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내심에 한계…미래 잘려 나간 느낌”

 
청년단체들이 모인 ‘윤석열OUT청년학생공동행동’이 9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퇴진총궐기 청년학생대회 레드카드 퍼레이드’를 열고 손팻말을 드는 모습. 김가윤 기자
 

‘국정농단 아웃’, ‘전쟁위기 아웃’, ‘혐오와 차별 아웃’…‘윤석열 아웃!’

청년단체들이 모인 ‘윤석열OUT청년학생공동행동’은 9일 오후 2시 서울 청계광장에서 ‘퇴진총궐기 청년학생대회 레드카드 퍼레이드’를 열었다. 집회에 모인 청년 300여명(주최 쪽 추산)은 각자 생각하는 퇴진 사유 등이 적힌 레드카드를 손팻말에 붙이며 정부 비판에 나섰다.

공동행동의 강새봄 공동대표는 지난 7일 대국민 담화를 언급하며 “지켜본 국민은 사과 아닌 사과에 분노를 금치 못했다. 인내심은 한계를 넘은 지 오래”라며 “대통령만 바뀌는 정권교체는 두 번은 안 된다. 퇴진 이후 세상이 바뀔 때까지 함께하자”고 선언했다.

퇴진총궐기 청년학생대회에선 윤석열 정부로부터 외면당한 청년 의제·사건이 주로 등장했다. 발언에 나선 노민영 고려대 학생(생명공학)은 고등학생 시절 ‘이태원 참사’를 접하고 “꼬리 자르기에 급급한 정부를 봤다. 국가가 우리를 보호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어 카이스트 졸업생 ‘입틀막’ 사건을 언급하며 “(이공계 학생으로서)미래가 잘려 나가는 느낌을 받았다”며 “사회에서 몇십년을 살아가야 하는 건 우리인데, 윤석열 정권 2년 반 만에 20년은 망가졌다. 더는 시간을 낭비할 수 없기에 지금 행동하자”고 호소했다.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딥페이크·엔(N)번방 등 디지털 성범죄 사건도 언급됐다. 노예진 경상국립대 페미니즘 동아리 ‘세상의절반’ 회원은 “윤석열 정권은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며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과 혐오에 기반을 둔 지지를 유도했다”며 “계속 살아갈 우리와 이후에 태어날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바뀌어야만 한다”고 외쳤다.

집회에 참여한 청년들은 그밖에도 저마다 윤석열 정부에 느낀 다양한 실망감을 전했다. 김서윤(19)씨는 “뉴라이트 인사가 임명되는 것을 보고 역사교육이 무너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고등학생 유원우(18)군은 “집회의 자유나 언론의 자유와 같이 학교에서 배운 민주주의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윤석열 정권이 오히려 ‘반국가세력’이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이날 공동행동은 ‘청년학생 10대 퇴진 사유서’를 제시했다. 청년들은 퇴진을 요구하는 첫 이유로 ‘대통령 가족비리, 국정농단’을 꼽았다. 이들은 “명품백을 받아도, 주가조작의 주범이라는 의혹이 도처에 있어도 기소조차 되지 않는다. ‘이게 나라냐’는 말이 절로 나오는 현실을 바꾸기 위해 행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청년실업과 비정규직 양산 △전쟁을 부르는 동맹과 적대정책 △역사훼손 △이태원 참사 △채 상병 사망사건 △구조적 성차별과 성폭력 등의 이유도 담겼다.                        <  한겨레 김가윤 기자  >

‘윤석열OUT청년학생공동행동’ 참가자들이 ‘국정농단’, ‘전쟁위기’ 등 각자 생각하는 퇴진 사유 등이 적힌 레드카드를 손팻말에 붙인 모습. 김가윤 기자

 

윤석열 기자회견 직후 '김용 재판 관여' 보도 쏟아져
뭐가 문제라는 건지 논점 모호…부당 개입 뉘앙스만
막연하게 이재명이 '위증 교사' 한 듯한 연상 일으켜

"대통령 담화에 쏠린 국민 분노 돌리려 치졸한 언플"
"구글 타임라인 김용 알리바이 확인되자 검찰 다급"
"변호인에게 의견 개진, 피고인으로서 방어권 행사"

 

윤석열 대통령의 7일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 직후 동아일보가 <[단독]檢, 김용 재판 관여한 이재명 텔레그램 확보…법원에 추가 증거 제출>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하자 더불어민주당이 검찰을 강력 성토했다. 윤 대통령 기자회견이 국민적 분노를 촉발하자 정권의 충견인 검찰이 물타기를 위해 또 치졸한 언론 플레이를 벌였다는 것이다.

해당 기사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불법 대선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 중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변호인단 단체 대화방에 참여해 변론 방향을 지시하는 등 재판에 관여한 정황을 검찰이 확보했다는 내용인데, 정작 어떤 점이 문제라는 것인지 논점은 모호한 채 이 대표가 뭔가 부당한 개입을 한 듯한 뉘앙스만 풍기고 있다. 기사 말미에는 이 대표와의 연관성을 밝히는 배경 설명은 아무것도 없이 경기도 시장상권진흥원장 출신 이모 씨의 '위증 논란'을 서술해 마치 이 대표가 '위증 교사'를 한 것처럼 읽히게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불법 대선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 중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재판에 관여한 정황을 검찰이 확보했다는 언론 보도들.
 

더불어민주당 검찰독재대책위원회(위원장 한준호)는 8일 <검찰의 위법적 수사와 치졸한 언론플레이 규탄한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내고 "윤석열 대통령 대국민 담화 이후 특정 언론이 난데없이 '단독'으로 '김용 재판 관여한 이재명 텔레그램 확보…법원에 추가 증거 제출'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하더니, 저녁엔 아무 문제도 안 되는 걸 가지고 '속보' 타이틀을 단 기사들이 쏟아졌다"며 "검찰이 수사 정보를 뒤늦게 흘린 것으로 의심된다. 그러나 이는 이재명 대표의 재판에 악영향을 미치려는 검은 의도를 품은 치졸한 여론 공작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검찰독재대책위원회는 "윤석열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에서 해서는 안 될 말을 함부로 하며 현실에 대한 무지와 몰이해를 여지없이 드러냈다. 2022년 재보선 공천과 2024년 총선 공천 개입을 사실상 시인했다"면서 "무도한 윤건희 정권의 사냥개인 검찰도 해선 안 될 위법적인 행태를 서슴없이 보여줬다. 그 정권에 그 검찰"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최근 구글 타임라인 법원 감정 결과로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돈을 받았다는 그 일시 장소에 없었다는 알리바이가 물증으로 확인되자, 다급해진 검찰이 천지 분간 못 하는 행태를 벌이는 것"이라며 "거짓으로 쌓아 조작을 덧댄다고 해서 이미 무너지기 시작한 불법 수사의 탑이 버텨낼 수는 없다"고 했다.

아울러 "검찰은 대장동 사건과 관련해 유동규를 허위 진술하도록 해 김용 전 부원장과 이재명 대표를 수사하고 기소했다. 두 재판에서 유동규의 진술이 유일한 증거인데, 나중에 보니 각 재판에서의 유동규의 진술이 완전히 다른 것도 많았다"면서 "그런 상황에서 당시 기억을 바탕으로 변호인에게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는 것이 무엇이 문제인가. 오히려 피고인으로서 방어권을 행사한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대장동 민간업자들에게서 불법 정치자금과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왼쪽)과 김기표 변호사가 30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3.11.30. 연합
 

또 "검찰은 이렇듯 아무런 문제가 없는 내용을 가지고 텔레그램 대화방 운운하며 '이재명 대표가 변론에 관여했다'고 주장하는데, 우리가 확인해본 바로는 기사와 관련된 내용이 증거로 제출된 바는 없다"며 "기사에 따르면 검찰은 해당 내용을 오래전에 수사 과정에서 입수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런데 예전부터 가지고 있던 증거를 캐비닛에 보관하고 있다가 왜 이 시점에 제출한 건지, 정확히 수사기록을 제출한 것이 맞는지도 의문이다. 이재명 대표 사건 선고를 앞둔 시점에 이러는 것은 검찰의 의도적인 공작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별건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증거를 재판에 제출하지 않고 가지고 있다가, 여론 공작으로 서슴없이 공개하는 위법부당한 검찰의 행태에 기가 찬다. 망작이 되어버린 대통령 담화에 쏠린 국민적 분노를 여론몰이로 바꿔보려는 윤건희 검찰독재정권 충견들의 눈물겨운 노력이 가상한다"며 "윤 대통령이 사과로 포장한 거짓말 담화를 하다가 자신의 범죄사실을 드러내고 만 것처럼 검찰도 진실을 덮고 여론을 호도하려다 오히려 자신들의 범죄행각이 들통나고 만 셈"이라고 비판했다.

검찰독재대책위원회는 "어느 나라 대통령인지, 어느 시대를 사는 검찰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검찰은 되지도 않을 언론 플레이를 중단하고 지금이라도 이재명 대표에 대한 증거 조작을 시인하고 사법부의 판단을 겸허히 기다리기 바란다"면서 "조금이나마 직업적 양심이 남아있다면 이제 국민들이 매서운 눈으로 바라보는 윤석열‧김건희 부부의 국정농단을 함께 직시하며 대통령 담화에서 무의식적인 자백으로 드러난 윤석열‧김건희 부부의 국정농단 권력형 범죄나 제대로 수사하기 바란다"고 전했다.                            < 민들레 김호경 기자 >

 

참여 인원에 견줘 비좁은 집회 범위
경찰과 참여 시민 사이 충돌 일어나

 
9일 민주노총, 전국민중행동, 진보대학생넷 등이 참여하는 윤석열정권퇴진운동본부(퇴진운동본부)가 진행한 ‘윤석열 정권 퇴진 1차 총궐기’(총궐기)에서 경찰과 시민이 충돌하고 있다. 김가윤 기자
 

‘윤석열 정권 퇴진’을 내걸고 노동조합과 시민단체가 연 첫 번째 총궐기 현장 곳곳에서 참여 인원에 견줘 비좁은 집회 범위를 둘러싸고 경찰과 참여 시민 사이의 충돌이 벌어졌다. 주최 쪽은 이 과정에서 14명이 다쳤다고 주장했다.

경찰과 윤석열정권퇴진운동본부(퇴진운동본부) 설명을 9일 들어보면, 이날 오후부터 서울 도심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퇴진 집회와 관련해 11명(저녁 8시30분 기준)이 연행됐다. 퇴진운동본부 쪽은 “집회 장소를 진입하는 행진 도중 경찰의 도발과 방해로 마찰이 있었다”며 “부상자도 14명이 발생했다”고 했다. 민주노총 등 퇴진운동본부 소속 단체들은 이날 저녁 8시부터 각 경찰서에서 연행자를 석방하라는 항의행동을 이어갔다.

이날 집회는 서울 숭례문부터 시청역까지 세종대로 전 차선과 인도를 메운 채 진행됐다. 애초 경찰은 세종대로 왕복 8차선 가운데 6개 차로만 내어주고 차량을 통행시켰는데, 서울 도심에서 사전 집회를 연 참가자들이 본 집회에 합류하며 공간이 비좁았던 탓에 차도 전체가 집회 현장이 됐다. 이 과정에서 집회 신고 지역을 벗어났다고 판단한 경찰과 시민들 사이 충돌이 발생했다.

시민들은 차로를 통제하는 경찰과 부딪히며 “구역이 좁아 합류하려는 참가자들이 못 들어오고 있다”는 등 불만을 내비쳤다. 현장에 들어서려는 장애인 단체 회원과 노동조합원 등을 경찰이 막아서기도 했다. 시민들은 “(집회 현장을) 열어라”, “폭력경찰 물러나라”라고 외치며 항의했다. 이로 인해 집회는 애초 예정보다 1시간여 늦은 오후 5시께 시작됐다.

경찰은 집회가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 차로 2개를 다시 확보하려 숭례문에서 시청역 방향으로 밀고 들어갔다. 이미 자리를 잡고 있던 시민들이 이 과정에서 경찰과 충돌하며 일부 부상자가 발생해 응급실에 실려 가기도 했다. 충돌은 집회를 마칠 무렵인 오후 5시40분께까지 이어졌다.

경찰은 이날 총궐기를 ‘불법집회’로 규정하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서울경찰청은 “집회가 세종대로 전차로를 점거하고 경찰관을 폭행하는 등 심각한 불법집회로 변질되어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며 “집회 현장에서 경찰관을 폭행하거나 해산명령에 불응하는 등 혐의로 현장 검거한 불법행위자들에 대해 구속영장 신청 등 엄정 수사하겠다. 그 외에도 (혐의자들을) 전원 채증 판독해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했다. 이어 “이와 같은 불법을 사전 기획하고 현장 선동한 민주노총 위원장 등 집회 주최자들에 대해서도 신속하고 엄정하게 사법처리 하겠다”고 덧붙였다. 

반면 민주노총은 “(경찰이) 평화적인 집회에 난입해 충돌을 유도하고, 집회 참가 중인 조합원을 폭력 연행했다“며 “정권은 폭력으로 지킬 수 없다“고 반발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총궐기 뒤 열린 ‘제2차 국민행동의 날’ 집회에서 “왜 이 좁은 공간에서 이 많은 사람들이 불편하게 주권 행사를 해야 하느냐”며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당당하게 (집회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 바로 경찰이 할 일”이라고 말했다.                 < 한겨레  김가윤 기자 >

https://youtu.be/CstC1NO4yUk

‘명태균·김영선 대 강혜경 지저분한 돈 싸움’ 프레임 변질시도”

검찰 "검찰은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수사하는 것이 아니다."

 

 
 
명태균씨가 9일 밤 창원지검에서 3차 조사를 마치고 나와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최상원 기자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국회의원 선거 공천 개입 의혹 사건의 핵심인물인 명태균(54)씨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만 조사받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부부에게까지 수사 범위가 확대되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명태균씨는 9일 창원지검에 출석해 오전 10시께부터 밤 10시20분께까지 12시간 넘게 조사받았다. 명씨가 이 사건과 관련해 검찰 소환조사를 받는 것은 지난 2월5일, 11월8일에 이어 세번째이다. 세번째 조사를 마친 직후 명씨 변호인은 “오늘로 조사를 마쳤다”라고 말했다.

명씨는 조사를 받으러 들어가기에 앞서 취재진에게 “이 사건은 정치자금법 사건 아니냐? 그렇다면 나는 정치자금법 위반에 대해 조사를 받아야 한다. 정치자금법과 관련해서 나한테 돈이 단 한푼이라도 흘러온 게 있는지 조사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왜 허위 보도, 가짜 뉴스를 갖고 내가 조사를 받아야 하나?”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언제까지 연락했는지, 김영선 전 국민의힘 국회의원 공천에 대통령 부부가 어떤 도움을 줬는지 등을 취재진이 묻자, 명씨는 “그게 그렇게 중요한가? 대통령하고 여사하고 나눈 가십거리가 그렇게 중요하냐?”라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앞서 지난 8일 두번째 조사를 받으러 갈 때도 명씨는 “이 사건은 돈 흐름을 파악하면 금방 해결된다. 나는 단돈 1원도 받은 것이 없다”라며, 언론의 관심을 정치자금법으로 돌리려는 태도를 보였다.

명씨는 또 조사를 받고 나와서 “국민 누구나 추천하고 의견을 낼 수 있는 것 아니냐? 창원국가산단도 내가 창원시에 제안했다”라며, 자신을 둘러싼 여러 의혹에 대해 문제되지 않는다는 태도를 보였다.

9일 3차 조사를 받기 위해 창원지검에 도착한 명태균씨가 차에서 내리고 있다. 최상원 기자
 

명씨 주장처럼, 공식적으로 현재 이 사건은 정치자금법 위반 여부에 한정돼 있다.

지난해 12월 경남도선거관리위원회는 공직선거법·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김영선 전 국민의힘 국회의원의 회계책임자였던 강혜경씨를 창원지검에 고발하고, 김 전 의원과 명씨 등 5명을 수사의뢰했다. 또 선거자금 회계처리의 문제점을 발견해 지난 7월 김영선 전 의원과 강혜경씨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추가 고발했다.

그러나 창원지검은 지난달 10일 공직선거법 공소시효 만료일에 맞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내사 종결(입건 전 조사 종결) 처리했다. 이때까지 검찰이 명씨를 불러서 조사한 것은 지난 2월5일 1차례가 전부였다. 창원지검은 애초 이 사건을 검사 없는 수사과에 배당했다가, 언론 보도가 시작된 지난 9월에야 형사4부(부장 김호경)로 사건을 넘기면서 본격적인 수사를 시작했다. 명씨에 대한 압수수색 역시 공직선거법 공소시효 만료일을 불과 열흘 앞둔 지난 9월30일에야 처음 했다. 공직선거법 공소시효 만료일 직전까지 사건을 묵혀둔 채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뒤따르는 이유이다.

남은 것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뿐인데, 정치자금법의 공소시효는 7년이다. 정치자금법과 관련, 명씨는 2022년 6월 대구·경북에서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출마를 준비하던 배아무개씨와 이아무개씨로부터 1억2천만원씩 모두 2억4천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지방선거와 함께 열린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경남 창원의창 지역구에 당선된 김영선 전 의원으로부터 25차례에 걸쳐 9670여만원을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직접 연결된 부분을 찾기 어려운 혐의들이다.

지난달 21일 강혜경씨는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해서, 명씨가 지난 대통령선거 당시 윤석열 후보를 위해 3억7천만원을 들여서 81차례에 걸쳐 여론조사를 했고, 이 대가로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명씨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서 거론되는 돈 모두가 윤 대통령을 위한 여론조사 비용으로 사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31일 기자회견을 열어, 윤 대통령이 대통령취임 전날인 2022년 5월9일 명씨와 전화통화를 하며 ‘김 전 의원에게 공천을 주라고 국민의힘 공관위에 말했다’는 내용의 녹취록을 공개한 바 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명씨한테 여론조사를 해달라고 얘기한 적이 없”고 “누구 공천해 주라는 얘기는 해본 적이 없”다라며 “제가 명씨와 관련해서 부적절한 일을 한 것도 없고, 또 뭐 감출 것도 없”다고 말했다.

강혜경씨의 변론을 맡은 노영희 변호사는 “이 사건의 본질은 사인의 국정농단과 선거부정이다”라며 “그런데 명태균씨가 자꾸 돈 문제로 몰고 가려는 것은 돈 문제로 축소시켜야 ‘명태균·김영선 대 강혜경의 지저분한 돈 싸움’으로 프레임이 변질되고 돈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서 진실 발견이 더 어려워지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언론에서 제기하는 모든 의혹을 참고하고 있다. 충분히 의심할만한 부분도 있고, 너무 나간 것 아닌가 하는 부분도 있다”라며 “하지만 검찰은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수사하는 것이 아니다. 또 검사가 직접 수사할 수 있는 범위는 한정돼 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 사건은 기본적으로 선거관리위원회가 고발한 사건이다. 일단 그 범위 안에서 조사한다”라며 “하지만 압수수색 과정에서 나온 텔레그램 같은 것들에게 이상하다고 판단되는 것이 있으면 범위를 벗어나더라도 당연히 수사한다.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는 못하지만,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는 위법 사항 중에 정치자금법 위반 등과 연관되는 것이 있으면 기소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 한겨레 최상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