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 사무실서 현판식 열고 수사 개시…최장 150일간 12개 의혹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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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간담회에서 특검보 소개하는 이태한 선관위 특검 =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등을 수사하는 이태한 선거관리위원회 특별검사가 7일 서울 서초구 특검 사무실 브리핑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특검보를 소개하고 있다. 2026.9.7 [공동취재] dwise@yna.co.kr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등을 규명할 이태한 선거관리위원회 특별검사팀이 7일 공식 출범했다.

특검팀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특검 사무실에서 현판식을 열고 수사 개시를 공식화했다.

 

현판식에는 이태한 특검(사법연수원 23기)을 비롯해 박혁(22기)·김은정(38기)·김상천(변호사시험 1회)·권근환(변시 2회)·김진우 (변시 3회) 특검보가 참석했다.

 

이 특검은 "이번 특검 수사는 국민의 헌법상 권리인 참정권을 보호하고 선거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회복하기 위한 것"이라며 "막중한 책임을 갖고 신속하고 철저하게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수사 과정에서 적법절차와 인권을 충실히 보장하고 확인되지 않은 의혹이나 정치적 논란에 흔들리지 않겠다"며 "오직 객관적인 증거를 통해 사실을 확인하고 그 결과를 국민께 투명하게 설명해 드리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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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 특검 오늘 출범 =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등을 규명할 이태한 선거관리위원회 특별검사팀이 7일 서울 서초구에 마련된 특검 사무실 앞에서 공식 출범 현판식을 열고 있다. 특검팀은 최장 150일간 투표 통계 조작과 외유성 출장, 계약 특혜 등 12개 의혹을 수사하며 선거 관리 부실과 선관위 운영 비위 전반을 들여다볼 예정이다. 2026.9.7 dwise@yna.co.kr

 

특검팀에는 현재 15명의 파견검사가 출근한 상태다.

검찰 수사관은 내달 2일로 예정된 검찰청 폐지와 수사권 조정 문제로 최소 범위에서 파견받았다.

 

이 특검은 "수사권 조정 과정에서 (검찰 수사관의) 수사권이 없어진 관계로 특검 파견 이후 수사권 여부에 대해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있어 필요 최소한의 범위에서 파견받았다"며 "향후 중대범죄수사청을 방문해 수사관 파견을 추가로 요청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최장 150일간 투표 통계 조작과 외유성 출장, 계약 특혜 등 12개 의혹을 수사하며 선거 관리 부실과 선관위 운영 비위 전반을 들여다본다.

 

수사 대상은 투표용지 부족과 개표 강행, 투표 통계 조작을 비롯해 선관위 관계자들의 외유성 출장, 부정 채용·승진 특혜, 수의계약 특혜 및 업체 유착 등이다.

 

특검팀은 지난 2일 국민참정권침해 진상규명 검경 합동수사본부에서 원본 수사 기록과 증거자료를 넘겨받아 분석에 들어갔다.

 

이와 관련해 이 특검은 "합수본에서 넘겨받은 자료는 기초자료일 뿐"이라며 "합수본의 사실 조사 결과를 전제로 수사를 하지 않고 특검팀의 내부 판단을 통해 새롭게 다시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3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올림픽공원 내 개표소에 대해 현 상태를 보존해달라'는 현장보존 조치요청 공문을 보낸 것과 관련해서는 "현장에 보관 중인 투표 명부나 관련 서류에 관해 확인할 부분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법률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현장 검증 필요시 절차에 따라 실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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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하는 이태한 선관위 특검 =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등을 규명할 이태한 선거관리위원회 특별검사가 7일 서울 서초구에 마련된 특검 사무실 앞에서 발언하고 있다. 특검팀은 최장 150일간 투표 통계 조작과 외유성 출장, 계약 특혜 등 12개 의혹을 수사하며 선거 관리 부실과 선관위 운영 비위 전반을 들여다볼 예정이다. 2026.9.7 dwise@yna.co.kr

 

향후 수사는 합수본이 확인한 실무진의 관리 부실과 비위 정황을 토대로 선관위 지휘부의 관여와 책임 여부를 규명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투표자 수를 가감하도록 한 지침의 작성·승인 과정과 투표용지 인쇄 물량을 유권자 수의 50% 수준으로 정한 경위 등이 주요 규명 대상으로 꼽힌다.     < 박재현 최윤선 기자 >

 

 

 

미국 거친 압박 속 짙어지는 이란전 파병 가능성
얼마 전까지 "불가" 입장서 왜 갑자기 바뀌었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동력 위한 '거래' 관측도
반도체 등 관세 압박 '협상용 레버리지' 가능성

 

중동의 미국 함대는 호르무즈에 갇힌 ‘맹탕 함대’
우리 비전투함·초계기 하나 보낸다고 만족할까
한번 발 담그면 구축함·특수부대 등 요구 커질 것

 

이란 등 전 세계 반미 진영의 격렬한 분노 자극
우리 유조선·상선들 드론 등 공격에 노출될 것
지금은 모호성 유지하며 시간 끄는 지연전 필요
‘해외 파병 국회 동의’ 헌법 제60조 무기 삼아야

 

정부가 미국의 거듭된 요청에 따라 중동 분쟁 해역에 해군 군수지원함(AOE-II 소양급)과 해상초계기(P-8A 포세이돈) 등 이른바 '비전투 전력'을 파병하는 방안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고 나섰다. 대통령실과 국방부는 여전히 "최종 결정된 바는 없다"며 특유의 정무적 여지를 남겨두고 있지만, 물밑 실무 검토가 상당 부분 진척되었음을 사실상 부인하지 못하고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중동 파병에 대해 단호하게 "불가" 입장을 고수하던 정부가 왜 갑자기 태도를 바꾸었는가. 평화와 국익, 균형 외교를 표방해 온 이재명 정부의 이러한 급선회 이면에는 결코 단순치 않은 동맹의 비틀린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지난 2018년 취역한 대형 군수지원함 소양함. 2028. 9. 4 연합 자료사진

 

안보 협박, 관세 폭탄, 그리고 용산의 침묵

 

정부의 돌연한 기류 변화를 추동한 원인은 크게 세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거친 압박, 아니 사실상의 '협박'이다. 트럼프는 최근 언론 인터뷰를 가리지 않고 “한국이 우리의 안보 요구를 거부하는데, 왜 우리가 주한미군 3만 9000명을 주둔시키며 그들을 지켜줘야 하느냐”고 노골적인 불만을 터뜨려왔다. 트럼프는 이재명 대통령이 이란 비핵화에 관심없다며 “파병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고 정상 간 통화 사실을 공개하였다. 여기에 지난 8월 한미연합훈련을 미국 측이 일방적으로 축소한 정황까지 겹쳤다. 이는 단순한 주한미군 감축 위협을 넘어, 대북 핵심 군사정보 지원 중단이나 확장억제 공약의 유보 등 실질적 안보 불이익 카드로 한국 정부의 목줄을 죄고 있음을 방증한다.

 

둘째는 트럼프의 '북·미 정상회담' 드라이브에 맞춰 한국이 위험천만한 '페이스 메이커' 역할을 자처하고 나선 것 아니냐는 우려다. 역사는 기시감을 불러일으킨다. 2003년 노무현 정부 출범 초기, 윤영관 당시 외교통상부 장관이 미국을 방문해 콜린 파월 국무장관을 만났을 때의 일이다. 당시 노무현 정부는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이라는 반대급부를 담보받기 위해 이라크 파병이라는 뼈아픈 고뇌의 카드를 던진 바 있다. 지금 이재명 정부 역시 트럼프의 화려한 외교적 치적을 세워주는 대가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동력을 얻겠다는 식의 '위험한 거래'를 시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힘을 얻는다.

 

셋째는 관세와 투자, 첨단기술을 둘러싼 전방위 통상 압박을 관리하기 위한 '협상용 레버리지'의 유혹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 기업들을 향해 미국 내 반도체·배터리 공장 추가 투자를 노골적으로 강요하며 관세 폭탄을 무기 삼아 흔들고 있다. 안보와 경제의 복합 위기 속에서 한국 정부가 비전투 자산 몇 척을 내어주고 경제적 양보를 얻어내겠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면, 이는 너무나 안이하고 위험천만한 착각이다.

 

유지보수 시스템 붕괴로 녹슨 채 멈춰 선 제국 해군

 

이 세 가지 요인이 맞물려 트럼프가 이재명 대통령에게 직접 손을 내밀고, 한국 정부가 파병 검토로 성의를 표시하는 흐름으로 전개되고 있다. 그렇다면 정부의 계산대로 P-8A 해상초계기나 소양급 군수지원함 정도로 미국이 만족하며 고마워하겠는가? 천만의 말씀이다. 지금 미군은 역사상 유례없는 ‘군사적 과부하’와 ‘구조적 파산’ 상태에 직면해 있다. 얼마 전 중동 해역에서 쉼 없이 혹사당하다 간신히 태국으로 철수한 미 해군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호(CVN-72)의 몰골을 보았는가. 선체 하부는 시꺼먼 녹과 들러붙은 해조류로 뒤덮여 흉물스럽기 짝이 없었다.

  

2일(현지 시간) 태국 촌부리주 램차방항에 입항하고 있는 미 해군 항공모함 USS 에이브러햄 링컨함의 선체 하부가 시커멓게 녹슬어 있다. 2026. 9. 2 촌부리=AP/연합

 

미국의 군사적 마비는 감정적 과장이 아닌 차가운 숫자로 입증된다. 미 회계감사원(GAO)과 의회조사국(CRS)의 데이터에 따르면, 미 해군의 수상함과 잠수함 정비 창정비(Depot Maintenance) 순기는 이미 파탄 났다. 공공 조선소에서 제때 정비를 마치는 비율은 고작 11% 안팎에 불과하다. 함정이 작전 배치 후 반드시 거쳐야 할 정기 수리가 조선소 부족으로 밀리면서 발생하는 ‘정비 대기일수(Maintenance Delay Days)’와, 작전 중 돌발 고장이나 노후화로 도크에 묶이는 ‘비계획적 정비 소요(Unplanned Maintenance Days)’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이로 인해 해군 함정들이 부두에 멍하니 묶여 있는 '작전 손실 일수'는 지난 10년간 무려 1만 5000일을 넘어섰다. 특히 미 해군의 전략적 자존심이자 비대칭 핵심 전력인 44척의 공격원자력잠수함(SSN) 상황은 재앙에 가깝다. 44척 중 정비창에 제때 들어가지 못해 부두에 발이 묶인 ‘활동 대기(Active Idle)’와 폐선 대기 함정의 적체로 잠수함 전력의 상당수가 바다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수상함 역시 마찬가지여서, 구축함 한 척이 비계획적 수리로 도크에 들어가면 수백 일씩 대기하는 정체 현상이 일상화되었다. 링컨호를 대신해 조지 워싱턴호가 황급히 중동으로 기수를 돌리면서, 현재 태평양에는 미국의 항공모함이 단 한 척도 없는 초유의 전력 공백 사태가 벌어졌다.

 

기뢰 하나 못 치우는 맹탕 함대, 호르무즈를 빼앗긴 미군

 

실제 전황은 더욱 비참하다. 이번 중동 위기에서 미군은 연안 작전에서의 치명적 약점을 낱낱이 드러냈다. 가장 결정적인 문제는 미 해군에 실전 투입할 수 있는 기뢰제거 소해함(MCM)이 사실상 전무하다는 충격적인 사실이다. 연안전투함(LCS)의 소해 모듈 개발 실패와 노후 어벤저급 소해함의 퇴역으로 인해 미군은 좁은 해협 바닥에 깔린 기뢰를 탐색·제거할 독자 수단을 상실했다. 기뢰제거 능력이 없다는 것은 호르무즈 해협과 같은 좁은 길목에서 연안전투 능력이 사실상 '제로'임을 뜻한다. 이 때문에 미 해군은 이란 연안에 접근조차 못한 채 호르무즈 해협의 통제 주도권을 이란에 완전히 빼앗겼다. 이란의 고속정, 연안 기뢰, 지대함 순항미사일, 그리고 벌떼처럼 쏟아지는 자폭 드론 앞에서 미 항모전단은 페르시아만 내부로 진입조차 못 하고 오만만 등 바깥쪽 먼바다에서 겉돌고 있을 뿐이다.

  

오만 무산담에서 바라본 호르무즈 해협 . 많은 선박이 닻을 내린 채 떠 있다. 2026. 06. 03 [로이터=연합]

 

그러나 이란 항구를 봉쇄하겠다며 페르시아만 바깥 원해에서 항모를 장기간 대기시키는 작전 역시 미 해군의 현재 창정비 상태와 보급 여건상 도저히 지속할 수 없는 형편이다. 걸프 지역의 미 지상기지 역시 쏟아지는 드론과 미사일을 막아내느라 토마호크 미사일과 사드(THAAD), 패트리어트 요격체계 비축분은 이미 절반가량 소모되었다. 이를 다시 채우는 데만 빨라도 3~4년이 걸린다.

 

오죽했으면 미군 내부에서 체제 붕괴 수준의 내홍이 터져 나왔겠는가. 최근 피트 헤그세스 미 전쟁부(국방부) 장관이 중동 내 미군 전력의 전개 기간을 일방적으로 연장하려 하자, 유럽사령관과 아프리카사령관을 비롯한 4성 장군들이 연명으로 명령서에 ‘비동의’ 서명을 하는 초유의 집단 반발을 감행했다. 이는 군 통수권과 문민 지휘체계에 대한 사실상의 항명이자, 군인으로서 행사할 수 있는 가장 극단적인 합법적 저항이다. 헤그세스의 안하무인식 독단에 질린 크리스틴 드래스톨 육군 장관이 백악관에 이를 고발하고 사임했고, 이미 장성 20여 명이 줄줄이 군복을 벗었다. 지난 4월 해군장관이 경질된 데 이어 지금 펜타곤은 군사적 전략이 아니라 권력 암투와 시스템 마비로 신음하고 있다.

  

안규백 국방장관과 피트 헤그세스 미 전쟁부 장관이 11일(현지 시간) 워싱턴DC 미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 국방장관 회담을 위해 만나 악수하고 있다. 2026. 5. 12 연합
 

중동에 갇힌 군대, 한국을 늪으로 끌어당기다

 

이 지점에서 워싱턴의 악몽이 시작된다. 브래드 쿠퍼 미 중부사령관은 최근 “만약 미군이 중동에서 물러난다면 중동 전역은 순식간에 중국의 안마당이 될 것”이라고 공개 경고했다. 중동 바닷길을 중국에 내주는 순간 미국의 글로벌 해양 패권은 공식적으로 종말을 고한다. 따라서 미군은 스스로 물러설 수도 없고, 그렇다고 파산 직전의 자체 전력만으로 버틸 수도 없는 ‘중동에 갇힌 군대’가 되어버렸다. 이 수렁에서 빠져나갈 수 없는 미국이 선택한 유일한 돌파구는 무엇인가? 바로 동맹국을 어떻게든 끌어들여 미군의 피로를 분산시키고 패권 유지 작전을 지속시키는 것이다. 지금 미국은 체면을 차릴 여유조차 없다.

 

이런 다급한 처지의 미국에게 비전투 함정 한 척과 초계기 한 대를 보내는 것은 감사의 대상이 아니라, 국제정치학에서 말하는 전형적인 ‘발 담그기(Foot-in-the-door)’의 덫에 걸려드는 일이다. 일단 군수지원함과 초계기가 페르시아만에 진입하는 순간, 미국은 이를 “대한민국의 참전”으로 포장해 트럼프의 정치적 위신을 세우는 선전 도구로 삼을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 다음 날, 소해함과 이지스 구축함, 특수전 부대 등 더 위험하고 본질적인 전투 전력을 보내라는 2차, 3차의 감당 못할 청구서를 내밀 것이 자명하다.

 

 

지난 2024년 제 76주년 국군의 날 미디어데이 리허설에서 전투기들의 호위 받으며 비행하는 해군 해상초계기 P-8A, 2026. 9.4 연합 자료사진

 

지금 국제 정세를 보라. 영리한 유럽 주요국들과 일본조차 트럼프의 무모한 도박에 동조하지 않고 거리를 두고 있다. 동맹이라는 허울 좋은 멍에를 메고 한국 해군만 홀로 미국 옆에 서게 된다면, 이란을 비롯한 반미 진영의 격렬한 분노는 오롯이 한국을 향할 것이다. 당장 군함이 피격되지 않더라도, 호르무즈 해협을 드나드는 우리 유조선과 상선들이 대리 세력의 드론과 기뢰 공격에 직접 노출될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의 에너지 생명선 전체가 인질로 잡히는 파국이다.

 

헌법 제60조라는 방패를 들라

 

외교와 국방의 본질은 남의 전쟁에 휘말리지 않고 국민의 생명과 국가의 영토를 지켜내는 데 있다. 정세를 오판하여 섣불리 미국의 수렁에 발을 들이는 순간, 그 대가는 고스란히 국가 경제의 마비와 군의 희생으로 돌아온다. 지금 정부가 취해야 할 전략은 단 하나, 최대한 시간을 끌며 모호성을 유지하고 파병의 압박을 우회하는 정교한 지연전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에게는 가장 강력한 합법적 레버리지가 존재한다. 바로 대한민국 헌법 제60조 제2항에 명시된 ‘국군의 해외 파견에 대한 국회 동의권’이다.

 

                                                김종대 국방전문가·전 국회의원

 

동맹국의 무리한 요구 앞에서 행정부 혼자 비장하게 총대를 멜 이유가 없다. 행정부는 민주적 헌법 절차의 무게를 방패로 삼아야 한다. 국회의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정부가 섣부른 결정을 내리기 전에 즉각 경고음을 울려야 한다. “국익과 국민의 안전을 담보하지 못하는 명분 없는 중동 분쟁 참여는 단호히 거부하며, 국회 동의는 결코 없을 것”이라는 분명한 입장을 천명해야 한다. 그것이 미국에게는 넘을 수 없는 한국의 국내 정치적 한계선(Red line)으로 작동하여, 역설적으로 정부의 대미 외교 협상 공간을 지켜주는 유일한 힘이 될 것이다.

 

'호르무즈 파병' 피할 수 없다면…

  홍순구 만평작가의 '동그라미 생각'

 

정부가 지금 보여줘야 할 것은 파병이 정말 대한민국의 국익에 필요한지, 파병하지 않고 해결할 다른 방법은 없는지, 불가피하다면 어디까지가 우리의 역할인지를 끝까지 따져 판단하는 일이다.

 

대한민국은 전쟁의 참화 속에서 우방의 도움으로 나라를 지켜낸 만큼, 이후 국제사회의 요청에 파병과 물자 지원 등을 통해 동맹과 국제사회에 대한 책임을 다해왔다. 베트남전에서는 전투부대를 보냈고, 걸프전 이후에는 의료·수송 지원과 유엔 평화유지활동으로 역할을 바꿨다.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는 재건에 참여했고, 지금은 레바논·남수단에서 유엔 평화유지 임무를, 아덴만에서는 청해부대를 통한 해상안보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한국군의 해외파병은 시대에 따라 명분과 성격이 달랐다. 2003년 노무현 정부의 이라크 추가파병 논의는 미국의 요청으로 시작됐지만, 정부는 이후 파병 규모와 부대 성격을 놓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한미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최종 결정했다.

 

그러나 '호르무즈'는 '이라크' 때와는 다르다.

이라크 파병은 미국이 시작한 전쟁의 전후 안정화와 재건이라는 틀 속에서 이루어진 반면, 지금 한국이 마주한 것은 미국과 이란의 전쟁 한복판에서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을 지켜야 하는 문제다. 이란은 한국이 호르무즈에서 이란에 맞서는 군사활동에 나설 경우 전쟁 참여로 간주하겠다고 경고하고 있다. 미국은 반대로 한국의 군사적 기여를 요구하고 있다. 한쪽의 요구에 응하면 다른 한쪽과의 긴장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국으로서는 어느 한쪽의 요구만을 좇아 판단하기 어려운, 외교적으로 매우 난처한 상황에 놓여 있다.

 

그래서 정부가 지금 상황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을 보낼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보내지 않고 해결할 수 있을까’를 찾는 일이다.

 

한국 경제의 영향력 측면에서 보면 호르무즈는 결코 남의 바다가 아니다. 우리 원유와 에너지 수송의 상당 부분이 이 해협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정부가 호르무즈의 항행 안전과 우리 선박의 보호를 고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그것이 곧 미국의 대이란 군사작전에 한국군을 참여시키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

2003년 이라크 파병 당시에도 정부는 ‘국익’을 이야기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 국익의 내용을 더욱 구체적으로 정의해야 한다. 동맹도 국익이고 에너지 안보도 국익이다. 하지만 동맹을 지키기 위해 불필요한 전쟁에 뛰어드는 것까지 국익이라고 할 수는 없다.

 

따라서 원칙은 간단하다.

파병하지 않을 방법을 먼저 찾아야 한다. 외교적 해법과 국제 공조, 우리 선박과 국민을 보호할 다른 수단이 있는지부터 따져야 한다. 호르무즈 파병은 최선의 선택이어서는 안 된다. 모든 대안을 검토하고도 피할 수 없을 때 택하는 ‘차악’의 선택이어야 한다.

 

만에 하나 미국의 안보 위협이 현실화되고 우방국들의 참전으로 파병을 피할 수 없다면, 미국을 돕기 위해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와 국민, 에너지 안보를 지키기 위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무엇보다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명분부터 분명히 세워야 하며, 결코 서둘러서는 안 된다.

미국이 동맹국의 참여를 요구한다고 해서 한국이 가장 먼저 응답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른 나라들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국제사회가 어떤 안전장치를 마련하는지, 우리 선박의 실제 위험이 어느 정도인지부터 살펴야 한다. 늦게 가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충분히 따져보고 가는 것이 국익이다.

 

업무와 역할에 대해서도 명확한 선을 그어야 한다. 무엇보다 전투 임무는 배제해야 하며, 실제 임무와 작전 구역, 교전 가능성은 철저하게 따져야 한다. 이란 군사시설을 공격하거나 미군의 작전에 직접 가담하는 순간, 한국의 임무는 ‘자국 선박 보호’에서 ‘대이란 전쟁 참여’로 바뀐다. 이란이 이미 그렇게 받아들이겠다고 경고한 만큼 더욱 신중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아무리 비싼 평화도 전쟁보다 낫다”며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전쟁의 가장 큰 승리는 전쟁을 하지 않는 것”이라는 평화 기조를 여러 차례 강조해 왔다. 이번 프랑스 국빈 방문에서도 동병상련의 처지에 놓인 파병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이란 전쟁 참여 여부는 동맹과 협의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선택의 대가는 동맹이 아니라 결국 우리 국민이 치른다.

 

정부가 지금 보여줘야 할 것은 미국의 요구에 얼마나 응할지를 저울질하는 것이 아니라, 파병이 정말 대한민국의 국익에 필요한지, 파병하지 않고 해결할 다른 방법은 없는지, 불가피하다면 어디까지가 우리의 역할인지를 끝까지 따져 판단하는 일이다.   < 홍순구 시민기자 >

 

 

 

 

 
전체 수출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66.3%로 감소...97년 이후 최저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제철소  [로이터=연합 자료사진]

 

캐나다의 7월 상품 무역흑자가 전월 대비 82% 급감했다.

미국과의 통상 갈등 속에 대미 수출이 크게 줄면서 전체 수출액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을 제외하면 1997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캐나다 통계청은 7월 상품 수출액이 7억6천900만 캐나다달러로, 전월(42억 캐나다달러) 대비 81.7% 줄었다고 3일 밝혔다.

이는 로이터통신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 35억7천만 캐나다달러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수출액은 761억4천만 캐나다달러로 전월 대비 2.3% 줄었고, 수입액은 753억7천만 캐나다달러로 2.2% 늘었다.

 

최대 무역 상대국인 미국과의 교역에서 감소 폭이 특히 컸다.

7월 캐나다의 대미 수출액은 6.6% 감소해 지난해 4월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을 기록했다. 반면 미국산 상품 수입은 승용차와 소형 트럭 등을 중심으로 1.8% 증가했다.

 

이에 따라 캐나다의 대미 무역흑자는 59억 캐나다달러로 전월 대비 42.7% 줄었다. 지난 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전체 수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66.3%로 낮아졌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유행 기간을 제외하면 1997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1년 전 미국의 비중은 72.6%였다.

 

이번 통계는 미국과 캐나다 간 무역전쟁이 다시 본격화하기 직전의 흐름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양국 협상 결렬 후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지난달 22일 약 200억달러 규모의 캐나다 상품에 50% 관세를 새로 부과했고, 캐나다는 오는 8일부터 같은 규모의 미국산 상품에 최고 50%의 보복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미국의 추가 관세가 부과되기 전인 7월부터 캐나다의 대미 수출이 감소했다는 점에서 향후 교역 환경이 더욱 까다로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김연숙 기자 >

 

 

카니 총리 "미국 준비되면 무역합의…자동차·철강 경쟁력 조건"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AP=연합]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3일 미국과의 무역 합의가 여전히 가능하지만 캐나다 자동차·철강 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조건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카니 총리는 이날 온타리오주 선더베이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캐나다 노동자와 가정, 기업의 이익에 부합하는 합의는 미국 가정과 기업, 소비자의 이익에도 부합하는 합의"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준비됐을 때 우리는 마주 앉아 그 합의를 타결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다만 카니 총리는 캐나다의 자동차 및 금속 산업을 크게 약화할 수 있는 협정에는 서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자동차·철강·알루미늄 부문의 협정 조건은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며 캐나다산 제품과 부품이 불리하지 않게 대우받아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어 "캐나다는 단연 미국 자동차의 최대 고객"이라며 "양국 자동차 시장은 통합돼 있기 때문에 협정 조건에도 이 점이 반영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캐나다와 미국의 관세 및 무역 협상은 지난달 21일 결렬됐다.

양국 협상 결렬 후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지난달 22일 약 200억달러 규모의 캐나다 상품에 50% 관세를 새로 부과했고, 캐나다는 8일부터 같은 규모의 미국산 상품에 최고 50%의 보복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카니 총리 발언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카니 총리 같은 캐나다 정치인들이 나를 '적'으로 삼는 것은 그들 경제가 붕괴할 때까지는 매우 좋은 일"이라며 "그러고 나면 정치적으로는 매우 나쁜 일이 될 것이며, 캐나다 정치인에게 일어난 어떤 일보다도 나쁠 것"이라고 썼다.

 

협상 결렬을 둘러싼 양측 공방도 이어지고 있다.

러트닉 상무장관은 최근 캐나다가 국내 정치적 이유로 협상장에서 물러났다고 비판해 왔다.

카니 총리는 이에 대해 "존중을 담아 말하자면, 미국의 임명직·비선출직 각료들이 캐나다 정치의 전문가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맞받았다.                     < 임수정 기자 >

 

 

[편집인 칼럼- 한마당]   호르무즈 파병론, 실망스럽고 불안하며 어리석은 일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하고,

 한반도 평화체제를 확고히 구축하겠다는 국민주권정부가

 국제적 · 외교적 파장과 국가의 안위, 

 국민적 자존심과 명분을 걸만한 대상이라고 판단하는가"

 

시민사회단체들의 주한 미국 대사관 앞 호르무즈 파병반대 시위(연합]

 

한국 이재명 정부가 미국의 압박에 못이겨 전쟁중인 호르무스 해협에 국군파병을 적극 검토해 준비하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불안하고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하고, 한반도 평화체제를 확고히 구축하겠다는 이재명 국민주권정부 아닌가.

이례적으로 우방인 이스라엘의 만행을 해적행위라고 비난하는 결기를 보여 선진외교라는 평가도 받았던 이재명 정부가 설마 그런 위험한 결정을 내리겠느냐는 의구심이 자꾸만 커져 불신감으로 변하는 것은, 청와대와 국방부의 모호한 태도 때문이다. 

보도가 사실일 개연성이 뚜렷해지고 있어서다.

 

호르무즈 파병의 예민함과 위험성을 모를 리 없는 이재명 정부가 긍정적 검토로 돌아선 데는 ‘동맹협력’을 강압하는 미국측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가 얼마나 집요하고 전방위적이며 위협적인지를 암시한다.  최근의 ‘을지 자유의 방패(UFS)’ 연합 군사훈련을 트럼프 대통령이 축소-중단 시키자 당황한 데서도 압박강도의 일단이 감지된다. 역대 민주정부가 남북대화를 위해 중단하자고 제안하곤 했던 훈련이었는 데도 말이다.

 

하지만 정부는 국민에게 위임받은, 국가이익과 국민생명을 지켜야할 책임과 의무(責務)가 지상명제이며 지고지선(至高至善)의 가치다. 거센 외압에 시달려 고육책을 찾는 고충은 이해못할 바 아니나, 미국의 압력이 국민과 국가에 대한 책무에 우선할 수는 없다.

코앞에 닥친 정권의 득실이 아니라 주권자인 국민과 국가의 안위가 최우선임을 명심하여, 결코 시류에 영합하거나 줏대없는 결정으로 후회나 후유증을 자초하지 않을 거시적이고 강단있는 리더십과 대처가 절실한 시점이다.

벌써 시민사회가 파병 강력 반대를 들고나오는 것은 국민과 국가의 자존과 안위에 심각한 불안요소라고 판단한 때문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러면 왜 호르무즈 파병이 실망스럽고 불안하며 현명하지 못한 실책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지, 파병을 반대하는 이유를 살펴보자. 국군 파병의 득실을 따져보면 그 불합리와 비현실적 근거가 명확해진다.

한국정부가 파병 검토의 명분으로 거론하는 것은 통상 · 안보 · 대북현안 등의 한미공조와 한반도 대비태세, 핵심적 원유 공급루트 확보에 기여 등으로, 혈맹인 미국의 요구에 불응할 경우 부정적 영향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그러면 파병으로 이런 문제들이 모두 해결되고 국익으로 돌아올 것인가.

 

먼저, 미국 트럼프의 압박에 한미공조 악영향 등 외교적 손실을 피하기 위해 국군 파병이 불가피하다는 설득논리다.  쉽게 풀어 말하면 트럼프 강압에 순종해 전쟁에 동참하면 특별동맹 예우를 받게되어 통상압력이 누그러지고, 전작권 쉽게 넘겨주며, 우라늄 농축이나 핵잠 건조 순탄해지고, 북미대화에 한국을 주역으로 참여시켜 주지 않겠느냐는 등의 판단이고 주장이다.

그러나 이는 일방적이고 순진한 희망이고 기대일 뿐이다. 전혀 언질도 보장도 없는 추정이고 트럼프를 과신(過信) 내지는 과대평가한 맹종외교의 실책으로 그칠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다.

미국과 트럼프는 개별 현안에 철저한 자국위주 시나리오와 득실에 따라 대응한다. 설령 밀약을 통해 트럼프가 약속했다손 치더라도, 확실한 이행을 확신, 담보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에, 과연 그런 위태로운 거래에 국제적·외교적 파장과 국가의 안위, 국민적 자존심과 명분을 걸만한 대상이냐는 것이 외교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협박에 굴복해 군대를 보내면 좌충우돌 트럼프가 대만족한 나머지 잠시 상찬(賞讚)의 말을 떠벌일지는 모른다. 허나 그는 강자에겐 약하고 약자에겐 강한 근성으로 끝없이 깔아뭉개며 무시하고 벗겨먹는 조폭적 스타일이 그간의 행적에서 증명된 바 있다.

‘독불광인’(獨不狂人)으로 지탄받는 트럼프의 잠시 쾌감 외에 거시적인 외교적 이득은 희망고문으로 남을 뿐, 오히려 장기적으로 엄청난 부담과 후유증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더 설득력을 지닌다.

한-미 간에 잠시 허니문은 있을지 모르나, 한국은 아무리 비전투 영역일지라도 병력과 함정파견을 하게 되면 이란이 규정하는 전쟁 당사자이고 적국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참전의 여파가 일시적인 득(得)보다 국내외-국제적 악영향과 불이익과 위험스런 파장을 불러올 것이라는 점은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명약관화, 허다하다.

명백한 침략전쟁으로 약소국을 두들겨 팼다가 궁지에 빠진 미국과 트럼프를 위해 방패막이 뒷처리에 한국이 소모되고 말려들어 국군 젊은 장병들이 자칫 개죽음 당할 이유를 무엇으로 변명할 수 있겠는가.

 

왜 서방의 미국 동맹국들은 트럼프의 협박과 요청을 모두 묵살하는가.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그리고 캐나다, 호주 등 유럽과 서방 각국은 한국보다 미국이 더 중시하는 동맹들이다. 그들도 득실을 따져 전혀 득이 되지 않기에 외면하고 소극적인 것이다.

역시 미국이 한국보다 중시하는 동맹인 일본은 민망할 정도로 미국을 적극 추종하는 나라다. 평화헌법 규정에도 불구하고 최근 공격무기까지 수출하겠다고 팔을 걷어부치면서도, 다카이치 총리는 트럼프 요구에 헌법적 제약을 들먹이며 단호히 거절했다.

우리보다 한 단계 위 동맹국들이 대부분 안면몰수하는 형국인데, 어찌 한국만 마치 최고의 동맹노릇을 혼자 다하듯이 짝사랑이고 새가슴인가 말이다. 여전히 탈피하지 못하는 한국외교의 대미종속 악폐요, 후진적 사대외교 철학에서 비롯된 숭미(崇美)와 종미(從美)라는 말 외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트럼프가 연속 한국만을 겨냥해 때리는 것은 그 ‘약한 가슴’을 간파한 술책이라고 봐야한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압력에 굴복한다는 것은 ‘굴종’,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왜 주권국가 한국이 미국에 굴종해 불의한 전쟁에 뛰어들어야 하는가. 정권에 말못할 약점이 있고 트럼프에게 책잡힐 만한 구린데가 있다거나, 전작권 조차 맡겨놓은 종속국이니 원래 그런 수준의 나라라는 국제사회의 냉소와 멸시를 자초하고 국민적 자존심이 망가질 것을 감내할 작정이라면 혹시 모른다.

 

트럼프가 한국을 진정한 동맹으로 여기는가? 아니면 호구로 볼 뿐인가도 생각해 보자.

조변석개(朝變夕改)의 인물인 트럼트의 그간 언동을 보면, 자기가 필요할 때, 큰 득을 봤을 때만 진정한 동맹이라고 떠벌일 뿐, 전혀 참 동맹이나 전통 혈맹으로 생각하고 예우한다는 정황은 찾기가 힘들다.

FTA 일방 파기하고 관세 공갈로 3500억 달러를 뜯어냈다. 공장 지어주러 간 한국인 300명을 범죄자 취급해 감금했다. 반도체 미국공장 지으라 압박이 끈질기다. 마가(MAGA)를 이용해 선거부정과 반정부를 외치는 극우 뒷배노릇을 계속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사상 처음 무궁화 대훈장을 주고 신라금관 선물을 안기자 파안대소하며 가장 친한 척했고, 한국의 거액투자에 기뻐하며 호들갑을 떨었다. 하지만 그때 뿐이다.

관세전쟁에, 주한미군 방위비 압박, 남북대화, 어느 것 하나 ‘혈맹’의 예우를 보인 적이 없다. 오히려 이재명에 실망감을 표하며 “김정은이 가장 좋아하는 지도자”라는 이율배반의 언급을 반복하고 있지 않는가.

다시 말하지만 그는 약자와 약소국을 짓밟아 약탈하고 덤터기 씌울 대상으로 보는 냉혹한 조폭 권력적 사업가다. 이란전쟁도 그렇지만, 최근의 베네수엘라, 그리고 캐나다와 관계를 보라.  국제 외교무대에서 ‘부시의 푸들’이라는 오명 끝에 쇠락한 영국의 블레어 정권도 타산지석이다.

이재명 정권이 ‘트럼프의 푸들’이 되어 파병하면 미국이 특별동맹으로 예우하며 한미현안을 특별히 해결해 주리라는 기대는 한마디로 헛된 꿈에 그칠 것이라는 이야기다. 트럼프는 절대 그럴 위인이 아니다.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종속국 이미지만 강화할 뿐더러, 국내 분란은 물론 국민적 자존심이 엉망진창이 되어 정권 반감만 커질 악재임에 틀림없다.

 

전혀 명분도 없는 일이다.

이란전쟁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국제법을 무시한 주권국 침략과 무차별 폭격, 비인도적 살상으로 발발했고 여전히 진행중이다. 그래서 국제사회가 비난하고 서방동맹도 협조를 꺼린다. 그런데 헌법에도 명백히 침략전쟁을 부인하는 대한민국이, 더구나 셀프 쿠데타를 제압하고 빛의 혁명으로 들어선 이재명 정부가 반헌법적 침략전쟁을 거들고 나선다는 것은 어불성설의 위헌적 모순이며 낯뜨거운 일이다.

윤석열 정부가 분별없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끼어드는 바람에 러시아를 적으로 만들어 기업과 경제, 국제외교에, 특히 남북관계에 얼마나 큰 후유증이 지속되는지를 모를 바도 아니다.

한국이 이란을 적대하고 중동분쟁에 개입해 한쪽 편을 들 때, 원유수급을 비롯한 경제-무역파장과 국제적 곤경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그렇지 않아도 정권 지지기반에 이상기류가 경종을 발하고 있는데, 명분도 실리도 없는 파병문제로 갈라지고 대립할 국내정치와 민심의 분열을 자초하며 기름 붓고 부채질하겠다는 것인지, 무엇보다 청년층의 이반이 심각한 상황에, 젊은 장병들을 사지로 내몰 수도 있는 위험한 발상을 어찌 그리 쉽게 ‘긍정 검토’할 수 있는지, 이해하기가 힘들다.

 

우리가 국민주권정부에 바라는 것은, 설령 현 정권내에 다 오를 수 없는 높은 산을 향한 작은 발걸음에 불과할 지라도, ‘한국 패싱’을 걱정하는 대미 굴종과 숭미일변도 눈치외교 구태에서 탈피할 용기있는 첫걸음을 내딛으라는 것이다.

대국 의존과 예속적인 사대의식을 제발 떨쳐버리고, 스스로 국제사회 중심적, 다자적인 위상을 높여 ‘한국 퍼스트’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는데 전력투구하라는 국민적 여망이고 독려다.

 

이제는 우리 모두가 반만년 배달겨레의 홍익인간’ 민족혼을 되새겨 온세상에 웅비하고 펼쳐나갈 때가 되지 않았는가.  이재명 정부는 민족 자존과 역동적인 국민저력을 바탕으로, 근래 언필칭 자랑하고 자부하는 국력과 국민의 수준에 걸맞게 대범한 자존 자주외교에 진력해 나갈 시대적 사명을 명심하지 않으면 안된다.  구습과 구태를 과감히 벗어던지고 대한민국이 진정한 자주독립국이요 평화를 사랑하는 선진 문화대국임을 만방에 각인시키도록 노심초사, 매진해 나가기를 기대하며 거듭 당부하고자 한다. 

정부가 견마지로(犬馬之勞)를 다한다면, 국내외 동포들은 든든한 자부심과 함께 언제든 뜨거운 응원을 보낼 준비가 되어 있음을 잊지말기 바란다.                         < 편집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