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인 칼럼- 한마당] "다시 반동의 시대, 눈 부릅떠야"
마치 극적인 테러영화의 한 장면이었다. 공격헬기에서 뛰어내린 중무장 특공부대 군인들이 국회에 진입하는 숨가쁜 모습과 이에 맞서는 국회직원과 보좌관들의 안간힘이 영상에 생생하게 잡혔다. 대통령 지시대로 “국회의원들을 끌어내기 위해’ 본회의장으로 침투하려고 유리창을 ‘깨부수는’ 섬찍한 장면도 국민들이 직접 보았다. 나중 열린 상임위에서 군인들의 양심적 증언도 있었다.
풍전등화의 위기에서 국회가 만의 하나, 비상계엄 해제안을 처리하지 못했다면 어찌 되었을까. 아무리 많은 국민들이 민의의 전당인 국회침탈 장면을 직접보았다며 피눈물로 증언해도 성공한 총칼 앞에서는 허공에 부르짖는 신음소리에 그치고 말았을 것이다.
내란범과 음모 세력은 눈엣가시 정치인과 언론인, 심지어 판사까지 체포조를 동원해 붙잡으려 했고, 국회의원들을 끌고가 지하벙커에 감금할 작정이었다. 병원에 병상 확보와 수혈준비, 구치소엔 감방 먀련까지 지시한 것도 드러났다. 실제 유혈사태를 예비한 것이다. 선관위는 총선을 무효로 돌리려는 서버자료 탈취작전이 벌어졌다. 전국 지자체는 포고령 발령 이후 계엄군에 행정이양을 대비한 것도 밝혀졌다.
군 통수권을 적국이 아닌 자국민 제압용으로 발동한 친위 쿠데타의 전말이 양파껍질처럼 드러날 때마다, 등골이 오싹하고 손바닥에 땀이 배어난다. 40여년 전 수많은 국민이 나라를 걱정하다 무도한 독재자의 권력욕에 짓밟혀 총칼에 목숨을 잃거나 반신불수가 되고 철창에서 고난을 겪었다. 신문 방송은 군 검열관의 통제하에 천편일률의 홍보기사로 채워졌다. 비판과 반론의 도전은 지하실 몽둥이 물고문에 목숨을 각오해야 했던, 살벌한 시절로 되돌아갈 뻔 했다는 이야기다.
천만다행, 내란수괴로 전락한 대통령 윤석열과 공범들의 처벌이 시작됐다. 국민 75%가 탄핵하라는 분노의 함성 속에 국회가 탄핵안을 가결해 ‘수괴 대통령’의 직무를 정지시켰다. 헌법재판소는 즉각 내란수괴 파면여부 심리에 착수했다. 반란소동이 일단락 되어 정상을 찾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과연 순탄하게 정상으로 돌아가는 것일까.
국회 탄핵안은 겨우 4표가 넘어서 가까스로 가결됐다. 여당 108명 가운데 85명은 확실하게 반대했다. 그들은 “계엄이 뭐가 문제냐, 합법적인 통치행위였다.”고 우겨댄다. “정권을 야당에 헌납할거냐”고 일부 소신파들을 윽박 지른다. 탄핵 찬성 입장이던 당대표를 쫓아내고, 찬성표 12명 색출에 나서 “쥐새끼들”라고 욕하며 탈당과 제명요구 등 마녀사냥을 하고 있다.
“끝까지 싸우겠다”고 오기를 과시한 ‘헌법 파괴범’ 내란수괴와 입을 맞춘 것처럼, ‘의회주의’의 폭파위기를 겪은 국회의원들이 불법을 합법이라고 자기부정을 하며 사죄 기색 전혀없이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나섰다. 법적 권한이 없는 ‘정치검찰’의 수상한 수사 독주. 구속된 주범 국방장관이던 자는 “내란 수사가 내란”이라고 궤변을 꺼내며 돌연 진술 거부를 시작했다 한다. 광장에서는 극우 단체와 종교인 등이 목청을 높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헌재의 주심 재판관이 ‘내란수괴’가 임명했던 극보수 인물로 정해졌다는 뉴스까지 나오면서, 이상해진 분위기에 국민적 공포가 다시 불거지는 상황이다. 그야말로 반동(反動)의 시기, 정의와 진실과 역사를 거꾸로 돌리려는 내란동조 세력의 파렴치한 판뒤집기 시도가 본격화했다는 불안이다.
무려 100년에 가까운 반동기(反動期)로 나라와 국민이 고초를 겪은 프랑스 혁명의 사례를 들 것도없다. 우리의 민족 수난사 역시 그 반동의 환란이 불과 최근까지도 수없이 반복됐다. 해방 후 친일 매국노와 부역자를 처벌하려던 ‘반민특위’가 독재권력의 반동적 훼방으로 무산된 일, 4.19 민주혁명이 1년 만에 군사쿠데타로 무위에 그친 사실, ‘서울의 봄’과 5.8 항쟁이 전두환의 군홧발에 무참히 짓이겨진 역사, 그리고 6.10 시민항쟁이 ‘6.29 기만선언’으로 물타기 되었고, 노무현의 참여 민주주의가 탄핵위기를 겪었으며, 광우병 촛불은 명박산성과 종편허가 등이 말해주는 수구적 우경화 공세로, 2016년 촛불혁명은 잠시의 민주시대 방심에 괴물 항명검사가 치받고 나와 검찰독재와 파시즘적 군주를 꿈꾸는 상황을 맞았다. 마침내 친위쿠데타로 본색을 드러냈다가 실패한 것인데, ‘본심’을 바꿀 생각이 없는 주범은 물론 그 동조 비호세력이 궁지에 몰린 쥐떼 처럼 발악을 시작한 것이다. 불행히도 그들에게는 국민이나 나라와 민족, 역사·정의·상식 등은 안중에 없다. 오로지 권력과 이권, 일가의 안위와 호사(豪奢)가 정의이고 목적인 부류들이다. 그래서 ‘수구 반동’이 성사됐을 경우 역사 왜곡은 물론 엄청난 국가적 난맥을 초래하곤 했던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선진과 후진의 기로에 서 있다. 만에 하나 내란세력이 되살아난다면, 지난 2년반 남짓에 무너져 내린 국가적 퇴행과 손실은 급속히, 몇 배 더 심각한 풍파로 덮칠 것이며, 앞으로 수년 수십 년의 암흑기를 거쳐야 할지도 모른다. 거듭 강조하지만 그들이 저질러 온 막가파식 반동의 폐해와 지난 민족사, 그리고 세계사가 증명하고도 남는다.
탄핵을 추동한 수백만 민주시민과 든든한 청년 학생들의 애국 열정에서 불퇴전(不退轉)의 저력과 도약의 미래 희망을 보지만, 끈질긴 반동세력에 낙관은 금물이다. 내란은 끝난 게 아니다. 부릅뜬 눈으로 감시하며 목줄을 단단히 움켜쥐지 않으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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