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에게 대북송금 '검찰 로비' 위해 48억 줘"

● COREA 2025. 7. 9. 00:35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배상윤 KH그룹 회장 측근 녹취 추가로 드러나

"신사임당(5만원권)으로 갖다 놓겠다고 협의"
"권성동이 말한 '사람'은 KH그룹 구속 명단"

"증인 있어…커피숍서 멀리서 찍은 사진 있어"
"권성동, MBN 허위증언 인터뷰하라 그랬어"
"배상윤 회장 인터뷰 안한다고 거절해 무산"

 

배상윤 KH그룹 회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조아무개 씨(전 KH그룹 부회장)가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관련 검찰 수사에 영향을 주려는 로비 등의 명목으로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게 건넨 현금 총액을 48억 원이라고 단정해 설명하는 녹취록이 나왔다. 현금이 전달될 때 목격자가 있었고, 목격자는 권성동 의원도 잘 아는 조 씨와의 동갑내기 지인이라는 설명도 녹취에 담겼다. 조 씨는 또 '권성동 의원의 부탁을 받고 검찰에 잘 보이려는 목적으로 배 회장에게 허위 증언 인터뷰도 기획했다가 배 회장의 거절로 무산됐다'는 취지의 설명도 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실을 나와 원내대표실로 향하던 중 몰려든 취재진의 카메라에 부딪힌 얼굴을 만지고 있다. 2025.6.5. 연합

 

"권성동이랑 신사임당(5만원권) 갖다놓겠다 협의"

 

8일 대북송금 사건 조작 의혹 취재팀(탐사보도그룹 워치독, 시민언론 뉴탐사)이 확보한 녹취록 내용을 종합하면, 조 씨는 지인에게 "권성동에게 건네진 돈은 정확하게 따지면 48억"이라며 "당신이 이렇게 도와주면 이렇게 가겠다. 그리고 우리 (배)상윤이는 얼마 얼마에서 얼마로 끝내자. 이렇게 지금 마무리 됐던 거죠. 권성동이하고 저하고는"이라고 설명했다. 조 씨는 "신사임당(5만원권)으로 직접 내가 갖다 놓겠다 하고 협의가 끝난 거죠"라며 권 의원에게 현금 형태로 로비 자금이 건네졌음을 암시했다.

 

앞서 취재팀은 권 의원과 조 씨가 실제 모종의 검찰 수사 관련 대화를 나누는 듯한 통화 녹취를 공개한 바 있다. 권 의원은 지난해 7월께 조 씨에게 "지난번에 내가 얘기했던 걸 내가 이름은 얘기 안하고 구체적으로 몇 명 얘기 안했어. 그런 걸 진술할 용의가 있다 그러더라고. 수사에 협조하면 저희들도 도와줘야지 그런 취지야"라고 말한 뒤 "조 회장 하고 나하고 한번 좀 보죠. 사람 이름, 액수는 얘기 안하더라도 조 회장은 다 알고 있으니까. 나도 뭐 이런 거 어디 가서 떠드는 사람 아니야. 하여튼 내가 전화 한번 줄게요. 빨리 마무리 짓자고"라고 말했다. 

 

권 의원을 통한 검찰 로비가 실제 어떻게 작동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쌍방울 관련 인물들에 대한 수사가 급격히 이뤄지던 검찰의 수사가 KH그룹 앞에서 멈춰진 흔적이 있다. 검찰은 2023년 7월 알펜시아 리조트 입찰 관련 KH그룹 특혜 의혹으로 최문순 전 강원지사를 소환조사했지만 이후 최 전 지사에게 아무런 연락조차 없다가 지난 대선 며칠 전 느닷없이 최 전 지사를 기소한 사실이 드러났다. 2023년 6월 배상윤 회장의 도피를 도운 혐의로 KH총괄부회장 우아무개 씨 등 2명이 기소됐을 때 검찰 수사가 KH그룹 전반으로 확대될 것이란 관측이 있었지만, 검찰의 추가 수사 소식은 없었다.

 

조상윤 KH그룹 부회장의 측근이 지인과의 대화에서 권성동 의원에게 보낸 금액을 48억으로 특정하고 거래조건에 대해 설명했다. 2025.7.8. 시민언론 뉴탐사 방송화면 갈무리

 

조 씨의 녹취록 내용은 실제 쌍방울그룹 관련 검찰 수사의 과정과 결과 모두 일치한다.

조 씨는 "쌍방울 관련 인물 17명이 구속됐다. 성태까지 해서. (검찰이) KH를 타겟으로 갔었는데, 장철원(알펜시아 리조트 대표)까지 구속시킨다고 난리 났었는데, 돈이라면 우리가 해주는데, 다른 건 모른다 그런 협의가 된 상황은 있었다. 구속 안 시켜주면 우리가 돈 얼마 보내겠다. (중략) 정확하게 48억. '(권성동이) 우리 배(상윤) 회장 건 외에 나머지 모두 건 바이 건으로 해서 가자. 당신 이렇게 도와주면 이렇게 가겠다' 한 거다. (권성동 통화 녹취에 나오는) '사람 이름 말 안해도 알잖아'는 구속시킬 인원 수를 말하는 거다. 우리(KH그룹)는 그래서 3명밖에 구속 안됐다"며 "실질적인 내막은 우리 KH는 무조건 살려줄게. 앞으로 (윤석열 정부 임기) 3년 남은 동안 살려줄게. 이제 확답이 끝난 거 얘기가 다 끝난 거죠"라고 말했다.

조 씨는 "권 의원이 '김경수 검사장(현재 율촌 변호사) 라인'을 활용해 검찰에 로비를 한 것으로 안다"고 지인에게 설명했다. 

 

조 씨는 '권 의원에게 돈이 전달 될 때 목격자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조 씨는 지인과의 녹취록에서 "증인이 있다. 권성동을 멀리서 찍은 사진 하나 있다. (최근 공개된 서울 잠실 롯데 호텔 앞에서 찍힌 사진 외에) 권성동이 저하고 이렇게 앉아서 얘기 할 때 커피숍에서 멀리서 누군가 하나 찍은 게 있다. 그걸 저한테 보낸 게 있다. 그 친구가 모든 걸 다 안다. 비즈니스로 만난 55년 된 친구관계이고 권성동도 잘 안다"고 주장했다. 

 

취재진은 조 씨의 주장의 신빙성을 검증하기 위해 조 씨가 권성동 의원과 나눈 통화 내용,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과 그의 측근들과 나눈 문자 기록 등을 추가로 입수해 다각적으로 검토했다. 조 씨가 지인에게 설명한 내용은 상당 부분 사실에 근거한 것으로 보이는 흔적들이 다수 확인됐다.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왼쪽)과 KH그룹 부회장 조아무개 씨가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호텔에서 만난 모습. 2025.6.30. 시민언론 뉴탐사 보도 갈무리

 

"권성동이 MBN 인터뷰 시키려다가 배상윤이 거절"

 

한편 '권성동 의원이 검찰과 조 씨 등과 협의해 지난해 배상윤 회장의 허위증언 인터뷰를 진행했다'는 폭로도 이어졌다. 조 씨는 "(권성동이) MBN 하고 먼저 (배상윤 더러) 인터뷰를 하라 그랬어요. 그래서 MBN의 사회부장, 대표이사까지 다 만났다. 카메라까지 다 MBN에서 했는데 (배상윤)에게 급하게 전화온 게 뭐냐면은 내가 도망다니면서 이거 (인터뷰) 하면 큰 일 난다. (검찰이 원하는 데로) 이렇게 들어갔다가는 거꾸로 말릴 수가 있다. 그래서 유보시켜 놓았던 거다"라고 주장했다.

 

조 씨의 주장은 대체로 사실에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 7일 <MBN> 사회부장은 7일 강진구 <뉴탐사>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여름쯤 KH 배상윤 회장을 인터뷰 하려고 했던 적 있다. 우리한테 뭔가 좋은 소스를 주는 척 하면서 접근을 했는데 우리를 이용하려고 했던 것 같고 인터뷰는 불발됐다. 메신저 역할은 KH 조OO 부회장이 했다. 권성동 의원이 연결시켜준 건 아니고 다른 정치인이 있다"고 말했다.   

 

권 의원은 이러한 의혹들을 모두 부인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KH그룹 관계자라고 주장하는 조아무개 씨는 저에게 접촉을 시도하며, 자신이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표와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8명, 이른바 '민주당 1+8 정치자금 수수 사건' 내역을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당신의 주장이 사실이고 실제 물증이 있다면 법에 따른 공익제보자로서 보호될 수 있다는 원론적 입장을 전달한 것이 전부"라고 밝혔다. 그러나 취재진의 추가 취재된 내용에 대한 질의에는 일체 답변을 거부하고 있다.

 

SBS와 인터뷰하는 배상윤 KH그룹 회장의 모습. 2025.6.27. SBS 보도 갈무리

 

민주당은 7일 검찰 조작기소 대응 태스크포스(한준호 단장)를 발족했다. 배상윤 회장은 최근 <SBS>와의 인터뷰에서 "대북송금은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경기도는 전혀 무관한 일"이라며 "과연 검찰 공소사실은 어디서부터 진실이고 어디까지 날조된 것인지 반드시 밝혀야겠다"고 말했다.    < 허재현·김성진 워치독 기자, 강진구 뉴탐사 기자 >

윤석열과 특수 관계지만 내란 행적은 베일에

3개 특검 중 순직 해병 특검이 11일 첫 소환
직권남용 피의자 신분…'VIP 격노' 회의 멤버
내란 특검도 외환 혐의 등으로 곧 소환할 듯

비상계엄 전 강원 속초 HID 부대 이례적 방문
국가안보실 내에 HID 중령 포함된 TF 운영도
특히 북한 무인기 침투 사건 관여 여부에 눈길

"평양 인근 추락 무인기 더 있어…안보실 지시"
미 대사에 "반국가 세력 척결 계엄 불가피" 의혹
윤 파면 뒤 백악관 방문 "폭넓은 협의"도 수상해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15일 국회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 기관 증인으로 출석해 위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5.1.15. 연합
대통령직에서 파면된 윤석열(왼쪽)이 지난 4월 19일 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 자택으로 돌아오자 같은 건물 이웃인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의 모친(빨간색 원 안)이 환영의 꽃다발을 건네주려 윤석열에게 다가가고 있다. JTBC 뉴스 화면 갈무리
 

윤석열의 친위 쿠데타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구체적 행적이 베일에 가려져 있던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이 마침내 특검 수사의 칼날 위에 놓였다. 김 전 차장은 12·3 비상계엄 이후에만 휴대전화를 최소 3차례 바꾼 사실이 드러나 '도둑이 제 발 저린' 격이 아니냐는 의심을 사 왔다.

 

익히 알려진 대로 그는 윤석열의 외교·안보 라인 최측근이자 '아크로비스타 이웃'이다. 대통령직에서 파면된 윤석열이 지난 4월 19일 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 자택에 돌아왔을 때 아파트 입구까지 나와 환영의 꽃다발을 안겨줬던 이가 김 전 차장의 모친이었을 정도로 공적‧사적으로 밀접한 특수 관계다. 그런 인물이 윤석열의 명운을 건 비상계엄 과정에 어떤 식으로든 관여했으리라는 게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일반적인 시각이었는데 결국 특검 수사가 김 전 차장을 조여가기 시작했다.

 

해병대원 순직 사건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 이명현 특별검사팀은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에 대한 외압의 핵심 열쇠인 'VIP 격노설'을 규명하기 위해 오는 11일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을 소환 조사하기로 했다. 채 상병 사망 수사 외압 사건은 윤석열이 비상계엄을 발동하게 된 여러 방아쇠 중 하나로 꼽혀 왔다. 내란 특검과 김건희 특검을 포함해 현재 가동 중인 3개 특검 통틀어 김 전 차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하는 건 순직 해병 특검이 처음이다.

 

정민영 특검보는 8일 서초구 순직 해병 특검팀 사무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른바 VIP 격노설과 관련해 2023년 7월 31일 수석비서관 회의 참석자 중 한 사람인 김 전 차장을 11일 오후 3시 직권남용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할 예정"이라며 "당시 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보고받은 내용과 지시한 내용을 포함해 회의 이후 대통령실 개입이 이뤄진 정황에 대해 전반적으로 조사하겠다"고 발표했다.

 

'VIP 격노설은' 윤석열이 지난 2023년 7월 31일 오전 11시쯤 용산 대통령실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채 상병 사망 사건에 관한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수사 결과를 보고받고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대한민국에서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냐"고 격노하면서 수사에 외압을 가했다는 내용이다. 당시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회의 직후인 오전 11시 54분 대통령 경호처 명의의 '02-800-7070' 번호로 걸려 온 전화를 받았고, 통화가 끝나자마자 바로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에게 전화해 경찰 이첩 보류 및 국회·언론 브리핑 취소를 지시했다.

 

윤석열의 격노 불과 이틀 뒤인 8월 2일에는 국방부 검찰단이 나서 이미 경북경찰청에 이첩된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 기록을 불법적으로 회수하고 재검토를 거쳐 주요 혐의자에서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을 제외했으며, 이종섭 장관은 국방부 검찰단장에게 박정훈 수사단장의 항명 혐의를 수사하도록 지시하고 김계환 사령관은 박 단장에게 보직 해임을 통보하는 등 폭압적 조치가 이어졌다.

 

윤석열이 주재한 해당 수석비서관 회의의 참석자는 명확히 밝혀지진 않았지만 조태용 국가안보실장과 김태효 1차장, 임기훈 국방비서관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차장은 지난해 7월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수석비서관 회의 때 채 상병 사건 관련 보고는 없었다며 "윤 대통령이 안보실 회의에서 격노한 적은 없다"고 격노설을 부인한 바 있다.

 

반면 특검팀은 박정훈 전 수사단장에게 'VIP 격노' 사실을 전달한 인물로 지목받아온 김계환 전 사령관을 전날 소환해 12시간 동안 고강도 조사를 마친 상태다. 정민영 특검보는 "김 전 사령관 진술 내용을 확인해 줄 수는 없지만 그가 명시적으로 진술 거부권을 행사하지는 않았다"면서 "박정훈 전 수사단장이 2023년 8월 2일 이첩한 수사 기록을 국방부 검찰단이 회수한 과정과 관련해 경찰 관계자들을 참고인으로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2022년 6월 20일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2.6.20. [대통령실 제공] 연합
인도네시아를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자카르타 시내 한 호텔에서 한·쿡제도 정상회담을 앞두고 박진 외교장관, 조태용 국가안보실장,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이충면 외교비서관 등과 대화하고 있다. 2023.9.6. 연합

 

김태효 전 차장이 특검에서 조사받아야 할 혐의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특히 12·3 비상계엄을 전후한 수상한 행적들로 인해 머지않아 내란 특검에도 소환될 가능성이 높다. 그를 둘러싼 각종 의혹을 시간순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김 전 차장은 2023년 6월 1일 강원도 속초 소재 북파공작부대(HID)를 방문한 사실이 확인된 바 있다. 4성 장군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은 지난 1월 국회에서 이 같은 제보 내용을 공개하며 "원래는 윤석열 대통령도 같이 가려고 했는데 취소되고 김태효 차장이 간 것이다. 김 차장은 HID 부대원들의 훈련 모습도 자세히 체크했다"면서 "외교를 담당하는 1차장이 왜 여기를 간 건지 심히 의심스럽다. 저도 39년 동안 군 생활을 하고 육군 대장으로 전역했지만 HID는 비밀부대라 한 번도 간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북파공작원들을 비상계엄 및 내란에 동원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문인데, 당시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김 전 차장의 HID 부대 방문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1년 6개월 전에 있었던 군부대 격려 방문을 계엄 선포와 연결 짓는 것은 터무니없는 비약"이라며 계엄과는 무관하다고 전면 부인했다. 김 전 차장 본인도 국회에서 열린 내란 국정조사에 출석해 "주 방문 목적은 '몇 년 동안 근무수당이 열악하다'고 해서 처우 개선에 도움을 주려고 간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했지만 액면 그대로 믿기는 어려워 수사가 필요한 대목이다.

 

비상계엄 1년 전부터 국가안보실 내에 HID 출신 현직 군인을 포함한 극비 태스크포스(TF) 조직이 가동됐다는 의혹도 있었다. 국군 정보사령부 소속 속초 HID 부대에서 근무한 중령이 2023년 12월 국가안보실 국가위기관리센터 안보 현안 대응팀으로 자리를 옮기는 이례적인 인사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 중령과 국정원 직원 등 정보기관 출신 요원 서너 명으로 구성된 비밀 TF를 김 전 차장이 관리했다는 의혹 역시 대통령실은 강하게 부정했었다. 비밀 조직이 아니라 위기관리센터에 배치된 '정보융합팀'으로, 문재인 정부 때 정보융합비서관실을 대북 정보 분석에 특화시켜 슬림화한 조직이라는 해명이었다.

 

김 전 차장은 특히 국가안보실 실세로서 지난해 10월 평양 무인기 침투 사건에 관여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받고 있다. 민주당 측은 당시 국가안보실이 공식 명령 계통인 국방부와 합참을 건너뛰고 직접 드론작전사령부에 평양 무인기 투입을 지시해 북한의 도발, 즉 비상계엄의 요건인 전시·사변을 유도했다는 주장을 집중 제기해왔다. 이는 윤석열의 외환(外患) 유치 혐의 중 핵심을 이룬다.

 

대통령실은 이 같은 주장을 한 민주당 의원들을 허위사실 유포로 경찰에 고발했지만 현재 조은석 내란 특검팀은 평양 무인기 사건을 본격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JTBC는 7일 <평양 인근 추락한 무인기 1대 더 있었다>는 제목의 단독 보도를 통해 "북한이 우리 군 무인기라며 공개한 한 대 외에 한 대가 더 북한에서 추락했다는 진술을 내란 특검이 확보했다. '대통령 국가안보실의 지시를 받았다'는 게 당시 작전에 참여했던 군 관계자의 진술"이라고 전했다.

 

임기를 끝내고 귀임하는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가 7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귀빈실에서 미국으로 출국하기에 앞서 한국 취재진과 약식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1.7. 연합

 

김 전 차장은 또 지난해 12월 4일 국회에서 비상계엄 해제안이 통과된 직후인 오전 2~3시 사이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와 통화하면서 윤석열의 내란 행위를 적극 옹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통일부 장관 후보자인 민주당 정동영 의원은 지난 1월 "골드버그 대사가 계엄 당일 국정원, 외교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등 온갖 관계자에게 모두 통화를 시도했지만 일절 통화가 되지 않았다고 하더라. 그런데 유일하게 계엄 해제 직후인 12월 4일 아침 통화가 된 사람이 NSC 사무처장인 김태효"라며 "김 차장은 계엄 해제 이후였음에도 불구하고 골드버그 대사에게 '입법 독재로 한국의 사법 행정 시스템을 망가뜨린 반국가 세력을 척결하기 위해 계엄이 불가피했다'는 강변을 되풀이했고 골드버그 대사는 경악했다고 한다"고 폭로했다.

 

이에 대해서도 김 전 차장은 "명백한 허위사실"이라는 입장이다. 그는 "12월 4일 아침이 아니라 12월 3일 계엄이 선포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늦은 밤 골드버그 대사로부터 걸려 온 전화를 받은 바 있다. '육성으로 방송된 대통령 담화문 이외에 관련 사항에 대해 알고 있는 바가 없으며 추후 상황을 지켜보면서 정부 간 소통을 이어가자'고 했다"면서 "허무맹랑한 가짜뉴스로 선전 선동을 이어가고 있다"고 강한 유감을 표했다. 그러자 정 의원은 다시 입장문을 내고 "제가 공개한 사실은 아주 믿을 수 있는 소스로부터 구체적으로 들은 것이고 몇 번 확인한 끝에 공개한 것"이라며 "김 차장은 거짓말을 똑같이 반복하고 있다"고 재반박했다.

 

이밖에 김 전 차장은 윤석열이 헌법재판소 결정에 의해 파면되고도 1주일이 지난 4월 26일 돌연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을 방문해 알렉스 웡 국가안보 부보좌관과 "폭넓은 협의"를 벌여 매우 의아한 행보라는 지적을 받았다. 탄핵당한 대통령실 주요 인사가 차기 정부에서 결정해야 할 외교·안보 사안에 부당하게 개입한 것으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6·3 조기 대선을 앞두고 '윤석열 아바타'인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출마 및 당선을 위해 친미 성향이 강한 김 전 차장이 미국과의 관세 협상 등을 무리하기 진행시킨 게 아니냐는 의혹을 자초했다. < 김호경 기자 >

특검, 검찰이 꼬리 끊은 '명태균 폭로' 확인 나서

윤상현, 윤석열이 "김영선이좀 해 줘라" 전화
김영선, 윤 부부에게 공천 청탁 후 거액 건네
김상민, 김건희가 명씨에게 "의원되게 도와 달라"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제 전선을 안에서 밖으로 돌려야 한다"며 당내 갈등을 중단하고 대여 투쟁 강화를 촉구하고 있다. 2025.6.15. 연합
 

김건희 씨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이 8일 '공천개입 의혹' 관련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의 사무실과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이날 특검팀은 윤 의원 사무실에 수사관들을 보내 문서 자료, PC 내 파일 등을 확보했다.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김상민 전 검사의 자택도 압수수색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 관계자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현재 시점에서 (압수수색이) 진행 중인 곳도 있고 완료된 곳도 있다"며 "구체적인 압수 대상을 일일이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디지털 자료가 중요하다는 점에서 일반적으로 생각해주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김 전 검사가 법률특보로 근무하고 있는 국가정보원이나 국민의힘 기획조정국·공천관리위원회 등은 이날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특검 관계자는 "특검법 수사 대상 중 9호과 11호에 해당하고, 수없이 많은 의혹이 제기됐던 내용이라 새삼스러운 수사 대상 확대는 맞지 않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김건희 특검법은 '김건희가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2022년 재보궐선거,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 부당하게 개입하였다는 의혹 사건' '김건희, 명태균, 건진법사 등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2021년 재보궐선거,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2022년 재보궐선거,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등에서 불법·허위 여론조사, 공천거래 등 선거 개입이 있었다는 의혹 사건' 등을 수사 대상으로 규정한다.

 

오늘 압수수색을 당한 윤 의원, 김 전 의원, 김상민 전 검사는 윤석열의 공천개입 의혹과 관련한 핵심 인물이다. 윤석열 부부는 2022년 보궐선거 공천 당시 선거 과정에서 명태균 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받은 대가로 김 전 의원이 공천받도록 도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명 씨는 81차례에 걸쳐 불법 여론조사를 해준 것으로 파악됐다.

 

윤 의원은 2022년 국회의원 보궐선거 당시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이었다. 국민의힘 보궐선거 공천 발표 전날인 2022년 5월 9일 윤석열은 명 씨에게 전화해 "내가 김영선이 경선 때부터 열심히 뛰었으니까 김영선이를 좀 해줘라 그랬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라며 "상현이(윤 의원)한테 내가 한 번 더 이야기할게. 걔가 공관위원장이니까"라고 말했다. 윤석열이 국민의힘 공천 과정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의혹들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공천 개입' 의혹 관련자들을 상대로 전격적인 동시다발 압수수색에 나선 8일 특검팀 관계자들이 국회의원회관 윤상현 의원실로 들어가고 있다. 2025.7.8. 연합
 

김 전 의원은 윤석열 부부에게 2022년 보궐선거 공천을 청탁하고 회계담당자였던 강혜경 씨를 통해 명씨에게 8070만 원을 건네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지난해 12월에 기소됐다. 김 전 의원과 강 씨는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지난 4월 보석이 인용돼 석방됐다.

 

김건희 씨는 작년 4·10 총선에서 김 전 의원 선거구였던 경남 창원 의창 지역에 김상민 전 검사를 출마시키기 위해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도 있다. 명 씨는 김건희 씨로부터 "김상민 검사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 때 정말 고생 많이 했어요"라며 "김상민이 의창구 국회의원이 되게 도와주세요. 김영선 의원은 어차피 컷오프라면서요"라는 말을 들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김 전 의원은 당시 민주당 현역이 있던 김해갑으로 지역구를 옮겨 출마한다고 발표했지만, 결국 김 전 검사와 나란히 공천에서 탈락했다. 김 전 검사는 윤석열이 서울중앙지검장일 때 특수3부에 소속됐고, 지난 2019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에 일부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의원, 김 전 의원과 김 전 검사는 특검팀 출범 이전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하지만 특검팀은 별개 수사기관이어서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물증을 토대로 추가 소환할 가능성도 있다. 특검팀은 이날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윤석열이 윤 의원을 통해 공천에 외압을 행사했는지를 집중적으로 파헤칠 것으로 보인다. < 김민주 기자 >

 

 
김건희 여사 관련 '공천개입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의 자택 등 10여 곳을 압수수색에 나선 가운데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윤 의원실 앞에서 기자들이 취재를 하고 있다. ⓒ 유성호관련사진보기



전직 대통령 윤석열씨의 배우자 김건희씨를 둘러싼 여러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공천개입 의혹과 관련해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 자택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 등 압수수색에 나섰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전형적인 정치 보복"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8일 오후 찾은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내 윤상현 의원실 앞엔 수많은 취재진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의원실을 찾는 국회 사무처 관계자, 윤 의원 보좌진, 특검팀 관계자 등의 발길이 연신 이어졌다. 취재진은 이들에게 신원을 물었으나 답변이 돌아오는 경우는 없었다. 목에 건 명찰이나 현장 관계자들의 전언을 통해 유추할 뿐이었다.

한 관계자는 이곳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이날 오전 11시 30분께 처음 압수수색이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그보다 전에는 의원실 앞에 있던 취재진이 "의원님이 안에 있는가"라고 물었다. 한 보좌관은 "아니요"라고 말한 뒤 문을 쾅 닫았다.

의원실 앞 커다란 유리 벽은 블라인드로 가려져 그 내부가 잘 보이지 않았다. 이따금 블라인드 틈 사이로 관계자들이 심각하게 대화하는 모습만 보였다. 취재진이 이를 카메라에 담자 상황을 의식한 관계자 일부가 신문지를 꺼내 유리 벽에 붙여 꽁꽁 가리기도 했다.

윤상현 "압수수색 의도, 이유 모르겠지만 앞으로도 당당하게"
송언석 "전형적인 정치보복, 이미 경찰 수사 끝난 사안"

김건희 여사 관련 '공천개입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의 자택 등 10여 곳을 압수수색에 나선 가운데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윤 의원실에서 국회 사무처 직원들이 나오자, 사진기자들이 내부를 취재하고 있다. ⓒ 유성호
 


윤 의원은 '압수수색과 관련한 입장'을 묻는 <오마이뉴스>의 문자 질의에 "김 전 의원 공천 관련 사건으로 수개월 전 창원지검에서 조사를 받은 바 있다. 당시 성실하게 조사에 임했다"라며 "대선 이후 다시 압수수색을 하는 것에 대한 의도와 이유를 잘 모르겠다"라고 회신했다. 그는 "그러나 특검에서 요청이 오면 앞으로도 당당하고 성실하게 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소식을 접한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도 "전형적인 정치 보복"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송 비대위원장은 이날 오후 3시 20분께 국회 본청에서 취재진과 만나 "오늘 (특검팀은) 윤상현 의원에 대한 주거지와 사무실, 지역 사무실 등 압수수색을 실시 중"이라며 "이미 경찰에서 충실히 수사가 다 끝난 사안으로 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와서 다시 압수수색을 강행하는 것은 전형적인 정치 보복에 해당한다"며 "과잉 수사를 금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특검팀은 윤 의원뿐 아니라 김영선 전 의원의 경남 창원 자택과 김상민 전 부장검사 자택 등에도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의원은 지난해 12월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를 통해 윤석열씨 부부에게 2022년 6월 보궐선거 공천을 청탁하고 명씨에게 8천만 원을 건넨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윤 의원은 2022년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당시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을 맡은 바 있다.

특검팀은 최근 김 전 부장검사의 22대 총선 시기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사건을 넘겨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 박수림  복건우 기자 >

 

2023년 11월부터 1년 간 우리 군의 수상한 행적들

 
                                                                         김종대 국방전문가·전 국회의원

 

2023년 11월부터 2024년 가을까지, 우리 군의 대북 활동들을 차례로 되짚어보면 이상한 점이 한둘이 아니다.

2023년 11월 합참 수뇌부 책상 위에 조용히 놓였던 ‘적 4군단 합동타격계획’ 문건. 2024년 1월부터 반복적으로 이루어진 서북해역 공해상을 향한 수백 발의 포 사격. 실탄 장착 상태로 북한 GP 인근까지 접근 비행한 아파치 헬기, 그리고 10월 평양 상공에 출현한 우리 군의 드론. 모두 각각의 독립된 군사 활동처럼 보이지만, 이들을 하나의 궤적 위에 올려놓는 순간 전혀 다른 그림이 그려진다. 군은 무엇을 보고 있었고, 누구를 향해 무기를 준비했으며, 결국 무엇을 막으려 했던 것인가.

 

27일 북한 국방성은 평양에서 추락한 무인기 비행조종프로그램을 분석한 결과 한국 무인기의 침범이 맞다면서 공개한 비행궤적. 백령도 서부(두무진)에서 이·착륙한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2024.10.28. [조선중앙통신] 연합
 

드론 평양 침투, 볼륨 높인 대북 확성기, 연평도 일대 포사격…

 

2024년 10월 3일부터 10일까지 네 차례에 걸쳐 백령도에서 이륙한 드론이 평양 상공을 비행하며 전단을 살포했다. 외무성 청사, 지하철 승리역, 국방성 청사까지 평양의 심장부를 훑는 노선이었다. 무인기에는 김정은을 풍자한 캐리커처, 북한 지도부의 사치생활을 폭로한 사진, K-POP이 담긴 USB가 실려 있었다. 군 내부에서는 성공률이 20%밖에 안 되는 고위험 작전이라 했고, 실제로도 북한은 즉각 ‘도발 원점 타격’을 경고하며 전시 경계 태세에 돌입했다.

 

이후 평양 시내에서 추락한 드론의 잔해를 공개하며 “남측 군용 드론과 동일 기종”이라고 주장했다. 무인기가 다녀간 직후, 드론작전사령부에는 대통령실 차원의 ‘격려금’이 전달됐다. 드론작전사 관계자의 제보에 의하면 북한의 성명에 “대통령과 국방장관이 손뼉치며 좋아했다”고 한다.

 

이런 일이 있었다. 비슷한 시기 합참 법무실에는 국군 심리전단 간부가 법률 자문을 요청해 왔다. “달러나 USB를 풍선에 넣어 보내도 되느냐”는 자문 요청에 합참 법무관은 난감한 표정을 짓자 심리전단 요원은 “군에서 안 보내는 척하고 보내야 한다”고 말하며 웃었다고 한다. 전략인가, 농담인가. 어쨌든 이 작전은 북한을 향했다기보다 국내 여론을 향해 날아간 ‘심리전 시연’처럼 보인다. 어느 순간부터 심리전단은 북한에 보낼 전단을 대규모로 준비했고, 또 어느 순간에 군이 제작한 것으로 보여지는 전단이 드론으로 평양 시내에 뿌려졌다. 같은 시기에 전방의 대북 확성기는 한껏 볼륨을 높이고 있었다.

 

이 무렵 서해에서는 대규모 실사격 훈련이 반복됐다. 1월, 2월, 6월, 9월. 정례화된 포 사격은 매번 수백 발 단위로 이뤄졌다. 훈련에 동원된 장비는 K-9 자주포, 천무 다연장로켓, 스파이크 미사일. 한국이 수출을 노리는 대표적 방산 제품이다. 그런데 이 포들은 단 한 번도 북한을 향해 쏘지 않았다. 모두 남서쪽 공해상, 가상의 표적을 향해 사격됐다. 2월 훈련에는 국제 참관단도 참석했다. 군사 대응이자 동시에 방산 시연회였던 셈이다.

 

정치-군사적으로 매우 민감한 수역인 백령도와 연평도 일대에서 2024년에 갑자기 사격 훈련이 쏟아진 데는 2018년 남북이 체결한 군사합의서가 무력화되는 배경에서 이루어졌다. 1월에는 북한이 해안포 사격을 하여 이에 대응한 사격이라 하더라도 6월과 9월의 사격은 거추장스러운 군사합의서가 사라진 공백에서 한껏 행동의 자유를 누리며 무력을 과시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실려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북한은 이 사격에 대해 별다른 대응 조치를 하지 않았다.

 

서해 해상 사격훈련은 북한의 요충지 전면 타격훈련 아니었나?

 

작년 9월에서 10월로 이어지는 인위적인 긴장 조성 시점에 한국 군부는 계엄의 여건 조성을 넘어 결정적 작전도 준비한 것으로 보여진다.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올해 국회 국정조사특위 증인 출석에서 “정확한 날짜는 기억나지 않지만, 지난해 10월 초에서 중순 전후로 기억한다”며 “김용현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북한 오물풍선 상황이 발생하면 합참 지통실(지휘통제실)에서 원점을 강력하게 타격하겠다’는 전화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해안포 사격훈련에서 드론 투입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라는 점이 중요해 보인다. 그러나 이런 작전은 이미 그 1년 전부터 준비되었다는 정황도 있다.

 

2023년 11월 15일, 합참은 대통령실의 지시로 ‘서북도서 도발 시 적 4군단 합동타격계획’ 문건을 작성했다. 민간 피해가 발생할 경우 북한 4군단 전체 지휘소와 통신시설, 병영지역을 동시에 타격하는 계획이었다. 그리고 2024년 1월 4일, 타격 대상은 적 2, 5, 1군단까지 확장됐다. 내부에서는 “이 문건이 실제로 발동되면 전면전”이라며 실행 불가 방침을 전제로 만들었다고 증언한다. 법무실은 이 작전의 발동 조건을 제한하기 위해 ‘결심조건표’를 작성했고, 합참은 결국 2024년 4월부터 해당 계획에 기반한 실전 훈련을 시작했다. 이 문건의 존재를 염두에 두고 2024년의 해상 사격훈련을 이어서 보면 단순히 북한의 도발 대응이라기보다, 북한의 군사적 요충지에 대한 전면 타격 훈련이 아닌가, 라는 의문이 든다. 이미 북한 전역에 대한 공격 시나리오는 책상 위에 올라 있었고, 지휘 체계는 “미국이 눈치채기 전 잽싸게 시행한다”는 기조로 움직이고 있었다. 군이 아니라 권력이 먼저 뛰기 시작한 것이다.

 

한미 양국군이 2024 \'자유의 방패(FS)\' 연합연습을 시작한 4일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서 아파치 헬기가 이동하고 있다. 2024.3.4. 연합
 

이 가운데 가장 위험했던 장면은 아파치 헬기의 실탄 무장 비행이다. 2023년부터 2024년까지 군사분계선과 북방한계선(NLL)에 근접한 비행을 한 조종사는 “북한 어선이 보일 정도였다”고 증언했다. 헬기는 평시와 다른 항로를 실탄을 장착한 채 임무를 수행했다. 군 당국은 이를 ‘정상적 훈련’이라고 해명했지만, 조종사들은 “도발을 유도하려는 위협비행이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이 비행을 ‘전면 도발’로 간주했고, 서해함대의 방공 태세를 격상시켰다.

 

이 시점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만약 북한이 대응 사격을 했다면? 군은 이미 준비된 타격계획에 따라 전면전을 개시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물론 2024년 초에도 대북 강경발언을 쏟아내던 신원식 국방장관은 “김정은은 절대 전면전을 하지 못한다”고 호언장담하며, 전쟁 걱정 없이 북한을 마음껏 자극하도록 국군을 고취시켰다. 즉·강·끝이라는 구호로 북한에 결정적 작전을 수행할 태세를 갖추면, 북한이 대응하면 끝까지 응징하고, 대응하지 못하면 북한이 혼란에 빠져 정권이 위태롭게 될 것이라는 나름 전략적 계산도 있었다.

 

전면전 문턱까지 몰아간 윤 정권의 시나리오

 

2023년 11월부터 작성된 북한 전방군단 전면 타격계획 문건은 이미 훈련으로 전환되었고, 2024년 11월에는 김용현 전 장관이 직접 합참 전투통제실을 찾아와 ‘오물풍선 원점 타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지만, 김명수 합참의장이 머뭇거렸나 보다. 이에 격분한 김용현은 함참의장에게 “개념없는 놈”이라고 질타했다는 언론 보도도 있다. 김용현의 결전 의지는 계엄 선포로 직결되었다. 12월 초에 김용현은 다시 곽종근 특수전사령관에게 비화폰으로 “오물풍선을 원점타격한다”는 말을 되풀이하며 작전 대기 태세를 갖추라고 지시한다.

 

한편 GOP 전방부대에서는 K-30 비호에 예광탄을 장전하고 오물풍선이 날아오면 하늘을 향한 경고사격 준비까지 마쳤다. 말이 경고사격이지, 이 또한 북한의 반응을 유도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었다. 도발을 기다렸고, 신호탄 하나만 터지면 모든 것이 의도대로 돌아갈 준비가 되어 있었다.

 

군 내부에서도 “절대 실행돼선 안 되는 계획이었다”는 인식은 분명히 존재했다. 하지만 문건은 작성되었고, 훈련은 실행됐으며, 타이밍은 정치일정과 정확히 맞물렸다. 2024년 가을, 우리는 북한과의 전면전 문턱까지 갔다. 그러나 그 전쟁은 김정은이 아니라 김용현이 기획했고, 무기는 국방부가 아니라 대통령실이 꺼냈다. 평양에 날아간 드론은 정보 수집이 아니라 대북 심리전이었고, 백령도에서 쏜 포탄은 방위가 아니라 방산 쇼케이스였다. 아파치의 위협비행은 작전이 아니라 연출이었고, 합참의 책상 위 문건은 전쟁이 아니라 정권의 시나리오였다.

 

북한 외무성이 11일 평양 무인기 침범과 관련한 중대성명을 발표하면서 배포한 사진. 평양 중구역 상공에서 무인기가 살포한 삐라 더미를 보여주고 있다. 2024.10.11. 조선중앙통신 연합
 

이런 일련의 작전에서 드론작전사령부의 허접한 드론이 평양에 추락되도록 하여 비행제원과 비행기록이 통째로 북한에 넘어간 것은 고도의 정치적 계산으로 보여진다. 이런 이적행위의 진짜 목적을 따져보면, 백령도 인근에서 비행해 평양으로 날아간 드론으로 인해 서해 방어망이 붕괴된 것을 알게 된 북한이 서해에서 군사적 대비태세를 갖추면 언제든 남북 간에 충돌의 위험이 높아지고, 이를 국내 언론을 통해 북한의 도발 징후로 증폭시켜 계엄을 선포할 여건 조성에 이용할 수 있었을 것이다. 안보는 무너진 적이 없다. 다만 조작된 적이 있을 뿐이다. 우리는 이 조작을 정면으로 응시해야 한다.

 

평화연대 "내란·외환 진상 철저 규명, 엄벌해야"

군 통수권 이용 전쟁 유도 발본색원 촉구
대북 전단 규제와 확성기 방송 중지 환영
9.19 합의 복원, 한미연합훈련 중단 요구

 

"내란, 외환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관련자들을 엄벌하라."

자주통일평화연대(상임대표 의장 이홍정)는 6.15 남북공동선언 발표 25주년에 즈음해 12일 용산대통령실 앞에서 발표한 선언문에서 "비상계엄 해제 6개월 만에 비로소 내란 및 외환 특검법이 제정, 공포됐다. 그러나 내란 세력의 저항과 증거 인멸, 사태 무마를 위한 움직임이 계속될 것이란 우려는 여전하다"면서 새로 출범한 이재명 대통령 정부에 이렇게 촉구했다.

 

자주통일평화연대(상임대표 의장 이홍정)는 6.15 남북공동선언 발표 25주년에 즈음해 12일 용산대통령실 앞에서 '주권과 평화를 위해 새 정부에 요구한다'란 선언문을 발표했다. 2025. 06. 12 [평화연대 제공]

 

"내란·외환 진상 철저 규명, 엄벌해야"

 

평화연대는 '주권과 평화를 위해 새 정부에 요구한다'란 선언문에서 내란의 근거를 마련하고자 남북 군사 충돌을 유도했다는 윤석열 정권의 '외환 혐의'의 사례로 △ 평양 무인기 침투 △ 오물 풍선 원점 타격 △ 서해 NLL(북방한계선)에서 공격 유도 등을 거론한 뒤 "그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책임자를 엄벌해 다시는 대통령이 군 통수권을 이용해 일부 세력의 권력을 위해 전쟁을 유도하고 내란을 획책하는 일이 재발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자주통일평화연대'는 이전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가 작년 6월 15일 조직 명칭을 바꾼 시민사회종교 연합체로서 한반도의 자주·평화·통일을 지향하고 있다.

 

또한 이들은 "이재명 정부의 출범과 함께 대북 전단에 대한 규제와 확성기 방송 중지 등 긴장 완화 조치가 시행된 것을 환영한다"면서 군사분계선(MDL) 인근의 군사 완충 지대 설치 등 9.19 군사합의 복원을 촉구했다. 그리고 남북 접경지역의 대규모 군사훈련 중단과 함께 접경지역 심리전과 군사훈련 등 적대행동 금지를 담은 남북관계발전법의 개정도 주장했다. 우선 광복 80년인 올해 8월에 예정된 한미연합군사훈련의 중단을 요구했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12일 서울 마포구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에서 열린 6.15 남북정상회담 25주년 기념식에서 이재명 대통령 축사를 대독하고 있다. 2025.6.12 연합

 

9.19 합의 복원, 한미연합훈련 중단 요구

 

평화연대는 "'빛의 혁명' 속에서 새로이 출범한 이재명 정부 앞에는 단절된 남북관계와 한반도와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심화된 군사적 갈등을 해결해야 하는 중차대한 과제가 놓여 있다"며 수십 년간 유지해 온 북방정책을 사실상 폐기하고, 한미동맹 일변도의 진영대결, 한미일 군사동맹 구축에 앞장섰던 윤석열 정부의 대외정책으로 인한 갈등과 문제들도 해결해야 하며, 트럼프 2기의 공격적인 경제·안보 관련 압박에도 지혜롭게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평화연대는 △ 주권과 민생 중심 대미 협상 △ 주한미군의 대만 문제 개입 등 한미동맹 성격 전환 거부 △ 미일 패권과 진영대결을 위한 한미일 군사훈련 중단 △ 한미 방위비분담 특별협정(SMA) 폐기 △ 북한점령, 흡수통일 배제, 평화 협력 선언 △ 국가보안법 폐기 △ 전쟁, 대결 중심 안보 교육에서 평화통일 교육으로의 전환 등을 제시했다.

 

 12일 경기도 파주시 자유로에서 바라본 북한 대남 방송 스피커 옆 초소에서 북한군이 경계 근무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오늘 북한의 대남 소음 방송이 청취된 지역은 없다"고 밝혔다. 2025.6.12 연합

 

"하나 된 민족공동체 얼굴 그려야"

 

이홍정 의장은 발언을 통해 "남북의 평화주권자인 민(民)의 만남을 통해 이데올로기의 간극을 넘어 이질성의 조화를 찾아가는 평화의 여정인 남북 민간교류를 복원하고, 그 어떤 지정학적 변화에도 중단하지 말라"면서 '하나 된 민족공동체의 얼굴'을 그려 나갈 것을 강조했다.

 

이날 선언문은 김경민 한국 YMCA 전국연맹 사무총장, 방용승 전북평화연대(준) 상임대표, 정영이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함재규 전국노동조합총연맹 통일위원장이 낭독했다. 선언문에는 각계인사 1133명이 서명했고, 347개 단체가 참여했다.  < 이유 기자 >

 

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이2024년 12월 10일 오전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평양 무인기' 관련 질의에 답하고 있다. ⓒ 남소연
 


전직 대통령 윤석열 등의 지시를 받고 평양에 무인기를 침투시켰다는 의혹을 받는 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이 지난 7일부터 오는 9일까지 휴가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내란 특검(특별검사 조은석)이 무인기 관련 외환 혐의를 수사 중이고, 부대가 의혹에 휘말렸는데 사령관이 하필 이 시기에 휴가를 낸 것을 두고 석연치 않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오마이뉴스>가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김 사령관은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총 3일간 휴가를 냈다. 이에 대해 추 의원은 8일 <오마이뉴스>에 "드론사가 외환 혐의의 핵심 수사대상으로 떠올랐는데 정작 사령관이 하필 이 시기에 휴가를 냈는지 의문"이라며 "외환 혐의를 받는 주요 인물들의 증거인멸 우려도 나오는 만큼 김 사령관에 대한 특검의 조속한 소환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부승찬 "김 사령관, 지난해 6월 부대원들에 '무인기 침투' 지시"
12·3 내란 직후 '무인기 침투' 질의에 김 사령관 "확인해 줄 수 없다"

윤석열 등 외환 혐의를 수사 중인 특검팀은 지난해 10~11월 '평양 무인기 침투는 윤석열의 지시라고 들었다'는 현역 장교의 녹음파일을 확보했다. 비상계엄 선포의 명분을 만들고자 북한에 무인기를 침투시켜 군사도발을 유도했다는 게 외환 혐의의 핵심이다.

해당 녹음파일에는 "V(윤석열) 지시다", "국방부·합참 모르게 해야 된다", "VIP(윤석열)랑 장관(김용현)이 북한 발표(를 보고) 박수치며 좋아했다. 너무 좋아해서 (드론작전)사령관이 또 하라고 했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와 관련해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부승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4일 <시사인>과의 인터뷰에서 "김 사령관이 2024년 6월 (드론사) 부대원들에게 평양 무인기 침투 준비를 지시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로부터 약 4개월 뒤 북한은 2024년 10월 11일 외무성 발표를 통해 "한국 무인기가 이달 3일, 9일, 10일에 평양에 상공에 침투해 전단을 살포했다"고 밝혔다.

이후 북한 국방성은 북한 국방성은 2024년 10월 28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무인기가 지난 10월 8일 23시 25분 30초 백령도에서 이륙해 북한 영공을 침범"했고, 이후 "황해남도 장연군과 초도주변의 해상을 지나 남조압도 주변 해상까지 비행하다가 변침(항로 변경)해 남포시 천리마 구역 상공을 거쳐 평양 상공에 침입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해당 무인기가 지난 10월 9일 1시 32분 8초 평양의 외무성 청사와 지하철도 승리역 사이 상공에서, 1시 35분 11초 국방성 청사 상공에서 대북전단을 살포했다"고 전했다.

북한이 무인기 침투 날짜로 특정한 2024년 10월 8일 김용현 당시 국방부 장관은 김 사령관에게 "군사대비태세 유공" 명목으로 300만 원의 격려금을 지급한 것으로도 확인됐다. 

당초 무인기 침투에 드론사가 연루됐다는 의혹은 12.3 내란 직후부터 불거진 상황이었다.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24년 12월 10일 국회 국방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서 김 사령관에게 "누구한테 평양 무인기 침투를 지시받았는지, 어디서 무인기를 띄웠는지"고 물었지만, 김 사령관은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만 반복했다. 내란 직후인 12월 8일, 경기 포천 드론사 내 컨테이너에서 원인 모를 화재가 발생해 "증거인멸"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 김화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