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 과실치사상·군형법상 명령위반죄 적용

특검팀 "부하들에게 진술 회유 시도하고 있어"
'모른다'고 발뺌하던 휴대전화 비밀번호 제출 

이제와서…임 "비밀번호 발견해 특검에 제공"
국회서 계속 위증…수색사진 보고도 '모르쇠'

이종호와 채상병 사건 1년 전부터 알고있었다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맨왼쪽)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군사법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선서하고 있다. 2025.10.17. 연합
 

채 상병 순직사건을 수사하는 이명현 특별검사팀(해병 특검팀)이 사고 당시 채상병 소속 부대 지휘관이었던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섰다.

 

정민영 특별검사보는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특검 사무실에서 정례브리핑을 열고 "특검은 2023년 7월 19일 호우피해복구작전에서 순직한 채상병 사망 관련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 피의자 임 전 사단장에 대해 오늘 오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정 특검보는 "특검은 출범 이전 검찰과 경찰 단계서 진행된 기존 수사 내용에 더해 이 사건 관계자들에 대한 광범위한 수사를 이어왔다"며 "그 결과 임 전 사단장 등의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와 관련해 특검 수사 이전에는 밝혀지지 않았던 중요한 사실관계들을 추가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검은 추가수사를 통해 확보한 증거와 진술을 토대로 임 전 사단장 등에 대해 채상병 사망 관련 업무상 과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고 군형법상 명령 위반에 해당하는 범행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 특검보는 이어 "또 해병대 관계자들에 대한 추가 수사 과정에서 임 전 사단장이 사건 발생 직후부터 부하들에 대한 진술 회유 등을 시도하고 있고 심각한 수사방해 행위를 반복하고 있다고 판단했다"며 "특검은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범행 중대성 및 증거인멸 우려가 큰 임 전 사단장을 구속 상태에서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정민영 특검보가 7일 서울 서초구 순직해병특검팀 브리핑룸에서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5.7.18. 연합
 

해병 특검팀은 임 전 사단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업무상 과실치사상, 군형법상 명령위반죄를 적용했다. 특검팀은 사건 발생 장소인 경북 예천을 포함해 포항, 화성 등에서 여러 차례 현장조사를 실시하고 해병대 1사단 근무 장병들과 지휘관 80명을 조사해 사실관계를 재구성했다. 

여태까지 감춰놨던 '휴대전화 비밀번호' 공개한 임성근
특검팀 "신병 확보 가능성으로 수사에 협조하는 모양새"

 

특검팀은 임 전 사단장 구속영장에 자신의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밝히지 않다가 전날 제공한 점도 구속영장 청구 사유로 적시했다. 임 전 사단장은 전날인 20일 네이버 카페에 "오늘 새벽 채상병 순직 사건 발생 당시 사용한 기존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발견해 특검에 제공했다"고 썼다. 그는 여태까지 "압수수색 당시 경황 없이 비밀번호를 입력해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는데, 이를 뒤엎은 것이다.

 

앞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지난해 1월 임 전 사단장의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했지만 비밀번호 잠금을 풀지 못해 내용을 확인하지 못했다. 임 전 사단장은 지난 7월 해병 특검팀에 해당 휴대전화를 제출하면서도 비밀번호를 기억하지 못한다고 했고, 해병 특검팀은 이를 해제하지 못한 채 돌려준 바 있다.

 

해병특검팀은 임 전 사단장이 자신의 신병 확보 가능성이 거론되자 급히 수사에 협조하는 모양새를 취한 점 역시 구속영장 청구서에 기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 전 사단장은 국회에서도 증거인멸 시도를 한 것으로 보인다. 임 전 사단장은 지난해 6월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채상병 특검법 관련 입법 청문회에서 해병 대원의 수중 수색 사진을 보고 받았음에도 그 사실을 "사고 이후에 알았다"고 말했다. 또 자신은 수중 수색 지시를 한 적도 없고 "지시가 아닌 지도를 한 것"이라고 채상병 사망 책임을 부인했다. 같은 해 7월 19일 국회 청문회에서는 오전에 증인 선서를 거부했다가 오후에 다시 하기도 했다.

 

또한 해병특검팀은 임 전 사단장과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채상병 사건 발생 1년 전에도 아는 사이였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상황이다.

 

배우 박성웅 씨는 지난달 말 해병특검팀 참고인 신분 조사에서 2022년 8~9월 이 전 대표와의 만남에 대해 "오후 9시 이 전 대표와 술자리에 동석했고, 2시간여 뒤 임 전 사단장이 합류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해병특검팀은 이 전 대표와 임 전 사단장이 서로 알고 지내던 사이였음을 뒷받침하는 구체적 진술을 확보한 상황이다. 반면 두 사람은 의혹을 부인하며 서로 모르는 사이였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한편, 특검팀은 임 전 사단장을 비롯해 당시 대대장 가운데 선임이었던 최진규 전 해병대 포11대대장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함께 청구했다.                 < 김민주 기자 >

 

채 상병 특검, ‘수사 외압 의혹’ 이종섭 등 5명 구속영장 청구

“범죄 중대·증거인멸 우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9월17일 서울 서초구 순직해병 특검(이명현 특별검사) 사무실에서 열린 ‘호주 도피성 출국’ 의혹 참고인 조사에 출석하며 해병대 예비역 연대의 항의를 받고 있다. 최현수 기자 
 

채 상병 사건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특별검사팀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 주요 피의자 5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정민영 특검보는 20일 브리핑에서 20일 오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박진희 전 군사보좌관, 김동혁 전 검찰단장, 유재은 전 법무관리관, 김계환 전 해병대 사령관에 대해 서울중앙지법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정 특검보는 “그간 수사를 통해 채 상병 사건에 대해 대통령실, 국방부 등의 부당한 수사 개입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구체적으로 확인했고, 주요 공직에 있었던 여러 피의자들이 공모하여 사건 처리 과정에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등의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며 “오늘 구속영장을 청구한 주요 피의자 5명은 범죄 사실이 소명되고 범행의 중대성이 인정되며 증거인멸 등의 가능성이 있으므로 구속 상태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정 특검보는 이들이 특검 출범 이전 물적 증거를 없애고 당사자들끼리 입장 등을 맞춘 정황이 특검 수사에서 확인됐다며 구속 수사로 증거인멸 가능성을 차단한 채 사실관계를 확인할 필요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전 장관은 채 상병 순직 사건 당시 국방부 수장으로, 사건 이첩 보류와 기록 회수 등 일련의 과정을 주도한 핵심 피의자다. 수사 외압 의혹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를 받던 중 주오스트레일리아(호주) 대사로 임명돼 출국하면서 ‘도피 의혹'을 받았던 장본인이기도 하다. 이 전 장관에게 적용된 혐의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공용서류무효죄, 허위공문서 작성 및 동행사, 모해위증, 공무상비밀누설, 공전자기록등위작 및 위작공전자기록등행사 등 총 6가지다.

 

특검팀은 이 전 장관을 수사 외압 의혹 일련의 과정을 주도한 주범으로, 다른 피의자들은 개별 범행에 일부 가담한 공범으로 보고 있다. 직권남용죄는 5명 모두에게 적용됐지만 특검팀이 영장에 적시한 범죄 사실은 조금씩 다르다.

 

이 전 장관의 공용서류무효 혐의는 해병대수사단이 지난 2023년 8월2일 경북경찰청에 이첩한 수사기록을 국방부 검찰단이 회수한 것과 관련해 적용됐다. 기록 회수 과정에 관여한 김 전 검찰단장과 유 전 관리관에게도 같은 혐의가 적용됐다.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격노로 수사외압이 촉발됐다는 의혹을 부정하는 내용의 이른바 ‘국방부 괴문서' 작성 및 배포와 관련한 혐의로, 이에 관여한 박 전 보좌관에게도 같은 혐의가 적용됐다.

 

특검팀은 지난 7월 구속영장이 한 차례 기각된 바 있는 김 전 사령관에 대해서도 다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지난번에는 김 전 사령관이 박 대령의 항명 사건 재판에 나와 박 대령에게 유죄가 선고되게 할 목적으로 허위의 증언을 했다며 모해위증 혐의만 적용해 영장을 청구했는데, 이번에는 수사외압 관련 직권남용 혐의와 국회증감법 위반 혐의를 추가했다. 모해위증 혐의는 박 전 보좌관에게도 적용됐다.

 

아울러 특검팀은 오는 23일 수사외압 의혹의 정점인 윤 전 대통령을 소환해 피의자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다만 윤 전 대통령 쪽은 아직 특검팀에 출석 여부 등을 밝히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 김수연 기자 >

 

"선별적 정의는 정의인가" 조희대에 해명 촉구
"이재명 사건 기간 신속하고 충실하게 봤겠나"

권영준 ·신숙희 대법관은 13일간 국외 출장가고
마용주 대법관은 4월 9일에야 대법관에 취임해
이숙연 대법관은 사법부 인공지능위원장 맡아
사건 접수부터 선고까지 중요 판결만 최소 7건

"국민들이 납득 못하면 조희대 거취 판단해야"

 

조희대 대법원장이 13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여야 의원들의 설전을 지켜보다 눈을 감고 있다. 2025.10.13. 연합
 

대선에 개입할 목적으로 졸속 처리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위반 상고심에 대한 현직 부장판사의 내부 비판이 제기됐다. 상고심 기간 대법관들의 국외 출장, 신임 대법관 취임, 여러 건의 중요 판결 처리 등이 있었는데, 충실한 심리가 가능했겠느냐는 지적이다. 이 부장판사는 조희대 대법원장이 납득할 만한 해명을 하지 못하면 스스로 거취를 결단해야 한다고 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21일 0시쯤 판사들의 온라인 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조희대) 대법원장님께 마지막으로 해명을 요청드린다"면서, 지난 5월 이 대통령 선거법 사건을 파기환송한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심리 과정에 대해 조목조목 짚었다.

 

이 부장판사는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고 시작하는 지난 전원합의체 판결의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에는 '대법관들은 빠른 시기에 제1심과 원심 판결문, 공판기록을 기초로 사실관계와 쟁점 파악에 착수하였고, (중간 생략) 이미 축적된 판례와 법리, 연구자료에 더하여 이 사건 쟁점에 관한 입체적이고 심층적인 추가 검토를 집중적으로 행하였으며, 이를 토대로 치열한 토론을 하였다'라고 기재돼 있다"면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국정감사에서 판결문에 적시된 빠른 시기가 2025년 3월 28일(사건 접수일)이라고 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위 일자(3월 28일)부터 선고가 있었던 2025년 5월 1일까지 동안 대법원 홈페이지와 법원 내부전산망인 코트넷 등에서 확인할 있는 사정만으로 다음과 같이 일들이 있었다"며, 당시 대법원 내부 사정에 대해 나열했다.

 

○ 권영준 대법관은 2025. 3. 29.부터 2025. 4. 10.까지 칠레, 미국, 호주 등의 출장을 다녀왔습니다[대한민국법원 대국민서비스 – 보도자료/언론보도해명 – 2025. 4. 17.자(순번 2750번)].
○ 신숙희 대법관은 2025. 4. 7.부터 2025. 4. 19.까지 남아공, 아일랜드 등의 출장을 다녀왔습니다[대한민국법원 대국민서비스 – 보도자료/언론보도해명 – 2025. 4. 14.자(순번 2748번)].
○ 마용주 대법관은 2025. 4. 9.에서야 취임하였습니다[대한민국법원 대국민서비스 – 소식 – 포토뉴스(2025. 4. 9.자)].
○ 사법부 인공지능위원회가 2025. 4. 28. 이숙연 대법관을 위원장으로 하여 출범하였습니다[대한민국법원 대국민서비스 – 보도자료/언론보도해명 – 2025. 4. 28.자(순번 2759번)].

○ 공동재판연구관실에서 작성하는 대법원 판례 속보에 의하면 위 기간 동안 대법원 소부에서는,
- 2025. 3. 31.자 중요결정
- 2025. 4. 3.자 중요판결
- 2025. 4. 10.자 중요판결
- 2025. 4. 15.자 중요판결
- 2025. 4. 24.자 중요판결
- 2025. 5. 1.자 중요판결 
여러 건이 각 있었습니다.

 

이 부장판사는 "저는 이러한 상황 속에서 위 보충의견(서경환, 신숙희, 박영재, 이숙연, 마용주 대법관)이 말하는 신속하고 충실하게 이 사건을 심리하여 결론에 이르렀다는 점이 도저히 수긍이 가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3권 분립의 한 축인 사법권은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기 때문에 사법부의 판결이 권위를 가지고 존중받으려면 본질적으로 재판을 받는 당사자의 승복과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그 전제로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장님께 마지막으로 해명을 요청드린다"며 "특정 사건에 한하여 이례적이고 신속한 절차를 진행한 선별적 정의는 과연 정의입니까, 그 선별의 기준은 무엇입니까, 법관의 독립은 그 자체가 목적입니까, 법관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수단입니까"라고 물었다.

 

그는 "만약 이 사건에 대해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해명을 하실 수 없다면, 마지막으로 남은 명예와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스스로 거취에 관한 결단을 해 주실 것을 요청한다. 부디 대법원장님께서 직접 하신 말씀들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 주시기 바란다"면서, 글 말미에 대법원 홈페이지에 나오는 대법원장 인사말과 조희대 대법원장의 지난 2023년 12월 취임사를 첨부했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공무원은 국민에 대한 봉사자입니다(대법원 소개 – 대법원장 인사말).

재판이 공정하다고 인정받기 위해서는 재판의 전 과정에 걸쳐 공평한 기회가 보장되어야 할 것입니다. 재판 과정에서 누구에게나 동등한 발언의 기회를 주어야 함은 물론이고, 항상 겸손하면서도 공정한 태도로 임하여야 합니다. 불공정하게 처리한 사건이 평생 한 건밖에 없다는 것이 자랑거리가 아니라, 그 한 건이 사법부의 신뢰를 통째로 무너지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을 반드시 명심해야 합니다(코트넷 – 게시판 – 공지사항 – 2023. 12. 11.자 취임사 중에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 1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에 대한 2025 국정감사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2025.10.15 [국회사진기자단] 연합
 

국정감사서 속속 드러나는 졸속 판결 정황

 

한편 이재명 정부 들어 처음 열리는 국정감사에서는 대법원이 지난 5월 1일 이 대통령의 선거법 심리할 당시 졸속·위법으로 했다는 정황들이 하나둘 드러나고 있다.

 

지난 15일 대법원 현장감사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전현희 의원의 질의 과정에서 형사 사건인 이 대통령의 선거법 사건을 '종이문서'가 아닌 '전자기록'으로 검토한 자체가 현행 형사소송 규칙에 어긋난다는 사실이 새롭게 확인됐다. 그간 대법원은 3월 28일부터 전자기록을 읽었다고 했는데, 그 절차 자체가 위법인 셈이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도 "이 사건의 효력이 있는 원본, 형사사건에서 기록은 종이 기록이다. (전자기록은) 법적인 효력이 부여되는 것도 아닌 그야말로 편의적 보조적인 부수적인 장치"라고 했다.

 

또한 대법원의 그간 해명을 종합하면 이 대통령 사건이 전원합의체에 회부된 4월 22일부터 심리가 종결된 4월 24일까지 단 이틀 동안 7만 쪽에 달하는 종이 기록을 대법관 전원이 각자 복사해서 읽고 숙고했다는 취지로 이해되지만, 대법원 내 종이 기록의 행방은 확인되지 않았다.

 

정지연 법원행정처 재판사무국장은 '대법관들에게 언제 종이 기록을 배부했느냐'는 전 의원 질문에 "언제 배부되었는지 여부는 모른다"고 답했다. 이에 전 의원이 '대법관들에게 7만여 쪽에 해당하는 기록을 다 재판국에서 직원들이 다 교부를 했느냐 안했느냐'고 따졌지만, 정 국장은 "그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고만 답했다.

 

권영준 대법관과 신숙희 대법관. 2025.10.20. 연합뉴스 자료사진

 

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전날 서울고등법원 등 국정감사에서 권영준·신숙희 대법관 2명이 선거법 사건을 대법원 접수한 3월 28일부터 선고가 내려진 5월 1일까지 35일밖에 되지 않는 상고심 기간에 13일 동안 장기간 국외 출장에 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천대엽 처장은 그간 국회에서 "처음 3월 28일 접수됐을 때부터 바로 '모든 대법관'이 기록을 보기 시작했다"고 했지만, 실상은 법관들이 장기간 자리를 비운 셈이다.

 

대법원은 대법관들의 국외 출장으로 졸속 심리 의혹이 불거지자, "출장 중에도 필요한 경우 비서실로부터 자료를 받아 검토할 수 있는 여건"이라고 해명했다.   < 김성진 기자 >

전쟁 준비 일본극우 야합한 다카이치 정권 출범

● WORLD 2025. 10. 22. 13:34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자민당이 하고 싶어도 못했던 것 할 수 있게 됐다”

헌법 9조 2항 삭제 등 전쟁준비와 방위산업 강화
“더 강한 일본” 추구 “개혁이란 이름의 극우 야합”
트럼프와 유사한 정책 지향, 미일동맹 강화 예상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이재명 정부 당면 최대과제

 

10월 20일 도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공동 기자회견 뒤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총재가 요시무라 히로후미 일본 유신회 대표와 악수하는 모습. 이날 자민당과 일본유신회는 연립정권을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2025.10.20. 교도 로이터 연합
 

공명당의 연립 이탈로 집권구상이 흔들렸던 일본 집권 자민당의 다카이치 사나에(64) 총재가 자민당보다 더 우파적인 일본유신회의 연립 가담으로 21일 임시국회에서 차기 총리로 선출될 것이 확실해졌다. 총리로 선출되면 황실에서의 총리 임명식과 각료 인증식 절차를 거쳐 이날 밤중에 다카이치 정권(내각)이 공식적으로 출범한다.

 

자민당(중의원 196석)과 일본유신회(35석)가 연합할 경우 연립정권 의석은 중의원 의석 과반수(233석)에서 2석 모자라는 231석이지만 다카이치 지지 의사를 밝힌 ‘유지개혁회’ 소속 의원 3명만 더해도 1차 투표에서 다카이치가 과반수 찬성으로 총리에 선출될 수 있다. 과반의석 미달로 2차 결선에 가더라도 분열된 야당이 하나로 통합될 가능성이 없는 상황에서 다카이치가 다수표 확보로 총리에 선출되는 것은 확정적이다.

 

다카이치는 모테기 도시미쓰 전 간사장을 외상(외무대신)에,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을 방위상에,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을 총무상에 기용하고, 고바야시 다카유키 전 경제안보상을 정무조사회장(정조회장)에 앉히는 등 총재선거 경쟁자들을 모두 각료나 당3역(간사장·정조회장·총무회장) 등 요직에 기용하는 “전원 활약” “전 세대 총력결집” 체제를 표방하고 있다. 연립에 참여하는 일본유신회는 각료로 참여하지 않는 ‘각외협력’ 체제를 갖추되 총리 보좌관에 엔도 다카시 국회대책위원장을 앉힘으로써 총리와의 통로를 열어 두기로 했다.

 

일본 집권 여당 자민당의 다카이치 사나에 총재(오른쪽)와 일본유신당(JIP) 요시무라 히로후미 대표가 10월 20일 도쿄 국회에서 양당 간 정책 협정에 서명한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자민당과 일본유신회는 20일 연립정부 구성 협정에 서명함으로써 다카이치가 일본 최초의 여성 총리가 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2025.10.20.AFP 연합
 

“자민당이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던 것 할 수 있게 돼”

 

이에 앞서 다카이치 자민당 총재와 요시무라 히로후미(50) 일본유신회(이하 ‘유신회’로 약칭) 대표(오사카부[府] 지사)는 20일 헌법개정과 군비강화, 경제 재건 등을 골자로 한 12개 항의 연립정권 수립을 위한 합의서에 서명했다. “유신회의 요구를 통째로 수용했다”는 말을 들은 합의서에 서명하면서 두 사람은 “일본을 더 강하게!”를 구호로 내건 “국가관에 일치”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일본공산당의 고이케 아키라 서기국장은 “지금까지 자민당이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던 것을 일거에 밀어붙일 수 있게 하는 내용”이라고 요약했다.

 

이는 이번 다카이치 정권 탄생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아소 다로 전 총리의 정권 재창출 기본구상과도 일치한다. 자민당은 나치 히틀러의 정치수법을 배워야 한다고 공언한 극우 국수주의적 아소가 실세(부총재)로 댜시 등장한 자민당 정권에서, 이제까지 개헌과 재무장 등에 일정한 제동 역할을 해 온 공명당이 연립에서 이탈하고 자민당보다 더 우편향적인 유신회로 대체됨으로써 그나마 부분적을 작동했던 제동장치가 없어져 버렸다.

 

트럼프 정권과 유사한 정책 지향 속 미일동맹 강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를 연상시키는 “일본을 더 강하게!”는 AI(인공지능)시대에 대비해 에너지정책을 기존 재생에너지 지향에서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가동이 중지된 가시와자키 기리와 원전 등 기존 원전들의 재가동 쪽으로 방향을 틀고, 개헌과 미사일 수직발사 체제를 갖춘 원자력잠수함 보유를 지향한다. 제조업 부활에 토대를 둔 강한 경제, 강한 국방을 추구하는 이런 정책지향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권의 그것과 유사하다. 외교·안보면에서도 친미·반중·반북적 정책 지향성을 지닌 다카이치 정권은 트럼프 정권에 더욱 밀착하면서 미일동맹을 한층 더 강화하는 쪽으로 나아갈 것으로 예측된다.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이재명 정부 당면 최대과제

 

그럴 경우 조 바이든 정권이 추구한 한미일 준동맹체제 이상의 한미일 밀착과 반중국적 정책지향을 강화하면서 양자택일식 선택을 강요할 가능성이 높은 미일동맹에 한국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가 이재명 정권 외교안보정책의 당면 최대과제로 떠올랐다. 적극적 친일·친미 행보를 보이면서 반중·반북·반러로 일관했던 윤석열 정권의 투항적 대미일 의존정책을 비판해 온 이재명 정권으로선 선택 폭이 넓지 않다. 이달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직전인 28일 일본에 들러 경제적 밀착과 미일동맹 강화를 재천명할 것으로 보이는 트럼프 정권과의 관세협상 최종합의를 앞둔 상황부터 무거운 부담으로 다가올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반세기 이상 관행적으로 유지 강화돼 온 기존 한미, 한미일 관계를 한국 국익에 맞게 주도적으로 새롭게 재정립할 드문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유신회 주장 통째로 수용한 자민-유신 합의

 

연립정권 수립에 정식으로 합의한 뒤 다카이치가 “국가관을 함께 하는 당”이라고 추켜세운 유신회와의 합의사항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헌법에 비상시에 정부에 권한을 몰아 주는 ‘긴급사태’ 조항을 창설하기로 하고 21일 임시국회 중에 자민당, 유신회의 양당 ‘조문기초협의회’를 설치해 내년 국회에 조문안을 제출하기로 했다. 대통령제 하의 한국 비상계엄법을 연상시키는 이 조항에 대해서는 국민의 권리가 제한될 우려가 있다는 점 때문에 찬반 의견이 갈리고 있다.

 

헌법 9조 2항 삭제, 자위대는 국방군으로

 

군대 보유와 전쟁(교전권)을 부정한 헌법 제9조 2항을 “삭제”하고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전면 허용”하며, 자위대를 “국방군”으로 개칭하기 위한 양당 간의 조문기초협의회도 이번 임시국회 중에 설치하기로 했다고 명기했다. 이는 유신회가 지난 9월에 정리한 제언 ‘21세기의 방위구상과 헌법개정’ 내용을 그대로 수용한 것이다. 이런 내용은 자민당이 민주당에 정권을 내주었던 2012년 야당시절에 작성한 개헌 초안에 담겨 있었으나 여론의 반발 때문에 추진하지 못했던 것이다.

 

합의서는 2027년도까지 5년간 방위비를 43조 엔(약 387조 원) 증액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2%로 올린다고 한 안전보장관련 3문서(국가안전보장전략, 국가방위전략, 방위력정비계획) 개정을 계획보다 앞당겨 실현하기로 했다고 명기했다. 28일 일본에 올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이를 당당하게 제시할 것이다.

 

전쟁 대비와 방위산업 강화

 

일본산 무기 수출에 대해서도 이제까지 규제로 작용해 온 수출할 수 있는 방위장비품 사용목적 ‘5가지 유형’의 “폐지”를 내년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키기로 했다. 5가지 유형은 ‘구난(재난 구제), 수송, 경계, 감시, 소해’ 등으로, 방위장비(무기) 수출은 이 5가지 유형에 해당하는 것만 할 수 있다고 한 기존 규제를 없애버리겠다는 것이다. 모든 무기들을 생산, 수출할 수 있게 하겠다는 얘기다. 공명당이 이에 제동을 걸어 왔는데, 공명당의 연립 이탈로 제어장치가 없어지게 된다.

 

또 해상자위대가 추진 중인 적기지공격 능력을 지닌 미사일 수직발사장치(VLS) 탑재 잠수함도 도입하기로 했다. 미사일 수직발사가 가능한 ‘차세대 동력’ 활용 잠수함 보유란 사실상 원자력 잠수함 보유를 가리킨다.

 

이런 내용들은 모두 연합협의 때 유신회 쪽이 요구한 정책들이다. 다카이치는 기다렸다는 듯 덜컥 받아들였다. 유신회는 협상 때 아예 “원자력 잠수함”을 합의서에 명기하는 것도 검토했다.

 

정보전과 관련한 정책에서 경제안보상 출신인 다카이치와 요시무라 유신회 대표는 스파이 방지관련법(반간첩법)을 “올해 검토를 시작해서 조속히 법안을 만들어 통과시킨다”고 합의서에 명기했다. 이 법은 1985년에 자민당이 국회에 제출한 국가비밀법(스파이 방지법)과 같은 것인데, 개인의 사상과 신념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폐기됐으나 이번에 되살린 것이다.

 

또 내년 정기국회에서 내각정보조사실을 ‘국가정보국’으로 격상하고, 20207년까지 미국 중앙정보국(CIA) 등과 유사한 ‘대외정보청’을 창설한다는 것도 명기했다.

 

이를 두고 방위성의 한 간부는 “이제까지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합함으로써 안보정책의 정당성과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었던 측면이 있다. (그런데) 자민당보다 더 강경파(매파)적 색깔이 강한 정책에 적극적인 유신회와 연립하면 그 기세만으로도 정책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이 모든 것들은 전쟁에 대비한, 전쟁을 할 수 있는 국가로의 본격적인 재무장과 함께 방위산업을 일본 제조업 부활의 핵심사업으로 삼겠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불법 정치자금 온상인 기업·단체 헌금 존속

 

불법 정치자금 조성과 관련해 기업과 단체 헌금 중단 조치를 취하라고 공명당은 주장했으나 자민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것이 공명당의 연립 이탈 주요 이유 가운데 하나였는데, 유신회는 기업 및 단체 헌금 중단에 반대한 자민당 입장을 수용했다. 자민당은 2년 남은 다카이치 총재 임기 중에 이 문제에 관한 결론을 내릴 수 있도록 한다는데 합의해 유신회를 달랬으나, 2년 안에 헌금을 폐지하겠다는 것도 아닌 이런 어정쩡한 타협은 사실상 폐지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이 문제에서 공명당과 같은 입장이었던 유신회의 이런 자세전환은 연립참여, 정권참여를 우선시한 것으로, 다마키 유이치로 국민민주당 대표로부터 “개혁 깃발을 내걸었지만 결국 자민당과 동화해 버렸다”는 비판을 받았다.

 

대신에 유신회는 ‘개혁’ 모양새를 보여주기 위해 중의원 정수를 10%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자민당과의 합의서에 명기했다. 이에 대해서도 초점을 흐리며 문제의 본지를 피해가는 꼼수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낙관 불허, 리즈 트러스 정권처럼 단명할 수도

 

정권참여를 우선한 유신회의 자세전환은 집권 유지가 급한 자민당의 필요와 맞물려 일단 권력창출에는 성공했으나, 감세를 주장하고 오사카를 제2의 수도로 만들려는 '오사카 유신회'가 모체인 유신회의 지방분권 지향은 자민당과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경제 재건을 최우선시하는 다카이치 내각의 아베노믹스적 적극재정의 성장정책이 조기에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비판여론이 커지면서 감세를 주장하는 유신회와 사이가 벌어질 수도 있다. 최악의 경우 일본의 이번 극우조합은 단명한 영국의 리즈 트러스 정권처럼 단명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지적들이 있다. 제조업 부활과 첨단산업의 자국내 공급망 강화를 겨냥한 트럼프의 조급하고 난폭한 극우적 성장정책이 낙관적이지 못한 것만큼이나 다카이치 정권의 그것도 낙관하기 어려워 보인다.

 

여성 천황, 부부 별성 거부한 보수 역행

 

천황직 계승과 여성권리 문제에서도 다카이치 정권은 더 보수적인 쪽으로 후퇴했다. 천황자리 계승은 “고래로 예외없이 남계(男系) 계승이 유지돼 온 무게”를 강조하면서 여계 계승 가능성과 관련한 논란을 잠재우는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 남아를 낳지 못해 남계 직계 계승이 어려워질 경우에도 2차 대전 뒤에 황적에서 이탈한 예전 11개 황실가계 남계의 남아를 양자로 들여 천황자리를 잇게 하도록 황실전범을 개정하기로 했다. 또 한 가지 논쟁거리였던 여성황족이 결혼 뒤에도 황족 신분을 유지하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부부가 각기 자신의 원래 성을 사용하는 부부별성제로의 개정에도 명확하게 반대했다.

또 일본 국기 즉 일장기를 ‘손괴(파손)’할 경우 처벌하는 법도 제정하기로 했다.

 

"전쟁준비에 혈세를 쏟아붓는 일본,
개혁이란 이름의 야합을 단죄하라!"

 

자민당과 유신회의 이런 우편향 담합에 대해 많은 비판이 쏟아졌다. 그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 중의 하나가 보기 드물 정도로 격정적이면서도 문제의 핵심을 짚어낸 쓰네미 요헤이 지바상과대 교수의 논평이다. 아사히신문의 10월 20일 관련기사에 붙은 쓰네미 교수의 논평은 다음과 같다.

 

‘유신’이란 이름을 반환하라. 살을 에는 개혁으로 파산하기 전에 기회주의 정치가들을 탄핵하라. 아사히신문 독자 여러분, 나는 중대한 결의를 가슴으로 호소한다. 분노를 억눌러서는 안 된다. 이 논평을 무기로 ‘개혁’이라는 이름의 야합을 단죄하라. 이것은 유신이 아니다. 복고이자, 체제의 연명이다. 전후(2차 세계대전 패전 후) 일본이 쌓아 온 입헌주의, 민주주의, 평화주의를 지금 정치가들은 비웃으며 짓밟으려 하고 있다. 야당도 침묵하는거나 다름없다. 이 나라에 미래는 있는가.

 

유신회가 내건 ‘개혁’ ‘민의’ ‘오사카부터 바꾼다’는 표어는 이제 배신의 깃발이 됐다. 기업헌금 폐지에는 발을 빼고, 의원 정수 삭감을 ‘살을 에는 개혁’이라 위장한다. 국민의 정치참여를 줄이는 한편으로 권력과 자본의 유착은 온존하려 한다. 무엇이 ‘살을 에는 개혁’인가. 잘려 나가는 것은 국민의 소리이고 양심이다.

 

이 나라는 이성을 상실해 가고 있다. 공포와 망념(망상)이 정책을 움직이고 권력을 향한 도취가 폭주를 가속시키고 있다. 공명당이라는 제어장치가 제거됨으로써 정치는 제어불능 상태로 언덕 아래로 굴러떨어지고 있다. 이것을 ‘적극적(진취적)’이라고 하는 건 잘못이다. 유신은 강경파의 정책을 동경하고 보수의 위세를 빌려 “국가를 강하게 만든다”고 부르짖으면서 입헌주의를 내버리고 있다. 이미 ‘민주국가’라는 간판을 내리고 있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은 전전(2차대전 전)으로의 회귀 조짐이라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유신은 그 이름을 반환하라. 유신이란 이름은 권력에 저항해 온 이들의 유산이다. 지금의 귀당(유신회)이 과연 그 이름값을 하는가. 엄중하게 자문해야 한다. “(자민당과) 국가관을 공유했다”는 말은 국가의 사물화(私物化) 선언에 가깝다. 다카이치 사나에와의 악수는 개혁의 계약이 아니라 타락일 뿐이다. 체제에 저항하지 않을 것인가. 체제와 악수하고 잠을 잔다면 그 행위는 유신이란 이름에 대한 배신이다.

 

헌법은 권력을 구속하기 위해 존재한다. 권력을 속박하는 사슬을 끊는 것이라면 그것은 입헌주의의 해체를 의미한다. 전통과 가족이라는 미사여구 아래 여성의 권리와 다양한 삶의 방식을 짓눌러 부수는 정치는 보수의 가면을 쓴 차별의 재구축과 같다.

 

침묵할 것인가, 싸울 것인가. 민주주의는 전차를 갖고 있지 않다. 하지만 말과 행동이야말로 최대의 방어력이다. 기업헌금 폐지를 폐기하고 헌법을 사물화하려 하면서 전쟁 준비에 혈세를 쏟아붓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 아닌가. 정치가 다시 밀실화하는 것이라면 나는 그 문을 걷어차 부술 것이다. 분노는 희망이며, 비판은 자유의 증거다. 민(民)을 배신하는 정치에 미래는 없다. 우리는 목청을 높일 것이며, 결코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 게으른 잠을 거부하라. 분노의 마그마를 폭발시켜라.                                            < 한승동 기자 >

 

서울선 '동맹 수탈', 뉴욕선 '독재·폭정' 반대

서울선 'NO 트럼프', 뉴욕선 'NO 킹스'
'동맹 수탈' 트럼프 규탄…"날강도 수준"
3500억 달러 투자 약속 전면 철회 촉구

APEC 전 '무리한 협상 타결' 위험 경고
21일부터 '국민농성', 25일 시민 대행진

뉴욕·워싱턴·시카고 2600개 도시·마을서
"우리의 민주주의, 끝날까 봐 두렵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동맹 수탈' 정책에 맞서 주권과 국익을 수호하고자 발족한 시민사회 연대조직인 트럼프위협저지공동행동(준) 주최로 18일 광화문에서 'NO트럼프 범시민대행진'이 열렸다. 참석자들이 주한미대사관 앞에서 'NO 트럼프'를 외치고 있다. 2025. 10. 18 민중의소리 영상 갈무리
 

토요일인 18일 서울과 뉴욕을 포함한 한국과 미국 주요 도시가 분노하는 양국 국민들의 "트럼프 반대" 물결로 뒤덮였다. 한국에선 '3500억 달러 강탈 시도' 등 제국주의 행태가, 미국에선 날로 독재화하는 트럼프의 폭정이 초점이었다.

 

서울에선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동맹 수탈' 정책에 맞서 주권과 국익을 수호하고자 발족한 시민사회 연대조직인 트럼프위협저지공동행동(준) 주최로 'NO트럼프 범시민대행진'이 열렸다. 집회는 오후 3시 "윤석열 탄핵"을 외쳤던 광화문광장 서십자각터에서 시작해 미국대사관-종로-시청으로 도심 행진을하고, 미국대사관 앞 차로에서 트럼프를 규탄하고 집회를 마무리했다.

 

한국서도 미국서도 "트럼프 반대" 물결
서울에선 'NO트럼프', 뉴욕선 'NO 킹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서십자각터 집회에서 "한미동맹은 미국 스스로, 트럼프가 이미 걷어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면서 "열흘 후 방문하는 트럼프에게 우리 민중들의 목소리를, 우리 국민이 민주주의를 지켜낸 그 힘을 다시 한번 보여줘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이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우리 경제와 경제주권을 지키기 위해 단호하게 트럼프에게 NO라고 얘기하고 협상장을 걷어차고 우리의 자주권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가 시민들은 "대미 투자 전면 철회" "NO 트럼프"라고 쓰인 손피켓을 들고 거리를 행진했으며, '이런 게 동맹이냐! 대미 투자 강요 규탄!' 등의 구호를 외치기고 했다.

 

미대사관 앞에서 진행된 정리 집회에서 시민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고율 관세를 무기로 대미 투자 3,500억 달러(약 480조 원)를 선불이라며 전액 현금으로 낼 것을 압박하는 것에 대해 "날강도"라고 성토하며 이재명 정부에 대미 투자 협상을 중단하고 투자 약속을 전면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특히 정부 협상팀이 오는 31일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앞서 열릴 한미 정상회담을 의식해 무리하게 타결을 서두르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1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경찰이 '트럼프 방한 반대, 약탈적 투자 강요 규탄' 등을 주장하며 연좌시위를 벌이던 한국대학생진보연합 회원들을 해산 및 이동조치 하고 있다. 2025.10.11 연합
 

'동맹 수탈' 트럼프 규탄…"날강도 수준"
"3500억 달러 투자 약속 전면 철회 촉구

 

김재하 전국민중행동 공동대표는 미 대사관 앞 집회에서 "한미 정상회담 전 타결을 목표로 한미 협상 대표들이 3500억 달러 대미 투자를 두고 현찰 선불, 10년 또는 3년 분할 등 말들이 많다"면서 "APEC 이전에 합의는 다 하고 정상회담은 요식 절차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의 동맹수탈에 굴복하면 대한민국 경제는 다시는 일어서지 못하고 고꾸라질 만큼 위기의 수준이 다르다. 반드시 막아야 한다"며 "자칫 방심하면 국민들도 모르는 사이에 관료들이 나라를 통으로 팔아먹을지 모른다"고 주장했다.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도 "3500억 달러 투자금액을 3년 안에 내라는 미국의 요구를 10년에 나눠 내겠다거나, 통화스와프를 전제로 우리에게 조금 덜 위험하게 하겠다는 접근방식으로 수용해서는 안 된다. 또 APEC 정상회의까지 어떻게든 협상을 마무리 짓겠다는 속도전에 매우 큰 우려를 보낸다. 이미 이 대미 투자의 기만성을 깨달은 국민들은 신중하게, 당당하게 협상해야 한다. 우리 정부 믿을테니 국민을 믿고 당당하게 하라. 국민이 우선이고 국익이 우선이다. 위험하다"고 가세했다.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와 국제통화기금 및 세계은행(IMF/WB) 연차총회 참석차 미국 워싱턴DC를 방문 중인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현지시간)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워싱턴 특파원들과 인터뷰하고 있다. 2025.10.17 [기획재정부 제공] 연합
 

APEC 이전 '무리한 타결' 추진 위험 경고
21일엔 '국민농성', 25일 2차 시민 대행진

 

앞서 일부 언론은 한미가 3500억 달러의 투자 시기를 최대 10년으로 분할하고 원화로 투자금을 조달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방미 중인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6일 "처음 듣는 얘기"라면서 이를 부인했다.

 

트럼프의 '제국주의적 행태'에 대한 규탄 행사는 이번 주에도 이어진다. 21일 오전 10시엔 광화문에서 각계 시국선언 기자회견과 '국민농성'이 예정돼 있고, 25일 오후 3시에는 숭례문에서 트럼프위협저지공동행동(준) 주최로 2차 'NO트럼프 범시민대행진'이 진행된다.

 

앞서 각계 원로들은 16일 전국시국회의 주관으로 서울 향린교회에서 발표한 시국 선언문을 통해 △ 한국 경제와 한국민의 삶 파탄 낼 3500억 달러 대미 투자 반대한다 △ 트럼프 정권은 약탈적 통상 압박을 즉각 중단하라 △ 이재명 정부는 시민의 힘을 믿고 당당하게 맞서라 등의 요구 사항을 제시했다.

 

18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시청 앞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책에 항의하는 시위 중, 트럼프 마스크를 쓴 시위자가 "나는 역겨운 성도착자"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있다. 2025. 10. 18 [로이터=연합]
 

뉴욕·워싱턴·시카고 2600개 도시·마을서
트럼프 폭정 반대 'NO 킹스' 시위 물결

 

이날 태평양 건너 미국에서도 트럼프의 폭정과 독재화 시도를 성토하는 'NO 킹스'(왕은 없다) 집회가 수도 워싱턴D.C.와 뉴욕, 보스턴, 시카고,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애틀랜타, 휴스턴을 포함해 50개 주 2600개 도시와 마을에서 열렸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는 이제 그만! 대통령 규탄 시위대 전국서 단결'이란 기사에서 "전국 도시들에서 수많은 항의 군중이 모여 왕처럼 행동한다고 보는 대통령을 규탄하고, 트럼프 행정부에 맞서 하루 내내 대규모 항의 시위를 벌였다"고 보도했다. 이번 행사는 전국 및 지역 단체들과 진보 단체인 인디비저블, 무브온 등이 주최했으며, 배우 로버트 드 니로 등 여러 유명인이 공개 지지를 보냈다.

 

뉴욕타임스와 로이터, 연합뉴스에 따르면, 정오가 되자 뉴욕 맨해튼 타임스퀘어는 축제 같은 분위기에서 수만 명의 인파로 넘쳐났고, '나는 어떤 왕에도 충성 맹세를 안 한다'란 문구 등이 적힌 다채로운 손피켓들로 가득 찼다.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시작된 '개구리 복장'을 시민도 있었다. 시위대는 성조기를 흔들며 "트럼프는 이제 그만!"이라고 외쳤고 7번 애비뉴를 따라 남쪽으로 행진했다. 'NO 킹스' 구호는 미국 식민지를 지배했던 영국 왕 조지 3세를 가리키는 것으로 트럼프의 '제왕적' 국정 운영을 겨냥한 말이다.

 

수만 명의 뉴욕 시민들이 18일 맨해튼 타임스퀘어에서 열린, 트럼프 폭정에 반대하는 'NO 킹스'(왕은 없다) 시위에 참석했다. 2025. 10. 18 [AFP=연합]

 

수만 명, 맨해튼 타임스퀘어 꽉 채워
"우리의 민주주의, 끝날까 봐 두렵다"

 

주최 측은 시민들이 최근 몇 달 트럼프의 '독재적' 행동에 분노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대학 공격, 이민자 추방, 도시 내 연방군 배치, 정적 기소, 언론 탄압, 선거구 재편, 법원 판결 무시 등을 대표적 사례로 들었다.

 

수도 워싱턴D.C.에서도 오전부터 미 의회 의사당 앞으로 인파가 몰려들기 시작해 백악관과 의사당을 잇는 펜실베이니아 애비뉴를 가득 메웠다. 시위 참가 이유에 대해 에드 클리멕(62)은 "우리의 민주주의가 끝날까 봐 두렵다..우리 목소리를 내기 위해 왔다"고 말했고, 페피 그레코(69·여)는 "지금 일어나는 일들에 내가 너무 무력하다고 느껴서 나왔다고 말했다.

 

주방위군 투입 지시를 놓고 트럼프와 JB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 간 법정 소송이 진행 중인 시카고에선 규탄 집회가 그랜트 파크에서 열렸다. 지역 출신인 할리우드 배우 존 쿠삭은 발언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이곳을 파시즘의 거점으로 만들 거라 생각한다면 그것은 절대 불가능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당신은 우리 거리에 군대를 투입할 수 없고,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반란 진압법을 발동할 만큼 혼란을 일으킬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18일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NO 킹스(왕은 없다)" 시위가 열렸다. 2025. 10. 18 [AFP=연합]

 

공화당 "모두 친하마스, 안티파 사람"
'축제 같은' 집회…"비폭력·평화 시위"

 

인디비저블 공동 창립자인 리아 그린버그는 이날 언론에 "우리는 왕을 두지 않았고 평화적으로 시위할 권리를 행사하고 있다"고 말했고, 워싱턴D.C.의 집회 주최자 리즈 카타네오도 CNN 인터뷰에서 "우리 운동은 항상 비폭력과 평화적 시위에 대한 약속을 지켜왔다"고 말했다. 일부 참가자들은 비폭력과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노란색 옷과 두건 등을 착용했으며, 트럼프 행정부를 풍자하는 각종 인형과 함께 특이한 복장이나 분장을 하고 나와 눈길을 끌었다.

 

이날 시위와 관련해 트럼프는 17일 폭스비즈니스와 인터뷰에서 "그들은 나를 왕으로 지칭하고 있지만, 나는 왕이 아니다"라고 말했고, 공화당의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회견을 통해 '미국 혐오 집회'(hate America rally)라면서 "알다시피, 모두 친하마스 세력이고 안티파(Antifa) 사람들이다. 그들이 모두 커밍아웃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 미 민주당의 주요 정치인들은 시위에 직접 참가하거나 sns를 통해 지지 메시지를 보냈다.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X를 통해 "오늘의 'NO 킹스' 시위는 미국의 본질에 대한 확증이다. 우리는 민주주의 국가다"라고 썼다. 한편 유럽의 런던과 파리, 베를린, 로마, 마드리드, 바로셀로나 등의 미국대사관과 영사관, 도심에서 'NO 킹스' 연대 집회들이 진행됐다.                                                    < 이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