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인 칼럼] 희극 '검찰관'의 기억

● 칼럼 2023. 7. 8. 01:47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한마당 칼럼]  "희극 ‘검찰관’의 기억"

 

 

‘검찰관’이라는 유명한 희극이 생각난다. 러시아의 니콜라이 고골이 쓴 5막극으로, 비리와 불법이 들통날까 두려워하는 부패사회를 신랄하게 풍자한 작품이다.

온갖 부패와 편법에 찌든 관료와 유지들이 어느 형편없는 무전취식 청년을 민정 감찰의 검찰관으로 오인해 불안감에 몸을 떨며 극진히 모신다. 졸지에 검찰관 노릇을 하게 된 그는 허풍으로 사람들을 농락하고, ‘털면 먼지가 수두룩할’ 군상들은 처벌을 피하기 위해 낯뜨거운 아양과 추태로 향응을 베푼다. 그야말로 코미디같은 에피소드를 통해 사람들의 위선과 무능, 만연한 부정 부패의 세태를 고발한다.

그러나 이 희극에는 정작 ‘검찰관’은 등장하지 않는 의미 심장함이 있다. 단순히 검찰관이라는 말이 지닌 공포와 위력에 절절매는 모습에서 비정상인 사회와 의식구조가 그려진다.

도둑이 제 발 저린다는 말 그대로, 뒤가 구린 수많은 사람들이 그저 황제의 ‘암행어사’ 같은 검찰관이 온다더라는 소문만 듣고 기겁들을 해서, 분별력을 잃은 나머지 엉뚱한 오인과 면죄부를 노린 오발경쟁을 벌인다. 나중 검찰관으로 믿었던 방탕 청년이 성대한 환송연을 즐기고 사라진 뒤에야 상황을 파악하고 욕설과 악담으로 저주를 퍼붓는 낯두꺼운 사람들. 도둑들이 ‘도둑놈 잡아라’고 핏대를 올리며 억울해 하는데, 그제서야 진짜 검찰관이 도착했다는 소식으로 극이 다시 반전하며 모두가 멘붕에 빠져 얼어붙은 사이에 막을 내린다.

 

법조기자로 뛰던 시절 매일 접하던 검사들의 인상은 요약해서 ‘건방지다’는 것이었다. 점잖은 선비들 같던 판사들과 달리, 일부를 제외하고 다수 검사는 자유분방하되 거의 버릇이 없었다. 새파란 젊은 검사도 피의자나 참고인은 물론 기자들과도 반말이 능사였고, 자세와 태도 또한 방자했다. 악을 쓰며 수사한 사건이 무죄가 나기 일쑤인 검사들 일수록 거만이 두드러졌다. 요사이 최고권좌에 앉아서도 반말과 오만한 태도를 버리지 못하는 대통령의 모습이 바로 그 전형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다.

기사 마감 때문에 대개 오전에 법원과 검찰청을 돌게 되지만, 가끔 오후 늦은 시간 들르면 법원과 검찰의 대조적인 퇴근 모습도 보게된다. 묵직한 사건기록 보따리를 안고 집에 가서도 검토해 봐야 한다며 피곤한 모습으로 퇴근하는 많은 판사들과 대조적으로, 거의 매일 ‘회식’이라는 이름의 저녁근무지로 향하는 검사들은 활기가 넘친다. “오늘은 누가 내느냐”고 물으면 “우리끼리”라든가 우물거리기 일쑤지만, 대개는 스폰서들이 마련하는 접대의 자리다. 이튿날 아침에도 불그레한 얼굴에 술냄새가 가시지 않은 모습들에서 전날 저녁의 풍경은 그려지게 마련이다.

벌써 40년이 지난 시절의 검사들 기억이지만, 요즈음 한국 검찰의 이면 소식은 어찌 그리도 변함이 없는 것인지, 아니 오히려 검사들이 더 기고만장하고 오만방자 해졌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법 집행의 ‘독립기관’인 검사들이 쥐고있는 직무상의 권한과 권세로 인해 성품조차 권위적으로 바뀌는 직업특성은 기본이랄 수 있다, 정치권력의 도구로 부역하면서 배우고 쌓은 권력성향에, 이제는 최고권력자를 배출했다는 자만과 교만으로 권력 그 자체가 되어버린 검찰권력의 민낯을 무소불위 행태가 드러내 준다.

 

특수통 검사가 대통령이 된 이후 검사들의 위세는 하늘을 찌른다. 내노라하는 권력기관은 모두가 검찰 출신들, 그 중에도 대통령 사단에 속했다는 인물들이 직역과 능력을 따질 것도 없이 요직을 모조리 ‘점령’하고 있다.

특수부 검사들은 ‘없는 죄를 만들어 내고’ 때로는 ‘있는 죄도 뭉개버리는’ 조폭적 수사기법으로 악명을 얻은 부류다. 조금만 눈밖에 나거나 비위가 상하면 가차없이 압수수색의 칼을 빼들고, 불러다 강도 높은 수사로 압박과 공포감을 자아내 자살을 부르기도 한다. 그들이 야당대표를 3백번 넘게 압수수색을 하고도 이렇다 할 범죄증거를 못찾는 이례적인 일도 있기는 하나…, 공직사회는 물론 사회전반에 ‘검찰 공포’로 찬바람이 감돌고, 권력기관들은 검찰의 수족처럼 움직인다. 법치와 인권의 최후 보루라는 법원조차 검찰의 눈치를 살피는 판결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총칼로 무장한 군인들과 달리 검사들 손과 머리 속에는 ‘법’이라는 ‘유무형’의 도구가 자리잡고 있을 뿐이지만, 합법적 강제력을 지닌 국가 공권력이기에 총칼도 무력하게 만드는 강력한 무기다.

문제는 사회악과 부패를 척결하고 정의를 구현하는데 써야 할 합법의 무기를 ‘합법적인 불법’과 편법으로 교활하게 사용하는데 있다. 검찰권을 권력 보위와 보복의 무기로, 사적이익 보호의 방편으로 휘두르면 그들 말대로 깡패요 조폭이며 공권력의 오용일 뿐이니, 깡패와 조폭이 설치는 비정상이 과연 얼마나 오랠지 궁금하다.              < 편집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