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방통위 2인만 참석 KBS이사장 해임 의결
MBC 방문진 이사장 해임안은 16일 의결 예정

언론진흥재단 이사장도 16일 해임안 이사회 상정
해임사유 부당·부족하고 절차도 위법…"해임 무효"

 

남영진 KBS 이사장(왼쪽부터),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유시춘 EBS 이사장이 14일 오전 과천정부청사에서 긴급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8.14. 연합뉴스 

윤석열 정권의 언론장악 폭주가 8월 셋째주 들어 더 빨라지고 있다. 18일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청문회를 앞두고 방통위가 14일 서둘러 KBS 이사장 해임을 의결했다.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원(방문진) 이사장 해임도 16일 의결할 예정이다. 연간 1조 원이 넘는 정부광고 집행을 대행하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이사장에 대한 해임안도 16일 상정키로 했다.

기자협회·PD연합회·언론노조를 포함한 현직 언론인 단체, 언론비상시국회의를 비롯한 전직 언론인 단체,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시민단체, 언론정보학회 등 언론학계가 모두 윤 정권의 공영방송 이사장 해임과 이동관 방통위원장 임명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해임 사유가 부당하고 부족할 뿐 아니라 절차적으로도 법률 위반이어서 ‘무효’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윤 정권은 이런 거센 반대를 무시하고 강행하고 있다.

방통위는 14일 오전 전체 회의를 열어 남영진 KBS 이사장 해임 건의안을 의결했다. 이날 전체 회의에는 김효재 위원장 직무대행과 이상인 위원 등 국민의힘과 윤석열 대통령 추천 위원 2인만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김현 위원(민주당 추천)은 회의 도중 퇴장했다. KBS 이사(장) 해임은 방통위가 건의해 대통령이 재가하면 된다.

방통위의 남영진 이사장 해임 사유는 ‘KBS 경영 관리·감독 의무를 해태하고 과도한 법인카드 사용 논란으로 KBS 명예를 실추하고 국민적 신뢰를 저하시켰다’는 것이다. 남 이사장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법적 절차와 근거를 완전히 무시한 것으로 원천무효”라며 “즉각 소송을 제기하고 효력정지가처분신청 등을 통해 불법과 부당함을 바로잡겠다”고 법적 대응 입장을 밝혔다. 김현 위원도 기자회견을 열어 “권한남용과 비상식으로 방송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훼손한 김효재 직무대행의 위법 혐의에 대해 법률 검토를 하겠다”고 했다.

방통위는 지난달 12일 윤석년 KBS 이사를 TV조선 재승인 점수 조작 의혹을 들어 해임 건의안을 의결한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다음날 즉각 윤 이사 해임안을 재가했다. KBS 이사회는 윤석년 이사와 남영진 이사장 해임 이후 국민의힘 추천 이사가 다수를 차지해 KBS 사장 교체가 가능해진다.

방통위는 14일 방문진 권태선 이사장 해임 청문회도 동시에 진행했으며 16일 전체 회의에서 또다시 해임 건의안 의결을 강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권 이사장 해임 사유는 ‘MBC 관리·감독 소홀과 부적격 논란이 있었던 안형준 사장 선임’ 등이다.

권 이사장은 ‘감사원이 조사 과정에서 질문 내용을 왜곡해 법을 어긴 것으로 몰아갔고, 방통위는 감사 내용이 확정되지도 않았는데도 해임 절차 시작 사유로 삼았다’고 지난 10일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지적했다. 

 

표완수 한국언론진흥재단 이사장. 연합뉴스

한국언론진흥재단은 윤석열 정권 이후 새로 취임한 3명의 이사가 문재인 정부가 임명한 표완수 이사장에 대한 해임안을 16일 이사회에 상정키로 했다. 표 이사장은 임기가 2달여 밖에 남지 않은 상태인데다 이사들이 이사장 해임을 요구한 선례가 없어 파문이 일고 있다.

해임 사유 역시 ‘정부 광고지표 조작 논란 관련 수사진행으로 리더십 와해’와 ‘비영리민간단체 지원사업 보조금 관리 허술’ 등이다. 그러나 정부광고 지표 변경은 문화체육관광부의 주도로 이루어진 것이고 보조금 관리 허술에 대한 명확한 조사결과가 나오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이와 같은 문제가 이사장 해임 사유에 해당되는지도 의문이다.

표 이사장은 해임안이 상정된 지난 10일 한국기자협회 창림 59주년 축사에서 “관제 유언비어는 시대에 따라 양상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지만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 팩트가 아니란 점이 본질”이라고 말했다. ‘광고지표 조작’이란 유언비어를 정치 언론이 악의적으로 보도하고 이를 정치편향 단체가 고발해 수사로 이어지고 있지만 이는 사실(팩트)가 아니라는 자신의 입장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표 이사장은 임기 전 자진사퇴도 고려했으나 사퇴하지 않고 이사회 해임 의결 시 자신의 정당함을 밝히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KBS와 MBC 방문진, EBS 이사진들은 방통위가 KBS 이사장 등의 해임건의안을 의결한 14일 오전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부의 야만적 공영방송 장악을 규탄한다”며 “대한민국의 역사는 2023년 8월을 윤석열 정부가 공영방송을 짓밟고 언론자유와 민주주의를 철저하게 유린한 달로 기록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기자협회, 언론노조 등 언론 현업 단체들은 같은 날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방통위는 방송장악 폭주를 멈추라’는 현수막을 들고 ‘부당하고 졸속한 공영방송 이사회 이사 해임 강행 반대 언론단체 공동회견’을 가졌다. 김동훈 기자협회장도 이날 서울 프레스센터 앞에서 ‘집에선 학폭무마, 밖에선 언론장악, 이동관 아웃’이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이는 등 이동관 방통위원장 임명과 공영방송 이사장 해임에 반발하는 시위가 이어졌다. < 김성재 에디터 >

김동훈 한국기자협회장이 1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앞에서 '방송장악 폭주 저지와 이동관 OUT'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2023.8.14. 한국기자협회보 갈무리