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영 선생 후손 이종걸 전 의원
“북한 생기기 전의 일이 이념전쟁 단초 되다니”
1922년 홍범도 장군이 모스크바에서 열린 극동민족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소련에 입국하며 쓴 서류. 직업 ‘의병’, ‘목적과 희망’에 ‘고려독립’이라고 썼다. 이 입국조사서는 러시아 문서보관소에 있던 것으로 2021년 홍 장군 유해 봉환 당시는 물론 최근까지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널리 공유되고 있다.
일제강점기 독립군 양성기관이었던 신흥무관학교의 기틀을 닦은 독립운동가 이회영 선생의 손자인 이종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육군사관학교(육사) 내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추진에 대해 “소가 웃을 일”이라며 비판했다. 이 전 의원은 이종찬 광복회 회장과 사촌지간이다.이 전 의원은 28일 저녁 시비에스(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나와 ‘일각에서 홍 장군 흉상이 소련 군복을 착용하고 있다는 점을 문제 삼기도 한다’는 진행자의 말에 “홍 장군은 광복되기 전에 돌아가신 분이고 (당시 소련 지도자) 레닌을 방문해 약소국인 대한민국 독립을 도와줄 수 있느냐, 항일무장 독립을 도와줄 수 있냐 이런 논의를 했던 상대방”이라며 “홍 장군이 소련 제복을 입게 된 것도 항일독립투쟁의 효과적인 진전을 위해서였다”고 강조했다.
국방부가 육군사관학교 교내뿐 아니라 국방부 청사 앞에 설치된 홍범도 장군 흉상에 대해서도 필요시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28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앞에 설치된 홍범도 장군 흉상 모습. 연합뉴스
이어 그는 “그래서 박정희 전 대통령도 1962년 건국훈장을 수여한 것인데 이제 와서 북한이 생기기도 전에 소련 공산주의 제복을 입었다는 것이 지금 이념전쟁의 단초가 된다는 것은 정말 소가 봐도 웃을 일”이라고 비판했다.홍 장군은 1922년 모스크바에서 열린 극동민족대회에 참가해 레닌으로부터 권총 선물을 받았는데 당시 입국 서류에 자신의 직업을 ‘의병’, ‘희망과 목적’에 ‘고려 독립’이라고 적었다.1927년에는 소련 공산당에 가입했는데 당시 연해주·만주 등지에서 국외 무장독립운동을 벌였던 독립운동가들은 이념이 아닌 ‘현지 지원’이라는 필요를 얻기 위해 소련·중국 공산당 등에 가입하거나 활동해왔다.
이 전 의원은 홍 장군 흉상 철거가 대한민국 역사 왜곡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전 의원은 “홍 장군 흉상이 철거되면 대한민국 건국의 기초가 된 무장독립투쟁이 앞으로 고국의 간석이 될 육사 생도들의 뇌리에서 사라짐으로써 대한민국의 역사가 또다시 왜곡되는 불행한 구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1868년 평양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홍 장군은 국운이 기울어가던 1895년 강원도 회양에서 봉기해 일본군을 사살하며 항일운동을 시작했다. 1907년 포수들을 모아 의병부대를 결성했고 1910년 8월 경술국치로 국권을 빼앗긴 뒤에는 간도와 연해주로 활동무대를 옮겼고 대한독립군 총사령관까지 올라 ‘백두산 호랑이’로 불리며 일본군을 토벌했다.홍 장군은 3·1 만세운동 이듬해인 1920년 독립 무장투쟁사에서 가장 빛나는 승리로 일컬어지는 봉오동 전투를 이끌어 ‘봉오동 전투의 영웅’으로 불린다. 하지만 1937년 소련 스탈린 정권의 정책 탓에 연해주에서 카자흐스탄 크즐오르다로 강제 이주당했고, 이후 움막집에서 살며 극장 경비 생활로 생계를 이을 만큼 힘든 말년을 보내다가 75살로 숨졌다.이러한 항일무장투쟁의 공적과 건국의 공로를 인정받아 홍 장군은 1962년 박정희 정권의 추서로 건국훈장 대통령장을 받았다. 이후 2021년 문재인 정부는 건국훈장 가운데 최고등급인 대한민국장을 수여했다. < 이유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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