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 이틀 차
국힘 “‘조작 짓’ 발언, 사과해라”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가 25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SNS 게시글과 관련해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과 설전을 벌이다 주 의원의 문제 제기에 웃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이틀째인 25일, 국민의힘은 자신들의 의혹 제기에 ‘조작’이라고 한 김 후보자를 향해 사과를 요구했으나 김 후보자가 이를 거부하며 또 다시 격하게 충돌했다.

 

김희정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오전 인사청문회에서 “김 후보자가 전날 청문회에서 우리 인사청문위원을 모독했다. 주진우 의원을 콕 찍어서 ‘국회의원들은 하지 않고 조작하는 나쁜 검사들이 하는 짓을 한다’고 했다”며 사과를 요구했다.

 

검찰 출신인 주 의원은 전날 청문회에서 김 후보자 재산 문제를 집중 공격했다. 또 지난 20일 페이스북에 “김 후보자가 현금 6억원을 경조사비, 출판기념회에서 받은 돈 봉투를 모아 집에 쌓아두고 썼다니 충격적”이라고 쓰기도 했다. 이에 김 후보자는 전날 청문회에서 “조작하는 나쁜 검사들이 하는 짓”이라고 반격한 바 있다.

 

김 의원의 사과 요구에 김 후보자는 “굳이 사과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미 인사청문 과정에서도 드러났고, 그 이전에 공개된 자료만으로도 한 해 6억원을 몰아서 장롱에 쌓아뒀다고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김 후보자는 거듭 재산 의혹을 캐묻는 국민의힘을 겨냥해 “제2의 논두렁 시계라고 표현할 수 있는 프레임을 만들어 계속 지적한다”고 비판했다. 검찰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수사할 때 확인 안 된 사실을 흘리며 언론 플레이를 한 것과 무엇이 다르냐고 되받아친 것이다.

 

김 후보자는 이날도 재산 관련 의혹에 대해 “결론적으로 저는 내야 할 것은 다 내고 털릴 것은 털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전날 청문회에서 최근 5년간 세비 대비 6억원가량 많은 지출과 관련해 축의금, 조의금, 출판기념회 수익, 처가의 생활비 지원을 자금 출처로 밝혔다. 김 후보자는 출판기념회 수입에 대해 “권당 5만원 정도 축하금을 받았는데 국민·일반인 눈으로는 큰 돈이지만 (정치인 출판기념회의 경우) 평균적으로 그다지 과하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출판기념회 수입 내역을 공개하라는 요구에 대해서는 “자료를 낼 수도 있지만, 정치 신인과 정치 전체에 대한 제 책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내역 공개로 출판기념회 자체가 논란이 되면 정치자금 마련이 막막한 원외 정치인 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취지다.

 

한편 인사청문회 시작부터 여야 의원들은 서로 질의 태도를 지적하며 충돌했다.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은 의사진행 발언에서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김현 의원을 향해 “제가 ‘간사가 무슨 벼슬이냐’ 여쭤보니 ‘왜 동물에 비유하냐’ 이렇게 말씀하신다. 벼슬이라는 뜻이 닭벼슬(닭볏)에 있는 것만 벼슬이 아니다”고 말했다. 박선원 민주당 의원은 “후보자 신상을 다 파헤쳐 가면서 근거 없이 폄훼하고 명예를 훼손하면 안된다”고 했다.  < 김해정 기자 >

 

김민석 “대한민국 안팎 총체적 위기…여야 협조 꼭 필요”

인사청문회 머리발언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가 24일 서울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선서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는 24일 “대한민국은 지금 안팎으로 총체적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다”며 “인수위 없이 맨바닥에서 시작한 정부가 빠르게 대한민국을 안정적 궤도로 올려놓으려면 여야를 비롯한 정치권의 협조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24일 국회 인사청문회 머리발언에서 “새 총리와 장관이 임명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대통령의 고군분투만으로 정부가 운영되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와 관련해 “대외적으로는 복합 경제위기 공급망 재편 중동 정세 불안 등 급변하는 국제 정세가 우리 경제와 외교 안보 전반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국내적으로는 민생경제의 어려운 극복과 정책 신뢰 회복, 사회 갈등 완화 등 구조적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며 “슈퍼 복합 넛크래커(nutcracker·호두 까는 기구) 상황 속에서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때보다 더 힘든 총체적 위기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이 과거 아이엠에프 시절 정부 비상대책위원회 대변인,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민주당 정책위의장 등을 지낸 경험을 나열한 뒤 “이런 경험이 새로 출범하는 정부의 안정적 정착과 현재 위기상황 극복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며 “저의 작은 힘이라도 보탤 기회를 주실 것을 고개 숙여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아울러 “국무총리는 국가의 정치와 행정을 이끄는 대통령님을 보좌하여 내각을 이끄는 대국민 참모장”이라며 “새로운 정부에 부합하는 새로운 모습의 총리가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혁신하는 총리, 의전에 갇히지 않는 실용적 총리, 책상에서 만일하지 않는 현장형 총리, 일방적 지시가 아닌 경청하는 소통형 총리가 되고자 힘쓰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또 “국민을 위한 국정의 방향 또한 제대로 정립해 나갈 것”이라며 “실기하지 않겠다. 우선순위를 명확히 하겠다. 대한민국 미래를 위한 성장 동력을 마련하겠다. 사회적 대화 모델을 구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 고한솔 기자 >

 

러·중은 물론 프랑스 등 서방 동맹국들조차 비판 대열 합류

전문가 "전 세계 권위주의자들에 같은 행동 부추길 수 있어"

미 유엔대사대리 "유엔헌장 집단적 자위권 부합한 조처" 반박


이란 공습후 대국민 연설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로이터 연합]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명령에 따라 전격적으로 이뤄진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이 '일방적 무력행사'를 금지한 국제법을 위반한 것이란 논란이 쉽게 잦아들지 않는 모양새다.

우크라이나전을 계기로 미국과 각을 세워 온 러시아와 중국은 물론 프랑스와 노르웨이 등 일부 서방 동맹국들조차 비판 대열에 동참하면서다.

 

24일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와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전날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란의 핵무기 확보 저지란 목표를 지지하지만 이번 공습에는 합법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란 핵시설 무력화 자체에는 타당성이 있다"면서도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미국이 '합법적 틀'을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마크롱 대통령과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한 요나스 가르 스퇴르 노르웨이 총리 역시 미국의 이란 핵시설 폭격이 "국제법 영역 바깥에서 이뤄졌다"고 비난했다.

 

유엔 헌장 제2조는 '자국의 국제 관계에 있어서 어떠한 국가의 영역 보전 또는 정치적 독립에 반하는 무력 위협이나 행사를 삼간다'고 규정한다.

 

미 예일대 로스쿨의 우나 해서웨이 교수는 뉴욕타임스(NYT) 기고문을 통해 "일방적 무력행사 금지는 전후 법질서의 기본원칙"이라면서 "유엔 헌장 비준국은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의결로 승인되거나 무력 공격 대상이 됐을 때만 다른 국가에 무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폭격을 받은 이란 포르도 핵시설 [AP 연합 자료사진]

 

그는 "안보리 지지를 받아야 한다는 요건은 걸림돌이지만, 미국뿐 아니라 러시아와 중국에도 장애물이 돼 왔다"면서 "트럼프가 외교와 협상을 버리고 무력을 택한 건 전 세계의 권위주의자들이 같은 행동을 하도록 부추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기습 침공한 이후 3년 넘게 전쟁 중인 러시아나, 대만을 겨냥해 무력시위를 벌여 온 중국이 대만 침공을 강행할 경우 면죄부를 주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미국은 이날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에서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격이 유엔헌장과 안보리 결의, 국제원자력기구(IAEA) 규정 등 국제법을 위반했다는 러시아 등의 비난에 정면으로 반박했다.

 

도로시 셰이 주유엔 미국 대사 대행은 "이번 공격은 집단적 자위권을 규정한 유엔 헌장에 부합해 이란이 이스라엘 및 중동 지역, 나아가 국제 평화와 안보에 가하는 위협을 완화하는 것을 목표"라고 말했다.

 

유엔헌장 51조의 '집단적 자위권'에 따른 정당한 조치였다는 취지의 언급으로 보인다.

 

셰이 대사 대행은 앞선 지난 22일 안보리 회의에서도 "이번 작전은 오랫동안 지속되었지만, 급속히 확대되고 있는 세계적 불안정의 근원을 제거하고, 유엔헌장에 부합하는 집단 자위권의 고유한 권리 아래 동맹국인 이스라엘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해당 조항과 관련해선 공격을 받은 뒤에야 자위권을 발동할 수 있다는 해석과, 공격 위협을 받을 경우 실제 공격 이전에 선제 대응할 수 있다는 해석이 맞서왔는데 이중 후자의 입장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논쟁의 핵심은 이란의 핵 위협이 집단적 자위권을 발동할 요건에 부합할 정도로 현실적 위협이었느냐의 문제로 귀결될 것으로 보인다.


도로시 셰이 주유엔 미국 대사 대행 (유엔본부 로이터=연합) 도로시 셰이 주유엔 미국 대사 대행이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보리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6.24

 

한편, 미국의 공습을 받은지 만 이틀만에 이란이 이스라엘과의 휴전에 합의하면서 미국 정치권에선 대체로 '힘을 통한 평화'라는 등의 긍정적 반응이 나오지만, 일각에선 월권 논란도 일고 있다.

 

연방의회를 '패싱'한 채 타국과의 전쟁에 돌입했다는 이유에서다. 민주당내 급진파들은 트럼프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는 주장마저 내놓았고, 공화당 몇몇 의원도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공화당 토머스 매시 하원의원(켄터키)은 "헌법적으로 처리했더라면 같은 결과를 내면서도 정당성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이란 핵시설 폭격의 절차적 정당성에 거듭 문제를 제기했다.  < 연합 황철환 기자 >

 

미 정보당국 “이란 핵시설 파괴 안 돼…몇 개월 지연에 그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 네덜란드 스키폴의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에 도착해 에어포스원에서 내리며 모자를 고쳐 쓰고 있다. 로이터/암스테르담 연합
 

미국이 이란 핵시설에 대규모 공습을 가했지만, 이란 핵 프로그램의 핵심 요소를 파괴하지 못했다는 미 정보당국의 초기 평가가 공개됐다. 정보당국은 ‘이번 공습이 이란의 핵개발을 수개월 정도 지연시키는 데 그쳤으며 이란이 공습 전 고농축 우라늄 대부분을 다른 장소로 옮겨 피해가 미미했다’라고도 평가했다.

CNN은 24일 익명의 관계자 4명을 인용해 이런 내용의 국방정보국(DIA) 초기 분석 결과를 단독 보도했다. 이 평가는 미 국방부 산하 정보기관인 국방정보국이 작성한 것으로, 미 중부사령부가 수행한 피해 평가를 기반으로 했다.

 

관계자 중 한 명은 시엔엔에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수개월, 길어야 몇 달 정도 늦춘 수준”이라고 밝혔다. 두 명의 관계자는 이란의 원심분리기가 여전히 대부분 “정상 작동 가능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뉴욕타임스도 “해당 분석에 따르면 포르도와 나탄즈 핵시설 입구를 차단하는 데 성공했지만, 내부의 지하 구조물은 무너지지 않았다”며 “다섯 장 분량의 초기 보고서는 ‘이란이 핵물질 대부분을 여전히 통제하고 있으며, 필요시 비교적 빠르게 핵무기 개발이 가능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미 정보당국은 공습 이전에도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려 할 경우 약 3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분석해왔다. 공습 이후 지연 예상 기간은 최대 6개월 미만으로 추산됐다”고 전했다. 포르도, 나탄즈, 이스파한 등 핵시설 3곳에서 피해는 주로 지상 구조물에 집중됐으며,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우라늄 금속화 설비나 전력 인프라 등이 손상된 수준이라고 보고서는 전했다.

 

고농축 우라늄이 이미 다른 장소로 옮겨진 정황도 담겼다. 뉴욕타임스는 보고서를 인용해 “이란은 고농축 우라늄 대부분을 공습 이전에 이미 다른 장소로 옮겨 핵물질의 실질적 피해는 미미했다”며 “일부는 비공식 핵시설로 이전된 정황도 포착됐다. 이스라엘 정보기관도 이란이 소규모 비밀 농축시설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는 주요 시설이 공격을 받을 경우에도 핵 프로그램을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내용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밝힌 공식 입장과 배치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습 이후 “이란의 핵시설과 능력을 완전히 파괴했다”고 여러 차례 주장했다. 헤그세스 장관도 시엔엔과 인터뷰에서 “이란의 핵무기 개발 능력은 파괴됐다”고 말했다.

 

미국이 자랑해온 ‘벙커버스터’ 폭탄의 한계가 드러난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은 벙커버스터 폭탄 대신 잠수함에서 발사된 토마호크 미사일로 이스파한을 타격했는데, 이는 이스파한 하층부가 포르도보다도 더 깊어 벙커버스터로도 관통이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고 한 소식통은 시엔엔에 전했다. 시엔엔은 “미국의 벙커버스터 폭탄이 이란의 지하 깊숙이 요새화된 핵시설, 특히 포르도와 이란 최대 핵 연구 단지인 이스파한을 완전히 파괴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오랫동안 의문이 제기돼 왔다”고 전했다.

 

군 관계자들은 뉴욕타임스에 “지하 시설에 보다 중대한 피해를 주기 위해서는 여러 차례의 타격이 필요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1차 공격을 승인한 뒤 추가 공습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백악관은 국방정보국 초기 분석의 존재는 인정했다. 하지만 평가 내용에 대해선 “전적으로 잘못된 내용”이라고 반박했다. 백악관 대변인 캐러라인 레빗은 시엔엔에 보낸 성명에서 “이번 유출은 트럼프 대통령을 깎아내리고 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전투기 조종사들을 모욕하려는 악의적인 시도”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3만 파운드짜리 폭탄 14발이 정확히 명중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는 모두 알고 있다. 그것은 전면적인 파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에도 “타격은 완벽했다. 해당 시설은 산속에 묻혔다”고 주장했으며, “이란이 해당 시설을 복구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곳은 이미 무너져 내렸다”고 답했다. 미국 정부는 현재도 현지 정보 수집을 계속 중이며, 이란 내부의 추가 정보를 통해 정확한 피해 수준을 파악 중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날로 예정됐던 상·하원 전체 기밀 브리핑을 돌연 취소했다. 상원은 오는 26일로 일정을 변경했고, 하원 브리핑은 향후 일정이 정해지지 않았다. 민주당 하원의원 팻 라이언(뉴욕주)은 소셜미디어 엑스에 “트럼프는 하원 기밀 브리핑을 아무 설명 없이 취소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가 말한 ‘완전 파괴’를 뒷받침할 근거가 없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

 

농축 우라늄 400㎏ 행방 묘연…이란 “핵 활동 계속할 것”

핵개발 결론 없는 휴전
이란 강경파 득세 땐 NPT 탈퇴 가능성도

 
 
위성사진 제공 업체인 맥사 테크놀로지스가 22일 촬영한 이란 콤 북동쪽 포르도 연료농축시설(FFEP). 미국의 공습으로 생긴 분화구가 관측된다. AFP 연합
 

미국의 개입으로 이란과 이스라엘이 휴전에 합의했지만, 미국과 이스라엘이 공습 이유로 내세운 이란 핵에 대한 결론은 없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의 주요 핵시설을 모두 파괴했다고 하고, 이란은 피해가 경미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이번 전쟁이 이란의 핵 개발 속도를 늦출 수는 있어도, 핵 개발 자체를 중단시키지는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 인다.

 

제이디 밴스 미국 부통령은 23일 미국 폭스뉴스에 출연해 “우리가 장비를 파괴했기 때문에 이란은 그들이 보유한 장비로 핵무기를 만들 능력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란은 핵 활동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24일 모하마드 에슬라미 이란원자력청(AEOI) 청장이 이란 국영통신사(IRIB)에 “핵 활동의 복원을 위한 일련의 준비를 미리 해뒀고 원자력 산업의 생산·활동 과정의 어떠한 중단도 막기 위한 계획이 세워졌다”며 “공격받은 핵시설에 대한 피해 규모를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핵심은 포르도 시설에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60% 농축 우라늄 400㎏’의 향방은 파악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핵무기 9개를 제조할 수 있는 90% 농축 우라늄을 만들 수 있는 양이다. 미국의 이란 공습 전 포르도 시설 인근에 16대의 트럭이 접근한 정황이 포착됐다. 농축 우라늄을 보유하고, 핵 기술력이 유지된다면 이란이 핵 개발을 포기할 가능성은 적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래픽 한겨레 디자인부

 

이란이 고농축 우라늄을 보유한 사실이 확인되거나, 실제 핵 활동을 복원하는 움직임이 포착되면 미국과 이스라엘은 또 ‘핵 위협’을 빌미로 공습 계기를 찾을 수 있다. 분쟁의 불씨는 언제든 되살아날 수 있는 것이다.

 

이란은 국제원자력기구 체제하에서 이란의 자위권 확보가 사실상 불가능한 것을 확인한 만큼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해야 한다는 강경파가 득세할 수도 있다. 탈퇴하면 국제원자력기구의 사찰 의무가 자동으로 종료돼 다시 국제사회로부터 경제적 제재를 받을 수 있다. 북한은 핵 개발 의혹에 국제원자력기구가 특별사찰을 요구하자 2003년 1월 공식 탈퇴를 선언했다. 미국의 공습 이후 22일 이란 의회는 국제원자력기구와의 협력을 전면 중단하는 내용의 법안을 승인해 이 역시 풀어야 할 문제다.

 

이란 핵합의는 더욱 불투명해졌다. 2015년 미국을 비롯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5개국과 독일이 이란과 타결한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에서는 이란의 우라늄 농축 수준을 3.67%로 제한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8년 이란 핵합의를 일방적으로 탈퇴한 뒤 이란도 우라늄 농축 수준을 60%까지 높였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이 23일(현지시각)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이사회 긴급회의에 참석해 있다. 빈/신화 연합
 

트럼프 행정부 2기 들어 진행 중이던 미국과 이란의 핵 협상도 우라늄 농축 권한이 쟁점이었다. 미국은 이란의 민간 원자력 에너지 사용과 우라늄 농축 능력을 갖는 것은 별개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이란이 원하는 민간 원자력 에너지에 필요한 우라늄 농축도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핵무기 제조가 가능한 90% 고농축 과정까지 진행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고 보는 것이다.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6차 협상을 앞두고 이스라엘이 이란을 기습 공습하면서 12일간의 전쟁이 시작됐다. 세르게이 럅코프 러시아 외교차관은 23일 러시아 이즈베스티야와의 인터뷰에서 2015년 체결된 이란 핵합의와 관련해 “이 합의를 복원하기 위한 여건을 보지 못했다”며 사실상 합의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짚었다.    < 최우리 기자 >

 

포르도보다 더 깊은 땅속 145m, 이란 새 핵시설 가능성

나탄즈 핵시설 남쪽 산 아래 지어져

 
 
미국 민간 위성업체 맥사 테크놀로지가 22일(현지시각) 이란 나탄즈 핵시설을 촬영한 사진. 사진 가운데 미군이 떨어뜨린 벙커 버스터 폭탄 ‘GBU-57 MOP’가 만든 흔적이 보인다. 사진 EPA 연합
 

이란이 최근 완성했다고 밝힌 새 핵시설이 미국 공습에 타격을 입은 기존 핵시설들을 대체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이 핵시설은 포르도 지하핵시설보다 더 깊은 곳에 위치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22일 워싱턴포스트 보도를 보면, 이스라엘이 공습을 시작하기 전날인 지난 12일 모하마드 에슬라미 이란 원자력기구 사무총장은 “새로운 핵시설은 완전히 건설되었고, 안전하고 공격할 수 없는 장소에 위치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원심분리기 설치가 끝나는 대로 농축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문제의 새 핵시설이 수년 전부터 외부에 알려진 ‘콜랑가즈라산 터널핵시설’이라고 보도했다. 이란이 국제원자력기구에 이 시설에 대한 접근 권한을 주지 않아, 이곳이 완성됐는지, 원심분리기가 설치되어 있는지, 우라늄 농축 준비가 되어 있는지도 명확히 확인된 바가 없다. 아직 타국 정부나 서방 정보기관,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에서 공식적으로 에슬라미 사무총장의 주장을 확인하거나, 새 핵시설의 정확한 위치를 지목하지는 않고 있다. 현재로썬 위성 사진 분석을 토대로 한 시설의 위치와 규모에 대한 추정만 있을 뿐이다.

과학국제안보연구소가 지난해 4월 나탄즈 핵시설과 콜랑가즈라산 터널핵시설의 위치를 설명한 자료. 출처 과학국제안보연구소, 구글 어스

 

‘콜랑가즈라산 터널핵시설’ 건설이 시작된 건 5년 전이다. 미국 비영리기관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의 2022년 보고서에선, 이란은 2020년부터 현재 나탄즈 핵시설로부터 남쪽으로 2㎞ 떨어진 콜랑가즈라산 지하에 터널을 뚫고 핵시설을 짓기 시작했다. 2020년 미국과 이스라엘이 사이버공격과 폭탄 설치로 나탄즈 핵시설 내 원심분리기 조립 시설을 폭파한 직후다.

 

‘콜랑가즈라산 터널핵시설’은 깊은 지하에 위치해 공략이 어려웠던 포르도 지하핵시설보다 더 깊은 곳에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콜랑가즈라산 터널핵시설’이 만들어진 콜랑가즈라산은 해발 1608m다. 포르도 핵시설이 위치한 쿠에다그구이산(960)보다 2배가량 높다. 덕분에 포르도 핵시설과 비슷한 각도로 파고 들어가면 지하 110~145m에 핵시설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과학국제안보연구소의 계산이다. 포르도 핵시설의 지하 80~90m보다 30~55m 더 깊은 것이다.

과학국제안보연구소가 지난해 4월 콜랑가즈라산 터널핵시설의 위치를 설명한 자료. 출처 과학국제안보연구소, 구글 어스

 

보고서는 “포르도 핵시설은 너무 깊어 공중 폭격으로 파괴하기 어렵지만, ‘콜랑가즈라산 터널핵시설’은 더 어려울 수 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포르도 지하핵시설이 너무 깊어 미사일 타격이나 특수부대 파견으로 확실하게 파괴하긴 쉽지 않아, 미국의 개입을 요구해왔다. 결국 미국은 지난 21일 비-2(B-2) ‘스피릿’ 스텔스 폭격기 6대로 벙커 버스터 폭탄 중 가장 강력한 ‘GBU-57 MOP’ 12발을 떨어뜨렸다. 그럼에도 이스라엘군은 초기 분석 결과 포르도 핵시설이 심각한 피해를 입었지만, 완전히 파괴되지는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콜랑가즈라산 터널핵시설’은 지난 21일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 때는 표적이 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공습 다음 날 미국 민간 위성업체 맥사 테크놀로지가 촬영한 위성사진을 보면 나탄즈 핵시설에 떨어진 벙커 버스터 폭탄 2발의 착탄 추정 지점 모두 나탄즈 핵시설 경내였다.        < 김지훈 기자 >

이스라엘, 이란에 대한 보복 공습 계획을 대폭 축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 나토 정상회담이 열리는 네덜란드로 출발하기 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질문에 답하고 있다. UPI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가까스로 합의한 이스라엘-이란 간 휴전을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는 나토 정상회의를 가는 비행기 안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전화해 ‘공격을 멈추라’며 고성을 질렀다고 전해졌다. 이 압박에 따라 이스라엘은 이란에 대한 보복 공습 계획을 대폭 축소했다고 한다.

 

24일 액시오스는 이스라엘 및 미국 당국자들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 뒤 네타냐후 총리가 공격 규모를 크게 줄이기로 했다”고 전했다. 예루살렘 포스트도 “이스라엘 전투기가 이란 영공에 진입해 20개 목표물 타격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 간 긴급 통화가 이뤄졌고, 트럼프 대통령은 격한 어조로 작전 중단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나토(NATO) 정상회의를 앞두고 파레이스 하위스 텐 보슈궁에서 열린 공식 만찬에 도착하고 있다. 헤이그/AP 연합
 

위기는 미국 주도로 이스라엘-이란간 휴전이 발효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벌어졌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이날 오전 7시 6분과 10시 25분(현지시각) 이란이 이스라엘을 향해 미사일 3발을 발사했으며 이 중 일부는 요격되거나 인명·시설 피해 없이 개방 지역에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즉각 보복 공습을 명령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사우스 론에서 마린원 헬기에 탑승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휴전 발효 1시간 만에 폭탄을 떨어뜨리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란이 쏜 로켓 하나 때문에 아침에 공습한 것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이 두 나라는 너무 오래, 너무 심하게 싸워서 이제는 자신들이 뭘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전투기 철수를 요구하는 글을 대문자로 게시하기도 했다.

 

익명의 이스라엘 고위 관계자는 액시오스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화를 걸어 공격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며 “네타냐후 총리는 완전한 철회는 어렵다. 제한적 대응은 필요하다고 설명했고, 협의 끝에 레이더 기지 1곳만 타격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백악관 관계자도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단호하고 직접적인 방식으로 우려를 전달했다”며 “네타냐후 총리도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했다”고 밝혔다.

 

예루살렘 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목소리를 높이며 ‘공격을 멈추라’고 요구했고, 네타냐후 총리는 거의 말을 잇지 못한 채 ‘미국에 감사하다’는 입장만 반복했다”며 “트럼프와 네타냐후 간 대화는 매우 험악했다. 트럼프는 이번 휴전 중재를 외교 성과로 간주했고, 누구도 이를 훼손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통화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이스라엘은 이란을 공격하지 않을 것이다. 모든 비행기는 되돌아올 것이다. 휴전은 유효하다”고 올렸다. 이스라엘 총리실도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이스라엘이 전쟁의 주요 목표를 달성했다는 평가를 받았고, 휴전의 안정을 위한 신뢰를 공유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카타르를 통해 이란에도 “장난은 끝났고, 추가 공격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

 

트럼프 “이스라엘-이란 둘 다 휴전협상 위반…휴전은 발효 중”

이스라엘 총리실 “추가 공격 중단”

 
 

이스라엘과 이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밝힌 휴전 시점 이후에도 상대가 미사일을 쏴서 휴전을 위반했다며 공방을 벌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양쪽 다 휴전 협상을 위반했다”고 비난하며 휴전 준수를 촉구했다. 초기 충돌에도 불구하고 휴전은 발효 중인 상황이나, 다만 양쪽 간 실제 분쟁이 완전히 중단되기까진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에이피·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24일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휴전 협정이 발효된 지 3시간도 채 되지 않아 내놓은 성명에서 이란이 휴전 발효 이후 미사일을 발사해 휴전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오전 이스라엘 북부에서는 폭발음과 공습 경보가 울렸으며, 이스라엘 군 관계자는 이란 미사일 2발을 요격했다고 밝혔다. 이란군은 공격 사실을 부인했다. 도리어 이스라엘이 공격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이란 언론은 이날 테헤란에서 두 차례 폭발음이 들렸다고 보도했다. 양쪽 모두 상대방의 공격이 휴전 시작 시점 이후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양쪽 간 충돌이 이어지는 데 대해 거친 표현까지 섞어가며 큰 실망감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백악관을 떠나기 전 기자들과 만나 “이란도 그렇지만, 오늘 아침 이스라엘이 행동한 건 정말 불만족스럽다”고 밝혔다. 그는 “합의하자마자 이스라엘이 즉시 폭격을 퍼부은 것이 맘에 들지 않는다. 듣자 하니 이스라엘이 어디에도 떨어지지 않은 로켓 1발에 위협을 느껴 다시 출격했다고 한다”며 “두 나라는 너무 오래 치열하게 싸워 이젠 뭘 하는지도 모르는 것 같다”고 비난했다.

 

에이피 통신은 백악관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으로 향하는 에어포스원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통화해 휴전 준수를 촉구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이스라엘은 이란을 공격하지 않는다. 모든 전투기는 방향을 돌리고, 이란을 향해 우호적인 손인사를 할 것이다. 휴전은 발효 중이다”라고 트루스소셜에 썼다. 이스라엘 총리실도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를 확인하며 이스라엘이 추가 공격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 정유경 기자 > 

 

카타르, 트럼프 전화 받고 이란에 ‘휴전 설득’…중동의 중재자로

 
 
3D 프린트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모형이 이란 지도를 바라보고 있다. 로이터 연합
 

격화하던 중동 분쟁이 진정 국면에 접어든 배경엔 카타르의 중재가 있었다. 카타르가 이스라엘-하마스의 휴전 협상을 이끈 데 이어 중동의 ‘외교 허브’로서 역할을 재확인했다.

 

23일(현지시각) 로이터 통신은 익명의 이란 당국자를 인용해, 카타르 총리 셰이크 모하메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가 이날 이란과의 통화에서 휴전에 대한 동의를 이끌어냈다고 전했다. 이 통화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카타르 국왕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에게 전화를 걸어, ‘이스라엘이 휴전에 동의했으며 이란도 휴전을 받아들이도록 설득해달라’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부 조율은 제이디 밴스 미국 부통령이 카타르 총리실과 했다고 엔비시 방송이 전했다.

 

이날 이란이 미국의 핵시설 공습에 대한 보복 지점으로 택한 곳도 카타르의 알우데이드 공군기지였다. 미국은 카타르 외에도 이라크, 시리아, 요르단,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오만, 이집트 등에 4만명 이상의 미군을 주둔시키고 있다. 이란은 사정거리 약 2000km의 중거리 미사일로 이 중 상당 지역을 공격할 수 있지만, 추가 확전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대화 가능한’ 상대인 카타르를 타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겨레 디자인부

 

이란은 이날 공격 전에도 미국·카타르에 공격을 예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사전 통보 덕분에 인명 피해는 전혀 없었고, 아무도 다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 역시 이날 성명에서 미사일 공격이 카타르의 주거 지역에서 멀리 떨어진 곳을 대상으로 했다고 강조했다. 또 “이번 작전은 우리의 우호적인 형제 국가인 카타르와 그 국민에는 어떤 위협도 가하지 않는다”며 “이란은 카타르와 온화한 역사적 관계를 유지·지속하는 데 전념할 것”이라고 밝혔다.

 

카타르가 미국-이란 사이의 중재자로 떠오른 건 양쪽 모두와 등지지 않는 실용적인 외교 노선의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카타르는 지난 2022년 미국의 비 나토 동맹국으로 지정되는 등 미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수니파 국가이면서 시아파인 이란과도 외교 관계를 끊지 않았다. 2017년 사우디아라비아 주도로 중동 수니파 국가들이 카타르를 봉쇄했을 땐 이란이 항공로 등을 통해 식량을 지원했다. 2020년 미국과 탈레반 간 휴전을 중재한 것도 카타르다. 카타르는 이번 분쟁에 앞서 지난 1월과 지난달엔 이스라엘-하마스의 휴전 협상도 중재한 바 있다.  < 천호성 기자 >

'울산AI센터·해수부 이전' PK 공들이기 이어 광주로…'영호남 통합행보' 분석도

지역 민원 관련 간담회 이례적 생중계…'소통강화' 기조 이어가는 듯


이재명 대통령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심장부' 호남을 찾았다.

이 대통령은 이날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찾아 '광주시민·전남도민 타운홀 미팅' 행사를 열고 지역민 등 약 100여명을 초청해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갖는다.

 

지역 국회의원이나 지자체 관계자들도 초청되긴 했지만, 이날 행사는 일반 주민들의 '날 것' 그대로의 민심을 청취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대통령실 관계자는 설명했다.

 

특히 정치권에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불참을 결정하며 이날 일정을 비우게 된 이 대통령이 그 시간을 호남 방문으로 채운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대선에서 80%이상의 압도적 지지를 보내준 호남을 직접 방문, 감사의 뜻을 밝히면서 텃밭 민심을 어루만지겠다는 포석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최근 울산 데이터센터 출범식 참석 및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 독려 지시 등으로 PK(부산·경남) 민심에 구애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 이 대통령이 이번에는 호남을 끌어안으며 영·호남 통합 메시지를 부각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최근 이 대통령이 수시로 소통 강화를 주문해 온 것도 이날 행사의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지역 현안을 직접 지역민의 입을 통해 듣겠다는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날 행사에서는 군 공항 이전이나 인공지능(AI) 관련 인프라 확충 등 지역 민원이 계속 화제에 오를 것으로 보이며 이 과정은 이례적으로 방송 생중계가 되면서 전국에 가감없이 전달된다.

 

최근 대통령실은 취임 30일이 되는 다음달 3일 기자회견을 검토하는 등 소통을 늘리기 위해 다각도로 힘을 쏟는 모습이다.

 

결국 임기 초부터 국민들과 스킨십을 최대한 자주 하면서 '일하는 정부'의 인상을 각인시키겠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지난 19일 국무회의에서도 "민원에 대해 '귀찮은 일', '없으면 좋은 일' 이렇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러지 말아야 한다"며 공직자들에게 최대한 민원에 적극적으로 응대할 것을 주문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이 지난 18일(현지시간) 주요7개국(G7) 정상회의 참석 차 캐나다를 찾은 뒤 한-멕시코 정상회담을 한 바 있는데, 이 자리에서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자신의 높은 지지율 비결에 대해 "일주일에 3∼4일은 직접 시민을 찾아 대화하고 야당과 토론을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같은 임기 초반의 경험 역시 소통강화 기조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도 있다.  < 임형섭 기자 >

 

이 대통령 “전쟁 다시 겪을 일 없는 나라 만들 것”

6·25 75주년 페이스북 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70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추념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6·25 75주년을 맞은 25일 “가장 확실한 안보는 평화를 만드는 것”이라며 “한반도 평화 체계를 굳건히 구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쟁을 다시 겪을 일 없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 수많은 이들의 희생과 헌신에 올바로 응답하는 길”이라며 이렇게 적었다. 이 대통령은 “평화가 곧 경제이자, 국민의 생존과 직결되는 시대”라며 “군사력에만 의존해 국가를 지키는 시대는 지났다. 싸워서 이기는 것보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또 “오늘의 대한민국은 결코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았다”며 보훈을 강조했다. 그는 “전장을 지킨 국군 장병과 참전 용사, 유가족, 그리고 전쟁의 상처를 감내하며 살아오신 국민 모두의 희생과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특별한 희생을 치른 분들께 충분한 보상과 예우를 다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느낀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유공자와 가족에게 앞으로 더 많은 지원이 이어질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 엄지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