 및 사무실 제공, 본인 및 가족에 대한 치료도 있습니다.

예우를 박탈할 수도 있습니다. 탄핵으로 퇴임한 경우,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경우, 형사처분을 회피할 목적으로 외국 정부에 도피처 또는 보호를 요청한 경우,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한 경우입니다. 경호 및 경비는 그래도 제공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경우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으로 퇴임한 경우와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경우 두 가지에 해당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어떻게 될까요? 박근혜 대통령처럼 탄핵으로 퇴임한 경우와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경우 두 가지에 해당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이른바 보수 정당 출신 대통령 세 사람이 연달아 전직 대통령 예우를 박탈당하는 것입니다. 이런 경우를 ‘삼진아웃’이라고 합니다.

국민의힘은 다음 대통령 선거에서 표를 달라고 할 수 있을까요? 염치가 있다면 입이 안 떨어질 것 같습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사전에 전혀 알지 못했고 사후에도 찬성하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도 비상계엄 이후 벌이는 행동은 괴이하기 짝이 없습니다.

12월3일 밤 국회 본회의장으로 들어와 비상계엄 해제 결의안에 찬성한 국민의힘 의원은 18명이었습니다. 곽규택 김상욱 김성원 김용태 김재섭 김형동 박수민 박정하 박정훈 서범수 신성범 우재준 장동혁 정성국 정연욱 조경태 주진우 한지아 의원입니다. 비상계엄 해제에 찬성하려고 했지만, 본회의장에 들어가지 못한 국민의힘 의원들도 꽤 많았을 것입니다.

문제는 비상계엄 해제 이후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둘러싸고 벌어졌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와 계엄사령부 포고령으로 국회와 정당의 활동을 금지했습니다. 비상계엄 해제 결의를 막기 위해 의원들을 본회의장에서 끌어내라고 지시했습니다. 명백하고도 중대한 위헌·위법 행위입니다. 비상계엄 해제에 찬성한다면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게 논리적으로 정합성이 있습니다.

민심도 탄핵에 압도적이었습니다. 12월13일 발표한 한국갤럽 정례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75%가 탄핵 찬성, 21%가 반대였습니다. 모든 지역, 모든 연령층에서 탄핵 찬성 여론이 더 높았습니다. 대구·경북에서도, 70대 이상에서도 탄핵 찬성이 더 높았습니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누리집 참고)

그런데 바로 다음 날인 12월14일 국회 탄핵소추 투표에서 국민의힘 의원 108명 가운데 85명이 반대표를 던졌습니다. 기권 3명, 무효 8명까지 포함하면 무려 96명이 반대한 셈입니다. 겨우 12명이 탄핵에 찬성했습니다. 민심과 반대로 간 것입니다.

왜 그랬을까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탄핵 포비아(공포증)입니다.

국민의힘은 비상계엄 뒤 의원총회를 계속했습니다. 여기서 다선 의원들이 “분열하면 망한다” “배신하면 죽는다”는 메시지를 지속해서 주입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던 권성동 나경원 의원이 “내가 해봐서 아는 데 탄핵하면 망한다”고 선동하는 바람에 다수 의원이 넘어갔습니다. 잘못된 주술에 일종의 집단최면이 걸린 것입니다.

보수 정당이 제대로 서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당시 제대로 혁신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바른정당이 무원칙한 통합과 반문재인 연대 형성에 동참해 자유한국당에 흡수되면서 보수 혁신의 기회를 상실했습니다. 탄핵 때문에 망한 것이 아니라 탄핵 이후 혁신을 하지 못해 망했는데도 지금 엉뚱한 처방을 내는 셈입니다.

비상계엄과 탄핵소추 와중에 원내대표로 선출돼 대표 권한대행을 하는 권성동 의원은 12월20일 기자들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 중에는 국가 원수의 권한이 있고 행정부 수반의 권한이 있다. 장관 임명권이나 법안 재의요구권은 행정부 수반의 권한이다. 대법관이나 헌법재판소 재판관 등 헌법기관을 구성하는 권한은 국가 원수의 권한이다. 국가 원수의 권한 행사는 직무정지 중에는 불가능하고 대통령 궐위 뒤에는 가능하다는 것이 우리 당의 의견이다.”

여러분은 이런 주장이 말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입을 벌려서 소리를 낸다고 다 말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수 헌법학자는 대통령의 재판관 임명 권한을 형식적 권한으로 해석해 한덕수 권한대행이 재판관을 임명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권성동 의원의 재판관 임명 불가론은 재판관을 6명 상태로 유지해야 윤석열 대통령 파면을 막을 수 있다고 계산한 얄팍한 꼼수에 불과합니다.

둘째, 이재명 포비아입니다.

비상계엄과 탄핵소추 와중에도 국민의힘 의원들과 열성 지지자들의 최우선 목표는 “이재명 대통령만은 절대로 안 된다”는 것입니다. 정권을 빼앗기는 것에 대한 두려움, 이재명 대표에 대한 거부감 때문일 것입니다. 정서적으로 그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의 반이재명 정서는 합리적이지도 않고 과학적이지도 않습니다.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 지지자 가운데 상당수는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에 대한 극도의 거부감 때문에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을 지지하는 것입니다.

12월20일 발표한 한국갤럽 정례 여론조사 장래 대통령감 선호도에서 이재명 대표는 37%로 압도적 선두였습니다. 그러나 민주당 지지도 48%에는 훨씬 못 미치는 수치였습니다. 대통령감 선호도에서 ‘의견 유보’가 35%였습니다.

우리 국민은 지금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에 극도로 화가 난 상태입니다. 윤석열 파면 이외의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파면되면 민주당에서 누가 대선주자가 될지, 국민의힘에서 누가 대선주자가 될지, 누가 대통령에 당선될지 알 수 없습니다. 여기는 다이내믹 코리아입니다.

국민의힘으로서는 오히려 사법 리스크를 안고 있는 이재명 대표가 그래도 가장 겨뤄볼 만한 상대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만약 민주당에서 바람을 타고 다른 사람이 대선주자가 되면 국민의힘은 힘 한 번 제대로 못써보고 참패할 것입니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표 재판을 신속히 해달라고 사법부에 요청할 것이 아니라 재판을 좀 천천히 해달라고 고사라도 지내야 할 상황입니다.

포비아는 현실을 실제보다 부풀려 두려워하고 불안을 느끼면서 자기 통제력을 잃는 병적 증상입니다. 국민의힘은 지금 탄핵 포비아와 이재명 포비아로 판단 능력이 마비된 중증 환자와 같습니다.

결과적으로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 대통령을 감싸면서 비상계엄에 찬성하는 극우 세력만 보고 달려가는 모양새입니다. 이대로 가면 다음 대선에서 지는 것은 물론이고 2026년 지방선거, 2028년 총선, 차차기 대선에서 패배하며 정치 세력으로서 존립 기반을 상실할 위험이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국민의힘이 보이는 비상식적, 비합리적 행태를 보수 성향 신문에서 오히려 더 강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동아일보는 12월18일치에 “‘대행은 헌법재판관 임명 못 해’…참 구차하고 가당찮은 몽니”라는 사설을 실었습니다. 12월 21일 치에는 “사과도 않고, 탄핵 의원 ‘왕따’, 지지율은 야 절반인 여”라는 사설을 실었습니다.

조선일보는 12월17일치에 “계엄 사태에 사과도 없는 국민의힘, 누구를 보고 정치하나”라는 사설을 썼습니다. 중앙일보는 12월19일 치에 “갈수록 민심에서 멀어지는 국민의힘”이라는 사설을 썼습니다.

국민의힘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결별해야 합니다. 극우와 결별해야 합니다. 영남과 결별해야 합니다. 70대 이상 고연령층과 결별해야 합니다. 민주당에 배워야 합니다. 민주당은 열린우리당을 창당해 호남과 결별하면서 우여곡절을 거쳐 수도권 정당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당장 윤석열 대통령을 버려야 합니다. 탄핵에 앞장서야 합니다.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전이라도 대통령직에서 사퇴시켜야 합니다. 비상계엄 사태에 책임져야 합니다. 다음 대선에서 억지로 이기려고 하면 안 됩니다. 사즉생, 생즉사라고 했습니다.

“원칙을 지키면서 패배하면 다시 일어설 수 있다. 그러나 원칙을 잃고 패배하면 다시 일어서기 어렵다.”

노무현 대통령이 남긴 말입니다. 국민의힘 의원들과 지지자들이 새기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한겨레 성한용 기자 >

민주 “한덕수, 24일까지 내란 특검법 공포 안 하면 책임 물을 것”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2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24일까지 (내란) 상설특검 후보 추천 의뢰, 내란 일반특검법 공포가 이뤄지지 않으면 그 즉시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22일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31일까지 기다릴 합당한 이유도, 명분도 찾을 수 없다. 늦어도 24일까지 특검법을 수용하고 공포할 것을 재차 촉구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국무총리실이 국회를 통과해 정부로 이송된 12·3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을 거부권 행사 시한 하루 전날인 12월31일까지 검토하겠다며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자, ‘24일’로 날짜를 못박고 이를 넘기면 한 대행을 탄핵소추하겠다고 압박 수위를 높인 것이다.

박 원내대표는 “나라가 망하든 말든, 국민이 죽든 말든, 내란 수괴의 화려한 복귀를 꿈꾸는 것이 아니라면 즉시 특검법을 공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박 원내대표는 “한덕수 권한대행은 현재 공석인 헌법재판관 3인 임명 절차에도 적극 협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국회는 23일과 24일 국회 추천 몫 (후보자) 3인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거쳐 주중에 임명동의 절차를 마무리할 것”이라며 “(대통령이 아닌) 국회 추천 몫인 만큼, 총리가 형식적 임명 절차를 거부하거나 늦출 아무런 명분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총리실 관계자는 “(특검법에 대해) 여러 가지 의견을 검토 중”이라고만 말했다. < 한겨레 고한솔  기민도 기자 >

 

“한덕수, 내란특검 즉각 공포하라”…국무총리 공관으로 향하는 시민들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복궁 동십자각 인근에서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이 연 ‘내란공범 한덕수 거부권 긴급 규탄대회’ 참가자들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규탄하며 삼청동 총리공관 방향으로 행진에 앞서 응원봉을 흔들고 있다. 연합
 

“내란 특검 즉각 공포하라” “내란 공범 한덕수가 거부권이 웬 말이냐”

주말을 앞둔 20일 저녁 서울 종로구 동십자각 앞에서 출발한 응원봉 든 시민의 행진은 삼청동 국무총리 공관에 멈춰서 구호를 이어갔다. 외침의 방향은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을 넘어 대통령 권한대행 한덕수 총리를 향했다.

1500여개 시민사회노동단체가 모인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은 이날 ‘내란 공범 한덕수 거부권 긴급 규탄대회’를 열었다. 비상행동이 지난 월요일 이후 잠시 멈췄던 평일 저녁 집회를 연 건 국회를 통과한 법안에 대한 거부권은 행사하는 반면, 시민의 압도적인 지지를 바탕으로 국회를 통과한 내란·김건희 특검법 공포에 대해선 적극적인 입장을 내지 않는 한 대행을 규탄하는 목소리를 전하기 위해서다.

이날 집회에 나온 직장인 양가인(29)씨는 “(한 대행은) 국민이 뽑은 적도 없는 사람인데, 국민이 뽑은 국회에서 통과시킨 법안들을 너무 적극적으로 거부해 어이가 없었다”며 “(12·3 내란사태 당시) 국무회의에 참석해 내란 동조자나 다름없는 사람이 거부권을 남발해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집회에 나왔다”고 말했다. 한 대행은 19일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농업 4법’(양곡관리법·농수산물유통및가격안정법·농어업재해대책법·농어업재해보험법)과 국회법·국회증언감정법 2개 법안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심의·의결한 바 있다.

시민들이 한층 더 우려하는 건 특검법 거부권 행사 기한, 헌법재판관 임명 등을 앞둔 한 대행의 앞으로 움직임이다. 경복궁 앞에서 친구를 만나러 왔다가 한 대행 규탄대회가 열린다는 말을 듣고 참여한 추민아(35)씨는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을 빨리 처리해도 모자랄 판에 시간을 끌려는 꼼수가 눈에 보인다”고 말했다. 은희주(39)씨도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소추안이 인용되려면) 헌법재판관 임명이 중요한데, 거부권 행사를 보면서 (임명하지 않겠다는) 포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나왔다”고 말했다. 한 대행이 대통령실에 대한 수사기관의 압수수색 영장 집행을 허가에 나서지 않는 등 ‘내란죄 피의자’ 윤 대통령을 감싸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시민의 불안을 자극하는 요소다.

시민들은 한 대행이 정치인이 아닌 공무원으로서 국민 뜻에 따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회를 통과해 정부로 이송된 12·3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 시한 전날인 12월31일까지 검토하겠다는 국무총리실 쪽의 미온적인 태도를 향한 비판이다. 김동한(71)씨는 “2개 특검법을 만지작거리는 것 자체가 권한대행 본분을 착각한 것”이라며 “오랜 시간 공직 생활을 해온 한 대행은 공무원으로서 국민만 바라보고 특검법 등을 공포할 의무를 가졌다”고 말했다.  < 임재희 기자 >

 

"헌재는 민심 받들어 내란범 철저히 단죄하라"

"국회 승리 축하 넘어 본격적인 투쟁 돌입하자"
중3 학생 "윤석열 탄핵보다 더 높은 목표 세워야"
23~27일 매일 저녁 헌재 앞 '윤석열 파면' 집회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윤석열 파면! 국힘당 해산!'을 위한 120차 촛불문화제 12월 전국집중촛불'이 열렸다. 2024.12.21. 이호 작가
 

헌법재판소 앞은 혹한에 아랑곳없이 파란 풍선과 '윤석열을 파면하고 구속하라'고 쓰인 빨간 손팻말을 든 시민들로 가득 찼다. 1주일 전 대통령 윤석열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지 1주일 만에 열린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은 헌법재판소에 윤석열에 대한 파면 결정을 노도의 함성으로 촉구했다. 이들은 응원봉과 풍선으로 영하 3도의 추운 날씨를 녹이며 "헌법재판소는 윤석열을 즉각 파면하라" "내란범을 철저히 단죄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7만여 명(주최 측 추산)이 모여 헌재의 탄핵 결정 때까지 계속될 '윤석열 탄핵 만민공동회'를 대대적으로 개막했다.   

촛불행동은 21일 오후 4시 30분 서울시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윤석열 파면! 국힘당 해산! 120차 촛불문화제 12월 전국집중촛불'을 개최했다. 시민들은 집회 장소 건너에 있는 도로까지 가득 메워 탄핵 열기에 불을 지폈다.

먼저 탄핵소추안 가결을 축하하는 시간을 가졌다. 전국촛불행동 김민웅 상임대표는 "비상계엄의 시간을 이겨낸 우리가 앞으로 역사를 만들어야 한다"며 "우리는 탄핵을 성공시켰다. 뜨겁게 환호하고 박수치자. 무엇보다 응원봉을 들고 온 청년들을 환영하며, 이들의 미래를 위해 기쁨의 환성을 지르자"고 집회의 문을 열었다.

그는 "앞으로 100일은 더 복잡한 정세가 펼쳐질 수 있다"며 "탄핵 가결의 기쁨은 넘어가고 이제 본격적인 투쟁에 돌입해야 한다. 직무는 정지됐지만 윤석열은 제2의 음모를 꾸밀 시간을 벌고 있다. 내란은 현재 진행형"이라고 말했다.

윤석열에 대해 내란죄 외에 '외환유치죄'를 함께 적용해야 한다는 발언도 나왔다. 외환유치죄란 외국과 통모해 대한민국에 대해 전단(전쟁의 시작)을 열게 하거나 외국인과 통모해서 대한민국에 항적하는 죄를 말한다. 

 

더불어민주당 정동영 국회의원이 촛불집회에서 "내란죄보다 치명적인 죄가 외환유치죄"라고 말했다. 2024.12.21. 이호 작가
 

더불어민주당 정동영 국회의원은 외환유치죄에 대해 "내란죄보다 치명적인 죄가 외환유치죄"라며 "외부로부터 대한민국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것이다. 북한을 자극해서 비상계엄을 선포하려고 한 것도 외환유치죄"라고 했다.

이어 "김용현 전 장관이 국방부 장관으로 취임한 후 집중적으로 북에 무력 충돌을 유도했다"며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이 도발하면 몇 배로 응징한다고 했다. 비상계엄이 선포됐다면 이 나라의 운명이 어떻게 됐을지 생각만 해도 소름 끼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과 한덕수 권한대행에 대한 비판도 거셌다. 청주촛불행동 이해성 공동대표는 "국민의힘이 헌법재판관 추가 임명을 저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한덕수 권한대행은 6개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며 "내란특검법과 김건희특검법도 거부권 행사를 하겠다는 예고"라고 비판했다.

그는 "내란에 동조하고 가담한 모든 자들을 철저히 단죄하고 내란을 뿌리까지 뽑아야 한다"며 "윤석열과 김건희를 그대로 두면 다시 내란을 시도할 것이다. 또 '내란의힘'이 된 국민의힘은 반드시 해산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학생진보연합 노래 동아리가 촛불집회에서 캐럴을 개사해 "윤석열, 김건희 없어져라 메리크리스마스"라고 노래를 불렀다. 2024.12.21. 이호 작가
 

캐럴 경연대회 시간도 있었다. '대학생진보연합 노래 동아리'와 '영등포 물주먹'은 캐럴을 개사해서 "윤석열, 김건희 없애줘야 메리크리스마스"라고 노래를 불렀다.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도 함께 따라 부르며 즐거워했다.

이후 시민 자유발언이 이어졌다.  특히 자신을 '중학교 3학년'이라고 소개한 학생은 "윤석열 탄핵이 우리의 목표가 되어선 안 된다"며 "더 높은 목표를 세워야 한다. 지금처럼 서로를 알아가고, 인정하고, 보듬어줘야 한다. 우리나라의 뿌리 깊은 문제를 해결하자"고 말해 시민들로부터 많은 박수를 받았다.

자신을 '평범한 시민'이라고 소개한 한 여성은 "이제는 국민의힘이 부끄러워해야 할 때"라며 "헌법재판소에 부탁한다. 피로 쓰인 민주주의와 견고하고 신성한 법을 더럽히지 마라"고 말했다.

한편 촛불행동은 오는 23일부터 27일까지 매일 오후 7시에 서울 종로구 열린송현 녹지광장에서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토요일인 28일에는 121차 촛불집회가 열린다.    < 민들레 김민주기자 >

 

촛불집회장 건너편에까지 시민들이 모여 있다. 2024.12.21. 이호 작가

 

영하 11도 속 헌재로 간 30만명 외침…“상식적 판단 믿습니다”

 

 

 
시민들이 21일 오후 서울 도심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체포·퇴진! 사회대개혁! 범시민대행진’에 참여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국민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상식에 맞는 판단만 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24살 이나래씨)

“재판관님들도 국민이고 나라를 위하는 마음일 거잖아요. 잘 결정하시리라 믿어요.”(65살 김아무개씨)

“빨리 탄핵이 되면 좋겠어요.”(14살 이준호군)

끝이 보이지 않는 행진 인파 사이에서 헌법재판소를 바라보며 각기 다른 일상을 살아 온 시민들이 한 목소리로 기대와 바람을 전했다. “탄핵” “파면”을 외치는 구호가 케이팝과 함께 한겨울 서울의 찬공기를 갈랐다. 교통 체증에 갇힌 버스를 타고 있던 시민들은 창을 열고 손을 흔들었고, 길을 걷던 시민은 멈춰서서 사진을 찍으며 환호성을 질렀다.

21일 오후 서울 도심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체포·퇴진! 사회대개혁! 범시민대행진’(범시민대행진)에 시민 30만명(주최 쪽 추산)이 모여들었다. 국회 앞에서 탄핵안 가결을 이뤄낸 시민들은 1주일만에 서울 광화문과 종로 일대를 걸으며 윤대통령의 조속한 탄핵과 엄정한 수사를 촉구했다. 탄핵안이 가결된 기쁨도 잠시, 지난 한 주 이어진 윤대통령과 여당,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모습에 대한 분노가 거셌다. 다만 다채로운 깃발을 들고 새참을 나누고, 각자 만든 손팻말을 흔들며 “유쾌하게 이기겠다”는 마음만은 잊지 않았다.

시민들이 21일 오후 서울 도심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체포·퇴진! 사회대개혁! 범시민대행진’에 참여하고 있다. 김가윤 기자

이날 행진에 앞선 집회 무대에 오른 강솔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는 “윤대통령은 담화와 변호사 기자회견을 통해 끊임없이 갈라치기를 시전하고 있다”며 “한덕수 대통령 권한 대행은 더이상 책임회피를 하지 말고 내란 특별법 공포 와 헌법재판관 지명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대통령이 수사기관의 출석 요구와 압수수색, 헌법재판소의 문서 송달에 전부 불응하고 있는 가운데, 한 대행은 이에 대해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내란사태에 대해 국민의힘의 사과 또한 없었다.

행진에 참여한 김아무개(52)씨는 “탄핵안 가결이 된 상황에서도 수사에 불응하는 모습을 보면서 여전히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르는 것 같아 화가 더 난다”고 했다. 박아무개(53)씨는 “자신들이 만든 대통령의 벌인 일에 사과는커녕 아직도 이해득실만 따지는 국민의힘에도 화가 난다”며 “이 기회에 보수 세력이 재정비해서 민주주의를 함께 지켜주길 바란다”고 했다.

다양한 모습으로 거리에 나선 시민들은 이날도 간식과 먹거리, 방한용품, 공간을 나누며 거리에 함께 서 있다는 사실을 체감했다. 집회 현장에는 여지없이 ‘방구석 베짱이 연합’, ‘후딱 탄핵하고 잠이나 자고 싶은 시민 연합’ 등 다채로운 깃발이 나부꼈다. ‘마스크 무료나눔’ 손팻말을 든 김아무개(25)씨는 “춥고 독감이 유행하는 데다 얼굴을 가리고 싶은 젊은 여성들에게도 필요할 것 같아 마스크를 나누러 나왔다”며 “윤 대통령이 서둘러 탄핵 돼 민주주의가 바로잡혔으며 좋겠다”고 했다.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교사들은 ‘무지개떡’을 나눴고, 산타 복장을 한 청년 노동자들은 과자가 담긴 선물 꾸러미를 전했다. 이태원 유가족들은 적선현대빌딩 1층에 있는 추모공간 ‘별들의집’을 이날 영유아와 보호자들의 쉼터로 꾸몄다.

시민들이 21일 오후 서울 도심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체포·퇴진! 사회대개혁! 범시민대행진’에 참여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각자의 자리에서 내란의 밤 느낀 공포, 그 앞에 함께 싸운 시민 모습을 떠올리며 ‘탄핵 이후’에도 이어져야 할 민주주의 모습을 생각했다는 이들도 많았다. 한국옵티컬 농성장에서 고공 농성을 했던 소현숙씨는 “계엄선포를 보고 당장 끌려내려갈지 모른다는 생각에 두렵고 무서웠다”며 “윤석열을 탄핵하는 건 모든 노동자의 생명과 존엄을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장애인 위유진씨도 집회 무대에 올라 “국가에 의한 갑작스런 폭력은 중증 장애여성인 나에게 커다란 위협이었다. 그날 밤 망설임 없이 국회 앞 달려간 시민들 덕분에 나는 지금 여러분과 함께 여기 살아있다”며 “탄핵은 경유지이지 종착지가 아니다. 모든 존재가 지워지지 않는 민주주의 사회를 위해 싸우자”고 했다.

시민들이 21일 오후 서울 도심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체포·퇴진! 사회대개혁! 범시민대행진’에 참여하고 있다. 김가윤 기자.

행진 대열은 저녁 6시께 헌재를 지나 명동에 도착했다. 어느덧 어둑해진 거리에서 집회 참여 시민과 거리를 지나가던 시민의 경계도 허물어졌다. 응원봉이나 손팻말을 준비하지 못한 채 행진 대열을 만난 시민들은 휴대전화 손전등을 켜고 ‘파이팅해야지’ 등 케이팝 노래에 맞춰 몸을 흔들며 윤대통령의 탄핵, 그를 통한 다채로운 민주주의 회복을 함께 요청했다.                   < 한겨레  정인선  김가윤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