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한덕수, 24일까지 내란 특검법 공포 안 하면 책임 물을 것”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2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24일까지 (내란) 상설특검 후보 추천 의뢰, 내란 일반특검법 공포가 이뤄지지 않으면 그 즉시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22일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31일까지 기다릴 합당한 이유도, 명분도 찾을 수 없다. 늦어도 24일까지 특검법을 수용하고 공포할 것을 재차 촉구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국무총리실이 국회를 통과해 정부로 이송된 12·3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을 거부권 행사 시한 하루 전날인 12월31일까지 검토하겠다며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자, ‘24일’로 날짜를 못박고 이를 넘기면 한 대행을 탄핵소추하겠다고 압박 수위를 높인 것이다.

박 원내대표는 “나라가 망하든 말든, 국민이 죽든 말든, 내란 수괴의 화려한 복귀를 꿈꾸는 것이 아니라면 즉시 특검법을 공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박 원내대표는 “한덕수 권한대행은 현재 공석인 헌법재판관 3인 임명 절차에도 적극 협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국회는 23일과 24일 국회 추천 몫 (후보자) 3인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거쳐 주중에 임명동의 절차를 마무리할 것”이라며 “(대통령이 아닌) 국회 추천 몫인 만큼, 총리가 형식적 임명 절차를 거부하거나 늦출 아무런 명분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총리실 관계자는 “(특검법에 대해) 여러 가지 의견을 검토 중”이라고만 말했다. < 한겨레 고한솔  기민도 기자 >

 

“한덕수, 내란특검 즉각 공포하라”…국무총리 공관으로 향하는 시민들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복궁 동십자각 인근에서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이 연 ‘내란공범 한덕수 거부권 긴급 규탄대회’ 참가자들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규탄하며 삼청동 총리공관 방향으로 행진에 앞서 응원봉을 흔들고 있다. 연합
 

“내란 특검 즉각 공포하라” “내란 공범 한덕수가 거부권이 웬 말이냐”

주말을 앞둔 20일 저녁 서울 종로구 동십자각 앞에서 출발한 응원봉 든 시민의 행진은 삼청동 국무총리 공관에 멈춰서 구호를 이어갔다. 외침의 방향은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을 넘어 대통령 권한대행 한덕수 총리를 향했다.

1500여개 시민사회노동단체가 모인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은 이날 ‘내란 공범 한덕수 거부권 긴급 규탄대회’를 열었다. 비상행동이 지난 월요일 이후 잠시 멈췄던 평일 저녁 집회를 연 건 국회를 통과한 법안에 대한 거부권은 행사하는 반면, 시민의 압도적인 지지를 바탕으로 국회를 통과한 내란·김건희 특검법 공포에 대해선 적극적인 입장을 내지 않는 한 대행을 규탄하는 목소리를 전하기 위해서다.

이날 집회에 나온 직장인 양가인(29)씨는 “(한 대행은) 국민이 뽑은 적도 없는 사람인데, 국민이 뽑은 국회에서 통과시킨 법안들을 너무 적극적으로 거부해 어이가 없었다”며 “(12·3 내란사태 당시) 국무회의에 참석해 내란 동조자나 다름없는 사람이 거부권을 남발해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집회에 나왔다”고 말했다. 한 대행은 19일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농업 4법’(양곡관리법·농수산물유통및가격안정법·농어업재해대책법·농어업재해보험법)과 국회법·국회증언감정법 2개 법안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심의·의결한 바 있다.

시민들이 한층 더 우려하는 건 특검법 거부권 행사 기한, 헌법재판관 임명 등을 앞둔 한 대행의 앞으로 움직임이다. 경복궁 앞에서 친구를 만나러 왔다가 한 대행 규탄대회가 열린다는 말을 듣고 참여한 추민아(35)씨는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을 빨리 처리해도 모자랄 판에 시간을 끌려는 꼼수가 눈에 보인다”고 말했다. 은희주(39)씨도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소추안이 인용되려면) 헌법재판관 임명이 중요한데, 거부권 행사를 보면서 (임명하지 않겠다는) 포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나왔다”고 말했다. 한 대행이 대통령실에 대한 수사기관의 압수수색 영장 집행을 허가에 나서지 않는 등 ‘내란죄 피의자’ 윤 대통령을 감싸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시민의 불안을 자극하는 요소다.

시민들은 한 대행이 정치인이 아닌 공무원으로서 국민 뜻에 따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회를 통과해 정부로 이송된 12·3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 시한 전날인 12월31일까지 검토하겠다는 국무총리실 쪽의 미온적인 태도를 향한 비판이다. 김동한(71)씨는 “2개 특검법을 만지작거리는 것 자체가 권한대행 본분을 착각한 것”이라며 “오랜 시간 공직 생활을 해온 한 대행은 공무원으로서 국민만 바라보고 특검법 등을 공포할 의무를 가졌다”고 말했다.  < 임재희 기자 >

 

"헌재는 민심 받들어 내란범 철저히 단죄하라"

"국회 승리 축하 넘어 본격적인 투쟁 돌입하자"
중3 학생 "윤석열 탄핵보다 더 높은 목표 세워야"
23~27일 매일 저녁 헌재 앞 '윤석열 파면' 집회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윤석열 파면! 국힘당 해산!'을 위한 120차 촛불문화제 12월 전국집중촛불'이 열렸다. 2024.12.21. 이호 작가
 

헌법재판소 앞은 혹한에 아랑곳없이 파란 풍선과 '윤석열을 파면하고 구속하라'고 쓰인 빨간 손팻말을 든 시민들로 가득 찼다. 1주일 전 대통령 윤석열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지 1주일 만에 열린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은 헌법재판소에 윤석열에 대한 파면 결정을 노도의 함성으로 촉구했다. 이들은 응원봉과 풍선으로 영하 3도의 추운 날씨를 녹이며 "헌법재판소는 윤석열을 즉각 파면하라" "내란범을 철저히 단죄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7만여 명(주최 측 추산)이 모여 헌재의 탄핵 결정 때까지 계속될 '윤석열 탄핵 만민공동회'를 대대적으로 개막했다.   

촛불행동은 21일 오후 4시 30분 서울시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윤석열 파면! 국힘당 해산! 120차 촛불문화제 12월 전국집중촛불'을 개최했다. 시민들은 집회 장소 건너에 있는 도로까지 가득 메워 탄핵 열기에 불을 지폈다.

먼저 탄핵소추안 가결을 축하하는 시간을 가졌다. 전국촛불행동 김민웅 상임대표는 "비상계엄의 시간을 이겨낸 우리가 앞으로 역사를 만들어야 한다"며 "우리는 탄핵을 성공시켰다. 뜨겁게 환호하고 박수치자. 무엇보다 응원봉을 들고 온 청년들을 환영하며, 이들의 미래를 위해 기쁨의 환성을 지르자"고 집회의 문을 열었다.

그는 "앞으로 100일은 더 복잡한 정세가 펼쳐질 수 있다"며 "탄핵 가결의 기쁨은 넘어가고 이제 본격적인 투쟁에 돌입해야 한다. 직무는 정지됐지만 윤석열은 제2의 음모를 꾸밀 시간을 벌고 있다. 내란은 현재 진행형"이라고 말했다.

윤석열에 대해 내란죄 외에 '외환유치죄'를 함께 적용해야 한다는 발언도 나왔다. 외환유치죄란 외국과 통모해 대한민국에 대해 전단(전쟁의 시작)을 열게 하거나 외국인과 통모해서 대한민국에 항적하는 죄를 말한다. 

 

더불어민주당 정동영 국회의원이 촛불집회에서 "내란죄보다 치명적인 죄가 외환유치죄"라고 말했다. 2024.12.21. 이호 작가
 

더불어민주당 정동영 국회의원은 외환유치죄에 대해 "내란죄보다 치명적인 죄가 외환유치죄"라며 "외부로부터 대한민국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것이다. 북한을 자극해서 비상계엄을 선포하려고 한 것도 외환유치죄"라고 했다.

이어 "김용현 전 장관이 국방부 장관으로 취임한 후 집중적으로 북에 무력 충돌을 유도했다"며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이 도발하면 몇 배로 응징한다고 했다. 비상계엄이 선포됐다면 이 나라의 운명이 어떻게 됐을지 생각만 해도 소름 끼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과 한덕수 권한대행에 대한 비판도 거셌다. 청주촛불행동 이해성 공동대표는 "국민의힘이 헌법재판관 추가 임명을 저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한덕수 권한대행은 6개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며 "내란특검법과 김건희특검법도 거부권 행사를 하겠다는 예고"라고 비판했다.

그는 "내란에 동조하고 가담한 모든 자들을 철저히 단죄하고 내란을 뿌리까지 뽑아야 한다"며 "윤석열과 김건희를 그대로 두면 다시 내란을 시도할 것이다. 또 '내란의힘'이 된 국민의힘은 반드시 해산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학생진보연합 노래 동아리가 촛불집회에서 캐럴을 개사해 "윤석열, 김건희 없어져라 메리크리스마스"라고 노래를 불렀다. 2024.12.21. 이호 작가
 

캐럴 경연대회 시간도 있었다. '대학생진보연합 노래 동아리'와 '영등포 물주먹'은 캐럴을 개사해서 "윤석열, 김건희 없애줘야 메리크리스마스"라고 노래를 불렀다.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도 함께 따라 부르며 즐거워했다.

이후 시민 자유발언이 이어졌다.  특히 자신을 '중학교 3학년'이라고 소개한 학생은 "윤석열 탄핵이 우리의 목표가 되어선 안 된다"며 "더 높은 목표를 세워야 한다. 지금처럼 서로를 알아가고, 인정하고, 보듬어줘야 한다. 우리나라의 뿌리 깊은 문제를 해결하자"고 말해 시민들로부터 많은 박수를 받았다.

자신을 '평범한 시민'이라고 소개한 한 여성은 "이제는 국민의힘이 부끄러워해야 할 때"라며 "헌법재판소에 부탁한다. 피로 쓰인 민주주의와 견고하고 신성한 법을 더럽히지 마라"고 말했다.

한편 촛불행동은 오는 23일부터 27일까지 매일 오후 7시에 서울 종로구 열린송현 녹지광장에서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토요일인 28일에는 121차 촛불집회가 열린다.    < 민들레 김민주기자 >

 

촛불집회장 건너편에까지 시민들이 모여 있다. 2024.12.21. 이호 작가

 

영하 11도 속 헌재로 간 30만명 외침…“상식적 판단 믿습니다”

 

 

 
시민들이 21일 오후 서울 도심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체포·퇴진! 사회대개혁! 범시민대행진’에 참여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국민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상식에 맞는 판단만 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24살 이나래씨)

“재판관님들도 국민이고 나라를 위하는 마음일 거잖아요. 잘 결정하시리라 믿어요.”(65살 김아무개씨)

“빨리 탄핵이 되면 좋겠어요.”(14살 이준호군)

끝이 보이지 않는 행진 인파 사이에서 헌법재판소를 바라보며 각기 다른 일상을 살아 온 시민들이 한 목소리로 기대와 바람을 전했다. “탄핵” “파면”을 외치는 구호가 케이팝과 함께 한겨울 서울의 찬공기를 갈랐다. 교통 체증에 갇힌 버스를 타고 있던 시민들은 창을 열고 손을 흔들었고, 길을 걷던 시민은 멈춰서서 사진을 찍으며 환호성을 질렀다.

21일 오후 서울 도심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체포·퇴진! 사회대개혁! 범시민대행진’(범시민대행진)에 시민 30만명(주최 쪽 추산)이 모여들었다. 국회 앞에서 탄핵안 가결을 이뤄낸 시민들은 1주일만에 서울 광화문과 종로 일대를 걸으며 윤대통령의 조속한 탄핵과 엄정한 수사를 촉구했다. 탄핵안이 가결된 기쁨도 잠시, 지난 한 주 이어진 윤대통령과 여당,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모습에 대한 분노가 거셌다. 다만 다채로운 깃발을 들고 새참을 나누고, 각자 만든 손팻말을 흔들며 “유쾌하게 이기겠다”는 마음만은 잊지 않았다.

시민들이 21일 오후 서울 도심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체포·퇴진! 사회대개혁! 범시민대행진’에 참여하고 있다. 김가윤 기자

이날 행진에 앞선 집회 무대에 오른 강솔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는 “윤대통령은 담화와 변호사 기자회견을 통해 끊임없이 갈라치기를 시전하고 있다”며 “한덕수 대통령 권한 대행은 더이상 책임회피를 하지 말고 내란 특별법 공포 와 헌법재판관 지명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대통령이 수사기관의 출석 요구와 압수수색, 헌법재판소의 문서 송달에 전부 불응하고 있는 가운데, 한 대행은 이에 대해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내란사태에 대해 국민의힘의 사과 또한 없었다.

행진에 참여한 김아무개(52)씨는 “탄핵안 가결이 된 상황에서도 수사에 불응하는 모습을 보면서 여전히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르는 것 같아 화가 더 난다”고 했다. 박아무개(53)씨는 “자신들이 만든 대통령의 벌인 일에 사과는커녕 아직도 이해득실만 따지는 국민의힘에도 화가 난다”며 “이 기회에 보수 세력이 재정비해서 민주주의를 함께 지켜주길 바란다”고 했다.

다양한 모습으로 거리에 나선 시민들은 이날도 간식과 먹거리, 방한용품, 공간을 나누며 거리에 함께 서 있다는 사실을 체감했다. 집회 현장에는 여지없이 ‘방구석 베짱이 연합’, ‘후딱 탄핵하고 잠이나 자고 싶은 시민 연합’ 등 다채로운 깃발이 나부꼈다. ‘마스크 무료나눔’ 손팻말을 든 김아무개(25)씨는 “춥고 독감이 유행하는 데다 얼굴을 가리고 싶은 젊은 여성들에게도 필요할 것 같아 마스크를 나누러 나왔다”며 “윤 대통령이 서둘러 탄핵 돼 민주주의가 바로잡혔으며 좋겠다”고 했다.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교사들은 ‘무지개떡’을 나눴고, 산타 복장을 한 청년 노동자들은 과자가 담긴 선물 꾸러미를 전했다. 이태원 유가족들은 적선현대빌딩 1층에 있는 추모공간 ‘별들의집’을 이날 영유아와 보호자들의 쉼터로 꾸몄다.

시민들이 21일 오후 서울 도심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체포·퇴진! 사회대개혁! 범시민대행진’에 참여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각자의 자리에서 내란의 밤 느낀 공포, 그 앞에 함께 싸운 시민 모습을 떠올리며 ‘탄핵 이후’에도 이어져야 할 민주주의 모습을 생각했다는 이들도 많았다. 한국옵티컬 농성장에서 고공 농성을 했던 소현숙씨는 “계엄선포를 보고 당장 끌려내려갈지 모른다는 생각에 두렵고 무서웠다”며 “윤석열을 탄핵하는 건 모든 노동자의 생명과 존엄을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장애인 위유진씨도 집회 무대에 올라 “국가에 의한 갑작스런 폭력은 중증 장애여성인 나에게 커다란 위협이었다. 그날 밤 망설임 없이 국회 앞 달려간 시민들 덕분에 나는 지금 여러분과 함께 여기 살아있다”며 “탄핵은 경유지이지 종착지가 아니다. 모든 존재가 지워지지 않는 민주주의 사회를 위해 싸우자”고 했다.

시민들이 21일 오후 서울 도심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체포·퇴진! 사회대개혁! 범시민대행진’에 참여하고 있다. 김가윤 기자.

행진 대열은 저녁 6시께 헌재를 지나 명동에 도착했다. 어느덧 어둑해진 거리에서 집회 참여 시민과 거리를 지나가던 시민의 경계도 허물어졌다. 응원봉이나 손팻말을 준비하지 못한 채 행진 대열을 만난 시민들은 휴대전화 손전등을 켜고 ‘파이팅해야지’ 등 케이팝 노래에 맞춰 몸을 흔들며 윤대통령의 탄핵, 그를 통한 다채로운 민주주의 회복을 함께 요청했다.                   < 한겨레  정인선  김가윤 기자 >

 

전두환을 사면한 DJ의 실책 되풀이해선 안돼

내란수괴 윤석열의 내란은 진압됐지만, 그 내란은 여전히 진행 중

 

12.12및 5.18 사건과 전직 대통령 비자금 사건에 연루돼 수감중이던 전두환 전대통령이 22일 오전 정부의 특별사면 조치로 석방, 출감하면서 그동안의 수감생활과 사면조치등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1997.12.22 [연합뉴스 자료사진]
 

한덕수와 국힘의 내란은 현재진행형이다

내란수괴 윤석열의 내란은 진압됐지만, 그 내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내란 수괴 윤석열 탄핵은 되었지만 그 여정은 전혀 끝나지 않았다. 한덕수 권한대행은 겨우 권한대행이면서도 '간 크게도' 거부권을 행사하였다. 내란공범 국힘은 내란수괴 윤석열을 결사 비호하면서 절대 다수 국민들의 속을 부글부글 끓게 만들고 있다.

그러나 초조해해서는 안 된다. 조급해서도 안 된다. 아니, 이럴 때일수록 멀리 크게 생각해봐야 한다. 지금 한덕수든 국힘이든 계속 자신들의 죄업을 켜켜히 쌓고 있는 것이다. 한덕수와 국힘은 국민을 분열시키면서 내란을 계속 선동하고 있다. 이번에 저들이 계속 죄업을 마음껏 충분히 쌓도록 하자. 그리고 차고 넘치도록 쌓인 그 죄업들을 반드시 철저하게 책임지워야 한다. 차분히 대응하면서 이번 기회에 발본색원해야 한다.

대통령 사면권은 폐기되어야 한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지나간 역사를 생각해봐야 한다. 최근 시민언론 유상규 에디터는 “전두환의 자연사가 윤석열 내란을 불렀다”는 글을 썼다. 필자는 그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DJ는 대통령에 당선되자마자 당선자 신분으로 당시 대통령이던 김영삼에게 전두환 사면을 건의하였고, 곧바로 전두환은 사면되어 석방되었다.

물론 박정희 독재시절부터 몇 차례나 생사 고비를 넘기면서 DJ는 오히려 그들을 끌어안아야 한다는 ‘비범한’ 철학을 가슴 속에 품게 되었을 수 있다. 그러나 전두환의 경우 결코 사사로운 개인의 감정에 의해 용서하고 사면해줄 수 있는 그러한 대상이 아니었다. 그것은 전두환에게 무참하게 학살당한 광주시민들의 피맺힌 한을 풀어줄 수 있는 기회를 무력화시켜버린 조치였고, 동시에 이는 전두환에게 응당한 죄과를 단죄함으로써 이 나라가 민주주의의 확고한 길로 가는 시대적 과업을 철저하게 좌절시키는 것이었다.

전두환이 단 한 번이라도 자신의 죄를 사과한 적이 있었는가? 그런 자를 왜 사면해주었는가? 그러니 정의는 무너지게 되었고, 오늘 윤석열과 같은 내란이 가능해진 것이었다.

필자는 이런 과오가 되풀이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대통령 사면권 폐기를 주장한다. 사실 대통령 사면은 대부분 정략적으로 행사되고 있다. 그것은 법치에 대한 근본적인 부정이다. 특히 탄핵된 대통령에 대한 사면은 더더욱 폐기되어야 할 것이다. 최소한 대통령 탄핵조건인 국회 재적의원 2/3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사면할 수 있도록 규정해야만 한다. 국민들이 간난신고 끝에 그토록 어렵게 이뤄낸 탄핵을 대통령 한 사람이 사사롭게 한 순간에 사면해준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박정희 전두환을 살린 DJ의 역사적 실착

DJ는 박정희 대통령 기념관 건립에 필요한 자금 200억 원이 넘는 국가보조금을 집행해 주기도 했다. 심지어 박정희 대통령 기념관 건립의 명예회장까지 맡아 기념관 건립이 제대로 추진될 수 있도록 성원해 주기도 했다. 그러나 박정희가 이 나라 역사에 끼친 부정적인 역할은 너무나 크다. 결코 보수 같지도 않은 이 나라 ‘보수 참칭’의 뿌리는 분명하게 박정희다. 그러한 박정희를 사사로운 감정으로 결코 ‘용서’할 수는 없는 일이다. 1990년대 중반 DJ는 박근혜에게 화해와 관용의 손길을 내밀며 정치에 입문하기 전이던 박근혜를 자당에 영입하려 한 적도 있다.

한덕수는 DJ 정부에서 경제수석을 지냈다. 가장 기회주의적이고 보수 본당인 인물을 경제수석으로 기용했으니 당시 진정 국민을 위하고 개혁적인 경제정책이 나올 리 만무였다.

내란수괴 윤석열은 절대 사면 없어야 

전두환과 박정희 그리고 박근혜에 대한 DJ의 개인적 노력의 결과는 전두환, 박정희, 박근혜와 그를 옹위하는 세력을 조장해주는 역할 외에 아무 것도 아니었다. 전두환과 박정희 그리고 박근혜를 살린, 그래서 이 땅의 ‘참칭 보수’를 살린 DJ의 실책을 거울로 삼아야 한다. 그것을 결코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특히 전두환 사면에 대해 DJ는 그것이 정치보복의 단절이라고 했지만, 그것은 결코 정치보복의 차원으로 볼 문제가 아니었다. 그것은 친일파 청산의 방기와 더불어 우리 민주주의 역사에서 핵심적인 터닝 포인트였다.

1998년 10월 7일 DJ는 일본을 방문하여 아키히토(明仁) 일왕에게 ‘천황 폐하’라고 부르며 깍듯이 예우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천황 폐하 내외분” “천황 폐하가 한국을 방문하게 되길…”이라며 극존칭을 썼다. 그러면서 우리가 ‘일왕’이라는 호칭을 고집하는 것은 열등감의 발로라고 하였다. 하지만 그러한 “진정성 있는 개인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그 뒤 지금까지 반성은커녕 사과조차 전혀 없다.

물론 DJ가 남긴 정치적 성과는 누구도 쉽게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박정희와 전두환, 박근혜에 대한 DJ의 접근 방식은 역사의 물줄기를 그릇되게 바꿔놓은 커다란 실책이며 과오이다. 전두환, 박정희의 죄과에 대한 단죄는 원칙대로 이뤄졌어야 했다. 진보 진영에 있어 DJ의 사상과 노선은 여전히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그러므로 지금 이렇게 DJ의 부정적 측면을 지적하는 것은 그러한 오류를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우리 모두 분명히 약속해야 할 중요한 한 가지 사실이 있다. 바로 단 한 순간도 반성이 없는 내란수괴 윤석열을 영원히 사회와 격리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절대 그러한 자에게 사면과 같은 혜택이 다시는 나오지 말아야 할 일이다. < 소준섭 전 국회도서관 조사관 >

 

"윤 탄핵, 한국 민주주의 견고함 입증"


"군사독재서 진정한 민주주의로 진화"
"윤석열, 대한민국과 온두라스 혼동,

푸틴의 PT 독재 복원처럼 시대착오"
"일본 공포 통치에 대한 한국민 증오
미국, 얼마나 깊은지를 이해 못 해"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복궁 동십자각 인근에서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이 연 '내란공범 한덕수 거부권 긴급 규탄대회'에서 참가자들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규탄하며 삼청동 하고 있다. 2024.12.20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판결하는 데 (최장) 6개월이 걸리지만, 불가피하게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가까운 장래에 역사의 쓰레기통에 던져질 것이다."

'한국전쟁의 기원'의 저자로 유명한 브루스 커밍스(81) 시카고대 석좌교수는 '한국 가부장제의 가을'이란 미국 주간지 <더 네이션> 19일 자 기고에서 이렇게 예상하고 앞으로 진행될 헌재의 탄핵안 심판을 통해 윤 대통령이 파면되고 탄핵에 반대한 국민의힘도 뒤를 따를 것으로 봤다. 커밍스는 "윤석열 탄핵은 한국 민주주의의 견고함을 드러내는 증거다"라고 강조했다.

커밍스 교수는 "지금 우리가 확신할 수 있는 유일한 건 윤 대통령에게 보통 시민의 삶은 더는 없을 것이란 점"이라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처럼 "감옥에 있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브루스 커밍스 미국 시카고대 교수가 서울에서 열린 국제학술포럼에 참가했다. 2019. 03. 29 [연합뉴스 자료사진]
 

"윤석열, 대한민국과 온두라스 혼동,

푸틴의 PT 독재 복원처럼 시대착오"

그는 21세기 대한민국에서 군을 불법 동원해 친위쿠데타를 벌인 윤 대통령을 제정신이 아니라고 봤다. 커밍스 교수는 "윤석열은 서울과 테구시갈파, 세계 12대 경제국인 대한민국과 2022년에 바나나 560톤을 생산한 온두라스를 혼동하는 것 같다"고 논평했다.

이어 "윤석열은 또한 한국에서 마지막 계엄령이 선포되고도 45년이 지나지 않은 듯한, 괴기한 시간 왜곡(time warp) 속에서 사는 듯하다"며 "이는 (러시아 대통령인) 블라디미르 푸틴이 프롤레타리아 독재 복원을 선언한 것처럼 시대착오적이다"라고 비판했다.

커밍스가 보는 윤석열은 "워싱턴과 도쿄의 꼭두각시이길 즐기는 첫 한국 대통령"이다. 그래서 중국 봉쇄를 위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한·미·일 군사 동맹화를 뒷받침하고자 참혹했던 일제의 식민지 과거사에 앞장서서 면죄부를 주는 친일 굴종 외교를 벌였다고 봤다.

이와 관련해 커밍스는 "이 3자 도박은 윤의 인기가 추락하는 데 크게 이바지했으며, 그의 무능한 계엄령 선포 이전에 이미 최악의 20%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었다"면서 "바이든이 자랑하는 3자 협력은 야당이 집권하면 깨질 것 같다"라고 예상했다.

 

인천지역 진보정당과 시민단체들이 지난 15일 인천시 부평구 부평공원 강제징용노동자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제 강제동원 피해 배상 문제에 대한 정부 해법을 비판하고 있다. 2023.3.15. 연합
 

"일본 공포 통치에 대한 한국민 증오

미국, 얼마나 깊은지를 이해 못 해"

이 대목에서 커밍스는 한국민의 반일 정서 문제를 다뤘다. 그는 "1948년까지 3년을 지속했던 미군정은 일본에 부역한 거의 모든 한국인을 고용했고, 특히 군과 경찰 같은 명령으로 움직이는 세력을 손에 넣었다"며 "이는 반일 정서를 대대적으로 증폭시켰고 그 이후 한국인의 삶 저변을 흐르는 가장 강력한 정서 중 하나가 됐다"고 진단했다. 이어 커밍스는 일제 강점기의 군대 위안부와 강제동원 노동자를 예로 들며 "또한 일본이 식민 지배에 대한 보상 방법을 정직하고 진지하게 찾은 적이 전혀 없었던 점이 반일 정서를 더 강화시켰다"라고 지적했다.

한일 관계를 바라보는 미국의 시각도 비판했다. 커밍스는 "미국은 일본의 공포 통치에 대한 한국민의 증오가 얼마나 깊은지, 이해하거나 신경 쓴 적이 전혀 없었다. 미국 외교정책 입안자들은 늘 한국이 일본의 비위를 맞추기를 원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1967년 본인이 미국 평화봉사단의 일원으로 방한했을 때 당시 주한미대사관 외교관이 한국인은 지난 일은 다 잊고 '동쪽의 친절한 사람들'(일본)과 단합해야 한다는 점을 주지시키려 했다고 회고했다.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벌어진 국가폭력의 참상. 연합뉴스 자료사진
 

"군사독재서 진정한 민주주의로 진화"

"한국 민주주의 견고함, 회복력 존경"

윤석열의 12·3 불법 친위쿠데타와 목숨 건 한국 시민들의 저지 과정에서 젊은이들, 특히 여성들의 적극적 참여, 그리고 100만 명이 넘는데도 폭력의 낌새도 없었던 대규모 평화 시위 등을 거론하면서 "한국 민주주의의 견고함과 회복력은 존경할 수밖에 없다"고 격찬했다.

그러면서 "나는 한국이 수십 년의 군사독재에서 진정한 민주주의로 진화한 가장 성공적 사례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그 뒤를 대만이 쫓고 있지만, 한국은 탄핵과 계엄령을 겪지 않아도 됐던 대만보다 더 큰 고난을 극복하고 민주주의를 쟁취한 점에 주목했다. 커밍스 교수는 "아마도 잘 알려지지 않은 건 한국군의 역할이다. 이들 중 98%는 윤의 포고령을 따르는 걸 거부했다"면서 윤석열의 내란 실패 요인으로 불법 명령에 대한 군인들의 불복종을 꼽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윤 대통령은 이날 간호법 제정안에 대해 법률안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했다. 2023.5.16. 연합
 

탄핵 시위에 젊은 여성 '진출' 주목

유교 가부장제 퇴락과 연관 짓기도

한편 커밍스는 윤석열을 유교 가부장제의 상징적 인물로도 묘사했다. 커밍스는 "무표정한 얼굴에, 집에서 염색한 새까만 머리를 하고 지나치게 격식을 차리며 꼿꼿하게 서 있는 윤석열은 잘 차려입은 유교 가부장제의 대표다"라면서 "또한 거버넌스와 관련해 그는 부하에게 명령할 때마다 튀어 오길 바라는 상명하복 접근법으로 유명하다"고 소개했다.

그 연장선에서 커밍스는 이번 내란 저지와 탄핵 시위 과정에서 목도된 수많은 젊은 여성들의 '진출'과 '승리'를 윤석열로 상징되는 조선조 이래 600년을 이어져 온 유교 가부장제의 '퇴락'과 연관 짓기도 했다. 커밍스는 "윤석열 자신이 터무니없이 쓸모없는 과거로 돌아갔더라면, 그의 대통령직은 한국의 젊은이들 특히 여성들에겐 사라져가는 과거의 유물처럼 비쳤을 것이다"라면서 "한국에서 세대 격차는 크게 벌어진 깊은 틈이다"라고 덧붙였다.  < 민들레 이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