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일년 전 이야기다. 되돌아보기도 싫은 ‘손가락 절단’ 해프닝의 추억을 떠올린다. 허상과 위선의 맹신, 고집과 방관과 어깃장 등등이 얽혀서 초래한 사고투성이 운행 참사를 겪게 되면서, 허퉁한 미련이 진하게 남아있는 회한의 추억을 되씹어보게 된다.
일행은 듣지 않았다. 사고위험이 크다고, 설명하고 외쳐도 보고, 아무리 두 손 들어 말려도, 허상에 취한 그들에겐 ‘쇠귀에 경 읽기’에 불과했다.
엔진에 이상 신호가 뚜렷한데다 타이어도 펑크날 정도로 낡아 불안한데 운전사는 술까지 거나했다. 일행은 ‘괜찮다 운전 잘한다’고 감싸더니 ‘그래도 외제차인데 잘 굴러가지 않겠냐’며 고속도로 질주를 고집했다. 이 차로는 불안하니 다른 운전사가 모는 좋은 차로 가는 게 좋겠다고 거듭 말려보아도 “술 좀 먹으면 어떠냐”고 손사래 치며, ‘외제차’라는 철지난 매력을 내세워 다짜고짜 꿈의 고속도로인 아우토반을 향했다. 그리곤 잘한다는 운전술과 외제차 맹신에 힘입어 겁없이 폭주의 본색을 드러내더니, 아니나 다를까 불안예감 그대로 ‘십리도 못가’ 만신창이 사고투성이가 되었다. 난폭차량 한 대 만의 사고라면 모르되 갈팡질팡 좌충우돌, 연쇄추돌과 역주행에 상대 차선까지 엉망으로 만들어 온통 난장판을 만들었다.
일행은 진작부터 귀가 따갑게 외친 경고를 들을려고도 듣지도 않다가 곤경에 처했다. 장담코 손가락을 자르겠다던 자는 언제 그랬냐는 듯 시치미 뒤에 손을 감췄다. 뻔뻔한 입으로 상처입은 운전자 변명하고 눈치보며 염치없는 눈알을 이리저리 굴릴 뿐….
목이 터져라 외쳐 불길한 예감을 경고한 사람들은 현실이 된 불행 앞에 울화통이 치밀어 “마이동풍 흘려 듣더니 꼴 좋다!” 고 호통을 쳐보지만, 이미 엎질러진 오물투성이를 이젠 어떻게 쓸어 담아야 하나.
예견된 경고 그대로 마침내 사고를 쳐 난장판이 됐어도, 여전히 주취 운전자도 괜찮고 외제차라 문제없다던 맹종자들은 “너네들이 잘못해서 사고난 것”이라 덤터기 씌우며 주변에 큰 피해를 준것도 자기들과는 상관없다고 우긴다. 손가락은 커녕 손톱도 자르지 않은 손으로 삿대질을 해대는 맹신과 고집 덩어리의 두꺼운 얼굴들, 대를 이어 내로남불의 자기만족을 즐기는 그들이 아직도 30% 안팎은 남아서 우겨대고 있다는 가상 아닌 현실의 이야기다.
승객을 호도한 난폭운전 차량의 예화는 그야말로 간단히 윤곽만 스케치한 데생의 하나에 불과하다고 하겠다. 실제 우리들 눈앞에 펼쳐진 지난 1년의 생화와 동영상을 펼쳐본다면, 참으로 가관이어서 더 이상 견디기 힘들 몰꼴들이 현실이니까.
나라 구석구석을 검사들이 꿰차고 앉아 수사권 기소권으로 겁박하며 점령군처럼 위세를 부리는가 하면, 자기 편 범죄는 눈감고 뭉개는 조폭적 검찰왕국이 됐다. 전 정권과 야당 죽이기에 올인하며 여당 조종만 노릴 뿐 실종돼 버린 정치, 비판 언론을 스토커범으로 모는 치졸한 언론정책도 천박하다. 무역적자·물가불안은 심각한데 대책없는 경제 쇠락, 남북간 전쟁위기 조성과 미일 종속을 가속화하는 안보와 외교무능에 속이 탄다. 가진 자들만을 위한 감세와 복지축소·민영화 꼼수, 국립공원 마저 훼손하는 난개발도 설친다. 사회 곳곳에 똬리 튼 수구 적폐들의 발호와 역사의 뒷걸음질이 거세다, 그렇게 민주주의 공든 탑이 무너져 내리는 깊은 탄식소리….
민족 자존과 처철한 항쟁의 숨결을 되새기는 삼일절에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란 사람이 피흘려 투쟁한 선열들의 숭고한 희생과 자주독립의 고귀한 가치를 자학적 망언으로 짓밟고 모욕한 것도 생화의 한 컷이다. 일제 군국주의의 전쟁범죄를 불문에 부치며 ‘가치를 공유하는 협력파트너’라고 아양떠는 칭찬을 늘어놓아 일본 극우의 찬사를 들었다. 3.1혁명 후 104년 역사에 처음있는 망동이다. 그런데 거기에 그쳤으면 자유니 미래지향이니 버무린 미사여구에 현혹돼 유야무야 넘어갈 뻔 했다. 하지만 아무런 가치지향도 국정철학도 찾아 볼 수 없는 무뇌(無腦)의 본색은 이내 그 내장을 드러낼 수밖에.
그야말로 날강도에게 찔리고 얻어맞았는데, 미안하다는 반성의 말 한마디 듣기는커녕 “내 상처 내가 싸맬테니, 날 외면하지 마시고 제발 잘 돌봐주세요”하고 통사정하는 비굴하고 치욕적인 이른바 ‘강제징용 제3자 변제 해법’이란 것을 선언하고 나선 것이다. 아마도 위태위태한 ‘무뇌 정권’의 최대 최악의 치명타가 될 자살골을 날린 것이 아닐까.
한국민에게 일본이 어떤 나라인가. "어느 나라 대통령이냐!, 그런 돈은 굶어 죽어도 안 받는다!"는 양금덕 할머니의 외침 그대로, 친일 반민족 행위자들이 아닌 이상 어느 한국 사람이 일본에 굽신대고 무릎꿇기를 달가워하는가.
지난 1년간 ‘무뇌의 일탈’은 차곡차곡 수없이 쌓였다. 불의를 참지못하는 한국인들의 인내심은 비등점을 지나치지 않는다. 아무리 선비적인 아량을 지닌 민족이라지만, 끓어오르는 결기의 분출을 5년이나 견딜 것이라고 어느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연일 이어지는 폭설속에서 모국의 꽃소식은 긴 겨울의 끝을 예고하고 있어 설렌다. 남녘의 동백꽃을 시작으로 산수유, 매화까지 북상하면 지구 반대편 이곳도 따스한 기운이 전해지리라는 기대로 그곳 뉴스를 꼼꼼히 살펴 나간다. 문득 연보라, 연분홍 등 화사한 배낭을 맨 등굣길 어린이들의 사진이 눈길을 끌어 들여다 보니 ‘어린이는 가방무게에 눌리고 학부모는 가방 가격에 허리가 휜다.’ 는 부제가 달려있다. 산뜻한 분위기에 비해 다소 무거운 메시지는, 신학기를 앞둔 일본에서 ‘란도셀’이라는 어린이용 고가 책가방 구매 열풍으로 부모들의 경쟁이 뜨겁다는 소식이었다. 묵직한 가죽소재에다 허리아래까지 내려가는 가방 길이, 필요한 학용품을 장착하면 무게가 무려 10kg에 육박하며, 가격 또한 상상을 초월한다는 전언이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저 출산 영향으로 아이들이 귀해진 요즘, 뭔가 하나라도 더 챙겨주고 싶은 부모들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진정으로 아이를 위하는 길이 무엇인지 한번쯤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얼마 전 가족모임에서 작은 며느리의 일성이 내내 가슴에 박혀 수차례나 되새김질을 하고 있다. 올해 열 살, 초등학교 4학년인 아이의 머릿속에서 설계되고 실행된 작은 사건은 감동을 넘어 아이의 미래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아이의 언행을 눈여겨 보게 된다.
둘째 손녀 리아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속도는 물론 친구와의 소통도 조금 느린 편이라 예의주시한 아이였다. 어느 날, 몇몇 친구들이 소지한 셀룰러 폰을 갖고 싶은 아이는 어미에게 졸랐지만 거금의 폰을 어린아이에게 선뜻 안기는 건 부담이 되었으리라. 아이의 요구를 몇 차례 거부한 어미는 ‘꼭 갖고 싶으면 직접 벌어서 사라’며 지나가는 말로 흘려버렀다.
어미의 강한 부정에 오히려 귀가 번쩍 뜨인 아이는 꿈을 향한 청사진을 그려나가게 된다. 허리까지 차오른 눈을 직접 파내어 자신만의 사업장을 만들고 그 안에서 꿈을 향한 갖가지 아이디어를 하나 둘 펼쳐나갔다. 조그만 탁자 위에 자신이 아끼는 초콜렛과 소지품 등을 진열하여 실전에 들어간 날, 하필 한파까지 겹쳐서 사람들의 움직임이 전무한 상태였다. 강추위 속에서 한동안 자리를 지키던 아이는 손님을 모여들게 할 궁리를 했던 모양이었다. 다음날은 음악을 틀어놓았더니 몇몇 손님이 관심을 보였다며 아이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애초의 목적인 셀룰러 폰에 대한 욕심은 접어두고 손님들을 불러들이는데 초점을 맞춘 아이는 셋째 날엔 직접 피리를 불며 열을 올렸다. 추운 날씨가 걱정된 부모는 연신 그만 철수하기를 종용했지만 아이는 개의치 않고 손님과의 약속시간을 철저히 지킨 후 폐장을 했다. 결국 진열대의 모든 상품은 부모 차지가 되었지만 어려운 과정을 잘 견뎌낸 아이는 부쩍 성장한 면모를 보인다. 간절히 원하는 바가 있어도 억제할 줄 아는 슬기를 터득한 아이, 통장에 거금을 저축해 두고서도 돈이 아까워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간이 작은 아이로 거듭난 리아가 기특하기만 하다.
‘귀한 자식일수록 거칠게 키우라’는 옛어른들의 말씀이 꼭 필요한 시대이다. 천편일률적인 ‘란도셀’ 때문에 부모와 아이가 함께 고생하기 보다 아이의 눈높이에 맞는 교육환경을 위해 우리 모두 함께 고심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한다.
모국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구속영장을 청구한데 대해 캐나다 범민주원탁회의가 ‘헌정사 유례없는 야당파괴와 정적제거, 의정말살의 폭거’라고 규탄했다.
범민주원탁회의는 지난 17일 ‘누가 누구를 수사하고 어떤 자들을 구속해야 하는가’라는 제하의 긴급성명을 통해 “검사출신 대통령이 배후로 의심되는 검찰의 제1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의정사 초유의 위기상황”이라며 “대통령과 검찰에 정치파탄의 책임을 엄중히 경고하고 규탄하며 즉각 철회를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원탁회의는 “수년간 이잡듯이 뒤지고 수 백회 압수수색과 3차례 소환조사에서도 증거를 찾지못한 제1야당 대표를, 범죄자로 몰아 현행범으로 구속하려는 검찰정권의 작태는 여론전을 노린 정치쇼요 음모에서 비롯됐음을 자인하는 정치적 탄압일 뿐만 아니라 공직무능과 법 남용의 인권유린“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원탁회의는 이어 ‘정의와 평등의 법 정신을 깔아뭉개는 검찰은 더 이상 존재가치가 없는 국민들의 공적이 될 뿐”이라며 “범죄에서 자유롭지 못한 대통령과 재판에서도 드러난 그 일가의 혐의를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듯 변명하며 모르쇠로 뭉개는 검사정권과 그 호위무사 검찰의 내로남불 조폭적 습성에 조소를 금치 못한다. 과연 누가 누구를 수사하고 어떤 자들을 구속해야 하는가.”라고 추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