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내내 수산물 식단 짠 대통령실

평소보다 이용객 많다며 성과처럼 홍보
어민 근본대책은 회피한 채 식단 자랑해
대통령은 침묵하고…급식업체만 난색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2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우리 수산물 메뉴를 점심 식사로 배식받고 있다. 2023.8.28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합뉴스

 

"다른 반찬 구성도 봐야겠지만, 5일 내내 수산물 메뉴는 당연히 위에서 오더(명령) 내린 거라 하는 거죠. 이렇게 식단을 짜는 경우는 없다고 보시면 돼요. 수산물만 이렇게 내놓는 급식 드셔보셨나요? 저희도 걱정되네요."

기업 급식을 담당하고 있는 10년 차 현직 영양사 김아무개 씨가 이번 주 5일 동안 수산물 메뉴를 제공하는 대통령실 구내식당을 두고 한 말이다.

후쿠시마 제1원전 핵 폐수 해양투기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이 '침묵'을 이어가는 가운데, 대통령실은 지난 27일 보도자료를 내고 8월 28일부터 9월 1일까지 매일 구내식당 점심 메뉴로 한국산 수산물을 전 직원 및 출입 언론인에게 제공한다고 밝혔다.

직원과 기자들에게 제공되는 수산물은 모듬회(우럭·광어), 고등어구이, 제주 갈치조림, 소라무침, 멍게비빔밥, 우럭탕수, 바다장어 덮밥, 전복 버터구이, 김부각, 물회 등이다. 대통령실은 9월 이후에도 주 2회 이상 수산물을 주 메뉴로 제공할 예정이라고 했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 안전이 걸린 문제에 대해 윤 대통령이 아무런 입장 표명도 하지 않는 상황에서, 후쿠시마 핵 폐수와 관련해 대통령실이 내놓은 '첫' 보도자료가 구내식당 메뉴 홍보라는 점은 사안의 심각성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수산물 메뉴가 첫 선을 뵌 이날 출입 기자들에게 "오늘 점심에는 평소보다 1.5배 이상 많은 인원이 구내식당을 이용했으며, 이 중에는 외부 약속을 취소하고 구내식당을 이용한 직원들도 다수 있었다"면서 성과처럼 홍보하기도 했다.

정작 윤 대통령은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도운 대변인 서면 브리핑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한덕수 국무총리와 오찬을 겸한 주례회동을 가졌다. 오찬 메뉴에는 수산물이 포함됐다고 이 대변인은 홍보했다.

대통령실 구내식당의 상식적이지 않은 5일 연속 수산물 메뉴 제공은 일본의 핵 폐수 해양투기 현실화 이후 국민들의 불안감과 공포감이 높아져 수산물 소비 위축 전망이 나오자, 이를 누그러뜨리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핵 폐수 해양투기 현실화로 업황이 우려가 큰 수산인에 대한 피해복구 및 지원책 등 포괄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함에도, 해양투기 중단이라는 근본 해결책은 외면한 채 비난을 피하기 위해 내놓은 '생색내기'라고밖에 볼 수 없다.

대통령실의 이 같은 수산물 소비 홍보는 단체급식을 하는 수많은 국민들의 건강권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이 수산물 급식 식단을 내세우는 것은 시장에 일종의 '신호'처럼 읽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우리 바다 지키기 검증 태스크포스(TF)'와 해양수산부, 수협중앙회는 오는 30일 CJ프레시웨이, 아워홈, 삼성웰스토리, 현대그린푸드 등 대형 급식업체와 간담회를 갖고 기업 급식에 수산물 활용을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해수부와 수협 등은 간담회에서 각 업체 관련 업무협약(MOU)을 체결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급식업체나 기업 입장에서는 정부의 수산물 소비 압박이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식품 기업의 특성상 브랜드 이미지 훼손시 복구할 수 없는 손실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반발과 우려도 상당하다. 대통령실과 정부·여당이 수산물 소비를 압박하면서 학교나 군대 급식 등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학부모 B 씨는 <시민언론 민들레>와 통화에서 "아이들에게 학교 급식에서 수산물을 먹지 말라고 가르친다"고 전했다.

야당은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일본이 후쿠시마 핵물질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기 시작하면서, 우리 국민의 걱정과 우려가 극에 달하고 있다"며 "학교 급식에 수산물 메뉴를 늘려달라는 정부의 요청에 학부모와 급식 업체들이 불안해하는 일도 있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9월 국회에서 핵물질 오염수 해양 투기 특별 안전조치 4법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 그리고 정부가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를 해제하지 못하도록 하는 수입 금지 의무화 법안도 추진하겠다"며 "장병 급식과 학교 급식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꼼꼼히 챙기겠다"고 덧붙였다.  < 시민언론 민들레 김성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