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봉쇄 시도 뚫고 시국기도회 열어

"무능·무책임 윤석열, 빨리 끌어내려야"
"국민의 삶 도둑질하기 위해 언론 장악"
"일본 편에 선 윤, 역사 뿌리째 흔들어"

시국기도회 일단락…하반기에도 계속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하 사제단)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이자 8·15 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 서울지하철 시청역부터 숭례문 앞 대로에서 '친일매국 검찰 독재 윤석열 퇴진 주권 회복을 위한 월요 시국기도회'를 봉헌하고 '윤석열 탄핵'을 촉구했다. 2023.8.14. 에큐매니안 임석규 객원기자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하 사제단)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이자 8·15 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 서울지하철 시청역부터 숭례문 앞 대로에서 '친일매국 검찰 독재 윤석열 퇴진 주권 회복을 위한 월요 시국기도회'를 봉헌하고 '윤석열 탄핵'을 촉구했다.

시민의 힘으로 봉헌한 월요 시국기도회

이날 월요 시국기도회는 경찰의 방해로 우여곡절 끝에 열렸다. 사제단은 당초 오후 4시부터 7시까지 사전 기도회를 연 뒤, 오후 7시 30분부터 월요 시국기도회를 봉헌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경찰이 기도회 장소를 버스로 봉쇄하면서 충돌이 빚어졌다.

사제단과 시민들은 이에 "집회의 자유 침해하는 윤석열은 퇴진하라" "표현의 자유 침해하는 윤석열은 퇴진하라" "합법 집회 보장하라" 등을 외치며 경찰과 대치했다. 경찰이 시민들을 밀어내면서 위험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지만, 다행히 부상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사제단은 결국 오후 4시 30분쯤부터 약 1시간 동안 인도에서 약식으로 사전 기도회를 열었다. 본집회 성격인 월요 시국기도회도 경찰의 방해로 지연됐다. 경찰은 기도회 시작 시간인 오후 7시 30분까지 차로를 열어주지 않았다. 이로 인해 제대 설치가 늦어져 예정보다 30분이나 지연된 오후 8시쯤부터 기도회를 봉헌할 수 있었다.

경찰의 봉쇄와 극우단체들의 방해 속에서도 시국 기도회가 열릴 수 있었던 데는 촛불행동 측에서 기도회장 주변에서 사전집회를 가져 행사장을 미리 확보하고 시민들과 함께 경찰의 물리적 방해에 맞선 것이 크게 작용했다. 촛불행동 활동가들은 시국기도회 내내 참가자들을 안내하고 기도회가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자원봉사 활동을 펼쳤다.   

 

14일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월요시국기도회가 예정된 서울지하철 시청역 앞에서 종교인, 시민과 경찰이 대치하고 있다. 경찰은 오후 5시 이후 집회 불가를 이유로 오후 4시에 예정된 사전 기도회를 경찰 버스를 동원해 원천 봉쇄했다. 2023.8.14. 에큐메니안 임석규 객원기자

"무능·무책임 윤석열, 빨리 끌어내려야"

시국기도회 주례와 강론을 맡은 송년홍 신부(사제단 비상대책위원장)는 윤 대통령과 현 정부에 대해 가감없이 비판했다.

송 신부는 "최근 새만금 잼버리를 통해서 윤석열은 보여줄 것을 다 보여줬다"면서 "무능하고 무책임하고 무지하고 막무가내 그 자체다. 모든 것을 남탓으로 돌린다. '전정권'씨가 친구이고, 아직도 정권을 못잡아서 '문재인 정권 7년차'라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용산의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역시 국정을 운영하는 게 아니라 야당을 공격하고 국민을 협박하고 자신들의 이익만을 챙기려고 한다. 검찰과 감사원을 이용해 공포정치를 한다. 자신에게 유리한 것만 전하라고 방송을 장악하려고 그 옛날 방송 장악을 했던 범죄인을 다시 끌어왔다. 경제가 나락으로 가고 있는데 아무런 대책도 없이 그냥 가만히 있다"면서 "이런 윤석열을 가만히 둬서 안 된다"고 성토했다.

아울러 "윤석열 정부는 일본 정부와 기업에 대한 배상 판결을 거부하고 오히려 제3자가 배상하게 했다"며 "후쿠시마 핵 폐기수를 바다에 버린다는데 일본의 입장에서 대한민국 사람을 설득시키고 매일 브리핑을 하고 유튜브에 막대한 돈을 들여 광고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본인을 위한 일본인 대통령 윤석열을 빨리 끌어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이자 8·15 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 서울지하철 시청역부터 숭례문 앞 대로에서 '친일매국 검찰 독재 윤석열 퇴진 주권 회복을 위한 월요 시국기도회'를 봉헌하고 '윤석열 탄핵'을 촉구했다. 사진은 사제단 비상대책위원장인 송년홍 신부. 2023.8.14. 에큐메니안 임석규 객원기자

송 신부는 끝으로 "역사는 앞으로 나아간다. 반복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앞으로 발전한다"며 "지금 이 순간을 기억하기 위해서 투쟁하는 우리가 있기 때문에 그렇다"고 했다. 그는 "친일파, 아스팔트 태극기, 극우보수세력들과의 싸움이 바로 역사를 앞으로 발전시키는 일"이라며 "우리의 시국기도회는 오늘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윤석열이 퇴진하는 날까지 계속해서 기도회를 열 것"이라고 다짐했다.

"윤, 국민의 삶 도둑질하기 위해 언론 장악"

각계의 연대발언도 이어졌다.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은 "윤석열 정권이 공영방송을 장악하기 위해서 혈안되어 있다"며 "권력을 감시하는 국민의 충견인 언론을 두들겨 잡아서 권력에 꼬리치는 애완견을 만들어놔야 마음대로 국민의 삶과 평화를 도둑질할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에 대해 "이명박 정권 시절 숱한 언론탄압을 했던 언론에 대한 고문 기술자라고 해도 과언 아닌 사람"이라며 "군홧발과 총칼을 안 들었을 뿐이지 국정원을 동원해서 공영방송을 대대적으로 탄압하고 언론사 내부 인사까지 개입했던 증거들이 차고 넘친다"고 말했다.

그는 "윤석열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에 이런 국정원의 불법적인 정치개입 사건을 낱낱이 수사해놓고 자기가 대통령 되니까 바로 그 사람을 방통위원장 후보에 발탁하는 자기부정을 저지르고 있다"며 "우리 언론노동자는 모든 것을 걸고 싸우겠다"고 말했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이자 8·15 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 서울지하철 시청역부터 숭례문 앞 대로에서 '친일매국 검찰 독재 윤석열 퇴진 주권 회복을 위한 월요 시국기도회'를 봉헌하고 '윤석열 탄핵'을 촉구했다. 사진은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 2023.8.14. 에큐메니안 임석규 객원기자

"일본편에 선 윤 정부, 역사 뿌리째 흔들어"

정의기억연대 이나영 이사장은 "국제인권 원칙과 규범에 따라 피해자를 보호하고 가해국 책임을 물어야 할 한국 정부는 2015 한일합의 정신 운운하며 화해치유재단 부활을 시도하고 있다. 굴종외교, 자해외교로 일관하더니 강제동원 3자 변제안을 내놓고 말았다"며 "헌법을 형해화하고 주권국가로서 자존심도 내팽개친 채 가해국 일본의 편에 섰다"고 했다.

또 "윤석열 정부는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를 강행하고자하는 일본 정부의 대변인 노릇을 자처하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아니라 일본국의 이해에 복무하고 있다"면서 "반민족, 반인권, 반평화 인사들을 권력의 핵심으로 배치해 시민들을 반국가세력으로 몰아 탄압하고 비판적 언론을 겁박하며, 우리 선조들이 쌓아올린 자랑스런 역사를 뿌리째 흔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에 부화뇌동한 국내 극우 역사부정 세력은 매주 수요시위 현장에 나와 일본 우익의 주장을 반복하며 피해자 모독하고 활동가들과 평화소녀상을 공격하고 있다"면서 "어떠한 어려움과 고통에도 굴하지 않고 끝끝내 살아남아 기억의 공동체, 정의의 공동체, 평화와 인권을 지키는 공동체를 다시 굳건하게 세우자"고 외쳤다.

김민웅 촛불행동 상임대표는 "정의구현 사제단의 전국 순회 시국 기도회는 그야말로 '신의 한수'였으며, 그래서 우리는 어느새 사자가 되고 독수리가 되었다"면서 "윤석열과 그 일당은 목자의 옷으로 위장하고 양들을 잡아먹던 늑대의 무리들로서 사자의 강철같은 턱에 바스러질 것이다"고 말했다.

 "악의 끝은 반드시 있으니, 이 나라를 강도의 소굴도 만들어버린 윤석열 일당, 그 소굴이 자기들의 무덤이 되는 것을 온 세상이 똑똑히 보게 될 것이며, 저들이 뻐긴 으리으리한 성채는 돌 하나도 돌 위에 남지 않고 와르르 무너질 것이다."

"도둑이 주인행세를 하는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모두 엄벌에 처하자. 감옥에 가두어 백년동안 나올 수 없게 하자. 선한 사람들을 공격하던 저자들의 이는 모조리 빠지고 발톱은 죄다 부러질 것이다. 탐욕으로 이미 멀어버린 눈은 다시 떠봐야 죄만 저지를 뿐이다. 영원한 흑암에 갇힐 것이며 들판을 헤매며 울부짖어도 듣는 이 없고, 빌어먹게라도 해달라고 사정하고 애원해도 누구도 거들떠 보지 않을 것이다. 이것이 정의다. 그 위에 새로운 나라를 세울 수 있다."

김 대표는 "하나님이 남겨놓으신 그루터기는 여기 사제단, 그리고 그 사제단과 함께 촛불을 켠 바로 여러분들이다"면서 "사제단의 기도는 그 어느 하나 땅에 떨어지지 않을 것이며, 그리스도와 촛불이 끝까지 함께 할 것이며, 우리는 마침내 승리할 것이다"고 외쳤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이자 8·15 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 서울지하철 시청역부터 숭례문 앞 대로에서 '친일매국 검찰 독재 윤석열 퇴진 주권 회복을 위한 월요 시국기도회'를 봉헌하고 '윤석열 탄핵'을 촉구했다. 사진은 정의기억연대 이나영 이사장. 2023.8.14. 에큐메니안 임석규 객원기자

"사람다움을 알지 못하는 자에게 운명을 맡기랴"

부산교구 이균태 신부는 성명서를 통해 "(윤석열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물난리가 나서 여럿이 떼죽음을 당했지만 '지금 가봤자 특별하게 뭐가 바뀔 수 있겠냐'며 태연했다"면서 "그는 자신이 꿈꾸는 나라는 어떤 세상인지, 도대체 무엇을 위해 최고 권력을 바랐는지 말한 적이 없다"고 했다.

"장기집권을 추구한 독재자 이승만, 박정희였지만 안보국가, 발전국가라는 목표를 위해 나름 애를 썼다. 시민을 학살해서 집권에 성공한 전두환, 노태우도 경제성장이나 북방외교라는 성과를 원했다. 이명박, 박근혜처럼 엉성하고 이기적인 지도자들도 때로는 청와대 뒷산에 올라가 시민들의 함성에 귀 기울이거나 종종 시늉일망정 대국민담화와 함께 머리를 숙였다"며 "그런데 탐욕과 포악, 몰염치 말고 윤석열의 미덕은 무엇이란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윤석열이 '국민 안전을 도외시한 이권 카르텔은 반드시 깨부수어야 한다'고 호통치던 날, 사제들은 순박한 노동자들을 조직폭력배로 몰고, 요즘 방송 장악을 위해 쾅쾅 주먹을 내리치는 난폭한 내면을 들여다보았다. 이태원에서 수백 청년들이 길바닥에 깔려 죽어도, 오송에서 수십 시민들이 물에 잠겨 죽어갈 때도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않던 비정이 떠올라 소름 돋았다"며 "사람다움을 알지 못하는 자에게 사람들의 목숨과 운명을 맡길 수 있으랴. 이성과 신앙, 무엇보다 사랑의 명령이다. 윤석열은 퇴진하라, 윤석열을 탄핵하라"라고 외쳤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이자 8·15 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 서울지하철 시청역부터 숭례문 앞 대로에서 '친일매국 검찰 독재 윤석열 퇴진 주권 회복을 위한 월요 시국기도회'를 봉헌하고 '윤석열 탄핵'을 촉구했다. 2023.8.14. 에큐메니안 임석규 객원기자

이날 시국기도회에는 천주교 신자와 시민 8000여 명과 신부 100여 명, 수녀 300여 명(이상 주최 측 추산)이 집결했다. 사제단은 지난 3월 전북 전주 풍남문 시국미사를 봉헌한 뒤, 4월부터 전국 14개 교구에서 16차례 시국미사를 열었다. 사제단의 월요 시국기도회는 이로써 일단락됐다. 사제단은 하반기에도 시국기도회를 이어갈 방침이다. < 김성진 기자 >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 월요시국미사 폐막 성명서>                                                                                (2023. 8.14.)

이것이 인간인가

"사랑으로 행동하는 신앙이 중요합니다."(갈라 5,6)

1. 고달픈 여름

폭염경보가 울려도 하던 일을 차마 멈추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푹푹 찌는 논밭에서 진땀 흘리는 농부, 세상의 삼시 세끼를 짓느라 뜨거운 불을 지켜야 하는 살림꾼들, 땡볕 아래서 집 짓는 건설 노동자들과 밤늦도록 이고 지고 나르느라 고달픈 택배 노동자들, 사람들 모르게 사람들이 쏟아낸 쓰레기를 치워주는 청소 노동자들. 어디 그들뿐이랴. 궂은일이라고 해서 마다않는 저 엄숙한 수고와 헌신 덕분에 지글거리는 대지 위에서 우리는 가을에 거둘 열매들을 키우고 있다. 아무도 혼자 힘으로 살지 못한다.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하는 상호부조 덕분에 인생의 멍에는 편하고 짐은 가볍다. 

그런데 혈세의 집행자인 대통령 윤석열은 사람의 슬픔과 고뇌를 나누는가? "퇴진하라"는 구호가 "탄핵하라"로 바뀌는 동안에도 그는 고운 손에 흙먼지 하나 묻히지 않는 백수白手, 땀 한 방울 흘리지 않는 불한당不漢黨에 지나지 않았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물난리가 나서 여럿이 떼죽음을 당했지만 "지금 가봤자 특별하게 뭐가 바뀔 수 있겠냐"며 태연했다. 그는 자신이 꿈꾸는 나라는 어떤 세상인지, 도대체 무엇을 위해 최고 권력을 바랐는지 말한 적이 없다. "저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습니다." 대한민국은 이 말에 감동한 나머지 검찰총장에 이어 대통령 자리에도 올려주었으나 섣부른 선택이었다. 사람이 사람 아니면 무엇에 충성하겠다는 것인지 물었어야 했다. 그는 5년간 5천만을 지키고 모시고 살리는 데 복무하는 신성한 기회를 탕진하고 있다. 

2. 욕심내고 성내는 어리석음 

그가 나타나는 자리마다 저만 알고 저만 위하는 각자위심各自爲心의 탁하고 역한 기운이 깔린다. 오늘 이 나라 곳곳에 번지고 있는 불행과 비극은 생명의 일체성, 만물의 유기적 연관성을 모른 채 "나는 나, 내 맘대로, 내 뜻대로" 하고 돌아다니는 대통령의 미숙한 인격에서 비롯한다. 사람들이 물에 떠내려가든 말든 호화쇼핑을 즐기고,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 말든 노선을 변경해서 사익을 챙기는 탐심貪心. 거슬린다 싶으면 벌컥 화부터 내고 파렴치의 범법자로 몰아 잔인하게 짓밟아 버리는 진심嗔心. 역겨운 짓을 저질러 놓고도 얼굴조차 붉힐 줄 모르는 마비된 양심, 치심痴心. 그의 세 가지 독한 마음이 하늘과 땅, 사람을 어지럽히고 더럽히고 괴롭히고 있다. 하느님 모상으로 태어났으면서 그 영광을 빛내지 못하는 그가 딱하고, 못난 사람 하나를 어쩌지 못해서 질질 끌려 다니는 우리 신세가 불쌍하다. 무엇보다 무섭고 두렵다. 사람들이 허약한 순서대로 쓸려가는 게 무섭고, 내년 봄에는 뿌릴 종자가 있기나 할지 그게 두렵다.   

3. 너와 나에게 달렸다

죽음이 한 사람을 통하여 왔고, 생명도 한 사람을 통해서 왔다(1코린 15,21)는 말씀은 참으로 옳다. 우리는 아담 안에서 다 죽고, 그리스도 안에서 모두 살게 됐다는 이치를 믿는다. 윤석열 '하나' 때문에 이 지경이 됐다면, 마찬가지로 너와 나 '하나'로 말미암아 새로워질 수 있다. 너와 내가 사람의 도리를 외면하지 않는 한 바닥을 치고 도약할 기회는 남아있다. 여기서 물러서면 그것으로 끝이다. 문재인이라는 '하나'가 촛불혁명이 맡긴 역사적 책무를 팽개치는 바람에 청산됐어야 하는 적폐보다 더 지독한 적폐가 닥쳤음은 모두가 아는 바다. 더 이상 너와 나 말고 어떤 하나에게 믿고 맡기는 일은 없기로 하자. 민주주의의 함정이 거기에 있다. 울고불고 매달리며 하느님을 부려먹는 고약한 짓도 그만 두기로 하자. 신앙의 모순도 거기에 있다. 하느님이 바라시는 바는 우리가 역사의 주인이 되어 스스로 구하고, 찾고, 두드려서 이룰 것을 마침내 이루는 것이다.

시시각각으로 재난이 몰려드는 이때 너와 내가 서둘러야 할 일이 있다. 강자들이 쌓아놓은 바벨탑의 악랄한 구조를 정확하게 깨닫고(覺), 그 밑바닥에 깔려 신음하는 이웃들의 현실을 함께 아파하면서(痛), 기존의 제도에서 자기 몫을 찾아보겠다는 착각을 완전히 끊어내는(斷) 것이다. 우리가 먼저 깨우치고 끊으면 다른 사람들도 뒤따를 것이다. 곤이지지困而知之, 곤란을 겪고도 그 이유와 이치를 깨닫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어디에 쓰겠는가. 하느님은 '야훼의 종'처럼 고난을 통하여 악을 악으로 직시하고 새날을 위해 아우성치는 사람을 기다리신다. 무너지는 한국을 바라보면서 벗이여, 무엇을 생각하는가? 콩 한 톨이라도 고루 나눠먹는 '노나메기', '고루살이' 말고는 다른 길이 없다. 해질 무렵 모든 일꾼이 똑같이 하루 품삯을 받고 집으로 향하게 만들던 이상한 계산(마태 20, 1-16), 곧 기본소득이야말로 오늘과 내일을 위한 가장 이성적이고 이상적인 해법이다. 

4. 지렁이들조차 울부짖는다

꽃샘추위가 채 가시지 않았던 삼월에 시작한 월요시국기도회가 팔월의 폭염 속에서 오늘 폐막한다. 전국 14개 교구에서 총 16회에 걸쳐 진행된 기도회는 약자들의 원성이었으며 땅속 지렁이들의 울부짖음이나 다름없었다. 

장기집권을 추구한 독재자 이승만, 박정희였지만 안보국가, 발전국가라는 목표를 위해 나름 애를 썼다. 시민을 학살해서 집권에 성공한 전두환, 노태우도 경제성장이나 북방외교라는 성과를 원했다. 이명박, 박근혜처럼 엉성하고 이기적인 지도자들도 때로는 청와대 뒷산에 올라가 시민들의 함성에 귀 기울이거나 종종 시늉일망정 대국민담화와 함께 머리를 숙였다. 그런데 탐욕과 포악, 몰염치 말고 윤석열의 미덕은 무엇이란 말인가. 

그가 "국민 안전을 도외시한 이권 카르텔은 반드시 깨부수어야 한다"고 호통치던 날 사제들은 순박한 노동자들을 조직폭력배로 몰고, 요즘 방송 장악을 위해 쾅쾅 주먹을 내리치는 난폭한 내면을 들여다보았다. 이태원에서 수백 청년들이 길바닥에 깔려 죽어도, 오송에서 수십 시민들이 물에 잠겨 죽어갈 때도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않던 비정이 떠올라 소름 돋았다. 미국 일본 앞에서는 비굴한 웃음을 지어보이고 저 자신과 강자의 이익을 위해서 '법과 원칙'을 더럽히는 자가 그런 소리를 할 때, 우리는 하느님 나라를 물어뜯는 괴물을 보았다. 천사보다 존귀할 수 있지만 짐승만도 못할 수 있는 게 사람임을 명심하라. 사람다움을 알지 못하는 자에게 사람들의 목숨과 운명을 맡길 수 있으랴. 이성과 신앙, 무엇보다 사랑의 명령이다. 윤석열은 퇴진하라! 윤석열을 탄핵하라! 

월요시국기도회를 개막하던 날, 사제들의 호소는 "곤경을 위한 곤경은 없다"는 말로 시작되었다. "뽑고 허물고 없애고 부수며 세우고 심는"(예레 1,10) 하느님의 뜻을 받드는 데 어찌 어려움이 없으리오. 하지만 치울 것을 치우고, 세울 것을 세우기로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새날을 맞을 수 있다. 머잖아 여름은 가고 돈의敦義의 계절, 가을이 온다. 기운이 솟는다. 

2023년 8월 14일

친일매국 검찰독재 윤석열 퇴진, 주권회복을 위한  월요시국기도회를 마치면서

광복절 전야에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