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역 9년6월서 감형됐지만…1심 판단 유지해


검찰 연어회 파티 등 증거조작 전혀 인정 안 돼
검찰 주장 800만 불 중 200만 불 여전히 유죄

이화영 재판 증거관계 이재명 재판도 영향줄 듯
이재명이 보고 받았는지 여부 등이 쟁점이지만
오염된 증거들…'연어 술파티' 재점화할 수도

이재명 재판부, 이화영에 1심 유죄내린 재판부
이재명 쪽, 유죄심증 우려…재판부 기피 신청해
내란 혐의 국힘은 이떄가 기회다 "재판받아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지난 10월 2일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에 출석, 선서하고 있다. 2024.10.2. 연합
 

쌍방울 그룹으로부터 뇌물을 받고 800만 달러 대북 송금에 공모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항소심에서 감형을 받았지만, 재판부는 대북 송금과 관련해 1심에서의 판단을 거의 그대로 유지했다. 창작 소설급 증거 조작이 드러났음에도 재판부는 눈을 감은 모습이다. 이 전 부지사의 재판에서 다투는 사실 관계들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재판에도 이어지는 만큼 추후 또다시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수원고법 형사1부(문주형 김민상 강영재 고법판사)는 19일 이 전 부지사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및 정치자금법 위반,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 사건의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7년 8월에 벌금 2억 5000만 원 및 추징금 3억 2595만 원을 선고했다. 1심보다 징역 1년 10개월 감형한 것이다.

앞서 1심은 지난 6월 이 전 부지사에게 징역 9년 6월(정치자금법 위반 징역 1년 6월·특가법상 뇌물 및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징역 8년) 및 벌금 2억 5000만 원, 추징 3억 2595만 원을 선고한 바 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전 부지사에 대해 "특정범죄가중법 위반(뇌물)죄는 공무집행의 공정과 이에 대한 사회의 신뢰 및 직무행위의 불가매수성을 해치는 중대한 범죄"라며 "정치자금법 위반죄는 정치자금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정치자금과 관련한 부정을 방지함으로써 민주정치의 건전한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하는 정치자금법의 입법취지를 훼손한 것으로 그 책임이 가볍지 않다"고 했다.

 

800만 달러 대북송금 및 5개 비상장회사 자금 500억원대 횡령 혐의 등으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이 12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나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7.12. 연합
 

다만 "특가법상 뇌물죄와 정치자금법 위반 등과 관련해선 정치인으로서 부정한 행위까지 나아가진 않았다"며 "이 전 부지사가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에게 대납을 강요했다는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 전 부지사가 증거인멸을 구체적으로 지시하지는 않았다"며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과 방용철 전 쌍방울 부회장 주도로 (이 사건 범행이)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그러면서도 1심과 같은 결론을 유지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이 전 부지사가 쌍방울에 대납하게 했다는 대북 송금액 800만 달러 가운데 북한 스마트팜 사업비용 500만 달러를 무죄로 보고, 나머지 300만 달러 중 "200만 달러는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의 방북과 관련한 사례금으로 보기 충분하다"면서 일부만 유죄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1심)의 판단을 정당한 것으로 수긍한다"고 했다.

그러나 1·2심 재판부가 유죄로 인정한 200만 달러 역시 설득력이 떨어진다. 800만 달러 중 무죄로 판단한 500만 달러를 제외하고 남은 300만 달러(이재명 방북 비용)에 대해 김 전 회장은 그동안 북측 협상 창구가 리호남이었다고 주장해왔다. 북한 정찰총국 대남 공작원 출신인 리호남은 윤종빈 감독의 영화 <공작>에서 안기부 블랙요원 흑금성(황정민 역)의 북측 사업 파트너로 나온 북한 대외경제위원회 처장 이명운(이성민 역)의 실존 모델이다.

 

2019년 7월 필리핀 마닐라에서 경기도와 아태평화교류협회 공동 주최로 열린 제2회 '아시아태평양의 평화·번영을 위한 국제대회'에 참석한 북한 대표단 명단. 여기에 리호남 이름은 보이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 김문수 의원 제공.
 

김 전 회장은 그동안 1심 법정에서 "제2회 국제대회 당시 필리핀에서 원래 100만 달러를 주기로 했는데 경비로 여기저기 쓰는 바람에 70만 달러를 먼저 주고, 2020년 1월 15일경 마지막 30만 달러를 중국 심양에서 리호남을 만나서 전달했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정작 70만 달러를 줬다고 하는 2019년 7월 필리핀 국제대회 북측 대표단 참가자 명단에 리호남 이름은 없었다는 사실이 2심 재판 과정에서 밝혀졌다. 이는 대북 사업가들의 증언과도 일치했다.

남북경협연구소장 김한신 소장은 "리호남이 나더러 '북한 단천지구 자원 개발은 언제 할 거냐'며 '쌍방울에서는 큰돈도 가져온다' '나노스 주가를 띄워서 그 돈을 빼 중국으로 좀 보내달라'는 부탁을 했다"며 당시 이재명 얘기는 일절 없었다"고 증언했고, ㄱ아무개 대표는 송명철로부터 "리호남은 2019년 7월 필리핀 마닐라 국제대회에 참석하지 않았고, 쌍방울이 대북사업을 위해 사업비를 가져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증언했다.

민간 통일교류 사업가인 하동혁 민족통일촉진회 대표도 지난 10월 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박상용 수원지검 부부장검사 탄핵 청문회'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방북을 위해) 필리핀에서 70만 불을 줬다?"라고 의문을 표하며 "(북한) 리호남이 얼마나 능글맞은 사람인데 수교국도 아닌 필리핀까지 가서 어떻게 (자금을) 조달해가느냐"며, 김 전 회장 쪽의 주장을 일축했다.

 

지난 2일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박상용 수원지검 부부장검사 탄핵 청문회'에서 하동혁 민족통일촉진회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2024.10.4. 국회방송 갈무리
 

검찰이 자기들에게 유리한 증언만 취사선택한 정황도 확인됐다. 권력감시 탐사보도그룹 <워치독>이 접촉한 통일운동가 김아무개 씨는 "수원지검에 출석해 리호남은 마닐라 국제 대회에 오지 않았다고 증언했지만 검찰이 조서에 담지 않았다"고 말했다. 통일운동가 김 씨는 9차례 정도 검찰에 출석해 일관되게 리호남이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검찰의 진술조서 어디에도 리호남 관련 내용은 확인되지 않았다.

검찰이 주장한 대북 송금 800만 달러 중 그나마 유죄로 판단한 200만 달러는 북한 송명철 아태위 부실장이 2019년 12월 1일 확인서로 인해 인정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송명철이 쓴 확인서에는 '86만 5800유로와 101만 6321달러를 정확히 인계 받았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이를 근거로 재판부는 이재명 대표의 방북 비용 가운데 일부를 김성태 전 회장 측이 대납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재명 대표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이화영 전 부지사의 공소장 등에서 검찰은 2019년 5월 방북비용 대납을 요구했다고 주장하는데, 실제로 북한 송명철이 200만 달러 영수증을 써준 날짜는 그해 12월이다. 5월에 약속하고 7개월 만에 돈을 준 것인데, 거래 방식 자체도 상식적이지 않을뿐더러 이재명 대표는 그해 9월 법원에서 경기도지사직 상실형을 선고받았다. 정치 생명이 끝날 위기에서 방북을 추진했다는 논리 자체가 전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그러나 재판에서 이러한 사정은 고려되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배임·성남FC 뇌물'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며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24.12.17. 연합
 

이날 항소심의 판단은 이 사건과 증거 관계가 상당 부분 동일한 이재명 대표의 쌍방울 대북송금 제3자 뇌물 사건 재판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런 만큼 재판부의 판단 내용이 중요하지만, 여전히 200만 달러에 대해 유죄가 인정되고 있다는 점은 이 대표의 입장에서는 부담일 수 있다. 항소심 재판부는 "쌍방울그룹 자체의 대북사업 진행을 위한 의도도 포함돼 있으나, 피고인(이화영) 또한 그 지급 명목인 스마트팜 비용 및 경기도지사 방북 비용 대납 요청을 한 책임이 있다"고 했다. 이에 따라 이 대표의 재판에선 유죄로 인정받은 200만 원 등을 중심으로 이 전 부지사로부터 보고받았는지, 이를 알고 있었는지 여부 등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전 부지사는 지난해 옥중편지를 통해 자신은 쌍방울 측에 대북사업 비용을 요청한 적도, 이재명 당시 도지사의 방북비용을 대신 내달라고 한 적도 없다면서 이를 도지사에게 사전 보고한 적도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또 김 전 회장도 2019년 1월, 7월 두 차례 이 대표와 통화했다고 주장했지만, 술자리 중 이 전 부지사가 통화를 바꿔주는 형태였고 "대북송금" 언급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 전 회장 본인도 "인사나 하라고 해서 통화했다" "만취 상태로 통화해 자세한 기억은 나지 않는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지난 5월 29일 쌍방울 전주 임필순 씨와 뉴탐사 강진구 기자의 통화 녹취. 2024.10.29. 시민언론 뉴탐사 화면 갈무리.
 

아울러 김 전 회장의 최측근이자, 김 전 회장이 '어머니' '스님' 등으로 부르며 각별히 따르는 것으로 알려진 임필순 씨는 최근 <뉴탐사>와 인터뷰에서 "(검찰이) 그물망을 던져가지고 이재명하고 연결이 된 것이 돼버렸지, (김성태가) 사실은 얼굴도 한 번 본 일도 없고 사실은 통화도 안 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김성태가) 협조하고 있지 정부에다가 지금, 검찰에"라면서 "그 얘기 지금 하면 안 된다, 쟤(김성태)가 좀 불리하게 되니까"라고 말하기도 했다. 검찰과 김 전 회장이 모종의 거래를 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이 대표의 재판에서 검찰 쪽은 이 전 부지사의 재판에서 확정된 증거 관계를 가지고 이 대표의 유죄를 추궁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애초 대북송금 사건에서 '연어 술파티' '진술 세미나' 등이 문제가 된 만큼, 검찰의 증거조작 의혹이 다시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수원고법에 제출된 쌍방울 법인카드 내역. 2024.11.5. 탐사보도그룹 워치독
 

재판부는 이날 김 전 회장이 자신에 대한 수사 축소 등을 이유로 허위 진술했다는 주장에 대해 "그 주장을 뒷받침할 자료가 없어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연어 술파티' '진술 세미나' 등에 대해서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 전 부지사가 검찰청 내 '김성태 술파티'가 열렸다고 지목한 날, 수원지금 고깃집에서 쌍방울 법인카드가 41만 원 결제되고, 김 전 회장의 출정일에 해산물 전문점에서 약 40만 원이 결제됐고, 관련된 법인카드 영수증도 제출됐지만 재판부는 전혀 인정하지 않았다.

추후 이 대표의 재판에서 사실관계에 대한 다툼이 있을 경우, '연어 술파티' '진술 세미나' 등 검찰의 증거 조작이 또다시 문제로 제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이 전 부지사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신진우 부장판사가 이 대표의 1심을 맡은 점은 문제다. 이에 이 대표는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내린 판사의 유죄 심증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판단, 수원지법 형사11부(신진우 부장판사)에 대한 법관 기피 신청을 제기했다. 기피 신청 심리가 대법원까지 갈 경우 2~3개월 중단될 것으로 예상된다.

윤 대통령의 '내란'에 동조한 혐의로 궁지에 몰린 국민의힘은 이 전 부지사의 판결에서 또다시 유죄가 나오자, 이같은 사정은 배제한 채 "이 대표는 더 이상 사법 방해를 하지 말고, 신속하게 재판받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내란 사건에 대한 시선을 돌리기 위해 이 대표의 이른바 '사법 리스크'를 부각시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민주당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민주당 관계자는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나 "회의에서는 이와 관련한 논의가 없었다"고 짧게 말했다.           < 민들레 김성진 기자 >

 

출범 100일인데 '예산'도 없는 이태원참사 특조위

● COREA 2024. 12. 20. 13:28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출범 뻔한데…"증액 예산 삭감으로 못 받아"

관계자 "내년 예비비 배정받아 운영할 것"
"정치적 갈등으로 특조위 진행 늦어지기도"

송기춘 "대통령까지 조사 범위에 들어가"
"국가적 참사 대응 방안까지 만들어갈 것"

 

송기춘 이태원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10.29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에서 열린 특조위 출범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12.19. 연합
 

10·29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출범된 지 벌써 100일이 됐지만 아직 예산 편성도 받지 못한 상황이다. 송기춘 이태원참사 특조위 위원장이 예비비 편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지만, 출범 100일 된 위원회에 직원을 이제 뽑는다는 것은 10·29이태원참사 유가족들 입장에서 답답한 상황이다.

19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중구에 위치한 10·29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이하 이태원참사 특조위)에서 '10·29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 출범 100일, 송기춘 이태원참사 특조위 위원장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태원참사 특조위는 지난 5월 2일 '10·29이태원참사 피해자 권리 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지난 9월 13일 이태원참사 특조위 위원이 임명되면서 이태원참사 특조위 공식 임무가 시작됐다. 그로부터 100일이 지난 것이다.

기자간담회에서 송기춘 위원장은 이태원참사 특조위의 어려움에 대해 '예산이 편성되지 않은 것'을 꼽았다. 그는 모두발언에서 "위원회 예산은 아직 불안정한 상태"라며 "당초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예산안에는 우리 예산이 없었다. 예산안을 작성한 이태원참사 특조위가 없어서 그렇지만, 기획재정부에서 대강의 틀이라도 반영해 뒀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긴 하다"고 했다. 이태원참사 특조위가 지난 9월에 시작됐는데, 정부 예산은 8월 중순에 결정되기 때문에 예산에서 빠졌다는 의미다.

 

12일 오전 서울 용산구청 앞에서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 협의회가 연 기자회견에 참가한 유가족들이 박희영 용산구청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2023.6.12. 연합
 

송 위원장은 "국회 행안위와 예결위에 참석해서 내년 예산안 146억 원을 요청"했지만 "지난달 28일 국회가 정부안에서 감액한 예산만 반영해 이태원참사 특조위 예산은 반영되지 않았다. 내년도 예산도 기획재정부와 협의해 예비비를 배정받아 위원회를 운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태원참사 특조위뿐 아니라 새로 추가된 예산안은 모두 반영되지 않았지만, 이태원참사 특조위가 새롭게 활동하는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이태원참사 특조위 관계자는 이 부분에 대해 "예비비 예산은 기재부가 심사 중"이라며 "다행히 지금까지 예산이 거의 다 수용되는 분위기다. 확정은 아니지만 이미 공감대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이태원참사 특조위는 조사관 등의 직원을 뽑지 못한 상황으로, 직원이 없는 사무실은 휑한 느낌마저 줬다. 현재 일을 하고 있는 직원들은 민간에서 추천받은 단기 계약직으로 사무처 구성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당연히 이태원참사에 관한 조사가 진행될 수 없는 상황이다.  

이태원참사 특조위 관계자는 예산 편성 등의 진행 상황이 느리지 않다는 의견이었다. 그는 "과거 특조위를 보면 위원회 위원을 임명하는 데만 1~2년 걸린다"며 "위원장만 혼자 6개월 넘게 있는 경우도 있고, 설립 준비단만 1년 넘게 운영되기도 한다"고 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각종 위원회가 위원들을 여야 공동으로 추천한다"며 "결국 이런 과정에서 정치적 긴장이 너무 높아 지연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이태원참사 특조위가 나아갈 방향도 밝혔다. 송 위원장은 "법원과 경찰에 관련 기록을 요청했고, 국가기록원에 10·29이태원 참사 관련 기록물의 폐기금지 요청을 해 조치가 고시됐다"며 "참사 현장에서 촬영된 영상 등도 확보했다"고 밝혔다. 요청한 자료 중에는 국정조사 결과보고서가 있다. 

경찰과 법원에 수사 기록 관련 자료를 요청했지만 받지 못했다. 송 위원장은 "경찰이 자료를 제공하는데 조심스러워하는 느낌을 받았다"며 "행정안전부 수장이 참사와 관련된 부분이 없지 않아 있다. 그래도 이태원 특조위 활동이 적극적으로 이뤄지면 자료 제공을 해 줄 것"이라고 전했다. 

이태원참사 특조위는 조사 대상과 범위를 한정 짓지 않았다. 송 위원장은 "용산 경찰서, 용산 구청, 소방청, 서울경찰청은 기본"이라며 "대책을 마련하는 데 참여한 행정안전부, 대통령실, 국정상황실의 회의 내용과 대통령까지 전부 조사 대상"이라고 했다.  

 

21일 오후 서울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2주기 집중추모주간 선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묵념하고 있다. 2024.10.21. 연합
 

10·29이태원참사 목격자와 현장 증언 자료 요청을 했다. 송 위원장은 "참사의 진상을 밝히는 데 중요한 자료를 가진 분들의 자발적 도움이 절실"하다며 "제보도 기다리고, 20일과 21일에는 이태원에서 홍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홍보에 관해서는 "이태원참사 특조위가 어떤 국가기관이며, 희생 유가족, 현장에 있었던 사람, 경제적·신체적 피해를 망라해서 위원회에 구제를 위해 요청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릴 예정"이라며 "아무래도 이태원에 있는 분들이 참사와 관련있을 가능성이 높아서 그분들에게 홍보를 할 예정"이라고 했다.

송 위원장은 "큰 정치적 사건 겪어 이태원참사 특조위에 영향이 없을 순 없을 것"이라며 "하지만 이태원참사 특조위는 여야의 합의를 통해 탄생했다. 조사 활동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그는 "수사 과정에서 외면됐던 사실을 파악해 참사가 어떻게 발생했고 형사법적·도덕적·정치적 책임을 지게 해야 한다"며 "이태원 참사가 진짜 '참사가' 된 이유는 대응·수습 과정에서 정치인과 책임자의 무책임한 발언 때문이다. 국가적으로 이런 참사가 발생하지 않고, 만약 발생해도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 민들레 김민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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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주간 “대통령 자격 없다고 판단… 국정농단 사태와 달라”
한겨레 편집국장 “편집국과 논설위원실 용어 통일… 내란수괴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국회 탄핵안 가결 이후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일부 언론이 계엄 사태 이후 윤석열 대통령에서 ‘대통령’ 칭호를 빼고 있다. 대신 “내란죄 피의자”, “내란수괴 윤석열” 등의 표현이 등장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 때는 보이지 않던 현상이다.

경향신문은 12월5일자 사설 <민주주의 지켜낸 시민들의 용감한 저항>에서 ‘대통령’ 칭호를 뺐다. 가장 첫 부분만 ‘대통령 윤석열’이라 적시한 뒤 “윤석열의 기습적인 ‘친위 쿠데타’”, “그들에게 윤석열은 전두환이었다” 등 본문에 대통령 직함을 붙이지 않았다. 이 원칙은 이후 대통령 관련 사설에서 동일하게 적용됐다.

▲ 12월9일자 경향신문 사설.
 

검찰이 윤 대통령을 내란죄로 입건한 다음날(9일)엔 ‘내란 수괴 윤석열’이란 표현이 등장한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경찰과 검찰은 외환 음모 혐의까지 추가될 수 있는 내란 수괴 윤석열을 당장 체포하라. 그게 주권자의 명령”이라고 했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당일(14일) 사설에선 “윤석열은 내란 수괴임이 명약관화하다. 헌법재판소는 윤석열 탄핵 심판을 집중 심리해 조속히 파면을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한겨레도 계엄 및 탄핵 관련 사설에서 ‘내란죄 피의자’, ‘12·3 내란 사태 피의자’ 수식을 ‘윤석열 대통령’ 앞에 붙이고 있다. 12월9일자 사설에서 한겨레는 “12·3 내란사태의 수괴인 윤석열 대통령”, “내란죄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 등으로 표현했다. 한겨레의 지난 7일자 1면 제목은 “‘내란 수괴’ 윤석열”이다.

▲ 7일자 한겨레 1면 기사.
▲7일 오후 3시경, 서울 여의도에 배포된 시사IN 특별판 ‘내란범 윤석열’. 사진=윤유경 기자
 

시사IN은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1차 표결이 있었던 지난 7일 ‘거리편집국’을 차리고 특별판 ‘내란범 윤석열’을 배포했다. 시사IN 기자협회는 지난 6일 계엄 사태에 대한 시국선언문을 발표하며 “12·3 쿠데타 주범 윤석열을 처벌하라”고 했다. 뉴스토마토는 최근 기사에 ‘윤석열 대통령’ 대신 ‘윤석열씨’로 통일하고 있다.

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과 대비되는 현상이다. 국정농단으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2016년 12월10일 당시에도 신문들은 사설에 ‘대통령’ 직함을 붙였다. 경향신문과 한겨레 모두 사설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고 했다.

이기수 경향신문 논설주간은 17일 통화에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부터 내란으로 규정됐기 때문에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봤다. 그래서 중립적으로 대통령 표현을 뺀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과 비교해선 “국정농단은 어디까지 (대통령이) 관여하고 어느 법리가 적용되는지 봐야 했지만 내란은 바로 현행범으로 수사할 수 있는 문제기 때문에 다르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주현 한겨레 편집국장은 “처음엔 비상계엄 사태라 쓰다가 사실관계가 밝혀지기 시작한 6일부터 ‘12·3 내란 사태’로 용어정리를 했다”며 “대통령이 직접 의원 체포를 지시했다는 증언이 나오는 등 내란을 주도한 것이 명백했다. 이후 편집국과 논설위원실이 의논을 해서 용어를 통일한 것이다. 12월8일부터는 윤석열 대통령 앞에 ‘내란죄 피의자’를 쓰기로 했고 사설뿐 아니라 기사에서도 최대한 그렇게 하자고 정리를 했다”이라고 말했다.

이주현 국장은 “국정농단 사태와 달리 이번엔 초반부터 (대통령) 본인이 직접 지시한 정황이 나왔다. 포고령만 봐도 군사력을 동원해 의회를 공격하고자 한 것이 명백했기 때문에 (박 전 대통령 때와는)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이기수 주간은 “박 전 대통령도 재판 끝나고 혐의가 대부분 확정됐을 때는 대통령을 붙이지 않았던 전례가 있다”고 말했다. 경향신문은 2021년 1월15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정농단 등으로 징역 20년의 대법원 판결이 확정되자 “전직 대통령 이명박씨도 징역 17년이 확정돼 복역 중”이라며 “박근혜씨도 지금이 지난날의 잘못을 반성하고 국민에게 사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걸 알아야 한다”고 했다.   < 미디어 오늘 박재령 기자 >

부대변인이 대통령실 입장 일부 외신에 전달,

조태열 장관  “알지도 못했고 동의도 않아”

 
 
▲김영배 민주당 의원실이 16일 국회 외통위에서 공개한 지난 5일 외교부 부대변인 전달 PG 내용. 사진=국회 의사중계시스템 영상 갈무리
 

외교부 공보를 맡는 부대변인이 12·3 내란 사태 이틀 뒤 비상계엄 선포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입장문(PG·Press Guidance)을 외신에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이를 알지 못했다며 “사실관계를 파악하겠다”고 했다.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유창호 외교부 부대변인이 지난 5일 일부 외신기자들에게 전달한 대통령실 PG를 공개했다.

한글 문답지 형식의 PG에는 지난 3일 계엄 선포에 대해 “헌법주의자이자 자유민주주의 헌정질서를 누구보다 숭배하는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내린 결단”이었다며 “국민의 먹고 사는 문제를 볼모로 법률안과 예산안을 방해하고, 타협할 수 없는 국가안보를 훼손한 세력에 대한 불가피한 대처”라고 적혀 있다. ‘위헌 친위 쿠데타’라 비판 받는 비상계엄 선포의 정당성을 강조한 내용이다.

PG는 계엄 선포가 헌정질서 파괴라는 지적에 “의원들의 국회 출입을 통제하지 않았다”며 “대통령으로서 헌정 파괴 세력으로부터 자유민주주의 헌법 질서를 지키기 위한 액션은 했지만, 합헌적 틀 안에서 행동을 취했다”고 밝히고 있다. 야당과 타협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엔 “입법 폭주를 통한 국정농단의 도가 지나치다”며 “국정 자체를 마비시킬 지경”이고, “45년 동안 이런 야당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유창호 외교부 부대변인(왼쪽)과 김영배 민주당 의원. 의사중계시스템 갈무리
 

유창호 부대변인은 PG를 대통령실 비서관실로부터 받았다면서도 전달한 이가 누군지 밝히기를 거부했다. 유 부대변인은 계엄 선포에 대해 기자들 질의가 있었다며 이에 자료를 받아 외신 기자들에게 개인적으로 보냈다는 입장이다.

앞서 대통령실은 지난 4일 비상계엄 사태 관련 외신에 ‘계엄 선포가 헌법을 위배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뤄졌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 부대변인은 이튿날 이와 비슷한 내용의 PG를 외신기자들에게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유 부대변인은 지난달 본부로 발령나기 전까지 대통령실 미래정책비서관실에서 파견 근무를 했다.

조태열 장관은 ‘해당 PG 내용에 동의하냐’는 질의에 “알지도 못하고 동의하지도 않는다”라며 “외교부 공식 입장이 아니다”라고 했다. 김영배 의원은 “내란에 동조하는 행위”이자 “또 다른 쿠데타”라며 “직무배제하고 감찰을 해야 한다”라고 했다. 조 장관은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 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