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4 39쪽 한덕수 공소장 입수
12·3 당시 한덕수 행적 재구성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방조 및 위증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지난 27일 구속영장이 기각돼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연합

 

“오고 계시죠? 어디쯤이세요? 빨리 오세요.” “더 빨리 오시면 안 되나요.”

 

지난해 12월3일 밤 9시37분. 한덕수 국무총리는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 송 장관은 비상계엄 심의 국무회의 의사정족수를 채우기 위해 긴급히 추가 호출한 6명의 국무위원 중 하나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시간으로 예고한 밤 10시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앞서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밤 9시13분께 국무회의 심의를 위해 대기하고 있던 한 총리를 향해 손가락 4개를 들어 보였다. 의사정족수까지 4명이 더 필요하다는 뜻이었다. 윤 대통령도 밤 9시25분, 9시39분, 9시51분, 9시59분 등 4차례나 국무위원들이 모여 있는 대접견실에 들어오고 나가기를 반복했다. 이런 장면은 용산 대통령실 시시티브이(CCTV)에 그대로 찍혔다.

 

한겨레는 31일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가 지난 29일 기소한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공소장을 국회를 통해 확보했다. 특검법(제12조)은 공소 제기 10일 이내에 대통령과 국회에 사건 처리 결과를 서면 보고하게 돼 있다. 공소장에는 한 전 총리가 12·3 비상계엄 선포 국무회의 심의는 당기고, 계엄 해제 국무회의 소집은 늦추려 한 구체적 행적이 확인된다. 특검팀은 “한덕수는 윤석열의 위헌·위법한 비상계엄 선포에 국무회의 의사정족수를 채워 절차적 정당성을 갖추도록 하는 방법 등으로 내란 행위를 방조했다”고 판단했다.

 

“위헌·위법 비상계엄에 절차적 정당성 부여”

 

A4 39쪽 분량의 공소장에는 비상계엄 선포 전후 한 전 총리의 행적과 혐의가 분 단위로 치밀하게 재구성돼 있다.

 

지난해 12월3일 저녁 8시께 한 총리는 윤 대통령으로부터 “빨리 들어오라”는 전화를 받았다. 40분 뒤 용산 대통령실에 도착한 한 총리는, 대접견실에 먼저 와 있던 김영호 통일부 장관에게 “대통령께서 계엄을 선포하려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통령 집무실에는 윤석열 대통령, 박성재 법무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이미 모여 있었다.

 

저녁 8시56분.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도착하자,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관련 조치 사항이 적힌 문건을 조 장관에게 건넸다. 한 총리 역시 △비상계엄 선포 담화문 △계엄사령부 포고령(제1호) △비상계엄 관련 지시사항 문건을 건네받았다. 특검팀은 한 전 총리가 이 과정에서 군과 경찰을 동원한 국회 장악, 특정 언론사 단전·단수 조치 등 폭동 계획을 사전에 알게 되었다고 판단했다.

 

당시 한 총리는 윤 대통령에게 ‘비상계엄을 선포하려면 국무회의를 열어야 한다. 지금 있는 국무위원만으로는 부족하다. 국무위원을 더 불러서 정족수를 맞춰야 한다’는 취지로 건의했다고 한다. 이에 윤 대통령과 김용현 장관은 밤 10시에 비상계엄을 선포하려던 계획을 바꿔, 의사정족수만 충족시킨 상태에서 국무회의 심의를 거친 것과 같은 외관을 꾸미기로 했다는 것이다.

 

밤 9시37분. 추가로 호출한 국무위원이 아무도 도착하지 않자, 한 총리는 송미령 장관에게 직접 연락을 했다. 송 장관이 ‘밤 10시10분쯤 도착할 것 같다’고 하자, 한 총리는 “빨리 오세요”라는 말을 여러 차례 반복했다고 한다. 특검팀은 이를 비상계엄 심의 국무회의 의사정족수를 조속히 채우려는 의도로 봤다.

 

밤 10시12분. 김 장관이 한 총리 등에게 손가락 1개를 들어 보였다. 국무회의 의사정족수를 채우기 위해 1명의 국무위원만 더 오면 된다는 취지였다. 당시 한 총리는 윤 대통령이 준 비상계엄 관련 실행계획·부처별 조치사항 문건을 읽거나 다른 국무위원과 돌려보고 있었다. 4분 뒤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도착하면서 국무회의 최소 의사정족수인 11명이 채워졌다. 긴급 호출한 2명의 국무위원이 아직 도착하기 전이었지만, 윤 대통령은 곧바로 2분짜리 비상계엄 심의 국무회의를 시작했고, 밤 10시27분 생중계를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특검팀은 국무회의 운영을 맡는 한 전 총리가 △국무위원 전원에게 소집 통지를 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일부 장관에게는 직접 전화해 재촉하며 비상계엄 선포가 지연되는 것을 막았다고 판단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3일 밤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 뒤 대접견실로 돌아와 한 총리에게 ‘대통령이 참석하기로 예정돼 있던 행사에 대신 참석하라’고 지시하는 등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추가 지시사항을 하달했다고 한다. 특히 윤 대통령은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국가비상 입법기구 관련 예산 편성’ 등을 지시하며 같은 내용이 적힌 문건을 건넸고, 이상민 행안부 장관에게는 언론사 단전·단수 조치 등과 관련해 ‘전화하라’는 손동작을 하며 지시사항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고 한다.

 

밤 10시43분. 강의구 대통령실 부속실장이 ‘국무위원들은 서명을 하고 가라’는 취지로 말했다. 한 총리 역시 “대통령실에서 같이 모여서 참석했다는 의미로 서명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국무회의 문건에 서명을 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국무위원들은 반대하며 결국 서명은 이뤄지지 않았다.

 

밤 10시44분. 한 총리는 윤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건네받아 양복 상의 안주머니에 넣어두었던 비상계엄 지시사항 문건을 꺼내 내용을 확인했다. 특히 다른 국무위원들이 모두 퇴장한 상황에서 언론사 단전·단수 조치 지시 등을 받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남아 있으라’는 취지의 손짓을 했다. 두 사람 대화는 밤 10시49분부터 16분 동안 이어졌다. 이 장관은 대통령에게 받은 문건 3장을 꺼내어 읽어주다가, 그중 1장을 한 총리에게 두 차례 보여줬다. 또 다른 1장은 직접 건네주기도 했다. 한 총리는 손가락으로 문건을 짚어가며 대통령 지시사항을 협의하는 듯한 모습이 확인됐다고 한다.

 

밤 11시5분. 한 총리는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수령을 거부하며 두고 간 대통령 지시사항을 대신 챙겨 들고 정부서울청사로 이동했다. 특검팀은 “외교부 장관에 대한 대통령의 지시 사항을 이행하도록 지휘·감독하려는 의도”라고 판단했다.

 

“추경호 전화받고 ‘걱정하지 마라’ 말해”

 

밤 11시11분 한 총리는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당시 국회는 봉쇄(밤 10시27분)→일시 출입 허용(밤 11시7분)→재봉쇄(밤 11시23분) 시점이었다. 7분 넘게 이어진 통화에서 한 총리는 “추 대표,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다고 한다. 추 의원은 의원총회 장소 변경 이유를 두고 특검팀 수사를 받고 있다. 특검팀은 “여당 원내대표를 통해 국회 상황을 확인 등을 통해 윤석열의 내란 행위를 방조했다”고 봤다.

 

밤 11시34분. 한 총리는 정부서울청사 12층 집무실에서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전화해 국회 통제 상황 등 주요 기관에 대한 시간대별 봉쇄 계획 진행 상황 등을 확인했다. 특검팀은 “위헌·위법한 비상계엄을 돕기 위해 윤석열의 지시사항을 확인하고, 이를 점검하기 위해 지시 문건을 수거하거나, 국회·언론사 등에 대한 지시 이행 방안 등을 논의하는 방법으로 윤석열 등의 내란 행위를 방조했다“고 판단했다.

 

국회가 계엄해제 요구안을 의결하기 직전인 4일 새벽 0시50분∼1시, 한 총리는 국무조정실장과 국무1차장에게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국회에 통고 되었는지” 알아보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이에 국무조정실장은 행안부·국방부 차관에게 연락해 이를 확인했다. 특검팀은 “비상계엄의 절차적 요건을 보완·구비하려는 조치”였다고 판단했다. 헌법과 계엄법은 계엄을 선포하면 지체없이 국회에 통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새벽 1시2분 국회는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한 총리는 계엄 해제 국무회의 소집을 건의하는 국무조정실장에게 “기다려보자”고 말했다고 한다. “한덕수는 윤석열이 비상계엄을 계속 유지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는 것이 특검팀 판단이다.

 

법원은 지난 27일 한 전 총리의 행적 등 사실관계는 인정하면서도 “법적 평가는 다툴 여지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 하어영  김남일 기자 >

 

당선자 사무실서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 만나
“한학자 총재에 ‘대선 도와줘 감사’ 전해달라”
일주일 뒤 아프리카 ODA 규모 2배로 반영

 
 
 
                           윤석열 전 대통령. 연합
 

윤석열 전 대통령이 대통령 당선인 신분이던 2022년 3월 ‘통일교 2인자’인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을 만나 통일교 현안을 가리키며 “재임 기간에 이룰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로 언급한 정황을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파악한 것으로 31일 확인됐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을 통한 통일교의 금품 전달과 현안 청탁 사실을 알았는지, 통일교 사업에 유리한 쪽으로 정책이 추진되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권 의원은 윤 전 대통령의 대통령 당선 2주 뒤인 2022년 3월22일 오전 경기도 가평 천정궁을 방문해서 한 총재를 만났다. 특검팀은 한 총재가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의 당선을 축하한다”며 금품이 든 거로 추정되는 쇼핑백을 건넸고, 권 의원이 한 총재에게 큰 절을 한 뒤 이를 받아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권 의원은 당일 오후 곧장 통일교 핵심 간부인 윤 전 본부장을 데리고 윤 전 대통령이 있는 서울 종로구 통의동의 당선자 사무실을 찾아 윤 전 대통령과 윤 전 본부장의 만남을 주선했다고 한다. 윤 전 본부장은 지난 18일 권 의원에게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건넨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됐다.

 

여기서 윤 전 대통령은 윤 전 본부장에게 “한학자 총재에게 대선을 도와줘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해달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윤 전 본부장은 “통일교의 프로젝트인 ‘제5유엔(국제연합·UN) 사무국 유치’와 아프리카 유니언의 행사 비용을 국가 공적개발원조(ODA) 방식으로 활용하게 해달라”며 통일교의 각종 숙원 사업을 전달했다. 그러자 윤 전 대통령은 “향후 그와 같은 사항들을 논의해 재임 기간에 이룰 수 있도록 하자”고 답했다고 한다. 이 만남은 1시간가량 이뤄졌다. 윤 전 본부장은 이날 만남을 자신의 다이어리에 ‘대박, 역사적인 날’이라고 적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에게 전달된 통일교의 각종 현안이 윤석열 정부에서 정책 추진으로 이어진 사실을 확인했다. ‘윤석열-윤영호’ 만남 일주일 뒤인 2022년 3월30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외교·안보분과가 작성한 ‘국정과제 이행 계획서’에 아프리카 공적개발원조 규모를 2배 증액하는 목표가 반영됐다. 윤 전 대통령은 2024년 ‘한-아프리카 정상회의’ 개막식에선 아프리카 공적개발원조 규모를 2030년까지 100억 달러로 확대하겠다고도 발표했다. 또 다른 통일교의 현안 중 하나인 ‘캄보디아 메콩강 개발 사업’과 관련해서도 윤석열 정부 들어 캄보디아 공적개발원조 차관 지원한도액이 기존 7억 달러에서 30억 달러로 확대됐다.

 

권 의원은 지난 27일 특검팀 조사에서 한 총재와의 만남은 인정하면서도 “두 번째 만남에선 쇼핑백을 받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지난 28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권 의원의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현재 국회 체포동의 절차가 진행 중이다. 한겨레는 권 의원의 해명을 듣고자 여러 차례 전화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 배지현 기자 >

 

“한학자, 2022년 대선 앞 권성동에 ‘윤석열 돕겠다’ 말해”

김건희 특검, 통일교 전 간부 발언 공소장에 적시
한 총재, 대선 앞 펜스 전 미 부통령·윤석열 만남 주선
김건희, 대선 뒤 통일교 쪽에 감사 인사 부탁 정황

 

 
 
31일 통일교 쪽에서 언론에 배포한 영상 속 한학자 총재(왼쪽)와 지난 27일 특검에 출석할 때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문화방송(MBC) 뉴스 유튜브 갈무리, 연합
 

한학자 통일교(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총재가 202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권성동 의원을 만난 자리에서 ‘앞으로 통일교는 윤석열 후보를 돕겠다’라는 취지의 말을 한 정황이 드러났다. 김건희 여사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권성동 의원이 통일교 쪽으로부터 받은 금품 1억원의 대가를 윤석열 전 대통령의 통일교 행사 참석 등으로 판단했다.

 

한겨레가 1일 확보한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의 공소장을 보면, 특검팀은 윤 전 본부장이 ‘윤핵관’(윤석열 전 대통령 측근 의원들) 중 하나인 권 의원과 2021년 12월29일과 2022년 1월5일에 만나 “2022년 2월 개최될 통일교 행사인 한반도 평화서밋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참석하길 희망한다”며 “통일교의 정책, 프로젝트, 행사 등을 윤석열 정권이 국가정책으로 추진하도록 지원해주면, 통일교 신도들의 조직적인 투표 및 통일교의 물적 자원을 이용해 윤 후보의 대선을 도와주겠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파악했다.

 

아울러 특검팀은 두번째 만남이 있었던 1월5일에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있는 중식당에서 권 의원에게 현금 1억원이 전달됐다고 판단했다. 윤 전 본부장은 특검 조사에서 당시 금품 공여도 한 총재 승인 아래 이뤄졌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의원은 그해 2월8일 한 총재가 머무는 경기 가평군 천정궁을 방문했다. 특검팀은 당시 한 총재가 권 의원을 만나 ‘앞으로 통일교는 윤석열 후보를 돕겠다’라는 취지의 말을 했고, 권 의원은 감사 표시를 했다고 공소장에 밝혔다. 특검팀은 이 자리에서 권 의원이 큰절을 하고, 한 총재로부터 첫번째 쇼핑백을 받아갔다고 본다.

 

한 총재와 윤 전 본부장은 2022년 2월13일 통일교 관련 단체 천주평화연합(UPF)이 주최한 ‘한반도 평화서밋’ 행사에 참석차 방한한 마이크 펜스 전 미국 부통령과 윤 전 대통령의 만남을 주선했다. 통일교가 미국이 마치 국민의힘 대선 후보였던 윤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것과 같은 모습을 연출해 대통령 선거를 도왔다는 게 특검팀의 시각이다. 윤 전 본부장은 한반도 평화서밋의 개회선언자이자 공동실행위원장이었다. 다만 윤 전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서밋 행사에 직접 참석하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 뒤 김건희 여사가 직접 한 총재에게 감사 인사를 전해달라고 한 정황도 윤 전 본부장의 공소장에 적시됐다. 김 여사는 대선 이후인 2022년 3월30일 ‘건희2’로 알려진 휴대전화로 윤 전 본부장에게 연락해 “전 고문(건진법사 전성배씨)이 전화를 주라고 했다. 대선을 도와줘서 고맙다”며 “총재님 건강하시냐, 감사의 말씀을 꼭 전해달라”라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윤 전 본부장이 한 총재의 승인 아래 권 의원과 전씨 투트랙으로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 통일교 현안을 청탁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권 의원을 통해선 윤 전 대통령에게, 전씨를 통해선 김 여사에게 접근해 적극적인 로비를 펼쳤다는 것이다. 윤 전 본부장은 김 여사와의 통화 이후 2022년 4월7일엔 샤넬가방 1개와 천수삼 농축차 1개를 김 여사 선물용으로 전씨에게 전달했고, 같은 해 7월5일엔 또 다른 샤넬사방 1개, 천수삼 농축차 1개를 건넨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7월29일엔 6220만원 상당의 그라프 다이아몬드 목걸이도 전달했다. 특검팀은 김 여사 측근인 전씨가 2023년 3월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김 여사의 뜻에 따라 윤 전 본부장에게 통일교 교인의 집단 입당 가입을 통해 특정 후보를 지지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본다.

 

이에 대해 한 총재는 전날 직접 ‘참어머님 특별 메시지’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고 “내 지시로 우리 교회가 불법 정치 자금을 제공했다는 허위 사실이 유포되고 있다”며 “어떤 불법적인 정치적 청탁 및 금전 거래를 지시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권 전 의원도 같은날 페이스북에 “대선 기간 중 통일교를 방문해 (한 총재에게) 인사한 건 사실이지만 금품을 받은 일은 없다”라고 적었다.

 

특검팀은 조만간 한 총재를 상대로 통일교 차원에서 권 의원과 김 여사에 대한 금품 전달을 계획한 것이 맞는지 등을 조사할 전망이다.        < 배지현  김가윤 기자 >

 

권성동 “총재님 카지노 하냐, 경찰 조사 중이다”…통일교에 수사 정보 전달

권성동 경찰 수사정보 유출-통일교 3년치 회계정보 인멸 정황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민중기 특별검사팀 사무실에서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에 대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영원 기자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한학자 통일교 총재의 원정도박 의혹 수사와 관련해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카지노 도박 및 외국환거래법 위반 관련해서 2013∼2014년 자금 출처가 문제 된다”며 통일교 쪽에 구체적으로 수사 정보를 전달한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31일 확인됐다.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권 의원은 2022년 10월3일께 ‘통일교 2인자’인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에게 “한학자 총재님이 카지노 하시냐”며 “경찰 쪽 찌라시(지라시)인데, 통일교 총재 한학자 등 통일교 임원들이 불법으로 통일교 재단 자금을 해외로 반출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도박했다는 혐의로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에 대한 경찰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연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본부장은 권 의원에게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건네고,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김건희 여사에게 금품을 전달한 혐의로 지난 18일 구속기소됐다. 당시 춘천경찰서는 2022년 6월께부터 한 총재 등 통일교 간부들이 재단 자금을 횡령해 2008∼2011년 불법 원정 도박한다는 내용의 제보를 받은 뒤 입건 전 조사를 진행 중이었다.

 

권 의원은 윤 전 본부장에게 “카지노 도박 및 외환거래법 관련해서 2013년, 2014년 자금 출처가 문제된다”며 “세계본부에 압수수색이 들어올 수 있으니 대비하라”는 내용의 내밀한 형사사건 정보를 제공한 혐의를 받는다. 앞서 윤 전 본부장이 통일교 원정도박 수사 무마 의혹과 관련해 지인과 나눈 대화 녹음 파일이 공개되면서 ‘윤핵관(윤석열 전 대통령 핵심 관계자) 수사 무마 의혹’이 제기됐다. 이 녹음 파일에는 윤 전 본부장이 “(경찰의) 인지수사를 윤핵관이 알려줬다. (윗선에) 보고를 드렸다”고 말하는 대목이 나온다. 특검팀은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권 의원에게 이런 내용의 연락을 받았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특검팀은 춘천경찰서 경비안보과와 경찰청 등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특검팀은 통일교가 이 무렵 조직적인 증거인멸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윤 전 본부장은 권 의원이 제공한 경찰 수사정보를 한 총재와 비서실장 정아무개씨에게 보고했고, 한 총재는 “압수수색에 대비해 원정 도박 및 도박 자금 출처와 관련된 자료를 정리하라”고 지시한 의혹을 받는다. 이에 따라 통일교 재무국·총무국 소속 직원들은 사무실 컴퓨터를 포맷하며 2010년에서 2013년까지 회계정보를 삭제하거나 조작했다. 특검팀은 이들이 회계정보 중 ‘해외 출장비’에서 ‘해외’라는 단어를 삭제하는 등 회계 집행 내역을 조작한 정황을 확인한 상태다.

 

특검팀은 권 의원이 통일교 쪽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대가로 한 총재 관련 수사 정보를 전달하고, 윤 전 대통령과 윤 전 본부장의 독대를 주선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특검팀은 지난 28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권 의원의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며, 현재 국회 체포동의 절차가 진행 중이다.

한겨레는 권 의원의 해명을 듣고자 여러 차례 전화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 배지현 기자>

 

 

압수수색 당한 후 국무회의 불참 연가내... 9월말 임기 종료 예정 

 

 
 
이배용 국가교육위원장이 2022년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증인 선거를 하고 있다. 국회 공동취재단

 

김건희 여사 쪽에 10돈짜리 금거북이를 건네 ‘매관매직’ 의혹을 받는 이배용 국가교육위원장이 1일 사임 의사를 밝혔다.

 

이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에게 보낸 입장문에서 “저는 오늘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을 사임하고자 한다”며 “이와 같은 상황이 발생한 것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언론에 보도된 내용의 사실 여부는 조사과정에서 성실히 소명하겠다”며 “그동안 국가교육위원회에 보내 주신 국민 여러분의 성원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했다.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28일 김 여사에게 순금 10돈짜리 금거북이(매입시세 기준 약 569만여원)를 건넨 혐의로 이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의 집을 압수수색했다. 이 위원장은 다음날인 29일 국무회의에 나오지 않고 연가를 냈다. 이를 두고 여권에서는 이 위원장이 이날 예정된 국회 예결위원회 전체회의에 불참하기 위해 도피성 휴가를 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위원장의 임기는 이번 달까지다.   < 이우연 기자 >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는 합헌이다

● Hot 뉴스 2025. 9. 1. 12:53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한시적 특수법원이므로 특별법으로 가능
합리적 차별 사유 있어 평등권 침해 아냐

대법원 상고 가능 재판청구권 침해 없어

재판 과정 간섭 배제로 사법권 독립 강화
재판 시작 전에 구성했어야 하는 아쉬움

 

서울중앙지방법원 청사. 2025.7.27. 연합
 

I. 들어가며

 

최근 내란 사건을 전담할 특별재판부 설치 논란이 뜨겁다. 내란우두머리 방조 등 혐의를 받는 한덕수 전 총리 구속영장 청구에 대한 법원의 기각 결정이 불을 당긴 모양새다. 한덕수 구속영장을 기각한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통상 구속영장 발부의 중요 요건으로 꼽히는 혐의의 충분한 입증과 증거인멸, 도주 우려를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그동안의 한 전 총리의 행태, 즉 그의 수많은 위증과 거짓말을 고려할 때 증거인멸의 위험이 없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 아울러 그동안 특검이 밝혀낸 사실 관계를 보면 이미 혐의가 상당 부분 입증됐다고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혐의의 충분한 입증을 인정할 수 없다는 주장 또한 설득력이 떨어진다. 추가적으로 이 사건이 가지는 사안의 중대성과 지대한 국민적 관심, 그리고 내란 과정에서 행정부 2인자로서의 한 전 총리의 지위와 역할을 감안할 때 법원의 영장 기각은 정당화되기 어렵다.

 

따라서 이번 영장 기각이 내란 사건의 전모를 명명백백히 밝혀 관련자들을 확실히 처벌하고, 유사한 사건의 재발 방지와 헌법 수호의 역사적 교훈의 장이 될 재판을 기대하고 있는 대다수 국민의 실망과 공분을 사기에 충분하다. 바로 이 점이 내란 특별재판부의 설치 필요성을 촉발시킨 것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법치국가에서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과 절차의 적절성을 요구한다. 그런 점에서 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제기될 수 있는 위헌 여부의 문제를 검토하는 것은 – 있을 수도 있는 위헌 소송에 대한 대비를 포함하여 – 커다란 의미가 있다.

 

물론 위헌 여부에 대한 논의뿐 아니라 이에 관련된 다양한 문제점과 비판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 예컨대 재판부 설치의 시기와 관련해 재판이 시작되기 전에 특별재판부를 구성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제야, 그것도 한 전 총리에 대한 구속영장신청이 기각된 다음에야 설치를 주장하는 것은 시기적으로 늦었고 정당성이 없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

 

기대 효과면에서 헌법상 심급제와 대법원에 대한 상고권이 보장되어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특별재판부 판결은 어차피 대법원까지 갈 수밖에 없는데, 조희대 대법원장은 지난번 사법 사태를 일으킨 주역이고 그밖의 대법관들 상당수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깨졌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과연 국민이 기대하는 결과가 최종적으로 도출될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될 수 있다.

 

이번 특별재판부 설치가 전례가 돼, 앞으로 유사한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정치권에서 전략적 판단에 따라 특별법 제정을 통한 특별재판부 설치가 남용 내지 악용될 빌미를 제공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우려도 있을 수 있다.

 

이들 문제에 대하여는 상당 부분 정치권과 언론에서 논의되었기 때문에 여기서는 특별재판부 설치의 위헌 여부 문제만을 다루고자 한다. 두말할 것도 없이 법치국가에서 가장 중요하고 첫 번째로 검토되어야 하는 것은 해당 국가작용의 헌법적 정당성 문제이다. 불법 비상계엄 선포 등 내란 행위가 문제된 첫 번째 이유도 바로 위헌성이다. 

 

1949년 반민특위 재판 공판 모습. 위키백과

 

II. 특별재판부 설치의 위헌 여부

 

1. 내란 특별재판부는 특별법원인가?

 

특별재판부가 특별법원에 해당한다면 헌법상의 근거가 없는 재판부이므로 위헌이다. 특별법원은 일반법원에 대한 대칭 개념으로, 일반법원과는 달리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의 자격을 갖추지 못한 재판관이 심판하거나 재판의 심급상 최고법원 내지 대법원 상고로 연결되지 않는 법원을 말한다. 이처럼 특별법원은 헌법이 정한 법원과 법관의 구성, 자격, 심급, 사법절차 등에 대한 예외에 해당된다는 점에서 일종의 예외법원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특별법원의 설치는 헌법이 명시적으로 그 근거를 규정할 때에만 허용될 수 있다. 현행 헌법상 규정된 특별법원은 군사법원이 있다(헌법 제110조 제1항). 그런데 특별재판부는 헌법과 법률(특별법)이 정한 법관의 자격을 갖춘 재판관이 심판하고, 재판의 심급상 대법원에의 상고로 연결되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특별법원에 해당하지 않는다.

 

특별법원과 구별되어야 하는 것이 특수법원이다. 특수법원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의 자격을 갖춘 재판관이 심판하고 재판의 심급상 최고법원 내지 대법원에의 상고로 연결되는 법원으로서 일반법원의 일종이다. 다만 특수법원은 그 관할 대상이 특수 사건에 한정될 뿐이다. 이는 사안의 특성상 그 심판의 전문성 강화를 위한 것으로 헌법의 특별한 근거 없이 법률로써 설치가 가능하다.

 

지금 거론되는 특별재판부는 그 관할 대상이 내란이라는 특수 사건에 한정된 전문법원으로 일종의 한시적 특수법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헌법 상의 근거 없이 특별법 등 법률로써 설치가 가능하다. 따라서 특별재판부 설치는 위헌이 아니다.

 

14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동문 앞에서 열린 12.3 내란 재판 비공개하는 지귀연 재판부 규탄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2025.5.14. 연합

 

2. 평등권 내지 평등원칙 위반 여부

 

내란 사건도 일반 형사사건처럼 일반법원에서 재판이 가능한데 굳이 특별법을 제정해 특별재판부를 설치해 한시적으로 이번 내란 사건에 대해서만 재판하도록 하는 것은 다른 일반 사건과 차별하는 평등원칙 위반이라는 주장이 있을 수 있다. 동시에 관련 피고인들이 유사한 다른 사건과 비교해 차별적 처우를 받는다는 점에서 이들의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인 평등권이 침해된다는 지적도 나올 수 있다. 아마 특별재판부의 설치에 대한 가장 강력한 위헌 주장의 근거가 바로 평등권 침해일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특별재판부의 설치가 정당화되는 합리적 차별 사유가 존재하므로 위헌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평등권은 국민에 대한 기회균등의 보장과 자의적 공권력 행사 금지를 내용으로 한다. 따라서 형식적인 차별 행위가 존재하더라도 이러한 차별 행위를 정당화시키는 공익적 사유가 존재한다면, 그러한 차별은 국가의 부당한 자의적 행위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합헌이다. 즉 헌법상의 평등은 산술적·절대적 평등(형식적 평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배분적 정의에 입각한 상대적 평등(실질적 평등)을 의미한다. 이것이 관련된 학설과 판례의 일관된 입장이다. 따라서 관건은 합리적 차별 사유의 존재 여부다.

 

이 사안에서 일반재판부와 구별되는 특별재판부를 설치할 명백한 합리적 차별사유가 존재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사안의 특수성과 중대성 및 역사성이다. 즉 이 사건은 일반 형사사건과 구별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내란 사건이다. 그것도 일종의 친위 쿠데타이다. 현 집권세력이 군을 동원해 명백히 위헌적인 계엄을 선포하고, 국민의 대표이자 계엄을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헌법기관인 국회의 무력화를 시도했다. 헌정과 국민의 기본권을 유린하고, 영구집권을 획책한 전대미문의 사건이다.

 

이 내란 사건은 그동안의 일반 형사사건처럼 일반법원에서 일반적 절차에 따라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진행되기에 적절치 않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특히 담당 재판부의 전문성, 경험, 투철한 헌법정신과 독립성, 역사적 소신 등 기본적인 덕목이 뛰어난 법관의 구성이 전제돼야 한다. 아울러 집중적인 심리와 신속한 절차 진행도 요구된다. 재판의 모든 내용과 과정이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

 

결국 이 내란 재판은 역사적 교훈과 헌정 회복의 이정표를 세우는 재판이자 후세를 위한 교육의 장이 되어야 한다. 이번 내란 사건의 재판부가 이러한 조건을 충족하고 있는가? 대한민국 국민 중 아무도 이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바로 이 점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정당화시키는 합리적 차별 사유에 해당한다.

 

이와 유사한 예는 역사상 국내외에 다수 존재한다. 우리나라에는 '반민특위특별재판부', 국제적으로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나치전범들을 처벌하기 위해 설치한 '뉘른베르크 국제군사재판부' 등이 있다. 반민특위특별재판부는 당시 친일반민족행위자 처단을 위해 반민족행위처벌법이 제정되고, 이 법에 따라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가 설치되면서 반민족행위자의 기소와 재판을 담당할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도 구성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을 포함한 9명으로 구성되었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고등법원 판사 이상 법관 또는 변호사 6명, 사회 인사 5명으로 총 16명 구성되었다. 이들은 국회에서 선출됐다. 물론 이승만 정부 및 친일세력의 방해로 인해 친일반민족행위자 처단이라는 목적을 제대로 달성하지 못하고 특별재판부도 해체됐다. 하지만 반민특위특별재판부 설치 자체의 역사적 의미와 헌법적 정당성은 아무도 부정할 수 없고, 지금 거론되는 내란 특별재판부의 헌법적·역사적 정당성의 근거가 되기에 충분하다.

 

19일 더불어민주당 노종면 선대위 대변인이 공개한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와 지인들이 룸살롱 안에서 찍은 사진. 2025.5.19. 민주당 제공

 

둘째, 현 재판부 및 사법부 전반에 대한 신뢰 와해와 국민적 불신이다. 두말할 것도 없이 재판은 공정하고 정의롭게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 신뢰를 받는 재판부가 공정하고 신속한 절차를 진행해야 하고, 그 과정과 내용을 당사자뿐 아니라 모든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한마디로 재판부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어야 한다. 역사 앞에 당당해야 한다. 그럴 때에만 당사자와 국민들이 수긍할 수 있다. 특히 사실상 온 국민이 이해관계자이고 지대한 관심을 가지는 내란이라는 역사적 사건의 경우 더 말할 필요가 없다. 그동안 재판부와 더 나아가 관련 법원 구성원의 행태를 보면 정의와 공정성과는 거리가 멀다. 현 재판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전혀 없다. 따라서 기대하는 정의로운 재판 결과가 나오지 않을 경우 그 누가 납득하고 승복할 수 있겠는가?

 

이러한 담당 재판부 및 사법부 전반에 대한 국민의 불신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현 대법원장과 대법관 등 사법부의 주요 인사가 친위쿠데타를 일으킨 내란 세력에 의하여 임명됐거나 그 영향 하에 있다. 그 내란 세력이 임명한 대법원장 등 인사권자가 임명한 현 담당 재판부를 비롯한 관련 법관들도 매한가지다. 내란 우두머리를 비롯한 내란 세력들이 바로 이들의 심판을 받는다.

 

더 나아가 이들은 직간접적인 내란의 동조나 방조 내지 우호 세력이라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한 행태를 일관되게 보여왔다. 예컨대 조희대 대법원장을 정점으로 한 대법원은 지난 5월 초 당시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이례적으로 전원합의체에 긴급 회부하고, 단 9일 만에 파기환송 판결을 내리면서 국민들을 충격에 빠뜨리는 사법농단을 야기했다.

 

내란 사건 재판부의 재판장인 지귀연 판사는 70년 넘게 적용해 온 날짜 단위 구속 기간 계산법을 당시 윤석열 대통령에게만 시간 단위로 바꿔 구속을 취소하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만행을 저질렀다. 지 판사는 그밖에 재판 진행과 관련해 일일이 열거할 수 없는 불공정하고 부적절한 행태를 보여왔고, 심지어는 개인적으로 매우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돼 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게다가 이번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의 납득할 수 없는 한 전 총리 구속영장 기각 결정도 국민들의 불신을 더욱 가중시켰다. 사실 한 전 총리의 진술은 국회와 헌재 그리고 국민을 끊임없이 속이면서 증거가 나오면 그 만큼만 인정하는 식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관계만 보더라도 한 전 총리가 받는 범죄 혐의의 중대성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내란을 막아야 할 국무회의 2인자가 절차적 정당성을 갖춰야 한다며 국무회의 소집을 건의했다. 모든 국무위원들을 다 부르지도 않았고, 윤 전 대통령은 정족수가 채워지자 곧바로 국무회의를 끝냈다. 결과적으로 법적 요건을 갖추기 위함 아니었느냐는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다. 더욱이 비상계엄 해제 뒤에도 법률적 결함을 은폐하려 사후 계엄 선포문을 만들어 서명했다가 폐기한 허위공문서 작성 및 공용서류 손상 혐의도 결코 가볍지 않다. 이런 사실을 다 숨기고 거짓말해도 괜찮단 말인가. 영장담당 판사는 이런 행태를 방어권이라고 옹호해 준 셈이다. 도대체 이러한 기각 결정에 누가 납득하겠는가?

 

한편 이러한 다양한 의혹과 문제 제기 및 계속되는 지 판사를 비롯한 관련 법관에 대한 인사 조치와 재판부 교체 요청 등에 대하여 사법부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심지어 지 판사가 담당 재판장으로 임명된 배경, 그리고 그동안의 의혹투성이의 영장담당판사 등 관련 판사들의 보직 배경에 대하여도 국민들은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결국 법원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법원 스스로 키우는 꼴이다.

 

한마디로 조 대법원장이나 지 판사 등 관련 법관들은 법관의 자격을 전혀 갖추지 못했다. 사실 조 대법원장이나 지 판사 등은 심판자가 아니라 내란 연루 의혹을 받는 잠재적인 피의자들이다. 어떻게 이들이 뻔뻔스럽게 내란 사건을 심판하겠단 말인가? 이 점에서 그동안 검찰이 제대로 된 역할을 못하고 국민들의 신뢰를 파괴한 것이 특검 출현의 정당화 사유인 것처럼 특별재판부의 설치도 정당화될 수 있다. 만일 그동안 검찰이 내란 세력들에 대하여 제대로 된 수사와 기소를 했다면 과연 특검이 필요했겠는가? 마찬가지로 그동안 검찰의 잘못된 행태를 사법부에서 바로 잡았더라면 과연 특별재판부 설치 이야기가 나왔겠는가? 이러한 모든 신뢰 상실은 사법부의 자업자득이다. 사법부 스스로 자신들을 되돌아보아야 한다.

 

결국 이러한 담당 재판부와 법관 인사권 및 보직권을 가진 대법원장을 비롯한 고위법관들에 대한 신뢰 상실이 합리적 차별사유이자 특별재판부 설치의 정당성이라 할 것이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선고에 참석, 입술을 다물고 있다. 2025.5.1 [사진공동취재단] 연합

 

3. 재판청구권의 침해 여부

 

헌법 제27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모든 국민의 기본권으로서의 재판청구권이다. 이는 사법권의 독립이 보장된 법원에서 헌법과 법률이 정한 자격이 있고 신분이 보장된 법관에 의하여 적법한 절차에 따라 합헌적인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내용으로 한다. 피고인들이 특별재판부의 재판을 받음으로 해서 자신들의 재판청구권이 침해되는지 살펴보자.

 

첫째,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의 침해 여부를 살펴본다. 재판청구권은 헌법 제27조 제1항이 적시하고 있는 바와 같이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말한다. 이는 헌법과 법률이 정한 자격과 절차에 의하여 임명되고, 물적 독립과 인적 독립이 보장된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의미한다. '법관의 자격은 법률로 정한다.'는 헌법 제101조 제3항에 따라 법원조직법 제42조는 그 자격을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특별법에 의해 특별재판부의 판사 자격을 법원조직법에 따른 법관의 자격을 준용하도록 한다면 아무런 문제가 발생되지 않는다. 결국 특별재판부의 재판을 통해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받지 않는다.

 

둘째,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의 침해 여부를 살펴본다.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라 함은 법관에 의한 재판은 받되 법대로의 재판, 즉 절차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실체법이 정한 내용대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자는 취지다. 이는 재판에 있어서 법관이 법대로가 아닌 자의와 전단에 의하는 것을 배제한다는 뜻이다.

 

특별재판부에 의한 재판은 관할 대상이 내란이라는 특수성을 가진다는 점을 제외한다면 일반 법원의 재판과 동일하고, 따라서 합헌적인 법률과 적법절차에 따라 재판이 진행되기 때문에 '법률에 의한 재판' 받을 권리가 침해되지 않는다.

 

셋째, 심급제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의 침해 여부를 살펴본다. 재판청구권은 일정한 심급제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포함한다. 법원이 재판을 함에 있어 사실 인정이나 법률 적용을 잘못하여 국민의 권리를 침해하는 수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상급법원에 대한 상소제도야말로 사법권으로부터의 국민의 권리보호와 재판에 대한 신뢰 확보를 위해 필수적이다.

 

심급제도에 관하여 헌법은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하고 있을 뿐 자세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다만, 헌법 제101조 제2항에 '법원은 최고법원인 대법원과 각급법원으로 조직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을 최고심으로 하여 그 아래 심급을 달리한 각급 법원을 두는 등 헌법의 체계를 종합하면 우리의 사법제도는 대법원을 최고심으로 하는 심급제도임이 명백하다.

 

따라서 헌법 제27조 제1항에서 말하는 법률에 의한 재판의 절차적 측면은 대법원을 상고심으로 하는 심급제에 따른 재판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모든 국민은 원칙적으로 최고심인 대법원의 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다. 이러한 헌법정신에 입각하여 법원조직법은 심급제의 원칙으로 3심제를 채택했다.

 

특별재판부는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등법원에 설치되는 1심, 2심 재판부로 다른 재판과 마찬가지로 항소와 대법원에의 상고권이 보장된다. 따라서 특별재판부의 재판이 피고인들의 상고심을 포함한 일정한 심급제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다.

 

26일 경기도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전국법관대표회의에 참석하는 판사가 회의장으로 향하고 있다. 사법권 독립 침해 문제 등을 논의했다. 2025.5.26. 연합

 

4. 사법권의 독립 침해 여부

 

재판에 있어서 사법권의 독립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해 법관은 중립적인 제3자의 지위에서 공정하게 심판해야 한다. 사법권의 독립이란 법관이 다른 국가기관 등 누구의 지시나 명령에 기속되지 않고 오로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하는 것을 의미한다.(헌법 제103조) 이는 재판의 결과와 내용에서 뿐 아니라 그 결과에 이르기까지의 전 과정과 절차에서 요구된다. 이 점에서 특별재판부의 설치는 사법권의 독립을 해치지 않고, 오히려 더욱 강화한다.

 

특별재판부는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의 특별법을 통해 설치되는 조직으로, 그 구성·조직·운영의 측면에서 그 어떤 국가기관이나 외부세력으로부터 독립돼 있다. 특히 일반 재판부와 비교해 볼 때 국민의 불신을 야기하는 원인 중 하나인 법원 내부의 간섭으로부터의 독립이 더욱 강화될 수 있다.

 

사법권의 독립에는 담당 법관이 법원 내부의 그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아니하고 독립하여 심판할 것을 요구하며, 따라서 대법원장이나 각급법원장 및 상급법원은 소속법관이나 하급법원 법관의 재판에 대하여는 어떠한 지시나 간섭을 할 수 없다. 또한 합의부 재판의 경우에도 개개의 법관은 재판장의 사실 및 법률 판단으로부터 독립하여 심판해야 한다. 대법원장 등 법관의 임명과 보직 권한을 가진 인사가 담당 재판부의 구성에 관여해서는 안된다. 그런 점에서 특별법에 의해 설치되는 특별재판부는 대법원장 등 인사권자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어 법관과 재판부의 독립을 더욱 강화할 수 있다.

 

III. 결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는 위헌이 아니다. 설치 시기의 적절성, 특히 이미 상당히 재판이 진행되었다는 점에는 아쉬움이 있다. 특별재판부의 판단이 대법원에서의 제대로 된 정의로운 결과로 이어질지, 그래서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여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는 두고 보아야 할 일이다.

 

앞으로 특별재판부 설치가 남용 내지 악용될 수 없도록 세심한 설계도 필요하다. 그러나 다양한 사항과 현실적 여건을 감안할 때 특별재판부의 설치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고, 국민과 미래를 위한 나름의 역사적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 정연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